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6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북, 미사일 콜벳함에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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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기록영화에 나오는 대함미사일 발사장면
지난 6월 9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들 앞에서 “북한이 대남심리전 일환으로 군사력을 자주 공개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훈련행태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들이 여러 번 보셨을 것입니다. (북이 이번에 방송한 기록영화도) 그런 것의 일환으로 보시면 되고...”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북의 기록영화는 지난 5월 31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방영한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를 뜻한다.
황당무계한 소리를 꺼내놓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에도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무식한 발언을 꺼내놓았다. 북에서 방송된 그 기록영화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의 군력을 어떻게 강화, 발전시켜오는지를 북의 군대와 인민들에게 알려주는 ‘영상문헌’이지, 대남심리전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편집물이 아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대남심리전을 수행하는 방송국이 아니다. 그 기록영화는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이 자체로 제작한 일상적인 방송편집물이 아니라, 북측 최고영도자의 ‘령도업적’을 수록한 문헌을 편찬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관련부서가 특별히 제작한 ‘영상문헌’이다. 위에 인용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황당무계한 까닭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령도업적’을 수록한 ‘영상문헌’을 대남심리전에 전용(轉用)하는 것은 북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측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련된 영상기록이 대북심리전에 전용될 수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북의 대남심리전과는 전혀 무관한 기록영화를 시청하였으면서도 자기들이 북으로부터 심리전 공세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 그렇게 느낀 것일까? 그 까닭은 그들이 그 기록영화를 시청하는 동안 조선인민군의 강한 군력을 감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는 김정은시대의 조선인민군에 대해 연구하는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 기록영화를 정밀분석하면, 조선인민군의 사기와 군풍, 훈련수준과 훈련방식, 군사장비와 전술운용을 비롯한 그들의 군력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부문에 대한 안목이 없는 사람은 그처럼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영상기록을 시청해도 뭐가 뭔지 분간하지 못한다. 사람은 그 자신이 아는 만큼 보고 느끼고 받아들인다는 명제는 사람의 인식활동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밝혀주는 진리다.
나는 지난 6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글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마침내 밝혀졌다’에서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 나오는 조선인민군 잠수함대의 주력잠수함인 4세대 잠수함이 얼마나 위력적인 군사장비인지에 대해 상론하였는데, 그 기록영화에는 잠수함은 물론이고 조선인민군이 군종별, 병종별로 운용하는 각종 군사장비들이 아주 다종다양하게 등장한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그처럼 다종다양한 군사장비들을 모두 열거하면서 하나씩 거론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될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그 기록영화에 등장한 다종다양한 군사장비들 가운데 대함미사일을 특정하고 그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한다.
그 기록영화에 나오는 각종 군사장비들 가운데서 하필 대함미사일을 특정한 까닭은, 지난 6월 9일 남측 언론매체들이 한국군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여 그 대함미사일에 대해 일제히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조선일보> 2014년 6월 9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선전용 영화에서 미국의 ‘하푼’ 대함미사일과 비슷한 신형 대함미사일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가 개발한 Kh-35 ‘우란’(나토명 SS-N-25)이거나 북한이 이를 모방생산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북의 신형 대함미사일은 49분 33초 동안 상영되는 기록영화 중에서 49분 19초에 접어든 맨 끝부분에 등장한다. 기록영화에 나타난 것은, 발사관에서 튀어나와 화염을 뿜으며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1초 동안에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면이다. <사진 1>은 그 대함미사일의 발사순간을 포착한 장면을 기록영화에서 집어낸 것인데,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화면이어서 미사일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소식통은 <사진 1>에 나타난 대함미사일이 소련-러시아에서 생산된 Kh-35 유런(Uran) 대함미사일 또는 북이 그 대함미사일을 모방생산한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은 완전히 빗나간 추정이다. 