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9

트럼프가 꺼내놓은 난해한 수수께끼

[한호석의 개벽에감](369)
자주시보 2019년 10월 2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외무성 고문이 발표한 중대담화
2.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3. 트럼프가 꺼내놓은 난해한 수수께끼 
4. 미국의 선택범위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5. 그는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는다


1. 조선외무성 고문이 발표한 중대담화

2019년 10월 24일 김계관 조선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발표하였다. 그는 담화에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의 대외사업에서 제기된 현안들을 보고하였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외무성 고문이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시기 조미협상에 조선측 수석대표로 참가하였던 김계관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미관계가 어려운 고비에 이르렀을 때마다 중대담화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그가 외무성 고문으로서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계관 고문이 발표한 10월 24일 담화가 정치적 비중을 지닌 중대담화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계관 고문의 10월 24일 담화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고 곡해하거나 또는 무심히 지나쳤다. 한심한 일이다. 

김계관 고문의 10월 24일 담화는 읽기 쉬운 문장으로 작성되었지만, 오늘 중대한 고비에 이른 조미협상의 앞길을 밝혀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 의미를 파악하려는 것이 이 글의 집필목적이다.    

김계관 고문은 10월 24일 담화에서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조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 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고 하면서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미관계문제를 비롯하여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드리였을 때 국무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고 하였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1년 7월 28일 조미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 당시 조선외무성 제1부상이 회담장소인 유엔주재 미국대표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9년 10월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중대한 고비에 이른 조미협상의 앞길을 밝혀주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 담화는 2019년 10월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발안에 대한 조선측의 반향이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김계관 고문의 10월 24일 담화는 조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한 조선측의 공식적인 반향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김계관 고문의 10월 24일 담화를 정확히 독해하려면, 조미 수뇌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부터 먼저 고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공식발언은 2019년 10월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각료회의 모두발언 중에 나왔다. 각료회의에서는 국가안보현안들과 국가기밀사항들이 토의되므로 언제나 비공개로 진행되는데, 토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 몇몇 각료들이 부연해설을 하고, 대통령과 백악관 취재기자들 사이에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2019년 10월 21일 각료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 각료들의 부연해설, 그리고 백악관 취재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1시간 11분 동안 지속되었다. 현재 복잡한 정세 속에서 제기된 국가안보현안들과 국내정치문제들을 거론하는 동안 시간이 그처럼 길어진 것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김(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옮긴이)을 좋아(like)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 우리는 사이좋게 지낸다. 나는 그를 존중(respect)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대해 몇 차례 발언한 적이 있는데, 그 발언들은 모두 즉석기자회견 중에 나왔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21일에는 즉석기자회견이 아니라 각료회의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대해 발언하였으니, 그 발언내용에 무게가 실린다. 거기에 더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대해 발언할 때 이전에는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는 존중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대해 언급하였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동맹국 국가수반들에게 쓰지 않았던 존중이라는 특별한 외교용어를 사용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존중이라는 말은 그가 자신의 언어사용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외교용어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존중이라는 외교용어까지 사용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를 강조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무심히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계관 고문의 10월 24일 담화를 통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화답했던 것이다.   


2.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에 관해 발언하는 중에 “우리는 사이좋게 지낸다(We get along)”고 말했다는 점이다. 이 짤막한 문장을 읽으면,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그가 말한 ‘사이좋게 지낸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려면 그의 각료회의 모두발언을 좀 더 들어봐야 한다.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2016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퇴임을 앞둔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담화하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선의 핵문제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가장 큰 문제인데, 자기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그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사실 그는 11번 전화를 걸었으나, 저쪽의 그 사람(man), 아니 저쪽의 그 분(gentleman)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내 전화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사이좋게 지낸다”고 말한 것이 무슨 뜻인지,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계관 고문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말한 것이 무슨 뜻인지 이제 분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사이좋게 지낸다”고 말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이 직통전화로 직접 의사소통을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회의 모두발언에 따르면, 지난 시기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11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는데, 자신이 거는 직통전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고 있으므로, 상호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회의 모두발언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그 사람’이라고 하였다가 얼른 말을 바꿔 ‘그 분’이라고 존칭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조선의 최고령도자와 직통전화를 통해 직접 의사소통을 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의사소통을 상호존중이라는 외교용어로 찬상하였다는 사실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6년 11월 대선에서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서 당시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장면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9년 10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신과 오바마의 백악관 담화를 회고하면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사소통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통전화를 통해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분관계를 상호존중이라는 특별한 외교용어로 형용하였다. 2019년 12월 말로 정해진 조미협상마감시한이 다가오면서 날로 압박감을 느끼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중이라는 외교용어를 사용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를 강조한 것은 마감시한이 지나기 전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정치적 의사를 표시한 행동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조미협상마감시한을 약 두 달 앞둔 민감한 시점인 2019년 10월 하순, 협상마감시한이 다가와 압박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중이라는 외교용어를 사용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를 강조한 것은 무심히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것은 2019년이 가기 전에,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협상마감시한 안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를 표시한 행동인 것이다. 

만일 협상마감시한 안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의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없다면, 직통전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의사소통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자신의 친분관계를 존중이라는 외교용어로 찬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조미협상을 재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는 2019년 10월 2일 조선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을 때도 흔들리지 않았다. 2019년 10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과격한 행동이 아니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직답을 피하면서 “지켜보자. 그들은 대화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는 곧 그들과 대화할 것이다. 지켜보자”고 답변하였다. 2019년 10월 25일 로벗 버크 미국 해군 참모차장이 국방기자협회 간담회에서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조선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판세를 바꾸는 요인(game changer)이며 면밀히 주시해야 할 큰 우려라고 지적한 것처럼, 조선의 북극성-3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국가안보위협요인으로 출현하였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우려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조미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으니, 올해 안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그의 생각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다. 


3. 트럼프가 꺼내놓은 난해한 수수께끼  

2019년 10월 21일 백악관 각료회의를 취재하던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조미협상재개문제에 관한 질문은 하지 않고, 다른 현안문제들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질문들에 답변하였다. 그 사이에 어느덧 시간이 흘러 1시간 10분을 넘기고 있었다. 각료회의 모두발언이 거의 끝나갈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았는데도 조미협상재개문제에 대해 스스로 입을 열었다. 그가 꺼내놓은 것은 풀기 어려운 난해한 수수께끼였다. 

“아마도 북조선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다. 북조선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순간에 굉장한 재건(major rebuild)으로 될 것이다.” 

이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위의 인용문을 명료한 어법으로 다듬으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아마도 북조선과 관련하여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은 조미협상이 재개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견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어떤 일’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 말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견은 조미협상이 재개되면 협상진전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협상마감시한 안에 조미협상을 진전시키는 어떤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2) “북조선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는 말은 조선에 관한 어떤 새로운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정보’라는 말은 중요한 정보라는 뜻이다. 그가 직통전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있으니, 조선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그의 말은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 다시 말해서 직통전화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서 들은 중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정보를 알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조미협상을 진전시키는 어떤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암시했던 것이다. 

