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6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이것은 중국이 035형 잠수함의 성능을 크게 개량하여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에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035B 잠수함이라는 공식명칭으로 불리는 이 잠수함은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잠수함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기록영화에 등장한 잠수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언론보도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은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2012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상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시기 국제사회에 존재 자체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거나 소문으로 들어왔던 조선인민군의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가 군사행진이나 기록영화를 통해 세상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이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공개해온 일련의 무력시위는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선언하고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할 것으로 자신하는 김정은시대의 중요한 특징들 가운데 하나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인민군이 첨단무기 및 군사장비의 일부를 공개해온 일련의 무력시위는, ‘세계 최강’이라고 허풍을 치는 미국의 오판과 오만을 한풀 꺾어놓는 억지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미국은 북의 대미무력시위에 대응한다고 하면서 한반도와 주변에서 대북무력시위로 맞서고 있지만, 2012년 이후 미국의 대북무력시위는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선언한 북의 대미무력시위 앞에서 긴장과 불안을 느끼며 수세에 몰린 행동인 것이다. 예컨대, 2012년 이후 미국이 강도 높은 대북전쟁연습을 강행한다고 크게 광고하면서도, 그들의 주력부대인 항모타격단이 동해나 서해의 접적수역(接敵水域)까지 차마 북상하지 못하고 동중국해 북부수역에서 맴도는 이전과 다른 현상이야말로 북의 ‘조국통일대전 준비완료 선언’과 대미무력시위에 지레 겁을 먹고 기가 꺾인 미국이 북미대치 군사전선에서 수세에 몰렸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 조선인민군이 군사행진과 기록영화를 통해 공개한 것은 대부분 지상무력이었고, 항공무력과 해군무력을 공개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서방의 군사강국들은 자기들의 항공무력이나 해군무력을 과시하는 항공전시회(air show) 또는 관함식(naval review)을 때로 진행하면서 자국군의 사기를 올려주고 자국산 무기의 해외수출을 촉진하는데, 북은 그런 행사들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북의 항공무력과 해군무력은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5월 3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방영시간 49분 33초 길이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는 북이 이제껏 공개하지 않았던 잠수함과 잠수함기지를 처음으로 보여주어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 기록영화에서 잠수함 관련 영상이 나오는 시간은 26분 22초부터 34초까지 12초 동안, 그리고 48분 38초부터 46초까지 8초 동안이다. 20초 동안의 짧은 방영시간에 흘러가는 장면들은, 어느 군항에 정박한 잠수함 3척을 정면에서 근접촬영한 장면, 어느 군항에서 해수면으로 떠오르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잠수함들이 정박한 어느 군항에서 출항하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해상기동훈련 중에 다른 수상함들과 함께 항진하는 잠수함 1척을 측면에서 원격촬영한 장면 등이다.
북에는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와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가 있는데, 위의 기록영화에서 그 모습이 잠깐 비춰진 북의 잠수함기지는 부두정박식이다.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에 있는 잠수함들은 그 위치가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되어도 크게 문제로 되지 않는 디젤-전동식 잠수함들이다.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해수면에 떠올라 운항할 때는 디젤엔진으로 전동기(electric motor)를 돌리고,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잠항할 때는 디젤엔진에서 발생시켜 축전지에 저장해둔 전기로 전동기를 돌린다. 잠수함이 해수면에 떠올라 공기를 흡입하면서 디젤엔진을 돌릴 때나, 해수면 아래서 해수면 위로 내민 통기구(snorkel)를 통해 공기를 흡입하면서 디젤엔진을 돌릴 때는 내연기관 동음이 크게 들리지만, 잠항하면서 디젤엔진을 끄고 전동기만 돌릴 때는 동음이 크게 줄어든다. 해수면 아래에서 잠항하는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위치를 포착하기가 매우 어려운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을 보고 대뜸 로미오급(Romeo-class) 잠수함이라고 지적할 것이다. 로미오급이라는 잠수함분류명칭은 미국 군부가 지난날 소련에서 생산한, 수중배수량이 1,830t급인 디젤-전동식 잠수함에 제멋대로 붙여놓은 자의적 별칭이다. 자기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데 길들여진 친미국가들에서는 소련에서 생산한 그 잠수함의 정식명칭이 있는데도 미국 군부가 퍼뜨린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쓰고 있다. 원래 로미오라는 이름은 16세기 후반에 문필활동을 펼쳤던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쓴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인데, 미국 군부가 소련 잠수함을 비극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부르게 된 경위는 알기 힘들다. 비극소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미오처럼 소련 잠수함도 자멸의 운명을 지닌다는 뜻을 담아 로미오급이라고 부른 것일까?
