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10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의 화성-14형 발사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비밀보고서
2. 패배를 은폐하는 백악관에게 ‘극약처방’ 준비한 조선
3. 핵무력 완성 이후 조선이 내건 새로운 목표
1. 조선의 화성-14형 발사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비밀보고서
2017년 7월 4일 평양시간으로 오전 9시, 조선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굉음과 화염과 후폭풍을 내뿜으며 창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3년 동안 미국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고, 64년 동안 위태로운 정전상태에서 미국과 대치해왔으며,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해 최후결전을 각오하고 결전준비를 다그쳐온 미국의 최대 적국이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열핵탄두가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은 장장 25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조미핵대결을 종식시켜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대격변의 분기점으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발사일로부터 석 달 이상 지났는데도, 그 사실은 언론에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지금 최종국면에서 격렬하게 전개되는 조미핵대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이 왜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되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241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은 그 날 최대 적국과 맞붙은 핵대결에서 자기들이 패하고 말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감춰버렸다.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이 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승리와 패배의 분기점으로 되었는지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추구해온 전략적 목표는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갖지 못하게 저지하고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것이었다. 그와 정반대로,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추구해온 전략적 목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개발함으로써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미핵대결의 최종국면은 핵무력 완성과 비핵화라는 상극이 격돌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1>
그 상극의 격돌 중에 조선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개발하였음을 입증하였다. 그로써 미국은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해온 자기의 전략적 목표를 상실하였고, 조선은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추구해온 자기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것은 세계를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고 허세를 부리는 아메리카합중국이 건국 이후 241년 만에 적국과의 대결에서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였음을 말해준다. 건국 이후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충격이 오죽 심했으면, 백악관 주인은 “조선을 전부 파괴하겠다”는 극악무도한 전쟁폭언을 토해내며 미치광이처럼 길길이 날뛰었겠는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충격을 받아 거의 돌아버릴 뻔한 도널드 트럼프(Donal J. Trump) 미국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에게 조선의 핵무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설명해줄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화성-14형 발사로 급전된 상황에서 조선과의 핵대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미국군 수뇌부가 화성-14형 시험발사에 관한 정보를 비롯하여 조선의 핵무력 전반에 관한 심층정보를 분석한 비밀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약 2주 걸렸다. 그렇게 되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 있는, ‘탱크(tank)’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열렸던 것이다.
나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http://www.jajusibo.com/serial_read.html?uid=36118)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7년 7월 2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 대해 분석, 고찰하였는데, 미국군 수뇌부가 그 회의에서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글에 서술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주에 미처 서술하지 못한 미국군 수뇌부의 조선 핵무력 관련 정보보고를 논하려고 한다.
2017년 7월 20일 미국군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가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중요한 보도기사가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부에 실렸다. 아래 인용문은 그 보도기사에서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북조선은 미사일 내부에 장착하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성공하였고, 그로써 어엿한 핵강국(a full-fledged nuclear power)으로 되는 길에서 중요한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이 미국 정보관리들이 비밀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달(2017년 7월을 뜻함-옮긴이) 국방정보국이 완성한 그 분석은 공산주의국가(조선을 뜻함-옮긴이)의 핵무기체계에서 핵탄의 총수량이 몇 발인가에 관한 공식적인 추정을 말해주는 또 다른 정보보고에 잇따라 나온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북조선의 김정은 영도자가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가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산정하였다. (줄임) 지난달 미국 관리들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평양의 노력이 생각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결론하였다. (줄임)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지난 7월 28일에 작성한 요약본에 나오는 새로운 정보분석의 결론은 북조선이 ICBM급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들로 운반하는 핵무기를 생산하는 중대한 시점(critical milestone)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밀보고서는 당연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며칠 뒤에 그 비밀보고서의 요약본(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1급 비밀이 제외된 2급 비밀문서)을 따로 만들어 국무부와 국방부의 중간급 관리들에게 열람시킨 것으로 보인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기사는 그 요약본을 열람한 어떤 익명의 관리가 <워싱턴포스트> 취재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보도기사에는 좀 모호하고 부정확한 내용도 들어있지만, 두 가지 사실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조선의 핵탄두가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보고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보고하였다는 사실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보고한 이 두 가지 정보는 조선이 미국의 집요한 저지공작을 파탄시키고 결국 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중앙정보국장은 2017년 10월 19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가안보문제 토론회에서 조선이 핵무력을 거의 완성했다느니,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직전이라느니, 몇 달 뒤에는 핵무력을 완성할 것이라느니 하는 주장을 늘어놓았는데, 그는 자기가 말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그렇게 주장한 것이다.
