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3

은하 3호의 재등장과 미국의 대북밀사파견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37)
통일뉴스 2012년 12월 0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집단적 강박장애가 일으킨 한바탕 소동
 
2012년 12월 1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위성운반로켓 은하-3에 실어 12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너무 일상적이고 흔한 일이라서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 위성발사 직전에 고장이 나서 발사를 지연하는 경우 또는 위성을 발사하였으나 궤도진입에 실패한 경우는 가끔 언론에 보도되지만, 해당 나라의 독자들이나 그런 보도에 관심을 가질 뿐이며 국제사회의 관심사로는 되지 않는다. 예컨대, 남측이 얼마 전 나로호를 발사하기 직전에 고장이 나서 발사를 뒤로 미루었는데, 나로호 발사 지연은 남측 독자들이나 관심을 가질 뿐, 국제사회에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독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경우에만 국제사회가 술렁거리고, 몇몇 관련국들에서는 커다란 소동까지 일어난다. 이번에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되었을 때도, 국제사회가 술렁거렸고, 남측, 미국, 일본에서는 소동이 일어났다. 북의 위성발사는 다른 나라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시행하는 위성발사처럼 정상적인 우주개발활동의 일환인데도, 그런 정상적인 우주개발활동에 접한 남측과 미국과 일본에서 해괴하게도 소동이 일어나는 것은 집단적인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박장애란, 어떤 특정현상을 접하는 경우 뇌의 전두엽에 갑자기 이상이 생겨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 공급량이 축소되는 것에 따라 심한 불안과 심리적 혼란을 느끼게 되는 정신질환이다. 세계 각국에서 쏘아올리는 인공위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으면서, 유독 북이 쏘아올리는 인공위성에 대해서만 심한 불안과 심리적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을 어찌 강박장애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그런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며, 자신은 정상이라고 착각하는 데, 그와 꼭 마찬가지로, 남측, 미국, 일본에서는 북의 인공위성 발사로 집단적 강박장애를 겪으면서도 자기들이 그런 정신질환을 집단적으로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북강박장애는 그래서 더 고질적이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가 발표되자, 남측과 미국과 일본에서 일어난 집단적 강박장애를 분석해보면, 북이 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는지 알지 못해서 생긴 것임을 알 수 있다. 대북강박장애에 걸린 남측, 미국, 일본의 정신질환자들은 북이 왜 갑자기 연말에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려는지 알지 못한다. 예컨대, 2012년 12월 2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명박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의 인공위성 발사예정 소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연합뉴스> 취재기자에게 “견적이 잘 안 나온다”고 실토하였다. 자기 지능으로는 북이 위성을 발사하려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북이 위성을 발사하면 미국이 북미대화에 나서기 더 어려워지게 될 것이고, 중국도 북의 위성발사를 반기지 않을 것이고, 북이 남측 대선을 앞두고 위성을 발사해야 할 “실리적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합리적 행위자 가설에 기초해서 볼 때 별로 설명이 되지 않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을 정상국가가 아니라고 보는 허위정보가 뇌의 전두엽에 깊숙이 주입되었으므로, 북의 정상적인 인공위성 발사예정 소식을 듣고서 강박장애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남측에서는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가 미사일을 만들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위성운반로켓 나로호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에서는 국방위원회 산하 미사일연구소가 미사일을 만들고,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위성운반로켓 은하호를 만든다. 그러므로 만일 북측 국방위원회 산하 미사일연구소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를 자행발사대(8축 16륜 미사일발사차량)에 실어 함경북도 어느 산악지대에서 갑자기 태평양 쪽으로 발사한다면, 미국과 일본이 소스라치게 놀라 북에게 ‘미사일 위협’을 중단하라고 비명을 지를 수 있지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위성운반로켓을 미리 공식 발표하고 나서 규정에 맞게 쏘는 것을 두고 무슨 트집을 잡는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례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4월 19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장문의 담화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담화에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우리에게는 우주개발기구들을 최첨단의 요구에 맞게 확대강화하고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실용위성들을 계속 쏴올리는 것을 포함한 종합적인 국가우주개발계획이 있다”고 밝히고, “첨단과학기술발전을 위하여 총돌진하는 주체조선의 장엄한 기상은 우주정복을 위한 투쟁에서도 남김없이 과시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 인용문을 읽어보면, 지금 북에는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이외에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우주개발기구들이 있으며, 그런 우주개발기구들이 종합적인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위성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측 당국의 추산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3월 3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서해위성발사장을 건설하는 데 8억5,000만 달러를 지출하였을 것이라 하였는데, 북의 우주개발기구들이 그처럼 막대한 경비를 들여 서해위성발사장을 건설해놓고 만일 위성을 발사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아닐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의 자책감과 책임감

