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의 개벽예감](353)
자주시보 2019년 06월 2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중정상회담은 외교활동이 아니다
2. 중재자를 앞세운 트럼프의 특별대책
3. 특별대책은 어떻게 물거품으로 되었는가?
4. 금수산영빈관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합의
1. 조중정상회담은 외교활동이 아니다
2019년 6월 20일 전 세계의 이목이 평양으로 쏠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을 국가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상봉하고 역사적인 조중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조중정상회담 앞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까닭은, 시진핑 주석이 사상 처음으로 조선을 ‘국가방문’한 것으로 하여 성사된 회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국가방문이라는 말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남측에서는 국빈방문이라는 말을 쓰고, 북측에서는 국가방문이라는 말을 쓰는데, 국제외교에서 통용되는 공식용어는 국빈방문이 아니라 국가방문(state visit)이다. 국가수반이 국가방문보다 한 급 낮은 외교의전으로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라 하고, 외교의전을 생략하고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실무방문(working visit)이라 한다. 국가방문은 국가수반이 수행하는 최고의 외교활동이므로, 아무 때나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며, 특별한 시기에, 중대한 의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을 때 성사되는 특례적인 국가외교활동이다.
조선은 중국내전에서 승리한 혁명세력이 새로운 나라를 수립한 1949년 10월 1일로부터 닷새 뒤에 신생 중화인민공화국과 국교를 맺었는데, 올해까지 장장 70년 동안 조선의 최고지도자들과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평양과 베이징을 여러 차례 상호방문하였다. 올해 2019년 10월 6일은 조중국교수립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70년을 헤아리는 조중친선력사에서 이제껏 유일한 국가방문은 1982년 9월 16일 김일성 주석의 중국국가방문밖에 없다. 그날 김일성 주석이 특별렬차편으로 베이징역에 당도하였을 때,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덩샤오핑과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인 후야오방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지도부가 역두에 나가 김일성 주석을 정중히 영접하였다. 이처럼 파격적인 출영은 중국의 외교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중국 최고지도부의 파격적인 출영은 조중친선관계가 어떤 것인지 잘 말해준다.
70년의 연륜을 아로새겨온 조중친선력사를 살펴보면, 조선의 최고지도자들과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의 상호방문은 형식상으로 공식방문 또는 비공식방문으로 구분되었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렇게 구분할 필요가 없는 친선방문(friendly visit)이었다. 공식친선방문도 있었고, 비공식친선방문도 있었다. 이를테면,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조선을 국가방문하기 이전에 장쩌민 당시 주석은 1990년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그리고 2001년 9월 3일부터 5일까지 조선을 두 차례 공식친선방문하였고, 장쩌민 주석의 뒤를 이은 후진타오 당시 주석은 2005년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조선을 공식친선방문하였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역대 최고지도자들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조선을 국가방문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은 70년 조중친선력사에서 처음으로 국가방문한 시진핑 주석을 최상의 외교의전으로 맞이하였다. 이 글에서 나는 더 이상 적확한 용어를 찾지 못해, 최상의 외교의전이라는 통상적인 용어를 썼지만, 그것은 모든 측면에서 관례적인 국가외교활동을 뛰어넘은 초외교적 사변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평양에서 상봉한 것은 관례적인 국가외교활동이 아니었다. 명백하게도, 그것은 사회주의공동리념에 따라 사회주의공동위업을 수행하며 사회주의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동지적 상봉이었다.
국제외교관례에 따른 일반적인 국가방문일정을 살펴보면, 국가수반이 출영하여 환영의식을 진행하는 가운데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양국 국가가 주악되고, 명예위병대(honour guard) 사열이 진행되고, 국가지도성원들을 국빈에게 소개하고, 국빈숙소로 이동하고,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외교선물을 교환하고, 국가연회를 진행하고, 입법기관을 방문하고, 국립묘지를 방문하고, 문화예술공연에 참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국가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 내부의 특수관계이므로, 남측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양측 기를 게양하지 않고, 양측 애국가를 주악하지 않는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의 조선방문일정에는 위와 같은 통상적인 국가방문일정에서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 특례적인 일정이 들어있었다. 그것은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성대한 환영식을 진행한 것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리설주 여사와 펑리위안 여사를 각각 대동하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성원들과 함께 뜻깊은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사진 1>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위와 같은 특례적인 일정을 시진핑 주석의 국가방문일정에 포함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국가방문일정에 특례적인 일정을 포함시킨 의도는 무엇인가?
