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12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극우이념중독자들의 기괴한 정신병리현상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인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 인용문은 지난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그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한 선고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 인용문은 객관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법무부와 검찰이 증거도 없이 꾸며낸 허구적 내용을 헌법재판소가 그대로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소한 정당해산청구건을 매우 신중하고 공정하게 다루었어야 할 헌법재판소가 증거도 없는 허구적 내용에 의거하여 정당해산이라는 사상 초유의 판결을 내렸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사진 1> 따지고 보면, 허구라는 것은 공중에 떠다니는 검은 연기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의 두뇌에서 일어나는 의식활동의 산물이므로, 위에 인용한 선고문의 허구적 내용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가운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한 8명 재판관의 두뇌 속에서 일어난 의식활동의 결과인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결정한 8명 재판관의 두뇌는 어떤 특정정치이념을 맹신하는 의식활동에 주파수가 맞춰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의식활동을 사로잡은 특정한 정치이념은, 두말할 나위 없이 극우이념이다. 그들의 의식활동이 극우이념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기로 하고, 우선 극우이념에 대해 논하면 다음과 같다. 극우이념과 극좌이념은 서로 용납 못할 대척점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극단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극단성에는 마약성분과 유사한 중독성이 내포되었으므로, 극단적인 정치이념에 한 번 사로잡힌 사람은 누구나 정상적인 사리판단을 하지 못하고 맹신과 맹종에 빠진다. 극우독재나 극좌독재가 파괴적이고 광란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두 눈의 초점이 풀린 마약중독자에게 사물의 어떤 이치를 알아듣게 설명해주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극우이념중독자들이나 극좌이념중독자들은 자기들의 극단적 정치이념과 다른 그 어떤 정치이념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극우독재나 극좌독재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한 광란극으로 막을 내리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정상적인 의식활동으로 공정하게 법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극우이념을 맹신하는 것은 비단 이번에 강제해산당한 통합진보당만이 아니라 헌법을 신뢰하는 한국국민 모두에게 불행과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극우이념중독자들이 드러내는 반이성적 행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부정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의 본질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역사적 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지만, 그 정치이념이 세계정치현실 속에서 실재하는 양상은 실로 다양하다. 이를테면, 오늘날 세계정치현실에 실재하는 민주주의라는 특정정치이념의 양상은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 등으로 분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통합진보당 강령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는 세계정치현실 속에 실재하는 여러 가지 양상의 민주주의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역사적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민주주의를 다양하게 실현해가는 세계정치현실을 감히 부정하려든다. 부정할 수 있는 것을 부정해야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객관현실을 자기들 손바닥으로 가리며 부정하려는 것이야말로 반이성적인 행태가 아닌가! 둘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극우이념을 맹신하는 탓에 이성이 마비된 정신병리현상을 드러낸다.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보면,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극우반공주의 맥카시즘(McCarthism)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이 적색공포증(red scare)이라는 기괴한 정신병리현상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나타난다. 모든 정치이념이 제각기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하는 것처럼, 극우이념도 사회계급관계를 반영한다. 사회과학개념을 준용할 필요 없이 그냥 통속적 개념으로 설명하면, 오늘날 부유층, 중산층, 근로대중으로 분화된 한국의 사회계급관계와 그에 상응한 각이한 정치이념을 다음과 같이 대별할 수 있다. 극우반동주의(far-right reactionism)는 극소수 부유층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극우정치이념이고, 자유민주주의는 부유층과 중산층이 불안정하게 공유하는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우파정치이념이고, 사회민주주의는 중산층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중도우파정치이념이고,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인 근로대중의 사회계급적 이해를 반영한 중도좌파정치이념이다. 위와 같은 정치이념지형을 이해하면, 오늘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극우반동주의가 진보적 민주주의를 ‘종북이념’으로 몰아 압살하는 한편, 사회민주주의를 불온시하는 지배적인 정치이념으로 되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원래 자유민주주의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용인하고,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친화적인데, 지금 박근혜 정권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사회민주주의를 불온시하는 것은 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극우반동주의를 맹신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명백한 증거다.
