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3년 07월 2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6종의 핵타격미사일들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을 돌아보고 나서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의 뒤를 따라 전략로케트관으로 향하는 내 가슴은 설레고 있었다. 상상으로 그려보던 어떤 대상을 실물로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밀려오는 감정이었다. 전략로케트관은 그런 묘한 감정으로 설레는 내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나라가 지구 위에 또 어디 있을까?”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ground-based ICBM)을 실전배치한 세계 4대 핵강국은 북, 미국, 러시아, 중국인데, 그 네 나라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일반 참관자들에게 보여주는 나라는 북밖에 없다.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그처럼 세상에 공개한 것은 무심히 대할 문제가 아니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그 사연이 담겨 있다.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무장장비관 건설을 직접 발기하였을 뿐 아니라 설계와 시공의 전 과정을 정력적으로 지도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무장장비관 시공기간인 2010년 3월 12일부터 2012년 3월 26일까지 총 64차례나 건설현장에 나가 집중적으로 지도하였는데, 무장장비관 정원에 느티나무를 심을 위치나 옥외원형의자를 놓을 위치까지 세심히 지시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무장장비관 전시실에는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무장장비관 설계과정과 시공과정 중 작업현장에 내려 보낸 많은 문건들이 전시되었다.
그처럼 정력적으로 세심하게 지도한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무장장비관 전시구역 중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로케트관의 설계와 시공을 더욱 각별히 지도하였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무장장비관 건설지휘부는 특수무장관이라는 명칭을 붙인 전시관을 본관의 일부로 설계하였는데,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전략로케트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별관으로 확장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설계를 변경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을 영구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하게 된 것이다.
북측 언론에 보도된, 무장장비관 전경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전략로케트관이 반구형 덮개지붕(dome)을 씌운 별관으로만 건설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 가보니 장방형 전시실을 거쳐 반구형 전시실에 들어가도록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장방형 전시실로 들어서니, 실물을 정밀하게 축소한 6종의 모형 미사일들을 각각 실은 6종의 자행발사대가 커다란 유리상자 안에 전시되어 참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6종의 모형 미사일들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모형은 없는데, 나중에 반구형 전시실에 들어가 보니 화성-13 실물이 거기에 전시된 것을 보았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6종을 생산년도순으로 열거하면, 화성-5, 화성-6, 화성-7, 화성-9, 화성-10, 화성-11이다. 그런데 화성-8은 왜 없는지를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6종의 미사일들에는 모두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는 분류명칭이 붙어 있다.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라는 분류명칭을 미국 군부의 용어로 바꾸어 말하면 지대지전략미사일(surface-to-surface strategic missile)이 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대지전술미사일에 재래식 탄두가 장착되는 것과 달리 지대지전략미사일에는 비재래식 무기인 핵탄두가 장착된다. 핵탄두는 폭발력 세기에 따라 전술핵탄두와 전략핵탄두로 구별되므로, 전략로케트관에 전시된 각종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들 가운데는 전술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도 있고 전략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도 있는 것이다. 북이 핵탄을 소형화, 경량화하여 핵탄두로 만드는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믿고 싶은 미국 군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7종의 핵타격미사일을 실전배치한 오늘의 현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방형 전시실에는 6종의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과 함께 2종의 지상대지상전술로케트 정밀축소모형도 전시되었다. 2종의 지상대지상전술로케트는 화성-1과 화성-3이다. 왜 화성-2와 화성-4가 없는지를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화성-1과 화성-3은 북이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에 소련에서 도입한 미사일을 분해하고 역설계하여 복제한 지대지전술미사일들인데, 북에서 초기에 생산한 원형미사일(prototype missile)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화성-1과 화성-3은 오래 전에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1968년에 소련산 미사일을 복제하여 화성-1을 만들었고, 1972년에 그것을 모방생산하였고, 1979년에 시험발사하였다. 또한 북은 1970년대 초에 소련산 미사일을 모방생산하고 그것에 화성-3이라는 고유명칭을 붙였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북은 1973년에 소련에서 도입한 미사일 ‘SSC-2B’를 분해하고 역설계하여 탄두중량이 600kg이고 사거리가 90km인 미사일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화성-3이다.
