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9

미국은 왜 ‘알우하이시 공포’에 떠나

<민중의 소리> 2013년 08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얼마 전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al-Qaeda)의 임박한 테러위험에 관한 미국 언론의 집중보도는 9.11 사태의 무서운 기억을 되살려놓았다.

그 무서운 기억을 되살려놓은 장본인은 미국 국무부다. 2013년 8월 2일 미국 국무부는 당일부터 8월 말까지 약 한 달 동안 알카에다의 테러위험이 고조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에 따라, 해외여행 중인 미국인들에게 테러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미국 대사관 및 영사관 19개소가 잠정 폐쇄되었을 뿐 아니라, 예맨의 외교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과 공관직원들 가운데 비상요원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인원들은 군수송기에 실려 안전지대로 소개되는 등 수위 높은 테러예방대책이 긴급히 취해졌다.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적극 동조해오는 영국, 프랑스, 독일도 미국의 뒤를 따라 예맨에 있는 자국 외교공관을 잠정 폐쇄하였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었으니, 미국 전체가 테러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되살아난 9.11 악몽

2011년 5월 2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특명을 받은 미국 해군특전요원과 중앙정보국 군사작전요원이 파키스탄 아봇타바드(Abbottabad)에 은거하던 알카에다 최고책임자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은신처를 급습하여 현장에서 사살하였을 뿐 아니라, 테러위험 국가들에서 무인공격기 공습으로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계속 제거해왔으므로 미국은 이제 알카에다의 핵심역량이 불능화되었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왜 알카에다의 심각한 테러위험이 재발하였을까?

미국 텔레비전방송의 2013년 8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임박한 테러위험에 따른 미국의 예방대책은 2013년 8월 3일 저녁에 긴급히 소집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날 저녁에 소집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는 2013년 7월 1일 제24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수전 라이스(Susan Rice)가 주재하였다. 그 긴급회의에 출석한 미국 고위관리들이 위기감을 느끼며 긴장한 까닭은, 미국 국가정보국(NIA)이 그 회의에 제출한 알카에다의 최근 동향에 관한 정보를 보고받았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제출된 정보보고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데일리 비스트> 2013년 8월 5일 단독보도가 그 정보보고서의 내용을 대략적으로 알려주었다. 단독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파키스탄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 최고책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Ayman al-Zawahiri)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 지역조직 책임자 20여 명과 국제전화로 통화하며 전화회의를 진행하는 통화내용을 2013년 8월 1일에 감청하였다고 한다. 미국이 그들의 통화내용에서 주목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알자와히리가 나세르 알우하이시(Nasser al-Wuhayshi)를 알카에다 총지배인으로 임명하였다는 것과 9.11 테러 이후 가장 심각한 테러공격이 임박했음을 언급하였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긴장시킨 것은 알우하이시가 알카에다 총지배인으로 임명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알카에다 지도부가 대규모 테러공격을 언급하였다는 정보였다.
 
무장한 경비 요원이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세워진 장갑차에 탑승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무장한 경비 요원이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세워진 장갑차에 탑승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뉴시스
 

미국을 떨게 한 알우하이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긴장시킨 알우하이시는 누구인가? 미국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정체가 드러난다. 1990년대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종한 알우하이시는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 건설된 알카에다 군사훈련소 4개소 가운데 한 곳을 맡아 운영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다가 미국의 반테러작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개시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 되자, 2001년에 이란으로 피신하였다. 이란은 2003년에 그를 그의 출신국인 예맨으로 추방하였고, 예맨에 도착하여 예맨 사법당국에 체포된 그는 중무장 경비원들이 감시하는 감옥에 갇혔다. 수감된 알우하이시는 은밀히 옥중정치활동을 벌였고, 그 결과 알카에다 조직원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도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는 22명의 다른 알카에다 수감자들과 함께 감방바닥을 파내고 지하통로를 뚫어 2006년 2월 3일 탈옥하였다.

탈옥한 알우하이시는 자기 고향인 예맨 남부지역에 잠입하여 조직강화에 힘썼으며, 2009년 1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를 창설하였다. 당시 핵심성원은 약 20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가 이끄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는 예맨에서 반정부투쟁으로 혼란이 조성된 기회를 이용하여 예맨 남부지방인 아비안(Abyan)을 16개월 동안 점령하고 통치하였다. 그 기간에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 조직성원은 2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미국이 반테러작전을 예맨 남부지역으로 집중하자,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는 미국군과 예맨 정부군의 공격에 밀려 아비안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사기가 높아진 그들은 최근에 예맨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인접한 요충지인 하드라마우트(Hadramaut)지방의 중심도시 무칼라(Mukalla)를 점령하는 작전과 예맨 국가경제의 생명선인 석유수송관과 천연가스시설을 파괴하려는 작전을 동시에 실행에 옮기려고 대담하게 획책하였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예맨, 소말리아, 시리아, 이라크, 말리, 알제리 등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 지역조직들 가운데 조직역량이 가장 강한 것이 알우하이시가 이끄는 아라비아반도지부다. 이것은 그가 알카에다 내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 그가 총지배인으로 임명되어 테러공격을 준비하였으므로, 미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강 군사대국, 왜 알카에다 1만명에 쩔쩔매나

누구나 아는 것처럼, 반테러의 간판을 내걸고 아프가니스탄전쟁을 12년 전에 일으킨 미국은 알카에다를 제거하려는 반테러전쟁에 자기의 국력을 소모하는 중이다. ‘국력소모’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미국이 반테러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반테러전쟁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반테러전쟁은 미국이 빠져 들어간 거대한 함정이다. 미국 언론에서는 전 세계의 알카에다 조직원을 약 10,000명으로 추산하는데,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군사대국인 미국의 판단기준으로 보면 그야말로 한 줌도 되지 않는 알카에다를 왜 제거하지 못하고 12년 동안 쩔쩔매는 것일까?

