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2

북의 주체강철이 자동차 산업 일으킨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39)
자주민보 2012년 12월 0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의 어제와 오늘

2012년 11월 28일 폴란드 외교부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한 보도에 따르면, 평양에 주재하는 여러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관들 소속 외교관들이 북측 외무성 주선으로 남포에 있는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시찰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북측 외무성 관리가 현재 연간 10,000대 차량생산능력을 지닌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생산시설을 10배 확장하여 연간 100,000대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장된 시설에서 생산하는 차량을 해외에 수출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고 한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시설을 그처럼 대폭 확장하려면, 자금을 3억 달러 정도 투입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북측 기계공업성 산하 조선민흥총회사와 남측의 통일그룹이 2000년에 첫 남북합영회사로 설립하여 2002년부터 가동해 왔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는 승용차의 경우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가 만든 승용차를 면허생산하는 것이고, 소형 화물차와 승합차(SUV)의 경우에는 몇몇 중국 자동차 회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면허생산하는 것이다.

평양 주재 유럽연합 회원국 외교관들의 평화자동차종합공장시찰에 관한 폴란드 외무부의 발표가 나오기 하루 전인, 2012년 11월 27일 <중앙일보>에 눈길을 끄는 보도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기사에 따르면, 통일그룹이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 관한 남북 경제협력사업자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서를 2012년 10월 통일부에 제출하였는데,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 출자한 자금 2,000만 달러를 조선민흥총회사로부터 돌려받고 그 공장의 지분 70%와 공장부지를 조선민흥총회사에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구매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수량만큼만 생산하는 수주생산방식으로 가동되어 왔다. 2011년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수주생산방식으로 생산한 차량은 1,860대였다. 연간 생산능력이 10,000대인 공장을 가동해오면서도 2003년도 생산실적은 314대였고, 10년이 지난 2012년도 생산실적도 겨우 2,000대 수준에 이른 것을 보면, 통일그룹이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손을 떼려는 까닭을 알 수 있다.

폴란드 외무부 발표와 <중앙일보> 보도기사를 종합하면, 통일그룹이 합영을 포기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대폭 확장하여 수출기업으로 육성하려는 북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개인이 승용차를 사적으로 소유한 경우가 극히 드문 사회주의사회에서 승용차 수요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북과 같은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산업현장에서 운송수단으로 쓰이는 화물차량이나 인민들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쓰이는 버스를 생산해야 장기적인 발전전망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의 승용차 생산은 내수가 아니라 해외수출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 2월 3일 남포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그 눈발을 맞으며 남포시 항구동에서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착공식이 진행되었다. <중앙일보> 기자가 현장취재한 2000년 4월 2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착공식에 참석한 북측의 김용순 당비서는 “15년 안에 세계에서 자동차 잘 만드는 나라 하면 공화국이란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자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는 김용순 당비서가 자신 있다고 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공식행사에서 의례적으로 하는 발언으로 여겼을 뿐이다. 김용순 당비서는 그로부터 3년 뒤 교통사고로 작고하였고, 그가 착공식에서 자신 있게 남긴 그 발언도 12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의 기억 저 편으로 차츰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북에서 지난 12년 세월은 결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흘러오지 않았다. 무지와 편견, 왜곡과 거짓이 뒤엉킨, 그래서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 분간하기도 힘든 북측 외부의 때로 혼란스럽고 때로 모략적인 대북선전에서는 사실상 거론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북에서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흐름이 차츰 강한 힘을 더해 왔다. 북의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박사의 발언을 인용한 <조선신보> 2009년 7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요즈음 북의 공업생산은 해마다 9-10%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펴내는 북의 경제성장률에 관한 추정자료, 그리고 남측 국정원으로 넘겨받은 정보를 그대로 베껴내는 통계청의 북의 경제성장률 추정자료는 모조리 추정이 아니라 허구다.

