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4월 0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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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룡훈련’에 맞서 전격적으로 실시된 대규모 실탄사격
지난 3월 31일 미국군은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해안에서 미국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참가한 ‘쌍룡훈련’이라 부르는 대규모 상륙전연습현장을 내외언론 취재진에게 공개하였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쌍룡훈련’은 1993년까지 해마다 실시되었던 ‘팀 스피리트’라는 이름의 대북전쟁연습이 ‘키 리졸브-독수리’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바뀐 이후 21년 만에 해상돌격전과 공중돌격전을 결합하여 가장 큰 규모로 실시되었다. 강원도 원산만과 지형이 비슷한 경상북도 영일만 일대에서 그처럼 대규모 상륙전연습을 실시한 것은, 원산만에 상륙하여 평양으로 진격한다는 이른바 ‘평양점령작전’을 실전 분위기 속에서 연습한 것이었다.
조선인민군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연합하여 그처럼 도발적인 상륙전연습을 감행할 뿐 아니라 언론보도를 통해 그 연습현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지 그리하여 조선인민군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영일만 일대에서 대규모 연합상륙전연습을 시작하기 직전인 3월 31일 오전 7시경 서해 5도 분쟁수역에 선박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였고, 곧이어 오전 8시에는 한국 해군 2함대사령부에 전통문을 보내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오늘 실탄사격연습을 실시할 것임을 통보하였다.
미국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상륙작전연습이 동해안 영일만 일대에서 벌어진 시간대에 맞춰 조선인민군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무력충돌위험지역인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대규모 실탄사격연습을 전격적으로 실시한 것은, 전쟁연습에 전쟁연습으로 맞서는 단호한 반격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규모 상륙전연습과 대규모 실탄사격연습이 남과 북에서 동시에 실시된 지난 3월 31일, 한반도에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무력충돌위험이 조성되었다.
원래 미국군은 자기들이 주도하고 한국군을 참가시킨 대규모 연합상륙전연습이 벌어진 현장을 내외언론 취재진에 공개하여 자기들의 ‘무력우세’를 전 세계에 알리려 하였으나, 조선인민군이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실시한 대규모 실탄사격연습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바람에 자기들의 ‘무력우세’를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하였던 미국군의 선전계획은 실패로 끝났다.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된 지난 3월 31일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실탄사격연습은 낮 12시 15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서해 5도 분쟁수역을 향해 대구경 화력타격수단들인 장거리포, 해안포, 방사포를 연속-집중발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미리 설정된 7개 구역을 향해 모두 14차례에 걸쳐 각종 포탄 500여 발을 쏘았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쏜 포탄 500여 발 가운데 100여 발이 이른바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에 떨어졌고,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은 그 100여 발이 떨어진 탄착점에 인접한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을 향해 즉각 300여 발을 쏘는 대응사격을 하였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완패한 이후 한국군이 정해놓은 새로운 교전규칙에 따르면, 만일 조선인민군이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으로 사격하는 경우 ‘월선’하여 탄착한 포탄보다 3배가 많은 포탄을 쏘는 즉각적인 대응사격을 한다는 것인데, 이번에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으로 각종 포탄 100여 발을 쏘았으므로 300여 발로 즉각 대응사격을 하여 “북한군의 군사도발에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였다”는 것이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이번에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으로 100여 발을 사격하였을 때,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이 300여 발을 쏘아 대응사격을 하였으니,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을 3배나 압도하는 대단한 화력을 과시하였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런 보도만 읽어본 국민들은 그런 줄로 알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보도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른 허위보도였다. 남측 국방부가 언론에 흘려준 관련정보를 정밀분석하면, 놀랍게도 남측 언론보도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정반대의 상황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3월 31일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긴박하게 전개된 실탄사격상황을 관련정보에 따라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당일 미국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참가한 대규모 연합상륙전연습에 대응하여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실시한 실탄사격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1차 사격은 미리 설정된 7개 구역을 향해 발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고, 2차 사격은 백령도 동북쪽 해상에 설정된 제2구역을 향해 발사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에 떨어진 포탄 100여 발은 백령도 동북쪽 해상에 설정된 제2구역에 떨어진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1차 사격에서 7개 구역을 향해 동시에 각각 400여 발을 쏘았고, 2차 사격에서는 제2구역을 향해서만 100여 발을 쏜 것이다. 