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12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핵실험이 아니라 핵융합반응실험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0년 5월 12일 북의 언론매체들이 놀라운 소식을 전하였다. “부족하고 어려운 것이 많은 속에서도 우리의 과학자들은 사소한 주저와 동요도 없이 제기되는 수많은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100% 자체의 힘으로 해결함으로써 마침내 핵융합반응에 성공하였다”는 소식이었다.
핵융합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이란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을 뜻하는데, 핵융합기술은 핵융합로(nuclear fusion reactor)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사진 1> 20세기의 핵기술선진국들은 핵폭탄이 폭발하는 핵분열원리를 이용하여 흔히 원자로라 불리는 핵분열로(nuclear fission reactor)를 만들었는데, 21세기의 핵기술선진국들은 수소폭탄이 폭발하는 핵융합원리를 이용하여 핵융합로를 만들려는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원자력발전이 핵폭탄의 평화적 이용이라면, 핵융합발전은 수소폭탄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핵융합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중수소(deuterium) 원자핵은 양자(proton) 1개와 중성자(neutron) 1개로 구성되고, 3중수소(tritium) 원자핵은 양자 1개, 중성자 2개로 구성된다. 2중수소 원자핵과 3중수소 원자핵이 융합하면, 헬륨(helium)-4와 중성자가 생성되는데, 자연상태의 리튬(lithuim)을 분리하여 만들어낸 리튬-6이 중성자 1개를 흡수하면 헬륨과 3중수소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운동에너지가 발생한다. 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켜 증기터빈을 돌리면 전력이 생산되는 것이다. 핵융합기술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미증유의 최첨단기술이다. 핵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미국이나 러시아도 핵융합기술을 완성하려면 아직 멀었다. 앞으로 핵융합기술을 완성하는 나라가 과학기술분야와 에너지분야에서 세계적 패권을 쥐게 될 것이며, 인류과학사를 다시 쓰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인용한 북측 언론매체들의 2010년 5월 12일 보도는 북의 과학자들이 그처럼 고난도의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멀고 험한 과정에서 첫 관문인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북의 핵문제라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미국은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에 대해 이상하게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침묵하였다. 북이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는 보도를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할 말을 잃었던 것일까? 북의 핵문제에 대해 미국만큼이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남측 정부는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를 부정하였다. 이를테면, 북의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소식을 전하였던 2010년 5월 12일 남측 정부고위당국자는 취재기자들에게 “핵융합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가의 시설이 필요한데, 이런 시설이 북한에 있다고 보고됐거나 감지된 게 없다.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북의 관련보도내용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북의 보도내용을 부정하였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가 나왔을 때,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남측에서는 북이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착각하였다. 그래서 2010년 6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지금 그런 추론이 신문에 나왔습니다만, 저희가 지금 판단하기로는 핵실험이라는 건 정확한 게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말했던 그는 2010년 11월 2일 국회가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는 자리에 출석했을 때는 “핵융합의 경우 (북에서) 기초적 수준은 시작됐으리라 생각하지만, 명확히 확인된 정보는 제한된다”고 말했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에 대해 미국은 ‘이상한 침묵’을 지켰고 남측 정부는 그 보도내용을 사실상 부정해버린 탓에 미국과 남측의 언론매체들은 그 중요한 정보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 북이 핵융합반응에 성공하였다는 보도내용을 당시에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던 유일한 글은 내가 2010년 5월 17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북측은 핵융합장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0174)’라는 제목의 글이다. 나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2년 2월 16일에도 <자주민보>에 ‘북, 열핵융합탄 지나 핵탄두소형화 진입’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면서 북의 핵융합기술에 관해 다시 한 차례 논한 바 있다.(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8966) 그런데 내가 <자주민보>에 위의 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나는 스웨덴 국방연구원 대기과학자(atmospheric scientist) 라스 에릭 데예르(Lars-Erik De Geer)의 논문을 아직 읽지 못하였다. 북의 핵융합반응 성공보도를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데예르의 학술논문은 군사과학전문지 ‘과학과 세계안보(Science & Global Security)’ 2012년 4/5월호에 실렸다. 그 논문의 제목은 ‘2010년 4월과 5월 북이 실시한 저출력핵실험의 방사성핵종 증거(Radionuclide Evidence for Low-Yield Nuclear Testing in North Korea in April/May 2010)’인데, 이 논문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사실이 담겨있다.
