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432)
자주시보 2021년 02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최근 화학공업기지에서 생긴 일
2.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어디인가?
3. 종합시장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아니다
4. 조선의 GDP 성장률은 얼마인가?
1. 최근 화학공업기지에서 생긴 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적 범위로 확산되어 미증유의 보건재앙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수해와 가뭄, 폭설과 혹한이 몰려오는 미증유의 기후재앙까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보건재앙과 기후재앙으로 파탄에 빠진 국가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난에서 벗어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 동시대인들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암울한 시대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전 세계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오늘, 조선의 경제형편은 어떤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조선은 2017년부터 미국을 우두머리로 하는 제국주의연합세력의 가중된 경제재재를 받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수해와 태풍피해까지 받았으니 외부의 시선이 조선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조선의 내부사정을 파악할 방도는 보이지 않는다. 조선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2020년 1월 말부터 국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했기 때문에 조선의 내부사정은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은 자국의 경제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선의 경제형편에 대한 정보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보부족은 백지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정보부족의 공간 속으로 헛소문과 억측이 파고들어 인식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조선의 경제형편에 대한 정보부족은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뒤엉키면서 헛소문과 억측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조선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난보다 더 심한 경제난에 빠졌을 것이라는 추론이야말로 사회주의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뒤엉키면서 확대재생산된 착오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요즈음 조선의 경제실상은 어떠한가? 이런 의문을 풀려면, 헛소문과 억측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고찰해야 한다. 이 글에서 객관적 사실을 고찰하는 출발점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최근 동향이다.
2021년 2월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붕>은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에서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이 중단되었다는 암울한 소식을 전했다. 원래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조선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화학비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중요한 화학공업기지인데, 만일 그런 기업소가 정말 가동을 중단했다면 조선이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이므로, 암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선에서는 비료 1t을 식량 10t으로 환산하여 농업생산계획을 세울 만큼 비료생산이 결정적으로 중요한데, 만일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이 중단되어 비료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면 올해 식량생산이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붕>은 2021년 1월 평안남도에서 입수했다는 정보가 들어있는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는데, 한국무역협회는 간첩을 북에 침투시켜 첩보활동을 벌이는 정보기관이 아니다. 대북정보는 국정원이 독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니혼게이자이신붕>이 인용, 보도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국정원에서 유출된 정보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 분명하다.
<니혼게이자이신붕>이 인용, 보도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중요한 설비의 부품이 마모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마모된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하지 못해 생산이 중단되었는데, 조선의 국경봉쇄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하지도 못해 생산을 재개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나오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가동을 중지시킨 문제의 부품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라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지 못해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이런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1>
조선에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비롯한 화학공업기지들은 석탄가스화기술(coal gasification technology)을 도입하여 생산공정 전반을 완전히 개조했다. 석탄가스화기술은 석탄을 화학적으로 가공처리하여 각종 원료도 만들고, 비료도 만들고, 전기도 생산하고, 탄소배출도 억제하는 그야말로 만능의 공학기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분쇄한 석탄을 가스발생로로 보내, 섭씨 950도의 고온에서 가스화하면, 일산화탄소, 수소, 질소, 메탄, 탄산가스 등이 발생하는데, 그 중에서 질수와 수소를 합성하여 만든 암모니아를 가지고 질소비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런 공정을 거쳐 생산된 질소비료를 주체비료라고 부른다. 조선이 석탄가스화기술로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전에는 비료원료로 쓰이는 내프타(naphtha)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해야 했다. 내프타는 원유를 증류하여 추출한 탄화수소 혼합물이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석탄가스화기술로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날은 2010년 4월 29일이다. 조선의 주체비료생산은 어언 10년의 연륜을 쌓으며, 비료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추동해왔다. 10년 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석탄가스화대상건설을 완공하여 주체비료를 생산하기 시작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 조선의 비료생산체계가 건국 이래 줄곧 내프타 수입에 의존해온 상태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으니, 어찌 위훈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선에서 석탄가스화기술을 고도화, 집약화한 탄소하나화학공업(C1 Chemical Industry)이 건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석탄매장량은 거의 무진장하므로, 석탄가스화기술을 고도화, 집약화한 탄소화학공업을 건설하면 조선은 원료수입에 의존하던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화학공업의 주체화와 자급자족을 최고 수준에서 완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10년 전에 석탄가스화공법을 완성하였을 뿐 아니라, 오늘에는 그보다 더 거창한 탄소화학공업을 자체 기술로 건설하고 있는 조선에서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만들지 못한다고 서술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는 조선이 석탄가스화설비의 중요한 부품들인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자체로 만들지 못해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고, 최근에는 국경봉쇄로 수입을 할 수 없어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고 서술했지만, 조선의 화학공업기지들에 설치된 석탄가스화설비들은 조선의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자체로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구하지 못해서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는 것은 헛소문에 불과하다.