그에 관해서 <월 스트릿 저널> 2013년 8월 7일 보도기사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전해주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몇 해 동안 예맨에서 알카에다를 제거하기 위해 1억5,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는데, 그 비용은 미국의 특전병을 파견하여 예맨군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는데 거의 지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군 특전병들은 안전한 기지 안에서 군사훈련이나 지도해줄 뿐, 산악지대에서 벌어지는 작전에는 나서지 않으며, 알카에다 제거작전에 동원된 예맨군은 실전경험도 없고 전투의지도 허약하기 때문에 알카에다를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원인분석은 미국 언론의 피상적 관찰에서 끌어낸 부분적 결론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이 알카에다를 제거하지 못하는 원인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 2번째)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오른쪽 2번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및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 수뇌부와 함께 미 네이비실 특수요원들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 2번째)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오른쪽 2번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및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 수뇌부와 함께 미 네이비실 특수요원들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AP/뉴시스
 

미국의 국제테러문제 전문가들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알우하이시는 단순히 테러조직 책임자가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 익숙한 전략가다. 그에게 그런 평가가 어울리는 까닭은, 최근 그가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략방침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알우하이시가 제시한 알카에다의 새로운 전략방침은, 이슬람율법에서 이탈한 이슬람국가의 ‘세속정권’을 공격하는 것보다 미국을 집중공격하는 반미테러에 더욱 힘쓴다는 것이다. 알우하이시는 자기들의 주되는 테러공격대상을 미국으로 명확히 규정해놓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판단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에 미국 민간 항공기들에 대한 폭탄테러를 각각 시도한 테러미수행위가 알우하이시 지도를 받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의 소행이었다는 것이다.

테러세력 공격할수록 반미세력 늘어나는 딜레마

알우하이시가 그처럼 대미테러의 중심인물로 등장하자, 미국은 즉각 그를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나섰다. 미국이 예맨에 급파한 무인공격기들이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예맨 남부지역에 서 순항미사일을 쏘는 공습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파키스탄의 탈레반을 제거하겠다고 하면서 파키스탄에 보낸 무인공격기들이 탈레반이 아니라 지역주민을 오인살해하고 있는 것처럼, 예맨 남부지방에서도 오인살해가 되풀이되었다.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무인공격기가 알카에다와 지역주민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차별 공습을 계속할수록 그 지역의 민심은 반미적대감으로 급속히 이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미국과 달리, 알카에다는 자기 지역주민을 마구 죽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에 관한 정보를 정부당국에 넘겨준 ‘배신자’를 처형하거나 이슬람 율법을 어기고 미국식 생활양식에 빠진 ‘타락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무인공격기를 동원하여 무차별 공습을 가하며 지역주민들을 오인살해하고 있으니, 미국 무인공격기의 공습에 자기 가족과 친지를 잃고 자기 생활터전을 파괴당한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그들의 분노한 눈길로 바라보면, 미국 무인공격기의 무차별 공습은 국가테러(state terrorism)로 보인다.

최근 테러위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예맨 남부지방에 들어가 현장취재를 벌인 영국 소속 아랍계 영국인 기자 한 사람이 2013년 8월 8일 라디오방송 에 출연하여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의 무인공격기가 무차별 공습으로 파괴하고 돌아간 폐허 위에 나타나 피해보상금과 장례비를 지역주민들에게 지급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알카에다 아라비아지부 조직원들이라는 것이다. 그 조직원들은 미국 무인공격기의 무차별 공습으로 오인살해당한 지역주민 유가족들에게 미국에게 복수하려면 알카에다에 가입하여 함께 싸워야 한다고 선동한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무인공격기를 동원한 미국의 반테러작전은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반미적대감을 불어넣으며 그들을 알카에다의 편으로 떠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무인공격기 투입은 작전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미국의 그러한 작전적 실패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알우하이시다. 2013년 8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알우하이시는 아프리카의 말리(Mali) 북부지역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 조직에 보낸 비밀편지에서 지역주민에게 전기와 수도를 공급해주고 쓰레기 처리문제를 해결해주면서 민심을 얻으면 “그들과 우리들이 운명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썼다. 실제로 알하우시가 이끄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비안지방을 16개월 동안 통치할 때, 그 낙후한 지역에 전기를 끌어오고 상수도시설을 놓아주는 등 적극적인 민생활동으로 지역민심을 사로잡았다. 알카에다 조직역량이 제거되기는커녕 장성, 강화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반미테러에 집중하는 알카에다는 지역주민의 민심을 얻으며 강화되고 있고, 무인공격기로 지역주민에게 국가테러를 자행하는 미국은 민심을 잃으며 국력만 소모하고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반테러전쟁은 실패작이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