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

종착점에 다가선 핵대결, 굴복의사 드러내 보인 미국

[한호석의 개벽예감] (272)
자주시보 2017년 10월 3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
2. 매우 다급해진 미국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 
3.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
4.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멈춰 서겠는가 


1.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

산천이 가을빛으로 짙게 물든 지금, 현실은 중대하고 심각한 물음 앞에 마주서 있다.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조미핵대결, 전 세계가 긴장된 시선으로 지켜보는 조미핵대결은 어떻게 끝나가고 있는가? 
조미핵대결이 전개되는 오늘의 현실을 분석하면, 2017년 10월 중순 이후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는 놀라운 장면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서술하려는 목격장면은 2017년 10월 한 달 동안 조미관계 속에 나타났으나, 사람들이 예사로운 일로 여겨 그냥 넘어간 일련의 상황변화다.  

그 상황변화들 가운데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가운데 어느덧 10월이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조선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북태평양으로 발사한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조선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10월 중 어느 날 반드시 쏠 것으로 예견하고, 조미핵대결 전개상황을 주시해온 세계 각국의 군사전문가들과 정치분석가들은 조선이 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는지 의아하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조선이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중지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2형이 발사되기 직전 수직으로 세워진 모습이다. 미사일 동체에 적혀있는 일련번호가 뚜렷이 보이는데, 이것은 화성-12형이 계렬생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그 날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조선이 한 달 반이 지나도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가 중지되었음을 말해주는 징표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숨통을 조여 온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왜 중지되었을까? 조선이 미국에 대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는 경우는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조선의 초강경하고, 연발적인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미국이 국제사회에는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오직 조선에게만 조용히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경우다. 조선은 미국이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일 때, 바로 그럴 때만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해줄 수 있다.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다는 말은,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진 미국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대화하고 싶다고 제의하는 다급한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의 허세를 실세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에게 ‘최대 압박’을 가하면서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밝힐 때까지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여왔는데, 그처럼 ‘강대한 미국’이 ‘약소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하면서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나 우리가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때, 무지와 편견, 오해와 착각이 만들어낸 조미관계의 허상은 곧바로 깨져버리게 되나니, 그 허상이 깨져나간 공간에서 아래와 같은 새로운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 미치광이처럼 반발하며 발광전략에 허둥지둥 매달렸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의 태도는 2017년 10월 10일 이후 이상하리만치 바뀌었다.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단에서 조선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극악한 전쟁폭언을 토해놓아 전 세계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던 그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꾸었다. 조미관계를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언론매체에 귀띔해준 사람은 그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외교수장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이다. 2017년 10월 15일 틸러슨 국무장관이 <CNN>과 진행한 대담에 시선이 쏠린다. 의미맥락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영어원문을 함께 인용한다. 

“대통령은 북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고 한다(The president is trying to motivate action on North Korea). 그는 전쟁을 추구하려는 게 아니다(He is not seeking to go to war). 또한 대통령은 이것(조미핵대결을 뜻함-옮긴이)이 외교적으로 해결되기 바란다는 점을 내게 분명히 하였다(The president has also made clear to me that he wants this solved diplomatically). 그런 외교노력들은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Those diplomatic efforts will continue until the first bomb drops).”

오해와 편견에 빠져 정세를 언제나 거꾸로 읽는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이 인용문의 전체적인 의미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맨 마지막 문장만 부각시키면서, 외교노력이 실패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잘못 해석하였다.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한 외교노력을 첫 폭탄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하겠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은 외교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옳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017년 10월 1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과 대담하는 장면이다. 그 대담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조선에 대한 행동이라는 말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뜻한다.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와 그에 따른 외교적 선택방안이 논의되었으므로, 그 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관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날로부터 닷새 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더 중요한 문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힌 바로 그 대목이다. 그가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한다면, 그건 어떤 행동인가? 위의 인용문에 나온 틸러슨 국무장관의 말을 빌리면, 그 행동은 “외교노력(diplomatic efforts)”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파악하면,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로부터 한반도 철군문제를 보고받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에서 자세히 논하였다. 

2017년 10월 1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와 그에 따른 외교적 선택방안이 논의되었으므로, 그 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관계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날로부터 닷새 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행동을 시작하려 한다는 말이 튀어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말해준 것이었다. 지난 9월 19일 유엔총회 연단에서 조선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극악한 전쟁폭언을 토해냈던 미치광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10일 이후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게 된 전향적인 태도변화, 이것이야말로 조미핵대결이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CNN> 대담에서 위와 같은 징표에 대해 언급하기 이틀 전인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그럴 만하다면, 나는 협상으로 향하게 될 것(I would be open to negotiations if plausible)”이라고 답변하였다.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1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계기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선과 협상하려는 외교노력을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매우 다급해진 미국,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 

하지만 극도로 과열되었고, 그래서 매우 위태로워진 핵대결국면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틸러슨 국무장관이 꺼내놓은 몇 마디 말에 이끌려 협상국면으로 왈칵 전환될 수는 없다. 거기에는 당연히 외교절차가 필요하다. 핵대결국면을 협상국면으로 전환시킬 외교절차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미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급 대화가 그런 외교절차로 될 수 있다. 

