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6년 05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기어이’라는 낱말이 반복적으로 사용된 까닭
2. 김정은 당위원장이 계승한 ‘주체적 통일로선’
3. 김정은 당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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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어이’라는 낱말이 반복적으로 사용된 까닭
내외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가 2016년 5월 6일부터 9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가 1980년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었으므로, 제7차 대회는 36년 만에 열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는데, 이번에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는 한 세대가 지난 뒤에 개최된 것이다. 그러하였으니 남, 북, 해외 전체 민족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 그리고 전 세계 정치계와 언론계의 이목이 그 대회에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1>
김정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개회사에서 대표자 3,667명과 방청자 1,387명이 대회에 참가하였다고 언급하였다. 평양에 있는 4.25문화회관에서 3박4일 동안 진행된 대회는 5,054명이 참가한 대정치회합이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는 “1.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2. 조선로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3.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하여, 4.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우리 당의 최고수위에 높이 추대할데 대하여, 5. 조선로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 순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중요한 공식문건들이 보고되고, 토론되고, 채택되었는데, 조선의 언론에 보도된 공식문건들만 해도 방대한 분량이다. 그 공식문건들에는 지난 36년 동안 조선을 영도해온 조선로동당의 모든 사업실적과 그에 대한 평가가 담겨있고, 앞으로 조선로동당이 추진할 전략, 방침, 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그 방대한 분량의 공식문건들을 전반적으로 고찰하기에는 나의 필력이 너무 부족하므로, 이 글에서는 김정은 당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언급한 조국통일문제에 대해서만 고찰한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장장 3시간에 걸쳐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하였는데, 조선의 언론에 보도된 그 전문을 읽어보면 아래와 같은 체계로 서술되었음을 알 수 있다.
1. 주체사상,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1)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한 투쟁
2) 강성국가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
3) 혁명위업의 빛나는 계승
1)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위한 투쟁
2) 강성국가건설에서 이룩한 자랑찬 성과
3) 혁명위업의 빛나는 계승
2. 사회주의위업의 완성을 위하여
1)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
2) 과학기술강국건설
3) 경제강국건설, 인민경제발전전략
4) 문명강국건설
5) 정치군사적 위력의 강화
3.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
4. 세계의 자주화를 위하여
5. 당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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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위원장은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하여’라는 중간제목을 붙인 서술부분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지적하고, “위대한 수령님들의 필생의 뜻과 유훈을 관철하여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기어이 이룩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며 의지”라고 언명함으로써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조선로동당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를 밝혔다. <사진 2>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조선로동당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는 곧 김정은 당위원장 자신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로 된다.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김정은 당위원장의 확고한 결심과 의지에 대해서는 조선의 언론매체들만이 아니라 한국의 언론매체들도 보도한 적이 있는데, 김정은 당위원장은 자신의 그런 확고한 의지와 결심을 이번에 당 제7차대회에서 또 다시 아래와 같이 천명하였다.
“조국통일의 앞길에는 의연히 장애와 난관이 가로놓여있지만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완수하기 위한 우리 당과 인민의 투쟁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필승의 신념과 락관에 넘쳐 위대한 수령님들의 애국애족의 숭고한 뜻과 념원을 실현하기 위하여 힘차게 투쟁함으로써 이 땅 우에 기어이 존엄높고 번영하는 통일강국을 일떠세우고야말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위의 두 인용문들에 ‘기어이’라는 말이 각각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조선말대사전’에서 ‘기어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그 말뜻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라고 풀이되었다. 조국통일문제를 언급한 문장들에서 ‘기어이’라는 낱말이 그처럼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김정은 당위원장의 의지와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려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와 결심을 천명한 것과 함께 통일조국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말했다.
