자주시보 2017년 08월 2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쌤릿을 조립생산하던 조선이 ‘주체탄’을 만들기까지 50년
2.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화성-14형 첨두
3. 새로 개발된 4D탄소/탄소복합재료 성능판정시험결과
4. 구면체 용기 속에 들어가는 소형 고체조종로켓엔진
5. 조미핵대결 종식시킬 비장의 무기는 북극성-3
1. 쌤릿을 조립생산하던 조선이 ‘주체탄’을 만들기까지 50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8월 22일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김일성 주석의 1966년 8월 11일 교시에 따라 설립되었다고 한다. 그 교시에 따라 1966년 11월 30일 함경남도 함흥에 국가과학원 화학공학연구소가 설립되었는데,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도 거의 같은 시기에 설립된 것으로 생각된다.
탄도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연구, 개발, 생산하는 화학재료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조선의 미사일개발사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왜냐하면, 그 연구소가 설립된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68년부터 조선은 소련산 미사일을 조립생산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포드자동차(Ford Motor Company)에서 부품을 수입하여 현대 코티나 승용차를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던 바로 그 해에 조선은 사거리가 100km인 소련산 미사일을 조립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제인스 쏘비엣 인텔리전스 리뷰(Jane's Soviet Intelligence Review)> 1989년 5월호에 실린 분석기사에 따르면, 조선은 1968년에 사거리가 100km인, 소련에서 수입한 지대함미사일 SSC-2B 쌤릿(Samlet)으로 무장한 5개 대대를 동해안에 배치하였고, 그 지대함미사일 부품을 소련에서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시설도 갖추었으며, 이듬해에는 중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그 조립생산시설을 확장, 개건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소련산 미사일 부품들을 들여와 조립생산하기 전에 탄도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소재를 연구, 개발, 생산하는 화학재료연구소부터 설립하였다는 사실이다. 초창기에는 선진국의 미사일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미사일을 자력으로 만들 수 있는 과학기술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한 것이 훗날 조선을 미사일강국으로 만들어준 원동력으로 되었다. <사진 1>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화성> 계렬 로케트들의 열보호재료와 전투부, 분출구재료를 비롯하여 각종 현대적인 무장장비들에 쓰이는 여러 가지 화학재료들에 대한 연구개발과 생산을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소에서는 연구개발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연구소는 연구개발은 물론이고 생산도 하고 있다. 이것은 조선의 국방화학공업이 산학협동화를 넘어 산학일체화로 나아갔음을 말해준다.
위의 인용문에서는 화성 계렬 탄도미사일의 소재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북극성 계렬 탄도미사일의 소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화성 계렬 탄도미사일의 소재는 물론이고 북극성 계렬 탄도미사일의 소재도 연구, 개발, 생산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계열이 아니라 계렬이라고 표기해야 옳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화성 계렬 탄도미사일들은 액체추진제를 사용하고, 북극성 계렬 탄도미사일들은 고체추진제를 사용한다.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화성 및 북극성 계렬의 탄도미사일들을 조선에서 ‘주체탄’이라고 부른다. 2017년 5월 15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미사일을 ‘주체탄’이라고 불렀는데, 그 때부터 조선에서는 ‘주체탄’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조선이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설계기술로 ‘주체탄’을 만들어낸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탄도미사일을 만드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공학기술들 가운데서 가장 난도 높은 기술은 로켓엔진 설계기술과 재돌입체 설계기술인데, 그 두 가지 핵심부품을 독자적인 기술로 설계, 생산하려면 고도의 로켓공학기술이 요구된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면서 얻은 정보를 분석하면, 조선이 독자적인 설계기술로 ‘주체탄’을 만들어내기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두 차례의 발전단계를 거쳐 왔음을 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모방생산단계다.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설계기술을 아직 개발하지 못하였던 1970년대에 조선은 소련의 탄도미사일 설계기술을 모방하여 화성-1과 화성-3을 만들었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였을 때, 거기에 있는 화성-1 해설문과 화성-3 해설문에는 각각 모방생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여러 탄도미사일들 중에 화성-2는 없었다. 화성-2가 왜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둘째 단계는 독자생산단계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쳐 2015년까지 조선은 자력으로 개발한 설계기술로 화성-5, 화성-6, 화성-7, 화성-9, 화성-10, 화성-11을 생산하였으나, 소련-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설계방식에서 아직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하였다. 이 시기에 조선은 소련-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설계방식에서 차츰 탈피하면서 독자적인 설계기술을 점점 더 많이 생산에 도입하였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하였을 때, 거기에 전시된 화성-5, 화성-6, 화성-7, 화성-10, 화성-11 설명문들에는 독자생산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여러 탄도미사일들 중에 화성-4, 화성-8, 화성-9는 없었다. 그 미사일들이 왜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셋째 단계는 독자설계단계다. 2015년 이후 조선은 부분적으로 남아있던 소련-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설계방식을 완전히 폐기하고, 조선식 탄도미사일 설계방식으로 대체하였다. 조선이 100%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설계기술로 생산한 ‘주체탄’들은 화성-12형, 화성-14형, 북극성-2형이다.
