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4

열병식에 나타난 핵무력 종결자

[한호석의 개벽예감](177)
자주시보 2015년 10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핵탄보다 더 강한 무한대의 힘이 있다
2. ‘불새-3’ 2발을 장착하고 나타난 ‘천마-216’
3. 평택기지 30초 만에 날려버릴 300mm 8관 방사포
4. 조선은 왜 고폭실험을 하지 않는가?
5. 열병식에 나타난 화성-14호는 핵무력 종결자

▲ <사진 1> 조선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은 2015년 10월 10일 평양에서 대규모 열병식과 군중시위가 진행되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5분 간 연설 중에 인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97차례나 사용하였다. 이것은 조선에서 말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에서 천명한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사상으로 더욱 강화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1. 핵탄보다 더 강한 무한대의 힘이 있다

조선에서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은 2015년 10월 10일 평양에서는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과 군중시위가 진행되었다. 그것은 군인 2만명과 평양시민 13만명이 한 덩어리의 거대한 응결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놀라운 장면들을 연속 펼쳐놓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성대한 정치행사였다.

한국과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의 열병식에 어떤 신형 무장장비들이 등장하는가 하는 데만 관심의 초점을 모았지만, 정작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연설에서 천명한 정치사상과 13만 군중시위에서 과시된 조선의 민심이다.

첫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5분 간 연설 중에 인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97차례나 사용하였다. 사회주의집권당의 70년 역사를 총화하는 연설이 그처럼 인민으로 시작하여 인민으로 끝난 것은, 조선에서 말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에서 천명한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사상으로 더욱 강화발전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 이외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 조선의 시각으로 보면, 조선로동당의 70년 역사는 당과 인민이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며 혁명의 길을 개척해온 역사로 보이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1991년 5월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립한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의 정치로선을 “인민중시, 인민존중, 인민사랑”의 정치사상으로 더욱 심화발전시켰음을 이번 연설을 통해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 1>

둘째, 누구나 아는 것처럼, 열병식은 한낱 구경거리가 아니라, 군대의 훈련강도와 규율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군사훈련이 미숙하고 규율이 흩으러진 군대는 수만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하지 못한다. 군단급 열병식을 진행하는 군대는 전세계에서 조선인민군, 중국인민해방군, 러시아연방군밖에 없다. 미국군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지만, 이제껏 대규모 열병식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는데, 이것은 군사훈련이 미숙하고 규율수준이 낮은 군대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 <사진 2> 각계각층 인민 13만명이 참가한 초대형 군중시위는 누가 강제로 동원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의 각계각층이 단일한 생명유기체처럼 생활하며 집단주의정신을 체득한 나라에서만 할 수 있다. 평양시민 13만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초대형 군중시위는 조선인민이 축적한 무궁무진한 힘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에게는 핵탄보다 더 강한 힘이 있는 것이다.     © 자주시보

셋째, 조선의 열병식이 중국의 열병식이나, 러시아의 열병식과 다른 점은, 열병식과 군중시위를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열병식만 진행할 뿐, 군중시위는 진행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두 나라에서는 13만명이 참가하는 초대형 군중시위를 진행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13만 군중시위는 누가 강제로 동원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회의 각계각층이 단일한 생명유기체처럼 생활하며 집단주의정신을 체득한 특이한 나라,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당과 인민이 혼연일체로 살며 투쟁하는” 특이한 나라에서만 13만명이 자발적으로 군중시위에 참가할 수 있다. 평양시민 13만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초대형 군중시위는 조선인민이 축적한 무궁무진한 힘의 발현이라고 설명하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13만 군중시위는 핵탄보다 더 강한 무궁무진한 힘의 존재를 현실로 입증한 것이다. <사진 2>

▲ <사진 3> 이 사진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주체93년식 중땅크 천마-216'을 촬영한 것이다. 근위대라는 글씨와 붉은 별을 새겨넣은 방패 모양의 금빛 휘장이 포탑에 부착된 것이 보인다. '천마-216'은 조선이 생산한 여섯 유형의 천마계열 전차들 가운데 최신형이다.     © 자주시보