북측의 자료에 따르면, 자본주의세계시장이 붕괴위기에 빠져 모든 나라들이 허우적대는 대공황기에 오직 자본주의세계시장과 단절하고 자립적 사회주의계획경제를 추진하는 북에서 고도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말 현재, 북의 공장과 기업소들 가운데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힘있게 추진하여 연간 계획을 넘쳐 수행한 곳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는 북의 최근 보도기사만 읽어 보더라도, 북의 경제가 고도성장궤도를 타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북의 자립적 사회주의계획경제가 보여주는 고도성장은, 놀랍게도 12년 전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착공식에서 김용순 당비서가 했던 바로 그 발언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북은 자동차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만드는 자동차 강국으로 올라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이 자동차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잘 만드는 자동차 강국으로 될 것이라고 말하면, 북측 외부에서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런 근거 없는 불신감은 북에 대한 정보부족 또는 정보왜곡으로 생겨나는 심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북이 자기의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힘써왔으며,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발전전망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면, 그런 불신감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 우선 두 가지 문제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말은 다른 선진 자동차 강국에 의존하여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자력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다. 둘째, 북은 여러 산업부문들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일까 하는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이 국방부문에서 기계공업 발전수준을 말해준다면, 자동차는 민간부문에서 기계공업 발전수준을 말해주는 것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군사과학기술 기초를 쌓아올리고, 그 기초 위에서 상호연관된 각종 국방공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미사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민간과학기술 기초를 쌓아올리고, 그 기초 위에서 상호연관된 각종 민간공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야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국방공업의 총아가 미사일이라면, 민간공업의 총아는 자동차다. 세계적 수준의 미사일을 만들어내는 나라가 군사강국의 지위를 차지하는 것처럼,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나라가 경제강국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북은 각종 미사일을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는 미사일 강국인데, 그런 북이 이제는 각종 자동차를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내는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토록 염원하였고, 그 실현을 위해 노고를 기울였던 경제강국 건설구상이 바야흐로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현실화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3월 승리산 기슭에서 있었던 일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9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북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승용차와 15인승 이하 소형 승합차를 2006년부터 폐기하기 시작하여 현재 모두 폐기하였고, 적재량 4t급 이상의 일본산 대형 화물차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있다고 한다. 북측 외부에서는 북에 자동차가 너무 부족하다고 알려졌는데, 그렇게 알려진 북에서 차량을 폐기하고 있다니, 얼핏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요즈음 북에서 발전추세를 타고 있는 자동차 산업 동향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면, 이해하고도 남는다.

북의 자동차 산업이 발전궤도로 올라선 획기적인 계기는 2009년 3월 평안남도 덕천군에 있는 승리산 기슭에서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승리산 기슭 50만 평방미터 부지에 자리잡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13개 계열공장이 거대한 단일기업소로 결합된 북측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다. 전쟁피해가 아직 가시지 않았던 1958년 당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의 전신인 덕천자동차공장에서는 적재량 2.5t급 화물차 ‘승리 58호’를 만들어내는 ‘기적’이 일어났다. 주한미국군이 폐기처분한 군용 승용차(Jeep)에서 엔진, 변속기, 차축을 뜯어내고, 망치로 두드려 만든 차체를 거기에 씌운 ‘시발’이라는 4인승 소형 승용차가 서울에서 열린 박람회에 등장한 때가 1957년 8월이었는데, 북측에서는 1958년에 적재량 2.5t급 화물차를 자력으로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덕천자동차공장은 1960년에 3.5t급 화물차 ‘투쟁호’와 6t급 화물차 ‘승리 1010호’를 만들어냈고, 1964년에 적재량 10t급 화물차 ‘자주호’를 만들어냈으며, 1979년에는 40t급 대형 화물차 ‘금수산호’를 만들어냈다. 남측의 현대자동차가 이탈리아 차체설계기술과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들여와 ‘포니’라는 이름의 첫 소형 승용차를 조립생산하고 있었던 1975년에 덕천자동차공장은 대형 화물차를 자력으로 생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시련기를 거치면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의 종업원수는 최전성기에 비해 75%로 줄어들었고, 연간 생산량도 수 백 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09년 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연간 생산능력을 10,000대로 끌어올리려는 아름찬 발전계획을 세웠다. 10,000대 생산목표에 이르는 시기는 2009년으로부터 4년 뒤인 올해 2012년으로 정해졌다.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다시 일어서면, 북의 자동차 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불과 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 기업소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로동신문> 2009년 3월 18일 보도기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였는데, 이 보도기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맡고 있는 임무와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강령적인 과업들을 제시하시였다”고 한다. 차량생산은 운수부문과 교통부문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북에서는 철도수송이 기본이지만, 철도를 놓을 수 없는 산간지방에서는 차량수송이 ‘생명선’이다. 산악지대가 발달한 북에서 차량수송의 중요성은 크다. 도시에서의 교통과 물류이동은 차량과 열차에 각각 의존하지만, 산간지방에서의 교통과 물류이동은 차량에만 의존한다. 북의 자동차 산업 발전은 지방의 교통과 물류이동을 끌어올려 도시와 지방 사이의 발전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결정적인 의의를 가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기업소의 중요한 임무와 역할을 지적한 것은, 바로 그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새로 만든 화물자동차들”을 살펴보고, “성능이 좋은 화물자동차를 창안제작한 데 대해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그들의 수고를 치하하시였다”고 한다. 그 보도기사에는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네 종류의 신형 화물차가 기업소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장면을 촬영한 보도사진이 실렸다. 이 현장사진은 신형 화물차를 생산하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당시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당면한 문제는 생산설비의 현대화를 자력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데 있었다.