2017년 10월 23일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은 러시아 쌍끄뜨 뻬쩨르부르크 대학에서 진행된 비공개 연설에서 “조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조미대화라는 것은 회담이나 협상이 아니라 상호연락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과 미국이 언론의 눈길을 피해 서로 연락하였다는 말이다. 조선과 미국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한 쪽이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고 다른 쪽이 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행정부도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집해왔다. 그런 미국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은 미국이 조건을 달지 않고 대화를 제의해올 때, 다시 말해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일 때, 그 제의를 받아주겠다고 응수하였다. 이처럼 상충되는 입장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는 어떤 형태의 대화도 진행될 수 없었고, 어느 한 쪽이 자기 주장을 내려놓고 뒤로 물러서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급기야 트럼프 행정부가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실무급 대화를 조선에게 제의하였다. 위에서 인용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CNN> 대담에서 언급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노력이라는 것은 조건 없는 대화를 조선에게 제의한 행동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종래의 고집스런 태도를 버리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였다는 사실이다.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고 다급하게 제의한 것이야말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행동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화성 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 연속발사, 괌포위사격계획 발표, 태평양에서의 수소탄기폭시험 예고발언 등으로 차츰 증강되어온 조선의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얻어맞으며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 아슬아슬하게 떠밀린 트럼프 행정부는 너무 다급한 나머지 제국의 체면은 접어두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기 위한 협상을 준비할 실무급 대화부터 조건 없이 시작하자고 먼저 조선에게 제의하였다.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지푸라기를 움켜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그런 대화제의를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 없이 실무급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의를 조선에 보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꼴이 드러날까 걱정하였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숨겼다. 그런 까닭에 최선희 국장이 비공개 연설에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었던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이 2017년 10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 국제비확산회의'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그는 러시아 쌍끄뜨 뻬쩨르부르크 대학에서 진행된 비공개 연설에서 "조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밝혔다. 조선이 핵포기 의사를 표명하기 전에는 조선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종래의 고집스런 태도를 버리고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였다. 조미핵대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조선과 무조건 협상하고 싶다고 다급하게 제의한 것이야말로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행동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조건 없이 실무급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의를 조선에 보냈다는 사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 조선에게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꼴이 드러날까봐 걱정하였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숨겼다. 그런 까닭에 최선희 국장이 비공개 연설에서 처음으로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려주었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일본 텔레비전방송 <TBS> 2017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미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급 대화는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과 조섭 윤 미국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17년 10월 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다고 한다. 최선희 국장이 10일 동안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월 26일 모스크바를 떠났으므로, 조미 실무급 대화는 10월 27일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자고 조선에 제의하였고, 조선은 그 제의를 받아들였음을 말해준다. 조미 실무급 대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순방일정이 순차적으로 물려있었음을 주시하면서, 2017년 10월 25일에 방영된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즈니스 넷웍(Fox Business Network)>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며칠 뒤에 있게 될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지칭함-옮긴이)가 나를 데리고 가는 베이징과 다른 곳들을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거기서 이틀 머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또한 일본과 한국에도 갈 것이다. 그리고 바라건대 그것은 역사적이고 긍정적으로 될 거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북조선문제를 해결해야 한다(And it will be, I think -- hopefully it's historic and positive and we have to solve the North Korea problem). 그것은 매우 큰 문제다. 그 문제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어야 했다. 그 문제는 내가 백악관에 들어가기 훨씬 전에, 해결하기 쉬웠을 때 해결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문제가 내게 주어졌으니, 나는 그것을 해결한다. 나는 문제들을 해결한다(But it was given to me and I get it solved. I solve problems).” 


3. 대통령 특사나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을 ‘북조선문제(North Korea problem)를 해결할 역사적이고 긍정적인 기회’라고 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해결하지 못했으나 자기는 ‘북조선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가 말한 ‘북조선문제’라는 것은 미국에 대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뜻하는 것이므로, 그는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과장된 표현을 쓰는 말버릇이 있으므로,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말할 때도 과장법을 쓴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말을 그냥 무시해버릴 수는 없다. 그의 말에 덮여있는 과대포장을 벗겨내면, 아래와 같은 실상이 드러난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전에 먼저 조선과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도록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지시하였다. 그래서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였고, 조선도 그 제안을 받아들여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0월 25일 미국 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 <팍스 비지니스 넷웍>에 출연하여 대담하는 장면이다. 대담에서 그는 앞으로 며칠 뒤에 있게 될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에 대해 언급하였다. 대담에서 그는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하면서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해결하지 못한 '북조선문제'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였다. 그런데 그의 호언장담을 과장된 표현으로만 볼 수 없는 정황이 조성되었다. 그가 대통령 특사 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기대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하지 못했으나 자기는 미국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게 하겠노라고 말한 것은,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실무급 대화에서 조미협상의 진행방식 및 의제를 제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우리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전적으로 준비되어 있다”고 답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협상방식과 협상의제는 무엇일까?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 실무급 대화에서 조선에게 제의하려고 하였던 협상방식과 협상의제가 무엇인지 시사해주는 정보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보도기사는 조섭 윤 국무부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미국 연방의회 보좌관이 전해준 말을 인용하여 작성된 것이다. 그 보도기사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첫째,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연방의회 보좌관은 “그 외교관(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지칭함-옮긴이)은 어떤 종류의 대화라도 재개하려는 매우 절실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The diplomat is searching for a "hail Mary" attempt to restart any sort of talks)”고 지적하였다. 이건 무슨 뜻인가? 지난 10월 1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에게 조건 없는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였고, 조선은 그 제의를 받아들여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조선이 그 대화를 갑자기 취소하는 바람에 매우 다급해진 미국 국무부가 어떤 종류의 대화라도 재개하려고 안달복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렵사리 마련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조선이 전격적으로 취소해버린 사연에 대해서는 아래서 논한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00년 10월 2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시 평양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을 백화원 국빈관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뒤쪽에 조명록 차수의 모습이 보인다. 올브라이트의 평양방문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나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기간 중 유세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조미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면서 조미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둘째,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익명의 연방의회 보좌관은 조선과 대화하려는 미국의 절실한 시도들에는 “아마도 고위급 특사 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파견하는 것도 포함된다(including a high-level envoy or dispatching Secretary of State Rex Tillerson)”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7년 10월 27일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에서 미국은 고위급 특사 또는 틸러슨 국무장관을 평양에 파견하는 문제를 제의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 대통령 특사 또는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 가는 목적은 하나뿐이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의 조선방문을 준비하는 사전협의를 진행하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조미정상회담을 추진하였던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00년 10월 23일 매들린 올브라이트(Madeleine J. K. Albright) 당시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내 자신의 조선방문을 준비하게 하였던 사실을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지금으로부터 46년 전, 미중정상회담을 추진하였던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71년 7월 9일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베이징에 보내 자신의 중국방문을 준비하게 하였던 사실도 기억할 수 있다. 