2. ‘불새-3’ 2발을 장착하고 나타난 ‘천마-216’

조선의 열병식을 대하는 세계 언론매체들의 관심사는 어떤 무기들이 등장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번 열병식에는 30여 종, 250여 대에 이르는 각종 무장장비들이 동원되었다. 조선의 무장장비에 정통한 군사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이나 미국에서 조선의 열병식에 등장한 30여 종의 무장장비들에 관해 보도한 내용은 부정확하고 파편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의 보도기사는 다시 써야 한다. 하지만 조선의 열병식에 등장한 무장장비 30여 종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글의 길이가 제한된 조건에서 불가능하므로 그 가운데서 특별히 주목되는 몇 가지 무장장비들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첫째, 이번 열병식에는 여러 유형의 전차들이 등장하였다. 내가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할 때 중무기전시실에서 직접 관찰한 세계 정상급 첨단전차 ‘주체98년식 선군-915’가 이번 열병식에 등장하는지 지켜보았는데, 그 첨단전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선군-915’는 조선에서 2009년부터 생산되는 최신형 전차이므로, 그 실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여러 유형의 전차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주체93년식 중땅크 천마-216’이다. 이 전차는 조선에서 2004년부터 생산되고 있다. 조선이 자체 기술로 생산한 전차들 가운데 천마계열의 전차는 여섯 유형이다. 조선은 1976년, 1992년, 2000년, 2001년, 2003년, 2004년에 각각 천마계열의 전차들을 생산하였는데, ‘천마-216’은 천마계열 전차들 가운데 최신형이다. <사진 3> 

그런데 ‘천마-216’은 지난 시기 열병식에 등장하였을 때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이번 열병식에 나타났다. 포탑 정면 상부에 대전차미사일 2발을, 포탑 후면 상부에 저고도지대공미사일 1발을 각각 장착하고 나타난 것이다. ‘천마-216’이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열병식에 등장하였을 때는 대전차미사일이나 저고도지대공미사일을 장착하지 않았고,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열병식에 등장하였을 때는 대전차미사일과 저고도지대공미사일을 포탑 위쪽에 높이 장착하였는데, 이번에는 대전차미사일을 레이저거리측정기 바로 위쪽에 장착하고, 저고도지대공미사일을 포탑 뒤쪽에 높이를 낮춰 장착하고 나타났다.

조선에서는 대전차미사일을 반땅크로케트라고 부르는데, 조선에서 생산되는 반땅크로케트의 고유명칭은 ‘불새’다. 2013년 6월 5일 나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할 때 중무기전시실에서 불새계열의 대전차미사일 세 유형을 직접 관찰하였다. 사거리가 2km인 ‘1968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1’, 사거리가 3km인 ‘1973년식 반땅크로케트 불새-2’, 그리고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은 최신형 반땅크로케트 ‘불새-3’을 관찰한 것이다.

2008년 11월 27일 당시 조선을 방문하고 있었던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은 반땅크로케트 ‘불새’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견학하였다.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이 기록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이 관찰한 반땅크로케트 ‘불새’는 직경 12cm, 중량 26kg, 사거리 3km이고, 레이저로 유도되는 미사일이다. 당시 조선인민군 병사들은 ‘불새’를 발사하여 2km 밖에 놓인 가로, 세로 2m의 표적을 명중시키는 시범사격을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 앞에서 진행하였다.

