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8

EDPC에서 논의된 북의 삼중핵무력

[한호석의 개벽예감](78)
자주민보 2013년 09월 1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핵무력 탑재용 북에서 운용하는 전략폭격기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실시한 핵전쟁도상연습 

2012년 12월 5일 미국군 보도국(American Forces Press Service)은 미국 국방부 대변인 조지 리틀(George Little)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과 남코리아, 핵억제연습에 참가(U.S., South Korea Participate in Nuke Deterrence Exercise)’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미국 국방부 웹사이트에 올려놓았다. 미국군 보도국은 핵억제연습이라는 낱말을 분별없이 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놓았지만, 실전연습이 아니라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이었다. 남측 언론매체들은 도상연습을 운용연습이라고 번역하였고, 영어약자로는 TTX라고 표기하였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남측의 군부인사와 외교관리 40명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있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2012년 12월 6일과 7일 이틀 동안 진행된 도상연습에 참가하였다. 미국 국가핵안보청(National Nuclear Security Administration)이 관리하는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는 연구원 9,000명이 연간 예산 22억 달러를 쓰면서 핵탄두 설계를 비롯한 핵무기 관련 연구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핵억제라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 미국은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뜻으로 핵억제라는 개념을 쓰지만, 미국이 북의 핵위협에 대응한다는 말은 사실을 왜곡한 말이다. 핵위협은 핵독점체제를 틀어쥐고 세계 곳곳에서 무력침공을 일삼는 미국이 조성한 전쟁도발위험에서 발생한 것인데, 그런 위험을 불러일으키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위협에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며 억지다. 전략잠수함이나 전략폭격기 같은 각종 핵무력수단들을 수시로 들이밀면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핵공갈범’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미국은 핵억제라는 거짓명분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자주 쓰는 핵억제라는 말은 핵전쟁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문맥이 제대로 통한다. 이런 점을 생각하여, 이 글에서는 핵억제도상연습이라는 말 대신에 핵전쟁도상연습이라는 말을 쓴다.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였을까? 2011년 10월 27일과 28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미국 국방정책차관과 남측 국방정책실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양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 KIDD)를 내오기로 하였는데, 안보정책구상회의(SPI), 전략동맹2015공동실무단회의(SAWG), 그리고 확장억제정책위원회(Extended Deterrence Policy Committee, EDPC)가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 포괄되었고, 그 중에서도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북을 겨냥한 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게 되었던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Omaha)시 인근 오풋공군기지(Offutt AFB)에 있는 전략사령부(Strategic Command)에서 2011년 11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첫 번째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였다. 그 자리에는 마이클 쉬퍼(Michael Schiffer) 국방부 동아시아차관보, 브래들리 로벗츠(Bradley Roberts) 국방부 핵-미사일방위정책 차관보를 비롯한 미국측 국방-외교관리들과 임관빈 국방정책차관을 비롯한 남측 국방-외교관리들이 참석하였다.

그러므로 2012년 12월 6일과 7일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2011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한 것이다.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한 목적은,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의 핵위협 및 대량파괴무기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쌍무억제전략(tailored bilateral deterrence strategy)”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미국군 보도국 보도자료에 들어있는 오류를 하나 더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전쟁전략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해도, 오해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단독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을 1급 국가기밀로 분류해놓고 외부에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미국이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마치 핵전쟁전략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처럼 서술한 것은 누가 봐도 오류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작성한 핵전쟁전략에 관한 정보는 미국의 군사전문가 핸스 크리스텐슨(Hans Kristensen)이 2005년 9월 28일 미국과학자연맹(FAS) 핵정보프로젝트에 발표한 글 ‘미국의 대북핵타격계획(U.S. Nuclear Strike Planning Against North Korea)’에서 읽을 수 있는데, 현 시기 미국의 대북핵전쟁전략은 2004년에 처음 작성되었고 그 이후 지속적으로 보완, 수정되어온 이른바 ‘급변사태계획(CONPLAN) 8022’으로 구체화되었다.