4. 종착점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멈춰 서겠는가

백악관이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하였다. 조선이 오슬로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된 조미 실무급 대화를 갑자기 취소해버린 것이다. 일본 텔레비전방송 <TBS> 2017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한 것을 이유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훈련은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과 구축함이 2017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동해와 서해를 오가면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감행한 것을 뜻한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전쟁연습을 마치고 10월 21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들어갔다가 10월 26일 부산을 떠나 한반도작전구역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조선과 합의하였으면서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전쟁연습을 감행하였으니, 조선이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선은 조미 실무급 대화를 취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조선전쟁연습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었고, 대화제의의 속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린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10월에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출동시켜 대조선전쟁연습을 또 다시 감행한 것은 그들이 조선에게 실무급 대화를 제의하기 훨씬 전부터 계획되고 준비되어온 것이지만, 조선과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였으면 그 계획을 취소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비록 규모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전쟁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전쟁연습과 대화를 병행하는 어리석고, 모순되는 짓을 저질렀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이 2017년 10월 18일 스테덤 구축함, 한국 해군 군함들과 함께 동해에서 대조선전쟁연습을 벌이는 장면이다. 사진에서 항공모함 오른쪽에 보이는 큰 군함이 스테덤 구축함이고, 그 뒤를 따르는 조그만 군함들은 한국 해군 군함들이다. 미국은 2017년 10월 27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기로 조선과 합의하였으면서도,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한반도작전구역으로 출동시켜 전쟁연습을 감행하였다. 조선은 미국의 그런 이중적인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렸다. 그렇게 되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되었고, 조미 실무급 대화가 언제 다시 일정에 오를 것인지 예견하기 힘들게 되었다. 대화전망이 불투명해졌으니,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였던 일시적인 조치를 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할 가능성도 보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017년 10월 24일 헤더 노엇(Heather A. Nauert)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이미 여러 번 밝힌 대로 미국은 북조선과 협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하면서, “그런데 북조선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출동시킨 전쟁연습이 진행되는 통에 조미 실무급 대화가 취소된 사정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자신의 동북아시아 순방 직전에 조미 실무급 대화를 진행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다. 상황을 오판한 그는 자기에게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내쳐버린 것이다.  

어렵사리 마련되었던 조미 실무급 대화가 무산되었으니, 그 대화가 언제 다시 일정에 오를지 예견하기 힘들다. 대화전망이 불투명해졌으니, 조선이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중지하였던 일시적인 조치를 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다시 발사할 가능성도 보인다. 
“미국과 북조선의 외교노력들은 평양이 대화를 회피하는 바람에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25일 보도기사는, 조선이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당황망조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최근 조섭 윤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펼친 외교노력들은 미국의 국가안보파탄을 막아줄 “마지막 버팀대들(last legs)”인데, 조선은 조미 실무급 대화를 일방적으로 취소하여 그 마지막 버팀대마저 부러뜨린 것이다. 마지막 버팀대가 부러졌으니, 벼랑으로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국가안보파탄이라는 불덩이가 타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2017년 10월 19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가안보문제토론회에서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시기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가 때를 놓친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15일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거의 다달은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조선이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해안의 중간쯤 되는 북태평양 상공으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날,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는 조선이 사상 최대 폭발력을 가진 수소탄을 북태평양에서 기폭시키는 날,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화성-12형을 응시하는 장면이다. 화성-12형은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낙탄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날 북태평양으로 날아간 화성-12형을 보면서,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것만큼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미국이 조선에게 굴복하든지 또는 굴복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뜻이다.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선이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그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으로 국가안보가 파탄되자 결국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미국에게 기사회생의 출로는 오로지 철군밖에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은 2017년 10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비확산회의’에서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인 조선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면 출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미국이 핵보유국인 조선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을 선택하든지 또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든지 상관없이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하는 종착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견된다.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종착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조선이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그 발걸음을 가로막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 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전국가적인 모든 힘을 다하여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이 조선의 핵포기를 유도할 시간이 촉박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미국에게 시간이 촉박한 것이 아니라, 미국은 2000년 10월 조선과 공동코뮈니께를 발표해놓고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미 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는 동안 조선은 국가핵무력건설에 힘을 집중해오면서 미국과 핵대결을 벌여왔으므로, 오늘 미국은 전략적 패배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조선과 격돌하는 핵대결정세를 끝없이 오판하며, 실효도 없는 경제제재에나 매달려 어물어물하다가 국가안보가 파탄되자 결국 굴복의사를 드러내 보인 미국, 그런 미국에게 기사회생의 출로는 오로지 철군밖에 없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7/10/24

패배를 은폐하는 트럼프의 정치촌극, 언제 끝날까?

[한호석의 개벽예감]
자주시보 2017년 10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조선의 화성-14형 발사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비밀보고서
2. 패배를 은폐하는 백악관에게 ‘극약처방’ 준비한 조선
3. 핵무력 완성 이후 조선이 내건 새로운 목표