이것은 실탄사격상황을 파악하는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보인데, 남측 언론매체들 가운데 <조선일보> 2014년 3월 31일 보도기사에서만 그에 관해 정확히 언급하였고, 다른 언론매체들은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바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동아일보> 2014년 4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7개 구역을 향해 각종 포탄 400여 발을 쏜 1차 사격은 낮 12시 15분경에 개시되었고, 제2구역을 향해 각종 포탄 100여 발을 쏜 2차 사격은 그로부터 약 25분이 지난 낮 12시 40분경에 개시되었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1차 사격에서 7개 구역을 향해 동시다발로 쏘았으므로 1차 사격에서는 일곱 차례 사격하였고, 제2구역을 향해 쏜 2차 사격에서는 네 차례 사격한 것이다. 그 네 차례 사격에서 100여 발을 쏘았으니, 한 차례에 25발씩 쏜 셈이다. 2차 사격에 나선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낮 12시 40분경부터 오후 3시 30분경까지 약 2시간 50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100여 발을 쏜 것은 어느 한 타격방향으로 포탄을 퍼붓는 일제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해상타격좌표를 명중시키는 집중조준사격을 하였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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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2차 사격에 동원한 각종 화력타격수단은 해안포, 평곡사포, 방사포였다고 하는데, 그 밖에도 북에서 ‘주체포’라 부르는 170mm 자행평사포를 함께 쏘았던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제2구역의 해상타격좌표를 조준하여 사거리가 35km인 130mm 해안포, 사거리가 40km인 152mm 평곡사포, 사거리가 50km인 240mm 22관 방사포, 사거리가 60km인 170mm 자행평사포를 사격한 것이다.
이처럼 사거리가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대구경 장거리포를 서로 다른 사격지점에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쏘아 동일한 타격목표를 동시에 명중시키는 사격방식을 동시탄착사격(TOT, Time on Target)이라 하는데, 포사격에 컴퓨터기술이 도입된 요즈음에는 각종 포탄들의 사거리, 비행거리, 탄도각을 컴퓨터로 정밀하게 계산하는 화력통제장치를 사용하여 타격목표를 동시에 명중시킨다. 이전 시기의 동시탄착사격보다 타격정밀도가 더 높아진 새로운 사격방식을 동시다발 밀집사격(MRSI, Multiple Rounds Simultaneous Impact)이라 한다.
지난 3월 31일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대구경 장거리포를 서로 다른 사격지점에서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동시다발 밀집사격은 백령도 동북쪽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의 어느 타격좌표를 향해 일제히 사격하여 동시에 명중시킨 것이다.
그런데 남측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네 차례에 걸쳐 동시다발 밀집사격으로 쏜 포탄 100여 발이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에 떨어졌고 그 가운데 일부 포탄은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3km나 들어온 해상에 떨어졌다고 한다. ‘북방한계선’에서 남쪽으로 3km나 들어온 해상은 백령도 해안에서 불과 3∼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초근접해상을 뜻한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동시다발 밀집사격이 7개 구역 가운데 유독 제2구역에서만 실시된 까닭은, 직선거리로 11km밖에 되지 않는 백령도와 월내도 사이의 좁은 수역 안에 제2구역을 설정하면 백령도 해안에서 3∼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초근접해상에 포탄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그처럼 백령도 초근접해상으로 포탄을 쏘았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으로 포탄을 쏘았다고만 밝혔으니 실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백령도 초근접해상에 포탄 100여 발이 떨어지는데도 잠잠하였던 한국군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쏜 포탄이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에 떨어지기 시작하자, 한국군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즉각 한국군 해병6여단 포병부대에 대응사격을 명령하였고, 그 명령에 따라 K-9 자주포와 벌컨포를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을 향해 세 차례에 걸쳐 300여 발 대응사격하였다는 것이 당시 남측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그런 발표에 한 술 더 떠서 해병6여단 포병부대가 300여 발을 쏜 ‘대응사격’의 의의에 대해 크게 보도하였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전 이전에는 한국군 포병부대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인민군이 쏜 포와 같은 종류의 포를, 같은 포탄수만큼 쏘는 식으로 대응사격을 한다는 유엔군사령부 교전규칙을 따랐는데, 이번에는 그런 교전규칙을 사실상 폐기하고 “신속성의 원칙에 따라 북한군 포탄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지고 나서 수 분 이내에 대응사격이 이뤄졌고, 충분성의 원칙에 따라 세 배 이상 포탄을 발사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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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 2014년 4월 5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2차 사격을 개시한 때로부터 약 1분이 지난 낮 12시 41분경 한국군 해병6여단 포병부대가 벌컨포 3문을 5분 동안 300발 쏘았는데, 그것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2차 사격에 맞서 대응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미확인 소형 비행체가 백령도 북쪽 상공으로 접근하자 그 비행체를 향해 쏜 것이었다.