첫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일본열도 중간쯤에 위치한 군마현(群馬)현 다카사키(高崎)시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을 분석한 결과, 2010년 4월 20일부터 36시간 동안 방사성핵종인 제논(xenon)-133이 세 차례 검출되었다. 또한 일본열도 최남단에 있는 오키나와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도 2010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 사이에 방사성핵종인 세슘(cesium)-137이 검출되었다. 이러한 검출자료들은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사진 2> 둘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남측 동부전선 최북단인 강원도 고성군 거진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2010년 5월 13일 오전 11시부터 23시까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 제논-133이 검출되었다. 5월 15일 0시 23분부터 5월 23일 0시 23분까지 오키나와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방사성핵종들인 바륨(barium)-140과 란타늄(lantanum)-140이 여덟 차례 검출되었다. 5월 15일 1시 44분부터 5월 19일 1시 49분까지 러시아 우수리스크(Ussurisk)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치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란타늄-140이 네 차례 검출되었다. 5월 15일 18시 46분부터 5월 19일 6시 46분까지 다카사키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치가 포집한 대기표본에서는 제논-133이 여덟 차례 검출되었다. 이러한 검출자료들은 북이 2010년 5월 12일경에 또 다시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셋째,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 거진에 설치된 방사성핵종측정장비가 포집한 대기물질에서 제논-133이 검출된 것은 북의 핵실험에서 우라늄-235가 사용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을 실시하였음을 의미한다. 국제핵물질위원회는 2012년 1월에 발표한 ‘2011년 세계 핵물질 보고서’에서 “2010년 5월 한국, 일본, 러시아에서 수집된 방사성물질에 대한 분석결과는 조선이 플루토늄 핵실험이 아니라 고농축우라늄 핵실험을 실시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진검측기술로 포착한 미세한 인공지진파
데예르의 학술논문에 따르면,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실시한 핵실험의 인공지진파는 포착되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당시 북이 최소 10t급 폭발력에서 최대 200t급 폭발력으로 추산되는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위의 논문에서 데예르는 북이 2010년 4월과 5월에 각각 한 차례씩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다고 서술하였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북이 당시에 실시한 것은 저출력핵실험을 이용한 핵융합반응실험이었다. 북은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 핵폭발력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저출력핵폭발기술을 사용했던 것이다. 저출력핵폭발이라 해도 핵실험은 핵실험이므로 반드시 인공지진파가 발생되는 법이다. 그런데 북이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각각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는 매우 약한 인공지진파가 발생하였다. 당시 북이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도로 핵폭발력을 억제한 저출력핵폭발기술이 사용된 까닭에 남측 각지에 설치된 171개나 되는 수많은 지진관측소들이 그 인공지진파를 포착하지 못했다. <사진 3> 남측 각지에 지진관측소가 171개나 있고,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수많은 지진관측소들이 있는데, 아무리 약한 인공지진파라지만 어째서 어느 지진관측소도 그 인공지진파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일까? 지진관측소들은 10t급 이하로 내려가는 극저출력핵폭발에서 발생한 미세한 인공지진파는 측정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북이 2010년 5월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의 인공지진파는 10t급 이하의 극저출력핵폭발로 발생한 아주 미세한 파장이었던 것이다. 2010년 4월 15일경과 5월 12일경 북에서 각각 실시된 핵융합반응실험의 인공지진파에 관한 정보가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때는 북이 그 실험을 실시한 때로부터 4년이나 지난 2014년 11월 20일이다. 정보제공자는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이다. 중국과학기술대는 중국의 과학기술분야에서 최고학술기관인 국립중국과학원이 부설한 대학이다. 그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미진검측기술을 사용하여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에서 발생된 아주 미세한 인공지진파를 포착할 수 있었다. 미진검측기술이 개발되지 않았으면, 북의 핵융합반응실험의 진실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측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밝혀냈다. 