“조국이 통일되면 우리나라는 8천만의 인구와 막강한 국력을 가진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민족의 강의한 정신과 뛰여난 슬기로 세계를 앞서나가는 선진문명국, 동북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정의의 강국으로 그 존엄과 위용을 만방에 떨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600여 년 전 광개토왕이 영도한 최전성기의 고구려는 ‘동방의 강대국’으로 위용을 떨친 바 있었는데,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김정은 당위원장이 전망하는 통일국가는 ‘동방의 강대국’보다 더 강한 ‘세계적인 강대국’이고, ‘선진문명국’이며, ‘정의의 강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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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정은 당위원장이 계승한 ‘주체적 통일로선’
김정은 당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에 대해 언명하였다. 그 언명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로선은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제시하신 주체적 통일로선”이며,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은 위대한 수령님들께서 밝혀주신 조국통일 3대 헌장에 전면적으로 구현되여 있”는 것이다. 김정은 당위원장의 언명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은 조국통일 3대 헌장에 “전면적으로” 구현되어 있는데, 조선에서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으로 인정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진 3>
조국통일 3대 헌장은 무엇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6년 11월 24일 조국분단과 민족분열의 고통이 응축된 판문점을 시찰하면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조국통일 3대 원칙, 고려민주련방공화국 창립방안,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은 조국통일의 3대 기둥, 3대 헌장”이라고 밝혔는데, 조선에서는 조국통일 3대 헌장을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으로 부르고 있다. 북에서 조국통일 3대 헌장을 ‘민족공동의 통일강령’으로 부르는 까닭은, 통일원칙과 통일방안이 조국통일 3대 헌장에 완벽하게 밝혀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우리 당은 조선의 통일을 달가와하지 않는 반통일세력의 방해책동을 물리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주체적 통일로선을 일관하게 견지하여 조국통일운동을 줄기차게 전진시켜왔”다고 지적함으로써 김일성 주석이 제시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립한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이 계승되고 있음을 밝혔다. 김정은 당위원장의 언명에 따르면, 1972년부터 1993년에 이르는 기간에 김일성 주석이 제시하였고, 1996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립한, 조국통일 3대 헌장에 담겨있는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은 오늘 김정은 당위원장 자신에 의해 전면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당위원장이 계승한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조국통일의 원칙은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 원칙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서 천명된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이다.
조국통일 3대 원칙은 1972년 7월 4일 남과 북이 평양에서 합의, 발표한 7.4남북공동성명에 천명되었는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이 그것이다.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은 1948년 4월 19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전 조선동포에게 격함’이라는 제목의 공식문건에 처음으로 나왔는데, 당시 남북연석회의 참가자들은 그 격문에서 “우리 조국강토에서 외국군대를 철거하고 어떠한 외국의 간섭도 없이 우리 민족끼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라”고 명시한 바 있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2000년 6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상봉하고 6.15공동선언을 채택, 발표하였는데, 그 공동선언은 제1조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은 조국통일의 제4원칙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통합적으로 재확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과 북이 합의하여 민족의 통일염원 앞에 바친 1948년 남북연석회의 격문,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일관되게 천명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다.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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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자신이 조국통일 3대 원칙을 계승하고 있음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자주의 원칙에 대해서는 “민족자주는 조국통일 3대 헌장에 관통되여있는 기본정신이며 통일운동의 생명선”이라고 하면서 “나라의 통일을 남에게 의존해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 자신이 책임지고 온 겨레의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이룩할 데 대한 우리 당의 통일로선은 투철한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가장 정당한 로선”이라고 말하였고, 평화통일의 원칙에 대해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우리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사활적인 문제이며 조국통일의 필수적 전제”라고 말하였으며,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대해서는 “민족대단결이자 곧 조국통일이며 통일강국”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민족의 분렬이 가져온 온갖 오해와 불신,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조국통일의 천하지대본인 민족대단결을 이룩하기 위하여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당위원장이 이처럼 조국통일 3대 원칙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힌 것은, 내외반통일세력의 강압과 폭력으로 조국분단과 민족분열이 고착화되어가던 1948년에 우리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추진되기 시작되어 오늘까지 지속되어온 장장 68년에 이르는 조국통일운동의 장구한 역사를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조국통일은 조국분단과 민족분열을 극복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민족사의 최대 과업이다. 따라서 통일방안은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방안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남과 북이 통일의회에서 통일헌법을 제정하고, 통일헌법에 따라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통일정부가 통일국가를 선포하는 일련의 국가건설과정을 정해놓은 방안, 바로 그것이 통일방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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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조국통일에 대해 말할 때 남과 북이 하나가 된다는 문학적 표현을 흔히 사용하지만, 통일학에서 말하는 조국통일개념은 통일정부수립과 통일국가건설을 뜻한다. 