화성-12형 시험발사성공소식을 전한 2017년 5월 15일 조선의 보도기사는 화성-12형을 가리켜 “우리 군수로동계급이 로케트공업부문에 남아있던 교조주의, 보수주의, 형식주의를 불사르고 주체적 립장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새롭게 설계, 착상하고 연구, 완성한 새 형의 지상대지상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라고 하였으며, 화성-12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탄도미사일을 ‘주체탄’이라고 불렀다. 이런 사정을 보면, ‘주체탄’은 화성-12형 개발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 탄도미사일들에는 ‘형(type)’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았는데, ‘주체탄’들에는 ‘형’이라는 말을 붙였다. <사진 2>
표준화, 소형화된 경량핵탄두만이 아니라 대형화된 중량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것이 ‘주체탄’의 특징이다. 화성-12형 시험발사성공소식을 전한 조선의 2017년 5월 15일 보도기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케트연구부문에 표준화된 핵탄두뿐 아니라 대형 중량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로케트를 빨리 개발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하였다고 서술하였는데, 그 과업을 받은 “로케트연구부문의 일군들과 과학자, 기술자들은 (중략) 짧은 기간에 세상을 들었다놓을 훌륭한 무기체계를 만들어냈다”고 하였다. 이 인용문에 나오는 표준화된 핵탄두는 소형화된 전술핵탄두를 뜻하고, 대형화된 중량핵탄두는 전략핵탄두(열핵탄두, thermonuclear warhead)를 뜻한다.
그런데 화성-12형이 개발되기 전부터 존재하였던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독자생산단계에서 독자설계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생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할 때 직접 목격한 화성-13에는 액체로켓엔진이 장착되어 있었는데,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에는 신형 고체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고체로켓엔진은 조선이 그 동안 잔존하던 소련-러시아 설계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독자적인 설계기술로 개발한 것이므로, 요즈음 조선에서는 ‘주체탄’으로 거듭난 화성-13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2.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화성-14형 첨두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각종 탄도미사일들의 열보호소재, 전투부소재, 분사구소재를 연구, 개발, 생산한다고 하였는데, 그 소재가 바로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3-direction carbon/carbon-silicon carbide composite material)다. 조선에서는 소재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재료라는 말은 쓴다.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는 페놀수지(phenolic resin)가 함유된, 흑연인조견사(graphite rayon)를 여러 겹 적층한(laminate) 소재다. 그 소재의 명칭에 나오는 3D라는 글자는 세 방향을 뜻한다. 이를테면, 날줄과 씨줄로 직조한 섬유는 2D(두 방향)직조섬유이고, 날줄과 씨줄 사이에 다른 줄을 하나 더 넣고 직조한 섬유는 3D(세 방향)직조섬유다. 3D직조섬유는 2D직조섬유보다 직조밀도가 더 높으므로, 당연히 장력(張力, tensility)과 탄력(彈力, ductility)이 더 강하다.
흑연인조견사에 페놀수지를 함유한 적층식 화학재료를 고압장치 안에 넣고 섭씨 2,500도의 고열을 가하면, 그 화학재료가 열분해되면서 페놀수지는 탄소로 변환된다. 그렇게 변환된 탄소를 진공실(vacuum chamber)에 넣고 콜타르핏치(coal tar pitch)를 함유시키면 탄소가 경화(硬化)된다. 이런 이중공정을 세 차례 거치면서 얻어낸 소재에서 추출한 탄소섬유를 세 방향으로 직조하여 경도(solidity)를 높인 합성소재가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다.
