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3년 07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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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기실에 전시된 자행화승총과 지상대공중로케트 다종다양한 중무기들이 전시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의 넓은 공간을 돌아보던 내 발길이 마지막으로 멎은 곳은 지상대공중로케트 전시구역이다. 지대공미사일(surface-to-air missile)을 북에서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부른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중무기실 참관을 통해 알았다. 북에서는 지대공미사일을 고사로케트와 지상대공중로케트로 구분하는데, 고사로케트는 사거리가 짧고 요격고도가 낮은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이고,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사거리가 길고 요격고도가 높은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북에서는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화승총이라 부르는데, 화승총은 다시 두 종류로 대별된다. 하나는 전투병이 어깨에 메고 육안으로 요격목표를 조준한 뒤에 발사하는 화승총(휴대용 저고도 방공미사일)이고, 다른 하나는 장갑차량에 탑재하고 이동하면서 대공레이더로 요격목표를 탐지하여 발사하는 자행화승총이다.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을 촬영한 <사진1>에 나타난 것은 수륙양용장갑차에 저고도 고사로케트를 탑재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다. 중무기실에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1대가 전시되어 있다. 인민군의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똑같이 생긴 러시아군의 차량탑재식 지대공미사일 9K35 스트렐라(Strela)-10이 처음 실전배치된 때가 1979년이므로, 북이 러시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이 무기를 개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운용인원 3명, 따라사격 5km, 마주사격 8km”라고 적혀 있다. 9K35 스트렐라-10의 성능지표를 보면, 수륙양용장갑차의 주행거리는 500km이고, 거기에 탑재된 지대공미사일은 사거리 7km, 요격고도 3km, 요격비행속도 마하1.5다.
<사진2>는 2013년 3월 20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지도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에 참가한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이 저공으로 내습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급 모의표적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다. 1976년식 자행화승총 10형과 동급인 9K35 스트렐라-10은 1991년 걸프전쟁에서 미국군 대지공격기 A-10 두 대를 격추하였고, 1998년 코소보전쟁에서도 동종의 대지공격기 두 대를 격상하였다.
지상대공중로케트도 미사일의 일종이므로 나는 미사일 전시구역에서 그것을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였는데, 전시현장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왜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미사일 전시구역에 전시하지 않고 중무기 전시구역에 전시하였을까? 나는 참관 중에 하나라도 더 알아보려고 정신을 집중하는 통에 해설강사에게 그 까닭을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장장비관에서 미사일을 전시해놓은 곳은 전략로케트관인데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전략로케트가 아니므로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으로 짐작되었다. 그렇다면 지상대해상로케트(지대함미사일), 해상대해상로케트(함대함미사일), 해상대지상로케트(함대지미사일), 해상대공중로케트(함대공미사일), 공중대지상로케트(공대지미사일), 공중대공중로케트(공대공미사일), 공중대해상로케트(공대함미사일)도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을 텐데, 중무기실에서 그런 미사일들은 볼 수 없었다.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지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해상로케트, 해상대지상로케트, 해상대공중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해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되었고, 공중대지상로케트, 공중대공중로케트, 공중대해상로케트는 내가 시간이 없어 가보지 못한 항공군무장장비 전시실에 전시된 것으로 생각된다.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무장장비관 중무기실 중앙통로 왼쪽 맨 뒤에 흰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원통형 발사관 세 개를 실은 차량 한 대가 서 있다. 바로 그 원통형 발사관 안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한 기씩 들어있다. <사진3>은 2010년 10월 10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주체식 미싸일 및 요격미사일종합체’라고 부르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발사체계에 속한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인데, 중무기실을 참관하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지휘관이 요격명령을 내리면 그 원통형 발사관이 수직으로 세워지고 곧바로 지상대공중로케트가 화염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공중으로 내습하는 적의 각종 비행체를 모조리 격추한다는 이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는 북에서 ‘번개-5’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국 군부는 ‘번개-5’를 ‘KN-06’이라고 제멋대로 부른다. 