나는 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와 열핵탄두를 만들고, 그와 더불어 조선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든 것을 조선의 핵무력 완성으로 본다. 이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1메가톤급 열핵탄두 기폭시험에서 각각 성공함으로써 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점은 명백하다.
조선이 미국의 저지공작을 파탄시키고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지적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보고가 끝났을 때, 국가안보회의 분위기는 매우 침울해졌다. 지난 25년 동안 온갖 술수와 계략, 강압과 협박을 들이대면서 조선의 핵무력 개발을 저지하려고 그처럼 무던히도 애를 써왔지만 결국 실패하였으니 분위기가 어찌 침울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진 2>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도직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여 회의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흥분으로 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침울해진 회의 분위기를 깨뜨렸다. “핵탄두를 6,800발이나 가진 우리가 핵탄두를 60발밖에 갖지 못한 북조선을 왜 공격할 수 없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 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에게 던진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아마도 그런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핵전쟁이 뭔지 모르는 무식한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은 미국군 수뇌들은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아마도 이렇게 답변하였을 것이다. “조선은 핵탄두만이 아니라 열핵탄두도 갖고 있다. 만일 미국 본토 상공 300km 고도에서 1메가톤급 열핵탄두가 폭발하면,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방사되어 전국적 범위에서 전력공급망, 통신망, 교통망, 급수망, 급유망이 마비될 것이고, 미국 본토에 열핵탄두 한 발만 떨어져도 상상을 초월한 핵참화를 입게 된다. 그러니 조선에 대한 공격은 단념하는 게 좋다.”
그런 답변을 듣고 기가 막힌 트럼프 대통령은 무식한 질문을 또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북조선이 우리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그 동안 수 백 억 달러를 들여 구축해놓은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해버리면 될 텐데, 당신들은 도대체 뭘 그렇게 염려하는 건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뭔지 모르는 무식한 대통령으로부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은 미국군 수뇌들은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아마도 이렇게 답변하였을 것이다. “우리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이제껏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하였다고 여러 차례 발표하였지만, 그것은 요격에 최적화되도록 짜놓은 각본에 따라 표적탄두 1발을 요격탄두 1발로 맞추는 1 대 1 요격시험에서 성공한 것인데, 그렇게 각본 대로 했는데도 요격성공률은 50% 이하에 머물렀다. 그런데 진짜탄두들과 가짜탄두들이 뒤섞여 날아오는 실전상황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요격성공률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조선과의 전쟁은 단념하는 게 상책이다.”
2. 패배를 은폐하는 백악관에게 ‘극약처방’ 준비한 조선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조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패배를 인정하고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굴복의사’를 표명하지 않을까 기대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미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가 준비되고 있었던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고, 조선도 백악관 내부의 그런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한 방 크게 얻어맞고서도 뒤로 물러설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선은 타격이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며칠 뒤 화성-14형 고각발사로 한 발 더 쏘았다. 7월 29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28일)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은 최대 정점고도 3724.9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km를 47분12초 간 비행하여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하였다. <사진 3>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4형이 연속적으로 시험발사되어 두 방이나 연타를 얻어맞았을 때, 미국 군부는 이러다가 화성-14형이 미국 본토 가까이까지 날아오는 게 아닌가 하는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심리적 동요를 느낀 미국 국방부 관리들 가운데는 지난 7월 20일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 제출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밀보고서 요약본을 열람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열람한 요약본의 일부내용을 <워싱턴포스트>에 흘려주었고, 그 내용이 지난 8월 8일 기사화되었다. 위에 서술한 대로,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 보도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이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 보도기사가 나온 지난 8월 초순까지만 해도 7월 20일에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마저도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은 당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8일 <워싱턴포스트>가 문제의 기사를 보도하였을 때, 그 보도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간파한 미국의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다. 미국 언론에 조선의 핵문제가 크게 부각될 때마다, 그에 관해 비교적 온당한 논조로 자기 견해를 밝히곤 하는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를 손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먼트레이(Monterey)에 있는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원(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산하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쎈터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다. 그는 2017년 8월 9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른 팔러씨(Foreign Policy)>에 ‘경기는 끝나고, 북조선이 이겼다(The Game Is Over, and North Korea Has Won)’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다. 제프리 루이스가 그 글에서 직접 밝힌 것처럼, 그는 전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문제의 보도기사를 읽고 그 글을 썼다. 