우여곡절 많은 한국정치사가 말해주는 한 가지 진실은,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진 극우독재의 장기적 발호가 김영삼 정권 시기에 조금 수그러들었고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상당히 위축되었다가 이명박 정권 시기에 반전되더니 박근혜 정권에 와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사진 2>
사실관계가 그러한 데도, 지난 12월 20일 박근혜 대통령은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 결정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고 논평하였다. 현 정권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압살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극우독재의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냈는데도, 그 정권의 수장은 현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냈다는 심한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것은 맹신이 낳은 착각이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극우독재는 사회구성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근로대중의 정치적 진출을 저지, 탄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산층의 정치적 성장마저 방해하고, 노인, 여성, 학생, 장애인, 빈민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을 원천봉쇄하거나 감축하면서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사회경제적 권익을 극소수 부유층에게 ‘합법적으로’ 대량이전함으로써 부익부 빈익빈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다. 김낙연 동국대학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사회에서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소득 하위 40%는 전체 소득의 2%밖에 차지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모든 사회적 재부가 상위 10%의 부유층에게 극심하게 편중되는 빈부격차는 극우반동주의를 맹신하는 극우독재의 산물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극우독재의 민낯이 백일하에 뻔히 드러났는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자기들이 아직도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심한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진 한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진보정당을 압살하고,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짓밟고, 심지어 일부 중산층마저 민생파탄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셋째, 극우이념중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숨은 목적”을 가졌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을 이른바 ‘종북정당’으로 낙인찍기 위해 조작해낸 기만적 궤변이다. 한국의 극우이념중독자들이 말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란 북에 현실로 존재하는 조선식 사회주의를 말하는데, 법무부와 검찰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은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하였는지를 입증하지 못하자 그 당이 그런 목적을 숨겼다는 이른바 목적 은닉설을 날조하였다. 만일 그들의 궤변처럼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목적을 정말로 숨겨놓았다면, 법무부는 그것이 어디에 은닉되었는지를 밝혀주는 확실한 증거를 법정에 제시했어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날조한 목적은닉설을 꺼내놓았고, 헌법재판소는 그런 목적은닉설에 의거하여 강제해산을 서둘러 판결하였다. 이번 정당해산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통합진보당이 숨겨놓은 ‘목적’을 찾아내려고 그 당의 강령을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찾아내려고 애썼어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은 검찰이 찾아내려고 하였던 그런 목적을 애당초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12월 19일부 보도기사에서 “(통합진보당의) 강령에는 명시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헌재는 (통합)진보당이나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펴낸 <강령해설자료집>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 <집권전략보고서> 등의 내용과 지도부 등의 발언을 종합해, ‘강령의 목표는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강령의 목표를 북한식 사회주의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비교해 보니 거의 전체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런 판단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수많은 글과 발언 중 (헌재의) 결론에 필요한 부분만 가져와 끼워맞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다. 통합진보당 강령을 뒤진 검찰이 찾아낸 것은 조선식 사회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다. 통합진보당이 조선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숨은 목적을 가졌다는 그들의 황당무계한 주장은 조선식 사회주의를 찾지 못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찾아내자 그 양자가 동일하다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동일하다고 우긴 압살음모