32년 전에 만든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화성-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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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1981년 4월에 화성-5를 제작하여 1984년에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다. 북이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를 만든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1년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군부는 북이 1981년 4월에 만든 화성-5를 화성-6으로 잘못 알고 있으며, 그들이 유포한 그릇된 정보밖에 알지 못했던 나도 역시 이전에 쓴 글에서 화성-5와 화성-6을 헷갈린 적이 있다.
화성-5의 성능에 대해서는 그와 유사한 ‘R-17’의 성능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R-17’을 ‘스커드-A’라고 부르고 있으므로, 그들이 ‘스커드-B’라고 부르는 화성-5의 성능은 ‘R-17’의 성능보다 더 향상된 것임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북에서 시제품만 만들고 생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화성-4가 ‘R-17’과 같은 급일 것이다.
‘R-17’의 탄두중량은 600kg, 탄길이는 11m, 탄지름은 0.88m, 사거리는 300km이며, 투발오차는 450m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5의 사거리가 500km이므로, 북은 ‘R-17’의 사거리 300km를 500km로 늘린 화성-5를 만든 것이다.
‘R-17’ 탄두부에는 50킬로톤급 핵탄두 한 발이 장착되므로, 화성-5 탄두부에도 당연히 핵탄두가 장착된다. 미국 군부는 화성-5가 핵타격미사일이라는 사실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고 있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5에 자탄(子彈) 500개가 들어간 산포탄두(집속탄두)를 장착하거나, 핵탄두를 장착한다.
소련은 ‘R-17’을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대 MAZ-543을 1967년에 처음 만들었는데, 이 자행발사대의 주행속도는 시속 55km이고, 주행거리는 650km다. 북도 MAZ-543과 같은 급의 4축8륜 자행발사대를 자체로 생산하였다. 북이 미사일을 탑재한 4축8륜 자행발사대를 갱도진지에 은폐한 것은 미국군 정찰위성의 탐지망을 완전히 따돌리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미연합군은 대북전쟁 시나리오에서 ‘보복타격’을 논하지만,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미사일 자행발사대들이 갱도진지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특정타격목표를 향해 기습발사를 하고 사라지는 판에 ‘보복타격’을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전시에 개성 인근에 있는 갱도진지에서 밖으로 나온 자행발사대에서 화성-5가 발사되면, 직선거리로 400km 떨어진 부산에 떨어지고, 황해남도 옹진반도에 있는 갱도진지에서 밖으로 나온 자행발사대에서 화성-5가 발사되면, 직선거리로 500km 떨어진 제주도 최남단 서귀포 인근에 떨어진다. 화성-5가 옹진반도에서 서귀포 인근까지 날아가는 데 약 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전시에 북은 파괴력이 너무 큰 전략핵탄두를 한반도 안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사용할 필요도 없겠지만, 북이 32년 전에 만든 1세대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만 가지고서도 제주도 최남단까지 타격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은 화성-5를 쿠바, 이란, 이집트, 민주콩고, 시리아 등에 수출하였다. 특히 북은 1985년에 화성-5 완제품 100기를 이란에 수출하였고, 화성-5 설계기술까지 수출하였는데, 나중에 이란이 화성-5 설계기술로 미사일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샤합(Shahab)-1’이다.
비약적으로 발전된 미사일기술로 만든 화성-6
화성-5 정밀축소모형 옆에 화성-6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화성-5와 화성-6은 모두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어서 외형이 비슷해 보인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화성-5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화성-6을 1980년대 중반에 제작하여, 1988년에 시험발사하였다. 미국 군부는 화성-6을 ‘스커드-C’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사진2>는 인민군 분열행진에 등장한 화성-6이다. 화성-6 동체에 적힌 고유번호 앞에 ‘ㅈ’이 쓰여 있지 않고 아홉자리 숫자만 있는 것으로 봐서, 이 사진은 매우 오래 전에 촬영된 것이다. 북이 아홉자리 고유번호 앞에 추가한 ‘ㅈ’은 전략로케트군을 뜻하는 것이므로, 위의 사진은 인민군 미사일부대가 전략로케트군으로 확대, 개편되기 전에 촬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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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에 보이는 것처럼, 화성-6 동체는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도색되었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6 동체에도 똑같은 위장무늬가 도색되었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실전배치된 각종 미사일들 가운데 위장무늬로 도색된 것은 화성-6밖에 없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6은 탄두중량 800kg, 탄길이 12m, 탄지름 1m, 사거리 1,000km, 투발오차 50m다. 화성-5와 마찬가지로, 화성-6도 핵탄두를 장착하는 핵타격미사일이다.