그러므로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전에는 조국통일이 실현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통일헌법에 의해 수립된 통일정부의 주권 아래서 남과 북이 단일국호와 단일국기, 단일화폐와 단일여권을 사용할 때, 바로 그러할 때 조국통일이 실현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5>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서로 다른 국호와 국기, 서로 다른 화폐와 여권을 사용하는 영국연방(Commonwealth of Nations)과 유사한 국가연합체제를 건설하려는 것은, 남과 북이 서로를 주권국가로 각각 인정하여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변질시키는 분단합법화의 완결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남북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기 쉽게 부부관계에 비유하면, 부부싸움으로 별거에 들어간 남과 북은 이혼에 이르지는 않고 서로 반목, 대립하며 지내왔는데, 국가연합체제를 건설하자는 것은 별거 중인 부부를 이혼시켜 완전히 갈라서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는 한국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조선과 남조선이라는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남은 한반도에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만 존재한다고 인정하고, 북은 조선반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나라만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정부가 주권을 행사하는 통일국가에서 단일국호와 단일국기, 단일화폐와 단일여권이 사용된다고 해서, 남과 북에 현존하는 사회경제체제가 단일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70년 동안 상호격폐된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이질화된 남의 자본주의체제와 북의 사회주의체제를 급진적으로 단일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사회경제체제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법이다. 사회경제체제의 급진적 변화에는 반드시 강압과 폭력이 동반되기 마련인데, 설령 사회경제체제가 강압과 폭력에 의해 변화되었다고 해도, 급진적인 변화과정에서 발생한 내부모순이 격화되어 체제가 와해되는 비극적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회경제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통일국가가 건설된 이후 남과 북 두 지역의 사회경제체제는 20~30년 동안 점진적으로 단일화되어야 하고, 또 당연히 그렇게 진행될 것으로 예견된다.
남과 북의 지역자치정부가 각각 자기 지역에서 관리하는 상호이질적인 두 개의 사회경제체제가 단일중앙정부의 통제와 조율에 따라 공존하는 통일국가, 그리하여 분단체제에서 유래한 상호이질적인 사회경제체제가 한 세대에 걸쳐 점진적으로 단일화되어가는 통일국가, 그런 통일국가를 통일학에서는 연방국가라 부른다. 하나의 중앙정부와 두 개의 지역자치정부를 가진 연방국가를 건설하는 통일방안을 통일학에서는 연방제통일방안이라 부른다.
연방제통일방안은 한반도에서만 실현되는 특수한 통일방안이 아니다. 중국도 일국양제(一國兩制)방안으로 자기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려고 한다. 통일국가 안에서 상호이질적인 사회경제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연방제통일방안은 모든 분단국가들이 추진하는 평화통일정책에 전적으로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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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연방제통일방안은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것이다. 김일성 주석은 1960년 8월 14일 조국해방 15돐 경축대회 연설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북련방제’를 통일방안으로 제시하였고, 1973년 6월 23일 평양시 군중대회 연설에서 ‘고려련방공화국 통일방안’을 제시하였고, 198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제6차 대회에서 ‘고려민주련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하였다.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연방제통일방안은 남과 북이 합의하여 연방국가를 건설한 뒤에 남과 북에 존재하는 상호이질적인 사회경제체제를 강압과 폭력을 배제하고 점진적으로 단일화하는 통일방안이다. <사진 6>
연방국가를 건설한 뒤에 남과 북에 존재하는 상호이질적인 사회경제체제를 점진적으로 단일화한다고 할 때, 그 점진적 단일화가 남의 자본주의체제로 단일화된다는 뜻인지 아니면 북의 사회주의체제로 단일화된다는 뜻인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 없지만, 우월한 사회경제체제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떤 학자는 두 체제의 수렴통합론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단현실에 부합되는 과학적인 이론이 아니라 분단현실과 동떨어진 몽상에 가까워 보인다.
북에서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체제’가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남에서는 남북의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승리하였다고 주장한다.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사회경제체제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체제와 자본주의체제로 분류되는 것이므로, 남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자본주의체제를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말로 대체한 것이다. 세계자본주의발전사를 보면, 남의 자본주의체제는 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체제와 달리, 미국에 의해 이식, 육성된 특수한 자본주의체제이므로 미국식 자본주의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남측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남북의 체제경쟁에서 미국식 자본주의체제가 승리하였다면, 연방국가를 건설한 뒤에 북의 사회경제체제가 남의 사회경제체제로 단일화될 것이므로, 남에서는 연방제통일방안을 적극 찬성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남측 정부는 연방제통일방안이라면 질색을 할 뿐 아니라, 연방제통일방안을 공개적으로 논할 자유마저 허락하지 않고 금압한다. 이런 현실은 남북의 체제경쟁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승리하였다는 남측 정부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억압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연방제통일방안을 계승하고 있음을 명백히 천명하였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자신이 김일성 주석의 연방제통일방안을 전면적으로 계승한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우리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가 가장 우월하지만 그것을 남조선에 강요한 적이 없으며 강요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북과 남은 전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련방제방식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합니다.”