진보적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조선식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그 양자를 동일시한 법무부, 검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 억지인지 밝혀낼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서 제시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은 주요산업 국유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주요산업 국유화란, 쉽게 말해서, 거대재벌들이 독점한 주요산업을 재벌소유에서 국가소유로 전환시킴으로써 주요산업이 창출하는 이익을 전체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하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국민들이 열망하는 경제민주화는 주요산업을 국유화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주요산업 국유화란 말만 들어도 펄쩍 뛰며 경련을 일으킨다. 그런 까닭은, 그들이 국유화라는 말에 대해 극심한 무지와 오해와 편견을 가졌기 때문이다. 국유화란 말만 듣고 경련을 일으킬 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보고 주요산업 국유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기획재정부장관이 지정한 공공기관은 286개다. 그 가운데 공항, 항만, 철도, 수자원, 광물, 석탄, 석유, 전력, 가스, 원자력, 토지주택, 철도, 도로, 국제자유도시개발, 조폐, 관광, 국민연금 등 주요산업은 재벌에게 넘어가지 않고 공기업화되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이 제시한 주요산업 국유화는 기존 286개 공유기업을 국유기업으로 전환시키고, 국유화 범위를 재벌소유기업들까지 확대하여 한국 경제의 재벌독점구조를 완전히 해체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극소수 거대재벌이 독점해온 사회적 재부가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과 중산층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될 것이고, 한국 사회는 부익부 빈익빈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사회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사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집권한 사회민주당이 추구하는 사회민주주의는 정부가 세금징수로 확보한 사회적 재부를 근로대중과 사회적 약자들과 중산층에서 분배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정치이념이지만, 이번에 강제해산당한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한국 경제의 재벌독점구조를 해체하고 주요산업을 국유화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자는 정치이념이다.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은 왜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하였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답변은 통합진보당이 ‘종북정당’이기 때문에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하였다는 식인데, 이것이야말로 통합진보당의 행동을 무조건 종북모략의 억지논법으로만 규정하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를 택한 까닭은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사회민주주의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였다는 나라는 스웨덴인데, 한국은 그 나라처럼 과연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6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심의한 자료를 분석한 <한겨레> 2014년 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스웨덴보다 무려 50년이나 뒤졌다. 그처럼 낙후한 한국에서 사회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를 바라는 허망한 기대로 보인다.
둘째, 앞으로 50년 뒤에 한국이 스웨덴 수준의 사회복지제도를 수립하는 불가사의한 기적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도, 그것으로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회복지제도에서 한국보다 50년이나 앞선 스웨덴은 주요산업을 국유화하지 않고 세금징수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여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고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사진 3>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이매뉴얼 월러스타인(Immanuel Wallerstein)이 사회민주주의는 환상이므로 거기에 미래가 없다고 설파한 것처럼, 사회민주주의로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이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복지국가들이 남긴 실패의 교훈인 것이다. 위와 같은 세계정치현실을 살펴볼 때, 통합진보당이 스웨덴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사회민주주의의 환상을 포기하고, 사회민주주의보다 더 과학적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것은 지당한 일이고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권장을 받아야 할 일이다. 한국에서 진보정치의 미래는 비과학적이어서 결국 실패로 끝난 사회민주주의가 아니라 과학적이어서 성공하게 될 진보적 민주주의인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성공을 약속하는 미래만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인 주요산업 국유화는 1941년 11월 28일에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에 명시되었다. <사진 4> 그 건국강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한 이승만 계열 극우이념중독자들의 폭거로 끝내 실현될 수 없었으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주요산업을 국유화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건국노선에 따라 신생독립국을 건설하려고 하였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1987년 10월 29일에 개정된 현행 헌법에는 현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되었는데, 그런 사실을 명시한 헌법을 누구보다 성실히 준수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 명시된 주요산업 국유화를 범법행위로 판시하였으니,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쪽은 통합진보당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판결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을 부정한 반역사적 행위이며, 현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하였음을 명시한 현행 헌법을 훼손한 위헌행위다. 그러면 헌법재판소가 선고문에서 지적한 ‘북한식 사회주의’, 더 정확히 표현해서 조선식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민주주의가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정치적 현실에 따라 여러 가지 양상의 민주주의로 분화된 것처럼, 사회주의도 서로 다른 시대적 환경과 사회정치적 현실에 따라 여러 가지 양상의 사회주의로 분화되었다. 그런 까닭에 북에 실현된 조선식 사회주의는 지난 시기 존재하였다가 사라진 소련식 사회주의와 다르고, 오늘 현존하는 중국식 사회주의나 중남미식 사회주의와도 다르다. 뭐가 어떻게 다른가? 사회과학개념을 준용할 필요 없이 그냥 통속적 개념으로 설명하면, 조선식 사회주의는 북에서 말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독자적인 사회주의다. 