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5년 10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작계 5015’의 동시전 개념은 허구다
2.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 10분 동안만 노출된다
3. 구역타격, 점타격, 동시탄착사격의 순차적 진행
4. 밀집사격-연속타격 포탄우박이 1시간 동안 쏟아진다
5. 전방작전구역에서 벌어지는 80만명 대 32만명의 격돌
6. 조선의 ‘최후결전’ 72시간 씨나리오
1. ‘작계 5015’의 동시전 개념은 허구다
나는 2015년 9월 14일 <자주시보>에 실린 “작계 5015’의 위험한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군 합참본부가 “다시 진행될 국감보고에서 ‘작계 5015’의 핵심내용을 빼놓은 채 형식적으로 보고하고 넘어갈 것으로 예견”했는데, <동아일보> 2015년 10월 6일 보도에 따르면, 10월 5일에 비공개로 진행된 국감보고에서 합참본부는 ‘작계 5015’에 대해 보고하지 않고, “북한의 위협변화 및 선제타격 등 한미 양국의 대응전략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그 보고를 받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당초 보고를 받기로 한 ‘작계 5015’의 내용이 아니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사진 1>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가 ‘작계 5015’에 관해 언급하지 않는 국감보고를 하고, 국회의원들이 그에 대해 반발하였던 2015년 10월 5일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일본 언론 <아사히신붕>이 ‘작계 5015’에 관해 보도한 것이다. 문제의 보도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마끼노 요시히로(牧野愛博)다. 그는 <아사히신붕> 서울특파원과 국제특파원, 미국 존스합킨스대학교 미한연구소(US-Korea Institute) 객원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민주주의전국기금(NED)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마끼노는 “한미관계를 잘 아는 소식통들”로부터 전해 듣고 ‘작계 5015’에 관한 보도기사를 작성하였다고 밝혔다. 그에게 ‘작계 5015’에 관한 정보를 전해준 소식통들은 군사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지위에 있지 않고서야 한국 국회의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공개되지 않은 군사기밀인 ‘작계 5015’에 관해 알 수 없는 것이다.
마끼노가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로부터 전해들은 ‘작계 5015’에 관한 정보는 무엇일까? 군사전문가도 아닌 그가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의 모호하고 단편적인 발언에만 의존하여 보도기사를 작성하였으니 그 내용이 산만하지 않을 수 없다. 산만하게 서술된 보도기사에 들어있는 핵심내용을 집어내면,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일단 접어두고, 조선인민군의 “기습적인 군사도발”로 일어날 국지전에 대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쟁계획을 작성하였는데, 그것이 ‘작계 5015’라는 것이다.
<아사히신붕>이 ‘작계 5015’에 관한 보도기사를 내보내자, 한국 언론매체들도 그 보도기사를 제각기 인용하면서 자기들이 ‘작계 5015’에 관해 유추한 내용까지 곁들인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그 가운데서도 <문화일보> 보도기사에 시선이 멎는다.
한국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인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한 <문화일보> 2015년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공격받자마자 적 지휘부와 통제소, 관제소 등 통신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는 동시전 개념”이 ‘작계 5015’에 적용되었다고 한다.
<아사히신붕>과 <문화일보>에 각각 실린 ‘작계 5015’에 관한 기사들에 산만하게 서술된 내용을 요점적으로 정리하면,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을 받자마자 조선인민군 지휘부를 비롯한 주요군사거점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여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전쟁을 결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계 5015’에서 언급된 동시전은 장기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되지 않고 단기국지전으로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진 2>
그런데 ‘작계 5015’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작성되었다면, 미국군과 한국군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습공격을 받자마자 반격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동시전 개념은 현실에 기초한 개념이 아니라 허구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붕>과 <문화일보>가 각각 보도기사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계 5015’가 그런 허구적 개념으로 작성된 것은, 미국 국방부와 합참본부가 조선의 ‘최후결전계획’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의 ‘최후결전계획’은 군사기밀이므로 미국 국방부와 합참본부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설마 허구적 개념을 가지고 대조선전쟁계획에 수립했을까 하는 의심마저 생길 정도다.