▲ <사진 4> 위의 두 사진들 가운데 윗쪽 사진은 2013년 전승절 열병식에 참가한 '천마-216' 포탑 상부를 확대한 것인데, 대전차미사일 '불새-2' 2발이 포탑 윗쪽 높이 장착되었다. 아랫쪽 사진은 이번 열병식에 참가한 '천마-216' 포탑 상부를 확대한 것인데, 대전차미사일 '불새-3' 2발이 레이저거리측정기 바로 옆에 낮게 장착되었다. 지난 시기 최신형 첨단전차 '선군-915'에만 장착되었던 '불새-3'이 이제는 '천마-216'에도 장착된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차부대가 레이저거리측정기로 조준하여 '불새-3'을 쏘면 5.5km 밖에 있는 교전상대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한국군 전차는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하였다.     © 자주시보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이 관찰한 ‘불새’는 조선이 1992년부터 2004년까지 러시아에 3,250발을 수출한 ‘불새-2’다. 조선은 미얀마 고위군사대표단에게 최신형 반땅크로케트인 ‘불새-3’을 보여주지 않았다. ‘불새-2’와 ‘불새-3’은 외형부터 다르다. 사진에 나타난 모습을 비교하면, ‘불새-3’이 ‘불새-2’보다 조금 더 크다. ‘불새-2’의 사거리는 3km이고, ‘불새-3’의 사거리는 5.5km다. <사진 4>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열병식에 나타난 ‘천마-216’의 포탑 위쪽에 높이 장착된 반땅크로케트 2발은 ‘불새-2’였고, 이번 열병식에 나타난 ‘천마-216’의 레이저거리측정기 바로 위쪽에 낮게 장착된 반땅크로케트 2발은 ‘불새-3’이다. ‘천마-216’은 ‘불새-2’를 ‘불새-3’으로 교체한 모습으로 이번 열병식에 나온 것이다. 이것은 이전에는 최신형 첨단전차 ‘선군-915’에만 장착되었던 ‘불새-3’이 이제는 ‘천마-216’에도 장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차부대가 레이저거리측정기로 조준하여 ‘불새-3’을 쏘면 5.5km 밖에 있는 교전상대의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 <중앙일보> 2013년 6월 21일 보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군 전차는 대전차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전투가 벌어진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고, “재래식 무기로 치부됐던 북한 전차가 이젠 기술적으로나 수적으로 (한국군 전차보다) 우위를 차지해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 <사진 5> 조선은 이번 열병식에서 300mm 8관 방사포를 처음 공개하였다. 이 최신형 방사포의 사거리는 230km다. 300mm 방사포탄은 길이가 7m이고, 중량이 1t에 가깝다. 20초 안에 8발을 모두 발사할 수 있고, 재장전시간은 8분이며, 파괴면적은 0.32평방km다.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전방작전구역에서 이 방사포를 쏘면, 평택과 오산의 미국군기지들은 물론, 한국군 3군지휘부가 있는 충청남도 계룡대도 집중타격할 수 있다.     © 자주시보


3. 평택기지 30초 만에 날려버릴 300mm 8관 방사포

조선의 열병식에서 세계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킨 무장장비들 가운데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300mm 8관 방사포도 있다. <문화일보> 2015년 4월 7일 보도에 따르면, 300mm 8관 방사포의 사거리는 최장 230km인데, 이 사거리는 “미 정찰위성 등 한미정보자산을 토대로 분석된 추정치”라고 한다. 조선이 실전배치한 300mm 방사포탄은 길이가 7m이고, 중량이 1t에 가깝다. <사진 5>

러시아의 최신형 방사포인 토네이도(Tornado) 300mm  8관 방사포는 20초 안에 8발을 모두 발사할 수 있고, 재장전시간은 8분이며, 파괴면적은 0.32㎢인데, 조선의 최신형 300mm 8관 방사포도 그런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조선의 열병식에 등장한 300mm 8관 방사포는 다른 방사포들과 달리 8개 포구마다 원형 덮개가 한 개씩 씌워졌다. 덮개를 씌운 까닭은, 조선의 최신형 300mm 8관 방사포가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는 방사포이기 때문이다. <사진 6>

▲ <사진 6> 이번에 조선의 열병식에 등장한 300mm 8관 방사포는 다른 방사포들과 달리 8개 포구마다 원형 덮개가 한 개씩 씌워졌다. 이것은 이 최신형 방사포가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되는 방사포라는 것을 말해준다. 위성항법유도식 방사포는 타격정밀도를 결정적으로 높인 최신형 방사포다. 원래 방사포는 강력한 화력을 집중시키는 연속타격에 쓰이는 무기인데, 이제는 타격정밀도까지 높아졌으니 그 위력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이다.     © 자주시보