“북과 남은 상대방에 존재하는 서로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우에서 온 민족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련방국가를 창립하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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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정은 당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당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조선로동당의 ‘주체적 통일로선’에 기초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였다는 사실이다. 통일방략이라는 말은 2016년 5월 8일에 채택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결정서 -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하여’에 들어있다. 그 공식문건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보고에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가장 정당한 통일방략을 제시하시였”다고 기록되었다. <사진 7>
방략이란 말은 무슨 뜻인가? ‘조선말대사전’에서 그 낱말을 찾아보면,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내세운 방침이나 책략”이라고 풀이되었다. 이런 말뜻을 이해하면, 통일방략이란 통일위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내세운 방침과 책략임을 알 수 있다.
김정은 당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44년 전에 나온 7.4남북공동성명에서는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평화통일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당 제7차 대회에서 김정은 당위원장은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자주적 통일 또는 자주통일이라는 말만 썼다. 자주적 통일이 평화적으로 실현될 수도 있고, 통일전쟁으로 실현될 수도 있기 때문에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 준비되여있다”고 밝혔던 것이다. 이것은 지금 조선이 평화통일준비도 완료하였고, 통일전쟁준비도 완료하였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당위원장의 통일방략에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이 모두 포함되었음을 알 수 있다. 평화와 전쟁은 상호배타적인 개념이지만, 평화통일과 무력통일은 상호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왜냐하면 조국통일은 평화적으로도 실현될 수 있고, 통일전쟁으로도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자신의 통일방략을 언급한 대목에서 “조국강토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조선민족이 또다시 전쟁의 참화를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왔다”고 하면서 “우리가 련방제통일을 주장하는 리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당위원장의 통일방략에는 평화통일방도와 무력통일방도가 모두 내포되었지만, 무력통일방도에 강조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이제껏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평화통일을 실현하려고 힘써왔지만, 내외반통일세력이 평화통일(연방제통일)을 끝내 거부하고 체제통일(제도통일)을 추진하면 통일전쟁을 벌여서라도 조국통일을 기어이 실현하겠다는 것이 김정은 당위원장의 통일방략에서 중심내용으로 되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당위원장은 “만일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북에서는 제도통일이라는 말을 쓰고, 남에서는 체제통일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두 낱말의 뜻은 같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남조선당국은 겨레 앞에 다진 공약과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등을 돌려대고 언제 가도 실현될 수 없는 허황한 <제도통일>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런 비판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체제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체제통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언론보도에서 확인된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정종욱 부위원장은 2015년 3월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특강에서 박근혜 정부가 체제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통일준비작업에 관한 예비조사를 2014년에 이미 끝냈고, 앞으로 본격적인 실현단계로 들어갈 것이라고 하면서 “2~3년 내에 통일준비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한 통일준비작업이란 체제통일준비작업을 뜻한다. <사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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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욱 부위원장은 2015년 3월 10일 서울에서 진행된 어느 토론회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체제통일준비작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체제-흡수통일은 하기 싫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간의) 합의가 아닌 다른 형태의 통일도 준비하고 있다. 통일과정에는 여러 가지 로드맵(실현경로라는 뜻의 외래어-옮긴이)이 있으며 비합의통일이나 체제통일에 대한 팀(실무진이라는 뜻의 외래어-옮긴이)이 우리 조직(통일준비위원회를 뜻함-옮긴이)에 있다. 정부 내 다른 조직에서도 체제통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통일준비위는 평화통일을 전제로 한 조직이지만 밖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런 작업을 하고 있다. (체제통일이 실현되면) 북한의 엘리트계층(지도층이라는 뜻의 외래어-옮긴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으로 대책을 가지고 있다. 북한 엘리트 숫자도 상당하고 노동당원 등 성분이 다양하기 때문에 구분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체제통일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 아니라, 평화협정 체결을 한사코 거부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따르며 대규모 합동공격연습까지 벌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2016년 3월 7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과 미국군은 2016년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진행된 사상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독수리연합훈련’ 중에 조선의 최고수뇌부, 군사작전지휘부, 대량파괴무기가 배치된 군사기지 등을 선제타격하기 위한 ‘작전계획 5015’를 연습하였으며, 조선 각지에서 새로 선정한 700여 개소의 ‘합동요격지점(JDPI)’을 파괴하는 정밀타격을 연습하였고, 전쟁이 종료된 후 조선을 점령, 통치하기 위한 ‘지역안정화작전’도 연습하였다. 명백하게도, 이러한 공격연습은 박근혜 정부가 무력을 사용하는 체제통일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무력을 사용한 체제통일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각각 북과 합의하였던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모두 부정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완전히 가로막아버렸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자신의 통일방략에 대해 언급하면서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부정하고 일방의 사상과 제도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박근혜 정부의 무력을 사용한 체제통일준비에 대응하여 통일전쟁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조선인민군과 조선인민이 미국과 박근혜 정부의 무력을 사용한 체제통일준비에 대응하여 아래와 같이 세 방향에서 통일전쟁준비를 갖추었다고 말했다.