위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를 “최근년간” 국산화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최근년”은 구체적으로 언제였을까?
<사진 3>은 2016년 3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성공적으로 진행된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에서 사용된 탄도미사일 전투부 첨두를 촬영한 것인데, 바로 이것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개발한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첨두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2016년 3월 14일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에 사용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첨두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첨두가 유리상자 속에 보관되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혁명사적교양실에 전시되어 있다. 그 유리상자 위쪽에 “이 전투부 첨두는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의 고심어린 연구의 귀중한 산물이며 국보입니다”라고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말씀판이 보인다.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를 연구, 개발하고 국산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주체조선의 첫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에서 대성공을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2017년 7월 4일 시험발사에서 성공한 조선의 첫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전투부 첨두가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4형만 그런 게 아니라,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에도 그 복합재료로 만들어진 전투부 첨두가 각각 장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기술공학적으로 가장 앞섰다는 미국이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을 때, 재돌입체의 돌진낙하속도는 135km 고도에서 초속 12.4km(마하 36.4)에 이르렀는데, 그처럼 가혹한 환경에서도 재돌입체는 소멸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는 섭씨 3,000도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개발한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첨두를 장착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가 지난 7월 29일 0시 28분경 일본 홋까이도 서쪽 수역에 낙하할 때 고극초음속으로 돌진낙하하면서 융제현상(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 표면이 고열, 고압으로 발생한 플라즈마상태에서 침식되는 현상)을 견뎌낸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도 <디플로맷(Diplomat)> 2017년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2017년 8월 초에 작성한 내부보고서에서 화성-14형 재돌입체가 돌진낙하하는 중에 급격히 침식되다가 소멸하고 말았다고 서술하였다니 참 한심한 일이다.
3. 새로 개발된 4D탄소/탄소복합재료 성능판정시험결과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새로 개발한 “첨두재료의 시험결과를 보고받으시고 로케트기술이 발전하였다고 하는 선진국가들에서 만든 것보다 밀도, 세기, 침식속도 등 모든 특성값이 더 우월한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은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기존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보다 더 우월한 신형 복합재료를 최근에 새로 개발하여 성능판정시험까지 이미 끝마쳤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연구소가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보다 더 우월한 4D탄소/탄소복합재료를 최근에 새로 개발하였다는 사실은 <사진 5>에서 확인할 수 있다. “4D탄소/탄소복합재료 제조공정도”라는 제목이 큰 글씨로 쓰여 있는 도면에 “앞으로 로케트전투부첨두와 고체로케트발동기 (이 부분은 사진에서 식별하지 못함-옮긴이) 재료로 쓰이는 3D복합재료뿐 아니라 4D, 5D (이 부분은 사진에서 식별하지 못함-옮긴이) 개발하여야 합니다”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가 적혀 있는 것이 보인다.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연구소가 최근에 새로 개발한 4D탄소/탄소복합재료의 성능을 판정한 시험결과를 보고받았는데, 그 시험결과를 위의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에 나타난 도표를 옮겨적으면 다음과 같다.
위의 도표에 기록된 밀도지표에는 kg/n㎥라는 단위가 표시되었는데 이것은 나노(nano)㎥ 당 kg이라는 뜻이다. 4D탄소/탄소복합재료의 밀도에서 요구된 성능지표는 1,854kg/n㎥ 이상인데, 성능판정시험에서 1,857kg/n㎥에 도달하였으니 합격한 것이다.
또한 위의 도표에 기록된 당김세기(장력)지표에는 MPa라는 단위가 표시되었는데, 이것은 밀리파스칼(milipascal)이라는 압력측정단위다. 1밀리파스칼은 1파스칼의 1,000분의 1이다. 4D탄소/탄소복합재료의 당김세기(장력)에서 요구된 성능지표는 80MPa 이상인데, 성능판정시험에서 85.7MPa에 도달하였으니 합격한 것이다.