1. 조선의 화성-14형 발사와 매티스 국방장관의 비밀보고서

2017년 7월 4일 평양시간으로 오전 9시, 조선의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굉음과 화염과 후폭풍을 내뿜으며 창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3년 동안 미국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고, 64년 동안 위태로운 정전상태에서 미국과 대치해왔으며,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해 최후결전을 각오하고 결전준비를 다그쳐온 미국의 최대 적국이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열핵탄두가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것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은 장장 25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조미핵대결을 종식시켜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대격변의 분기점으로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발사일로부터 석 달 이상 지났는데도, 그 사실은 언론에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지금 최종국면에서 격렬하게 전개되는 조미핵대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이 왜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되는지 알 수 없다. 더욱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241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은 그 날 최대 적국과 맞붙은 핵대결에서 자기들이 패하고 말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 사실을 꽁꽁 감춰버렸다.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이 왜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키는 승리와 패배의 분기점으로 되었는지 세상이 아직 알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추구해온 전략적 목표는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갖지 못하게 저지하고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것이었다. 그와 정반대로, 조선이 조미핵대결에서 추구해온 전략적 목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개발함으로써 핵무력을 완성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미핵대결의 최종국면은 핵무력 완성과 비핵화라는 상극이 격돌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7년 7월 4일 평양시간으로 오전 9시, 8축16륜 발사대차에 실려 발사지점으로 이동한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수직으로 세워진 장면이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은 장장 25년 동안 지속되어오는 조미핵대결을 종식시켜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대격변의 분기점으로 되었다. 지금 최종국면에서 격렬하게 전개되는 조미핵대결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면,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이 왜 역사적인 분기점으로 되는지 알 수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상극의 격돌 중에 조선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공격력을 개발하였음을 입증하였다. 그로써 미국은 조선의 비핵화를 추구해온 자기의 전략적 목표를 상실하였고, 조선은 조선의 핵무력 완성을 추구해온 자기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것은 세계를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고 허세를 부리는 아메리카합중국이 건국 이후 241년 만에 적국과의 대결에서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하였음을 말해준다. 건국 이후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충격이 오죽 심했으면, 백악관 주인은 “조선을 전부 파괴하겠다”는 극악무도한 전쟁폭언을 토해내며 미치광이처럼 길길이 날뛰었겠는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충격을 받아 거의 돌아버릴 뻔한 도널드 트럼프(Donal J. Trump) 미국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에게 조선의 핵무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설명해줄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화성-14형 발사로 급전된 상황에서 조선과의 핵대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미국군 수뇌부가 화성-14형 시험발사에 관한 정보를 비롯하여 조선의 핵무력 전반에 관한 심층정보를 분석한 비밀보고서를 작성하기까지 약 2주 걸렸다. 그렇게 되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 있는, ‘탱크(tank)’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열렸던 것이다. 

나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http://www.jajusibo.com/serial_read.html?uid=36118)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7년 7월 2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 대해 분석, 고찰하였는데, 미국군 수뇌부가 그 회의에서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글에 서술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주에 미처 서술하지 못한 미국군 수뇌부의 조선 핵무력 관련 정보보고를 논하려고 한다.

2017년 7월 20일 미국군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가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정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말해주는 중요한 보도기사가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부에 실렸다. 아래 인용문은 그 보도기사에서 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북조선은 미사일 내부에 장착하는 소형화된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성공하였고, 그로써 어엿한 핵강국(a full-fledged nuclear power)으로 되는 길에서 중요한 문턱을 넘어섰다는 것이 미국 정보관리들이 비밀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달(2017년 7월을 뜻함-옮긴이) 국방정보국이 완성한 그 분석은 공산주의국가(조선을 뜻함-옮긴이)의 핵무기체계에서 핵탄의 총수량이 몇 발인가에 관한 공식적인 추정을 말해주는 또 다른 정보보고에 잇따라 나온 것이다. 지난달 미국은 북조선의 김정은 영도자가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가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산정하였다. (줄임) 지난달 미국 관리들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평양의 노력이 생각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고 결론하였다. (줄임)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지난 7월 28일에 작성한 요약본에 나오는 새로운 정보분석의 결론은 북조선이 ICBM급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들로 운반하는 핵무기를 생산하는 중대한 시점(critical milestone)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이 보고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밀보고서는 당연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며칠 뒤에 그 비밀보고서의 요약본(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1급 비밀이 제외된 2급 비밀문서)을 따로 만들어 국무부와 국방부의 중간급 관리들에게 열람시킨 것으로 보인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기사는 그 요약본을 열람한 어떤 익명의 관리가 <워싱턴포스트> 취재기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서술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 보도기사에는 좀 모호하고 부정확한 내용도 들어있지만, 두 가지 사실은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조선의 핵탄두가 최대 60발에 이른다고 보고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보고하였다는 사실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보고한 이 두 가지 정보는 조선이 미국의 집요한 저지공작을 파탄시키고 결국 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중앙정보국장은 2017년 10월 19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국가안보문제 토론회에서 조선이 핵무력을 거의 완성했다느니, 핵무력 완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직전이라느니, 몇 달 뒤에는 핵무력을 완성할 것이라느니 하는 주장을 늘어놓았는데, 그는 자기가 말한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그렇게 주장한 것이다. 
나는 탄도미사일에 장착되는 핵탄두와 열핵탄두를 만들고, 그와 더불어 조선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든 것을 조선의 핵무력 완성으로 본다. 이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1메가톤급 열핵탄두 기폭시험에서 각각 성공함으로써 핵무력을 완성하였다는 점은 명백하다.  