지난날 소련이 건조한 그 잠수함의 정식명칭은 633설계급(Project 633 class) 잠수함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 잠수함을 633설계급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부른다. 633설계급 잠수함 계열로 분류되는 여러 유형의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해온 나라는 전 세계에서 소련, 중국, 북밖에 없다.
소련은 1957년 10월부터 1961년 12월까지 기간에 633설계급 잠수함 20척을 건조하였는데, 그것이 633설계급 계열의 1세대 잠수함이다. 그 기간에 소련이 건조하였던 633설계급 잠수함은 함체 길이가 76.6m, 폭이 6.7m이며, 수상배수량이 1,475t이고, 수중배수량이 1,830t이다. 함체 내부에 설치된 전동기 2대가 함미에 장착된 쌍발추진기를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데, 수상운항속도는 시속 28km, 수중운항속도는 시속 24km이며, 시속 17km의 속도로 운항하는 경우 항속거리는 14,484km에 이른다. 또한 이 잠수함은 함수에 533mm 어뢰발사관 6기, 함미에 2기를 각각 장착하였고, 승함인원은 54명이다.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을 로미오급 잠수함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633설계급 잠수함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지난날 소련이 건조했던 633설계급 잠수함이 북과 중국에서 몇 세대에 걸쳐 ‘진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등장한 북의 잠수함들은 몇 번째 세대로 ‘진화’한 633설계급 잠수함들인가?
633설계급 잠수함은 어떻게 ‘진화’하였을까?
1963년에 소련은 633설계급 잠수함의 설계도와 기술자료를 중국에 보내주었고, 중국은 그것을 바탕으로 잠수함 건조기술을 습득하여 1963년부터 1984년까지 기간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84척을 건조하였는데, 이 잠수함은 033형 잠수함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불린다. 중국은 033형 잠수함을 건조해온 기간에 단순한 복제생산을 계속한 것이 아니라 성능개량을 거듭하였는데, 디젤엔진, 수중음향탐지기(sonar), 통신장비, 냉방장치 등을 개량하였다.
중국의 잠수함 성능개량사업은 ‘무산계급문화혁명기(1966-1971)에 일시적으로 침체되었는데, 1971년부터 2000년까지 기간에 기존 033형 잠수함의 성능을 크게 개량하여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 21척을 건조하였다. 그 잠수함의 공식명칭은 035형 잠수함인데, 미국 군부는 밍(明)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중국이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인 035형 잠수함은 지난날 소련이 건조한 같은 계열의 1세대 잠수함보다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무겁다. 이를테면, 035형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1,584t, 수중배수량은 2,113t이고, 함체 길이는 76m, 폭은 7.6m이다. 또한 수상운항속도는 시속 28km이고, 수중운항속도는 시속 33km이며, 잠수심도는 150m다. 승함인원은 55명이고, 작전가능시간은 60일이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에 035형 잠수함의 성능을 더 개량하여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 4척을 건조하였다. 이 잠수함이 <사진 1>에 나오는 035B형 잠수함이다. 소련에서 개발되었고 중국에서 ‘진화’한 633설계급 계열의 잠수함은 마침내 4세대 잠수함(035B 잠수함)에 이르러 현대전에 적합한 고도의 작전능력을 갖게 되었는데,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타격력을 가진 우수한 잠수함으로 개조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633설계급 계열의 1세대 잠수함과 4세대 잠수함의 성능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군부는 그처럼 엄청난 성능격차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그 계열의 모든 잠수함들을 무조건 로미오급 잠수함으로 부르는 교묘한 왜곡선전을 펴면서 세상을 기만해왔다.