북은 Kh-35 대함미사일을 수입한 적이 없고, 그 대함미사일 실물을 해체하고 역설계하여 복제품을 생산한 적도 없다. <사진 1>에 나타난 대함미사일은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대함미사일이다. 그 대함미사일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논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기록영화에는 조선인민군이 사용하는 다종다양한 무기들이 나오는데,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왜 유독 그 대함미사일에 주목한 것일까? 그 대함미사일이 이번에 처음 공개되었기 때문에 남측 국방부 관계자들이 그처럼 주목하였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대함미사일이 지닌 전술적 가치가 예상을 뛰어넘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무기의 전술적 가치는 그 무기의 성능지표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불과 불이 오가는 실전에서 현실로 입증되는 법이다. 세계 무기개발사를 훑어보면, 기술자료에 나타난 우수한 성능지표로 호평을 받았던 무기가 정작 실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패사례도 있고, 그와 반대로 기술자료에서는 호평을 받지 못한 무기가 실전에서 뜻밖의 전과를 거둔 성공사례도 있다. 이번에 북의 기록영화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남측 군부가 우려스러운 눈초리로 주시한 북의 대함미사일이 과연 어떤 전술적 가치를 지녔는가 하는 문제도 대함미사일이 실전에서 사용된 경험을 살펴보아야 정확히 요해할 수 있다.
해상교전에서 눈부시게 활약한 대함미사일
대함미사일이 해상교전에서 발휘한 위력에 대해 말해주는 첫 번째 실전경험은 47년 전에 있었다.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 사이드항(Port Said)에 대기하던 이집트 해군 소속 66t급 소형 미사일고속정은, 이집트 앞바다에서 초계활동을 하고 있던 이스라엘 해군 소속 1,700t급 구축함 에일럿(INS Eilat)을 향해 대함미사일 네 발을 쏘며 기습공격을 가했다. 대함미사일 네 발을 맞은 이스라엘 구축함은 반격할 겨를도 없이 47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100여 명이 부상을 당한 채 침몰하였다. 그 날 이스라엘 구축함을 격침한 강력한 무기는 소련이 생산하여 이집트에 수출한 P-15 터밋(Termit) 대함미사일이다. 미국 군부는 이 대함미사일을 스틱스(Styx) 또는 SS-N-2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66t급 미사일고속정이 대함미사일을 쏘아 1,700t급 구축함을 격침한 때로부터 여섯 해가 지난 1973년 10월 6일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는데, 전쟁 이틀째 되는 날 시리아 앞바다에서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 다섯 척과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 여섯 척이 격돌하였다. 이것이 래터키아 해전(Latakia Naval Warfare)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여섯 해 전에 이집트 해군 미사일고속정이 쏜 대함미사일을 맞고 구축함 한 척을 잃은 이스라엘 해군은 그 동안 대함미사일 공격에 맞설 방어수단을 개발해놓았다. 이스라엘 해군이 개발한 방어수단은 타격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대함미사일의 순항비행을 유도해주는, 대함미사일에 장착된 추적레이더를 혼란에 빠뜨리는 전자교란장비였다. 일반적으로, 대함미사일은 발사된 이후 순항비행 중에 타격목표를 탐지, 추적하기 위해 능동형 레이더를 켜는데, 이스라엘 해군은 바로 그 레이더를 전자장비로 교란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해군은 채프(chaff)라고 불리는, 사람 손바닥만한 알루미늄 박막을 허공에 널리 산포하여 대함미사일의 추적레이더를 교란하는 장비도 사용하였다. 이처럼 이스라엘 해군은 전자교란장비와 박막살포장비로 이중대응을 하였으니,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이 쏜 P-15 터밋 대함미사일은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래터키아 해전에서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이 그런 방어수단들을 사용한 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뜻밖의 공격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들은 당시로서는 최신형인 개브리얼(Gabriel) Mk-1 대함미사일을 쏘았다. 그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위 3m 높이에서 스칠 듯이 초저공비행으로 날아가 시리아 해군 미사일고속정 세 척을 격파하였다. 그 해상교전에서 이스라엘 해군은 해수면 밀착비행(sea-skimming)이라고 부르는 첨단성능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대함미사일을 세계 해전사상 처음으로 발사하였다.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지닌 새로운 유형의 대함미사일이 적함에게 공포를 주는 까닭은, 적함에 설치된 대공감시레이더가 해수면을 스칠 듯이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설령 포착해도 그처럼 초저공에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격추할 요격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사거리는 짧지만, 고속연발로 화망(火網)을 구성하는 근접방어무기(close-in weapon)인 고속기관포를 쏘아 대함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은 근접방어무기로 막지 못한다. 실전에서 대함미사일에 피격당하여 격침되거나 대파된 전함들의 경험이 그런 사실을 입증한다. 40년 전이나 오늘이나 전함은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지닌 대함미사일 공격 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인 것이다.