무장장비관 중무기실에는 북이 자체로 생산하여 실전배치한 4종의 지상대공중로케트가 전시되었는데, 한결같이 ‘번개’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렇게 보면, 인민군이 실전배치한 각종 지대공미사일은 ‘화승총’과 ‘번개’로 대별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서 이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탄길이 7.5m, 비행속도 마하7, 360도 범위 타격, 준비시간 5분, 100여 개 비행체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음” ‘번개-5’의 이러한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설명하려면, 비교관념이 요구된다. 지대공미사일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자처하는 러시아가 만든 지대공미사일 ‘야심작’이 S-300인데, ‘번개-5’를 그것과 서로 비교해볼 수 있다. 러시아는 그 동안 S-300의 성능개량을 거듭하여 여러 등급의 S-300을 만들어냈는데, 그 가운데서 ‘번개-5’에 비교되는 것은 최신형인 S-300 PMU-2다. ‘번개-5’와 S-300 최신형은 탄길이가 각각 7.5m로 서로 같으며, 360도 범위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서로 같다. S-300 최신형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 30초인데, ‘번개-5’의 발사준비시간은 5분이므로, ‘번개-5’가 조금 빠르다. 지대공미사일 성능지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요격비행속도인데, S-300 최신형은 초속 1,800m로 날아가다가 비행체에 접근하면 속도를 급속히 높여 초속 2,800m로 돌진비행을 한다. ‘번개-5’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가 구분되지 않고 그냥 마하7이라고 적혀 있는데, 마하7은 초속 2,382m로 날아간다는 뜻이다. S-300의 초기비행속도와 돌진비행속도를 합친 평균속도가 초속 2,300m이므로 ‘번개-5’와 S-300의 요격비행속도는 서로 같다. ‘번개-5’의 요격비행속도가 마하7이라는 것은, 전투기나 순항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고 탄도미사일도 요격한다는 뜻이다. 마하7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대공미사일은 초고속으로 내습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S-300 최신형의 동시추적능력은 72개인데, ‘번개-5’의 동시추적능력은 100여 개나 되므로, ‘번개-5’의 추적레이더가 좀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다. ‘번개-5’ 해설판에는 가장 중요한 성능지표들인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이 적혀 있지 않지만, 위에 열거한 성능지표는 ‘번개-5’가 S-300 최신형과 급이 같은 지상대공중로케트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므로 S-300 최신형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알아보면, ‘번개-5’의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도 알 수 있다. S-300 최신형의 사거리는 200km, 요격고도는 27km이며, 비행체 36개를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데, ‘번개-5’도 그와 같은 사거리, 요격고도, 동시요격능력을 지닌 것이다. 북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현존하는 그 어떤 전투기나 순항미사일도 ‘번개-5’의 요격을 피하지 못한다. 인민군 반항공군부대는 200km 안으로 내습하는 적의 전투기와 순항미사일을 ‘번개-5’로 격추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최전방 지역에서 군산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00km이므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한미연합군이 군산공군기지보다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공군기지나 공항에서는 ‘번개-5’에 격추될 위험 때문에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없는 것이다. 초음속 전투기보다 더 느린 아음속으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이 ‘번개-5’ 앞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비행체를 격추하는 요격미사일의 성능지표는 요격확률(probability of kill)로 표시된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전투기나 순항미사일 따위를 격추하는 ‘번개-5’의 요격확률은 사실상 100%에 가까운데, ‘번개-5’가 인위적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경우 그 확률은 얼마나 될까?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S-300 최신형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이 70%이므로, S-300 최신형과 같은 급인 ‘번개-5’의 탄도미사일 요격확률도 70%에 이르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처럼 만능요격무기라고 부를 만한 ‘번개-5’는 얼마나 비싼 무기일까?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S-300을 수출하는 가격은 대당 1억6,000만 달러이므로, ‘번개-5’도 그만큼 값비싼 무기인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에 ‘번개-5’가 몇 기나 배치되었을까? 군사기밀이어서 알 수 없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이 ‘번개-5’와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실전배치한 상황을 알아보면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번개-5’와 같은 급인 지상대공중로케트 1,600기를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중국이 러시아산 S-300 제작기술을 도입하여 복제한 HQ-10을 실전배치한 때가 1995년이고, 북이 자체로 만든 ‘번개-5’를 실전배치한 때가 2000년대 중반이므로, 2013년 현재 ‘번개-5’는 약 450기가 실전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4>는 2012년 5월 3일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항공 및 반항공군 지휘부를 시찰하면서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를 돌아보는 장면이다.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의 전모가 사진에 보이지는 않지만, 차량 뒤쪽에 수직으로 세워진 원통형 발사관이 보인다. 이 최신형 지상대공중로케트는 위에서 언급한 ‘번개-5’의 성능보다 더 향상된 최첨단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이다.