금수산태양궁전은 조선에서 ‘주체의 최고 성지’로 모시는 곳이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는 조선을 이끄는 혁명활동의 구심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그 두 가지 특례적인 일정이 왜 시진핑 주석의 국가방문일정에 포함되었는지 자명해진다. ‘주체의 최고 성지’에서 진행된 특례적인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일찍이 두 나라 선대 최고지도자들이 마련한 조중친선관계를 변함없이 계승하는 동지적 의리를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또한 조선을 이끄는 혁명활동의 구심점에서 진행된 특례적인 기념촬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70년 조중친선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심화, 발전시키려는 동지적 우의와 신뢰를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조선을 방문하는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은 무개차도심행차(motorcade)와 연도군중환영이라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조선을 국가방문한 시진핑 주석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가지를 지나면서 열렬한 군중환영을 받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공항출영에는 1만명 군중이 참가하였고, 연도환영에는 25만명 군중이 참가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두 나라 국기와 꽃술을 흔드는 25만 환영인파가 연도에 늘어서서 열렬히 환호하는 가운데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가지를 행차하였다. 그런 희한한 군중환영은 전 세계에서 오직 조선에서만 볼 수 있다. 수 십 만명이 참가하는 엄청난 연도군중환영은, 사회과학적 용어를 빌리면, 사회적 통합이 고도화된 사회주의나라에서, 그리고 조선의 표현을 빌리면 일심단결을 이룩한 사회주의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매우 오래 전에 중국에서도 다른 나라 국가수반을 영접할 때 무개차도심행차와 연도군중환영을 진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안전문제, 군중참가문제, 도심교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대규모 군중환영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기록에 의하면, 1958년 11월 22일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수상은 30만 환영인파가 연도에 늘어서서 열렬히 환호하는 가운데 무개차를 타고 베이징 중심부를 행차하였다고 한다.
2. 중재자를 앞세운 트럼프의 특별대책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8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조선을 공식방문해달라고 초청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초청을 쾌히 수락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통보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과 시진핑 주석의 수락은 조중국교수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2019년 안에 시진핑 주석의 조선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는 확실한 기대를 안겨주었다.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그 초청을 수락한 시진핑 주석은 언제 방문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 방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였다.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9년 6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조선방문은 중국의 요청에 따라 성사되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6월 20일부터 1박2일 동안 조선을 국가방문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결정한 방문시점과 방문형식을 언제쯤 조선에 통보하였을까?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인민일보> 2019년 6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지난 6월 초부터 평양에 있는 조중우의탑을 개보수하고, 그 주변환경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조중우의탑 부근에 있는 주조중국대사관 주변환경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결정한 방문시점과 방문형식을 지난 5월 말에 조선에 통보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조선방문날짜를 하필이면 왜 6월 20일로 정했을까? 시진핑 주석의 조선국가방문을 수행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련락부장의 발언에서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쑹타오 부장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인민일보> 2019년 6월 22일부 기사에서 시진핑 주석의 조선국가방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기가 특수하고, 의의는 중대하며, 영향은 깊고도 크다”고 했다. 시기가 특수하다는 말은 시진핑 주석이 특별한 시기에 조선을 국가방문하였다는 뜻이다.
쑹타오 부장이 언급한 특별한 시기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진핑 주석이 오는 6월 28일부터 1박2일 동안 일본 오사까에서 진행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회담일정을 앞두고 조선에 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먼저 만난 것이야말로 특별한 시기에 조선을 방문한 것이 아니겠느냐 하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조선방문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하고, 복잡다단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오는 6월 28일부터 1박2일 동안 오사까에서 진행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는 길로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올해 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한 시진핑 주석이 평양과 서울을 동시방문하던가 아니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하여 방문하던가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시진핑 주석은 한국방문요청을 사절하고 조선방문을 선택하였다. 2019년 6월 7일 청와대 관계자는 시진핑 주석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취재기자에게 말했다.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시점에 맞춰 시진핑 주석을 한국에 초청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은 무산되었다. 다시 말하면, 2019년 5월 말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조선방문날짜를 통보하였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한국방문요청을 사절한다고 통보하였던 것이다.
여기까지 서술된 사실만 보면, 시진핑 주석은 한중관계보다 조중관계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방문요청을 사절하고 조선을 국가방문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선택은 누구나 다 알만한 것이므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한국방문요청을 사절하고 조선국가방문을 선택한 것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깊고 중대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사진 2>
이야기는 2019년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4월 11일은 서울에서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이 진행된 날이었다. 2018년부터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에 공을 들여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에 꼭 참석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9년 4월 11일 백악관에서 만나자고 통보하였다. 갑작스러운 초청통보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꼭 참석하고 싶었던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을 포기하고 워싱턴으로 급히 날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앉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것은 2019년 2월 28일 윁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장기화되는 교착상태를 넘어서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수립한 특별대책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날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 두 정상은 공동성명도 내놓지 않고 헤어졌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반대파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빈손외교’로 망신을 자초했다느니 뭐니 하며 빈정거렸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가 토의되었기 때문에 공동성명을 내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중요한 문제를 토의하였기에 공동성명도 내지 않은 것일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해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속에 들어있었다. 그는 2019년 4월 1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기자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고 얼떨결에 특별대책을 살짝 공개하는 실언을 했다.