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사거리가 1km밖에 되지 않는 20mm 벌컨포를 2km 고도에서 날아오는 미확인 소형 비행체를 향해 쏘았으므로 그 포탄은 ‘북방한계선’ 근처에도 날아가지 못하고 백령도 해안 부근에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군 해병6여단은 자기들에 대한 조준사격을 상정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대규모 실탄사격에서 심각한 위협을 느꼈지만, 이상하게도 대응사격을 전혀 하지 못하였고, 미확인 소형 비행체를 향해 20mm 소구경 ‘헛총’ 300발만 쏘고 이내 잠잠해진 것이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낮 12시 40분경부터 오후 3시 30분경까지 2시간 50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백령도 초근접해상의 해상타격점을 향해 100여 발을 조준하여 쏘는 동시다발 밀집사격을 계속하고 있었는데도, 한국군 해병6여단 포병부대는 2시간 50분 동안 대응사격을 한 발도 하지 못하고 잠잠하였던 것이다.
백령도 조준사격을 상정한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동시다발 밀집사격이 언제 끝날지 당시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던 미국군과 한국군에게는 3년 반 전 연평도 포격전에서 겪은 악몽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특히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틀어쥔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이러다가 혹시 백령도가 기습타격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를 느끼며 안절부절못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국군사령부는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동시다발 밀집사격을 개시한 때로부터 약 1시간 10분이 지난 오후 2시 50분경 조선인민군에게 긴급히 전화통지문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화통지문을 통해 사격중단을 요구하면서 “유엔사-북한군 장성급회담을 위해 본 통지문 수령 이후 2시간 이내에 유엔사가 북한군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통보하였다. 이것은 포사격은 제발 그만하고 쌍방이 급히 만나 대화로 위기상황을 넘기자는 뜻을 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통해 이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본다. 타격을 받고 반박이나 경고가 아니라 대화를 요청한 미군의 행동을 달리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는 주한미국군사령부의 긴급전화통지문을 받고서도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약 40분 동안이나 동시다발 밀집사격을 더 계속하였다. 이것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주한미국군사령부의 다급한 사격중지요구를 완전히 무시한 채 원래 정해진 사격연습계획대로 동시다발 밀집사격을 완료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인민군이 백령도 초근접해상으로 100여 발을 2시간 50분 동안 계속 쏘았는데도 한국군은 왜 대응사격을 한 발도 하지 못하였으며, 주한미국군은 왜 조선인민군에게 사격을 중지해달라고 다급히 요구하였던 것일까? 그 까닭은, 만일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이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으로 K-9 자주포를 쏘는 대응사격을 개시하는 순간 백령도와 연평도가 조선인민군의 집중공격을 받게 될 매우 위험천만한 상황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인민군 육해공군은 한국군 해병6여단이 쏠 대응사격포탄이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에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백령도와 연평도를 집중공격할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당일 낮 12시 15분경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1차 사격을 개시할 때, 조선인민군 항공군 미그-29 두 대가 이미 서해 상공에 출격하였다는 사실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미그-29 두 대가 출격한 것은 물론이고, 황해남도의 굴곡진 해안과 크고 작은 섬들에 배치된 1,000여 문에 이르는 대구경 해안포들이 갱도진지에서 나와 백령도와 연평도를 겨냥한 즉시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황해남도 내륙 각지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배치된 대구경 장거리포와 방사포, 각종 단거리미사일들도 백령도와 연평도를 겨냥한 발사준비태세에 돌입하였던 것이다. 