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

위기의 악순환은 남북정상회담 가로막지 못한다

[한호석의 개벽예감](289)
자주시보 2018년 03월 0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헛소문

2. 스위스 핵공학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핵탄두 설계도

3. 조선은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할 것이다 

4. 위기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결정의 시각



1.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헛소문

혹세무민하는 헛소문이 떠돌고 있다. 백악관과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헛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헛소문이란 백악관의 대조선압박과 청와대의 조미중재를 잘 조합하면,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태가 몰아닥친 백악관은 조미핵대결 패배에 아직 승복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선을 ‘최대압박공세’로 몰아붙이면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백악관의 그런 움직임에 부화뇌동하는 청와대는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를 서면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헛소문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요즈음 백악관이 그렇게도 하고 싶어 하는 대조선비핵화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이미 오래 전에 영영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앞으로 100년 동안 ‘최대압박공세’로 조선을 몰아붙인대도, 그리고 청와대가 조미중재를 100번 거듭한대도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2월 23일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백악관에서 대조선단독제재를 추가한다고 발표하는 장면이다. 미국은 해상차단이니 뭐니 하는 대조선압박강도를 계속 높여가면 그에 견디지 못한 조선이 조만간 비핵화협상에 끌려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그런 기대야말로 오뉴월 개꿈이다. 백악관이 앞으로 100년 동안 최대압박공세로 조선을 몰아붙인대도,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조미핵대결에서 미국이 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국은 '비핵화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 조건 없는 조미회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왜 그런가? 백악관이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비핵화협상의 적기를 놓쳤다는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 자신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2017년 10월 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에 출연하여 “북조선의 핵문제는 25년 전에 해결되었어야 했으며, 오바마 행정부라도 해결했어야 한다. 그런데 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엉망진창(mess)으로 넘겨받았다”고 투덜거렸다. 오바마 행정부가 조선의 ‘핵문제’를 해결했어야 한다고 투덜거린 그의 지적은 대조선정책이 실패한 책임을 오바마 행정부에게 떠넘기고 발뺌하는 수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오바마 행정부 집권기인 2013년 3월, 그들이 대조선비핵화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실낱같은 가능성마저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 가능성이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사연은 다음과 같다.  

   

2013년 4월 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채택하였다. 그 법령 제2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력은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 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고 명시하였다. 이 조항은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단순히 전쟁수단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자기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국가수호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는 문제, 다시 말해서 국가수호임무는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있다. 국가수호문제를 놓고 다른 나라와 협상하는 주권국가는 이 세상에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3년 4월 1일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국가수호수단으로 법제화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비핵화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해체하려는 비핵화협상은 조선의 국가주권을 모욕하고 훼손하는 굴욕협상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국가의 주권과 존엄을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는 조선이 주권과 존엄을 모욕하고 훼손하는 굴욕협상에 응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백악관이 대조선비핵화협상의 마지막 가능성마저 영영 사라진 때로부터 무려 5년이나 지난 요즈음 뒤늦게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조미핵대결에서 패배하여 가위눌린 패자의 잠꼬대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2. 스위스 핵공학자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핵탄두 설계도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여 가위눌린 백악관이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는 대조선비핵화협상은 위에 서술한 것처럼 이미 5년 전에 그 실낱같은 가능성마저 완전히 사라져버렸는데, 기술적 측면을 살펴봐도 비핵화가 실현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백악관이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는 조선의 비핵화가 기술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래의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 6월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하였다. 그 보도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2006년 스위스 사법당국은 1,000 기가바이트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된 핵탄두 설계도면들이 저장된 컴퓨터 여러 대를 압수하였다. 그 핵탄두 설계도는 스위스의 핵공학자 프리드리히 티너(Friedrich Tinner)와 그의 두 아들이 각각 소유한 컴퓨터들에서 발견되었다. 프리드리히 티너는 지난 시기 파키스탄 핵무기개발사업을 총지휘하였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오랜 협력자였는데, 그가 2000년경 미국 중앙정보국(CIA)에게 첩자로 포섭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2년 9월 24일 스위스의 핵공학자 프리드리히 티너가 스위스 벨린조나 연방고등법원에서 떠나는 장면이다. 그는 지난 시기 파키스탄 핵무기개발사업을 총지휘하였던 압둘 카디르 칸 박사의 오랜 협력자였다. 2006년 스위스 사법당국은 티너와 그의 두 아들이 소유한 컴퓨터들을 압수하였는데, 거기에는 방대한 분량의 핵탄두 설계도면들이 들어있었다.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넘겨준 핵탄두 설계도와 중국이 파키스탄에게 넘겨준 핵탄두 설계도였다. 조선이 설계한 핵탄두는 중국이 설계한 핵탄두에 비해 크기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되었고, 핵폭발력은 두 배로 더 강해졌을 뿐 아니라, 현대적인 전자장치들이 내장된 강력한 핵탄두였다.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면, 조선은 1994년부터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2018년 3월 현재 핵탄두 약 264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압수된 컴퓨터들에는 두 종류의 핵탄두 설계도가 저장되어 있었다. 중국이 파키스탄에게 넘겨준 핵탄두 설계도와 조선이 파키스탄에게 넘겨준 핵탄두 설계도였다. 핵전문가들이 그 설계도면들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조선이 설계한 핵탄두가 중국이 설계한 핵탄두에 비해 크기는 절반으로 줄어들어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소형화되었고, 핵폭발력은 두 배로 늘어나 더 강해졌을 뿐 아니라, 현대적인 전자장치들이 내장된 강력한 핵탄두였다는 사실이다. 