‘번개-6’은 최강의 고고도 지대공미사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Triumf)와 같은 급인 것으로 보인다. S-400 개발을 막 끝마쳤을 때, 러시아 언론은 S-400의 성능이 S-300보다 2.5배 향상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한 바 있다. 2007년부터 러시아 반항공군에 배치되기 시작한 S-400의 성능지표를 보면, 사거리 400km, 요격고도 185km, 요격비행속도 마하12다. 이런 성능지표는 S-400이 명실 공히 세계 최강의 지대공미사일임을 말해준다. 러시아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던 최첨단 지대공미사일 S-400과 같은 급의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6’을 북이 자체로 개발하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민군이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 인근에서 ‘번개-6’을 쏘면, 남해 연안 상공에 날아가는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다. 외신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2월 26일부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에 S-400을 구입하고 싶다는 뜻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한다. 중국도 아직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 지대공미사일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미사일기술을 가진 북은 미사일 부문에서 최고봉이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미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것이다. 무장장비관 참관 이후 완전히 다시 쓰게 된 북의 미사일개발사 ‘번개-5’ 이외의 다른 ‘번개’들이 중무기실을 돌아보는 내 발길을 끌어당겼다. 그 ‘번개’들은 북이 ‘번개-5’를 만들어내기 오래 전에 만들어냈던 각종 지상대공중로케트들인데, 그것을 생산연도순으로 열거하면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3’,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번개-2’는 왜 없는지 해설강사에게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사진5>는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이다. 해설판에는 “탄길이 10.6m, 탄체직경 700mm, 비행속도 마하3, 2계단 로케트,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1’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75 드바이너(Dvina)와 동급이다. ‘번개-1’ 해설판에 사거리와 요격고도가 적혀 있지 않지만, S-75의 사거리가 66km이고 요격고도가 35km인 것을 보면, ‘번개-1’의 사거리와 요격고도도 그와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S-75의 성능지표를 보면, 제1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제2단 로켓은 미사일에 4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는데, 그와 동급인 ‘번개-1’도 같은 성능을 지녔을 것이다. ‘번개-1’과 동급인 S-75는 실전경험이 풍부한 지대공미사일인데, 1960년 5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미국의 고공정찰기, 전략폭격기, 전투기, 그리고 이스라엘 전투기와 러시아 전투기가 이 미사일에 격추된 바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번개-1’ 270기가 인민군에 실전배치되었다고 한다. ‘번개-1’ 해설판을 읽어가던 내 시선은 “1968년 10월 20일 개발”이라고 쓴 글귀에서 문득 멈추었다. 북이 이집트로부터 넘겨받은 소련산 스커드(Scud) 미사일을 역설계하여 미사일을 만들어냈다는 기존관념이 깨져나가는 순간이었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이 전투기 비행사들을 이집트에 파견하여 적극 지원해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집트가 북에게 넘겨준 소련산 미사일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동급 미사일을 만들어냈고, 그 미사일 시험발사를 1984년에 성공하였다는 것, 이것이 이제껏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정설’이다. 