첫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은 2010년 5월 12일 오전 9시 8분(현지시각)경 소규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북의 언론매체들이 핵융합반응 성공소식을 전한 날이 2010년 5월 12일이었는데,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이 밝혀낸 북의 핵융합반응실험 시각은 당일 오전 9시 8분경이다. 이것은 북에서 핵융합반응실험이 실시되자마자 북의 언론매체들이 즉각 그에 대해 보도하였음을 말해준다. 둘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폭심지좌표가 북위 41.2863도(41도 17분 10.68초), 동경 129.0790(129도 4분 44.4초)로 나타났고, 오차범위는 350m라는 것이다. 2013년 6월 20일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2013년 2월 12일에 실시된 북의 지하핵실험 폭심지좌표가 북위 41도 17분 26.88초, 동경 129도 4분 34.68초로 나타났고, 오차범위는 94m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두 개의 폭심지좌표들은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만탑산핵실험장 위치와 일치하는데, 이것은 2010년 5월 12일의 핵융합반응실험이 만탑산핵실험장에서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셋째, 중국측 연구진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2010년 5월 12일 만탑산핵실험장에서는 2.9t급 핵폭발이 일어났는데, 오차범위는 0.8t이라는 것이다. 2013년 6월 20일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북이 2013년 2월 12일에 실시한 제3차 지하핵실험에서 12.2kt급 핵폭발력이 발생되었는데, 오차범위는 3.8kt라고 밝힌 바 있다. 2년 전 스웨덴 국방연구원 대기과학자 데예르는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최소 10t급에서 최대 200t급의 폭발력을 지닌 저출력핵실험을 실시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이번에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당시 3t급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났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처럼 2010년 5월 12일 만탑산핵실험장에서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데도,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월 4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에게 “일부 중국 학자들이 2010년 5월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2010년 당시에도 정부는 북한에서의 지하핵실험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을 부정하려고 하였다. 중국과학기술대 지진-지구내부물리실험실 연구진은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대해 분석하였으면서도,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대해서는 분석하지 못했다. 그 까닭은, 북이 2010년 4월 15일경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서는 3t급보다 낮은 극저출력핵폭발이 일어나 미진검측장비마저도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열핵반응장치를 왜 핵실험장에 설치하였을까? 북이 2010년 5월 12일에 실시한 핵융합반응실험에 관한 소식을 전한 북측 언론매체들은 당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첫째,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의 과학자들은 핵융합반응과 관련한 기초연구를 이미 끝마친 상태였으며, 열핵기술을 독자적으로 완성해나갈 수 있는 강력한 과학기술역량을 갖추었다. 이것은 북의 핵융합기술수준이 2010년 당시 이미 초급단계를 지나 중급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앞으로 중급단계를 지나 고급단계에 이르면, 핵융합기술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은 인류가 꿈꾸는 무한정한 에너지원 곧 ‘인공태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유럽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중수소 100kg과 자연상태의 리튬 3t을 연료로 하여 핵융합로를 가동하면, 연간 70억 킬로와트의 엄청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니, 핵융합로를 어찌 ‘인공태양’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째,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북의 과학자들은 핵융합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우리식의 독특한 열핵반응장치”(thermonuclear reaction device)를 설계, 제작하였다. 2010년 당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를 제작한 것은 북의 핵융합기술수준이 이미 중급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당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제작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당시 북의 언론매체들은 그 열핵반응장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지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서 그 윤곽을 짚어볼 수 있다.
