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7년 09월 0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년숙적 머리 위로 날아간 ‘징벌의 화염’ 2. 엄청난 추력 분출하는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들 3. 화성-12형 전투부 모양이 약간 달라진 이유 4. 미일연합함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 화성-12형 5. 태평양 상공에 펼쳐질 다섯 차례의 미사일발사훈련
1. 백년숙적 머리 위로 날아간 ‘징벌의 화염’
2017년 8월 29일은 107년 전 일본제국에게 우리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날이었다. 반만년을 헤아리는 민족사에서 여러 차례 외국군의 침략을 받기는 했어도 나라를 강탈당한 것은 1910년 8월 29일에 자행된 ‘한일합병’ 뿐이다.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에 발행된 세계지도를 보면, 조선 영토는 일본제국의 해외영토로 표시되었다. <사진 1>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일본제국은 조선에서 청일전쟁을 일으킨 1894년 7월부터 패전으로 항복한 1945년 8월까지 50년 동안 수십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죽였고, 수십만 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징용, 징병, 학병, 종군성노예로 끌어갔으며,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조선의 천연자원, 생산물, 문화재를 약탈했다. 일본제국이 패망한지 72년이 지난 오늘도 우리 민족 앞에 식민통치죄악을 사죄하기는커녕 그 죄악을 덮어버리고, 전쟁범죄와 식민지피해를 배상하지 않고, 독도강탈과 재침무력증강에 날뛰는 일본은 우리 민족의 백년숙적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날로 기록된 지난 8월 29일 백년숙적의 머리 위로 ‘징벌의 화염’이 날아갔다. 일본을 벌벌 떨게 만든 ‘징벌의 화염’은 조선의 화성-12형이 내뿜은 불줄기였다. 조선이 화성-12형을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려보낸 발사훈련은,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107년 전 <한일합병>이라는 치욕스러운 조약이 공포된 피의 8월 29일에 잔악한 일본 섬나라 족속들이 기절초풍할 대담한 작전”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은 식민통치죄악을 은폐하고, 독도강탈책동에 매달리면서, 재침무력증강에 날뛰는 일본에게 징벌을 경고한 것만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당시 한미연합군이 강행하고 있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에 맞선 “대응무력시위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서 다시 논한다.
한국군 합참본부 발표에 따르면, 조선은 지난 8월 29일 오전 5시 57분경(평양시간으로는 오전 5시 27분경) 화성-12형 1발을 평양 북쪽에 있는 순안국제비행장에서 발사하였는데,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고, 정점고도는 약 550km였다고 한다. 발사 직후 일본 관방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오전 6시 6분경 홋까이도(北海道) 에리모갑(襟裳岬) 상공을 통과하여 오전 6시 12분경 에리모갑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1,180km 떨어진 북태평양 수역에 낙탄하였다고 한다. <사진 2>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이 고각으로 발사되었을 때, 정점고도는 2,111.5km였는데, 정상각으로 발사하면 사거리는 정점고도의 4배에 이르게 되므로,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400km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 추산이 과장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번에 진행된 화성-12형 발사훈련에서 나타난 몇 가지 현상을 분석하면, 그런 추산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래에 서술하는 사실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8월 10일 김략겸 전략군사령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략군이 괌포위사격을 단행할 경우 화성-12형은 3,356.7km를 17분 45초 동안 날아가 괌의 주변수역에 낙탄될 것이라고 하였다. 화성-12형이 3,356.7km를 17분 45초 동안 날아간다면, 평균비행속도는 초속 3.15km다.
지난 8월 29일 화성-12형은 오전 5시 57분경 발사되었고, 오전 6시 12분경 북태평양 수역에 낙탄되었으므로 비행시간은 약 15분이었다. 발사지점으로부터 낙탄수역까지 거리는 약 2,700km이므로, 화성-12형의 평균비행속도는 초속 3km다.