그 ‘정설’을 믿은 나도 북의 미사일개발사에 관한 글에서 그런 내용을 서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내가 무장장비관 참관을 통해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북이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를 넘겨받기 5년 전에, 그리고 북의 스커드-B급 자국산 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하기 16년 전에 북은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2단계 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정설’로 믿어온 북의 미사일개발사는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을 믿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스커드-B를 역설계하여 만든 미사일이 ‘화성-5’라고 주장한다. 전략로케트관 참관에 대해 서술할 다음 회 연재물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북이 ‘화성-5’ 시험발사에 성공한 때는 1984년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1984년에 스커드-B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고 착오하였지만, 북은 스커드-B급 미사일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지닌 ‘화성-5’를 1984년에 시험발사한 것이다. 1984년에 ‘화성-5’를 만들어낸 북이 ‘화성-1’은 언제 만들었는지에 대해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화성-1’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략로케트관에 놓인 해설판이 그들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해설판에 따르면, 북은 1960년대 말에 소련산 미사일을 모방생산하였고, 모방생산에서 습득한 기술로 1972년에 ‘화성-1’을 만들었고, 1979년에 ‘화성-1’ 시험발사에 성공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정설이다. 북이 1972년에 만든 ‘화성-1’의 사거리가 얼마나 긴지 해설판은 말해주지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1’의 사거리 66km보다 조금 더 긴 100km 수준의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북이 1960년대 말에 역설계로 모방생산을 하면서 미사일기술을 처음으로 습득하였던 소련산 미사일이 바로 S-75 지대공미사일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스커드-B 역설계 기원설’은 ‘S-75 역설계 기원설’로 대체되어야 한다. 놀랍게도, 북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기 전에 지대공미사일부터 먼저 만들었다. 다른 미사일생산국들은 먼저 지대지미사일을 만들고 그 다음에 지대공미사일을 만드는 일반적인 개발경로를 밟아갔는데, 예외적으로 북은 역순을 밟아갔다. 이것은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공중무력에 맞서야 하였던 북이 우선 지대공미사일부터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과 ‘번개-4’ <사진6>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지상대공중로케트다. 나중에 다시 논하겠지만, 이 사진에 나타난 것은 러시아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북이 그것과 외형을 똑같이 만들어낸 자국산 지상대공중로케트의 공싱명칭은 ‘번개-3’이다.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3’은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125 페초라(Pechora)의 성능을 개량한 것이다. S-125 페초라는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S-125 네바(Neva)를 해외수출용으로 만든 것이다.
미사일기술의 발전단계를 보면, ‘번개-3’은 ‘번개-1’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된 성능격차를 보인다. 원래 ‘번개-1’은 지상포대에 배치한 고정식 발사대에서 쏘는 1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그와 달리 ‘번개-3’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되어 자유자재로 이동하다가 임의의 지점에서 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다. 지상대공중로케트 자행발사대가 이동하면, 방공레이더차량도 그와 함께 이동한다. 이것은 지상기지에 고정되어 360도 회전하던 방공레이더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상배열레이더로 대체하여 차량에 탑재하고, 그것을 자행발사대와 연결한 것인데,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상당히 발전된 기술력이 필요하다. 해설판에는 ‘번개-3’이 1970년대에 실전배치되었다고 적혀 있는데, 이것은 북이 이미 1970년대에 3축6륜 자행발사대에 탑재하는 2세대 지상대공중로케트 기술을 획득하였음을 말해준다.