2010년 5월 12일 북은 만탑산핵실험장에서 극저출력핵폭발기술을 사용한 핵융합반응실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였으므로, 북이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는 그 핵실험장에 설치되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진 4> 이처럼 핵융합실험을 핵실험장에서 실시한 것만 보더라도, 북이 핵기술선진국들이 만든 열핵반응장치들과는 다른 아주 독특한 열핵반응장치를 개발하였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핵폭발이 일어난 폭심지의 온도는 섭씨 1,000만도까지 올라가는데, 북의 열핵반응장치가 아무리 고온고압에 견딜 만큼 특수하게 설계, 제작된 것이라고 해도 섭씨 1,000만도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북의 열핵반응장치는 폭심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북이 개발한 열핵반응장치가 어떤 것인지 좀 더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원자력발전소의 핵분열로는 제어장치를 가동하면서 고체연료를 서서히 태울 때 전력을 생산하는데 비해, 인류가 꿈꾸는 ‘인공태양’인 핵융합로는 플라즈마온도를 극도로 높였을 때 생성되는 열핵플라즈마를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핵융합기술을 발전시키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플라즈마온도를 높여 극고온상태의 열핵플라즈마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러시아의 소리> 2014년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최근 마이크로파 방사선을 이용하여 플라즈마온도를 섭씨 450만도까지 높이는데 성공하였는데,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플라즈마온도를 섭씨 700만도까지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핵폭발에서 발생하는 섭씨 1,000만도의 극고온은 2중수소와 3중수소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와 같다. 핵폭발이 일어나면 플루토늄 또는 고농축우라늄이 극고온상태의 열핵플라즈마로 변환되는데, 2010년 5월 12일 북이 열핵반응장치를 만탑산핵실험장에 설치하고 극저출력핵폭발을 일으킨 것은, 열핵플라즈마가 생성되는 극고온상태에 근접할 수 있는 열핵반응장치를 개발하는 실험에 성공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은 열핵실험로를 독자적으로 건설하는 것일까?
1951년 소련의 핵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Andrei Sakharov)와 이고르 탐(Igor Tamm)이 설계한 원환체형 자기용기(toroidalnya kamera ee magnetnaya katushka)의 머리글자를 따서 토카막(Tokamak)이라는 이름의 핵융합실험로가 생겨났다. 1980년 미국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Princeton Plasma Physics Laboratory)가 토카막핵융합실험로를 설계하였는데, 그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그 실험로에서 10.7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성공하였던 때는 1994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4년 현재 토카막핵융합실험로를 설치해놓고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나라들은 서방에서 미국,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캐나다, 스위스, 포르투갈, 체코 등이고, 동방에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파키스탄 등이다.
충청남도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립핵융합연구소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프린스턴플라즈마물리학연구소의 기술지원을 받고 9억4,100만 달러를 투자하여 핵융합기술을 개발하는 중인데, 현재 초전도 핵융합장치인 KSTAR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 5> 2011년 8월 2일 국가핵융합연구소는 미국, 일본의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고출력 핵융합가열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장치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Cadarache)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토카막핵융합실험로인 국제열핵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에 도입되었다. 국립핵융합연구소가 운용하는 KSTAR는 카다라쉬의 국제열핵실험로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이다. 35개국이 500억 달러를 합작투자하여 2007년 10월 24일에 착공한 국제열핵실험로는 500메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인데, 2019년에 완공될 예정이고, 2027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미래의 무진장한 에너지원천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핵융합기술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핵융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2013년 1월 20일 <로동신문>에 실린 보도기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도기사에는 2중수소와 3중수소를 연료로 쓰는 토카막핵융합기술, 그리고 양자와 붕소(boron)를 연료로 쓰는 레이저핵융합기술을 뛰어넘은 새로운 핵융합기술에 대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거기에 서술된 새로운 핵융합기술은 수소(hydrogen)와 붕소를 연료로 쓰는 핵융합기술이다. 그 보도기사에서는 이 새로운 핵융합기술을 수소-붕소 집초핵융합(focus fusion)이라 불렀는데, 무중성자 핵융합(aneutronic fusion)이라고도 불린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 새로운 핵융합기술의 장점은, 토카막핵융합이나 레이저핵융합에 비해 100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자금만 있으면 된다는 것, 핵융합과정에서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중성자가 발생되지 않아 방사선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 설비구조가 간단하면서도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 증기터빈과 발전기가 없이 직접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핵기술선진국들은 그처럼 이상적인 핵융합기술을 실용화한 핵융합로를 왜 아직 만들지 못한 것일까? 