그런데 인도 국립고등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Advanced Studies)이 펴낸 분석자료에 따르면, 사거리가 2,000km인 파키스탄의 탄도미사일 샤힌(Shaheen)-2는 851km를 8분 26초 동안 날아갔다고 한다. 이것은 샤힌-2의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1.68km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1.68km인 샤힌-2에 비하면, 평균비행속도가 초속 3km인 화성-12형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간 것이다. 화성-12형에 강력한 로켓엔진이 장착되었기 때문에 그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로켓엔진은 탄도미사일의 비행속도와 비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 엄청난 추력 분출하는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들
화성-12형에 장착된 강력한 액체로켓엔진은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만든 백두산로켓엔진이다. 이 액체로켓엔진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16년 9월 20일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보도 전날인 9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액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 놓인 해설도면이 촬영된 보도사진을 확대하면,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백두산 계렬 80tf급 액체로케트”라는 제목을 식별할 수 있다. 이 제목은 그 날 지상분출시험에 사용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이 80톤-포스(ton-force)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80톤-포스는 784킬로뉴튼(kilonewton)이다.
그런데 그 해설도면 제목은 80톤-포스급 백두산액체로켓엔진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백두산 계렬 8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라고 되어 있었다. 여기서 계렬이라는 말은 연관성 및 유사성을 가지고 파생된다는 뜻이므로, 당시 조선이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을 여러 종 개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3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밑에 신형 액체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또 다시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액체로켓엔진이 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한 것을 두고 “로케트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3.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력사적인 날”이라는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형 액체로켓엔진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그처럼 격찬한 것일까?
<연합뉴스> 2017년 3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에 나타난 신형 액체로켓엔진의 분사장면을 분석한 한국의 군사전문가들은 그 액체로켓엔진을 100톤-포스급 로켓엔진으로 평가하였다고 한다. 100톤-포스는 980킬로뉴튼이다. 2016년 9월 19일에 진행된 지상분출시험에서 8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등장했는데, 2017년 3월 18일에 진행된 지상분출시험에서는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17년 9월 현재 백두산 계렬 액체로켓엔진은 2016년형 80톤-포스급과 2017년형 100톤-포스급으로 각각 개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100톤-포스급 액체로켓엔진이 얼마나 강력한 로켓엔진인지 알려면, 소련이 1967년부터 1973년까지 실전배치하였던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 SS-11에 장착된 RD-0217 액체로켓엔진과 비교하면 된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의 추력이 980킬로뉴튼인데, RD-0217의 추력은 219킬로뉴튼밖에 되지 않는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 RD-0217보다 4.5배나 더 강한 추력을 내는 것이다. 그처럼 강력한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이 화성-12형에 장착되었으므로, 샤힌-2보다 1.8배 빠른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다.
백두산로켓엔진이 등장하자 조선의 로켓공학기술발전은 비상히 도약하였다. 하지만 조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찬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백두산로켓엔진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는 여론공작을 벌였다. 여론공작은 백두산로켓엔진이 냉전기에 소련의 설계로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RD-250 로켓엔진의 복제품이라는 거짓정보를 미국의 언론인과 미사일전문가에게 흘려준 것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작, 유출한 거짓정보가 2017년 8월 14일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뉴욕타임스> 보도와 국제전략연구원(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 선임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 각각 ‘공식화’되면서 삽시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진실로 둔갑하였다. 조선이 독자적인 기술로 새로운 미사일이나 로켓엔진을 개발할 때마다 소련산 복제품이 나온 것처럼 떠들어대면서 거짓정보를 조작, 유포하는 장본인이 미국 중앙정보국이라는 사실은 <위킬릭스(Wikileaks)>가 폭로한 미국 국무부의 비밀전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명백하게도, 백두산로켓엔진은 RD-250 로켓엔진의 복제품이 아니다. 그 두 로켓엔진은 전혀 다른 종류의 로켓엔진들이다. 2017년형 백두산로켓엔진의 추력은 980킬로뉴튼인데 비해, RD-250의 추력은 788.5킬로뉴튼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복제품이라는 조작설을 전면 배격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 화성-12형의 비교대상으로 거론하는 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SS-11에는 RD-250 액체로켓엔진이 아니라 RD-0217 액체로켓엔진이 장착되었다. RD-0217 액체로켓엔진을 장착한 SS-11은 탄체길이가 19.5m이고, 탄체지름이 2m인데, 화성-12형은 탄체길이가 16.5m이고, 탄체지름이 1.5m이므로 화성-12형에는 SS-11에 비해 추진제가 더 적게 주입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SS-11은 2단형 탄도미사일이고, 화성-12형은 1단형 탄도미사일이다.