(3)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런 일들은 어느 순간에 굉장한 재건으로 될 것”이라는 말은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 2019년 10월 5일 어렵사리 성사되었던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기대와 어긋나게 결렬된 이후 지금까지 조미관계에서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슨 일들이 진행된다는 말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통전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진행한 것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것일까? 앞으로 조미협상이 재개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1일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하고 주재한 각료회의가 진행되는 장면이다. 그는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굉장한 재건'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꺼내놓았다. 여기서 재건이라는 말은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되어 주저앉은 조미협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다. 특히 그가 굉장하다는 형용사를 재건이라는 말 앞에 앉힌 것은 올해 안에 조미협상이 재개되어 조미관계에서 중대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수수께끼 같이 난해한 의문을 풀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어느 순간 굉장한 재건으로 될 것이라는 발언 중에서 ‘굉장한 재건’이라는 말에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재건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고, 일상적으로 경제재건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므로,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은 ‘굉장한 재건’이라는 말을 조선의 인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짚은 것이다. 

문맥을 살펴보면, ‘굉장한 재건’이라는 말은 조선의 인민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 아니라, 조미협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재건이라는 말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어 주저앉은 조미협상을 재개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하다는 형용사를 재건이라는 말 앞에 앉혀 의미를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굉장한 재건’이라는 말은 올해 안에 조미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물론, 그 협상에서 조미관계의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김계관 고문은 10월 24일 담화에서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은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하면서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되어 양국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어 주저앉은 조미협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면 양국관계가 전진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는 점에서, 김계관 고문의 희망과 트럼프 대통령의 암시는 일맥상통한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꺼내놓은 ‘굉장한 재건’이라는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그것은 조미정상회담이 재개되어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굉장한 변화를 암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정치적 합의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우여곡절 속에 지나온 기나긴 협상로정을 돌아보면,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정치적 합의는 미국이 조선에게 평화협정체결을 공약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이 미국에게 핵동결을 공약하는 정치적 합의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 정치적 합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회의 모두발언과 김계관 고문의 담화는 바로 그런 정치적 합의가 조미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서로 다른 어법으로 예고한 것이다. 


4. 미국의 선택범위는 두 가지로 좁혀졌다

낙관적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전망을 흐리게 하는 장애물도 있다. 조미협상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김계관 고문은 10월 24일 담화에서 조미협상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톤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정책작성자들이 아직도 랭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워싱턴 정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정책작성자들이 덮어놓고 조선을 적대시하는 바람에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협상의 길이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담화에 나오는 ‘워싱턴 정가’라는 말은 연방의회 지도자들을 뜻하고, 담화에 나오는 ‘미 행정부의 대조선정책작성자들’이라는 말은 각료들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연방의회 지도자들과 각료들이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협상의 길을 가로막은 장애물들이라는 것이다. 

조선을 적대시하는 연방의회 지도자들과 각료들은 가로막은 협상의 길은 평화협정체결의 길이다. 그들은 조미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평화협정체결을 외면하면서, 조선이 핵무기를 일방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느니, 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압박해야 한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까닭은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을 수 없고, 주한미국군이 떠나면 한미동맹이 해체되어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릴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국군이 철수해야 하고, 철군 이후에는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런 과정에 미국의 국가안보가 부분적으로 훼손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만일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을 끝내 거부하고 핵대결을 불러일으키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부분훼손을 넘어 전면파탄으로 떠밀려갈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일 조선이 핵추진잠수함에서 수중발사한 잠수함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이 해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며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는 장면이다. 조선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을 끝내 거부하고 핵대결을 불러일으키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전면파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기 전에 벌어진 핵대결에서도 패한 미국이 핵무력을 완성한 조선과 또 다시 핵대결을 벌이면 과연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미국은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2019년 10월 2일 조선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을 끝내 거부하고 핵대결을 불러일으키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전면파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리느냐 아니면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만일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잃어버리면, 미국의 국가안보는 부분적으로 훼손되는 것에 그치지만, 만일 미국이 평화협정체결을 끝내 거부하고 핵대결을 불러일으켜 미국의 국가안보를 극도의 위험 속에 빠뜨리면, 미국의 국가안보는 전면적으로 파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느냐 마느냐 하는 양자택일은 미국이 국가안보가 부분적으로 훼손되느냐 아니면 전면적으로 파탄되느냐 하는 양자택일인 것이다. 

전면파탄을 피하고 부분훼손을 택하는 게 정상인데, 참 이상하게도 미국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줄곧 외면해왔으니, 이것은 미국의 국가안보가 부분적으로 훼손되는 것을 넘어 전면적으로 파탄되는 위험을 자초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까닭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아도 자기의 국가안보가 파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오판에 빠져있기 때문이고, 최악의 경우 조선과 핵대결을 다시 벌이더라도 자기들이 이길 것이라는 오판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런 전략적 오판에 빠진 것은,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기 직전인 2017년에 벌어진 핵대결이 앞으로 재연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미협상마감시한을 넘긴 2020년에 또 다시 핵대결이 벌어지면, 이번에는 핵무력을 고도로 완성한 신흥핵강국이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미국을 압도하게 될 것이다.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하기 전에 벌어진 지난 시기의 핵대결에서도 패한 미국이 핵무력을 완성한 조선과 또 다시 핵대결을 벌이면 과연 무슨 수로 이길 수 있겠는가. 미국은 전략적 오판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전략적 오판에 빠진 미국은 2019년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에서 평화협정체결이 아니라 평화선언채택을 제의하였다. 이것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자기의 국가안보가 훼손되리라는 것을 우려한 미국이 국가안보훼손을 피해보려고 꼼수를 쓴 것이다.  

하지만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2019년 10월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은 조선측에 조미평화선언을 채택할 것을 또 다시 제의하였으나, 조선측은 그 제의를 거부하고,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   

지금 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은 조미평화선언을 채택하려는 꼼수를 버리고,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평화선언을 채택하려던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새로운 계산법’을 택할 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밝힐 때, 그때 비로소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고, 미국의 국가안보가 전면적으로 파탄되는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조미평화선언을 채택하려던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새로운 계산법’으로 돌아섰을까? 예리한 시선으로 최근 상황을 살펴보면, 그가 ‘새로운 계산법’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이는 세 가지 징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첫 번째 징후는,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어 의사소통을 한 것이다. 

두 번째 징후는, 2019년 10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이다. 

세 번째 징후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이 재개되어 조미관계가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전될 것임을 ‘굉장한 개건’이라는 말로 암시한 것이다.  


5. 그는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낡은 계산법을 버리고 ‘새로운 계산법’으로 돌아섰다고 해도, 각료들이 ‘새로운 계산법’을 끝내 반대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이 잡힐 것이다. 이것은 기우가 아니라, 이전에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사를 밝힐 때마다 각료들이 반대하여 철수의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미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를 보도하였다. 그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1) <뉴욕타임스> 2019년 9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군사기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려던 미국군 사령관에게 중지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원래 이란의 군사기지에 대한 공습작전은 이란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 미국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로 준비되었다.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을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제12항모타격단이 이란공습작전을 준비하였다. 제12항모타격단 소속 이지스미사일구축함들이 토마호크순항미사일을 심야에 기습발사하여 미국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이란의 방공기지를 파괴하려는 것인데, 방공기지가 파괴된 이후 이란이 반격에 나서는 경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함재기들을 발진시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작전계획이 추가되었다. 그런 공습작전계획에 따라, 10,000명이 넘는 해군병력과 해군항공대병력으로 편성된 제12항모타격단이 아라비아해 작전구역으로 긴급히 이동하여 발사준비를 갖추고 공격명령을 대기하였다.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란공습작전이 개시되기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토마호크순항미사일로 이란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면 사상자가 얼마나 날 것인지를 미국 국방부에게 알아보라고 안보보좌관에게 지시하였다. 안보보좌관은 이란의 군사기지가 토마호크순항미사일로 공격받으면 150명 정도가 사망할 것이라는 미국 국방부의 보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였다.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과 상의하지 않고, 공격명령을 중지하는 결정을 단독으로 내리고, 곧바로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하여 이란의 방공기지를 공격하였더라면, 이란은 중동지역에 배치된 미국군기지들에 대한 보복공격을 퍼부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에 돌입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조성되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방공기지에 대한 공격이 개시되기 직전, 전쟁위험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공격중지명령을 내렸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에서 공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토의하였다면, 각료들과 논쟁을 하는 사이에 토마호크순항미사일들이 이란의 방공기지로 날아갔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각료들과 상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중대결정을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돋보인다.  