그런데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 해군 미사일고속정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밀착비행능력을 자랑하면서도 기술공학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사거리가 20km밖에 되지 않은 것이 한계였다. 해수면 밀착비행 대함미사일을 어떻게 하면 20km 이상 더 멀리 날려 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프랑스가 만들어낸 엑소제(Exocet) 대함미사일이다. 프랑스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강력한 로켓엔진을 개발하여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를 70km까지 연장하였고, 나중에는 증폭기(booster)와 터보제트엔진(turbojet engine)을 추가로 장착하여 사거리를 180km까지 큰 폭으로 연장하였다.
프랑스가 만든 엑소제 대함미사일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격돌한 해전에서 미증유의 위력을 발휘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1982년 4월 2일부터 6월 14일까지 아르헨티나와 영국이 남대서양에 있는 말비나스 제도(Islas Malvinas, 아르헨티나 명칭) 또는 포클랜드 제도(Falkland Islands, 영국 명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그 섬들과 주변해역에서 격전을 벌였는데, 아르헨티나는 1981년에 수페 에텐달(Super Ѐtendard) 전투기 다섯 대와 그에 탑재하는 엑소제 대함미사일 다섯 발을 프랑스에서 수입하였다. 1982년 5월 4일 작전해역 상공에 도달한 아르헨티나 제2해군 비행대 소속 수페 에텐달 전투기 두 대는 영국 함대 소속 4,800t급 미사일구축함 쉐필드(HMS Sheffield)를 발견하고 32~48km 거리에서 엑소제 대함미사일을 각각 한 발씩 쏘았다. 공중에서 발사되어 고도를 낮추며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날아간 엑소제 대함미사일 두 발 중에서 한 발은 빗나갔고, 다른 한 발이 미사일구축함 쉐필드 흘수선(waterline) 위쪽으로 약 2.5m 되는 곳에 명중하였다. 기관실에 공급되는 디젤유가 폭발한 미사일구축함 쉐필드는 화염에 휩싸였는데, 엿새 동안이나 불타더니 결국 침몰하였다.
엑소제 대함미사일이 거둔 눈부신 전과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1987년 5월 17일 이란-이라크 전쟁 중에 출격한 이라크 공군 전투기 한 대가 페르시아만을 항해하는 미국 해군 미사일프리깃함 스탁(USS Stark)을 향해 엑소제 대함미사일을 두 발 쏘았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간 첫 번째 미사일은 미사일프리깃함 스탁의 흘수선 위 약 3m 되는 곳에 명중하였고, 두 번째 미사일도 좌현에 명중하였다. 미사일프리깃함 스탁에는 근접방어무기가 있었으나 대응사격을 한 발도 하지 못한 채 대파되었고, 37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당한 아비규환 속에서 인근 바레인의 해군기지로 퇴각하여 간신히 침몰을 면하였다.