이건 무슨 뜻인가? 미국은 이미 프리드리히 티너의 첩보활동을 통해 조선이 고도화된 핵탄두제조기술을 가졌다는 사실을 2000년경에 알았으면서도,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면서 지난 10년 동안 ‘비핵화 잠꼬대’를 중얼거리며 혹세무민해온 것이다. 



2006년 당시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그냥 넘어갔지만, 설계도에 나타난 핵탄두는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던 칸 박사가 평양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떨어진 어느 지하시설에 들어가 관찰, 견학하였던 3발의 실물 핵탄두, 직경이 약 60cm이고, 64개 뇌관이 정밀하게 장치된 바로 그 소형화된 핵탄두였다. 1999년 당시 조선은 칸 박사에게 그 소형화된 핵탄두를 관찰, 견학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그에게 방대한 분량의 핵탄두 설계도면들까지 넘겨주었던 것이다. 

2017년 12월 11일과 12일 평양에서 진행된 제8차 군수공업대회 대회장 입구 벽면에 전시된 사진문헌들 가운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탄두를 살펴보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문헌도 있었는데, 그 사진문헌에 나타난 은백색으로 빛나는 구면체는 조선이 1999년에 칸 박사에게 설계도를 넘겨주었던 바로 그 소형화된 핵탄두다.  

조선이 칸 박사에게 핵탄두 설계도를 넘겨준 때로부터 17년이 지난 뒤에,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국외로 유출된 그 핵탄두 설계도의 존재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던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2016년 3월 9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전하면서 은백색으로 빛나는 구면체가 촬영된 여러 장의 사진을 보도하였는데, 그 사진들에 나타난 은백색 핵탄두가 바로 위에서 서술한 설계도에 나오는 바로 그 소형화된 핵탄두다.  