(2) <워싱턴포스트> 2019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며칠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수리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보다 앞서 2019년 10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수리아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철군에 대한 지지여론을 조성하려고 했지만, 고루한 관념에 사로잡힌 각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의사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철군의사를 끝내 관철시켰다.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9년 10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기자들에게 “나는 우리 병사들을 우리나라로 데려오기 위해 (대통령직에) 선출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의사를 관철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돋보인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0일 수리아 주둔 미국군이 철수하는 도중 뛰르끼예군이 수리아-뛰르끼예 국경지대에 있는 쿠르드 무장단체를 공격하자, 뛰르끼예군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지대에서 일시적으로 이동을 멈추고 대기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이 반대하는 가운데 며칠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수리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자신의 철군의사를 끝내 관철시켰다. 이런 사례는 그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중대결정도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평화체제수립과 통일국가건설을 지향하는 민족의 양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협정체결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철군의사를 관철시키는 것을 본 미국 군부는 대통령의 철군의사가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알 수 없어 당황했다. <NBC> 2019년 10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리아 주둔 미국군에게 철수명령을 갑작스럽게 내린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국군에게도 철수명령을 갑작스럽게 내리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여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두 가지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단독으로 중대결정을 내리거나 또는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중대결정을 내린 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런 사례들은 그가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중대결정도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않고 극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는 주한미국군 주둔비용 전액을 한국에게 떠넘기는 문제와 결부되었다. 2019년 1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가미사일방어전략을 발표하는 행사에서 “동맹들에 대한 공정한 비용분담을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부유한 나라들을 보호한다. 그들 가운데 많은 나라는 보호에 대한 대가를 너무 쉽게 지불한다. 이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 하순 현재, 주한미국군 주둔비 부담에 관한 한미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만일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국군 연간주둔비용 48억 달러를 전액 부담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구실로 주한미국군을 감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감군조치는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로 공약하는 것과 결부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조선과 미국의 정치적 합의, 그리고 주한미국군 주둔비 전액부담을 거부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감군결정을 정당화, 합리화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1단계 핵동결을 실행하고, 문재인 정부가 주한미국군 주둔비 전액부담을 거부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1단계 감군조치로 주한미국군 2사단을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 2019년 1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국군 지상전투부대인 2사단이 감군대상 1순위라고 한다. 주한미국군 2사단 병력수는 18,500명이다. 주한미국군 총병력 28,500명 가운데서 18,500명을 1단계로 감군하면 10,000명이 남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산공군기지와 군산공군기지에 주둔하는 미국 제7공군 병력수가 약 10,000명이다.

조선이 녕변핵시설 이외의 다른 핵시설을 폐기하는 2단계 핵동결을 실행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제7공군 10,000명을 2단계 감군조치로 철수할 것이다. 제7공군 10,000명이 철수하면, 마지막 3단계 감군을 기다리는 잔여장병 100~200명만 남는다. 주한미국군 단계적 철수는 그렇게 실행될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더 힐> 2019년 2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의 정세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중대한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서 주한미국군 감군을 명령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라지 않는 어중이떠중이들은 조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국군 감군을 명령하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지만, 평화체제수립과 통일국가건설을 지향하는 민족의 양심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료들의 반대의견을 듣지 말고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9/10/22

ᄇᆞᆰ달민족의 상징, 웅대한 작전, 마지막 담판

[한호석의 개벽에감](368)
자주시보 2019년 10월 2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마의 앞이마에 달린 장군별 장식
2.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앗달
3. 백두산에 내린 첫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4. 웅대한 작전과 마지막 담판

  
1. 백마의 앞이마에 달린 장군별 장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15일 백마를 타고 수행간부들과 함께 눈덮인 백두밀림을 지나 백두산 장군봉에 오른 소식이 보도사진들과 함께 8천만 겨레에게 전해졌고, 주요외신들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퍼져나갔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시였다”고 보도하였다.
  
통일학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중대사변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대해 보도하면서 “군마행군길은 우리 혁명사에서 진폭이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으로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중대사변로 인식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보면, 백두산에 오를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탔고, 그 뒤를 따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은 회색마를 탔는데, 그 두 말의 앞이마에는 장군별을 새긴 동그란 장식이 달려있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장군별은 일제강점기에 백두산에 높이 솟아 밝은 빛을 뿌려준 조선혁명의 승리의 상징이라고 한다.

1980년대 중반에 촬영된 조선의 기록영상문헌을 보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 백마의 앞이마에도 이번 보도사진에 나온 것과 똑같은 장군별을 새긴 장식이 달려있었다. 장군별을 새긴 장식을 앞이마에 달고 나타난 그 말들은 균형 잡힌 몸에 멋진 말갈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평양 인근에 있는 말목장에서 우수한 종마의 혈통을 적어도 40년 이상 보존해오면서 준마들을 사육, 훈련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에는 말 22필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수행간부들이 탄 말이 16필이고, 호위병들과 촬영기사들이 탄 말이 6필이다. 준마 22필을 평양 인근의 말목장에서 백두산까지 특별열차편으로 왕복수송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한 날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첫눈이 내린 것이 아니라, 기상관측예보를 통해 백두산에 첫눈이 내리는 때에 맞춰 준마 22필을 장거리 수송하여 백두산에 오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에 맞춰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조직, 진행하였던 것이다. <사진 1>