프랑스 해군이 1979년에 작전배치한 엑소제 대함미사일은 총중량 670kg, 탄두중량 165kg, 길이 4.7m, 지름 34.8cm, 사거리 70~180km, 순항비행속도 마하 0.92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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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러시아의 대함미사일, 중국의 대함미사일, 그리고 이란의 대함미사일
해상교전에서 눈부신 전과를 거두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엑소제 대함미사일의 위력을 일찌감치 간파한 소련이 신형 대함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Kh-35 유런 대함미사일이다. 소련 해군은 이 대함미사일을 1983년부터 작전배치하였다. 현재 러시아 해군이 사용하는, <사진 2>에 나온 이 대함미사일은 총중량 520kg, 탄두중량 145kg, 길이 3.85m, 지름 42cm, 사거리 130km, 순항비행속도 마하 0.8이다.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적함의 레이더를 피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제원과 성능을 비교하면, 소련-러시아가 만든 Kh-35 대함미사일은 프랑스가 만든 엑소제 대함미사일보다 한 수 위에 있다. Kh-35 대함미사일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함미사일들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아래의 사실에서 입증된다.
첫째, Kh-35 대함미사일은 다른 동급 대함미사일과 비교하여 파괴력이나 사거리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소련-러시아는 Kh-35 대함미사일의 길이를 엑소제 대함미사일에 비해 85cm 짧게, 총중량을 150kg 가볍게 만들었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벼운 까닭에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러시아산 4축8륜 자행발사대 BAL-E 한 대가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다. 해안지대에 배치된 BAL-E 자행발사대가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한꺼번에 쏘면 해안으로 접근하는 적국의 함대도 격침할 수 있다. 또한 미사일고속정 한 척에 Kh-35 대함미사일 16발을 탑재할 수 있고, 전시에는 예인망 어선에 발사대를 설치해놓고 쏠 수도 있다.
둘째, Kh-35 대함미사일은 순항비행 중에 고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타격목표로부터 130km 떨어진 위치에서 Kh-35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면, 고도를 해수면 위 10~15m 높이로 낮춰 날아가다가 타격목표로부터 20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목표의 정확한 좌표를 탐지하는 즉시 고도를 7~13m 더 낮춰 해수면 위 3m 높이에서 해수면 밀착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셋째, Kh-35 대함미사일 32발을 20초 동안 대량으로 발사할 수 있다. 여러 발을 발사하는 경우, 각 미사일들이 같은 목표로 몰려가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날아가 타격하게 된다.
넷째, Kh-35 대함미사일은 적함에 명중하는 순간, 폭발하는 게 아니라 적함 장갑을 뚫고 들어가 안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더욱 강하다.
다섯째, Kh-35 대함미사일의 기당 판매가격 50만 달러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는 동급 대함미사일에 비해 아주 싼 편이다. 예컨대, 미국이 자랑하는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의 기당 판매가격은 120만 달러다. Kh-35 대함미사일의 싼 가격은 그 미사일을 대량으로 발사해도 재정적 부담을 그 만큼 덜어준다.
소련-러시아의 뒤를 이어 중국도 프랑스의 엑소제 대함미사일에 버금가는 대함미사일을 만들어 1985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잉지(鹰击)-8 대함미사일이다. 1990년대에 중국은 이 대함미사일을 알제리, 방글라데쉬, 인도네시아, 이란, 파키스탄, 미얀마, 타이, 시리아에 수출하였다. 잉지-8 대함미사일을 수입한 여러 나라들 가운데서 특히 이란은 원래 150발을 중국에 주문하였으나 미국의 대이란적대정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중국은 1996년에 이란에게 60발만 수출하였다.