그러면 진실은 무엇일까? 2021년 2월 18일 조선중앙텔레비죤 20시 보도가 진실을 말해준다. 보도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이 승리의 신심에 넘쳐 비료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현장소식을 전하면서, 그 기업소에서 근무하는 안영철 기사장의 발언장면을 방영했다. 안영철 기사장의 말에 따르면, 지금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는 “압축기계통을 더 보강할 목표를 세우고 이 사업을 완강히 내밀고 있다”고 한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서 압축기계통을 보강하는 설비개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진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는 압축기설비에 포함되는 부품들이므로, 지금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압축기계통을 보강하는 설비개조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잠시 가동을 멈추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진실이다.
2021년 2월 2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덕훈 내각총리는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금성뜨락또르공장을 각각 현지에서 료해하였는데,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현지에서 료해하는 중에 “설비들의 정비보수를 계획적으로 진행할 데 대하여 언급”했고, 생산현장에서 협의회를 진행하면서 “압축설비들에 대한 자검자수를 짜고들어 비료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이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대책하였다”고 한다. 자검자수(自檢自修)라는 말은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체로 검사하고 자체로 수리한다는 뜻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가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를 구하지 못해 무기한 가동중지상태에 빠졌다는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내용은 국정원이 유출한 왜곡된 대북정보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 분명하다.
2020년 8월 4일 <미국의소리>는 중국 해관총서통계를 인용하여 2019년 상반기에 조선이 중국산 비료 90,198t을 수입했었는데, 2020년 상반기에는 8분의 1밖에 되지 않는 11,400t을 수입했다고 하면서, 조선에서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식량난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조선의 비료수입이 대폭 감소한 것은 식량난의 전조로 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비료생산기지들에서 석탄가스화설비를 만가동하여 주체비료를 많이 생산하고 있다는 증산의 표시로 된다.
2.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어디인가?
이 글에서 두 번째로 고찰하는 대상은 통일부 장관의 이상한 발언이다. 2021년 2월 18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는데, 올해 북의 식량사정이 어떠한지를 물은 윤건영 국회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지난해 여름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규모가 20만~30만t으로 추정된다. 북에서는 해마다 식량 100만t 정도가 부족한데, (지난해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된) 20만~30만t을 더하면 북에서 필요한 식량의 부족분이 산출된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위와 같은 답변은 국정원이 유출한 정보에 근거한 것이다. 이인영 장관이 위와 같이 답변하기 이틀 전인 2021년 2월 16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서 북의 곡물수요량이 연간 550만t인데, 2020년 곡물생산은 수해와 태풍피해로 감산되어 440만t밖에 되지 않았다고 추산하면서, 110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국정원이 추론한 것처럼, 만일 올해 조선의 식량이 110만t이나 부족하다면, 식량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식량사정에 관한 국정원의 추론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이런 의문을 풀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명해야 할 문제는 국정원이 추론한 것처럼, 북의 알곡수요량이 연간 550만t인가 하는 것이다.
2017년 4월 20일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조선에서 1인당 하루 식량공급목표는 573g이라고 한다. 식량공급목표라는 말은 식량수요량이라는 말과 사실상 같은 뜻이므로, 2017년 당시 조선의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573g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3년 10개월이 지난 2021년 현재, 조선의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600g인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식량계획은 세계 각국의 1인당 식량공급권장량을 600g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쌀을 비롯한 알곡만 식량이라고 볼 수 없다. 채소, 육류, 달걀, 수산물도 식량이다. 요즈음 조선에서는 남새생산, 버섯생산, 축산물생산, 수산물생산, 과일생산이 증가하여 인민들에게 이전보다 채소, 버섯, 고기, 달걀, 물고기, 과일을 더 많이 공급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보면, 2021년 현재 조선에서 1인당 하루 식량수요량은 600g이고, 그 중에서 알곡수요량은 400g인 것으로 추산된다. 2019년 남측의 1인당 하루 알곡소비량은 164g이었는데, 북측의 1인당 하루 알곡수요량을 400g으로 추산한 것은 실제보다 더 많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외부에서 수요량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이 글에서는 알곡수요량을 400g으로 추산한다.