또한 위의 도표에 기록된 4D탄소/탄소복합재료의 구부림세기(탄력)지표를 보면, 성능지표의 요구수준이 80MPa 이상인데, 성능판정시험에서 83.64MPa에 도달하였으니 합격한 것이다.
또한 위의 도표에 기록된 플라즈마침식속도라는 말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재돌입체가 대기권으로 들어와 돌진낙하할 때 대기마찰로 발생하는 융제현상으로 재돌입체 표면이 플라즈마상태로 변하여 침식되는 속도를 측정한다는 뜻이다. nm/s라는 단위는 1초 당 나노미터를 의미한다. 1nm는 0.000000001m다. 4D탄소/탄소복합재료의 플라즈마침식속도에서 요구된 성능지표는 0.295nm/s인데, 성능판정시험에서 0.2943nm/s에 도달하였으니 합격한 것이다.
<사진 6>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가 최근에 새로 개발한 화학재료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사진 속에서 군관이 왼손으로 가리키는 물체는 고정틀에 빼곡 들어찬 탄소봉 다발이고, 그가 오른손으로 가리키는 물체는 탄소봉으로 성형되기 이전 상태의 화학물질이다. 이 탄소봉들은 그 연구소가 최근에 새로 개발한 4D탄소/탄소복합재료로 만든 것이다.
<사진 7>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에서 4D탄소/탄소복합재료로 만든 신형 전투부 첨두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사진에 나타난 궁륭식 녹색문을 달아놓은 설비는 탄소섬유에 콜타르핏치를 함유시킬 때 사용하는 진공실이다.
<사진 8>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생산현장을 시찰하면서 생산설비를 살펴보는 장면인데, 사진 속의 기계는 탄소섬유실을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감는 탄소섬유직조기다.
<사진 9>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D탄소/탄소복합재료로 만든 탄소섬유실을 탄소섬유직조기로 감아놓은 탄도미사일 추진체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이전에는 추진체를 알루미늄특수합금으로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무게가 무거워져 사거리가 줄어든다. 그와 달리, 추진체 표면에 아주 미세한 틈을 수없이 내고 거기에 탄소섬유실을 촘촘히 감아놓으면 무게가 훨씬 가벼워질 뿐 아니라, 고압과 고열에 견디는 성질도 매우 강해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에 그 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생산현장을 시찰하기 전에 혁명사적교양실을 먼저 시찰하였는데, <사진 10>에서 보는 것처럼 혁명사적교양실에는 이전에 3D탄소/탄소복합재료에서 추출한 탄소섬유실을 감아놓은 탄도미사일 추진체가 전시되어 있었다. 위의 두 사진을 비교해보면, 탄도미사일 추진체에 감겨있는 탄소섬유실의 조밀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 11>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8월 22일 4D탄소/탄소복합재료로 만든 신형 전투부 첨두를 살펴보는 장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6년 3월 14일 대기권재돌입환경모의시험에 사용된,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기존 전투부 첨두를 살펴보는 장면을 비교할 수 있다. 그 두 사진을 비교하면, 신형 전투부 첨두의 크기가 기존 전투부 첨두에 비해 상당히 작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탄도미사일 전투부의 무게가 종전보다 가벼워졌다는 뜻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투부, 로켓엔진 분사구, 추진체 등을 4D탄소/탄소복합재료로 만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총중량이 그만큼 더 가벼워질 것이다. 가벼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고 날아갈 수 있었던 사거리를 대형 중량핵탄두를 장착하고 날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조선의 탄도미사일 개발사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구면체 용기 속에 들어가는 소형 고체조종로켓엔진
2017년 8월 23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고체로케트발동기제작공정을 현지에서 료해하시고 생산을 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밝혀주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문을 읽어보면, 그 연구소는 고체로켓엔진 제작에 필요한 소재만이 아니라 고체로켓엔진도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12>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과학기술성과전시실을 시찰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벽면에 붙어있는 해설문에 붉은색으로 57종이라고 쓴 글씨가 보인다. 이것은 그 연구소가 설립 이후 57종에 이르는 화학재료를 개발하였다는 점을 말해준다. 첨단소재를 57종이나 개발하였다면 대단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에서 맨 앞쪽에 보이는, 붉은색으로 도색된 물체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관 뚜껑이다. 북극성 계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는 원통형 발사관은 엄청난 고압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므로, 그 연구소에서 개발된 고밀도소재로 원통형 발사관이 제작된 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관 뚜껑 옆에는 농구공처럼 생긴 회색 물체가 전시되었는데, 이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 3단 추진체 고체조종로켓엔진을 들여놓는 구면체 용기(spherical case)다.