백두산로켓엔진이 RD-0217보다 4.5배나 더 강한 추력을 낼 수 있어도, 백두산로켓엔진이 연소하는 추진제의 양이 RD-0217이 연소하는 추진제의 양보다 적고, 1단형과 2단형이라는 구조적인 차이도 있으므로, 화성-2형의 사거리가 SS-11의 사거리에 비해 짧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거리는 얼마나 짧은 것일까? 약 3,600km 짧은 것으로 추산된다. SS-11의 사거리는 약 12,000km이고, 화성-12형의 사거리는 약 8,400km다.
3. 화성-12형 전투부 모양이 약간 달라진 이유
8.29 발사훈련소식을 전해준 조선의 언론보도기사에서 화성-12형을 “새로 장비하였다”는 표현을 몇 차례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새로 장비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실전운영능력”, “새로 장비한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의 전투적 성능”, “새로 장비한 첨단로케트체계” 등이다. 새로 장비하였다는 말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여단 산하 타격대들에 화성-12형이 이미 실전배치되었다는 뜻이다. 화성-12형이 실전배치되었으므로, 그 미사일을 장비한 타격대가 이번에 첫 발사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그들의 실전배치속도는 미사일만큼 빠르다.
발사훈련에서는 당연히 정상각으로 쏘아야 한다. 그보다 앞서 진행된 화성-12형 시험발사나 화성-14형 시험발사에서는 90도에 가까운 고각으로 발사되어 사거리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낙탄점이 동해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8.29 발사훈련에서 40도 안팎의 정상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은 동해와 일본열도를 훌쩍 뛰어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갔다.
화성-12형이 그처럼 정상각으로 발사되었으면 약 8,400km를 날아갔어야 하는데, 8.29 발사훈련의 비행거리는 약 2,700km였다. 실제 사거리의 3분의 1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한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두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추진제를 화성-12형에 가득 넣지 않고, 3분의 1만 넣으면 사거리는 3분의 1로 줄어든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므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둘째, 화성-12형 전투부 안에 무거운 탄두를 넣으면, 사거리가 줄어든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세계일보> 2017년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 사진과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 사진을 비교, 분석하였더니, 얼핏 보아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라는 것은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은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에 비해 전투부 길이가 10% 정도 줄어들었고, 전투부 지름은 약간 늘어난 것을 뜻한다. <사진 5>
화성-12형 탄두부 모양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을 풀어줄 실마리는 뜻밖에도 일본 언론보도에 들어있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 간부들은 화성-12형이 “일본 동북부 상공(홋까이도 상공이라는 뜻-옮긴이)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된 것”을 주목하였다고 한다. 화성-12형이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되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화성-12형 발사지점인 순안국제비행장으로부터 일본 홋까이도 에리모갑까지 거리는 1,500km이므로, 화성-12형이 홋까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상공에서 3개로 분리되었으면, 정점고도 약 550km를 지난 뒤에 분리된 것이다. 화성-12형이 정점고도를 지난 뒤에 왜 3개로 분리되었는가 하는 의문을 풀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의 일반적인 비행경로부터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은 지상발사 → 상승구간 비행 → 중간구간 비행 → 정점고도 도달 → 중간구간 비행 → 재돌입체 분리 → 종말구간 진입 → 대기권 재돌입 → 돌진낙하 → (모의)공중기폭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날아간다. 이런 비행경로를 보면, 화성-12형은 정점고도를 지나고, 중간구간에서 종말구간으로 넘어갈 때 3개로 분리된 것이다. 중간구간에서 종말구간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분리현상은 종말유도추진체(post-boost vehicle)의 추력비행이 끝나면서 그 추진체에 장착된 재돌입체들이 떨어져 나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진낙하하기 시작하는 현상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정점고도 약 550km까지 올라갔던 화성-12형 재돌입체는 약 200km를 낙하한 뒤 약 250km 고도에서 종말유도추진체에서 분리되어 돌진낙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므로 화성-12형이 3개로 분리되었다는 말은 종말유도추진체에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 3개가 떨어져나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자위대 감시레이더 화면에 현시된 화성-12형의 종말구간 항적에 종말유도추진체 1개와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4개의 광점(光點)으로 나타난 것이다.
