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3

저무는 동맹, 떠오르는 동맹

진실의 말팔매 <3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1년 7월 27일 미국의 군사정보 인터넷 <중국국방소식(China Defense News)>에 실린 동영상 한 편이 군사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동영상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작전배치한 최신형 순항미사일 창젠(長劍)-10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창젠(CJ)-10으로 불리는 지상발사 순항미사일은 200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건국기념일 열병행진에 처음 등장한 바 있는데, 발사장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7월 27일 미국의 군사정보 인터넷 <중국국방소식(China Defense News)>에 실린 순항미사일 창젠-10의 발사 장면.
  

△200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건국기념일 열병행진에 등장한  창젠-10 순항미사일
  
당시 열병행진에 등장한 미사일발사차량 한 대에 창젠-10 순항미사일 3기씩 실려있었다. 이 순항미사일은 마하 2.5 속도로 2,500km를 날아가며, 반경 10m 안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정밀타격력을 자랑하는 최첨단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군사분석가들은 창젠-10 순항미사일의 타격목표가 동중국해에 출현하는 미국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라고 말한다. 그 항모강습단의 주축인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비롯한 제7함대 순양함과 구축함들이 모조리 창젠-10 순항미사일 타격목표로 설정되었다는 말이다.

창젠-10 순항미사일은 당연히 중국 남부의 군사전략거점인 하이난다오(海南島)에 배치되었을 것이므로, 거기서 그 미사일을 발사하면 필리핀 루존(Luzon)섬 상공을 넘어 그 섬의 동해안에서 동쪽으로 1,000km 떨어진 서태평양 해상까지 날아간다.

중국이 그러한 장거리 정밀타격력을 보유한 것은, 서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군사전략거점인 괌(Guam)에서 중국 대륙이 있는 서쪽으로 1,400km 떨어진 해상까지 미국 함대 작전반경을 크게 축소시켰음을 뜻한다. 괌에서 하이난다오 남단의 산야(三亞)에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기지까지 직선거리는 3,800km인데, 미국 함대 작전반경은 3,800km 가운데서 2,400km나 줄어든 것이다.

명백하게도, 창젠-10 순항미사일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지금까지 필리핀해와 동중국해에서 제해권을 독점해온 미국의 군사작전력을 결정적으로 위축시킴으로써 중국의 안보역량을 한층 강화하였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순항미사일 성능은 아음속인가 아니면 초음속인가 하는 비행속도로 결정된다. 비행속도가 음속(시속 1,224km)에 가까운 느린 속도로 날아가는 순항미사일은 적의 방공망을 뚫을 수 없지만, 비행속도가 음속보다 2.5배 빠르게 날아가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적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

요즈음처럼 방공력이 강화된 조건에서 아음속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아무리 길어도 그리 위협적이지 못하다. 군사강국들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한국군이 보유한 순항미사일 현무-3C는 사거리가 1,500km이지만, 아음속도 아니고 그보다 느린 저음속이어서 인민군의 조밀한 방공망을 뚫지 못한다.