2.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 10분 동안만 노출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249km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에 따라 설정된 전방작전구역에 엄청난 화력이 집중될 것이다. 그런 집중화력전에서 승리하는 방도는 강력한 선제타격력을 폭발적으로 분출하여 단숨에 교전상대를 제압하고 교전상대의 반타격(한국군 용어로는 반격)을 억제하는 길밖에 없다. 이것을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이라고 부를 수 있다. 주목하는 것은, 강력한 화력을 초탄발사에 총집중시켜 교전상대의 전방작전구역을 단숨에 초토화하는가 못하는가에 의해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의 성패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을 제대로 준비하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선인민군은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을 제대로 준비한 반면,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그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을 하려면, 전방작전구역에 배치된 야전부대들이 공격징후를 교전상대에게 노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쌍방의 준비태세를 견줘보면, 조선인민군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대규모 기습공격을 개시할 준비를 완료하였지만,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격징후는 정찰활동과 무선교신이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 그리고 전투병력과 무장장비가 전방작전구역으로 집결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무선교신의 증감여부는 무선통신감청으로 파악할 수 있고, 정찰활동 움직임이나 전투병력 및 무장장비가 전방작전구역으로 집결하는 움직임은 정찰위성과 정찰기를 동원한 공중감시망으로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인민군은 평시에도 유선통신망을 사용하면서 한미연합군의 무선통신감청을 무력화시키고 있고, 정찰활동도 정찰위성 및 정찰기의 공중감시시간대를 피해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시에는 최고사령부가 전시연락관을 전선대련합부대들에 직접 파견하여 총공격명령을 하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군과 미국군이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조선인민군은 정찰위성과 정찰기를 사용하는 미국군의 공중감시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시에 지하갱도 안에서 공격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처럼 땅 속에서 움직이는 군대의 공격징후를 공중감시망으로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에 배치된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같은 화력타격수단들은 지하갱도 안에서 사격준비를 완료하고, 최고사령부 전시연락관이 전달한 총공격시각에 지하갱도에서 일제히 밖으로 나와 사격위치로 재빨리 이동하게 된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자기의 화력타격수단들을 지정된 사격위치로 이동하고 초탄을 발사할 때, 그들의 타격좌표는 미리 정해졌으므로, 각자 사격위치에서 즉시사격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에 배치된 화력타격수단들이 지하갱도에서 나와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으로 추산되는데, 바로 그 10분 동안 공격징후가 노출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노출시간은 10분이다. <사진 4>
그런데 2013년 4월 18일 국회에 출석하여 청와대 국가안보실 업무를 보고한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적어도 2~3주 전에는 그 징후(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라는 뜻-옮긴이)를 볼 수 있고, 한미연합군의 정보자산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였다. 분초를 다투는 긴박한 전시상황에서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2~3일도 아니고 무려 2~3주에 걸쳐 장기간 공격징후를 노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발언은 사실과 맞지 않는 억측과 오판에서 나온 것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공격징후를 10분 동안만 노출하고 곧바로 사격을 개시할 수 있다면, 그와 대결하는 한미연합군 전방야전부대들은 전시에 얼마 동안 공격징후를 노출하게 되는 것일까?