북의 우주개발사업과 인공위성발사는 다른 나라에서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발전과 인민경제향상을 위한 필수적 과업이며, 특히 북에서는 경제강국으로 올라서서 강성국가 건설을 실현하기 위해 생전에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유훈이다. 그래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이번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의 첫 문장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고 우리 나라에서는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된다”고 시작되었던 것이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지난 4월 위성궤도진입에 실패한 것은 위성발사에 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것이다. 북에서 어느 집단,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다 그러하지만,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무조건 관철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였으니 그 위원회로서는 위성궤도진입 실패에 대한 자책감과 더 분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지난 4월에 쏘아올린 위성이 궤도진입에 실패한 직후 그 실패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실패원인을 신속히 규명할 수 있었다. 2012년 4월 19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장문의 담화에 따르면,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은 이미 <광명성-3>호가 궤도에 오르지 못한 원인에 대하여 구체적이며 과학적인 해명을 끝낸 상태에 있다”고 밝히고, “이번 기회에 터득한 모든 과학기술적 자료들과 소중한 경험은 앞으로의 우주개발에 더없이 귀중한 밑천으로, 더 큰 성공의 믿음직한 담보로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보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위성운반로켓 은하-3에 실어 발사하겠다고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지난 4월에 발사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와 똑같은 지구관측위성을 이번에 다시 발사한다는 뜻이고, 지난 4월에 발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 3호와 똑같은 위성운반로켓을 이번에 다시 발사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똑같은 지구관측위성과 위성운반로켓을 여러 개 만들어놓고 그것을 몇 번에 나누어 계속 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은하 3호가 한 기가 아니라 두 기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2년 4월 16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은하 3호는 쌍둥이 위성운반로켓이었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교토통신> 2012년 4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2012년 3월 23일께 위성운반로켓 두 기를 열차로 서해위성발사장에 옮겨놓은 것을 미국 정찰위성이 확인하였고, 그 가운데 한 기를 4월 13일에 발사한 것이라고 하였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그처럼 똑같은 지구관측위성과 위성운반로켓을 여러 기 만들어놓고서도 그것을 발사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직무유기가 아닐까.

북은 이미 지난 11월 15일에 위성발사계획을 국제사회에 알려주었다. 2012년 11월 15일 유엔총회에서 북측 대표는 연설을 통해 “우리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결의보다 훨씬 더 우위를 차지하는 보편적인 국제법들에 의하여 공인된 자주적인 우주리용권리를 계속 행사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국가우주개발계획에 따라 우주개발기관을 확대강화하고 정지위성을 포함하여 나라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각종 실용위성들을 계속 쏴올릴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던 것이다.

그들은 성능결함을 언제 퇴치하였을까?