<사진7>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번개-3’ 동체 일부를 확대한 것인데, 러시아말이 쓰여 있는 것이 보인다. ‘번개-3’은 북에서 자체로 만든 지상대공중로케트인데, 어째서 러시아말이 쓰여 있을까? 중무기실을 참관하면서 이에 관해 질문하였더니, 해설강사 김윤희 동무는 이전에 그곳을 참관한 어떤 해외동포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면서, 중무기실에 전시된 ‘번개-3’ 동체에 우리말이 적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2기를 실은 페초라이고, 중무기실에 전시된 것은 3축6륜 자행발사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 4기를 실은 ‘번개-3’이라는 것이다. 러시아군도 3축6륜 자행발사대에 4기를 실은 개량형 페초라를 운용하고 있다. 북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번개-3’이 아니라 페초라를 공개한 것이다. ‘번개-3’은 중고도 지대공미사일이다. 페초라의 탄길이는 5.95m인데, ‘번개-3’ 해설판에는 탄길이가 6.1m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페초라의 사거리는 25km, 요격고도는 14km이며, 무선유도장치로 비행하고, 50분 만에 4기를 재장전하는데, ‘번개-3’의 성능지표도 그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페초라의 실전경험을 말하자면, 코소보전쟁이 막바지에 오른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군은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미국의 스텔스 전폭기 F-117을 페초라 한 발로 격추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 32개 대대에 ‘번개-3’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1개 대대에 ‘번개-3’ 자행발사대가 6대씩 배치되었으므로, ‘번개-3’ 자행발사대는 192대이고, 자행발사대 한 대에 지상대공중로케트가 4기씩 탑재되었다고 하면, ‘번개-3’ 768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사진8>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군사행진에 등장한 지상대공중로케트 ‘번개-4’다. 중무기실에는 ‘번개-4’ 1기가 전시되었는데, 해설판에는 “탄길이 10.8m,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서로 닮은꼴로 생긴 외형을 보고 직감할 수 있는 것처럼, ‘번개-4’는 러시아군 지대공미사일 S-200과 같은 급이다. ‘번개-4’와 S-200 개량형은 탄길이가 각각 10.8m로 똑같으므로, ‘번개-4’의 성능은 S-200 개량형의 성능과 같은 것이 분명하다. S-200 최신형의 사거리는 300km, 요격고도는 40km, 발사준비시간 24분이므로, ‘번개-4’의 사거리, 요격고도, 발사준비시간도 그와 동일할 것이다. 위에서 만능요격의 지상대공중로케트라고 평가한 ‘번개-5’의 사거리가 200km이고 요격고도가 27km인데 비해, ‘번개-4’의 사거리는 300km이고 요격고도는 40km다.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북측 지역에서 대구공군기지까지 직선거리가 290km이므로, 인민군 반항공군은 ‘번개-5’로 대구공군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번개-4’를 4개 대대에 배치하였다고 추정하였다. 인민군 반항공군 1개 대대에 ‘번개-4’ 6기씩 배치하였으므로,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에 따르면, ‘번개-4’는 24기가 실전배치된 것이다. 그런데 북은 ‘번개-4’ 20기를 미얀마에 수출한 적이 있다. 다른 나라에 20기를 수출하면서 자국에는 24기밖에 실전배치하지 않았다는 추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이므로, ‘번개-4’는 적어도 200기 이상 실전배치되었다고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반항공군은 중적외선을 추적하는 지대공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기 때문에 한국군 전투기나 공격헬기가 근적외선을 방사하는 섬광탄(flare)을 쏘고 황급히 회피기동을 하여 지대공미사일의 추적을 따돌리려 해도 인민군 지대공미사일은 근적외선 섬광탄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끝까지 따라가 격추하고 만다는 것이다. 인민군 반항공군은 그런 중적외선 추적능력을 가진 지상대공중로케트를 겨누고 요격준비를 완료하였으니, 한국군 지휘부가 어찌 곤경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군 지휘부만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이 아니라, 아래에 서술한 내용을 읽어보면 미국군 지휘부도 인민군의 요격준비 앞에서 한국군 지휘부와 똑같이 곤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제1017군부대에 배치된 그 고성능미사일은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AWACS)를 잡는 특별한 공대공미사일이다. 공중경보통제기에 장착된 위상배열레이더의 장거리 탐지능력은 매우 강력하고, 그런 첨단레이더를 가동하면서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민군 반항공군이 위에 열거한 ‘번개’ 계열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쏘아서는 미국군의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지 못한다. 크고 육중한 공중경보통제기를 격추하려면 초음속 전투기를 몰고 날렵하게 돌진비행을 하면서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쏘아야 한다. 러시아군의 K-100이 그런 식으로 쏘는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인데, <사진9>는 바로 그 최첨단 미사일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에 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제1017군부대는 미그(MiG)-29 전투기와 쑤(Su)-25 공격기로 무장한 최정예 항공군부대다.