이 글의 주된 관심사는 북의 잠수함 건조사업이다. 북은 633설계급 잠수함 건조사업을 어떻게 진척시켜왔을까?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북은 중국이 건조한 633설계급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1973년에 2척, 1974년에 2척, 1975년에 3척 수입하였고, 1976년부터는 033형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기 시작하여, 1994년까지 모두 18척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위와 같은 서방측 자료에서 잠수함 건조에 처음 착수한 시점을 서로 비교하면, 북이 중국보다 13년 뒤진 셈이다. 아래에서 다시 논하겠지만, 633설계급 계열로 분류되는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에서 북은 중국에게 뒤진 13년 시간격차를 따라잡아 독자적인 건조기술로 같은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을 건조하였다.
그런데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자체로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18척, 중국에서 수입한 같은 계열의 2세대 잠수함 4척을 합해 동급 잠수함을 모두 22척 보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북이 자국 잠수함에 관련된 정보를 그 동안 세상에 전혀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자의적으로 추정하여 작성한 자료에서 드러나는 오류는 너무 심하다. 633설계급 계열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업을 1976년부터 추진해온 북이 38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18척밖에 건조하지 못했다고 보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명백한 오류다.
1963년 이후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1971년 이후 3세대 잠수함(035형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2000년 이후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을 건조하였던 중국의 경험을 살펴보면, 중국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열의와 노력으로 잠수함 건조사업에 달라붙은 북도 1976년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033형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한 이후 그것의 성능을 더욱 개량한 후속형 잠수함들을 계속 건조해왔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이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건조한 이후 약 30년 동안 후속형 잠수함을 건조하지 못한 채, 1970년대 후반에 건조했던 노후한 2세대 잠수함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미국 군부와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북이 세상에 공개한, 잠수함에 관련된 흔치 않은 사진자료와 영상자료를 살펴보면,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도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 3세대 잠수함, 4세대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건조해왔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래의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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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들이 말해주는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사진 2>에 나타난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미국 군부가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잠수함이고, 중국에서는 033형 잠수함이라고 부르는 잠수함이고, 북이 1970년대 후반에 건조한 잠수함이다. 북이 아주 오래 전에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은 맑은 바닷물이 햇빛에 반사될 때 나타나는 비취색으로 도색되었다.
비취색으로 도색된 그 잠수함은 조선인민군 잠수함대의 전투용 잠수함이 아니라, 잠수함대에 갓 들어간 신입 병사들의 훈련용 잠수함으로 보인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2011년 8월 4일 원산항에 입항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훈련함을 맞이한 환영행사에 조선인민군 해군이 훈련용 잠수함을 내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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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은 1970년대 후반에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을 건조한 이후 그 건조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여 지난 30여 년 동안 3세대 잠수함과 4세대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건조해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외형이 서로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드러나 보이는 잠수함들이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등장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진 3>에 나오는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이고, <사진 4>에 나오는 잠수함은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다. 북에서 이 4세대 잠수함을 부르는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이 글에서는 4세대 잠수함이라고 부른다.
북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은 <사진 1>에서 보는 중국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과 외형이 매우 흡사하다. 위의 사진자료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북이나 중국에서 건조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은 이전 세대 잠수함들에 비해 외형상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그 특징은 마치 코뿔소(북에서는 서우)의 뿔처럼 생긴 알루미늄색 큰 물체가 함수에 곧추세워진 것이다. 코뿔소의 뿔처럼 생긴 그 알루미늄색 물체가 바로 중거리 기뢰음향탐지기(medium-range mine detection sonar)다. 이전에 건조된 2세대 잠수함이나 3세대 잠수함의 함수에도 기뢰음향탐지기가 설치되었지만, 크기가 좀 작아서 먼 거리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런데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의 함수에는 크기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성능이 향상된 개량형 기뢰음향탐지기가 설치되었다.