▲ <사진 1>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타고 수행간부들과 함께 눈덮인 백두밀림을 지나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밀림을 지나는 장면이다. 백마의 앞이마에 장군별을 새긴 특별한 장식이 달렸다. 수목생장한계선은 해발고 2,000m에 그어지고, 그 위쪽으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으므로, 그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은 해발고 2,000m 아래쪽에서 시작되어 첫눈이 덮인 약 1km의 산길을 오르내린 것이었다. 아래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간부 15명과 함께 말을 타고 백두산 장군봉을 향해 올라가는 장면이다. 수목생장한계선을 지났으므로 나무가 전혀 없는 고산지대가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에 백두산, 백설, 백마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전했다. 백두산, 백설, 백마가 상징하는 의미를 파악해야 백두산승마등정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몸소 조직, 진행한 백두산승마등정은 승마애호가들의 취미활동이나 승마선수들의 승마훈련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활동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첫눈 내린 백두산 장군봉에 백마를 타고 오른 것 자체가 8천만 겨레와 전 세계를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매우 특별한 정치활동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서 전한 강렬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백두산승마등정소식을 전한 보도기사에서 그들 나름대로 그 의미를 해석했다. 하지만 조선의 내부사정에 관한 그들의 보도행태가 언제나 그러하듯이 그들의 해석은 뭐가 뭔지 알지 못해 횡설수설하는 식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한 논조는 교착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조미핵협상이 결국 올해 12월에 파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2020년에는 조미핵대결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사상과 정치활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천박한 해석밖에 꺼내놓지 못한다. 그들의 천박한 해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7년 11월 말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된 직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던 사실을 곡해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2017년 11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에 걸친 격동적인 상황변화는 그들이 곡해한 것과는 전연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된 직후인 2017년 12월 8일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18년 1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 개최의사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하였다. 이러한 상황급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력을 완성하여 조미핵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으며,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제안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래서 <로동신문> 2019년 10월 17일부 사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오르실 때마다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전략적 로선들이 제시되고 세상을 놀래우는 사변들이 일어났으며 우리 조국은 비약의 큰 걸음을 내짚었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2017년 12월 8월에 있었던 백두산등정의 의미를 곡해하였을 뿐 아니라, 2019년 10월 15일에 있었던 백두산승마등정의 의미를 2년 전의 곡해와 결부시키면서 조미핵협상 파탄과 조미핵대결 재발을 우려했지만, 2017년 12월 8일의 백두산등정은 조미핵대결 종식과 조미핵협상 시작으로 이어진 조선의 승리를 예고한 것이었으므로, 2019년 10월 15일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대한 그들의 견강부회식 곡해는 잠꼬대 같은 소리다.

2019년 10월 15일의 백두산승마등정과 2017년 12월 8일의 백두산등정에서 돋보이는 차이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2년 전에는 말을 타지 않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말을 타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마를 탔다.

(2) 2년 전에는 백두산지구에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 눈이 내려 “산 같이 쌓인 강설을 헤치시고”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백두산지구에 첫눈이 내린 날에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3) 2년 전에는 수행간부 6명의 이름과 직책이 보도기사에 열거되었는데, 이번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하였다”고 간략하게 보도되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사진을 살펴보면, 백두산승마등정에 동행한 수행간부는 15명이다. 2년 전에 비해 수행간부의 수가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2년 전 백두산등정과 달리, 이번 백두산승마등정은 백두산, 백설, 백마의 상징을 통해 명백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백두산, 백설, 백마는 민족의 고유한 상징체계에 속하는 상징들이므로, 그 상징체계가 무엇인지 알아야 백두산승마등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메시지를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거론할 필요가 있다.

상징(symbol)은 기호(sign)와 다르다. 기호는 전사회적으로 약정되고 통용되는 표상수단이다. 그러므로 시대의 변천에 따라 사회적 요구가 달라지면, 기존 기호가 새로운 기호로 바뀔 수 있다.

그와 달리, 상징은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형성된 사상과 관념, 신념과 감정을 표상하며, 그것이 표상하는 대상과 일체화되어 있다. 그러므로 상징은 역사와 함께 영속적으로 존재한다.

상징은 암시적이다. 상징은 암시의 언어로 말한다. 그러므로 상징체계를 인식해야 상징이 표상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2.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으로 존재하는 앗달


백두산, 백설, 백마는 눈부시게 희고 밝은 영상을 펼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세 가지 상징을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8천만 겨레와 전 세계에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시킨 상징체계를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1) 지금으로부터 5,000년도 더 지난 아득한 옛날, 저 멀리 북변으로는 만주벌 북쪽에 솟아있는 대흥안령산줄기로부터 저 멀리 남단으로는 낙동강 하류에 펼쳐진 김해평야에 이르는 끝없이 광활한 땅에 9개 부족이 동서남북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었다. 그래서 옛날 중국의 사가들은 우리 민족의 원류를 구리족(九麗族) 또는 구환족(九桓族)이라 했다. 지금은 麗라는 한자를 ‘려’라고 읽지만, 우리 선조들은 ‘리’라고 읽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그 글자를 ‘리’라고 읽는다. 그러므로 중세 이전의 발음체계에 따르면, 고려가 아니라 고리다.

구리족으로 통칭된 9개 부족은 오랜 세월 동안 이합집산하면서 맥족(貊族), 예족(濊族), 한족(韓族)으로 통합되었다. 맥족은 곰을 신성시하는 토템신앙(totemism)을 가졌고, 예족은 호랑이를 신성시하는 토템신앙을 가졌다. 고조선 건국설화에 곰과 호랑이가 함께 동굴 속에 들어간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맥족과 예족 사이에서 이루어진 부족통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고조선의 청동유물들 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는 문양을 중심부에 새겨넣고, 중심에서 방사선형으로 뻗어나간 여덟 가지의 끝부분에 각각 여덟 개의 방울을 달아놓은 팔주령(八珠鈴)이라고 불리는 청동유물이 있는데, 이 청동유물은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이 통합되어 태양을 숭배하는 ᄇᆞᆰ족이 형성되었음을 말해주는 상징이다.

ᄇᆞᆰ이라는 글자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백(白)이다. ᄇᆞᆰ은 밝다는 뜻이므로, ᄇᆞᆰ족은 태양이 밝은 땅에서 사는 종족을 뜻한다. 예로부터 ᄇᆞᆰ족을 ᄇᆞᆰ달족이라고 불렀는데, ᄇᆞᆰ달에서 달이라는 글자는 산 또는 땅을 뜻한다. 그러므로 ᄇᆞᆰ달족은 밝은 산 또는 밝은 땅에서 사는 종족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8천만 우리 민족은 ᄇᆞᆰ달족의 후손이다.

ᄇᆞᆰ달을 한자로 표기할 때, 박달나무를 뜻하는 단(檀)이라는 글자를 썼는데,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을 통합하여 ᄇᆞᆰ달족의 새로운 역사를 펼친 위대한 지도자가 고조선의 ᄇᆞᆰ달임금인 단군(檀君)이다. 1281년 고려시대에 일연이 편찬한 책 ‘삼국유사’에는 단군이 아사달에 도읍을 세우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 불렀다(立都阿斯達 開國號朝鮮)고 기록되었다.

아사달은 어디인가? 아사달은 옛말 앗달을 한자로 음역한 것인데, 앗달에서 앗이라는 글자는 아침 또는 처음이라는 뜻이고, 달이라는 글자는 산 또는 땅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앗달은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산 또는 그런 땅을 뜻한다.

또한 조선(朝鮮)이라는 나라이름에서 조(朝)라는 글자는 아침을 뜻하고, 선(鮮)이라는 글자는 산을 뜻한다. 그러므로 앗달을 한자로 표기하면 조선이라는 말이 된다. 앗달은 곧 조선이다.

단군이 조선을 세운 앗달은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밝은 산이라는 뜻인데, ᄇᆞᆰ달민족이 아침을 처음으로 맞는 밝은 산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백두산이다. 날마다 어김없이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가 가장 먼저 눈부신 햇발을 비추는 곳이 바로 백두산 정상이다. 백두산의 해돋이는 장엄함의 극치에 이른 일출신비경이다.