이란은 중국에서 사들인 잉지-8 대함미사일을 분해하고 역설계하는 공정을 거치면서 습득한 제조기술로 자국산 대함미사일을 만들어내었으니, 그것이 잉지-8 대함미사일에 필적하는 누르(Noor) 대함미사일이다. 이 대함미사일의 사거리는 170km다. 이란은 누르 대함미사일을 2000년에 시험발사하였고, 2004년 1월부터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란이 만든 누르 대함미사일은 시리아를 거쳐 헤즈볼라에게 제공되었는데, 레바논전쟁 중인 2006년 7월 14일 헤즈볼라는 베이루트 인근 해상을 지나던 이스라엘 해군 소속 1,200t급 콜벳함 해닛(INS Hanit)을 향해 누르 대함미사일 한 발을 발사하였다. 콜벳함 해닛에는 근접방어무기가 있었지만 대응사격을 전혀 하지 못한 채 피격당하여 네 명이 사망하였고, 추진기관이 파손되었으며, 갑판에 불이 붙은 채로 애쉬돗항(Port Ashdod)으로 간신히 대피하였다.
이란은 누르 대함미사일을 개발한 자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2011년에 사거리가 200km로 늘어난 차세대 대함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카데르(Qader) 대함미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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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2호는 미사일콜벳함에 여덟 발 탑재되었다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뉴욕 타임스> 1994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은 18개월 동안 개발한 신형 대함미사일을 동해에서 시험발사하였는데, 그 신형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60km이고,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이라고 하였다. 저고도 비행은 해수면 밀착비행과 다른 개념이므로, 북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개발한 이 신형 대함미사일은 해수면 위 10~15m 높이에서 날아가는 성능을 지닌 것이다. 북이 20년 전에 개발한 이 대함미사일은 북의 1세대 대함순항미사일 금성-1호다. 미국 군부는 금성-1호를 소련-러시아의 스틱스 대함미사일, 또는 중국에서 생산된 스틱스 계열의 실크웜(Silkworm) 대함미사일과 똑같은 대함미사일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지만, 금성-1호는 스틱스 대함미사일 또는 실크웜 대함미사일보다 훨씬 더 우수한 대함미사일이다.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워싱턴 타임스> 2003년 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월 24일 사거리가 160km인 신형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북이 금성-1호 대함미사일을 1990년대 후반에 대량생산하고 작전배치까지 이미 마쳤음을 말해준다.
2013년 11월 22일 <조선일보>는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여 놀라운 사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북은 사거리를 300km로 크게 연장한 최신형 대함미사일의 개발을 끝내고 황해남도 등 최전방에 작전배치하였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북에 작전배치된, 사거리가 300km인 최신형 대함미사일은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 1초 동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최신형 대함미사일의 공식명칭은 금성-2호다.
북이 금성-2호를 언제부터 생산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자료는 찾을 길 없지만, 2000년대 중반에 개발을 끝내고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08년 10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0월 7일 서해 상공에서 저공침투기 AN-2에서 금성-1호(보도기사에서는 스틱스라고 착오함)를 개조한 대함미사일 두 발을 발사하였다고 한다. 저공침투기 AN-2에 탑재하여 발사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이라면 길이가 5.8m, 지름이 76cm, 무게가 2.3t인 금성-1호보다 크기를 작게 무게를 가볍게 만든 것이므로, 2008년 10월 7일 북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금성-1호보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금성-2호인 것이 확실하다.
러시아가 만든 최신형 Kh-35U 대함미사일은 오래 전 소련이 만든 Kh-35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130km를 260km로 연장하고, 타격목표 탐지거리도 20km에서 50km로 연장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북이 2000년대 중반에 만든 금성-2호 대함미사일은 1990년대 중반에 만든 금성-1호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160km를 300km로 연장한 것이다. 금성-2호의 순항비행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해군이 운용하는 Kh-35 대함미사일보다 성능을 더 향상시켰으므로 Kh-35 대함미사일의 순항비행속도 마하 0.8보다 조금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
금성-2호 대함미사일에 비해, 미국군에 작전배치된 하푼 블록(Block)-II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24km이고, 순항비행속도는 마하 0.72이며, 2006년부터 한국군에 작전배치된 해성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150km이고, 순항비행속도는 마하 0.85다.