또한 미국이 자주 쓰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개념은, 북이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한 직후인 2006년 10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핵우산 제공’이라는 기존개념 대신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새로운 개념인데, 북이 남측에 핵공격을 가하는 경우를 상정하여 미국의 ‘억제력’을 확장한다는 뜻으로 쓰는 전쟁개념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억제전략이라는 말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해지므로, 전시행동계획(wartime action plan)이라는 말로 바꿔 써야 옳다. 군사학에서 전시행동계획은 군사전략의 부속개념으로 쓰인다.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맞춤형(tailored)이라는 말은 한반도상황에 부합된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부합되는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의 보도자료에 나오는 쌍무적(bilateral)이라는 말은 미국이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남측을 참가시킨다는 뜻이므로, 미국은 두 차례의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남측이 보조하는 일련의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2년 12월 6일과 7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에서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대응한 억제방법들”이 검토되었는데, “확장억제를 실행하기 위한 개념, 의사결정과정, 필요사항”을 논의하였다고 한다.

이미 오래 전에 북을 겨냥한 핵전쟁전략과 침공작전계획을 세워놓고 방대한 무력을 동원하여 그에 따른 각종 실전연습을 계속 실시해오면서 그 전쟁전략과 작전계획을 주기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미국이 2011년 11월부터 남측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을 실시하며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한반도평화협정체결을 계속 거부하면서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지 않는 위태로운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북미핵전쟁의 불가피성이 언제까지나 존재하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실수로 언론에 유출된 놀라운 정보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위해 2011년 11월과 2012년 12월에 각각 실시한 대북핵전쟁도상연습은 2013년 말에도 실시될 것인가? 2013년 9월 8일 <연합뉴스>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주었다. 남측 정부 고위당국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기사는 한반도핵전쟁상황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이 얼마 전에 완성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가 지난 10여 개월간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하였고, “내달 2일(2013년 10월 2일을 뜻함-옮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회의에서 서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징후부터 실제 핵을 사용했을 때 양국이 실행에 옮길 정치, 외교, 군사적인 대응방안이 포괄적으로 담긴 것”이라고 한다. 미국군 보도국과 마찬가지로 <연합뉴스>도 전략과 행동계획을 혼동하였기 때문에 전시행동계획이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억제전략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를 드러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가 도상연습을 실시하면서 전시행동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2011년 11월 이전에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오래 전에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세상에 알려지기 않게 매우 조심하였지만, 전시행동계획이 이번에 완성되었다고 보도한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결국 그 윤곽이 드러나고 말았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를 주목하는 까닭은, 미국이 국가정보력을 총동원하여 파악한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그 시나리오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는 문필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하여 창작한 핵전쟁소설이 아니라 국가정보기관이 수집, 분석한 심층정보에 근거하여 작성된 군사문서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들어있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는 미국이 알고 있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이렇게 서술되어 있다. “TTX(도상연습을 뜻하는 영어약자-옮긴이)에서는 잠수함을 이용한 핵무기 발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핵미사일 발사, 항공기를 이용한 핵무기 투하 등 북한의 가능한 핵공격유형을 상정해 그에 적합한 억제전략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작성해놓은 ‘북의 핵위협시나리오’에 나오는, 북의 핵무력에 관한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놀라운 정보란, 인민군 해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잠수함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지상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하고 있고,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기사에는 인민군 항공기에서 크고 무거운 핵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부정확하게 서술되었지만, 핵폭탄을 투하하는 게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을 공중에서 발사한다고 서술해야 옳다. 지금 북에는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현대식 핵탄은 있지만, 항공기에서 투하하는 1945년 식 핵탄은 없으며, 오늘날 그 어떤 핵보유국도 현대전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그런 원시적인 핵탄을 만들지 않는다.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이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지대지핵무력만 갖추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전략잠수함의 함대지핵무력과 전략폭격기의 공대지핵무력까지 갖추었다고 판단한 미국은 이번에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그러한 북의 핵무력에 대비한 전시행동계획을 세운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확장억제정책위원회를 앞세워 전시행동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국은 그들이 이제껏 숨겨온 대북군사정보를 세상에 유출하고 말았으니, 그것은 북이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추었다는 사실이다.