황해남도 해안에 배치된 서해함대 소속 전투함들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당시 조선인민군 육해공군이 백령도와 연평도를 집중공격할 전투태세를 취하였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유사시 백령도와 연평도를 집중공격하라는 작전지침을 이미 내린 바 있고, 그 작전지침에 따라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백령도-연평도 집중공격을 상정한 대규모 실탄사격연습까지 실시한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8월 16일 연평도가 지척에 바라다 보이는 장재도 방어대와 무도 방어대를 연이어 시찰하면서 그 두 섬에 주둔하는 포병들에게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수역 또는 지역에 단 한 발의 포탄이 떨어져도 지체 없이 섬멸적인 반타격을 가함으로써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령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고 단호히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또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3월 12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백령도와 연평도 타격에 인입되는 열점지역 포병부대들의 실탄사격훈련이 실시되었을 때도, 그 포병부대들은 “적들이 감히 우리의 령해, 령토에 단 한 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무자비한 포병화력타격으로 적진을 아예 벌초해버릴 데 대한 최고사령관 동지의 전투명령”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므로 만일 이번에 백령도에 주둔하는 한국군 해병6여단이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실탄사격에 맞서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으로 사격하는 경우, 조선인민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의 화력진지 및 군사시설을 향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 강력한 화력을 총동원하여 집중공격을 개시할 판이었다. 이처럼 극도로 위험천만한 상황을 간파한 한미연합군사령부는 백령도에 주둔하는 해병6여단에게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하라는 명령을 차마 내리지 못하고 조선인민군에게 사격중지요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처음 보는 함선 두 척이 나타나 로켓포 80발을 더 쏘았다
당시 남측 언로보도에서 국방부 관계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조선인민군이 지난 3월 31일 서해 5도 분쟁수역에서 실시한 실탄사격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방사포고속정 두 척이 실탄사격에 참가한 것이다. 방사포고속정이 서해 5도 분쟁수역에 나타나 실탄사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므로, 백령도에 주둔하는 해병6여단은 자기들이 처음 보는 함선이 나타나 실탄사격을 하는 현장을 멀리서 목격한 것이다.
방사포를 탑재한 고속정을 남측에서는 ‘화력지원정’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로켓정(rocket boat)’이라 부르는데, 북에서 쓰이는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아서 이 글에서는 방사포고속정이라 부른다. 방사포고속정은 포병부대가 아니라 해군부대가 운용한다.
황해남도 옹진반도 맨 끝 가까이에 마압도라는 섬이 있는데, 매우 작은 섬이라서 웬만한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지난 3월 31일 바로 그 마압도 남쪽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던 조선인민군 해군 방사포고속정 두 척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낮 12시 40분경 제2구역의 해상타격좌표를 향해 2차 사격을 개시하는 때에 맞춰 고속기동으로 마압도 서쪽 앞바다까지 올라가 제2구역의 해상타격좌표를 향해 방사포를 발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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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군 해군이 운용하는 방사포고속정은 청주급과 차호급 두 종류다. 청주급이나 차호급이라는 분류명칭은 미국군이 자의적으로 붙인 것인데, 북에서 쓰이는 공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만재배수량이 205t인 청주급 방사포고속정은 122mm 40관 방사포 1문을 탑재하였고, 85mm 함포 1문, 14.5mm 쌍열 함포 2문을 장착하였으며, 항해속도는 시속 36km다. 그에 비해,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은 만재배수량이 82t밖에 되지 않는 소형함정이지만 122mm 40관 방사포 1문을 탑재하였고, 30mm 6열 속사포(벌컨포) 1문, 14.5mm 쌍열 함포 1문을 장착하였으며, 항해속도가 시속 64km로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사진 4>에 나온 것이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인데, 122mm 방사포 40발을 재장전하는 모습과 30mm 6열 속사포가 사격태세를 취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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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남측 언론매체들은 122mm 방사포가 40관이 아니라 20관이라고 오보하였을 뿐 아니라,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200mm 8관 방사포를 탑재한 1세대 방사포고속정 사진을 실었다. 초기형 200mm 8관 방사포를 탑재한 1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이 퇴역하고 신형 122mm 40관 방사포를 탑재한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으로 교체된 적이 언제인데, 남측 언론매체들은 1980년대에 운용하였던 1세대 방사포고속정을 찍은 오래 된 사진을 아직도 싣고 있으니 오보에 오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6월 초 나는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4축9륜 장갑차량에 탑재된 1990년식 122mm 40관 자행방사포를 직접 보았는데, 그 앞에 놓인 해설판에는 “일반탄 사거리 20.7km”라고 적혀 있었다.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에 탑재된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는 일반탄만이 아니라 산포탄(집속탄)까지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화력타격수단인 것이다.