미국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주관하는 국가통수군사지휘기구(NCMA)가 조선과의 전쟁을 결정하면, 미국군 합참의장은 태평양사령부와 주한미국군사령부에게 공격명령을 하달하게 된다. 그러면 태평양사령관은 자기가 지휘하는 야전사령부들에게 전시동원령인 ‘데프콘(DEFCON)-1’을 발령하게 된다. ‘데프콘-1’이 발령되면, 한미연합군과 태평양사령부 야전부대들은 무기와 실탄을 지급받아 전투준비를 갖추고 전투병력과 무장장비를 작전구역으로 이동시키게 된다. ‘데프콘-1’이 발령되는 시각부터 전투병력과 무장장비를 작전구역으로 이동시켜 공격준비를 완료하기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약 180분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 5>
바로 그 180분 동안 한미연합군의 정찰활동이 급증하고, 한미연합군과 태평양부 야전부대들 사이에서 무선교신량이 급증하게 되는데, 조선인민군 정찰부대와 무선통신감청부대는 그런 공격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공격징후를 10분 동안만 노출하고 곧바로 총공격을 개시하는 군대와 공격징후를 180분 동안이나 노출한 뒤에 총공격을 개시하는 군대가 전쟁을 벌이는 경우,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은 어느 쪽이 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구태여 묻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3. 구역타격, 점타격, 동시탄착사격의 순차적 진행
둘째,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을 하려면, 막강한 화력을 한꺼번에 총폭발시키는 밀집사격-연속타격능력을 가져야 한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실전과 유사한 불의의 정황을 조성해놓고 강도 높게 실시하는 ‘화력복무훈련’이 바로 그런 밀집사격-연속타격능력을 강화하는 훈련이다. <조선중앙통신> 2013년 6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제851군부대를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불의에 정황을 주고” 포사격훈련을 실시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는데, “적진과의 실지거리를 타산하여 진지를 차지한 포들에서 날린 포탄들이 목표구역을 련속 타격하였다”고 한다. <사진 6>
한국 국방부의 2014년판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에 실전배치된 방사포는 5,500문이다. 조선인민군은 엄청나게 많은 방사포를 보유하였고, 조선인민군의 전체 포무력에서 차지하는 방사포의 비중도 매우 높다. 영토가 넓은 순서대로 전 세계 나라들의 순위를 매기면, 러시아는 1위이고 조선은 99위인데, 그런 영토대국 러시아가 보유한 방사포가 6,011문인 것에 비해, 영토면적이 러시아의 136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조선이 보유한 방사포는 5,500문이다. 이런 사정은 조선인민군이 방사포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급속밀집사격을 하는 무기는 방사포와 속사포인데, 방사포는 속사포에 비해 살상력이 매우 강한 위력적인 무기다.
나는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참관하면서 중무기전시실에 전시된 각종 자행방사포에 대해 들은 내용을 수첩에 적어놓았는데, 그 수첩을 이번에 다시 펼쳐보고 아래와 같은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1. 1968년식 200mm 4관 방사포 - 일반탄 사거리 18.7km.
2. 1973년식 122mm 30관 또는 40관 방사포 - 일반탄 사거리 20.7km, 산포탄(집속탄) 사거리 비공개.
3. 1984년식 240mm 12관 또는 18관 방사포 - 일반탄 사거리 50.3km 산포탄 사거리 비공개, 사거리연장탄 사용.
4.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 - 일반탄 사거리 20.7km, 재장전장비 설치.
5. 1990년식 240mm 22관 방사포 - 일반탄 사거리 50km, 산포탄 사거리 비공개.