중국의 최신형 300mm 8관 방사포에도 포구마다 덮개가 씌워졌는데, 이 방사포도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된다. 전세계에서 300mm 8관 방사포를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하는 방사포강국은 조선, 중국, 러시아밖에 없는데, 이 세 나라가 생산하는 300mm 8관 방사포들은 모두 위성항법유도식 최첨단 방사포들이다.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된다는 것은 타격정밀도를 결정적으로 높였다는 뜻이다. <사진 7>

▲ <사진 7> 2014년 중국 광둥성에서 진행된 주하이 전람회에 출품된 중국의 300mm 8관 방사포에도 포구마다 원형 덮개가 씌워졌다. 이 최신형 방사포도 조선의 최신형 방사포와 마찬가지로 위성항법장치로 유도된다. 전세계에서 300mm 8관 방사포를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하는 방사포강국은 조선, 중국, 러시아밖에 없다.     © 자주시보

만일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전방작전구역에서 사거리 230km의 위성항법유도식 방사포를 발사하면, 경기도 남부에 있는 평택미국군기지와 오산미공군기지를 집중타격할 수 있으며, 한국군 3군지휘부가 있는 충청남도 계룡대도 집중타격할 수 있다. 평택미국군기지의 면적은 26.6㎢이고, 300mm 방사포탄 1발이 파괴하는 면적은 0.32㎢이므로, 전시에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300mm 8관 방사포 14대로 집중사격하면 30초 만에 평택미국군기지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다. 미국은 미사일공격을 차단할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을 평택미국군기지에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을 구축한다 해도 방사포탄을 요격하지 못한다.

또한 조선인민군 방사포부대가 전방작전구역에서 사거리 230km의 위성항법유도식 방사포를 발사하면, 대구공군기지와 광주공군기지를 제외한 한국의 모든 공군기지를 집중타격할 수 있다. <뉴스1> 2014년 3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이 300mm 8관 방사포로 한국군 공군기지 활주로를 집중타격하면 활주로를 복구하는데 최소 2일이 걸리므로, 그 동안 한국 공군은 꼼짝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전투기들이 2일 동안 출격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지는 것이다.

탄도미사일 1발 가격은 20억원인데 방사포탄 1발 가격은 1,500만~2,000만원밖에 되지 않으므로, 조선인민군으로서는 300mm 방사포를 집중사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 


4. 조선은 왜 고폭실험을 하지 않는가?   

2015년 9월 10일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이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 언급하였다. <연합뉴스> 2015년 9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이 날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올해 조선에서 고폭실험이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동아> 2009년 7월호 기사에 인용된 한국 정보당국의 정보평가에 따르면, 조선은 1980년 초부터 2009년까지 고폭실험을 140차례 이상 실시하였다. 조선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에도 고폭실험을 계속 실시하였을 것이므로, 지난 30여 년 동안 고폭실험을 200여 차례나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고폭실험은 핵탄개발을 위한 옥외폭발실험이다. 
그런데 조선은 지난 30여 년 동안 200여 차례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고폭실험을 2015년에는 실시하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위에 인용한 <신동아> 기사에 실린 한국 정보당국의 정보평가에 따르면, 핵탄기폭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고폭실험이라면 30~40차례만 실시해도 충분한데, 조선에서 1995년부터 2009년까지 기간에 실시된 100여 차례의 고폭실험은 핵탄기폭장치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이 아니라 핵탄소형화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의 고폭실험장들에 생겨난 움푹 파인 폭파구를 촬영한 위성사진들에는 크기가 작은 분화구가 많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고폭장약을 적게 장입한 소형핵탄을 개발하기 위한 고폭실험 흔적들이고, 조선은 그런 핵탄소형화고폭실험을 1995년부터 계속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사진 8>