위에 서술한 내용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 소형화된 핵탄두가 내폭형 핵탄두(implosion-type nuclear warhead)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조선이 이미 1990년대에 화성-7 중거리탄도미사일(파키스탄은 이 미사일 완제품을 수입하여 ‘가우리’라는 이름을 붙였다)에 장착되는 내폭형 핵탄두를 생산하고 있었고, 그 첨단비법을 파키스탄에 전수하였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보를 파악하면, 조선이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기 시작한 시점이 1994년경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일본 <교도통신> 1995년 9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1994년에 화성-7 중거리탄도미사일 개발사업을 완료하고 1995년부터 실전배치하기 시작하였으므로,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1994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생산하였을까? 위에서 서술한 조선의 내폭형 핵탄두는 우라늄으로도 만들 수 있고, 플루토늄으로도 만들 수 있고,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혼합하여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선이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생산하였는지를 알아보려면, 조선이 무기급 농축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 2008년 10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43~47.5kg을 생산한 것으로 추산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가 가동을 시작하였던 1987년부터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였던 2007년 2월까지 그 원자로에서 연소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무기급 플루토늄 43~47.5kg을 생산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5메가와트급 원자로에서 연소된 폐연료봉 8,000개를 모두 재처리하면 무기급 플루토늄 96kg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1987년부터 2007년 2월까지 조선이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은 96kg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6자회담 합의에 의해 2007년에 가동이 중지되었던 5메가와트급 원자로는 2013년 8월부터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그 원자로에서 연소된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무기급 플루토늄을 연간 7kg씩 생산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지난 4년 반 동안 무기급 플루토늄 30kg이 생산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W. Bennet) 박사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04년 가을에 펴낸 ‘한국국방분석저널(The 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에 실린, 러시아 해외정보국 보고서를 인용한 논문에서 조선이 1992년에 소련에서 무기급 플루토늄 56~200kg을 밀반입했다고 서술하였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조선은 자체로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 126kg과 러시아에서 수입한 무기급 플루토늄 56~200kg을 합해, 모두 182~326kg에 이르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보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 2008년 10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무기급 플루토늄 2kg으로 소형화된 핵탄두 1발을 만드는 고도의 핵탄제조기술을 가졌다고 한다. 그에 비해, 전략핵탄두와 열핵탄두에는 무기급 플루토늄이 10kg씩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조선은 182~326kg에 이르는 무기급 플루토늄을 가지고 전술핵탄두를 약 100발, 전략핵탄두와 열핵탄두를 약 10발을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3>



▲ <사진 3> 평안북도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원심분리기시설은 지난 8년 동안 가동되어왔다. 그 시설에서는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우라늄이 연간 40kg씩 생산된다고 한다. 이런 사실 하나만 봐도, 조선이 얼마나 많은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는지 직감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유렌코 그룹에서 만든 첨단 원심분리기를 촬영한 것이다. 영국의 스탁 파지스에 본부를 둔 유렌코 그룹은 지분을 영국 정부가 3분의 1, 네덜란드 정부가 3분의 1, 독일의 두 회사가 나머지 3분의 1을 소유한 다국적회사다. 그런데 녕변핵시설단지에 있는 원심분리기들은 유렌코 그룹에서 만든 원심분리기와 같은 수준의 첨단기기다. 미국의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 박사는 녕변핵시설단지 원심분리시설을 방문하였을 때, 자기가 상상하지 못했던 초현대적인 설비가 돌아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동아일보> 2016년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핵전문가들은 조선이 2010년 11월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씩프릿 헥커(Siegfried S. Hecker) 박사에게 보여준 녕변핵시설단지 원심분리기들에서 고농축우라늄을 연간 40kg씩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에는 8년 전 미국의 핵과학자에게 보여준 녕변핵시설단지 원심분리시설만 있는 게 아니라,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은 원심분리시설들이 최소 세 군데 더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추정에 따르면, 조선의 고농축우라늄 연간 생산량은 160kg이므로, 지난 8년 동안 고농축우라늄 1,280kg을 생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은 전술핵탄두 1발을 만드는 데 고농축우라늄을 7kg씩 사용하고, 전략핵탄두와 열핵탄두를 만드는 데 고농축우라늄을 15kg씩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고농축우라늄 1,280kg을 가지고 전술핵탄두 130발, 전략핵탄두와 열핵탄두 24발을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2018년 3월 현재 조선이 보유한 핵탄두는 플루토늄 핵탄두 약 110발과 우라늄 핵탄두 약 154발을 합해 약 264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 보도에 따르면, 5대 핵강국 가운데 프랑스는 핵탄두 300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중국은 핵탄두 260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영국은 핵탄두 215발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핵탄두 보유량에서 조선은 프랑스, 중국,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강국 지위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6년 3월 8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핵시설들의 정상운영을 높은 수준에서 보장하여 필요한 핵물질들을 꽝광 생산하며 핵무기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보다 위력하고 정밀화, 소형화된 핵무기들과 그 운반수단들을 더 많이 만들 뿐 아니라 이미 실전배비한 핵타격수단들도 부단히 갱신하기 위한 대책을 따라세울 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다고 해서 국가핵무력을 강화하는 사업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이후에도 국가핵무력을 더욱 강화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요즈음 조선이 왜 비핵화라는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하는지 이해된다.   