무장장비관에 아직 전시되지 않았지만, 2015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0돐을 맞아 평양에서 진행된 대규모 군사행진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신형 300mm 8관 방사포도 있다. 이 신형 방사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에 실전배치되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에서는 방사포의 성능을 1968년, 1973년, 1984년, 1990년, 2000년대 중반으로 이어지는 5단계에 걸쳐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사진 7>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창건 80돐을 맞으며 조선소년단이 마련한 ‘소년호’ 방사포와 조선민주녀성동맹이 마련한 ‘녀맹호’ 방사포를 조선인민군에게 기증하는 증정식이 2012년 4월 19일 함흥광장에서 진행되었고, 조선소년단 제7차 대회를 맞아 소년단원들이 마련한 ‘소년호’ 방사포를 기증하는 증정식이 2013년 6월 1일 함흥광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조선로동당 창건 70돐을 맞으며 조선민주녀성동맹이 마련한 ‘녀맹호’ 방사포를 기증하는 증정식이 2015년 10월 5일 평양에서 진행되었다. 이것은 조선의 방사포 증강사업이 전사회적으로 줄기차게 추진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조선인민군이 방사포를 중시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포사격순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의 포사격순차는 지하갱도에서 밖으로 나와 사격위치까지 재빨리 이동하는 순서대로 사격하는 것인데,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 순으로 연속사격을 하게 된다. 이러한 연속사격은 지하갱도에서 밖으로 나와 가장 먼저 사격위치로 이동한 방사포가 구역타격을 하고, 그 뒤를 따라 사격위치로 이동한 자행포가 점타격을 하고, 맨 마지막에 견인포가 사격위치로 이동하면 방사포, 자행포, 견인포가 동시탄착사격으로 밀집사격-연속타격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동시탄착사격(TOT사격)이란 서로 다른 사격위치들에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각종 포를 쏘아 동일한 타격목표를 동시에 명중시키는 고도의 사격술이다. 방사포의 구역타격→자행포의 점타격→방사포, 자행포, 견인포의 동시탄착사격으로 이어지는 밀집사격-연속타격이 바로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의 포사격순차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의 밀집사격-연속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방사포의 급속밀집사격에 의한 구역타격이다. 방사포의 구역타격으로 한미연합군의 반타격능력부터 우선적으로 억제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4. 밀집사격-연속타격 포탄우박이 1시간 동안 쏟아진다
셋째, 반타격억제 선제타격을 하려면, 교전상대를 압도할 만큼 막강한 화력을 배비해야 하는데, 조선인민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배비하였지만,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그렇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화력타격수단에서 조선인민군은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을 압도한다. 아래와 같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국방부의 2014년판 ‘국방백서’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야포 8,600문과 방사포 5,500문을 실전배치하였다.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야포가 8,600문이라고 서술한 한국 국방부의 자료는, 후방지역에 배치된 76.2mm 야포를 제외한 숫자를 서술한 것인데, 76.2mm 야포까지 포함시키면 야포만 10,000문이 넘는다. 조선인민군은 76.2mm 야포보다 구경이 더 크고 사거리가 더 긴 야포를 전방작전구역에 배치하였다. 76.2mm 야포를 계산에 넣지 않고서도, 14,100문이나 되는 각종 대구경야포와 방사포를 실전배치한 것은 어마어마한 화력이 배비되었음을 말해준다.
그에 비해, 조선인민군과 대치한 한국군은 야포 5,200문과 다련장로켓포(방사포) 200문을 실전배치하였다. 화력에서 너무 큰 격차를 보인다. 조선인민군의 각종 무장장비들이 이미 내구연한을 넘겨 전반적으로 노후화되었다는 한국군과 미국군의 습관적인 발언은, 한미연합군의 화력이 열세라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꼼수발언’으로 들린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공격명령이 하달되는 순간,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타격밀도로 전전선에 걸쳐 초탄을 발사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2014년판 ‘국방백서’에서는 조선인민군이 실전배치한 각종 포가 모두 14,100문이라고 했는데, 그 가운데 70%가 전방작전구역에 배치되었다고 보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총공격시각에 맞춰 9,870문의 포를 일제히 발사하게 된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야포의 비율은 61%이고, 방사포의 비율은 39%이므로, 현재 전선대련합부대들에는 야포 6,020문과 방사포 3,850문이 배치된 것이다. <사진 8>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방사포는 최소 8발을 쏠 수 있는 방사포에서부터 최대 48발을 쏠 수 있는 방사포까지 매우 다양한데, 방사포 1문이 재장전하지 않고 평균 28발을 쏠 수 있는 것으로 계산한다.