지대지핵무력, 잠대지핵무력, 공대지핵무력을 두루 갖춘 것은 적국을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삼중핵무력(nuclear triad)을 완성한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춰야 적국의 선제핵공격에 맞서 보복핵공격을 가할 수 있고, 선제핵공격력과 보복핵공격력을 모두 가져야 핵보유국 수준을 뛰어넘어 핵강국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오늘 지구에 존재하는 196개 나라 가운데 삼중핵무력을 갖춘 핵강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세 나라밖에 없는 것처럼 세상에 알려졌지만, 이제는 북이 삼중핵무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제4핵강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과 항공모함 함재기의 공대지미사일을 보유한 이중핵무력(nuclear dyad)에 의존하고, 영국은 전략잠수함의 함대지미사일만 보유한 단층핵무력(nuclear monad)에 의존한다.

내가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북은 세계 4대 핵강국이라고 서술한 것이 과장서술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에 미국의 실수로 유출된 대북핵정보에서도 입증되었다. 북에서 몇 해 전부터 인민군을 ‘백두산혁명강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 삼중핵무력을 완성한 제4핵강국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압록강 인근 북 공군기지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공대지핵무력 갖춘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

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나는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서 지대지핵무력과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이미 논증한 바 있다. 나는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실전배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군사행진에서 세상에 공개하였고 인민군 무장장비관에도 전시한 화성-13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관한 글을 몇 차례 발표하였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지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2012년 2월 23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종적을 감춘 핵잠수함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의 글과 같은 해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인민군 해군의 전략잠수함에 관해 서술하면서 오늘날 인민군 해군이 스텔스잠수함을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탄두를 장착한 잠대지미사일을 수중발사관에 실은 전략잠수함까지 운용하고 있음을 논증한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 북의 잠대지핵무력에 대해 재론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논하는 것은, 북의 삼중핵무력 가운데 공대지미사일을 싣는 인민군 전략폭격기에 관한 정보다.

2004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출판사가 펴낸 논문집 ‘힘의 균형: 21세기의 이론과 실천(Balance of Power: Theory and Practice in the 21st Century)’에 따르면, 오늘날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 미국, 러시아, 중국 네 나라밖에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어떤 종류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군사전문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IL-28 또는 H-5 폭격기 80대를 보유하였다. 중국산 H-5 폭격기는 소련산 IL-28 폭격기를 모방생산한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통칭하여 IL-28형 폭격기라 한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인민군 항공군이 운용하는 IL-28형 폭격기는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중폭격기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작전하는 중거리 경폭격기다. IL-28형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2,400km, 비행고도 12.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900km, 적재중량 3t이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운용하는 폭격기가 IL-28 폭격기라는 사실만 알고, 북에 TU-16 폭격기가 있다는 것은 모른다. 소련은 TU-16 폭격기를 중국(1958년), 인도네시아(1961년), 이라크(1962년), 이집트(1967년)에 각각 수출하였고, 1960년대 말에는 북에도 수출하였다. 다른 수입국들은 부품을 구입할 길이 없어 1990년대 이후 TU-16 폭격기의 운용을 거의 중단하였으나, 중국은 자체 기술로 H-6 폭격기를 모방생산하였고, 그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핵탄두 장착 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전략폭격기로 개조하여 지금 120대를 운용하고 있으며, 북도 중국이 그러한 것처럼 TU-16 폭격기를 전략핵폭격기로 개조하고 성능을 개량하였다. TU-16 폭격기의 기본성능은 항속거리 7,200km, 비행고도 15km, 최고비행속도 시속 1,050km, 적재중량 9t이다.