북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인용하면, 사회정치적 생명체란 수령, 당, 대중이 사회정치적 생명을 공유하는 사상의 순결체, 조직적 전일체, 행동의 통일체를 뜻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사회주의들과 달리 조선식 사회주의는 그런 순결체, 전일체, 통일체를 실현한 ‘주체의 사회주의’라는 것이다. 또한 북에서 통용되는 논리를 인용하면, 선군혁명령도란 노동계급보다 혁명군대를 더 선진적인 혁명역량으로 앞세우고, 무엇보다 군사를 가장 중시하는 새로운 영도방식으로 조선식 사회주의를 발전시킨다는 뜻이다. 위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처럼, 통합진보당이 추구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은 주요산업 국유화와 주한미국군 철군이고, 북에 실현된 조선식 사회주의의 핵심내용은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다. 누가 보더라도,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일 ‘사회정치적 생명체’와 ‘선군혁명령도’를 암시하는 내용이 통합진보당 강령에 털끝만큼이라도 숨어있다면,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를 동일시한 헌재판결을 무분별한 확대해석이라고 논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강령에서는 그런 내용을 암시하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동일하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 데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이 그 양자가 동일하다고 주장한 것은 논박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다. 명백하게도, 극우이념중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을 압살하려는 목적에 극도로 집착한 나머지 진보적 민주주의와 조선식 사회주의가 같은 것이라는 궤변을 ‘증거’라고 우긴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간지 <한겨레>는 지난 12월 19일부 보도기사에서 “(통합)진보당이 전체적 차원에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미군 철수 요구와 자주, 민주, 통일이념 등을 나열하며 ‘결국 북한추종세력’이라고 규정한 셈”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면 철군을 공약한 지미 카터도 ‘종북대통령’인가?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에는 다른 나라 진보정당들의 진보적 민주주의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수강령이 있다. 그것은 주한미국군 철군이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교전을 중지한 정전상태에 있으며, 한반도의 절반이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은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체제 수립, 그리고 대미자주권 확립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치과업이다. 그런데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위와 같은 현실을 뒤집어놓고 거꾸로 생각한다. 그들은 주한미국군이 북의 남침위협을 억제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영구히 주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현실은 그들의 주관적인 생각과는 정반대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면 주한미국군 철군은 불가피하며 필연적이다. 주한미국군이 주둔하는 한,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자기의 한국 지배권과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해보려고 한국에 자국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자국군대를 주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그처럼 주한미국군을 앞세워 한국 지배권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북과 충돌하여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주한미국군을 앞세워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다가 중국, 러시아와도 심각한 갈등을 빚어 역내안정을 해칠 위험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오늘 극도로 악화된 북미관계가 그런 현실을 말해주고 있으며, 또한 갈등이 차츰 심해지는 중미관계와 러미관계가 그런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대미자주권을 확립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통합진보당이 주한미국군 철군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내용으로 포함시킨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한국 국민들과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극우이념중독자들은 언급을 회피하지만, 미국의 각계층에서도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케이토연구소(Kato Institute) 선임연구원 덕 밴도우(Doug Bandow)는 1990년대 이후 줄곧 주한미국군 철군을 주장해오고 있고, 2006년 7월 28일 미국의 군사전문 언론인 리처드 핼로런(Richard Halloran)은 외교안보전문 웹사이트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였으며, 2010년 7월 7일 당시 미국 연방하원 금융위원장이었던 바니 프랭크(Barney Frank)는 연방의회에서 주한미국군 철군문제를 제기하였고, 2014년 7월 24일 미국 육군 동북아시아 담당 해외지역 정보장교인 크리스토퍼 리(Christopher Lee)는 안보외교전문지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을 주장하였다.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하는 미국 각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제39대 대통령 지미 카터(Jimmy Carter)가 제시한 철군공약이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였던 1975년 1월 <워싱턴 포스트>와 진행한 회견에서 주한미국군 철군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비록 그는 미국내 반대파의 철군반대여론을 넘지 못하여 자기의 철군공약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대통령직 임기를 마쳤지만,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주한미국군 철군공약을 실행에 옮기려고 힘썼다. 만일 한국의 극우이념중독자들이 꺼내놓은 억지주장대로 통합진보당이 자기 강령에 명시한 주한미국군 철군이 북의 철군요구를 추종한 것이라면, 주한미국군 철군을 요구한 지미 카터를 비롯한 미국의 각계층 인사들도 통합진보당처럼 북의 철군요구를 추종하였다는, 말이 되지 않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극우이념맹신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병리현상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없는 일을 날조한 궤변과 억지를 진실로 믿어버리는 도착증이다.