어원을 보면, 앗달은 백두산을 뜻하지만, 단군이 비옥한 평야지대를 외면하고 험준한 앗달(백두산)에 도읍을 정하여 조선을 개국한 것은 아니었다. 앗달의 지리적 위치를 고증하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앗달은 고대지명이 아니라 8천만 겨레가 한핏줄을 나눈 민족적 정체성을 말해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앗달은 상징체계에 속한 것이므로, 지리학으로 고증할 필요가 없다. 앗달은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위대하고 신성한 산으로 새겨졌고, 백두산은 민족국가건설을 표상하는 상징으로 ᄇᆞᆰ달민족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수행간부들과 함께 바로 그 앗달에 올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앗달의 상징으로 해석하면, 백두산승마등정은 민족국가건설의 상징을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일으켜 세운 정치활동인 것이다. 아득한 옛날 ᄇᆞᆰ달임금 단군이 맥족을 중심으로 8개 부족을 통합하여 동양에서 처음으로 고대국가 고조선을 앗달에 세웠던 것처럼, 오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으로 갈라진 ᄇᆞᆰ달민족을 하나로 통합하여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연방통일국가를 한반도에 세우려 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이 전하는 메시지다.

백두대산줄기는 백두산 장군봉(2,750m)에서 시작하여 두류산(2,309m), 금강산(1,639m), 태백산(1,561m), 지리산(1,915m)을 거쳐 지리산줄기의 끝자락인 경상남도 하동군 구재봉(767m)까지 장장 1,470km를 뻗어나간 장대한 산줄기다. (산맥이라는 말은 일제가 남긴 잔재용어이므로 산줄기라는 우리말을 써야 한다.) 백두대산줄기의 평균 해발고는 1,170m이다. 그리하여 ᄇᆞᆰ달민족이 수수천년 살아온 삼천리금수강산은 백두산의 힘으로 생겨난 땅이다. 백두산은 삼천리금수강산을 만들어놓은 무궁한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하면서 백두산을 가리켜 “우리 조국의 무진장한 힘의 근원지”라고 하였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앗달(백두산)은 박달민족의 심성 속에 강대한 힘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분단시대에 백두산은 박달민족의 심성 속에 통일건국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맨위쪽 사진은 장엄함의 극치에 이른 백두산의 해돋이 장면이다.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이 붉은 아침노을을 펼치며 백두산 정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천하제일의 절경이다. 가운데 사진은 겨울철 혹한으로 꽁꽁 얼어붙은 백두산 천지에 백설이 쌓이고 쌓여 눈부신 은빛 세계를 펼쳐놓은 설경이다. 맨아래 사진은 백두산 천지 주위에 기암절벽으로 솟아있는 백두령봉들의 절묘한 자태를 보여준다. 백두산이 뿜어내는 그런 힘과 기상이 우리 민족의 가슴에 살아있기에 우리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승마등정에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키고 자주통일강국을 건설하려는 강렬한 메시지를 8천만 겨레에게 전하였다.     

지구 위에는 백두산보다 더 크고 높은 산들도 있고, 용암을 뿜어내는 활화산들도 있지만, 땅과 하늘에 강한 힘과 기(氣)를 뿜어내는 신비로운 영산(靈山)은 백두산 밖에 없다. 인공위성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올라간 우주인들이 아름답고 푸른 우리 행성 지구를 내려다보면, 지구 위에서 유난히 붉은 빛을 발하는 붉은 점 하나가 보이는데, 그 붉은 점이 바로 백두산이라는 속설이 있다. 백두산이 뿜어내는 강한 에너지가 우주공간에서 붉은 빛으로 보인다는 속설은 누군가 그럴 듯하게 지어낸 것이지만, 백두산은 ᄇᆞᆰ달민족의 마음속에 언제나 강대한 힘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백두산정에 제단을 쌓고 제를 올리며 그 무궁한 힘으로 나라가 태평하고 민생이 안정되기를 빌었다.

오늘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진 8천만 ᄇᆞᆰ달민족이 하나로 통합된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려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켜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일심단결과 자력갱생과 핵억제력으로 구성된 국력이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강한 힘이다.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조선의 국력은 올해 2019년에 연이어 과시되었다. 이를테면, 조선에서 말하는 일심단결의 국력은 2019년 4월 11일 평양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령도자로 “변함없이” 추대하는 것으로 자기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최고령도자로 변함없이 추대한 것이 “최고령도자 동지에 대한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의 열화와 같은 흠모와 신뢰심의 발현”이라고 칭송하였다.

또한 조선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의 국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10월 15일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 직전에 시찰한 삼지연군 건설에서 자기의 존재를 입증했다. 조선의 국력이 집중된 삼지연군 건설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는 매우 방대한 건설공사인데, 2019년 10월 현재 2단계 공사가 거의 끝났고, 당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 10월 10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력갱생의 힘이 넘쳐나는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시찰하면서 “적들이 아무리 집요하게 발악해도 우리는 우리 힘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고 우리 식으로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시련과 곤난을 디디고 기적과 위훈으로 더 높이 비약한 2019년의 총화”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의 핵도발을 억제하는 조선의 국력은 2019년 10월 2일 강원도 원산만에 출동한 핵추진잠수함에서 시험발사된, 대륙간 사거리를 가진 잠대지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의 막강한 위력으로 자기의 존재를 입증하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 힘의 상징인 백두산을 등장시켜 미국의 한반도분할점령정책을 파탄시킬 조선의 강한 국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음을 알 수 있다.


3. 백두산에 내린 첫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는 백두산과 더불어 백설이 등장한다. 해마다 9월 하순이 되면, 삼천리금수강산은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백두산에서는 은빛 눈꽃을 날리는 첫눈이 내린다. 그런데 올해는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 10월 15일로 늦어졌다. 지구온난화현상이 백두산 기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설경은 그 산이 펼쳐 보이는 수많은 경치들 중에서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백두산은 자기의 설경을 사람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백두산에 몰아치는, 상상을 초월한 강추위와 눈폭풍이 세인의 접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두산은 강추위와 눈폭풍이 몰아치기 전, 첫눈이 내린 설경을 잠시 열어 보여준다.