2020년도 조선의 총인구는 2,570만명인데, 1인당 하루 알곡수요량이 400g이면, 전체 인구의 하루 알곡수요량은 10,280t이고, 연간 알곡수요량은 375만t이다.
그런데 알곡은 축산에 필요한 알곡사료로도 쓰이고, 식품가공에 필요한 재료로도 쓰이고, 이듬해 봄에 파종할 종자로 저장되기도 한다. 거기에 더하여 도정과정 및 수급과정에서 손실되는 알곡도 추가로 계산해야 한다. 조선에서 해마다 알곡사료, 식품가공재료, 종자로 쓰이는 알곡이 얼마인지 알 수 없고, 해마다 도정과정 및 수급과정에서 손실되는 알곡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그 모든 것을 합해 120만t으로 추산한다. 그러므로 조선의 연간 알곡수요량은 495만t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국정원은 2021년 2월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의 연간 알곡수요량을 550만t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이 무슨 근거를 가지고 그렇게 추산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이 글에서 추산한 것과 비교하면 55만t이나 더 부풀려놓은 것이다. <사진 2>
그렇다면 조선의 연간 알곡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조선에서 알곡이라고 하면, 대체로 쌀과 강냉이를 뜻하는데, 그 밖에 보리, 콩, 감자, 고구마, 기타 잡곡도 알곡에 포함된다.
먼저 조선의 쌀생산량을 추산해보자. 쌀생산량을 추산하려면 벼경작지 면적을 알아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이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벼경작지는 51만1,000정보다.
그 다음으로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추산해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은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연간 3.95t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2019년 12월 30일 <로동신문> 사설에 따르면, 2020년 정보당 알곡증산목표는 10t 이상이라고 한다. 조선에서 정보당 알곡을 10t 이상 수확한 농장원에게는 다수확농민이라는 칭호를 준다. 또한 조선에서 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정보당 알곡생산량은 약 3t이다.
그런데 한국농촌진흥청은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3.95t으로 추산했으니, 이것은 조선의 정보당 쌀생산량을 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에 근접시켜 추산한 것이므로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조선에서 알곡수확량이 가장 많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은 10t 이상이고, 알곡수확량이 가장 적은 경작지의 쌀생산량은 약 3t이므로, 정보당 평균 쌀생산량은 5t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51만1,000정보에서 정보당 평균 5t씩 쌀을 생산하였다면, 2020년 조선의 연간 쌀생산량은 255만t이다.
쌀생산량을 추산한 것에 이어 강냉이생산량을 추산해보자. 강냉지생산량을 추산하려면 강냉이경작지 면적을 알아야 하는데, 한국농촌진흥청이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의 강냉이경작지는 74만정보다.
그 다음으로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을 추산해야 하는데, 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05년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은 연간 3.1t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농촌진흥청은 2020년 12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서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을 연간 2.04t으로 추산했다. 15년 전에 3.1t이었던 강냉이생산량이 해마다 늘어나기는커녕 15년 만에 2.04t으로 추락했다는 한국농촌진흥청의 추산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15년 전에 추산한 수량이지만, 오늘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해야 합리적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헤아려보면, 조선의 정보당 강냉이생산량은 연간 3.1t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74만정보에서 강냉이를 정보당 평균 3.1t씩 생산하였다면, 2020년 조선의 강냉이생산량은 229만t이다.
또한 위에 인용한 한국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조선은 콩 15만t, 보리 16만t, 감자와 고구마 54만t, 잡곡 2만t을 생산했다고 한다. 이를 모두 합하면 87만t이다.
또한 위에 인용한 한국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조선은 수해와 태풍피해로 알곡생산량이 24만t 감소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종합하면, 2020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은 547만t으로 추산된다.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실적에 비춰 보면, 위와 같은 추산은 무리한 추산이 아니다.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실적은 다음과 같다.