압살폭거 돌파하고 제3진보정당으로 부활하게 될 진보적 민주주의
1940년대 말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맥카시즘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자기를 비판, 반대하는 각계층 인사들을 ‘소련추종자’로 몰아 감시하고 탄압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당시 극우독재정권의 감시와 탄압을 받은 수많은 각계층 미국인들 가운데는 음악계의 거장 러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최고의 희극배우로 세계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이론물리학의 거봉 앨벗 아인스타인(Albert Einstein), 미국 핵개발 총책임자였던 이론물리학자 로벗 아픈하이머(J. Robert Oppenheimer),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머스 만(Thomas Mann), 미국 연극문학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 소설 ‘젊은 사자들’로 유명한 작가 어윈 쇼우(Erwin Shaw), 1952년 깐느국제영화제에서 최고여배우상을 수상한 리 그랜드(Lee Grant) 등도 포함되었다. <사진 5> 맥카시즘에 중독된 미국의 극우독재정권이 비판자, 반대자들을 소련을 추종하는 ‘종소세력’으로 몰아 탄압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극우반동주의에 중독된 한국의 극우독재정권은 자기를 비판, 반대하는 통합진보당을 북을 추종하는 ‘종북정당’으로 몰아 압살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계승한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기치를 들고 창당되었던 2000년 1월 이후 14년만에 극우독재정권에 의해 강제해산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 비운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진보정치세력이 열망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통합진보당과 운명을 같이하는, 10만 명에 이르는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심장에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극우독재정권은 통합진보당을 압살하였지만, 그 당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10만 개 심장에 간직된 진보적 민주주의까지 말살하지는 못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진보적 민주주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의 굴함 없는 신념과 투쟁에 의해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계승한 제3진보정당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8.15 해방 직후 38도선 이남지역에 출현하여 벌써 관 속에 들어갔어야 할 낡은 극우독재가 결국 소멸되고, 새로운 세기의 첫 해 2000년에 등장하여 파란을 뚫고 성장의 길을 걸어온 새로운 진보정치가 마침내 승리하는 것, 이것은 새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하는 역사의 합법칙적 발전경로다.
모략소동과 탄압음모와 압살폭거 속에서도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공적이 한국정치사에서 영원히 기억되고, 그 당을 강제해산한 극우독재정권의 폭거가 반드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 이것은 사필귀정의 법칙이다. <사진 6> 정상적 사리판단을 하는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데, 극우반동주의를 맹신, 맹종하는 극우이념중독자들만 모르는 사필귀정의 역사가 있다. 극우독재자 이승만은 민심이반으로 통치위기에 빠지자 사회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강령에 명시한 진보당을 강제해산하고 1959년 7월 31일 그 당의 지도자 조봉암을 사형에 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고, 극우독재자 박정희는 민심이반으로 통치위기에 빠지자, 존재하지도 않는 인민혁명당 재건사건을 날조하여 1975년 4월 8일 진보정치활동가 8명을 사형에 처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그런데 1960년 4월 19일 민주항쟁이 일어나자 이승만은 경무대에서 쫓겨나 미국 하와이로 도주하더니 1965년 7월 19일 그곳의 요양원에서 객사하였고, 1979년 10월 16일 부산과 마산에서 민주항쟁이 일어나자 박정희는 궁정동 안가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자기 심복의 총에 피격, 살해당했다. 집권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이어 터져나온 대선부정의혹, 세월호 참사, 정윤회 사건이 민심이반을 촉발시켜 결국 심각한 통치위기에 빠진 박근혜 정권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한 통합진보당을 ‘종북정당’으로 몰아 강제해산시키고 그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는 폭거를 자행하였다. 자유민주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진 극우독재정권의 운명은 코앞에 다가온 2015년에 어떻게 될 것인가? 사필귀정의 역사가 그 운명에 대해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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