<연합뉴스> 2012년 1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지난 4월 위성궤도 진입에 실패한 이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여러 차례 위성운반로켓의 엔진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분사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하며, 미국 상업위성들이 그런 엔진분사시험을 포착할 정도로 빈번히 실시하였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지난 4월에 실패한 원인을 규명하고 결함을 퇴치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였을 것이므로, 위성운반로켓의 엔진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분사시험을 수없이 실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 상업위성들도 포착할 정도로 빈번히 실시하였으니,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해위성발사장을 감시해온 미국 정찰위성이 시시각각으로 포착하였을 게 뻔하다. 이런 정황을 보면, 미국이 그 동안 관련된 정보사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북의 위성발사 준비동향에 관한 아주 구체적인 정보를 이미 오래 전에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위성운반로켓의 엔진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분사시험을 여러 차례 실시하여 결함을 퇴치한 시점은 언제였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제대로 관철하지 못한 자책감과 더 분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고 분투하였던 그들이 지난 4월부터 7개월이나 지난 11월 말까지도 결함퇴치를 완료하지 못하였을 리는 만무하다. 보나마나 그들은 짧은 기간에 성능결함을 퇴치하였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짧은 기간에 완료하였을까? 정보부족으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리 길어야 3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위성궤도진입 실패원인을 규명하고 성능결함을 퇴치하기 위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7월 말쯤에는 모든 작업을 완료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북은 적어도 지난 8월 중에 올해 두 번째 위성을 발사할 기술적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지난 8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어느 때라도 20일 뒤에 위성을 발사할 모든 기술적 준비를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이 굴욕외교로 감수한 제2차 대북밀사파견

2012년 11월 29일 <동아일보>는 단독보도를 통해 미국이 2012년 8월 17일 대북밀사를 평양에 파견하였다는 놀라운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 보도기사는 언론보도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교 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가지고 작성된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미국의 대북밀사를 태운 특별항공기가 북상한 항로는 서태평양의 미국 영토인 괌(Guam)에서 이륙하여 동중국해와 서해 항로를 거쳐 평양에 들어가는 직항로였다. 이것은 2012년 4월 7일에 있었던 제1차 대북밀사파견 때의 항로와 같았다.

제1차 대북밀사파견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난 5월 18일에도 그러했는데, 제2차 대북밀사파견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난 11월 29일에도 미국과 남측의 수구언론들과 엉터리 전문가들은 대북밀사파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 어물어물 넘기고 말았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밀사파견은 어물어물 넘겨버릴 만한 간단한 사건이 전혀 아니다. 말하자면, 미국이 특사를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북에 보내지 못하고, 밀사를 쉬쉬하면서 남몰래 파견한 것부터가 미국에게는 견디기 힘든 굴욕외교였다. 그것도 밀사를 한 차례만 북에 보낸 게 아니라, 불과 4개월 간격으로 연속해서 두 차례나 파견하였으니, ‘초강대국’을 자처하며 국제사회에서 떵떵거리던 미국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이 적국에 밀사를 연속해서 두 차례나 파견한 것은, 1948년 이후 북미관계 64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놀라운 사변일 뿐 아니라, 미국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최대 굴욕외교이며, 세계 정치사에 특기할 만한 이변이다.