셋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날로 늘어나는 수송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는가 못하는가 하는 것은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기업소의 방대한 기술개건사업을 짧은 기간에 와닥닥 끝내자면 국가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걸린 문제들을 몸소 현지에서 풀어주시는 크나큰 은덕을 베풀어 주시였다”고 한다. <조선신보> 2009년 7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구성공작기계공장과 희천공작기계공장에서 생산된 최신형 전자식 공작기계들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 생산현장에 도입되면서 모든 생산공정이 CNC체계(컴퓨터수치제어체계)로 개조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또한 <조선중앙통신> 2012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는 모든 생산공정을 CNC체계로 개조하는 현대화 사업을 완료하였고, 지금은 주조공정과 형단조공정을 현대화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를 받아 현대적 시설로 개조되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장하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던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09년 9월 평양에서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알려주는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은 북의 수도려객운수지도총국이 49%를 출자하고, 중국 단둥에 있는 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가 51%를 출자하여 합작 자동차 조립생산기업인 평운중성합영회사를 평양에 설립한 것이다. 평운중성합영회사는 2011년 9월부터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탑승인원 19-50인급 각종 버스와 ‘천만리’라고 부르는 적재량 0.5-15t급 각종 화물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급증하는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북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산업생산의 급속한 발전이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에서 차량수요를 급증시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예컨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2011년 9월에 발표한 ‘남북경협 확대와 북한의 상용차 수요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경제협력이 본격적으로 실현되는 경우, 북에서는 앞으로 4-5년 뒤부터 연간 20,000-30,000대 규모의 화물차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고 하면서, 연간 수요량을 적재량 2.5t급 이하 중소형 화물차가 10,000-20,000 대, 그보다 큰 대형 화물차가 5,000-10,000대 정도로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보고서는 남북경제협력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북의 차량수요를 전망하였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으로 남북경제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도 오늘 북에서는 산업생산의 급속한 발전추세에 따라 교통 및 운수부문에서 차량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북의 운수부문에서 화물차량수요는 연간 20,000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2012년까지 목표로 설정한 연간 차량생산량 10,000대로는 수요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으며, 평운중성합영회사에서 생산하는 화물차를 합쳐도 연간 수요량 20,000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북의 현재 자동차 생산능력으로는 교통부문과 운수부분의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의 자동차 수입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제공한 자료를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 2012년 2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중국으로부터 각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수입한 금액은 2006년 2,000만 달러, 2007년 5,000만 달러, 2008년 6,700만 달러, 2009년 6,900만 달러, 2010년 1억5,900만 달러, 2011년 2억2,000만 달러로 가파른 급증세를 보여 왔다. 물론 수입차종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화물차였다.

이런 정보만 살펴봐도, 북에서 교통부문과 운수부문의 수요가 얼마나 급격히 증대되었는지, 산업생산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북에서 말하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은 그렇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 수입은 북이 추구하는 해결책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보완책에 지나지 않는다. 북이 추구하는 해결책은 자력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켜 오늘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북에서는 종합자동차생산단지를 서둘러 건설하고 있다. 2012년 10월 22일 중국의 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는 북과 공동으로 36만 평방미터 부지에, 건축 면적이 11,800 평방미터에 이르는 종합자동차생산단지를 평양에 건설하는 중이며, 2,500 평방미터에 이르는 매장과 대형 전시장을 갖춘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를 평양에 건설 중이라고 발표하였다. 북중 합작으로 건설되는 자동차 부품 도매상가는 2013년 3월 18일 개장될 것이라고 한다.