첫째, 지금 조선인민군은 통일전쟁준비를 완료하고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인민군대에서는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미제와 남조선호전세력의 무모한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고도의 격동태세를 견지하며 적들이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침략자들을 무자비하게 징벌하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16년 3월 23일에 발표한 ‘중대보도’에서 조선인민군의 통일전쟁준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전략군의 실전배비된 초정밀타격수단들의 첫째가는 타격대상이 청와대를 포함한 남조선지역 안의 모든 적소굴들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미 선포한 상태이다. (줄임) 남반부작전지대에 투입될 우리의 적후부대들은 임의의 시각에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대상들을 단숨에 깔고 앉아 박근혜와 괴뢰군부호전광들을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릴 폭풍작전, 번개작전에 진입할 만단의 준비태세에 있다.”
둘째, 지금 조선에서는 전체 인민이 전민항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전체 인민이 결전의 시각에는 전민항전으로 조국통일성업을 이룩할 결사의 각오로 심장의 피를 끓이고 있”는 오늘, “온 사회에 군사중시기풍을 세우고 전민항전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면서 “전체 인민이 우리의 철천지원쑤인 미제국주의자들과는 반드시 결판을 내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침략자들을 격멸하고 조국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전민항전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사진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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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창설된 로농적위군은 지대공미사일, 대구경포, 방사포,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고사총 등으로 중무장하였는데, 그 병력은 570만명에 이르고, 로농적위군 산하에 상설전투부대로 편성된 인민보위대의 병력은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1970년에 창설된 붉은청년근위대의 병력은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조선의 통일전쟁에서 110만명의 정규무력이 참가한 공격전과 670만명의 민간무력이 참가한 전민항전이 동시에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조선에서 통일전쟁을 왜 통일대전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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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지금 조선에서는 현대적이고 위력적인 ‘주체무기’를 더 많이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당 제7차 대회에서 “국방과학부문에서는 국방공업의 주체성과 자립성을 강화하고 현대화, 과학화수준을 높이며 그에 토대하여 조국통일대전의 진군길을 열어제낄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현대적이고 위력한 주체무기들을 더 많이 연구개발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2016년 3월 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 경축 평양시 군중대회 및 군중시위 연설’에서 ‘70일 전투’ 중에 등장한 현대적이고 위력한 6종의 ‘주체무기’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였다. <사진 10>
“소형화되고 정밀화된 각종 핵무기들과 전략잠수함수중탄도탄,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들, 우리식의 위력한 반땅크유도무기와 신형 대구경방사포, 새 형의 반항공요격유도무기체계를 비롯한 최첨단 수준의 무장장비들의 연속적인 개발과 그 시험에서의 대성공은 적들의 이른바 수적, 군사기술적 우세를 휴지장으로 만들어버리고, 주체의 국방공업을 튼튼한 토대로 하는 세계적인 군사강국, 핵강국의 위용을 남김없이 과시한 특대사변들이였습니다.”
요즈음 미국 군부는 조선에서 새로 개발된 6종의 최첨단 ‘주체무기’들이 속속 등장할 때마다 ‘실패설’을 유포하여 조선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려고 애쓰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대조선공격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780만 대군으로 편성된 조선의 정규무력과 민간무력은 김정은 당위원장이 제시한 통일방략에 따라 최첨단 ‘주체무기’를 틀어쥐고 통일전쟁을 개시하기 위한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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