▲ <사진 8> 조선은 지난 30여 년 동안 고폭실험을 200여 차례 실시하였다. 고폭실험은 핵탄개발을 위한 옥외폭발실험이다. 위의 사진에 나타난 거대한 폭파구는 1962년 미국이 네바다사막 핵실험장에서 104킬로톤급 핵탄을 폭발시킨 실험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조선의 고폭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들에는 크기가 작은 폭파구가 많이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것은 핵탄소형화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고폭실험이 계속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그러나 파키스탄의 핵탄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회고담을 들어보면, 한국 정보당국의 위와 같은 정보평가는 수정되어야 한다. 칸 박사는 자신이 1999년에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평양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어느 지하시설에서 핵탄 3발을 관찰하였는데, 그 핵탄들은 직경이 약 60cm인 소형핵탄들이었다는 것이다.

▲ <사진 9> 파키스탄의 핵탄개발 총책임자였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회고담에서 자신이 1999년 조선을 방문하였을 때, 평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어느 지하시설에서 핵탄 3발을 관찰하였는데, 그 핵탄들은 직경이 약 60cm인 소형핵탄들이었다고 한다. 미국이 만든 전략핵탄 W52는 직경 60.96cm, 길이 144.28cm, 무게 430.91kg, 폭발력 200킬로톤의 소형핵탄이다. 미국은 그 핵탄을 위의 사진에 보이는 MGM-29 써전트(Sergeant) 단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하였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135km다. 칸 박사가 1999년에 조선에서 소형핵탄 3발을 관찰한 것은, 조선이 이미 그 당시 핵탄소형화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은 1990년대 중반에 핵탄소형화기술을 완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에 핵탄소형화기술을 완성한 조선은 그 이후에도 고폭실험을 계속하면서 그 기술보다 한층 더 높은 고난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약 15년 동안 노력하였다.     © 자주시보

직경이 약 60cm인 소형핵탄은 미사일에 탑재하는 핵탄이다. 미사일에 탑재하는, 직경이 약 60cm인 소형핵탄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알려면, 미국이 만든 전략핵탄 W52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소형핵탄은 직경 60.96cm, 길이 144.28cm, 무게 430.91kg이며, 폭발력은 200킬로톤이다. <사진 9>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그런 소형전략핵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1발만 발사해도, 거대한 군사기지 20개소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다. 조선이 그처럼 초강력한 소형전략핵탄 실물을 16년 전에 외국인 핵전문가에게 공개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200킬로톤급 전략핵탄은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서 실전에서 사용하기는 어렵고, 전시에 적국의 보복핵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핵억제수단으로 사용된다. 실전에서는 5킬로톤급 이하의 파괴력을 가진 전술핵탄이 사용될 수 있는데, 조선은 그런 전술핵탄들을 많이 만들어 실전배치하였다. 

위에 인용한 칸 박사의 회고담에서 주목하는 것은, 외국인 핵전문가에게 소형핵탄 3발을 보여준 1999년 당시에 조선은 이미 핵탄소형화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이미 1980년대 실시한 40여 차례의 고폭실험으로 핵탄기폭기술을 완성한 조선이 1990년대 전반기에 실시한 40여 차례의 고폭실험으로 핵탄소형화기술도 완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미 1990년대 중반에 핵탄소형화기술을 완성한 조선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4년에 이르는 기간에 무슨 목적으로 140여 차례의 고폭실험을 계속 실시해온 것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핵탄소형화기술을 완성한 이후에 그보다 한층 더 높은 고난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약 15년 동안 140여 차례의 고폭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에 인용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의 국감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약 15년에 걸친 노력 끝에 마침내 그 고난도기술을 완성한 조선은 2015년에 고폭실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이 약 1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완성한 고난도기술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놀라운 장면은 2015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펼쳐졌다. 조선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4발이 8축16륜 자행발사대 4대에 각각 실려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 10>
▲ <사진 10> 조선이 약 15년에 걸친 노력 끝에 완성한 고난도기술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놀라운 장면이 2015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펼쳐졌다. 조선이 처음으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4발이 8축16륜 자행발사대 4대에 각각 실려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4호다.     © 자주시보