북의 4세대 잠수함은 중국의 4세대 잠수함(035B형 잠수함)이 그러한 것처럼, 수중에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강력한 무장을 갖추었다. 그것만 아니라, 열에너지를 역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스털링엔진(Stirling engine)을 사용하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r-independent propulsion)가 북의 4세대 감수함에 설치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기불요장치를 설치한 북의 4세대 잠수함은 공기를 흡입하여 디젤엔진을 돌리기 위해 이따금씩 통기구를 해수면 위로 내밀지 않고 해수면 아래 150m 심해에서 계속 머물며 작전할 수 있다. 이것은 북의 4세대 잠수함이 적의 정찰위성, 대잠초계기, 대잠헬기, 수상함 등으로 이루어진 대잠방어망을 뚫고 적진에 은밀히 접근하여 기습적으로 잠대함미사일, 음향감응유도어뢰, 지상타격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이 4세대 잠수함을 건조하면서 수중방사음향을 얼마나 적게 줄였는가 하는 점이다. 수중방사음향을 줄이면 적의 수중음향탐지망을 뚫고 은밀히 접근하여 기습공격을 가할 수 있다. 능동형 수중음향탐지기로 잠수함의 은밀한 접근을 포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것이지 실전상황에 들어가면 잠수함의 은밀한 접근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남대서양에서 벌어진 잠수함작전이 그것을 입증한 바 있다.
영국 함대에 홀로 맞서 싸운 잠수함 싼 루이스
1982년 4월 2일부터 6월 14일까지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남대서양에 있는 말비나스 제도(Islas Malvinas, 아르헨티나 명칭) 또는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 영국 명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그 섬들과 주변해역에서 격전을 벌었는데, 그 전쟁에서 전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잠수함작전이었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영국 함대에 맞서 디젤-전동식 잠수함 2척을 출전시켰다. 미국 해군에서 퇴역하여 1971년에 아르헨티나에 수출된, 수중배수량 2,480t급의 노후한 잠수함 싼타 페(ARA Santa Fe), 독일에서 건조되어 1978년에 아르헨티나에 수출된, 수중배수량 1,285t급의 신형 잠수함 싼 루이스(ARA San Luis)였다.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은 싼타 페와 싼 루이스 2척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 해군이 출전시킨 잠수함 싼타 페는 영국 해군이 출전시킨 만재배수량 6,850t급 구축함 앤트림(HMS Antrim)에서 발진한 대잠헬기에게 위치가 포착되어 대잠헬기의 폭뢰공격을 받았다. 폭뢰의 수중폭발로 일어난 엄청난 충격파에 의해 전기장치들이 작동을 멈춘 잠수함 싼타 페는 잠항을 계속할 수 없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자, 하는 수 없이 해수면으로 떠올랐다. 잠수함이 전투 중에 해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영국 해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잠헬기 4대를 출동시켜 대구경 기관총과 대함미사일로 공격했고, 집중공격을 받은 잠수함 싼타 페는 치명타를 입고 허겁지겁 대피하다가 해안에 좌초하였으며, 결국 투항으로 자기의 종말을 맞았다. 잠수함 싼타 페는 미국 해군이 태평양전쟁과 6.25전쟁에 투입하였다가 퇴역시킨 뒤에 아르헨티나에 팔아넘긴 노후한 잠수함이었기 때문에 영국 대잠헬기의 수중음향탐지를 피하지 못하고 자기 위치를 노출하였고, 그로써 대잠헬기의 집중공격을 받고 종말을 고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노후한 잠수함 싼타 페와 달리, 신형 잠수함 싼 루이스는 전혀 다른 작전상황을 펼쳐갔다. 순양함과 구축함은 물론 핵추진 잠수함까지 동원한 강력한 영국 함대에 홀로 맞서 싸운 잠수함 싼 루이스는 전구(戰區)를 종횡무진 누비며 영국 함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영국 함대는 533mm 중어뢰 발사관 8개를 장착한 잠수함 싼 루이스 1척을 잡아내기 위해 대잠수함전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만일 잠수함 싼 루이스의 승조원들이 실수로 어뢰발사관의 전선을 잘못 연결하여 어뢰발사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영국 함대는 싼 루이스의 어뢰공격으로 치명타를 입고 대패하였을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전선을 잘못 연결한 사소한 실수가 전쟁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것이다.