그는 글에서 “북조선을 외교 또는 강제력으로 비핵화하는 창문이 폐쇄되고 말았다는 점은 아주 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을 비핵화하려던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으니, 미국이 패하고 조선이 승리하였다는 제프리 루이스의 논조는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조미핵대결이 끝나게 된다는 나의 ‘개벽예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고, 시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은폐해보려고 이전보다 더 야비한 공갈과 겁박을 들이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략폭격기 편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켜 정세를 더욱 긴장시켰다. 이를테면, 2017년 8월 7일 괌에서 이륙한 B-1B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하여 실전연습을 벌였고,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부 보도기사가 나온 직후, 때마침 뉴저지주 골프장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불과 분노(fire and fury)”를 맞게 될 것이라고 공갈하였으며, 8월 9일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성명을 발표하여 “조선은 정권의 종말과 인민의 파멸로 나아가는 그 어떤 행동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겁박하였다.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한 주제에 조선을 향해 그런 공갈과 겁박을 늘어놓으며,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격시켜 조선을 위협하려 든 것은, 트럼프식 발광전략의 진면모를 드러낸 참 우스꽝스러운 행동이었다.
그것으로도 성차지 않았는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정책기조를 천명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리하여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공동명의로 작성된 ‘우리는 평양을 주시하고 있다(We're Holding Pyongyang to Account)’라는 제목의 이례적인 성명이 <월스트릿저널> 2017년 8월 13일부에 실렸다. 그 두 사람은 성명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새로운 전략적 책임 정책(a new policy of strategic accountability)으로 대체되는 중”이라고 하면서, 자기들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은 군사적 선택방안이 아니라 “평화로운 압박(peaceful pressure)”으로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7월에 두 차례나 실행된 화성-14형 시험발사가 모두 성공하여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고, 그로써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자기들의 전략적 목표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의 비핵화’니 ‘평화로운 압박’이니 하는 망측스러운 요설을 꺼내놓았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화성-14형 시험발사로 두 차례나 연타를 얻어맞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발광전략으로 맞서면서 요설을 늘어놓고 있었으니,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수준을 뛰어넘는 ‘극약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극약처방’이란 평시에 조선을 위협하고, 전시에 조선을 공격할 미국군 전략기지가 도사리고 있는 괌(Guam)의 주변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쏘아 낙탄시키는 군사작전계획을 말한다.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가 시행하는 무력시위형 성능시험이고, 화성-12형 괌포위사격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시행하는 극약처방형 군사작전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은 2017년 8월 8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하는 괌포위사격을 단행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은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하여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8월 1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고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하였다. <사진 4>
망측스러운 발광전략과 요설로 자기들의 패배를 은폐하려다가 괌포위사격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받게 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만 아연실색하였다. 당혹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에 또 다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그가 7월 20일에 첫 번째로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미국군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는데, 그가 8월 18일에 두 번째로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빗(Camp David)에서 진행되었다. 8월 21일에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사흘 앞두고 열린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는 조선이 ‘을지프리덤가디언’에 대한 보복으로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는 경우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과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 이후 변화된 정세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이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 중에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였는데, 조선은 그런 예상을 뒤엎고, 9월 3일에 열핵탄두 기폭시험을 단행하였다. 폭발위력이 1메가톤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는 열핵탄두의 대폭발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충격과 경악에 몰아넣었다.
<NBC> 2017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열핵탄두 기폭시험을 단행한 때로부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히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7월 20일과 8월 18일에 이어 9월 3일에 세 번째로 소집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백악관에서 진행되었다. 그 회의에는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 댄 코우츠(Daniel R. Coats) 국가정보실장이 참석하였다. 오찬을 마친 뒤 그들은 백악관 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국가안보회의를 진행하였는데, 다른 지역에 출장 중이던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과 마익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영상통화를 통해 회의에 동참하였다.
2017년 9월 3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명예롭게’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심하여야 하였다. 조미핵대결에서 패하고서도 패하지 않은 것처럼 짐짓 태연하게 행동하면서 그 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어 대제국의 체면을 지키는 방도를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월 3일 세 번째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때로부터 지난 10월 10일 네 번째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긴박한 정세에 대처하였던 행동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들이 드러난다.