눈여겨보는 것은, 화성-5의 사거리 500km가 화성-6에서 1,000km로 배증하였고, 화성-5의 투발오차 450m가 화성-6에서 50m로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강력한 추력을 내는 로켓엔진을 새로 개발하여 사거리를 늘리고, GPS(위성항법체계)유도장치를 장착하여 타격정밀도를 결정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북이 탄도미사일에 GPS유도장치를 장착하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요즈음 화성 계열의 각종 전략미사일들에는 모두 GPS유도장치가 장착되어 타격정밀도가 높다.
1993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데이빗 생어(David E. Sanger) 기자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전쟁위협으로 북미전쟁위기가 격화되었던 1993년 5월 29일에 북은 준중거리미사일 한 발을 동해 쪽으로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미사일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되어 직선거리로 730km 떨어진 일본의 동해 쪽 해역에 있는 노토반도(能登半島) 인근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데이빗 생어는 그 미사일이 어떤 미사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날 북은 사거리를 일부러 줄여 화성-6을 쏘았던 것이다. 북의 화성-6 위협발사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은 삽시간에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1999년 현재 북은 화성-6을 약 1,000기 실전배치하였고,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에 약 500기를 수출하였는데, 이것은 북이 10년 동안 화성-6을 해마다 150기씩 생산해온 것이다. 북의 미사일 대량생산능력에 놀라게 된다.
북이 이란에 수출한 화성-6은 1991년에 시험발사되었고, 시리아에 수출한 화성-6은 1994년에 시험발사되었고, 파키스탄에 수출한 화성-6은 1998년에 시험발사되었다. 이란과 시리아가 모방생산한 화성-6은 ‘샤합-2’가 되었고, 파키스탄이 모방생산한 화성-6은 ‘가우리(Ghauri)-1’이 되었다.
5축10륜 자행발사대에서 주일미국군기지 149개소를 겨누고 있는 화성-7
<사진3>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분렬행진에 등장한,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7이다. 미국 군부는 화성-7을 ‘로동-1’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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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7 자행발사대를 촬영한 사진을 보면, 철문이 달린 공간이 앞쪽 바퀴 두 개와 뒤쪽 바퀴 세 개 사이에 있는데, 그 공간이 사격통제실이다. 화성-7 자행발사대에 사격통제실이 있는 것은, 타격정밀도가 높다는 뜻이다.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화성-7 정밀축소모형은 실물과 똑같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다. 그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이 화성-7을 시험발사한 때는 1992년이다. 또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군 정찰위성이 화성-7의 존재를 처음 포착한 때는 1990년 5월이다. 북은 신형 미사일을 제작하고 곧바로 시험발사하는 게 아니라 몇 해 뒤에 시험발사하는 관례가 있으므로, 북이 화성-7을 만든 시기는 1990년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7의 탄두중량은 1,000kg, 탄길이는 15.6m, 탄지름은 1.35m, 사거리는 2,000km다. 화성-7과 같은 급의 다른 나라 미사일로는 이란이 만든 사거리 2,000km의 ‘샤합-3’이 있고, 파키스탄이 만든 사거리 2,300km의 ‘가우리-2’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은 6.25전쟁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주일미국군기지를 후방거점으로 삼고 대북공격을 감행할 것이므로, 북은 어떻게 해서든지 주일미국군기지를 선제타격으로 파괴하여야 전쟁을 신속히 끝내고 승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북의 그러한 군사작전적 요구에 따라 주일미국군기지를 선제타격하기 위해 만든 전략미사일이 화성-7이다.