화성-12형 종말유도추진체에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분리되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낙탄하였으므로, 북태평양 해수면 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낙탄점 3개가 형성된 것이 분명하다. 5월 14일에 발사된 화성-12형에 비해 8월 29일에 발사된 화성-12형의 전투부 길이가 10% 정도 줄었고, 전투부 지름이 약간 늘어난 까닭은 그 전투부에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진 6>
2017년 1월 24일 파키스탄은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아바빌(Ababeel)을 처음 시험발사하였는데, 지난날 파키스탄에게 미사일공학기술을 가르쳐준 조선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아직 만들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억측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종말유도추진체에서 재돌입체가 분리되는 순간, 재돌입체 뒤쪽에 장착된 2개의 소형 가스발생기(gas generator)에서 내뿜는 가스분사력으로 재돌입체는 팽이처럼 자전운동을 하게 된다. 재돌입체가 더 낮은 고도로 낙하하여 그 표면에서 엄청난 대기마찰이 발생하기 전까지, 재돌입체는 팽이처럼 자전운동을 하면서 낙하한다. 만일 재돌입체가 자전운동을 하지 않으면, 중심을 잃고 제멋대로 팽글팽글 돌면서 돌진낙하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대기마찰로 소멸되고 만다.
종말유도추진체에서 분리된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들은 예정된 타격대상들을 향해 제각기 흩어져 분산낙하하고, 더욱이 그 분리된 물체들 가운데는 기만탄두도 섞여있기 때문에 교전상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런 혼란은 교전상대의 요격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교전상대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요인으로 된다. 그러므로 조선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를 장착한 화성-12형을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하였을 때, 미국과 일본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4. 미일연합함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 화성-12형
일본은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자기 머리를 넘어 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가는 공포의 날이 차츰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였다. 그래서 일본 방위상은 2016년 8월 일본 자위대에게 파괴조치명령을 내렸다. 파괴조치명령이라는 것은 일본 자위대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가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날아오면 동해 상공에서 그것을 요격하라는 명령이다.
그런데 이번에 화성-12형이 홋까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날아갔는데도, 일본 방위상의 파괴조치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왜 실행되지 않았을까?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 구축함 4척을 운용하는데, 그 구축함들에는 조선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외기권에서 요격할 수 있다는 미국산 미사일방어체계가 설치되어 있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오직 일본에게만 넘겨준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방어체계는 SM-3 블록(Block) lB라는 요격미사일을 발사한다. 미국은 SM-3 블록 계렬 요격미사일의 성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는데, SM-3 블록 1B가 2016년에 실전배치된 최신형이다. 다른 개량형 요격미사일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다.
미국은 이지스 구축함 16척을 태평양 곳곳에 배치해놓았는데, 그 중에서 일본 근해에 전진배치한 7척은 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에 배속되어 조선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작전에 동원된다. 그런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2척이 지난 6월과 8월에 각각 민간선박들과 충돌하는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앞으로 오랫동안 선박수리소 신세를 져야 하므로, 지금은 5척만 남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5척과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4척을 포함하여 총 9척으로 편성된 미일연합함대가 북태평양 상공을 향해 날아가는 화성-12형을 향해 최신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 1B를 발사할 수 있었다. <사진 7>
그러나 미일연합함대는 자기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화성-12형을 레이더 화면에서 뻔히 보면서도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으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미일연합함대는 화성-12형이 일본열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갔는데도 왜 속수무책으로 있었을까? 그 까닭은, 미일연합함대에 탑재된 SM-3 블록 1B를 쏘아봤자 화성-12형을 격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일연합함대가 화성-12형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딱한 사정은 아래와 같다.