잠수함이 얼마나 치명적인 무기인지를 현실로 입증한 사례는 더 있다. 미국 해군 태평양작전사령부가 주관하고 태평양 연안국가 해군들이 참가한 가운데 미국 하와이 주변해역에서 2년마다 한 차례씩 진행되는 환태평양(RIMPAC)훈련과정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 환태평양훈련에 참가한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가 수중음향탐지망을 설치해놓았는데도, 그것을 감쪽같이 뚫고 자유자재로 잠항하면서 놀라운 작전능력을 발휘하였다. 이를테면,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1998년에 환태평양훈련에 처음 참가하여 미국 해군 소속 7,300t급 핵추진 잠수함 캐미하미하(USS Kamehameha)를 가상어뢰로 격침시켰을 뿐 아니라, 미사일구축함 2척, 미사일호위함 1척, 구축함 1척, 호위함 1척, 상륙함 1척을 포함하여 모두 13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다.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은 2000년도 환태평양훈련 중에도 각종 수상함 11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2002년도 훈련에서도 각종 수상함 10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2004년도 훈련에서는 미국 해군 소속 이지스순양함 2척 및 이지스구축함 2척,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구축함 4척, 한국 해군 소속 구축함 2척을 가상어뢰로 격침시켰고, 미국 해군 소속 10만t급 초대형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USS John C. Stennis)까지 가상어뢰로 격침시켜 미국 해군 지휘부를 놀라게 하였다. 당시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의 가상어뢰공격을 받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미국 해군 소속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2척뿐이었다.
위와 같은 환태평양훈련의 잠수함작전 경험은 해전에서 수상함으로는 잠수함에 맞서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는데, 핵추진 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까지 격침하는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가공할 위력을 체감한 미국 해군은 2004년 4월 8일 대잠수함전함대사령부(Fleet Anti-Submarine Warfare Command)를 창설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이 북에 있다
잠수함이 잠항 중에 발생하는 수중방사음향은 데시벨(decibel, dB) 음향단위로 표시된다. 수중배수량이 엄청나게 큰 핵추진 잠수함이라 할지라도 잠항할 때 수중방사음향을 크게 내면 전시에 격침위험에 쉽게 노출될 것이다. 수중배수량이 큰 대형 잠수함일수록 잠항할 때 수중방사음향을 크게 낼 수밖에 없으므로, 초대형 핵추진 잠수함이라고 해서 무조건 만능이 아니다.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이 초대형 핵추진 잠수함을 가상어뢰로 격침시킨 사례는 위에서 언급한 환태평양훈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초대형 잠수함이 무조건 우수한 잠수함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며, 데시벨 수치가 적은 ‘조용한’ 잠수함이 적의 수중음향탐지망을 쉽게 뚫을 수 있는 우수한 잠수함이다.
1998년도 환태평양훈련에서 미국 해군 해상초계기 P-3C가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의 항적을 5분 동안 포착하였으나 금방 놓쳐버린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 2년마다 계속 열린 환태평양훈련 중에 한국 해군 소속 잠수함이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의 수중음향탐지망에 포착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러한 경험은 수중음향탐지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바다 속에서 돌아다니는 잠수함을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작성한 수중방사음향 추산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5.1dB, 러시아의 아쿨라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4.0dB, 영국의 트라팔가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2.7dB, 중국의 091형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22.3dB, 프랑스의 루비급 핵추진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7dB, 일본의 유시오급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0dB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2dB이다. 원래 중국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디젤-전동식 잠수함의 수중방사음향은 19.4dB이었는데, 몇 차례 성능을 개량하면서 12dB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그런 정도의 음향은 귀에 들릴 듯 말 듯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와 같다. 북이 건조한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도 12dB 정도로 아주 적은 음향밖에 내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잠수함이다.
아메리카 제국을 멸망시킬 최후의 타격수단
전시에 잠수함은 533mm 중어뢰 한 발로 1만t급 순양함을 격침하는 엄청난 공격력을 발휘한다. 자기의 항모타격단이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하는 미국 해군도 상상을 초월한 공격력을 지닌 적의 잠수함대 앞에서는 기가 눌리게 된다. 잠수함은 항공모함을 위협하는 위력적인 무기다. 잠수함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잠수함밖에 없다. 그러므로 잠수함강국은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최강 수준의 군사강국이다.
지난날 중국이 소련에게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자, 중국은 1958년에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겠다고 결정하였다. 당시 중국은 곡물수출국들로부터 곡물을 수입해야 하였던 어려운 처지에 있었으나,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독자적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정치국 회의에서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허리띠를 졸라매고서라도 핵추진 잠수함을 자력으로 건조하려는 단호한 결심을 이렇게 표명하였다. “앞으로 만년이 걸린다 해도 우리는 핵추진 잠수함을 반드시 건조해야 한다.”