5. 열병식에 나타난 화성-14호는 핵무력 종결자

2015년 10월 10일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4호다. 조선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열병식에서, 그리고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화성-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각각 6발씩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 4발을 공개하였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화성-13호의 개량형이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갔지만, 그렇게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3호의 개량형이 아니라 화성-13호와는 차원이 다른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핵탄공학에 관련된 기술정보를 아는 전문가들은 조선의 열병식에 나타난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에서 이제껏 두 나라만이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핵무력 종결자’가 조선의 열병식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열병식에서 촬영된 화성-14호 영상자료를 분석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화성-14호의 길이는 17m다. 그 길이는 자행발사대의 길이를 알아보고 산정한 것이다. 화성-14호를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는 20.11m인데, 첫째 바퀴의 중심점에서 후미 끝부분까지 길이는 15.8m이고, 각 바퀴의 반지름은 0.8m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화성-14호의 탄두부 꼭지점이 첫째 바퀴를 약 40cm 벗어난 곳에 위치하므로, 화성-14호의 길이를 17m로 산정할 수 있다. <사진 11>

▲ <사진 11> 위의 두 사진 가운데 윗쪽 사진은 화성-14호를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를 표시한 것이다. 첫째 바퀴의 중심점에서 후미 끝부분까지 길이는 15.8m이고, 각 바퀴의 반지름은 0.8m다. 그런데 아랫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화성-14호의 탄두부 꼭지점이 첫째 바퀴를 약 40cm벗어난 곳에 위치하므로, 화성-14호의 길이를 17m로 산정할 수 있다.     © 자주시보

길이가 20.7m인 화성-13호에 비해 3.7m가 짧아진 화성-14호의 사거리도 짧아졌는데, 화성-13호의 사거리가 12,000km이므로, 화성-14호의 사거리는 11,0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에서 워싱턴 D.C.까지 거리는 10,500km이므로, ‘최후결전’에서 미국의 수도를 타격할 능력을 가져야 하는 조선으로서는 사거리가 11,000km 이하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만들 필요가 없다. 

둘째, 화성-13호 탄두부는 뾰족하게 생겼는데, 화성-14호 탄두부는 뭉툭하게 생겼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화성-14호의 뭉툭한 탄두부에는 핵탄 여러 발이 장입된다. <뉴시스> 2015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몇몇 인터넷 언론매체들은 그들이 “개량형 KN-08”이라는 미국식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 화성-14호가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열병식을 생중계한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화성-14호라는 명칭을 언급하지 않은 채,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을 탑재한 위력한 전략로켓”이라고 해설하였다. 다종화라는 개념은 화성-14호가 화성-13호와는 다른 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뜻이다. <사진 12>

▲ <사진 12> 화성-13호 탄두부는 뾰족하게 생겼는데, 화성-14호 탄두부는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뭉툭하게 생겼다. 이것은 화성-14호의 뭉툭한 탄두부에 핵탄 여러 발이 장입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화성-14호에 다종화되고 소형화된 핵탄두들이 탑재되었다고 언급하였고, 중국의 인터넷 언론매체들은 화성-14호가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보도하였다. 놀랍게도, 화성-14호 탄두부에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 여러 발이 장입되는 것이다.     © 자주시보


화성-13호와 화성-14호는 어떻게 다른가? 화성-13호의 핵탄은 다발식 재진입체이고, 화성-14호의 핵탄은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다.
다발식 핵탄(다탄두 핵탄)은 소형핵탄 여러 발을 탄두부에 장입한 것을 말하는데, 미사일이 일정한 궤도에 도달하였을 때 탄두부에서 분리, 사출된 여러 발의 소형핵탄들이 타격대상을 향해 극초음속으로 내리꽂히면서 광범위한 구역을 초토화하는 것이다.