미국의 두 차례 대북밀사파견을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그것은 북의 압도적인 힘이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강제한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미국은 절대로 적국에 밀사를 두 차례나 파견하지 않았을 것이다. 적대성을 띈 두 나라 관계에서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밀사파견은, 밀사를 파견할 수밖에 없는 나라의 패배로 적대관계가 끝나고 있음을 예고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이 대북밀사를 두 차례나 파견한 것도 세계 정치계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지만, 미국이 자기들에게 굴욕적인 밀사파견을 서두를 만큼 북이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강제한 것은 그 보다 더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는 미국이 북침위협과 경제제재로 북을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따위의 오랜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국제사회에, 북이 미국에게 정치적 굴복을 강제하고 있다는 정반대의 진실이 알려지는 경우, 국제사회의 그릇된 고정관념을 깨뜨릴 충격파장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원래 밀사파견은 제3자에게 알려줄 수 없는 중대하고 긴급한 국가안보현안이 제기되었을 때, 제3자의 눈을 피해 은밀히 추진하는 비상하고 긴급한 외교행동이다. 따라서 밀사를 파견한 쪽이나, 밀사를 받은 쪽이나 밀사파견을 제3자에게 알리지 않고, 밀사파견 자체를 비밀로 묻어둔다. 그러므로 미국의 대북밀사파견에 관련하여 외부에 알려진 정보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밀사파견을 전후로 하여 북미관계에서 일어난 움직임을 포착하면, 미국이 왜 밀사를 그처럼 급하게 북에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북이 미국의 대북밀사파견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미국이 2012년 4월 7일에 대북밀사를 평양에 파견할 수밖에 없었던 중대하고 긴급한 안보현안은, 미국 정찰위성이 4월 초에 길이가 40m로 보이는 수직갱 보관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착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위성자료에서 보고 놀란 그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12년 2월 25일 북측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성명에서 “그 누구에게도 없는 최첨단 타격장비가 (북에) 있다”고 하면서, “대양 건너 먼 거리에 미국 본토가 있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큰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한 말에서 암시하였던 바로 그 타격수단이다. 실제로 길이가 40m나 되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현재 전 세계에서 북밖에 없다.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성대하게 진행된 태양절 열병식에서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3호 6기가 등장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였는데, 만일 길이가 40m나 되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그 열병식에 등장하였다면 그것이 북미관계에 주는 충격파장이 어떠했겠는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실제로 북은 태양절 열병식에 화성 13호만 등장시키고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등장시키지 않았는데, 4월 7일에 있었던 대북밀사파견의 영향으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개를 자제하였는지 아니면 어떤 다른 사연이 있어서 자제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제1차 대북특사파견과 북의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2012년 5월 2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심층분석 - 미국 대통령 특사 방북’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러면, 미국이 지난 8월 17일 두 번째로 파견한 대북밀사는 누구였을까? 2012년 10월 9일 북측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중앙정보국의 중진 정책작성자들”이 “최근 우리와 공식 및 비공식 석상에서” 만났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동아일보>는 2012년 11월 29일 보도기사에서, 제2차 대북밀사로 파견된 사람이 대니얼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시드니 사일러 북코리아 담당관이었을 것으로 보았다. 대니얼 러셀(Daniel R. Russell)의 공식직함은 아시아담당 대통령 특별비서관(Special Assistant to the President and Senior Director for Asia)이다. 백악관에서 대통령 특별비서관이라는 직책은 모두 19개나 되는데, 그들은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막후에서 일한다. 그들의 상관은 흔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라 부르는 국가안보담당 대통령 보좌관(Assistant to the President for National Security Affairs) 토머스 도닐론(Thomas E. Donilon)이다. 대니얼 러셀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정치부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북과 제네바 기본합의를 채택하는 북미회담에 참가한 경력이 있으며, 2009년 1월까지 미국 국무부 일본담당 책임자로 있다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아시아담당 대통령 특별비서관으로 들어갔다.

시드니 사일러(Sydney A. Seiler)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근 30년 동안 코리아 담당요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백악관 국가정보국장실 북코리아 담당 부담당관을 거쳐 지금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코리아 담당관으로 있다. 2012년 5월 23일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제1차 대북밀사는 백악관 국가정보국장실 산하 반확산센터 국장인 조셉 디트라니(Joseph R. DeTrani)와 시드니 사일러였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시드니 사일러는 제1차 대북밀사와 제2차 대북밀사로 모두 파견된 셈이다. 시드니 사일러가 대북밀사로 두 차례나 평양에 나타난 까닭은, 그가 한반도 정보에 정통할 뿐 아니라 우리말을 구사할 줄 아는 유일한 백악관 실무관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백악관 국가정보국장실 산하 반확산센터 국장을 대북밀사로 파견하였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8월 17일에는 대북밀사를 아시아담당 대통령 특별비서관으로 교체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담당 대통령 특별비서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안보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작성하여 제출하는 북미관계 변화동향 보고서를 읽어보고 상황을 판단하는데, 그 보고서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작성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담당 대통령 특별비서관이 작성한 것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검토하여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미관계에 대한 대니얼 러셀의 인식과 판단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북정책에 사실상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할 수 있다.