  



3. 조선은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할 것이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8년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남측을 방문한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을 접견하면서 조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른바 ‘2단계 비핵화론’까지 설명했다고 한다. 그가 거론한 ‘2단계 비핵화론’은 조선의 비핵화과정을 핵동결 단계와 핵폐기 단계로 구분해놓고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해되지만, ‘2단계 비핵화론’을 거론한 것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잠꼬대 같은 말을 늘어놓은 것이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잠꼬대 같은 발언을 하자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취재기자들에게 김영철 통전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말했으니, 견강부회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통전부장은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였고, 2월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오찬회동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이미 밝혔다”고 한다. 김영철 통전부장의 그런 발언은 조미회담을 중재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백악관도 조선과 회담을 하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으므로, 김영철 통전부장이 이번에 조미회담에 대한 조선의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은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2월 25일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이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측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김영철 통전부장은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들과 몇 차례 회담을 진행하면서 북측은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조선이 대등한 지위에서 미국과 회담을 하겠지만,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비핵화협상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평창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나 마나 조선은 비핵화의사를 절대로 표명하지 않고, 비핵화협상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여기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중대한 문제는, 조미회담이 열리는가 또는 열리지 못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과연 어떤 의제를 놓고 회담을 시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를 정하는 문제가 풀리지 않기 때문에 조선과 미국은 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각자의 원칙적 입장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미국은 비핵화문제를 논의하는 조미회담을 요구하고 있고, 조선은 비핵화문제를 배제한 조미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쌍방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조미회담의 필요성만 거듭 확인할 뿐이고,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2018년 3월 2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2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안보자문회의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던 김영철 통전부장이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들과 몇 차례 회담하면서 북측은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조선이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려고 한다는 말은, 위에 서술한 나의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 중국,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흥 핵강국인 조선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은 미국과 회담을 하겠지만, 불평등하고 굴욕적인 비핵화협상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조미회담에서 비핵화문제를 논하지 않겠다면, 조선은 그 회담에서 무슨 문제를 논하려는 것일까?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조미회담에서 조미 쌍방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핵위협을 상호감소하는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100년이 지나도 이루어질 없는 비핵화를 덧없이 거론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미국 본토를 각각 옥죄고 있는 핵위협을 상호감소하는 시급한 당면문제부터 푸는 것이 백 번 옳은 처사다. 

그렇다면 핵위협을 상호감소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미 쌍방이 핵위협을 상호감소하는 문제를 놓고 협상하려고 할 때, 일차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백악관이 ‘키리졸브/독수리’라는 작전명칭으로 불리는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백악관은 ‘키리졸브/독수리’ 대조선전쟁연습을 평창패럴림픽 이후로 연기하였다. 