그와 달리,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은 미사일이 일정한 궤도에 도달하였을 때, 탄두부에서 분리, 사출된 여러 발의 소형핵탄들이 위성항법으로 유도되는 극초음속 하강비행을 하면서 제각기 지정된 타격목표들을 향해 각개돌진하여 동시다발로 타격하는 것이다. <사진 13>

▲ <사진 13> 위의 두 사진 가운데 윗쪽 사진은 미국이 만든 다발각개조준식 핵탄 8발이 장입된 탄두부를 촬영한 것이고, 아랫쪽 사진은 소형핵탄 8발이 장입된 탄두부에 덮개를 씌운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화성-14호 탄두부의 모양과 흡사하다.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은 미사일이 일정한 궤도에 도달하였을 때, 탄두부에서 분리, 사출된 여러 발의 소형핵탄들이 위성항법으로 유도되는 극초음속 하강비행을 하면서 제각기 지정된 타격목표들을 향해 각개돌진하여 동시다발로 타격하는 것이다. 그런 최첨단 핵탄을 장착한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핵무력 종결자다.     © 자주시보

지난 반세기에 걸쳐 미국, 러시아, 중국의 핵탄공학기술은 단발식 재진입체(Reentry Vehicle, RV)→다발식 재진입체(Multiple Reentry Vehicle, MRV)→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MITRV)로 발전되어왔는데,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만들면 핵탄공학기술의 최고봉을 정복한 것이므로 더 이상 정복할 대상이 없게 된다. 

나는 2015년 6월 8일 <자주시보>에 실린 ‘미태평양사령관은 요즈음 밤잠을 설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발식 재진입체 개발을 2002년에 완료한 조선이 다발각개조준식 재진입체를 2013년경에 개발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그 때만해도 화성-14호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화성-14호가 실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을 보유한 5대 핵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으로 알려졌는데, 그 가운데서 미국, 프랑스, 영국은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만 보유하였고, 러시아와 중국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에서 발사하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과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을 모두 보유하였다.
러시아의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각개조준식 핵탄 10발을 장입한 RS-24 야르스(Yars)다.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1,000km이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이동한다. 러시아는 2007년 5월 29일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하였고, 2011년 8월부터 실전배치하였다.
중국의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둥펑(東風)-31A다.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11,200km이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이동한다. 중국은 2015년 9월 3일에 진행된 전승절 열병식에서 둥펑-31A를 처음 공개하였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둥펑-31A에 각개조준식 핵탄 3~5발이 장입된 것으로 추정하는데, 조선은 중국보다 한 발 앞선 핵탄공학기술로 화성-14호를 만들었으므로 그 탄두부에 각개조준식 핵탄 5~6발이 장입된 것으로 보인다. 핵탄공학기술에서 조선이 중국보다 한 발 앞섰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자세히 논증해야 하므로, 다음 기회로 미룬다. 
조선은 2015년 5월 9일 전략잠수함에서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을 장착하는 최첨단 수중발사전략미사일 북극성-1호를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하였고,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2015년 10월 10일 열병식에서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을 장착하는 최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를 세상에 공개하였다. 그로써 조선은 러시아, 중국과 함께 자행발사대에서 발사하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과 전략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다발각개조준식 핵탄을 모두 보유한 세계 3대 핵강국으로 되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열병식에서 연설하면서 “우리 당은 오늘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이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으며 조국의 푸른 하늘과 인민의 안녕을 억척같이 사수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당당히 선언할 수 있습니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조선을 세계 3대 핵강국으로 끌어올린 강력한 핵무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조선이 이번에 진행한 열병식을 영상을 통해 주의 깊게 지켜본 미국은 열병식에 대해 논평 한 마디 내놓지 못했다. 워싱턴 D.C.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이 논평을 요청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3년 전 조선의 열병식에서 화성-13호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그것이 종이로 만든 가짜 미사일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던 미국의 군사전문가들도 이번에 화성-14호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미국은 자기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력 종결자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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