그런 결정이 내려진 때로부터 12년이 지난 1970년 중국은 마침내 자국산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였고, 그로부터 4년 뒤 그 핵추진 잠수함을 북해함대에 배치하였으며, 1988년에는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한 전략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그리하여 오늘 중국은 091형, 092형, 093형, 094형, 096형으로 분류되는 다섯 유형의 핵추진 잠수함 약 10척을 운용하고 있다. 2013년 12월 22일 중국 동북부 보하이(渤海)해역에서 094형 핵추진 잠수함이 수중발사한, 사거리 9,000km의 다탄두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쥐랑(巨浪)-2 한 발이 중국 서부의 신장(新疆)에 있는 미사일시험장을 향해 날아갔다. 중국은 수 십 년에 걸쳐 완성해온 자기의 핵무력을 그렇게 시위하였다.
중국은 첫 핵추진 잠수함을 1970년에 건조하였고 1974년에 작전배치하였는데, 북은 1990년대 초반에 핵추진 잠수함 개발사업에 착수하여 2000년대 초에 마침내 첫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였다. 북은 2010년 10월 10일 당창건 경축 군사행진에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사거리 4,000km의 다탄두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화성-10호를 처음 공개함으로써 핵추진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망을 벗어난 북의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 안에서 대기하는 잠수함들은 세상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이 그 존재 자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는 핵추진 잠수함들이다.
북이 핵추진 잠수함을 자력으로 건조하고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과 주요언론매체들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흘려준 왜곡된 북의 군사정보만 듣고 북이 노후한 잠수함 몇 척만 운용한다고 보는 착각에 빠져 있지만, 1970년대부터 잠수함 전력구축에 국력을 기울여온 북은 지금 핵추진 잠수함과 여러 유형의 디젤-전동식 잠수함들로 구성된 최강의 잠수함대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해군 7함대 항모타격단이 서해와 동해의 접적수역으로 감히 북상하지 못하고 북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동중국해 북부해상에서 맴도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는 동해와 서해에서 정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은 남해에도 출동하여 엔진을 끄고 해상(seabed)에 내려앉는 착저매복전술(着底埋伏戰術)을 연습하면서 전시에 일본 사세보항에서 출항할 미국 해군 7함대 항공모함을 불시에 해저에서 공격하는 기습능력을 연마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만일 전시에 미국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으로 구성된 연합함대가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작전활동을 벌이는 경우, 격침위험을 느끼며 공포에 떠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조선인민군 해군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격침시키기 위한 다양한 공격전술을 개발하고 그 전술훈련에 열중해왔는데, 만일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북의 잠수함대가 일본에서 출항할 7함대 항모타격단의 출동을 일본 인근해역에서 사전에 막아버리는 선제공격대오의 맨 앞장에 설 것으로 예견된다.
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북의 핵추진 잠수함이 수행하게 될 작전이다. 만일 전시에 미국이 대북핵공격을 감행할 경우, 조선인민군 해군 잠수함대의 보복공격범위는 한반도 주변해역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해군 소속 핵추진 잠수함은 태평양으로 사전에 출동하여 미국 서부해안에 가까운 심해에서 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다가 결정적 순간에 미국 본토를 향해 보복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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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예견이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는 점은 중국의 <환구시보> 보도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 10월 28일 중국의 <환구시보>는 전시에 태평양으로 출동한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핵탄두를 장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하는 경우 사망자가 무려 500만~1,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충격적인 보도기사를 실어 아메리카 제국에게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중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한 대미핵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했다면, 당연히 북도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하여 아메리카 제국을 멸망시킬 대미핵보복 시나리오를 준비하였을 것이다. 북이 미국에게 경고해온 ‘최후 결전’은 그런 것이다.
7함대 항모타격단이 격침당하는 수준의 패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메리카 제국이 통째로 멸망할 위험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예감하였다면, 그들은 북의 핵공격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대북핵전쟁연습을 영구히 중지하고 주한미국군 철군을 단행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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