점결탄 버리고 무연탄과 진흙을 택한 성공비결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위에 열거한 사실에서 입증되는 북의 자동차 산업 발전이 우연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속공업 및 기계공업의 주체화와 과학화를 갖은 고생 끝에 기어이 실현한 북의 저력이 자동차 산업의 발전추세를 강력히 안받침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자립적 민족경제건설노선을 견지하는 북의 경우, 자국의 금속공업과 기계공업을 자력으로 발전시켰기에 자동차 산업도 그 기반 위에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첫째, 북의 기계공업은 자동차 산업 발전에 요구되는 각종 선진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 필자가 초보적으로 조사한 북의 기계공업기술 개발 성공사례를 열거하면, 2003년 11월의 경질합금기술 개발, 2006년 1월의 플라즈마 열처리기술 개발, 같은 해 8월의 레이저 가공기술 개발, 같은 해 11월의 연신다이스 개발, 2008년 9월의 고정밀 초음파 유리칼 개발, 같은 해 6월의 금속표면처리기술 개발, 2010년의 9축 선삭가공중심반 개발, 2011년 2월의 CNC공구 자동생산체계 개발 등이다. 필자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성공사례가 더 있을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이 모든 선진기술들이 자동차 생산을 포함하는 기계공업 전반에서 널리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북이 자체로 개발한 기계공업기술을 자동차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경우, 자동차 생산력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북의 자동차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킬 기계공업기술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북이 자동차 산업을 급속도로 발전시키려면, 기계공업 발전만이 아니라 금속공업 발전도 필요한데, 지난 몇 해 사이에 북에서 이룩한 금속공업의 비약적 발전에는 눈부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이미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북의 금속공업부문에서 일어난 획기적인 사변은, 함경북도 성강에 있는 성진제강련합기업소가 2009년에 주체철 생산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2009년 12월 18일 그 기업소를 현지지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에서 독자적으로 개발, 완성한 주체철 생산공정으로 만들어내어 야적장에 무드기 쌓여있는 묵직한 강괴들을 손으로 쓸어보면서 주체철 생산체계 완성은 3차 핵실험 성공보다 더 위대한 승리라고 격찬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이 놀라운 생산체계는 북녘 땅에 거의 무진장으로 묻혀있는 철광석, 무연탄, 진흙을 원료로 하는 제철공정과 제강공정을 하나의 일관공정으로 결합시킨 새로운 생산체계에서 순도 100%의 주체강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선중앙방송> 2008년 1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철광석 생산량이 전년도에 비해 73%나 증가하는 것에 힘입어 북의 철강재 생산량도 전년도에 비해 29% 증가하였다고 하는데,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서 2009년 12월에 완성한 주체철 생산체계를 북측 각지의 철강생산기지들에 전면적으로 확대, 보급한 오늘에는 철강재 생산량이 더욱 비약적으로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북이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기술력과 조강생산능력을 이미 확보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북에게 남아있는 과제는 자금확보다. 평화자동차종합공장 설비를 대폭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금 3억 달러도 그러한 자금확보문제에 포함되는 것이다. 북측 외무성이 평양 주재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에게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을 시찰하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그들에게 그 공장의 설비확장과 해외수출에 관한 계획을 알려준 것을 보면, 설비확장자금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출자로 조달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구상대로 설비를 대폭 확장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자동차를 연간 100,000대씩 생산하여 해외에 수출하려면, 자동차를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시장의 치열한 가격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북은 자동차 생산부문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생산현장에 투입하면, 국제시장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세계적인 대공황기에 국제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문제로 되는 것은 가격경쟁이다. 후발 자동차 수출국인 북으로서는, 품질이 좋고 값이 싼 자동차를 만들어야 거대한 신흥공업국들의 자동차 시장에 파고들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북의 자동차 생산이 국제가격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요인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수입한 철강재가 아니라 자국산 철광석으로 생산한 주체강철을 가지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 비싼 값을 주고 도입한 기술이 아니라 자체로 개발한 기술을 가지고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국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생산열의 높은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에서 생산되는 주체강철이 자동차 생산에 투입되는 경우,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강철 생산과 자동차 생산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2008년도 남측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남측은 그 해에 월평균 164만t의 점결탄(코크스)을 해외에서 수입하였다. 오르내리는 점결탄 국제시세가 중국과 인도의 조강생산증가에 따른 수요급증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점결탄 1t당 가격을 150 달러로 산정하면, 남측은 매월 점결탄 수입에만 2억4,600만 달러를 지출하는 것이며, 점결탄 연간 수입비용은 29억5,200만 달러나 되는 것이다.

무연탄과 진흙을 가지고 만든 주체강철과 값비싼 수입 점결탄을 가지고 만든 일반강철은 서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가격차이를 보일 것이고, 가격격차가 그렇게 큰 철강재로 만든 자동차의 가격차이 역시 매우 클 것이다. 바로 이것이 북의 자동차 산업에 성공의 가능성을 안겨주는 요인이다.

물론 북은 대외수출에 의존하는 나라가 아니라 자립적 민족경제로 발전하는 나라이므로, 평화자동차종합공장에서 해외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보조적 의의를 가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승리자동차련합기업소가 자동차 산업 발전의 중심축이고, 평화자동차종합공장은 보조축인 것이다.

2011년 1월 북측 내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추진할 ‘국가경제개발총국’을 설립하기로 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전략계획이 제시한 12가지 목표들 가운데서 자동차 산업에 직접 연관된 목표는 고속도로 3,000km 건설, 철강재 2,000만t 생산, 원유 2,000만t 가공 등이다. 북의 자동차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것임을 예고해주는 놀라운 목표들이다. 핵보유국과 미사일 강국의 지위를 차지한 북은 인민생할향상을 위한 경제강국건설에서 자동차 산업 발전에 큰 힘을 넣고 있으며, 그 발전전망은 매우 밝아 보인다.(2012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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