방사포의 사격속도는 자행포나 견인포의 사격속도에 비해 매우 빠른 대신, 방사포의 재장전속도는 자행포나 견인포의 재장전속도에 비해 매우 느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사격속도와 재장전속도의 평균을 내면, 30초당 1발의 포탄을 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그런 속도로 사격할 수 있도록 평시에 훈련받은 조선인민군 포병들은 1문의 포에서 시간당 120발을 쏘게 되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에 배치된 9,870문의 포들이 총공격시각에 맞춰 일제히 불을 뿜으면 1시간에 무려 1,184,400발의 포탄을 쏘게 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이처럼 엄청난 화력으로 밀집사격-연속타격을 퍼붓는 ‘최후결전’의 날에는 대구경포탄과 방사포탄이 전방작전구역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예상하면, ‘최후결전’에서 적진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조선의 공언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과장발언이 아니라 실전상황을 묘사한 예고발언으로 들린다.
그런데 위와 같은 실전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어느 언론인은 <신동아> 2009년 3월호에 실은 기사에서 “대포병레이더가 불을 뿜고 있는 북한군 장사정포대의 위치를 잡아주면, 한국군 포병부대는 일제히 그쪽으로 화구를 돌린다”고 서술하였는데, 그런 식의 상상은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의 엄청난 화력타격을 망각하고 몽상에 빠진 것이다. 대구경포탄과 방사포탄을 맞고서도 파괴되지 않는 신비한 대포병레이더가 설령 있다고 가정한들 포탄우박이 쏟아지는 불바다 속에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5. 전방작전구역에서 벌어지는 80만명 대 32만명의 격돌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4개 보병군단과 4개 기계화군단이다. 서부전선에 제2군단과 제4군단이 포진하였고, 중부전선에 제5군단이 포진하였고, 동부전선에 제1군단이 포진하였다. 그 4개 보병군단 바로 뒤에 4개 기계화군단이 포진하였는데, 서부전선에 820전차군단과 815기계화군단, 중부전선에 620포병군단, 동부전선에 806기계화군단이 각각 포진한 것이다. 이러한 2중포진은 조선인민군 전체 병력 가운데 70%, 전체 화력 가운데 80%가 황해북도 사리원과 강원도 통천을 잇는 동서횡단선 이남지역에, 다시 말해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전방작전구역 안에 공격대형으로 전진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그에 맞선 한국군도 전방작전구역에 8개 군단을 배치하였다. 제3야전군은 서부-중부전선에, 제1야전군은 동부전선에 각각 포진하였다. 서부-중부전선의 제3야전군은 수도군단, 제1군단, 제5군단, 제6군단, 제7기동군단을 포함한 5개 군단으로 편제되었고, 동부전선의 제1야전군은 제2군단, 제3군단, 제8군단을 포함한 3개 군단으로 편제되었다. <사진 9>
주목하는 것은, 전방작전구역에 포진한 병력규모를 비교하면, 조선인민군이 한국군에 비해 2.5배나 더 많다는 사실이다. 군단이라는 명칭은 남과 북에서 똑같이 쓰이지만, 조선인민군 1개 군단에는 10만명 병력이 배속되었고, 한국군 1개 군단에는 4만명 병력이 배속되었으니, 차이가 크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8개 군단(전선대련합부대)은 80만명 병력을 전방작전구역에 배치하였고, 한국군 8개 군단은 32만명 병력을 전방작전구역에 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국군은 전방작전구역의 병력규모에서 매우 열세다.