2014년 10월 15일 <미국의소리>에 실린 대담기사에 따르면, 2014년 9월 평양을 방문한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 부편집장은 조선사회과학원 관계자로부터 2013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은 2012년에 비해 36만2,000t이 늘어난 566만t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2014년 12월 23일 김지석 수매량정성 부상은 2014년에 조선이 가뭄피해를 있었지만 알곡생산이 5만t 이상 늘어나 571만t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 시기 조선의 알곡생산이 566만t에서 571만t으로 장성한 사례를 보면, 2020년 조선의 알곡생산량을 547만t으로 추산한 것은 합리적인 추산이다. 그러므로 지금 조선에서는 외부에서 우려하는 식량난이 발생하기는커녕 식량생산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하였으며, 알곡 52만t이 잉여농산물로 남아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사업총화보고를 하면서 “(2020년에) 농업부문에서는 지속된 혹심한 가물과 큰물,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도 과학농사, 다수확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알곡생산량을 전례 없이 높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였다.
농업생산이 증가하여 잉여농산물이 남아도는 조선은 잉여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였다. 조선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빠졌다는 헛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조선이 식량을 수출했다는 말을 믿지 않겠지만,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2014년 10월 14일 미국의 북조선전문매체 <NK 뉴스>가 중국해관통계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기간에 조선은 2011년에 중국으로부터 원조 받은 식량보다 더 많은 식량을 중국에 수출했다고 한다.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쪽은 북이 아니라 남이다. 한국농촌경제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남측의 알곡자급률은 21.7%이고, 식량자급률은 45.2%다. 북측은 식량을 자급하고 있지만, 남측은 식량을 수입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북측은 잉여농산물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지만, 남측은 식량수요량의 54.8%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기후재앙으로 세계적 범위에서 식량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여 식량수출국들이 식량수출량을 줄이거나 식량수출을 금지하면,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순위에서 최하위권으로 이미 추락한 한국은 식량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3. 종합시장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아니다
2017년 2월 27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조선 각지에서 종합시장 439개가 운영되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인공위성자료를 분석하여 종합시장의 위치를 알아내고 계산한 것이므로 비교적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2010년 조선 각지에는 종합시장이 약 200개밖에 없었는데, 7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21년 현재 조선 각지에는 500개가 넘는 종합시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선에서 종합시장은 국영상점과 함께 인민들에게 각종 소비품을 공급하는 상업봉사활동거점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은 2003년에 내각결정 제27호를 발표하여 지난 시기의 장마당을 확대, 개편하여 종합시장을 각지에 설치했고, 2004년에 재정성은 ‘시장관리소 재정관리세칙‘을 발표하여 종합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2019년 1월 2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 종합시장 30여 개가 있는데 락랑구역에 있는 통일거리시장이 평양에서 가장 큰 종합시장이라고 한다. 조선 각지의 종합시장들 가운데서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수남시장이 규모가 가장 큰데, 면적을 비교하면, 서울에 있는 동대문시장보다 두 배 더 크다고 한다. 수남시장에 들어찬 각종 매대는 약 17,000개다.
조선의 경제사정에 대한 왜곡보도를 들어온 사람들은 조선 각지에 있는 500여 개가 넘는 종합시장들에서 주로 중국산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10여 년 전의 과거사다. 그 동안 조선의 생산력이 날로 장성하여 경공업부문과 농업부문에서 잉여생산물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요즈음은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들이 구석으로 밀려났고, 조선산 상품을 판매하는 매대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조선에서 종합시장이 해마다 확대되는 현상을 두고 외부에서는 1980년대 중국이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대형시장들이 생겨나던 경험을 회상하면서 오늘 조선에서도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맹아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런 착각은 조선의 종합시장(general market)과 자본주의나라의 자유시장(free market)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의 종합시장은 자본주의나라의 자유시장과 어떻게 다른가? 자본주의사회의 자유시장에서 상업활동의 주체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개인이다. 예컨대, 전자업체가 자체로 생산한 전자제품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유통업체가 전자제품을 수매하여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생산업체도 사적으로 소유한 생산수단이고, 유통업체도 사적으로 소유한 생산수단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주의나라 조선에는 모둔 사회적 생산수단이 개인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국가적 소유 또는 협동적 소유다. 이를테면, 기업소와 공장은 국가적 소유이고, 협동농장과 협동단체는 협동적 소유다. 국가적 소유와 협동적 소유를 합해 사회주의적 소유라고 부른다.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한 경제현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업소와 공장은 생산물 가운데서 국가계획으로 정한 생산목표에 해당하는 생산물을 국가에 납품하고 남은 잉여생산물을 판매하여 수익금을 얻는데, 종합시장에서 판매하거나 해외에 수출하여 수익금을 얻게 된다. 기업소와 공장이 수익금을 지출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토지사용료, 설비사용료, 전기사용료로 국가에 납부한다.