첫째, 주요성능지표를 비교하면, SM-3 블록 1B는 화성-12형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한다. ‘미국 군사용 로켓 및 미사일 편람(Directory of U.S. Military Rockets and Missiles)’에 나온 SM-3 블록 lB의 주요성능지표와 화성-12형의 주요성능지표를 비교하면, 미일연합함대가 왜 요격미사일을 쏠 수 없었는지 알 수 있다.
만일 화성-12형이 상승구간에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상승하면서 SM-3 블록의 요격고도인 160km 고도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을 때, 미일연합함대가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면 혹시 격추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미일연합함대가 함경남도 신포에서 약 100km 떨어진 수역까지 접근해서 쏘는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안방어미사일 사정권과 조선인민군 동해함대 공격권 안으로 죽으러 들어가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둘째, 미일연합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성능이 그리 우수하지 못해서 화성-12형을 탐지할 능력이 부족하다.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탐지해야 요격미사일을 정확히 쏠 수 있는데, 그 위상배렬레이더의 탐지거리가 200km 정도로 짧은 것이 결정적인 성능한계다. 이번에 화성-12형이 발사된 순안국제비행장에서 강원도 원산까지 거리는 152km이므로, 미일연합함대가 화성-12형이 발사된 순간을 즉각 탐지하려면 원산에서 약 150km 떨어진 동해 해상까지 접근하는데, 이것은 조선인민군 해안방어미사일 사정권과 조선인민군 동해함대 공격권 안으로 죽으러 들어가는 행위나 마찬가지다.
설령 미일연합함대가 조선의 동해안으로 ‘몰래’ 접근했다고 가정해도, 그 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화성-12형의 비행정보를 전부 파악하지 못한다. 왜 그런가?
극초음속으로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요격미사일로 격추하려면, 요격대상의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향을 알려주는 3차원 요격정보가 필요한데, 미일연합함대에 설치된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는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와 비행고도에 관한 정밀정보는 알려주지 못하고, 비행방향에 관한 1차원 정보밖에 알려주지 못한다. 요격대상의 비행속도, 비행고도, 비행방향에 관한 정밀정보가 없으면, 3차원 요격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 <사진 8>
이를테면,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에 관한 정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35,000km에 떠있는 정지궤도위성(GEO)이 알려주는 것이고, 요격대상의 비행고도에 관한 정보는 지구표면으로부터 약 40,000km에 떠있는 고고도타원궤도위성(HEO)이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조기경보위성들이 적외선감지장비를 가동하여 적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신속히 포착하는 감시체계를 우주공간적외선체계(Space-based Infrared System)라고 한다. 일본은 우주공간적외선체계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산 AN/SPY-1 위상배렬레이더를 설치한 이지스 구축함 4척을 운용하면서도 언제까지나 미국 해군 제7함대 심부름노릇이나 하는 처량한 신세다.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에 있는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NORAD)가 정지궤도위성과 고고도타원궤도위성이 보내주는 요격대상의 비행속도와 비행고도에 관한 정밀정보를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보내주면, 그 구축함에 설치된 위상배렬레이더가 파악한 비행방향에 관한 정보와 통합되어 3차원 요격정보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일본 근해에 전진배치된 제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5척은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와 연결된 직통통신망을 가졌지만,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4척은 그런 직통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 4척의 구축함은 북미항공우주사령부가 미국 해군 제7함대로 보내주는 요격정보를 한 다리 건너 전달받는 것이다.
하지만 미일연합함대가 3차원 요격정보를 파악했다고 해서 즉각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아니고, 미국 국방장관이 요격결정을 내리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는 퇴임 후 2014년 10월에 펴낸 회고록에서 북미주항공우주사령부 감시장교들은 미국 국방장관이 조선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시간적 여유가 불과 몇 초밖에 없다는 점을 자신에게 일깨워준 적이 있었음을 서술하였다.
이처럼 정보전달, 정보종합, 상부보고, 최종결정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사이에 어느덧 1분 30초가 지나면, 화성-12형은 SM-3 블록 1B의 요격고도인 160km를 벗어나게 되고, 미일연합함대는 닭 쫒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만다.