조선의 ‘최후결전계획’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에 배속된 포병부대들이 공격징후를 노출한지 10분 만에 약 10,000발의 초탄을 발사하고, 그에 연속된 타격순차에 따라 1시간 동안 밀집사격-연속타격을 퍼붓는 ‘불바다 포격전술’로 한국군 8개 군단과 주한미2사단의 반타격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한 바 있다.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1시간 동안 밀집사격-연속타격을 퍼붓고 나면, 그 동안 전투준비를 갖추고 지하갱도에 대기하던 기계화부대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총돌격전을 시작하게 된다. 4,000대의 전차와 2,000대의 장갑차를 앞세운 조선인민군 기계화부대들은 보병전투차량, 수륙양용차량, 보병수송차량 등으로 고속기동전에 유리하게 편성된 전투단위들이다. 그들은 이미 1,184,400발의 포탄우박을 1시간 동안 맞고 초토화된 한미연합군 방어선을 빠른 속도로 돌파하고, 자기들에게 미리 지정된 남진돌격로를 따라 고속기동전을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10>
그러나 조선인민군 대련합부대들의 ‘불바다 포격’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군과 주한미2사단의 전차부대들이 그들의 남진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한국군에 실전배치된 전차는 2,400대다.
조선인민군 기계화부대들의 남진을 가로막는 한국군과 주한미2사단의 전차부대들은 대전차미사일로 무장한 조선인민군 공격헬기와 경보병부대, 그리고 대전차로켓포로 무장한 조선인민군 저고도지상공격기의 집중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249km의 긴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한국군 8개 군단과 주한미2사단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의 ‘불바다 포격’ 속에서도 살아남아 조선인민군 기계화부대들의 남진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잘 막아내다가 어느 순간에 갑자기 전세를 뒤집으며 반타격전으로 넘어가 북진공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서술한 한국군의 전쟁씨나리오는 실전상황과 전혀 다른 공상소설이다.
6. 조선의 ‘최후결전’ 72시간 씨나리오
조선에서는 ‘최후결전’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최후결전’은 반미전쟁이자 통일전쟁이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조선전쟁계획에 대해 논하고, 그 전쟁 씨나리오를 예상한 글을 심심치 않게 내놓지만, 조선의 언론매체가 조선의 ‘최후결전계획’이나 ‘최후결전’ 씨나리오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보들에 기초하여 조선의 ‘최후결전’ 72시간 씨나리오를 예상하면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장면들이 시야에 펼쳐진다.
전면전 제1일 개전의 날 - 선제기습타격으로 공격하는 쪽은 조선인민군이고, 3중 방어선에 의거하여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쪽은 한미연합군이다. 방어전에서 승리하려면 교전상대의 화력보다 3배가 많은 화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한국군 화력과 주한미국군 화력을 모두 합해도 조선인민군 화력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사진 11>
한국군과 주한미국군은 그런 화력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사거리가 각각 300km인 현무-3 탄도미사일과 에이태킴스(ATACMS)를 총동원하여 조선에 있는 ‘합동요격지점(JDPI)’들을 타격하게 된다. <아시아경제> 2014년 1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는 조선에 있는 ‘합동요격지점’ 700개를 선별하여 표적화해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타격대상은 700개나 되는데, 한국군에게 그것을 타격할 현무-3 탄도미사일은 100발밖에 없고, 에이태킴스는 100대밖에 없다. 또한 조선인민군 반항공군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번개-5(사거리 200km)와 번개-6(사거리 400km) 같은 차량탑재식 지대공미사일로 조밀하고, 강력한 방공망을 구축해놓았으므로 한국군이 탄도미사일 200발을 모두 발사해도 조선의 방공망을 파괴하지 못한다.
‘최후결전’ 첫째날,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압도적인 화력과 예상치 못한 기습공격전술로 폭발적인 힘을 분출하면서 군사분계선 전역에서 3중 방어선을 돌파하고 고속기동전을 전개하며 남진하게 되는데, 고속기동전으로 진격하는 전선대련합부대들 뒤에는 보급부대들이 따라가게 된다.