그런데 백악관은 대조선전쟁연습을 평창패럴림픽 이후로 연기하겠다고만 밝혔고, 언제부터 재개하겠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그들은 ‘모호성의 전술’을 쓰고 있는 중이다. 2018년 2월 20일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평창패럴림픽이 3월 18일에 종료되므로, 3월 18일부터 4월 1일까지 기간 중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하면서 평창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한미합동군사훈련 재개문제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조선이 비핵화의사를 밝히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평창패럴림픽 이후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2월 26일 주지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연례회동에서 “그들(조선을 뜻함-옮긴이)은 대화를 바라고 있지만,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은 조선이 비핵화의사를 밝혀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과 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하던 그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비핵화의사를 밝혀야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핵화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하겠다고 압박하는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4. 위기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결정의 시각



2018년 3월 1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 전화통화에 관한 백악관 보도자료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북조선과의 어떤 대화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명백하고 확고한 목표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였다”고 밝혔다. 

원래 백악관은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말을 녕변핵시설단지를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게 해체한다는 뜻으로 사용하였다가, 나중에는 조선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게 해체한다는 뜻으로 바꿔놓았다. 이번에 백악관이 거론한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는 말은 위의 두 가지 뜻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다.   



하지만 백악관이 조선에게 그런 식의 압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판이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김영철 통전부장은 지난 2월 26일 남측을 방문하는 중에 문재인 정부 고위관료들과 회담하면서 비핵화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혔고, 조선외무성 대변인도 2018년 3월 3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대화는 국가들 사이에 평등한 립장에서 호상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론의해결하는 대화이다. 지난 수십년 간에 걸치는 조미회담력사에서 우리는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조건적인 대화탁에 마주앉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평창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나 마나 조선은 비핵화의사를 절대로 표명하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협상 자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조선이 비핵화의사를 밝히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하게 물리치면서 비핵화협상 자체를 전면 거부하면,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할 것이다.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3월 3일 논평에서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제재에 계속 매달리고 합동군사연습을 기어코 강행한다면 우리는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미국을 다스릴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5> 



▲ <사진 5> <조선중앙통신>은 2018년 3월 3일 논평에서 미국이 제재에 매달리면서 대조선전쟁연습을 강행하면, 우리 식의 대응방식으로 미국을 다스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다스릴 우리 식의 대응방식이란 이미 완성된 국가핵무력을 내외에 시위하여 미국을 견딜 수 없게 압박한다는 뜻이다. 위의 사진은 2018년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행진에 등장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주석단 앞을 지나가는 장면이다. 9축18륜 자행발사대차에 수여된 공화국 영웅 메달이 운전석 출입문 옆에 걸려있는 것이 보인다. 조선에서 공화국 영웅 메달은 아무 대상에나 수여하는 것이 아니고, 특출한 국가수호임무를 수행한 대상에게 수여한다. 화성-15형에게 그런 공화국 영웅 메달이 수여된 것은, 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종결자였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경향신문> 2018년 3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만일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할 경우, 북한 군부는 어떤 형태로든 대응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북측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 명료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은 취재기자에게 북측의 대응방식이 미사일발사 재개를 뜻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하고, 그에 대응하여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면, 정치군사적 대결이 또 다시 벌어질 것이며, 아무도 바라지 않는 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재개하여 위기의 악순환이 또 다시 반복된다고 해도, 남과 북은 남북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킬 것이다. 위기의 악순환은 남북정상회담을 가로막을 수 없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남측과 북측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위기의 악순환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악순환을 끊어버리려면,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여 조선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고 조선과 조건 없는 회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요구는 명료하다. 위에서 인용한 조선외무성 대변인의 답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론의해결하는 대화”를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상호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1) 미국은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고,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미국의 태평양작전지대를 공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다. 

(2) 조선과 미국은 지난 65년 동안 전쟁공포와 안보불안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위태로운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3)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한 조건에서, 미국은 전쟁돌격대로 전진배치된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고, 조선은 그에 상응하여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시험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국가존립을 흔드는 핵공포에서 벗어나 국가안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남과 북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게 될 것이다. 백악관이 제 손으로 위기의 악순환을 끊어야 할 결정의 시각이 다가오고 있다. 백악관은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내려는 ‘최대압박공세’를 중지하고 조미회담을 시작해야 하고, 청와대는 조선을 비핵화협상으로 끌어내려는 조미중재를 그만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해야 한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