백두산 설경 중에서도 첫눈이 내린 백설령봉 비경이야말로 숨이 막힐 만큼 수려하고,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며, 초현실적인 세계를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ᄇᆞᆰ달민족은 해마다 처음 내리는 백설을 서설(瑞雪)이라 했으니,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알리는 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첫눈이 백두산에 내리면, ᄇᆞᆰ달민족에게 상서롭고 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 백두산의 첫눈은 민족적 행운의 상징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하여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한 것은 ᄇᆞᆰ달민족에게 머지않아 상서롭고 길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에서 전한, 상서롭고 길한 징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9년 10월 7일부터 9일 사이 어느 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처음으로 직통전화를 받았는데, 그 직통전화를 받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리는 날을 택해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하늘도 그 결심에 공감하였는지, 10월 15일 백두산에 첫눈이 내려 휘황한 은빛 세계를 펼쳐놓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통전화를 받고, 첫눈이 내리는 날에 백두산승마등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건 것은 미국이 조선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일 날이 가까웠음을 의미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제2일 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 2019년 12월 말까지를 결정시한으로 정해주었는데, 이제 10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으니 그 운명적인 결정시한이 가까워진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 있는 장군봉에 오른 장면이다. 천지를 휘감아도는 백운과 백두산 정상에 쌓인 백설이 어우러져 비경의 극치를 이루었다. 바로 그 비경 속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설의 백마를 타고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하여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조직, 진행하였다. 그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다급한 직통전화를 받은 날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뒤였다. 박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 첫눈은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상징한다.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한 것은 8천만 겨레에서 상서롭고 길한 징조가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런데 뭐가 뭔지 모르는 정세분석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정치적 요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횡설수설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정치적 요구들 가운데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평화협정을 체결하라는 요구다. 곡해에 심취된 정세분석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의 체제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지만, 사회주의국가의 체제붕괴 또는 체제변질을 노리는 미국 대통령에게 사회주의국가체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하였다는 말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한 평화협정체결요구는 조선의 체제안전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주한미국군을 철수함으로써 대조선관계에서 침략적이고, 대한국관계에서 예속적인 한미동맹을 폐기하라는 근본적인 요구이며, ᄇᆞᆰ달민족의 통일강국건설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걷어치우라는 변혁적인 요구인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요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국은 이제껏 조선과 협상을 수없이 벌이면서도 평화협정체결문제를 외면하는 바람에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요즈음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정부의 지위도 인정받지 못한 탈레반세력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판인데, 그런 그들이 미국 본토 전역을 핵타격권 안으로 몰아넣은 조선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너무도 응당한 일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말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근본적이고 변혁적인 요구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조미협상이 파탄되어 미국의 국가안보이익에 치명타를 입든지 둘 중의 어느 한 쪽을 택해야 하는 매우 위급한 지경으로 떠밀렸다. 그래서 백악관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있으며, 백악관의 침울한 분위기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우려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결렬된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다급한 직통전화를 받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양자택일의 갈림길에서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해놓은 결정시한이 지나기 전에 이제껏 주저해오던 평화협정체결에 결국 동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해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동결을 시작할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조선에서 핵동결이 시작되어야 자신이 2020년 11월에 재선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이고, 바로 그래서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다급한 직통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과 백악관 보좌관들이 수리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반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을 반대하는 국방장관 매티스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해임시키고 나서 수리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런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과 백악관 보좌관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조미평화협정체결에 동의하게 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통전화를 받은 직후, 백두산에 첫눈이 내린 날을 택해 백두산승마등정을 몸소 진행함으로써 평화협정이 어려움을 뚫고 반드시 체결될 것이라는 상서롭고 길한 징조를 ᄇᆞᆰ달민족에게 전했던 것이다.


4. 웅대한 작전과 마지막 담판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는 백두산, 백설과 함께 백마도 등장한다. 백설이 뒤덮인 백두산의 눈부신 비경 속에 전설의 백마가 말발굽을 울리며 등장했으니,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가 완성의 극치에 이른 것이 아닌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는 예로부터 개선행진에 등장하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백마를 타고 인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행진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백마의 상징과 개선장군의 승리행진이 서로 일체화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고구려를 침공한 수나라 30만 군대를 살수대첩에서 격멸하고 승리한 을지문덕은 공식직책이 장군이 아니었는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또한 고려를 침공한 요나라 10만 군대를 귀주대첩에서 격멸하고 승리한 강감찬은 공식직책이 상원수인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또한 봉건국가 조선을 침공한 왜나라 대군과 싸워 불패의 전승기적을 창조한 이순신은 공식직책이 삼도수군통제사였는데도 민중들은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ᄇᆞᆰ달민족에게 있어서 장군은 군사지휘관 칭호가 아니라 구국의 상징이다. 그 상징 속에는 외래침략군과 싸운 성전에서 승리하여 ᄇᆞᆰ달민족의 존엄을 세상에 떨친 지도자의 출현을 기다리는 민중의 염원이 스며있다.

일제강점기에 자주독립운동에 한생을 바쳐 베이징감옥에서 순국한 항일민족시인 이륙사(1904~1944)는 백마를 타고 오는 위인을 기다리는 민중의 염원을 자기의 시 ‘광야’의 마지막 절에서 이렇게 읊었다.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 타고 오는 개선장군은 이륙사의 시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라는 시어로 형상되었지만, 백마의 상징은 일맥상통한다.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서는 외래침략군과 싸운 성전에서 승리하여 민족적 존엄을 세상에 떨친 개선장군이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것이고, 이륙사의 시세계에서는 항일전쟁에서 승리하여 민족적 존엄을 세상에 떨친 위인이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백마는 ᄇᆞᆰ달민족의 심성 속에 위대한 승리의 상징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2019년 10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에 나오는 백마를 타고 첫눈이 내리는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백마를 타고 백두밀림을 지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과 함께 백두산 장군봉에서 백마를 타고 달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보도사진을 실었다.

보도사진에 나타난 백두밀림은 백두산에 형성된 수목생장한계선 아래에서만 형성되었는데, 대체로 수목생장한계선은 해발고 2,000m 부근에 그어진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해발고 2,000m 수목생장한계선 아래쪽에 있는 밀림지대에서 백마를 타고 해발고 2,750m인 장군봉까지 오른 것이다. 장군봉에서 내려올 때도 백마를 타고 같은 경로로 내려왔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백마가 은빛 세계 펼쳐진 백두산 장군봉으로 달려가는 장면이다. 흰 말갈기를 바람에 휘날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전설 속의 백마를 연상케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산승마등정 중에 "위대한 사색으로 웅대한 작전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웅대한 작전은 올해 안에 벌어질 조미협상 마지막 담판에서 승리하는 작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지막 담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굴복시켜 평화협정체결을 합의하려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작전구상이다. 백마를 타고 백두령봉을 달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골프채를 휘두르며 히히덕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적인 모습, 그것은 승리가 과연 어느 편으로 오고 있는지를 예고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두밀림에서 장군봉까지 백마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 깊은 사색에 잠겼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행한 일군들 모두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이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장군봉에 올라가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곧바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백두산을 오르내리며 오랜 시간 사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첫눈 내리는 백두산을 장시간 오르내리며 무엇을 사색하였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을 보도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백두산을 가리켜 “새로운 웅략들이 결심되는 조선혁명의 책원지”라고 했는데,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승마등정 중에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였음을 암시한 것이다.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안에 벌어질 조미협상 마지막 담판을 앞두고 있다. 백두산정에서의 사색은 바로 그 마지막 담판에 집중된 것이었다. 마지막 담판에서 이기면 조선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완승하는 것이다. 마지막 담판을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 장군봉을 오르내리며 사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담판을 승리로 결속할 작전을 구상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백두산승마등정에 등장한 ᄇᆞᆰ달민족의 백마상징이다. 백마의 등장을 ᄇᆞᆰ달민족의 상징체계로 해석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담판에서 승리하는 역사적 사변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승마등정에 동행한 간부들은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안으며 끓어오르는 감격과 환희를 누르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웅대한 작전을 펼칠 마지막 담판이 다가오고 있다.


2019/10/15

실무협상 결렬되자 트럼프는 직통전화 걸었다

[한호석의 개벽예감] (367)
자주시보 2019년 10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 결렬되자 북극성-3형 시험발사 단행
2. 조선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
3.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수법인가?
4. 녕변핵시설 폐기에 맞춰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상응조치
5. 연락사무소 개설하려면 평화협정 체결해야 한다
6. 매우 다급해진 트럼프, 마침내 직통전화 걸었다


1.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 결렬되자 북극성-3형 시험발사 단행

2019년 10월 5일 스웨리예 수도 스톡홀름에서 조미실무협상이 진행되었다. 조선측 협상대표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였고, 미국측 협상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였다. 