북미비밀협상은 어떤 현안을 의제로 다루었을까

제1차 대북밀사는 평양에 도착한 당일 늦게 평양을 떠났지만, 제2차 대북밀사는 무려 3박4일 동안이나 평양에 머문 뒤 8월 20일에 평양을 떠났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북정책에 사실상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리가 평양에 밀사로 파견되어 3박4일 동안 머무른 것은, 제1차 대북밀사파견과 달리 제2차 대북밀사파견에서 북미비밀협상이 진행되었음을 말해준다.

2012년 8월 17일부터 3박4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비밀협상에 어떤 현안이 의제로 올랐을까? 비밀협상 자체가 외부에 공식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의제를 알 길은 없지만, 2012년 10월 9일 북측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서 비밀협상의제에 관한 한 가지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 성명은 “최근 우리와 공식 및 비공식석상에서 만난 바 있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중앙정보국의 중진 정책작성자들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없다고 하였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북미비밀협상에서 대북적대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의사를 북에 전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원래 정치협상이란 어떤 조건을 상대에게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양보를 받아내는 외교행동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미비밀협상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북에 전하였다면, 북에게 어떤 양보를 요구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북이 올해 두 번째 위성을 발사할 기술적 준비를 끝내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던 바로 그 시기에 미국이 굴욕외교를 감수하면서까지 대북밀사를 평양에 파견하여 북에게 요구할 만한 다급한 현안이 있었다면, 그것은 제발 위성을 발사하지 말아달라는 간청이 담긴 요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요구 이외에 미국이 굴욕외교를 감수하면서 대북밀사를 파견할 이유는 없었을 터다.

지난 8월 미국은 대통령 선거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던 민감한 시기였다. 공화당은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그리고 민주당은 9월 3일부터 6일까지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각기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중대한 정치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만일 북이 그런 전당대회 직전에 위성을 발사한다면, 그것이 미국 정계에 주는 엄청난 파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을 것인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이처럼 북의 위성발사 일정과 미국의 전당대회 일정이 묘하게 서로 맞물린 시기에, 오바마의 재선을 노리고 있었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굴욕외교를 감수하면서 두 번째로 대북밀사를 파견하여 황급히 북미비밀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의 위성발사 준비를 중지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은 북은 무엇을 미국에게 요구하였을까?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라는 대북전쟁연습 일정을 발표한 날은 2012년 7월 23일이었는데, 8월 17일 평양에서 진행된 북미비밀협상에서 북은 당연히 ‘을지 프리덤 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지 말라고 요구하였을 것이다. 그 요구를 받은 대북밀사들은 워싱턴에 돌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그 요구를 전하고 판단과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답변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일정을 공식 발표한 대북전쟁연습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은 대북밀사들에게는 없고, 오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핵절벽’으로 떠민 북미비밀협상의 결렬