그 구면체 용기 다음에는 깔때기처럼 생긴 검은색 물체와 갈색 물체가 전시되었는데, 이것은 로켓엔진분사구(nozzle)들이다. 최근 그 연구소는 두 종의 신형 로켓엔진분사구를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13>은 2008년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당시 후계자와 함께 탄도미사일 로켓엔진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들을 살펴보는 장면인데, 깔때기처럼 생긴 로켓엔진분사구들이 여러 종이다. 이 로켓엔진분사구들은 알루미늄특수합금으로 만든 것이다.
<사진 14>는 위에서 언급한 게시물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인데, “광명성-1호, 2호, 화성 12호 화학재료”라는 제목이 큰 글씨로 쓰여 있다. 화성 12형이라고 써야 하는데, 그 게시물에는 화성 12호라고 잘못 썼다. 그 제목 아래에 있는 도면을 확대하면, “전투부류선체”와 “3계단구형발동기”라는 글씨를 식별할 수 있다. 그 연구소가 개발한 3D탄소/탄소-탄화규소복합재료로 만든 전투부류선체(warhead streamline body)가 왼쪽에 그려져 있다.
사진에서 전투부류선체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깔때기처럼 생긴 로켓엔진분사구 위에 구면체 용기가 조립된 그림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3단 추진체에 장착되는 고체조종로켓엔진이 그 구면체 용기 속에 들어간다. 소형 로켓엔진인 고체조종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 3단 추진체에 4개가 장착되는데, 3단 추진체의 비행안정성을 유지시키고 비행각도를 조종할 때 사용된다.
위의 사진에 나타난 제목을 보면, 화성-12형만이 아니라 실용위성들인 광명성-1호와 2호에도 소형 고체조종로켓엔진이 장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15>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과학기술성과전시실을 시찰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발전시켜도 남들이 걸은 길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년대와 년대를 뛰어넘어 비약을 일으켜야 합니다”라고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씀판이 보인다. 말씀판 왼쪽 벽에 “화성 13”이라고 쓴 제목이 보이고, 그 제목 아래에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 구조도가 보인다.
<사진 16>은 그 구조도를 확대한 것인데, “조종격간열차페, 3계단발동기, 2계단발동기, 1계단발동기”라고 쓴 글씨들을 식별할 수 있다. 열차페라는 말은 열을 차단한다는 뜻인데, 조선에서는 차폐라고 쓰지 않고, 차페라고 쓴다. 그 밑에는 화성-13 전투부 첨두의 열차단재료 구조도가 그려져 있다. “열차페재료-4, 열차페재료-3, 열차페재료-2, 열차페재로-1”이라고 쓴 글씨들을 식별할 수 있다. 이것은 화성-13 전투부 첨두가 네 겹의 열차단재로 성형되었음을 말해준다.
<사진 17>은 화성-13 전투부 첨두의 열차단재 구조도 옆에 끝부분만 조금 보이는, 화성-13 분사구 그림이다. 고체로켓엔진을 생산하는 연구소에 화성-13 구조도가 전시된 것은 화성-13이 기존 액체로켓엔진체계에서 새로운 고체로켓엔진체계로 개조되었음을 말해준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략로케트관을 참관할 때 목격한 화성-13 하단부에는 중앙부에 추진로켓엔진분사구 2개가 있었고, 그 주위에 조종로켓엔진분사구 4개가 있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는 추진로켓엔진분사구가 1개뿐이다. 이것은 화성-13이 고체추진로켓엔진 1개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개조되었음을 말해준다.