중국이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경이다. 당시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Kh-55 아음속 순항미사일 생산설비를 도입하였다. 그 때로부터 약 4년이 지난 1999년에 중국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아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이 홍니아오(紅鳥) 계열의 순항미사일이다.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홍니아오 계열의 아음속 순항미사일을 개발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2009년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 창젠-10을 세상에 공개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아음속 순항미사일 개발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만들어내기까지 약 10년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이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 때가 1995년경이라면, 북측은 언제부터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하였을까? 북측이 사거리 260km 사거리의 저음속 순항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하였던 때는 1997년 5월 23일이다. 놀랍게도, 북측과 중국은 순항미사일 개발을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약 10년 뒤에 초음속 순항미사일 창젠-10을 세상에 공개하였으니, 북측도 2009년쯤에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하였다고 볼 수 있다. 북측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2009년 7월 4일 동해에서 실시한 미사일발사훈련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그 날 북측이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 7발 가운데 맨마지막으로 오후 4시 10분과 5시 40분에 각각 발사한 2발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얼마나 긴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탄두는 미사일발사차량이 기동했던 강원도 안변군 깃대령 일대로부터 420km 떨어진 동해 한 복판에 설치해놓은 해상목표물에 명중하였다. 그러나 당시 북측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미국이, 그 미사일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바람에 미국이 그 미사일에 어떤 자의적 명칭을 달아놓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동해안 전방지대에서 기동하는 인민군 미사일발사차량에서 그 미사일을 쏘면 독도 인근 해상에 있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할 수 있으므로, 이전에 원산 앞바다 수평선 너머까지 접근하여 북측을 위협하였던 미국 제7함대 항모강습단의 동해 작전반경은 독도 인근 해상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그런데 북측과 중국이 거의 같이 순항미사일을 각각 개발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뒤에 나온 결과를 보면 북측은 사거리가 420km밖에 되지 않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한 것으로 밝혀졌고, 중국은 사거리가 2,500km나 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왜 사거리에서 여섯 배나 차이가 난 것일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측이 2009년 7월 4일 발사훈련에 등장시킨 초음속 순항미사일은 중국이 2009년 10월 1일에 열병행진에 등장시킨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달리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대함미사일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북측은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밖에 보유하지 못한 것일까?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미사일 강국들 가운데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한 종류만 개발하는 나라는 없다. 인민군은 2009년 7월 4일에 발사훈련을 실시한, 해수면 밀착비행기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 이외에 다른 첨단성능을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상이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북측이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목적은, 일본에 진을 친 미국 제7함대의 동해 출동을 저지하는 것이므로 그런 저지목적에 부합하는 장거리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보아야 이치에 맞는 것이다.

북측의 동해안 전방지대에서 동해를 건너 일본의 서부해안 니가타(新潟)항 앞바다까지 직선거리는 약 955km이므로, 만일 북측이 미국 제7함대의 동해 출동을 저지하려면 1,000km 사거리를 가진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동해 전역이 그 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군사기밀을 유지하여야 하기 때문에 비록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북측은 동해 전역을 타격할 사거리 1,000km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조건이면, 북측과 미국이 해상작전을 벌이는 경우 미국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동해로 감히 들어가지 못한다. 미국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2010년 초부터 동해에 나타나지 못하고 서해 남쪽 먼바다에 나타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북측과 중국이 각각 최첨단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작전배치한 것은 동해와 동중국해와 필리핀해에서 미국 제7함대 작전력을 약화시켰음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21세기 경제발전을 위한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동북지방의 안보가 북측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점이다. 만일 북측이 미국 제7함대의 동해 제해권을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무력화하지 못했더라면, 중국은 동북지방에서 북측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출해통로를 개설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2011년 7월 29일 <길림신문>은 북측 라선시와 중국 지린성이 창춘시에서 '중조 라선경제무역구 2011-2020년 계획 기본협의'를 채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북측은 2011년 6월부터 라선과 훈춘을 잇는 도로에서 갈라져 청진까지 내려가는 약 15km의 도로를 신설하는 공사를 시작하였고, 청진항 보수확장공사도 마무리하고 있다.

중국이 청진항을 통해 동해로 나아가는 제2출해통로 개설공사는, 북측의 합영투자위원회와 중국의 투먼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2011년에 이르러 북측과 중국이 동해로 나가는 동반진출을 이처럼 본격화한 배경에는 동해 제해권을 놓고 벌어진 북측과 미국의 군사대결에서 북측이 판정승을 거두어 미국 제7함대 작전반경을 동해 밖으로 밀어낸 군사정세의 변화가 깔려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6.25 전쟁 이후 거의 60년 동안 동해는 미국 제7함대가 제해권을 장악한 미일동맹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반경 5m 이내의 정밀타격력을 자랑하는 북측의 강력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등장하여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2009년 이후, 그리고 중국이 2,500km 밖에 있는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세상에 공개한 2009년 이후, 동아시아 해역들에서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북중동맹이 미일동맹을 차츰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60년 동안 동아시아를 지배해온 미일동맹의 침략 깃발은 저물어가고, 21세기 미래를 주도할 북중동맹의 반제자주 깃발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북측이 미국을 계속 압박하여 한반도 평화회담을 개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그러한 전략적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장차 평화통일 실현으로 한반도에 인구 8천만의 통일공화국이 건설되면 미일동맹은 힘을 잃어버릴 것이다. (2011년 8월 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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