그 까닭은 열핵기술수준이 고도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을 일으키는 극고열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2중수소-3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는 섭씨 1,000만도인데,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을 일으키는 점화온도는 섭씨 1억도나 된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이미 핵융합기술개발에서 성과를 이룩한 우리나라의 과학자들도 수소-붕소 집초핵융합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미 2010년에 독자적인 기술로 열핵반응장치를 설계, 제작하였을 뿐 아니라, 핵융합반응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북이 그 다음 단계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은 핵융합반응을 실험하는 열핵실험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북은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14년 11월 25일 미국의 대북정보분석 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관심을 끈다.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인 커티스 멜빈(Curtis Melvin)이 쓴 ‘평양의 지속적인 전력문제(Pyongyang's Perpetual Powewr Problems)’라는 제목의 글은 집필자의 왜곡된 대북관과 북의 전력사정에 관한 외부의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상업위성이 2014년 8월에 북측 각지를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를 분석하였는데, 평양 도심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강동군 삼덕리의 커다란 건설장이 그 위성영상자료에 나타났다. <사진 6> 그의 영상자료분석에 따르면, 강동군 삼덕리의 건설공사는 2010년 말 또는 2011년 초에 시작되었는데, 지난 8월에 촬영된 상업위성영상자료를 보면 그동안 건설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어서 공사 중인 시설물의 위치와 형태를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지닌 커티스 멜빈은 위성영상자료에 나타난 강동군 건설장에서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해버렸다. 하지만 그러한 단정은 위성영상판독에서 오류를 범한 것으로 된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자기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북의 언론매체들은 강동군 건설장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강동군 건설공사가 화력발전소 건설공사라면 북의 언론매체가 그에 대해 보도하지 않을 리 없다. 북의 언론매체들은 현재 북에서 계단식으로 건설 중이거나 최근에 완공된 수력발전소들인 청천강유역의 희천발전소들, 서두수의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들, 예성강의 청년발전소 등 북측 각지의 발전소건설장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해왔으며, 때로는 상보도 발표하였다. 그런 보도가 자주 나가야 건설자들의 사기와 의욕이 높아지고, 북측 인민들의 건설장지원사업이 군중운동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당조직과 건설자들과 인민들이 대규모 건설공사를 합심하여 함께 추진하는 것은 북이 지켜온 오랜 전통이고, 그런 전통의 계승과 발전을 추동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건설장에 대한 언론보도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언론매체들이 강동군 건설장에 대해 당연히 보도해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보도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착공한 때로부터 근 4년이 되어오는 오늘까지 전혀 보도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완공될 때까지도 그에 관한 보도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북이 강동군 건설공사를 그처럼 조용하게 진척시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런 특이한 현상은 강동군 건설공사가 일반적인 건설공사가 아니라 매우 특별한 건설공사임을 말해준다. 강동군에서 진행되는 매우 특별한 건설공사는 북이 그곳에서 조용히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북에서 독특한 열핵반응장치가 설계, 제작되었다는 사실과 핵융합반응실험에 성공하였다는 사실이 북의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때로부터 약 7~8개월 뒤에 강동군에서 대규모 건설공사가 시작된 것은, 그 건설공사가 화력발전소 건설공사가 아니라 열핵실험로 건설공사라는 나의 견해를 강하게 뒷받침해준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전 세계 35개국이 공동출자와 기술협력을 통해 프랑스 카다라쉬에 국제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게, 북은 단독으로 강동군에 열핵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북이 핵융합기술 국제협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였으므로, 북은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핵융합기술을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남의 핵융합기술과 북의 핵융합기술이 융합되어 동반상승효과를 내오며 세계핵융합기술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텐데, 분단현실은 ‘인공태양’을 향한 남과 북의 원대한 꿈마저 가로막고 있다. 강동군 건설공사가 언제 끝날지 위성영상자료만 보고서 알 수 없지만, 강동군 열핵실험로가 완공되는 날 북은 ‘인공태양’이 무한정한 빛과 열을 안겨줄 내일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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