액체추진로켓엔진을 장착한 기존 화성-13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가지 않지만, 신형 고체추진로켓엔진을 장착한 화성-13은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간다. <사진 18>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7축14륜 발사대차가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을 싣고 이동하는 장면인데, 바로 그 원통형 발사관 안에 신형 고체추진로켓엔진 1개를 장착한 화성-13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액체로켓엔진 2개를 장착한 기존 화성-13은 8축16륜 발사대차에 탄체가 노출된 채로 탑재되었지만, 신형 고체추진로켓엔진 1개를 장착한 화성-13은 7축14륜 발사대차 발사관에 들어간다.
5. 조미핵대결 종식시킬 비장의 무기는 북극성-3
위에서 언급한 <사진 15>를 부분적으로 확대한 <사진 19>를 보면,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중전략탄도탄과 잠수함발사전략탄도미사일은 동의어다. 지금까지 조선이 공개한 북극성 계렬 탄도미사일은 북극성-1과 북극성-2형이다. 북극성-1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고, 북극성-2형은 지대지탄도미사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진 19>를 다시 보면, “...우리식의 탄도탄발동기를 빠른 시일 안에 개발하여야 합니다”라고 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말씀판이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극성-3에 장착할 신형 로켓엔진을 이른 시일 안에 개발하라는 과업을 주었고, 그 과업을 받은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는 북극성-3에 장착할 신형 로켓엔진을 이미 개발하였다. 그 사진이 그런 사실을 말해준다.
북극성-3에 장착할 신형 로켓엔진이 개발되었으니, 북극성-3이 완성된 것일까? <사진 20>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생산하는 공장을 현지지도하는 장면인데, 흰색 미사일 탄체에 붉은색으로 북극성-3이라고 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보인다. 이 사진은 2015년 12월 말에 촬영된 것이다. 촬영시점을 그렇게 보는 까닭은 2015년 12월 21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였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절모를 쓰고 길이가 긴 외투를 입었는데, 북극성-3 옆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도 똑같은 중절모를 쓰고 똑같은 외투를 입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곁에 서 있는 수행원도 그 두 사진 속에서 똑같은 옷차림을 하였다.
<사진 21>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5년 12월 당시 조선은 북극성-1과 북극성-3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12월 21일에 시험발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북극성-1인지 북극성-3인지는 알 길이 없다.
북극성-3은 북극성-1보다 성능이 더 향상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다. 미국에서 발표된 자료들을 종합하면, 북극성-1은 길이가 8.9m, 지름이 1.5m, 무게가 15t이며, 300kg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3,500km를 날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이 실전배치한 표준화된 핵탄두들은 무게가 300kg으로 규격화되었다.
북극성-3은 그런 북극성-1보다 사거리가 더 늘어난 것이 분명한데, 사진만 봐서는 북극성-3이 2단형인지 3단형인지 식별하기 힘들다. 만일 북극성-3이 2단형이라면 사거리는 약 5,000km로 추정되고, 3단형이라면 사거리는 약 8,000km로 추정된다.
조선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중시험발사를 2015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일곱 차례나 공개적으로 또는 비공개로 진행하였다. 그 가운데서 북극성-1 수중시험발사와 북극성-3 수중시험발사가 각각 몇 차례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북극성-1과 북극성-3이 각각 여러 차례의 성능판정시험을 마치고 실전배치된 것이 분명하다.
<사진 22>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은 수중배수량이 3,500t인 골프-II급(Golf-II class) 전략잠수함을 실전배치하였다. 조선은 1993년 9월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운용하던 골프-II급 전략잠수함 10척을 수입했는데, 원래 러시아는 이 전략잠수함에 길이 13m, 지름 1.2m, 무게 16t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3발씩 탑재하였다. 조선이 개조한 골프-II급 전략잠수함에는 북극성-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3발씩 탑재된다. 그러므로 조선은 핵탄두를 장착한 북극성-3을 3발씩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10척이나 실전배치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명령을 내리면, 3,500t급 전략잠수함 10척은 임의의 수역 해수면 아래서 북극성-3 30발을 연속발사할 수 있다.
만일 조선이 북극성-3을 최대고각으로 발사하여 최고정점고도 약 2,500km에 도달하는 놀라운 장면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 조미핵대결에서 수세에 몰려 기진맥진한 미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될 것이고, 조미핵대결은 곧바로 종식될 것이다. 북극성-3 최대고각발사를 단행하여 조미핵대결을 2017년 안에 조선의 승리로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이 실행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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