조선이 미국의 저지공작을 파탄시키고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지적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보고가 끝났을 때, 국가안보회의 분위기는 매우 침울해졌다. 지난 25년 동안 온갖 술수와 계략, 강압과 협박을 들이대면서 조선의 핵무력 개발을 저지하려고 그처럼 무던히도 애를 써왔지만 결국 실패하였으니 분위기가 어찌 침울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에 있는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 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그 회의에서 조선이 미국의 저지공작을 파탄시키고 핵무력을 완성하였다고 언급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보고가 끝났을 때, 국가안보회의 분위기는 매우 침울해졌다. 지난 25년 동안 온갖 술수와 계략, 강압과 협박을 들이대면서 조선의 핵무력 개발을 저지하려고 그처럼 무던히도 애를 써왔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으니 분위기가 어찌 침울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도직인적인 질문들을 제기하여 회의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윽고 흥분으로 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가 침울해진 회의 분위기를 깨뜨렸다. “핵탄두를 6,800발이나 가진 우리가 핵탄두를 60발밖에 갖지 못한 북조선을 왜 공격할 수 없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 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에게 던진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아마도 그런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핵전쟁이 뭔지 모르는 무식한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은 미국군 수뇌들은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아마도 이렇게 답변하였을 것이다. “조선은 핵탄두만이 아니라 열핵탄두도 갖고 있다. 만일 미국 본토 상공 300km 고도에서 1메가톤급 열핵탄두가 폭발하면,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방사되어 전국적 범위에서 전력공급망, 통신망, 교통망, 급수망, 급유망이 마비될 것이고, 미국 본토에 열핵탄두 한 발만 떨어져도 상상을 초월한 핵참화를 입게 된다. 그러니 조선에 대한 공격은 단념하는 게 좋다.” 
그런 답변을 듣고 기가 막힌 트럼프 대통령은 무식한 질문을 또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북조선이 우리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그 동안 수 백 억 달러를 들여 구축해놓은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해버리면 될 텐데, 당신들은 도대체 뭘 그렇게 염려하는 건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뭔지 모르는 무식한 대통령으로부터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받은 미국군 수뇌들은 그를 이해시키기 위해 아마도 이렇게 답변하였을 것이다. “우리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이제껏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하였다고 여러 차례 발표하였지만, 그것은 요격에 최적화되도록 짜놓은 각본에 따라 표적탄두 1발을 요격탄두 1발로 맞추는 1 대 1 요격시험에서 성공한 것인데, 그렇게 각본  대로 했는데도 요격성공률은 50% 이하에 머물렀다. 그런데 진짜탄두들과 가짜탄두들이 뒤섞여 날아오는 실전상황에서는 진짜와 가짜를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요격성공률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조선과의 전쟁은 단념하는 게 상책이다.”  


2. 패배를 은폐하는 백악관에게 ‘극약처방’ 준비한 조선

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조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패배를 인정하고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굴복의사’를 표명하지 않을까 기대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미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가 준비되고 있었던 것을 눈치 채지 못하였고, 조선도 백악관 내부의 그런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한 방 크게 얻어맞고서도 뒤로 물러설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선은 타격이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며칠 뒤 화성-14형 고각발사로 한 발 더 쏘았다. 7월 29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28일)우리나라 서북부 지대에서 발사된 ‘화성-14형’은 최대 정점고도 3724.9km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km를 47분12초 간 비행하여 공해상의 설정된 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하였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7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가 올린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과 대책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에 수표하는 장면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으로 한 방 크게 얻어맞고서도 뒤로 물러설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선은 타격이 좀 약했던 게 아닌가 생각하고 며칠 뒤 화성-14형을 한 발 더 쏘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본토를 타격할 화성-14형이 연속적으로 시험발사되어 두 방이나 연타를 얻어맞았을 때, 미국 군부는 이러다가 화성-14형이 미국 본토 가까이까지 날아오는 게 아닌가 하는 심리적 동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심리적 동요를 느낀 미국 국방부 관리들 가운데는 지난 7월 20일 매티스 국방장관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 제출한, 조선의 핵무력에 관한 비밀보고서 요약본을 열람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열람한 요약본의 일부내용을 <워싱턴포스트>에 흘려주었고, 그 내용이 지난 8월 8일 기사화되었다. 위에 서술한 대로,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 보도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이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 보도기사가 나온 지난 8월 초순까지만 해도 7월 20일에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다는 사실마저도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세상 사람들은 당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 2017년 8월 8일 <워싱턴포스트>가 문제의 기사를 보도하였을 때, 그 보도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간파한 미국의 전문가들이 입을 열었다. 미국 언론에 조선의 핵문제가 크게 부각될 때마다, 그에 관해 비교적 온당한 논조로 자기 견해를 밝히곤 하는 제프리 루이스(Jeffrey Lewis)를 손꼽을 수 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 먼트레이(Monterey)에 있는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원(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산하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쎈터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다. 그는 2017년 8월 9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른 팔러씨(Foreign Policy)>에 ‘경기는 끝나고, 북조선이 이겼다(The Game Is Over, and North Korea Has Won)’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다. 제프리 루이스가 그 글에서 직접 밝힌 것처럼, 그는 전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문제의 보도기사를 읽고 그 글을 썼다. 그는 글에서 “북조선을 외교 또는 강제력으로 비핵화하는 창문이 폐쇄되고 말았다는 점은 아주 분명하다”고 지적하였다. 조선을 비핵화하려던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으니, 미국이 패하고 조선이 승리하였다는 제프리 루이스의 논조는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조미핵대결이 끝나게 된다는 나의 ‘개벽예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고, 시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미국이 조미핵대결에서 패하였다는 사실을 은폐해보려고 이전보다 더 야비한 공갈과 겁박을 들이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전략폭격기 편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출격시켜 정세를 더욱 긴장시켰다. 이를테면, 2017년 8월 7일 괌에서 이륙한 B-1B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하여 실전연습을 벌였고,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8일부 보도기사가 나온 직후, 때마침 뉴저지주 골프장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이 “불과 분노(fire and fury)”를 맞게 될 것이라고 공갈하였으며, 8월 9일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성명을 발표하여 “조선은 정권의 종말과 인민의 파멸로 나아가는 그 어떤 행동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겁박하였다.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패한 주제에 조선을 향해 그런 공갈과 겁박을 늘어놓으며, 전략폭격기 편대를 출격시켜 조선을 위협하려 든 것은, 트럼프식 발광전략의 진면모를 드러낸 참 우스꽝스러운 행동이었다.  

그것으로도 성차지 않았는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조선정책기조를 천명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도록 조치하였다. 그리하여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공동명의로 작성된 ‘우리는 평양을 주시하고 있다(We're Holding Pyongyang to Account)’라는 제목의 이례적인 성명이 <월스트릿저널> 2017년 8월 13일부에 실렸다. 그 두 사람은 성명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이 새로운 전략적 책임 정책(a new policy of strategic accountability)으로 대체되는 중”이라고 하면서, 자기들의 새로운 대조선정책은 군사적 선택방안이 아니라 “평화로운 압박(peaceful pressure)”으로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7월에 두 차례나 실행된 화성-14형 시험발사가 모두 성공하여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고, 그로써 조선을 비핵화하려는 자기들의 전략적 목표가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북조선의 비핵화’니 ‘평화로운 압박’이니 하는 망측스러운 요설을 꺼내놓았다.    