<사진10>은 200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공중무력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낸 K-100인데, <사진9>에 나타난 공대공미사일과 똑같이 생겼다. K-100의 사거리는 400km, 요격고도는 30km, 요격비행속도는 시속 4,000km다.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의 제작기술은 러시아가 오직 인도에만 수출하였으므로, 이제껏 러시아와 인도만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각국 공군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지만, 놀랍게도 북이 그와 동급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을 자체로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9>에 모습을 드러낸 그 고성능 공대공미사일은 유리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다. 북에서 유리관 속에 보관하는 무기는 오래 전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살펴본 ‘혁명사적무기’들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첨단 공대공미사일이 북에서 ‘혁명사적무기’로 보관되고 있는 것은, 북이 그 미사일을 오래 전에 생산하였음을 말해준다. ‘공중지휘소’라고 부르는 공중경보통제기가 없으면 미국군 지휘부는 작전상황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이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쏘아 미국군의 ‘공중지휘소’를 격파하면, 미국군 작전상황은 통제불능상태에 빠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9년 12월 12일 오전 그루지아 국적의 수송기 한 대가 중간급유를 위해 태국의 돈므엉 공항에 착륙하였는데, 그 수송기를 검색하던 공항당국은 35t 분량의 미사일이 적재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그 미사일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쪽은 태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왜냐하면, <사진11>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 수송기에 실린 미사일 완제품들은 북이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이 공중경보통제기를 잡는 K-100급 공대공미사일을 해외수출까지 하는 줄도 모르고, 한국군은 대당 5,000억 원씩 주고 미국산 공중경보통제기를 4대나 수입하였다.
<사진12>는 미국 군사전문가가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린 추정도인데, 붉은색 동그라미는 ‘번개-1’ 요격망이고, 파란색 동그라미는 ‘번개-3’ 요격망이고, 보라색 동그라미는 ‘번개-4’ 요격망이다. 그는 북이 ‘번개-5’를 실전배치하였을 뿐 아니라, ‘번개-6’도 개발한 것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북의 지상대공중로케트 요격망을 그처럼 부분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요격망을 제대로 그리면, 제주도 상공을 제외한 한반도 상공 전역을 뒤덮는다.
이처럼 북이 구축한 거대한 공중방벽은 견착식 화승총 12,000기와 견인식 고사포 11,000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철밀림’ 속에 그 수량을 가늠할 수 없는 자행고사총(self-propelled anti-aircraft gun)과 자행화승총(장갑차량 탑재식 저고도 지대공미사일)을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고, ‘번개-1’ 270기, ‘번개-3’ 768기, ‘번개-4’ 200기 이상, ‘번개-5’ 450기를 합해 1,688기 이상의 지상대공중로케트를 조밀하게 실전배치한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공중지휘소’를 격파할 K-100급 공대공미사일까지 실전배치하였으니, 북의 방공화력밀도는 6중으로 겹겹이 포진한 철통같은 공중방벽이다. 이것은 그 어떤 공중무력도 뚫지 못하는 세계 최강의 공중방벽이 한반도 상공에 덮여 있음을 말해준다. 세상에는 내로라하는 몇몇 군사강국들이 있지만, 북처럼 여섯 겹의 방공화력밀도로 자국 상공 전역을 철통 같이 방어하는 군사강국은 찾아볼 수 없다. 북이 ‘원쑤 미제’라고 부르며 적대하는 미국은 자기의 방대한 공중무력을 ‘천하무적’이라고 이제껏 자랑해왔지만, 북이 구축한 세계 최강의 6중 공중방벽 앞에서 사실상 무력화되고 말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군이 북침공습에 동원할 공중경보통제기, 전투기, 폭격기, 무인항공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6종의 공중무력은 북의 6중 공중방벽에 걸려 마가을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세계전쟁사상 초유의 충격상황에 빠질 것으로 예견된다. 이런 사실 하나만 보아도, 북이 미국과 맞붙는 전면대결전에서 반드시 이긴다고 공언한 것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2013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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