전시에는 화성-7 탄두부에도 화성 계열의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들과 마찬가지로 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다. 화성-7의 사거리가 2,000km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일본 각지에 있는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향해 화성-7을 기습발사할 것으로 예견된다. <중앙일보> 2006년 6월 7일자 기사에 따르면, 기습발사태세를 갖춘 화성-7의 위력에 겁을 먹은 미국은 동해의 일본 쪽 해역에 ‘미사일방위작전구역’을 설정하고 이지스 구축함을 거기에 고정배치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화성-7의 기습발사를 막을 수 없다.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 지역에서 일본 도쿄(東京) 중심부까지 직선거리는 1,100km이고, 주일미국군기지들이 밀집된 오키나와(沖繩) 중앙부까지 직선거리는 1,300km다. 일본 전역에 산재한 주일미국군기지는 공군기지 20개소, 육군기지 15개소, 해군기지 31개소, 해병대기지 34개소,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공용기지 49개소를 합해 모두 149개소나 된다.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타격미사일 화성-7을 일제히 기습발사하면 약 10분 뒤에 주일미국군기지 149개소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런 상황은 북이 화성-7을 실전배치함으로써 동북아시아 군사전략균형이 북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고, 미국과 일본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개편되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화성-7의 기습발사태세에 겁먹은 미국이 그에 관한 사실왜곡과 정보은폐를 거듭해오는 바람에, 화성-7의 위력은 20년이 지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전략미사일 화성-9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는 4축8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화성-9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화성-8은 시제품만 만들고 생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화성 계열의 일련번호가 화성-7에서 화성-9로 건너뛰었다. 그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동영상의 해설내용에 따르면, 북은 화성-9를 1990년대 초에 만들었고, 1994년에 시험발사하였다. 화성-7의 시험발사시기가 1992년이고, 화성-9의 시험발사시기는 1994년이므로 화성-7을 만든 시기와 화성-9를 만든 시기는 불과 약 2년의 시차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밀축소모형으로 전시된 화성-9가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렸다는 점이다. 화성-7이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으므로, 화성-9도 당연히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은 화성-9가 화성-7에 비해 탄길이가 짧고, 탄두무게가 가볍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외형을 서로 비교해보면, 화성-9는 화성-7과는 좀 다르고, 오히려 화성-6과 더 비슷하게 생겼다.
미사일 개발과정에서 성능이 향상되면 탄길이가 더 길어지고 탄두중량이 더 무거워지는 법인데, 화성-7에서 화성-9로 이어진 개발과정에서는 이례적으로 탄길이가 더 짧아지고 탄두중량이 더 가벼워지는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이례적인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는 전시물 관찰에 열중한 나머지 그 문제에 대해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주목하는 것은,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된 화성-9 정밀축소모형의 탄두부 꼭지가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들의 탄두부 꼭지들과 다르게 도색되었다는 점이다. 다른 지상대지상전략로케트 정밀축소모형들의 탄두부 꼭지에 있는 타격신관(impact fuse) 부위는 한결같이 붉은 색으로 칠해졌는데, 유독 화성-9의 그 부위는 검은 색으로 칠해졌다. 또한 화성-5의 동체도색은 회색이고, 화성-6과 화성-13의 동체도색은 위장무늬이고, 화성-7과 화성-10의 동체도색은 은백색인데, 유독 화성-9의 동체도색만 청회색이다. 나는 해설강사에게 화성-9의 도색이 왜 그처럼 색다른지 물어보았으나, 그녀로부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북은 국가경축일을 맞을 때마다 인민군 열병식과 분렬행진을 진행해 왔지만, 동체를 청회색으로 칠하고, 타격신관 부위를 검은 색으로 칠한 화성-9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화성-9는 이제껏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3도 세상에 공개했으면서, 왜 화성-9를 공개하지 않을까? 그 까닭을 알 수 없지만, 어째든 화성-9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하여 신비감을 주는 미사일이다. 북이 화성-9를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미국 군부는 화성-9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그래서 그들이 화성-9를 제멋대로 부르는 별칭도 없다.