이처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화성-14형 시험발사로 두 차례나 연타를 얻어맞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발광전략으로 맞서면서 요설을 늘어놓고 있었으니,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수준을 뛰어넘는 ‘극약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극약처방’이란 평시에 조선을 위협하고, 전시에 조선을 공격할 미국군 전략기지가 도사리고 있는 괌(Guam)의 주변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쏘아 낙탄시키는 군사작전계획을 말한다.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가 시행하는 무력시위형 성능시험이고, 화성-12형 괌포위사격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시행하는 극약처방형 군사작전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은 2017년 8월 8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화성-12형을 발사하는 괌포위사격을 단행하겠다고 밝혔고, 이튿날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은 화성-12형 4발을 동시발사하여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8월 1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고 괌포위사격계획을 비준하였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7년 8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전략군 지휘부가 작성한 괌포위사격계획을 검토하는 장면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의 화성-14형 시험발사로 두 차례나 연타를 얻어맞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발광전략으로 맞서면서 요설을 늘어놓고 있었으니, 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수준을 뛰어넘는 '극약처방'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평시에 조선을 위협하고, 전시에는 조선을 공격할 미국군 전략기지인 괌의 주변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여러 발 쏘는 군사작전계획이 바로 그런 '극약처방'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망측스러운 발광전략과 요설로 자기들의 패배를 은폐하려다가 괌포위사격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받게 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만 아연실색하였다. 당혹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8일에 또 다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그가 7월 20일에 첫 번째로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미국군 합참본부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는데, 그가 8월 18일에 두 번째로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빗(Camp David)에서 진행되었다. 8월 21일에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전쟁연습을 사흘 앞두고 열린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는 조선이 ‘을지프리덤가디언’에 대한 보복으로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는 경우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과 화성-14형 시험발사성공 이후 변화된 정세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이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 중에 괌포위사격을 단행하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였는데, 조선은 그런 예상을 뒤엎고, 9월 3일에 열핵탄두 기폭시험을 단행하였다. 폭발위력이 1메가톤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는 열핵탄두의 대폭발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충격과 경악에 몰아넣었다. 

<NBC> 2017년 9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열핵탄두 기폭시험을 단행한 때로부터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히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였다. 7월 20일과 8월 18일에 이어 9월 3일에 세 번째로 소집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는 백악관에서 진행되었다. 그 회의에는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 댄 코우츠(Daniel R. Coats) 국가정보실장이 참석하였다. 오찬을 마친 뒤 그들은 백악관 상황실로 자리를 옮겨 국가안보회의를 진행하였는데, 다른 지역에 출장 중이던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과 마익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영상통화를 통해 회의에 동참하였다.  
2017년 9월 3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명예롭게’ 끝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심하여야 하였다. 조미핵대결에서 패하고서도 패하지 않은 것처럼 짐짓 태연하게 행동하면서 그 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어 대제국의 체면을 지키는 방도를 고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월 3일 세 번째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때로부터 지난 10월 10일 네 번째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된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긴박한 정세에 대처하였던 행동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실들이 드러난다. 
첫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기 위한 방안,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 철군하는 마지막 선택방안을 비밀리에 검토하였다. 나는 2017년 10월 16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이 지난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철군문제를 검토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둘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지난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이 패한 조미핵대결을 ‘명예롭게’ 끝내는 한반도 철군문제를 조선과 합의할 때까지 그 문제를 검토하였다는 사실을 숨기고 당분간 기존 3대 방책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말하는 3대 방책이란 발광전략, 고립압박, 무력시위를 뜻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도꾜, 서울, 베이징을 차례로 순방하고,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 각각 참석하게 된다. 그는 도꾜, 서울, 베이징을 순방할 때, 도꾜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그 다음으로는 베이징에서 두 번째로 오래 머물고, 서울에서는 24시간도 되나마나하게 머물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순방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일본을 포용하고, 중국과 거래하면서, 한국을 경시하는 그의 정책적 의도다. 미국이 장차 한반도 철군을 실행에 옮기려면, 지금부터 일본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중국과의 거래관계를 잘 처리해야 하지만, 한국은 경시할 수밖에 없다.   