2) 자체로 생산하지 못하는 원료와 자재를 다른 기업소나 공장에서 구입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다.
3) 로동일수에 따라 종업원의 생활비로 평등하게 분배한다.
4) 잉여생산물을 종합시장에서 판매하여 얻은 수익금을 기업운영과 공장운영을 위해, 그리고 종업원들의 생활향상을 위해 지출한다.
바로 이것이 조선의 사회주의기업경영방식이다. 그러므로 조선 각지에 대형 종합시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선 것은 기업소와 공장의 생산량이 대폭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이다. <사진 3>
다른 한편, 협동농장의 농산물처분방식은 다음과 같다.
1) 국가계획으로 정한 생산목표에 해당하는 농산물을 현물로 국가에 납부한다.
2) 비료사용료, 토지사용료, 농기계사용료, 전기사용료, 농업용수사용료를 농산물로 국가에 납부한다.
3) 국가는 협동농장이 생산한 농산물 가운데 약 30%를 현금으로 수매한다.
4) 국가는 현물로 납부받은 농산물과 현금으로 수매한 농산물을 인민들에게 식량으로 공급한다. 국가는 식량공급가격을 저렴하게 정하여 인민들에게 공급한다.
5)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농산물은 로동일수에 따라 농장원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한다.
바로 이것이 조선의 사회주의협동농장경영방식이다. 재정성이 발표한 지시 제30호에 따르면, 조선의 종합시장에서 “승인된 개별적인 봉사원들”이 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시장관리소의 승인을 받은 개인이 종합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데, 농장원은 자기에게 분배되어 식량으로 소비하고 남은 잉여농산물이나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종합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 각지에 대형 종합시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선 것은 협동농장의 생산력이 대폭 늘어났음을 말해주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이다.
기업소와 공장에서 생산이 장성할수록 종업원들에게 분배되는 생활비가 증액되고, 협동농장에서 생산이 장성할수록 농장원들에게 분배되는 농산물이 증대된다. 생산장성과 분배증가의 지속적인 선순환과정을 통해 조선의 사회주의경제는 보건재앙과 기후재앙과 경제제재라는 삼중장애를 뚫고 자력번영과 인민생활향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4. 조선의 GDP 성장률은 얼마인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언급하자, 남측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경제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고 왜곡한 보도기사를 쏟아냈다. 경제발전목표에 크게 미달되었다는 말과 경제가 실패했다는 말은 전혀 다른 뜻인데도, 그처럼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조선의 경제사정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파악하려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조선이 달성하려고 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2019년 4월 21일 일본 <마이니찌신붕> 보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조선이 달성하려고 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는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성장률을 연평균 8%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5년 동안 한국의 GDP 성장률은 2%대에 머물렀고, 중국의 GDP 성장률은 6%대에 머물렀는데, 조선은 8%에 이르는 매우 높은 성장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사진 4>
그러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기간에 조선이 달성한 GDP 성장률은 얼마였을까?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해인 2016년 조선의 GDP 성장률은 3.9%였다고 한다. 2018년 10월 14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박사는 <교도통신>과의 대담에서 2017년 조선의 GDP 성장률이 3.7%였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행하는 기간에 조선이 달성한 GDP 성장률은 연평균 3.5%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GDP 성장목표를 8%로 설정했는데, 실제로는 3.5% 수준에 머물렀으므로, 김정은 총비서는 엄청나게 미달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북측의 연평균 GDP 성장률이 3.5% 수준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남측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6%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남측의 GDP 성장률은 2010년까지만 해도 6.8%라는 비교적 높은 수준에 도달했었는데, 2011년에는 3.7%로 급감했고, 그 이후에는 2% 수준으로 더 떨어졌으며, 보건재앙이 휩쓴 2020년에는 마이너스 1%로 추락했다. 수출에 의존하여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났으므로, 대외의존형 경제를 건설한 남측은 수출길이 날로 협소해지는 오늘의 각박한 현실에서 경제난에서 탈출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쪽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이다.
자본주의세계시장에 편입된 남측의 대외의존형 경제와 다르게, 북측의 자급자족형 경제는 자본주의세계시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력으로 경제건설을 추진한다. 그래서 지금 조선에서는 자력갱생로선을 안받침하는 자급자족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경제활동에서 주체화와 현대화를 실현하는 목표와 함께 원료, 연료, 자재의 국산화와 재자원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