<동아일보> 2019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과 미국은 2019년 9월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사전협의를 평양에서 진행하였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는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보좌하는 국장급 관리를 평양에 파견하였는데, 조철수 조선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그를 상대하여 사전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사전협의에 관한 보고를 받은 뒤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한다. 실무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협의를 진행한 것은, 조미 양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얼마나 중시하였는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었다. <연합뉴스> 2019년 9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9월 26일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할 날짜와 장소를 조선측과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미 양측이 평양에서 1박 2일 동안 사전협의를 진행하였는데,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합의하지 못했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미 양측이 사전협의에서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합의하지 못한 것은 사전협의에서 어떤 다른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이 벌어지는 바람에 개최날짜와 개최장소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끝났음을 말해준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난 조미사전협의는 그로부터 14일 뒤에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실무협상에서 조미 양측이 또 다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주었다.   

조선 외무성은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조미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해왔다. 이를테면, 조철수 조선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2019년 9월 16일 담화에서 “나는 가까운 몇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 조미 사이의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고,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9월 20일 담화에서 “나는 미국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락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9년 10월 2일 이른 아침 강원도 원산만에 출동한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사된 북극성-3형이 거대한 불줄기와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솟구치는 장면이다. 2019년 9월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사전협의가 평양에서 진행되었는데, 의견충돌로 결렬되자 조선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뜻에서 '매서운 채찍'을 들어 미국을 세게 후려쳤다. 10월 2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는 미국을 후려친 '매서운 채찍'이었다. 그러나 '매서운 채찍'을 맞았으면서도 미국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준비하지 않았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을 앞두고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사전협의가 의견충돌로 결렬되자, 조선은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되더라도 미국이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래서 조선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뜻에서 ‘매서운 채찍’을 들어 미국을 세게 후려쳤으니, 그것이 바로 2019년 10월 2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였다.    

최선희 조선외무성 제1부상은 북극성-3형 시험발사가 진행되기 몇 시간 전인 2019년 10월 1일 밤 담화를 발표하여 조선과 미국이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지난 9월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사전협의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그 사이에 합의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조선측이 조미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미국측에게 통보하였고, 미국측은 이를 수락한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조선국방과학원은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뚫고 미국 본토에 열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여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북극성-3형 시험발사라는 ‘매서운 채찍’을 온몸에 맞았으면서도, 미국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준비하지 않았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을 앞두고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2. 조선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

날카로운 신경전 속에 개최된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은 8시간 30분 동안 길게 이어졌다. 협상시간이 이처럼 길게 이어진 것은 양측이 많은 의제들을 놓고 긴 시간 동안 논란을 벌였음을 말해준다. 조미 양측은 실무협상에서 긴 시간 동안 논란을 거듭했으나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말하지만, 좀 더 엄밀히 따지면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조선과 미국이 협상진행과정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협상이 끝난 직후 조선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가 각각 발표한 성명 및 담화들, 그리고 미국 언론매체들이 협상과 관련하여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란 조선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한 것이다. 조선이 협상을 중지한 것으로 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인식이다.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련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지적한 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10월 6일 담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협상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은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해버린 것이다. 

조선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였다는 사실은 김명길 협상대표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협상이 끝난 직후 현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우리는 미국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년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경과, 전망을 위와 같이 압축적으로 설명하였는데, 위의 압축발언 속에 담긴 사정은 다음과 같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은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미국측은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방안이란 2019년 9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히꼬 국경지대를 시찰하는 중에 진행된 즉석기자회견에서 조미협상에 대해 “아마도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언급했던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며, 같은 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에서 언급한 ‘제대로 된 계산법’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10월 5일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 직후, 현지에서 김명길 협상대표가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이다. 그의 왼쪽에 권정근 차석대표가 서 있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성명에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경과, 전망을 압축적으로 설명하였다. 설명에 따르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건 미국측 협상대표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김명길 협상대표는 협상을 중지하였다는 것이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성명에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건 협상대표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김명길 협상대표는 협상을 중지한 것인데, 협상을 중지했다는 말은 협상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연기했다는 뜻이다. 조선측이 조미실무협상을 연기한 것은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협상을 연기하였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무기한 연기된 것이 아니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김명길 협상대표는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고 비건 협상대표에게 권고했다.    

김명길 협상대표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경과, 전망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성명을 발표하자,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미국 국무부도 스톡홀름 실무협상과 관련한 대응성명을 발표하였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김명길 협상대표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정신 또는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측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창의적인 구상들(creative ideas)”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good discussions)”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을 제기하였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측은 “싱가폴 공동성명의 네 가지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구상(a number of new initiatives)”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제시하였다고 밝혔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10월 5일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이미 미국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는데, 미국 국무부는 몇 시간 뒤에 발표한 대응성명에서 미국측이 싱가폴 조미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였다고 논박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조선 외무성은 이튿날 10월 6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여 미국 국무부의 논박을 재론박하였다. 조선 외무성의 재론박 담화 중에서 중요한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정작 협상장소에 나타나 보여준 미국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였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으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립장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립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련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


3.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수법인가?

당시 평양과 워싱턴에서 각각 연속적으로 발표된 성명 및 담화를 읽어보면, 미국 국무부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에 자기의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조선 외무성은 그 협상에서 미국측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입장을 고집하였다고 비판하였음을 알 수 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과 관련하여 조선 외무성의 주장과 미국 국무부의 주장은 상충적이다. 이 상충적인 주장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거론해야 한다. 

조선 외무성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입장을 고집하였다고 비판하면서도,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파탄시켰던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미국측이 또 다시 꺼내놓고 고집하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미국측이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이 아닌 어떤 다른 방안을 제시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측이 제시한 그 어떤 다른 방안은, 미국 국무부의 성명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싱가폴 공동성명의 네 가지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구상”인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 국무부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꺼내놓은 “새로운 구상”은 미국의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방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조선 외무성은 미국이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제시한,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9년 10월 2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봑스>가 조미협상을 아는 소식통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미국측이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에게 제시할 방안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측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선의 섬유 및 석탄수출을 금지시킨 유엔안보리 제재조치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조선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보도내용에 따르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조선측에게 제시한 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해서 미국은 조선의 섬유 및 석탄수출을 금지시킨 제재조치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2월 21일 서방측 상업위성이 평안북도 녕변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이다. 녕변핵시설단지에는 약 390개의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은 수 십 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기술로 건설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에게 녕변핵시설은 금은보화를 주고 바꿀 수 없는 가치와 역사와 정성이 깃든 최고의 국가보안시설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생각하는 것이 고작 제재의 부분적 유예조치라니,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다. 그 말장난 같은 제안은 조선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협상수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위에 서술된 미국측의 방안은 너무 불공평한 것이어서 무슨 방안이라고 인정할 수조차 없다.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는 것은 ‘완전한 핵동결’을 실행하는 매우 중대하고 결정적인 조치인데, 그에 상응해서 미국은 대조선제재를 전반적으로 해제하는 것도 아니고 섬유 및 석탄수출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그것도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3년 동안 유예해주겠다니, 이것이야말로 불공평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녕변핵시설 폐기문제를 고의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미협상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될 것인데, 미국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는 흑연감속로(5메가와트급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핵연료봉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핵연료봉제조시설을 비롯하여 약 390개의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은 수 십 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기술로 건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에게 녕변핵시설은 금은보화를 주고 바꿀 수 없는 가치와 역사와 정성이 깃든 최고의 국가보안시설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생각하는 것이 고작 제재의 부분적 유예조치라니,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협상이요 뭐요 하면서 조선에게 감히 말장난이나 걸어보는 수작질을 하는 것인가? 미국이 국가안보문제를 놓고 설마 그런 부질없고 유치한 수작질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대조선제재의 부분적 유예를 생각하는 미국의 협상태도는, 협상 초기에 조선이 받아줄 수 없는 제안을 꺼내놓고 조선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협상수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4. 녕변핵시설 폐기에 맞춰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상응조치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이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측에 요구한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는 실제적인 조치”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튿날인 2019년 10월 6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단언했다. 