3. 핵무력 완성 이후 조선이 내건 새로운 목표  

<연합뉴스> 2017년 10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이 2017년 10월 20일 동북아시아 안보문제 토론회에 발표자로 출연하여 연설하였다고 한다. 최선희 국장의 연설내용을 전한 <연합뉴스> 보도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두 군데 있다.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우리는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거의 도달했으며, 우리의 최종목적은 미국이 조선에 대한 어떤 군사행동에 관해서도 얘기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위에 서술한 첫 번째 인용문은,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하게 되면,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는 경우밖에 없으므로, 위의 인용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여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하게 되면,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조선의 핵문제를 협상한다는 말은 조선을 비핵화하는 문제를 협상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말의 속뜻은 두 번째 인용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국제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조선 외무성 북미주국장이 2017년 10월 20일 동북아시아 안보문제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출연하여 연설하는 장면이다. 그는 미국이 핵을 가진 조선과 공존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조선의 핵무기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조선의 최종목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것인데, 지금 조선은 그 최종목표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르는 것을 최종목표로 설정하였음을 말해준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룬다는 말은 미국과 핵군비경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을 핵감축으로 끌어내 미국의 핵전쟁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뜻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두 번째 인용문은 조선이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최종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선희 국장이 미국과의 힘의 균형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리용호 조선 외무상도 러시아 <타쓰통신> 2017년 10월 11일부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우리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a real balance of force)을 이루려는 우리의 최종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종착점에 거의 도달하였다”고 말했다. 조선 외무성은 2017년 9월 13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도 “우리는 미국과 실제적인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힘을 다져나가는데 더 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 외무성이 2017년 3월 4일에 발표한 대변인담화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여 힘의 균형을 이룩하는 것”을 언급하였으므로, 조선에서 말하는 힘의 균형이란 핵무력의 균형(balance of nuclear forces)을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위의 인용문들은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최종목표를 추구해왔는데, 현재 그 최종목표를 거의 달성하게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최종목표를 거의 달성하게 되었다는 말은 조선의 핵무력이 미국의 핵무력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증강되고 있다는 뜻인가? 2017년 현재 미국은 핵탄두를 6,800발이나 보유하였는데, 조선이 그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였다는 뜻인가? 
미국의 핵탄개발역사는 70년이고, 조선의 핵탄개발역사는 20년이므로, 핵탄개발에서 미국은 조선보다 50년 앞섰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작성한 비밀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2017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핵탄을 6~7주에 한 발씩 만드는 생산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조선이 핵탄생산능력을 더욱 고도화하여 3주에 한 발씩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50년 앞선 미국의 핵보유량을 20년 만에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부문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탄도미사일이다. 2017년 현재 미국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449발과 핵탄두를 장착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39발을 보유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이 화성 계열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400발정도 만들고,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200발정도 만들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매우 고도화된 조선의 미사일생산능력을 생각하면, 앞으로 1~2년 뒤에 화성 계열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400발과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200발을 생산하는 최종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목표에 거의 도달하였다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닐까.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6년 3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에 나타난 거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조선이 아직 시험발사하지 않은 것이고, 공식명칭도 외부에 아직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KN-14'라는 자의적 명칭으로 부른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부문은 핵탄두를 장착하는 탄도미사일이다. 조선이 화성 계열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400발정도 만들고,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200발정도 만들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고도화된 조선의 미사일생산능력을 생각하면, 앞으로 1~2년 뒤에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 철군 이후 동북아시아에 여전히 남아있을 미국의 핵전쟁위험까지 완전히 해소할 최종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본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려는 것은 미국과 핵군비경쟁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 올라서서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게 되면, 핵군축협상으로 미국의 핵무력을 감축시키고 미국의 핵전쟁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이 미국과 핵무력의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핵무기는 한 발도 감축시킬 수 없다. 조미핵대결에서 패한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군하면 한반도에서는 미국의 핵전쟁위험이 해소되어도 동북아시아지역에서는 미국의 핵전쟁위험이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핵군축을 실현하려는 핵강국만이 트럼프의 광란적인 핵무력 증강에 제동을 걸고 미국을 핵군축으로 끌어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선은 오래 전부터 핵군축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해오고 있다. 이를테면, 2012년 4월 21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의 핵정책을 천명한 ‘조선반도와 핵’이라는 제목의 비망록에서 “다른 핵보유국들과 동등한 립장에서 국제적인 핵군축노력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고, 최고인민회의는 2013년 4월 1일에 발포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한 법’에서 “핵전쟁위험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하겠다고 명기하였다. 이것은 세계무대에 핵강국으로 등장한 조선이 트럼프의 광란적인 핵무력 증강에 제동을 거는 동북아시아지역의 핵군축과 비핵지대화 창설을 새로운 목표로 내걸었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미국의 한반도 철군 이후에도 동북아시아에 여전히 남아있을 미국의 핵전쟁위험까지 완전히 해소하기 위한 최종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본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7/10/17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 무엇이 보이는가?

[한호석의 개벽예감](270)
자주시보 2017년 10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
2. 트럼프는 왜 호호백발 늙은이를 백악관으로 불렀을까?
3.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