취재기자 - “남북미회담도 계획에 있는가?”
트럼프 - “그것 역시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대체로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훌륭한 일을 해왔다. 나는 문 대통령을 훌륭한 협력자라고 생각한다.”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특별대책을 토의하기도 전에 공동기자회견에서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고 얼떨결에 그 특별대책에 대해 살짝 언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황은 그날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특별대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그에 관해 토의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 흥미로운 특별대책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날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특별대책을 설명하였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 앞에 나서서 특별대책을 추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자로 앞에 나서서 특별대책을 추진해달라는 말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의하기 위해 먼저 남북정상회담부터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간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4월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면서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할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위에 인용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조미핵협상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수립한 특별대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은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오사까에서 진행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성사시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후에 판문점에서 개최하고, 한반도 종전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의하려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만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남북미가 판문점에서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종전선언을 채택하기로 합의하였으니 중국도 참가해달라고 요청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대책이 실행되는 경우, 주요 20개국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을 판문점에서 만나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채택하여 조미핵협상 교착국면을 돌파해보겠다는 속셈이었다. 이런 속셈을 실행하는 데서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오사까에서 열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전에 어떻게 해서든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려고 무던히 애썼던 것이다.
3. 특별대책은 어떻게 물거품으로 되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재자로 앞에 내세워 추진하려던 특별대책은 그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기하여 회담을 결렬시킨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지 않은 채, 조미핵협상 교착상태를 미국에게 유리하게 전환시키려는 간계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조선에게 일방적인 핵무장해제를 요구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명백한 의사를 표명해야 조미핵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언명하였고, 그 시한을 2019년 12월까지로 못박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지 않은 채 조미핵협상을 재개해보려는 간계를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로 추진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라면 덮어놓고 따르는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전에 개최할 것을 여러 차례 제안하는 한편, 시진핑 주석에게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직후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였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그런 제안과 요청을 제기하였음을 간파하였다. <사진 3>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되는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고, 시진핑 주석은 2019년 6월 20일부터 1박2일 동안 조선을 국빈방문한다고 발표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대책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러 정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간계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전술적 협동을 실행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에 맞서는 조선과 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은 원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에게 제의한 것이다. 2018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때마다 조선과 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에 대해 언급하였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3월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습근평 동지를 비롯한 중국 동지들과 자주 만나 우의를 더욱 두터이하고 전략적 의사소통,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의 단결과 협력을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5월 7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과 단독회담을 하면서 “조중 사이의 전술적 협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치밀하게 강화해나가기 위한 방도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조선과 중국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를 적극 찬동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20일 베이징 낚시터국빈관에서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정세 하에서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강화해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토의하였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중재자로 앞에 내세워 추진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대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전략전술적 협동으로 무력화되고 말았다.
4. 금수산영빈관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합의
2019년 6월 20일 금수산영빈관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중대한 의제들을 토의하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것은 외부에 공개하기 힘든 내용이므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다.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번 조중정상회담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를 종합, 분석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어떤 의제를 토의하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는지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1)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2019년 6월 20일 금수산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조선반도 정세를 비롯한 중대한 국제 및 지역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을 진행하시고, 지금과 같이 국제 및 지역정세에서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는 환경 속에서 조중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깊이 있게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두 나라의 공동의 리익에 부합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유리하다고 평가하시였다”고 한다.
또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금수산영빈관에서 산책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각기 자기 나라의 주요대내외정책적 문제들에 대하여 소개하시고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국내 및 국제문제들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하시면서 깊이 있는 담화를 하시였”고 “조중친선관계에서 보다 큰 만족감을 가질 수 있도록 협동을 강화해나가기 위한 일련의 계획들과 조선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추동해나가기 위한 토의를 계속하시였다”고 한다.