러시아에서 생산된 122mm 방사포는 사거리가 30∼45km인데, 북에서 생산된 122mm 방사포는 사거리가 왜 20.7km밖에 되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도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 앞에 놓인 해설판에서 풀렸다. 해설판에는 “정밀타격 능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북에서 생산된 1990년식 122mm 40관 방사포의 포탄에는 정밀타격기능을 수행하는 유도장치가 들어갔고, 그만큼 로켓연료가 줄었기 때문에 사거리가 20.7km 이상 늘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일반탄은 물론 산포탄도 쏠 수 있고, 집중타격은 물론 조준타격도 할 수 있는 이 위력적인 방사포는 초당 2발씩 고속발사를 할 수 있으므로, 40발을 모두 쏘는 데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만일 시속 64km로 돌진하는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 다섯 척이 122mm 방사포 5문에 장전한 산포탄 200발을 일제사격으로 발사하면, 20초 동안 집중조준타격으로 미국군 7함대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3월 11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백령도에서 1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월내도 방어대를 시찰하면서 “적함선들이 군사분계선 해상수역을 침범할 때에는 강력한 조준격파사격을 가할 데 대한 새로운 해상작전규정을 비준하여 주시였다”고 하였는데, 김정은 제1위원장이 비준한 새로운 해상작전규정에는 방사포고속정 편대의 집중조준사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122mm 방사포탄에도 뚫리는 백령도와 연평도의 신설 방호진지들
조선인민군 해군은 그처럼 위력적인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을 60척 이상 실전배치하였는데, 서해함대에 25척 이상 배치되었고, 동해함대에 35척 이상 배치되었다. 실정이 그런데도 남측 언론매체들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이 서해함대와 동해함대를 합해 모두 18척밖에 배치되지 않은 것처럼 축소보도하였다. 북에서 생산된 1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 세 척을 이란이 수입해간 때가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7년 4월이었는데, 지금 북에 실전배치된 방사포고속정이 18척밖에 되지 않는다는 축소보도야말로 엉터리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2014년 3월 31일 낮 12시 40분경부터 개시된 2차 사격에서 122mm 40관 방사포를 각각 1문씩 탑재한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 두 척을 동원하여 해상기동사격을 하였으므로, 백령도 초근접해상의 제2구역 해상타격좌표를 향해 122mm 방사포탄 80발을 사격한 것이다. 그 방사포탄 80발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백령도 초근접해상의 제2구역 해상타격좌표를 향해 쏜 100여 발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므로, 2차 사격에서 쏜 포탄은 모두 180여 발이었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각종 포를 조준하여 동시다발 밀집사격으로 100여 발을 쏘고, 조선인민군 해군이 2세대 차호급 방사포고속정 두 척을 동원하여 일제사격으로 122mm 방사포탄 80발을 쏜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백령도와 연평도를 기습공격할 화력준비태세를 과시한 매우 대담한 군사행동으로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4년 3월 11일 월내도 방어대를 시찰하면서 “현재 우리의 화력밀도가 대단히 높다. 백령도의 적대상물들을 3중, 4중으로 타격할 수 있다. 백령도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싸움의 날 불바다에 잠기고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적진을 방어대장이 직접 사진을 찍어 최고사령부에 전송하라”고 지시하고, “월내도 방어대의 포병들도 최고사령관의 명령이 내리면 조국통일대전의 첫 포성, 신호탄을 쏘아올려야 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3중, 4중으로 타격한다는 것은 불마당질로 초토화한다는 뜻이다.
백령도의 화력진지와 군사시설들을 3중, 4중으로 타격할 조선인민군 포병부대의 화력준비태세가 그러하면, 백령도에서 그것을 방어할 한국군 해병6여단의 방호진지들은 그처럼 강력한 화력타격에 과연 견딜 수 있을까? 2011년 8월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당시 명칭) 국회의원이 대한토목학회에 용역을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백령도와 연평도에 새로 건설된 방호진지들은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쏘는 122mm 방사포 직격탄에 취약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가 유사시 백령도와 연평도를 향해 조준격파사격으로 쏘게 될 각종 포탄들 가운데 122mm 방사포탄은 구경이 가장 작은 것인데, 백령도와 연평도에 새로 건설된 방호진지들이 122mm 방사포탄에도 뚫린다면 유사시에는 그보다 구경이 훨씬 더 큰 포탄이 더 많이 떨어질 텐데 그에 대한 방호력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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