물론 조선인민군은 전선대련합부대들이 지상공격을 개시하는 것과 동시에 미사일공격, 공중공격, 해상공격, 수중공격, 싸이버공격도 개시하게 된다. 그들의 ‘최후결전’은 명실공히 6차원 입체전이다. 하지만 글의 길이가 한정되었기 때문에, 이 글에서 한반도 전구를 넘어 미국 태평양사령부 전구로 확대될 조선인민군의 6차원 입체대전을 전부 논하지 못한다. 다만 그들의 6차원 입체대전 가운데서 전술핵공격과 싸이버공격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논한다. 그들의 6차원 입체대전 중에서 유독 전술핵공격과 싸이버공격만 간략하게 논하려는 까닭은, 그 두 유형의 공격이 그들의 ‘최후결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비대칭전술의 핵심부분이기 때문이다.
‘최후결전’에서 조선이 전술핵탄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은, 조선인민군이 한국에 구축된 전쟁지휘소들을 포사격으로 파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2014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는 지하전쟁지휘소 여섯 곳이 있다. 이 지하전쟁지휘소들은 강력한 방호시설로 구축되었기 때문에 포사격으로 파괴되지 않는다. <사진 12>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지하전쟁지휘소들부터 먼저 파괴해야 그들이 자기의 ‘최후결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으므로, 그들은 그 타격대상들에게 전술핵탄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남진갱도를 통하여 작전종심 깊숙이 침투한 조선인민군 핵배낭부대들은 후방지역에 있는 지하전쟁지휘소들을 핵배낭으로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이 밀집사격-연속타격을 개시하는 때에 맞춰 조선인민군 싸이버부대들도 강력한 싸이버공격으로 한국 및 태평양사령부 작전구역의 기간전산망을 전부 파괴하게 된다. 2012년 11월 이스라엘 국토안보부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조선을 싸이버전 4대 강국으로 지목하였다. 2013년 3월 20일 임종인 당시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은 조선인민군이 강력한 싸이버공격으로 5분 안에 한국의 주요시설들을 마비시킬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것은 조선이‘최후결전’을 개시한 때로부터 5분 안에 한국의 ‘생명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전력망, 통신망, 교통망, 수송망, 방송망, 가스공급망, 식수공급망이 모두 마비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대통령과 고위관리들, 그리고 한국에 머무는 미국인 13만명과 일본인 4만5천명이 해외로 대피할 마지막 통로마저 끊기게 된다.
전면전 제2일 격전의 날 - 조선인민군은 각지에 있는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 정치-행정-산업거점들을 지상, 지하, 공중, 해상, 수중에서 각종 타력수단을 총동원하여 포위공격하게 된다. 저고도기습침투기를 타고 야간작전에 돌입하여 한강에 수상착륙한 조선의 최정예 ‘폭풍군단’은 암흑과 공포와 혼란에 빠져 완전히 고립된 서울에 무혈입성하여 청와대, 국회, 주한미국대사관, 국방부, 합참본부, 용산미국군기지 등 핵심거점들을 기습점거하게 된다. 다른 한편, 방어선을 돌파하고 진격하면서 한국군 후방부대들과 간헐적으로 교전을 벌이는 조선인민군 기계화부대들은 고속기동전으로 남진을 계속 다그쳐 부산과 목포에 무혈입성하고, 조선인민군 항공륙전대는 제주도와 울릉도에 무혈입도하게 된다.
전면전 제3일 전쟁결속의 날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인민군에게 투항한 미국군 포로들과 점령지역에 고립된 미국인들을 미국으로 안전히 송환한다는 조건으로 조선에게 항복의사를 전하게 된다. 전쟁피해를 극소화한 ‘최후결전’은 개전 72시간 만에 조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고, 곧바로 통일정부수립과 전후복구사업이 시작된다.
2012년 8월 2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부전선을 시찰하는 중에 진행한 선군절 경축연회 연설에서 조국통일대전에 대해 처음 언급한 이후, 조선인민군은 최고사령관의 정력적인 현지지도에 따라 전투준비완성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렇게 3년 세월이 흐른 지금, 그들은 전투준비를 완료하고 ‘최후결전’의 결정적 시각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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