첫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기 위한 방안,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 철군하는 마지막 선택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하였다. 나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이 지난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를 검토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둘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지난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는 한반도 철군문제를 조선과 합의할 때까지 그 문제를 검토하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당분간 기존 3대 방책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3대 방책이란 발광전략, 고립압박, 무력시위를 뜻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고,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하게 된다. 그는 도꾜, 서울, 베이징을 순방할 때, 도꾜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그 다음으로는 베이징에서 두 번째로 오래 머물고, 서울에서는 24시간도 되나마나하게 머물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순방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일본을 포용하고, 중국과 거래하면서, 한국을 경시하는 그의 정책적 의도다. 미국이 장차 한반도 철군을 실행에 옮기려면, 지금부터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중국과의 거래관계를 잘 처리해야 하지만, 한국은 경시할 수밖에 없다.
3. 핵무력 완성 이후 조선이 내건 새로운 목표
<연합뉴스> 2017년 10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이 2017년 10월 20일 동북아시아 안보문제 토론회에 발표자로 출연하여 연설하였다고 한다. 최선희 국장의 연설내용을 전한 <연합뉴스>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두 군데 있다.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우리는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거의 도달했으며, 우리의 최종목적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첫 번째 인용문은,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하게 되면,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는 경우밖에 없으므로,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여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하게 되면,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한다는 말은 조선을 비핵화하는 문제를 협상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말의 속뜻은 두 번째 인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 5>
두 번째 인용문은 조선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최종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선희 국장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리용호 조선 외무상도 러시아 <타쓰통신> 2017년 10월 11일부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a real balance of force)을 이루려는 우리의 최종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종착점에 거의 도달하였다”고 말했다. 조선 외무성은 2017년 9월 13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실제적인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힘을 다져나가는데 더 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 외무성이 2017년 3월 4일에 발표한 대변인담화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여 힘의 균형을 이룩하는 것”을 언급하였으므로, 조선에서 말하는 힘의 균형이란 핵무력의 균형(balance of nuclear forces)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위의 인용문들은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최종목표를 추구해왔는데, 현재 그 최종목표를 거의 달성하게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최종목표를 거의 달성하게 되었다는 말은 조선의 핵무력이 미국의 핵무력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증강되고 있다는 뜻인가? 2017년 현재 미국은 핵탄두를 6,800발이나 보유하였는데, 조선이 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였다는 뜻인가?
미국의 핵탄개발역사는 70년이고, 조선의 핵탄개발역사는 20년이므로, 핵탄개발에서 미국은 조선보다 50년 앞섰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작성한 비밀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2017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핵탄을 6~7주에 한 발씩 만드는 생산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이 핵탄생산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 3주에 한 발씩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50년 앞선 미국의 핵보유량을 20년 만에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부문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탄도미사일이다. 2017년 현재 미국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449발과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39발을 보유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이 화성 계열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400발정도 만들고,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200발정도 만들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고도화된 조선의 미사일생산능력을 생각하면, 앞으로 1~2년 뒤에 화성 계열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400발과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0발을 생산하는 최종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목표에 거의 도달하였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닐까. <사진 6>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은 미국과 핵군비경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서서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게 되면, 핵군축협상으로 미국의 핵무력을 감축시키고 미국의 핵전쟁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핵무기는 한 발도 감축시킬 수 없다.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면 한반도에서는 미국의 핵전쟁위험이 해소되어도 동북아시아지역에서는 미국의 핵전쟁위험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핵강국만이 트럼프의 광란적인 핵무력 증강에 제동을 걸고 미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은 오래 전부터 핵군축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해오고 있다. 이를테면, 2012년 4월 21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의 핵정책을 천명한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다른 핵보유국들과 동등한 립장에서 국제적인 핵군축노력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고, 최고인민회의는 2013년 4월 1일에 발포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한 법’에서 “핵전쟁위험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하겠다고 명기하였다. 이것은 세계무대에 핵강국으로 등장한 조선이 트럼프의 광란적인 핵무력 증강에 제동을 거는 동북아시아지역의 핵군축과 비핵지대화 창설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 철군 이후에도 동북아시아에 여전히 남아있을 미국의 핵전쟁위험까지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최종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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