주목하는 것은, 그처럼 사거리를 크게 연장하고 순항비행속도를 높인 금성-2호 공격을 방어할 수단이 한국군 함대에게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2014년 6월 9일자 보도기사에서 한국 해군이 이지스함과 한국형 구축함 등 신형 함정에 탑재된 고속기관포와 전자교란장비로 금성-2호를 요격하고 교란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금성-2호의 해수면 밀착비행은 적함의 근접방어무기(고속기관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금성-2호의 대전자전장비(electronic counter-countermeasure)는 적함의 전자전을 무력화한다.
2007년 6월 5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블러퍼스 가이드(Bluffer’s Guide)>에 게시된 자료 ‘북코리아 해군력(North Korean Naval Power) 2007’에 따르면, 인공위성이 북측 지역을 촬영한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그 이외의 자료에는 나오지 않은 북의 신형 전함이 있는데, 위성사진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배수량이 500t, 함체 길이가 60m, 함체 폭이 7.3m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그 자료에서는 그 전함이 북의 사리원급 콜벳함을 개량한 신형 콜벳함인 것으로 추정하였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신형 전함은 <사진 5>에 나오는, 러시아 해군의 1241설계급 미사일콜벳함(Project 1241-class missile Corvette)과 같은 급의 미사일콜벳함이다. 미국 군부는 이 미사일콜벳함을 터랜툴급(Tarantul-class)으로 분류한다. 북에서 그 미사일콜벳함을 어떤 명칭으로 부르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 미사일콜벳함 모형은 2012년 4월 14일에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의 해군무력 전시실 내부를 촬영한 <사진 6>을 보면, 맨 앞쪽에 북의 미사일콜벳함 모형이 놓여있고, 그 뒤쪽에 특수수면효과 미사일고속정이 놓여있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미사일콜벳함이 러시아 해군의 1241설계급 미사일콜벳함과 같은 급이라면, 만재배수량 540t, 함체 길이 56m, 함체 폭 10.5m이며, 금성-2호 대함미사일 여덟 발을 탑재하고 최고 시속 78km로 항진하는 것이다. 그런 미사일콜벳함과 비교하여, 한국군이 2008년부터 작전배치한 검독수리급 고속함은 만재배수량 570t, 함체 길이 63m, 함체 폭 9m이며, 해상 대함미사일 여덟 발을 탑재하고 최고 시속 74km로 항진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해군은 금성-2호 여덟 발을 탑재한 미사일콜벳함을 출전시킬 것이다. 북의 기록영화 ‘백두산훈련열풍으로 무적의 강군을 키우시여’에는 금성-2호가 1초 동안 모습을 드러낸 화면이 나오기 직전에 전함 한 척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멀리서 촬영한 화면이 1초 동안 나오는데, 바로 그 전함이 금성-2호를 탑재한 미사일콜벳함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함순항미사일인 금성-2호를 여덟 발 탑재하고 고속으로 돌진하는 미사일콜벳함들은 역시 금성-2호를 탑재한 전투기, 자행발사대와 함께 출전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금성-1호와 금성-2호만 보유한 것이 아니라, 금성-3호도 보유하였다. 금성-1호와 금성-2호는 비행속도가 음속보다 조금 느린 아음속(subsonic) 순항미사일인데, 금성-3호는 음속보다 빠른 초음속(supersonic) 순항미사일이다.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작전배치한, 사거리가 420km인 초음속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2009년 7월 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항공모함을 향해 날아가는 ‘바닷새’’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5260)
금성 계열의 대함미사일들을 해상, 공중, 지상에서 동시다발로 대량발사하는 입체적 미사일공격을 피할 수 있는 함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북의 기록영화에서 1초 동안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금성-2호의 순간포착장면은 조선인민군 해군의 강한 공격력을 암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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