위의 인용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의 녕변핵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의 등가적 상응조치는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하는 것이다. 조선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처음으로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매우 오래 전부터 조선은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다. 

조선이 미국에게 폐기를 요구한 대조선적대정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위에 인용된 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그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대정책이며,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정책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적대정책은 미국이 자기가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끊임없이 감행하고, 선제핵타격을 노리는 거대한 핵우산으로 상시적인 협박을 가하고, 주한미국군을 북침돌격대로 배치한 일련의 군사행동으로 나타난다.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이 조선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3대 요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미국의 적대정책은 대조선제재를 끊임없이 감행하는 일련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미국이 6.25전쟁을 계기로 발동한 대조선제재는 장장 69년 동안 계속되는데, 2017년 9월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만 보더라도 미국의 제재를 받은 조선의 기업체는 80개에 이르렀고, 제재를 받은 조선의 인사는 67명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이 200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유엔안보리를 사촉하여 발동시킨 대조선제재조치는 11건이나 된다. 

미국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정영수 로동상을 비롯한 조선의 고위급 핵심인사들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고, 심지어는 조선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2월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백악관 기자회견실에서 대조선제재조치를 발표하는 장면이다. 조선의 유조선이 서해 해상에서 유류를 환적하는 모습을 공중에서 촬영하였다는 미확인 사진을 그 무슨 증거물이라고 하며 공개하였고, 기자회견장에 몰려든 취재기자들은 열띤 질의응답을 벌이며 취재경쟁을 벌이는 통에 소동이 일어났다. 지난 69년 동안 미국은 조선에게 끊임없이 각종 제재를 가해오고 있는데, 2017년 9월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만 보더라도 조선의 기업체 80개와 조선의 고위급 핵심인사 67명이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되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악랄한 만행이다.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여야 대조선적대정책의 한 축을 폐기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2019년 1월 5일 미국 연방상원 전체회의에서는 이른바 ‘아시아안심구상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라는 것이 채택되었는데, 그 법안 제210조항은 조선이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위반하는 행동을 포함하여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명시된 ‘불법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조선제재를 계속 추가하는 것이 미국의 대조선정책이라고 명시하였다.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로 조선의 대외무역과 대외금융거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대조선제재는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악랄한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이 미국측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 폐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을 중단하는 것과 더불어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포괄적인 해결방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을 중단하는 선행방도는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북침전쟁연습을 중단할 수 있고, 핵우산을 철거할 수 있으며,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하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올바른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조치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체결이야말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로 되는 것이다.  


5. 연락사무소 개설하려면 평화협정 체결해야 한다

위에서 서술한 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은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미국측은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을 제시하는 행동을 되풀이하였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되풀이하였던,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은 조미종전선언을 채택하는 방안과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이다. 

2019년 10월 2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봑스>가 조미협상에 관해 아는 소식통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채택하려는 자신의 약속을 “반복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채택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으므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그 약속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시하였고,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반복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을 제시하는 행동을 되풀이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거부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조선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그 낡은 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그처럼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반성하기는커녕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자기들이 창의적인 구상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성명을 발표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대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한 까닭은, 종전선언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키지 못하고, 마치 적대관계가 해소된 것처럼 보이게 하여 결국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에 정치적 면죄부를 안겨주는 기만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전선언을 채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히 폐기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국제협정이나 국제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상습적으로 위반해오는 미국이 조미평화협정도 파기 또는 위반할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조미평화협정에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킬 중대한 조치가 포함될 것이므로 미국은 조미평화협정을 파기 또는 위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미평화협정에 포함될 중대한 조치는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 설치된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고, 북침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10월 11일 일본 오끼나와에 있는 가데나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소속 E-8C 전략정찰기가 서울 인근 상공에서 감시비행을 하는 경로를 보여주는 개념도다. 13,000m 상공을 비행하는 E-8C 전략정찰기의 임무는 지상감시, 전투관리, 작전지휘통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의 북침전쟁준비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침전쟁연습 중단, 핵우산 철거,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적인 조치들이다. 그러므로 조미평화협정에는 그런 조치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조미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조미관계정상화는 전연 불가능하다.     

북침전쟁연습 중단, 핵우산 철거,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키는 결정적인 조치들이므로, 조미평화협정에 그 조치들이 포함되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완전히 폐기되는 것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은 채택하려고 하면서도 평화협정을 한사코 체결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북침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핵우산을 철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조치가 포함되면 한미동맹이 자동적으로 파기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채택방안과 함께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각각 개설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거부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조선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당연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그 낡은 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그처럼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반성하기는커녕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자기들이 창의적인 구상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성명을 발표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대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한 까닭은, 조선과 미국이 두 나라 수도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해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폐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그보다 격이 더 높은 대사관을 개설해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부분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일 뿐, 그것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약간 완화해주는 척하면서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기회를 노리는 기만적인 외교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외면하면서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을 때, 조선측이 미국의 저의를 의심하면서 그 방안에 퇴짜를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면, 조미평화협정부터 체결해야 한다. 


6. 매우 다급해진 트럼프, 마침내 직통전화 걸었다

위에서 길게 설명한 것처럼, 미국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부등가 상응조치를 제시하고,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이미 거부당한 낡은 방안을 꺼내놓은 것으로 하여 조선측은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였는데,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9년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운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는 그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자기가 국가수반들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말하는 도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전화통화를 하였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직통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통전화번호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받아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통전화번호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받아적었다. 

이번에 직통전화가 사용된 날짜를 따져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부터 9일 사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어 통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통전화를 걸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화한 것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결렬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당황하였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도 실패하는 경우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다. 그는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과 전화통화를 한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이 결렬된 때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9년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과 전화통화를 한다는 사실을 말하는 도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전화통화를 하였다고 밝혔다.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어 통화한 것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결렬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당황하였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책임을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떠넘기고 조미실무협상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안'을 미국 국무부에게 내려보내면, 그가 바라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조미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통전화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슨 말을 하였을까? 보나마나 변명조로 발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건 협상대표가 제시한 방안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지시로 작성된 방안이므로, 자신이 생각하는 방안들과 다르다는 것, 그러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해서 협상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는 것, 그래서 오는 11월 중에 조미실무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것 등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미실무협상은 중단된 것이 아니라 연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미실무협상이 연기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국무부는 2019년 10월 5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스톡홀름 실무협상 말미에 앞으로 두 주 안에 조미실무협상을 스톡홀름에서 재개하기 위한 스웨리예 외무부의 초청을 자기들이 수락하였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당황한 미국 국무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이른 시일 안에 조미실무협상을 재개하려는 다급한 처지에 빠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 외무성은 이튿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량측이 두 주일 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는데 판문점 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 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고 말하면서 미국 국무부를 더 심한 곤경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통전화로 대화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안’을 미국 국무부에게 내려보내면, 그가 바라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조미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조선 외무성은 10월 6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단언하였다. 이것은 미국 국무부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자신에게 직통전화를 걸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