위의 두 인용문은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정세, 지역정세, 국제정세를 폭넓게 토의하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동북아시아지역, 국제사회에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조중 두 나라의 공동리익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한반도문제라는 것은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핵협상을 진전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실현하는 중대현안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하여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키고 조미핵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조선에 대한 일방적인 핵폐기 요구, 곧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의 부당성을 시진핑 주석에게 설명하였고, 시진핑 주석은 그 설명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였던 것이다. 또한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조미핵협상을 재개하여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해결방도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위의 서술은 근거 없는 추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신화통신> 2019년 6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금수산영빈관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은...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여 조선반도의 영구적 안정을 실현하려는 (조선의) 모든 노력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확고히 지지하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지역문제라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안보동맹’이라는 허울 아래 무력을 대폭 증강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를 뜻한다. 이와 관련하여 시진핑 주석은 미국과 일본의 도발로 위험수위에 이른 대만문제와 댜오위다오문제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설명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였던 것이다. 두 정상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미일동맹의 무력증강과 도발책동을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또한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의견의 일치를 본 국제문제라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출품목들에 대한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과학기술개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사태를 뜻한다. 시진핑 주석은 교역부문과 과학기술부문에서 악화되고 있는 중미갈등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설명하였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에 대해 이해와 공감을 표시하였던 것이다. 두 정상은 중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관세부과공세와 과학기술개발억제를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베네수엘라에게 무력침공위협을 가하고, 꾸바를 압박하여 국제정세를 불안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심각한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였다. 두 정상은 사회주의국가들과 반미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고립압살책동과 무력침공위협을 저지, 파탄시키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이번 조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문제, 지역문제, 국제문제를 조중 두 나라의 공동리익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로 합의한 것은 조선과 중국이 한반도, 동북아시아, 국제사회에서 자행되는 제국주의핵제국의 전횡과 폭력에 맞서 싸우는 반제공동전선을 구축하였음을 의미한다. <사진 4>
조선과 중국에서는 두 나라의 반제공동전선을 “피로써 맺어진 친선단결”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조선과 중국이 두 차례의 반제전쟁과 한 차례의 혁명전쟁의 불길 속에서 함께 싸우며 전우관계를 맺었다는 뜻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 20일 저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을 환영하는 국가연회에서 연설하면서 “일찌기 조중 두 나라 혁명가들과 인민들이 공동의 사회주의리념을 실현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의 불길 속에서 서로의 운명을 하나로 결합시키고 참다운 동지적 우의와 단결, 지지협조의 고귀한 전통을 마련한 데 대하여 언급하시였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6월 19일 <로동신문>에 발표한 자신의 글에서 “오랜 기간 중조 두 당의 굳건한 령도 밑에 두 나라 인민들은 외세의 침략을 공동으로 반대하고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서...호상신뢰하고 지지하며 서로 도와주면서 깊고 두터운 우정을 맺었습니다”라고 지적하였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조선과 중국은 일제를 타도하기 위한 항일반제전쟁에서 함께 싸웠고, 1946년 6월부터 1949년 10월까지 지속된 중국혁명전쟁에서도 함께 싸웠으며, 6.25전쟁 중인 1950년 10월 북위 38도선을 넘어 한반도 전체를 무력으로 강점하려던 미국의 북침공격과 핵전쟁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항미반제전쟁에서도 함께 싸웠다. 조선에서 말하는 “조중친선의 불변성과 불패성”은 바로 그런 역사를 계승, 발전시키면서 공고화된 것이다.
2013년 6월 7일 시진핑 주석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써니랜즈에서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를 제기하면서 중국과 미국이 싸우지 말고 상호협력하기를 바랐지만, 중국의 굴기위세에 경계심을 느낀 오바마 대통령은 그 제의를 무시해버렸고, 그 뒤를 이어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흑색선동을 늘어놓으면서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도발, 중국의 과학기술발전억제, 미일동맹의 무력증강 같은 대결정책을 밀고 나갔다. 그런 혼란과 위험 속에서 중국의 전략적 선택은 중국보다 먼저 미국과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조선과 손잡고 반제공동전선을 구축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시진핑 주석은 조선과 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화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에 적극 찬동하였고, 반제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제국주의핵제국에 맞서 싸우는 동방의 반제협동전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합의로 구축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공동번영을 위한 상호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6월 20일 금수산영빈관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호상 자기 나라의 형편과 사회주의건설위업을 전진시키기 위한 두 당, 두 나라 인민들의 투쟁에서 이룩된 성과들에 대하여 통보하시고 그에 전적인 지지와 련대성을 표명하시였다”고 한다.
조선과 중국이 사회주의공동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시진핑 주석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6월 19일 <로동신문>에 발표한 지신의 글에서 “이미 합의한 협조대상들을 잘 리행하고 두 나라 민간의 친선적인 래왕을 확대발전시키며 교육, 문화, 체육, 관광, 청년, 지방, 인민생활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교류와 협조를 확대하여 두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두 나라 인민들의 복리를 증진시킴으로써 중조친선이 대를 이어 영원히 전해지도록 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금수산영빈관에서 진행된 조중정상회담에 조선측에서는 김재룡 내각총리가 참석하였고, 중국측에서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중산 상무부장이 참석하였다. 이것은 이번 조중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선과 중국이 사회주의공동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전략전술적으로 협동하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행하는 대조선경제제재와 대중국무역전쟁의 혼란과 위험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전략전술적 협동은 날로 더욱 강화, 발전될 것이며, 그 협동의 길에서 두 나라는 사회주의공동번영을 이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