대북밀사들이 북미비밀협상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2012년 8월 20일 미국 군부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을 끝내 감행하였다.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그 대북전쟁연습은 8월 31일까지 지속되었으며, 특히 올해는 북을 선제공격하는 북침연습을 아예 노골적으로 벌여놓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밀명을 받고 평양에 나타난 밀사들이 대북적대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으니 위성을 발사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의사를 전하는가 싶더니, 비밀협상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북선제공격을 상정한 대규모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니, 그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거짓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으며, 누가 격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12년 10월 9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에서 “최근 우리와 공식 및 비공식 석상에서 만난 바 있는 미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중앙정보국의 중진 정책작성자들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보낸 미국의 그 모든 메쎄지가 거짓이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날을 따라 더욱 명백해지고 있는 이상 세기를 두고 우리 인민에게 헤아릴 수 없는 한을 남긴 불구대천의 백년숙적을 청산하기 위한 반미대결전을 한시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불변의 립장”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보다 앞서 미국이 ‘을지 프리덤 가디언’ 대북전쟁연습을 끝낸 2012년 8월 31일 북측 외무성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은 조선반도 핵문제 해결의 기본장애’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장문의 비망록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최근 미 행정부가 우리에 대하여 적대의도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실지행동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가를 밝히기 위하여 이 비망록을 발표한다”고 하면서, “현실은 미국의 현 행정부 당국자들이 말로는 <적대의도가 없다.>고 하지만 그것이 실지 실천행동과는 어떤 천지 차이가 있는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북측 외무성은 비망록에서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리 공화국에 대하여 <적대의도가 없다.>는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말과는 달리 미국의 대조선 행동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적대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규정하고, “조성된 정세는 우리 공화국으로 하여금 어떻게 하나 조선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억제하며 만일 전쟁이 끝내 강요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국통일대전에로 이어갈 준비를 더욱 철저히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동기이며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북이 핵정책과 대미정책을 변경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이에 관해서는 2012년 11월 1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미국을 핵절벽으로 떠민 북의 새로운 핵정책’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대북비밀협상에서 대북적대정책이 없다고 말한 것을 스스로 부정하며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고 있었던 2012년 8월 27일 <로동신문>은 ‘정론 - 최후의 결전에서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를 발표하고, 조국통일전쟁을 불가피한 현실로 보도하였다. 정론은 “만일 적들의 용납 못할 추태의 후과로 이 땅에서 또 다시 바라지 않는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때에는 하루밤 자고 나면 서울이 점령되였다는 소식, 두 밤 자고 나면 제주도에 공화국 기발이 꽂혔다는 소식, 미국이라는 땅덩어리가 지옥으로 변하였다는 소식이 우주를 날 것이다. 이제 세계가 보게 될 통일대전의 총화는 남해의 물에 더운 땀을 식힌 우리 병사들의 열병식 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튿날인 2012년 8월 2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동부전선의 인민군 제313대련합부대 지휘부와 관하 구분대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날 동부전선의 적정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고 대련합부대 공격작전계획을 검토”하였고, “동부전선을 지키고 있는 대련합부대의 작전계획을 보니 최고사령부의 전략적 기도에 맞게 당장이라고 싸움에 진입할 수 있도록 원만히 세워졌다고 말씀하시였”으며, “대련합부대의 지휘성원들은 신심과 용맹에 넘쳐 최후 돌격명령을 내려주실 것을 최고사령관 동지께 절절히 아뢰이였다”고 보도하였다.

또한 같은 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동부전선의 인민군 제318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지휘관들에게 부대 안의 장병들이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최고사령관의 최후 공격명령을 기다리라고 지시하시였”으며, “떠나시는 걸음을 멈추시고 군부대 지휘관들의 손을 억세게 잡아주신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조국통일대전의 날이 멀지 않았다고, 싸움준비에 계속 큰 힘을 넣으라고 당부하시였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실제로는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으면서, 자기들의 재집권을 위해 북에게 위성을 발사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어설픈 비밀협상을 추진하였다가 결렬된 것 때문에, 미국은 더 큰 화를 입게 되었다.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가 위성발사 일정을 발표한 게 아니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8.25 경축연설을 통해 조국통일대전을 선언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말과 행동이 다르고, 겉과 속이 다른 대북비밀협상을 벌여놓았다가 결렬된 것은 그들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다른 실책은 어떻게 만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실책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돌아설 수 없는 ‘핵절벽’으로 떠밀어버리고 만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조국통일대전 결심은 확고하고, 인민군의 전면전 공격준비태세는 완료되었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말할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미국 대선 전에 위성을 발사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미국 대선이 끝난 때로부터 한참 지난 12월 하순에 위성을 발사하도록 지시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 재선을 염두에 둔 어떤 ‘배려’가 아니라, 12월 17일에 맞게 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1주기를 앞두고 유훈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수정,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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