5. 태평양 상공에 펼쳐질 다섯 차례의 미사일발사훈련
2017년 8월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고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월 21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충고를 미국에게 보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 한 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세계 면전에서 우리에게 또 다시 얻어맞는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리성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미국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므로,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충고를 듣지 않고,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강행하였다. 미국군 참가병력을 조금 줄이고, 항모전투단과 전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지 않는 식으로 수위를 약간 낮추기는 했지만, 그것은 하나마나 한 부질없는 행동이었고, 꼼수를 부린다는 의혹만 조선에게 안겨주었을 뿐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미국이 저들의 행태를 지켜볼 것이라고 한 우리의 경고에 호전적인 침략전쟁연습으로 대답하였다고 준절히 말씀하시면서, 오늘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미국과 그 졸개들이 벌려놓은 <을지프리덤가디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사진 9>
그런데도 미국은 귀와 눈이 멀어버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예컨대, 2017년 9월 2일 빈센트 브룩스(Vincent K. Brooks)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이번에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에 참가한 미국군 병력을 줄였는데도, 조선은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이상한 불평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게 보낸 경고가 ‘을지프리덤가디언’전쟁연습을 중단하라는 뜻이라는 것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 미국은 2017년 8월 31일 F-35B 스텔스전투기 4대와 B-1B 전략폭격기 2대를 강원도 태백산 필승포격장으로 출동시켜 통합직격탄과 MK-84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훈련을 감행하였고, 거기에 동참한 한국군 전투기들도 MK-82 폭탄을 투하하는 폭격훈련을 감행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차후행동을 결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하였는데,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경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스텔스전투기와 전략폭격기를 동원하는 차후행동으로 조선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화성-12형 8.29 발사훈련을 현지지도하면서 “이번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 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 걸음이고 침략의 전초기지인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으로 된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케트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사진 10>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미사일발사훈련장은 2017년 8월 이후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대폭 확장되었다. 미국이 내해처럼 장악하고 있는 태평양에서 감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하겠다고 나선 대담한 나라는 없다. 핵강국이라는 러시아나 중국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태평양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하지 못하고, 자국 영토에서 사거리를 약간 줄여서 한다. 그런데 조선은 매우 대담하게 태평양에서 미사일발사훈련을 하겠다고 선언하였으니, 미국에게 그보다 더 강한 압박공세는 없다.
광활한 태평양을 무대로 하여 전개될 조선의 미사일발사훈련은 괌포위사격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8월 10일 김락겸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관은 괌포위사격방안을 발표하면서 화성-12형이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찌현 상공을 지나 괌으로 날아가 괌의 주변 30~40km 해상수역에 탄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전략군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4개가 들어간 화성-12형 1발을 괌을 향해 발사하여 동서남북 주변해상에 각각 1개씩 떨어뜨리는 식으로 4면 포위사격을 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이번 발사훈련을 보면 각개발사식 재돌입체 3개가 들어간 화성-12형 1발을 괌을 향해 발사하여 주변해상에 떨어뜨리는 식으로 3면 포위사격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군의 발사훈련대상은 괌 이외에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하와이주 호놀룰루, 워싱턴주 씨애틀, 캘리포니아주 쌘디에고에 있는 미국의 태평양군사전략기지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화성-12형을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한 것이 서막이라면, 그 다음에는 제1장부터 제5장까지 다섯 차례의 태평양발사훈련이 전개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에서 거리가 가까운 대상부터 차례로 열거하면, 서막 이후 제1장은 괌포위사격, 제2장은 앵커리지근접사격, 제3장은 하와이포위사격, 제4장은 씨애틀근접사격, 제5장은 쌘디에고근접사격 순으로 예정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글의 집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사업 시찰에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된 열핵탄두가 세상에 공개되었다는 놀라운 소식과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 지하핵시험장에서 열핵탄두기폭시험이 진행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 한꺼번에 들려왔다. 조선의 연속강타를 한 주에 한 번씩 계속 얻어맞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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