2007년 1월 어느 탈북자가 남측 언론매체에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인민군에서 복무할 때 항공정비병으로 있었던 폭격기연대에서 전략폭격기를 몰고 출격하는 조종사 전원이 여성조종사들이었다고 한다. 인민군 항공군에 여성조종사들로만 편성된 폭격기연대가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민군 항공군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실전연습을 통해 자기의 공대지핵무력을 시위하였다. <중앙일보> 2008년 10월 8일 보도와 <연합뉴스> 2011년 11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항공군은 2008년 10월 초, 그리고 2011년 10월과 11월 초에 폭격기를 서해 상공으로 출동시켜 미사일발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나오는 남측 정부 소식통은 인민군 폭격기에서 공대함미사일을 쏘았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했지만, 인민군 항공군은 공대함미사일 발사훈련만 실시하는 게 아니라 공대지미사일 발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인민군 항공군의 전략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공대지미사일은 200km 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초정밀타격으로 파괴하는 고성능순항미사일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고성능순항미사일에 강력한 핵탄두가 장착될 것이다. 인민군 항공군이 핵탄두 장착 고성능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전략폭격기를 실전배치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중국 우전부(郵傳部)가 운영하는 ‘차이나넷’ 2013년 4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이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건너 바라다 보이는 신의주공군기지에 여러 대의 폭격기를 전개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중국 홍콩의 ‘봉황넷’은 신의주공군기지에 인민군 폭격기 6대가 주기되어 있는 모습을 2013년 4월 9일에 촬영하였다고 하면서 그 사진을 보도하였다. 중국 언론매체들은 당시 신의주공군기지에 나타난 인민군 폭격기들이 소련산 IL-28 폭격기를 중국에서 모방생산하여 북에 수출한 H-5 폭격기들이었다고 서술하였지만, 그것은 강 건너 먼 데서 폭격기 외형만 보고 그렇게 서술한 것이다. 정확하게 서술하면, 2013년 4월 초 인민군 항공군은 핵탄두 장착 고성능공대지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IL-28N형 전략폭격기를 여러 대 동원하여 공대지핵공격작전을 연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IL-28N형 전략폭격기들이 신의주공군기지에 전개되던 2013년 4월 초 북은 ‘조국통일반미대전’ 최후결전태세를 갖추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개전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북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전부 동원한 삼중핵무력으로 ‘조국통일반미대전’ 태세를 취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4월 초 북이 그런 결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3년 9월 1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미관계 전환국면에로 끌려가는 미국’에서 논한 바 있다. 만일 2013년 4월 10일 전쟁이 일어났더라면, 동해와 서해로 각각 출격한 인민군 전략폭격기 편대들이 핵탄두가 장착된 공대지순항미사일을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발사하였을 것이고, 그렇게 하였더라면 남측과 일본에 산재한 미국군기지들은 깊은 구덩이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삼중핵무력을 갖추려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 aircraft)가 있어야 한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으면, 삼중핵무력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 핵무력’으로 전락하게 되며, 지대지핵공격, 잠대지핵공격, 공대지핵공격 사이의 상호연계가 불가능하게 된다.
 
▲ 북의 핵탑재용 항공무력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인민군 항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어떻게 운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J. Bermudez)가 2011년 4월 ‘KPA 저널(Journal)’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AN-24 수송기에 N-019 토패즈 펄스-도플러 레이더(Topaz Pulse-Doppler Radar)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개조하였다. AN-24의 모습은 <사진 3>에서 볼 수 있다. 놀랍게도, 북이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개발하고 운용해온 경험은 30년 연륜을 쌓은 것이다. 그 30년 동안 인민군 항공군은 자기의 공중조기통제경보기 성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왔으며, 현재는 외형과는 딴판으로 첨단성능을 지닌 공중조기통제경보기를 운용하는 중이다.
 

삼중핵무력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 그 전투적인 모습

북과 핵대결을 벌이는 미국은 원래 1945년부터 1959년까지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을 갖추고 있었고, 1959년에 애틀러스(Atlas)-D 대륙간탄도미사일 6기를 수직갱발사대에 장착함으로써 이중핵무력을 갖추게 되었고, 1960년에는 폴라리스(Polaris) 잠수함발사미사일을 탑재한 전략잠수함을 실전배치함으로써 삼중핵무력을 갖추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오늘, 미국의 삼중핵무력은 수중발사관 24개가 들어있는 오하이오급(Ohio-class) 전략잠수함 14척, B-2 스텔스전략폭격기 20대 및 B-52H 전략폭격기 93대,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된 미니트맨3(Minuteman III) 대륙간탄도미사일 450기로 구성되었다. 오늘 미국 연방정부가 삼중핵무력을 유지하고 그 성능을 개량하기 위해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3,000억 달러나 된다. 이런 수치들만 놓고 생각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미국이 보여주기 싫어하는 옹색한 꼴이 드러난다.