하지만 북으로부터 화성-7 제작기술을 도입하여 미사일을 만들어낸 파키스탄의 미사일개발경험을 살펴보면 화성-9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데, 화성-9의 성능은 파키스탄산 미사일 ‘샤힌(Shaheen)-1’과 같은 급으로 보인다. <사진4>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샤힌-1’은 화성-9와 마찬가지로 4축8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는데, 화성-9는 1994년에 시험발사되었고, ‘샤힌-1’은 1999년에 시험발사되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샤힌-1’의 탄두중량은 1,000kg이고, 탄길이는 12m, 탄지름은 1m, 사거리는 750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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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는 것은, 파키스탄이 이전에 만든 1단 추진체 미사일들과 달리 ‘샤힌-1’은 2단 추진체 미사일이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며, 투발오차를 25∼50m로 축소하였다는 점이다.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하게 된 것은 발사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되었다는 뜻이고, 미사일 투발오차가 축소된 것은 타격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을 생각하면, 화성-9도 그와 마찬가지로 2단 추진체로 만들어졌고, 고체연료를 사용하여 발사준비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투발오차가 크게 축소된 정밀타격미사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벽을 부수고 들여다 놓은 화성-10 자행발사대
화성-9 자행발사대 정밀축소모형 옆에 화성-10 자행발사대 정밀축소모형이 전시되었다. 미국 군부는 화성-10을 ‘BM25 무수단’ 또는 ‘로동-2’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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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을 촬영한 사진만 보고서는 화성-10 자행발사대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육중하다. 해설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화성-10 자행발사대를 전략로케트관 장방형 전시실에 전시하기 위해 한 쪽 벽을 부수고 진입통로를 낸 뒤에 들여다 놓았다고 하며, 거기에 전시된 화성-10과 자행발사대는 연료만 주입하면 언제라도 작전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화성-10은 탄두중량 1,000kg, 탄길이 12m, 탄지름 1.5m, 사거리 3,500km다. <사진6>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분열행진에서 처음 공개된 화성-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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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에 실린 데이빗 생어 기자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1993년 5월 29일 화성-6 한 발을 위협발사하여 일본을 공포에 몰아넣은 북은 이튿날 화성-6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긴 중거리미사일 두 발을 또 다시 위협발사하여 이번에는 미국군 지휘부를 공포에 떨게 하였다. 데이빗 생어는 북이 위협발사한 두 발의 미사일이 어떤 미사일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것은 화성-10이었다. 그날 북은 화성-10 한 발을 미국의 군사전략거점인 미국령 괌(Guam)을 향해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섬에서 약 100km 떨어진 서태평양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또한 북은 다른 화성-10 한 발을 미국 공군이 관리하는 미국령 웨이크섬(Wake Island)을 향해 위협발사하였는데, 그 섬에서 약 700km 떨어진 북태평양 공해상에 탄착하였다.
<사진7>은 2012년 4월 15일 군사행진에 2년 만에 다시 등장한 화성-10을 공중에서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화성-10은 북의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탄두부가 고깔모자처럼 뾰족하지 않고 우유병 꼭지처럼 뭉툭하며, 북의 다른 미사일들과 달리 꼬리부분에 방향날개가 달리지 않은 것이 외형적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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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부는 북이 다탄두 제작기술을 개발하였다는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고 있지만, 화성-10은 우유병 꼭지처럼 생긴 탄두부에 핵탄두를 여러 개 장입한 다탄두 핵타격미사일이다. 화성-10과 유사한 성능을 지닌 중국의 ‘DF-21C’ 탄두부에는 핵탄두 5기가 들어간다.
주목하는 것은, 6축12륜 자행발사대 앞부분 왼쪽에 지휘관석이 있고,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같은 급의 자행발사대에는 지휘관석이 없고 오른쪽에 운전석만 있다.
화성-10 자행발사대 촬영사진을 크게 확대한 <사진8>를 보면, 자행발사대 앞쪽 바퀴 3개와 뒤쪽 바퀴 3개 사이에 간격이 있고, 거기에 손잡이가 달린 철문이 보이는데, 그 철문은 컴퓨터조종실로 드나드는 문이다. 화성-10 자행발사대에 컴퓨터조종실이 갖춰져 있는 것은, 화성-10의 타격정밀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일본 방위성 정보를 인용한 <지지통신> 2003년 1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보유한 각종 미사일의 정밀타격도는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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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0 이동작전에 겁먹은 미국군 지휘부
2013년 4월 초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0 두 기를 기동시켜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화성-10으로 보이는 중거리미사일 두 기가 동해안으로 이동하는 현장을 정찰위성을 통해 포착하였다는 보고를 받은 미국 국방장관 척 헤이글(Chuck Hagel)은 “진짜로 명백한 위험(real and clear danger)”이라고 말했다. 겁먹은 미국군 지휘부는 화성-10 발사위험에 대비한다면서 9,000t급 이지스구축함을 일본 근해에 급파하고, 해상배치 미사일추적레이더(SBX-1)를 서태평양으로 급히 이동시키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괌에 서둘러 배치하였다.
그러나 2013년 7월 5일 미국이 3년 만에 재개한 미사일방어체계 요격시험에서 또 다시 실패한 것이 말해주듯이, 미사일방어체계는 화성-10을 막아내지 못한다. 미국의 미사일방어력이 그처럼 허세에 불과하므로,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5월 30일 북이 화성-10 두 발을 각각 괌과 웨이크섬을 향해 쏘았던 위협발사의 기억이 되살아난 미국군 지휘부는 ‘세계 최강’이라는 체면을 접어두고 그처럼 겁먹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북의 전방지역에서 괌까지 직선거리는 3,300km이므로, 전시에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3,500km의 화성-10을 쏘면 길이가 50km이며, 폭이 10km인 괌은 약 15분 뒤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러시아는 이전 소련 시기부터 단거리미사일, 준중거리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만들면서도 중거리미사일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북이 100% 독자기술로 개발한 이 중거리미사일은 러시아가 중거리미사일을 생산하지 않는 바람에 국제적으로 수요가 높다.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 비밀전문을 인용한 <워싱턴 포스트> 2010년 1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화성-10 19기를 이미 이란에 수출하였으며, 또한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6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사거리 3,500km의 미사일을 대당 1억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판매의사를 영국의 국제무기상에게 전했다고 한다.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는 화성-10이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미국 군사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 2010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는 화성-10 200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군부의 정보에 따르면, 2008년 현재 이란은 화성-10과 유사한 ‘샤합-B3’을 연간 75기씩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데, 미사일부문에서 이란보다 훨씬 앞선 북의 화성-10 연간생산능력은 75기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북이 화성-10을 시험발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화성-10의 작전효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미사일을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수입하겠는가. 미국 군부가 은폐하는 것은, 위에 서술한 것처럼 북이 이미 1993년 5월 30일에 화성-10을 괌과 웨이크섬을 향해 각각 한 발씩 위협발사하였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시험발사는 실전배치 이전에 실시하는 것인데 비해, 위협발사는 실전배치 이후에 실시하는 것이다. 북은 화성-10의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실전배치하였던 것이다. 중거리미사일 화성-10만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실전배치한 것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도 그렇게 하였다. 그러므로 북이 동해나 서해로 미사일을 가끔 발사하는 것은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전배치한 미사일을 쏘는 실전급 발사훈련이 아니면 미국의 대북전쟁위협에 대응하는 위협발사인 것이다. 자체로 생산한 미사일을 시험발사도 하지 않고 곧바로 실전배치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밖에 없다. 이런 특별한 미사일제조방식은 북이 시험발사를 생략하고 능히 실전배치할 만큼 고도로 발전된 미사일기술을 보유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미국 군부는 북의 장거리미사일이 시험발사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그 능력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느니, 또는 타격정밀도가 너무 낮아 실전에서 쓸모가 없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횡설수설한다. 예컨대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7월 11일 보도기사에 나온 미국 태평양군사령관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의 발언이 그런 횡설수설의 전형이다. 그는 2013년 7월 11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북한은 실물인 것처럼 보이는 여러 급의 미사일을 보여줬지만 아직 이들 미사일의 능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겁을 먹으면 락클리어처럼 횡설수설하는 법이다.(2013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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