2012년 9월 17일 <디펜스 뉴스> 웹사이트에 실린 글 ‘삼중핵무력의 해체: 미국은 핵억제를 재고해야 한다(Deconstructing the Triad - U.S. Must Rethink Nuclear Deterrence)’에 따르면, 미국이 운용해오는 핵무력수단들의 퇴역시점이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존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0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국가재정파산위기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미국이 급속히 노후화되는 핵무력수단을 새로운 핵무력수단으로 교체하기 위해 2,000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

핵무력수단의 급속한 노후화와 연방정부예산 자동삭감으로 타격을 받은 미국 군부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요즈음 삼중핵무력을 포기하고 전략잠수함만 운용하는 단층핵무력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의 삼중핵무력과 미국의 삼중핵무력을 물량적으로만 비교하면, 미국의 삼중핵무력이 훨씬 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을 못 보는 착시현상이다. 삼중핵무력만큼 중요한 것은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이다. 삼중핵무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 전쟁지휘부의 정신력은 물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어서, 자칫 전쟁수행력 평가에서 외면을 받기 쉽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미국이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어도,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려 얼이 빠지면 삼중핵무력은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된다.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정신이 흔들린 치욕스런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3년 8월 27일 백악관국가안보회의 직속 최종평가소위원회가 작성한 극비문서들 가운데 ‘구두보고서(Oral Report)’로 분류된 일부 문서에서 드러났다. 2006년에 가서야 기밀해제되어 세상에 공개된 그 비밀문서에는 이름도 생소한 최종평가소위원회가 나오는데, 그 위원회는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일 경우 그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비밀기구였다. 당시 최종평가소위원회는 소련을 겨냥한 선제핵공격과 보복핵공격에 관한 비밀연구를 진행하였는데, 핵전쟁을 벌이는 교전쌍방이 모두 막대한 물적 피해와 엄청난 인명손실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비밀연구가 도달한 결론이었다. 그래서 극비문서에 따르면, 소련과 핵대결을 벌였던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는 “우리쪽의 선제공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강력한 삼중핵무력을 갖추었지만, 소련에 맞서 전면전을 결심해야 할 순간에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서고 말았던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비겁한 모습을 말해준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가 보여준 그런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은 2013년 4월 초에도 반세기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반복, 재연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악관국가안보회의의 상대가 전혀 다르다. 반세기 전에 소련은 겁먹은 모습과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미국의 허세에 속아 두려움을 느끼고 자기도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고 말았지만, 오늘 북은 정반대다. 북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 반드시 미국의 항복을 받아내려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반미대결전을 밀고나가는 북의 시각에서 목적-방법-수단의 연관관계를 살펴보면, 북의 삼중핵무력은 반미대결전에서 승리하여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군철군이라는 미증유의 대사변을 일으킬 물리적 수단이고, 한반도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국군철군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달성하려는 당면목표이고,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반미대전’ 또는 대미군축회담은 북이 삼중핵무력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여 추구하는 양자택일의 해결방법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반도근본문제를 해결할 당면목표, 추진방법, 물리적 수단은 너무도 명백하다.

미국은 자기의 삼중핵무력으로 북의 삼중핵무력을 결코 ‘억제’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전쟁을 결심해야 할 순간이 닥쳐올 때마다 백악관국가안보회의는 겁을 먹고 얼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의 전투적 기세 앞에서 벼랑끝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다급하고 궁색한 처지를 감추고 있는 미국의 허세만 바라보고, 한반도정세변화를 거꾸로 파악한 허상을 버리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한 현실인식으로 실상을 직시할 때가 되었다. 삼중핵무력을 앞세운 북의 반미대결전에 겁을 먹고 얼이 빠진 미국의 무분별한 좌충우돌이 얼마간 재발하겠지만, 한반도근본문제의 해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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