1.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

백악관 내부사정은 비밀장막에 가려져 세상에 드러나지 않지만, 그 내부사정을 엿볼 수 있는 틈새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백악관 관리들이 미국 언론매체들에게 가끔 전해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백악관 내부사정을 엿볼 수 있는 틈새로 된다. 그러므로 백악관 내부사정을 알려면, 그런 틈새를 찾아내어 분석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백악관 내부사정을 엿볼 수 있는 틈새가 벌어진 날은 2017년 10월 10일이었다. 그 날을 며칠 앞두고 백악관은 조선이 조선로동당 창건 72주년을 맞아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해안의 중간쯤 되는 북태평양 상공으로 발사하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면서, 혹시 발사징후라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미국군 감시정찰수단들을 조선 주변에 집결시켰다. 그러나 미국군 감시정찰수단들은 10월 9일 밤이 다 지나도록 발사징후를 찾아내지 못하였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10월 10일 아침이 밝았다. 
워싱턴이 10월 10일 아침을 맞은 시각, 조선에서는 조선로동당 창건 72주년을 경축하는 축포가 평양을 비롯한 각 도소재지들에서 밤하늘을 수놓으며 터져오르고 있었다. 조선에서 축포가 터져오른 시각, 백악관에서는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백악관 상황실을 촬영한 것이다. 백악관에는 이런 상황실이 몇 개 더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국가안보협의회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국가안보회의를 정기적으로 소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화요일 오전에 소집하는 것이 관례인데, 중대한 국가안보문제가 제기되었을 때는 언제라도 긴급히 소집된다. 2017년 10월 10일 화요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도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되었다. 백악관 상황실은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백악관 지하층에 건설되었으며, 고도의 보안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원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는 거의 매주 화요일마다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meeting)를 진행하므로, 백악관 대변인은 그런 일상적인 국가안보회의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런데 2017년 10월 10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Situation Room) 진행된 국가안보회의는 예외였다. 백악관 대변인은 10월 10일 국가안보회의에 관한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하여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백악관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할 정도라면, 그 날 진행된 국가안보회의는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여느 국가안보회의들과는 격이 다른 특별회의였던 것이 분명하다. 열핵탄두기폭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계속 얻어맞으며 국가안보파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백악관은 그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지난 10월 10일 오전에 소집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에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관리들과 함께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과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그 보고내용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또한 성명에 따르면, “보고와 토론은 북조선의 어떤 공격에도 대처하는 몇 가지 선택방안들, 또는 필요하다면, 북조선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몇 가지 선택방안들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은 위에 인용한 한 줄의 문장이 전부지만, 그 짤막한 성명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조미핵대결에 대처하기 위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강하게 암시하였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 숨겨진 속뜻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보름 전의 기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블룸벅 뉴스> 2017년 9월 25일부 보도에 그 기억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보도에 따르면,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에 있는 전쟁연구원(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이 주최한 공개행사에서 “북조선과의 위기를 해소할 선택방안 4~5개가 준비되었는데, 그 가운데 몇 개는 험악하다(ugly)”고 말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험악한 선택방안’이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이 조선과 무력충돌을 벌이는 군사적 선택방안(military option)을 뜻한다.
미국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이 조미핵대결에 대처할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준비되었다는 사실을 공개행사에서 언급하였다면,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그 선택방안들이 보고되었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미 토론되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맥매스터 국가안보좌관이 위와 같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때로부터 보름이나 지난 10월 10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으로부터 조미핵대결에 대처하는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보고받고, 국가안보관리들과 함께 그 문제를 토론하였다는 백악관 대변인 성명이 나온 것이다. 불과 보름 사이에 미국군 수뇌부가 또 다른 군사적 선택방안들을 추가로 작성하여 10월 10일 국가안보회의에 보고하였다는 뜻일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아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조섭 던포드 미국군 합참의장을 촬영한 것이다. 2017년 10월 10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으로부터 조미핵대결에 대처하는 선택방안들을 보고받고, 국가안보관리들과 함께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이 회의는 조미핵대결의 향후방향을 예견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9월 25일 맥매스터의 발언내용과 10월 10일 백악관 대변인 성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로 들린다. 이런 불일치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다시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성명에 나온, “북조선의 어떤 공격에도 대처하는 몇 가지 선택방안들(a range of options to response to any form of North Korean aggression)”은 지난 9월 25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공개행사에서 언급한, 4~5개의 선택방안들 가운데서 몇 가지 험악한 선택방안들, 다시 말해서 조선과의 무력충돌을 상정한 군사적 선택방안들이다. 

그런데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 들어있는 두 번째 문장은 좀 난해하다. “필요하다면, 북조선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몇 가지 선택방안들(if necessary, a range of options to prevent North Korea from threatening the United States and its allies with nuclear weapons)”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위에 인용한 두 문장들 사이에 “또는(or)”이라는 부사가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또는이라는 부사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을 표시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므로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 들어있는 또는이라는 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관리들이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으로부터 군사적 선택방안들과 비군사적 선택방안들을 각각 보고받고, 그 두 종의 선택방안들 가운데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토론을 벌였음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관리들이 토론한 비군사적 선택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조선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비군사적 선택방안, 다시 말해서,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diplomatic option)이다. 

그런데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은 외교수장인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이 국가안보회의에 보고하고 토론해야 마땅한 것인데, 왜 군수뇌들인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포드 합참의장이 국가안보회의에 보고하고 토론하였을까?  그 까닭은 미국군 수뇌부가 그 날 국가안보회의에 보고한 외교적 선택방안이 군사문제에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7년 10월 10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재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군사문제에 직결된 외교적 선택방안이 집중적으로 토론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보다 사흘 앞서 2017년 10월 7일 오후 12시 40분에  트위터에 이런 문장을 올려놓았다. “전임 대통령들과 역대 행정부들은 지난 25년 동안 북조선과 대화하였고, 합의에 도달하였으며,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선은)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위반하여, 미국측 협상대표들을 우롱하였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Sorry, but only one thing will work!)” 
이 인용문에 나온, ‘효과를 보게 될 한 가지 선택방안’이 무엇인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었는데, 지난 10월 1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 관한 백악관 대변인 성명이 그 궁금증을 풀어줄 결정적인 단서로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 있게 말한 ‘효과를 보게 될 한 가지 선택방안’은 군사문제에 직결된 외교적 선택방안인 것이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10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헨리 키씬저를 접견하는 장면이다. 키씬저는 1969년부터 197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연이어 역임하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주물렀던 고위관료출신이다. 올해 94세인 키씬저는 심신이 노쇠하여 인식능력이 저하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대외관계에 관한 심층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퇴역관료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그를 왜 백악관으로 부른 것일까?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2. 트럼프는 왜 호호백발 늙은이를 백악관으로 불렀을까?

2017년 10월 10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끝난 직후,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한 모습으로 백악관 정문에 들어서는 호호백발 늙은이가 있었다.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였다. 2017년 10월 10일 오전 11시 48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키씬저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 함께 짤막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취재기자들에게 “실패한 오바마케어(Obamacare)”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행정부가 만들어놓은 건강보험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폐지하려고 한다. 키씬저는 노인건강보험문제를 걱정하는 미국 노인층의 대표자가 아니라, 1969년부터 1977년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연이어 역임하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주물렀던 고위관료출신이다. <사진 3> 

키씬저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들먹이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가 오바마케어에 관한 의견을 듣고 싶어 키씬저를 만난 것은 아니었다. 양로원 침대 위에서 생의 마지막 시기를 정리하고 있어야할 호호백발 늙은이에게서 무슨 들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다고, 뉴욕에 사는 그를 백악관으로 부른 것일까? 

언론매체들은 그 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핵대결을 종식시킬 선택방안에 관한 자문을 구하려고 키씬저를 만났을 것으로 추측하였지만, 그건 빗나간 추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씬저가 백악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을 토론하였으므로, 그 문제와 관련하여 키씬저의 자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더욱이 몇 달 전 키씬저가 조미핵대결 해법이라고 하면서 언론매체에 기고한 내용은 황당한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키씬저는 조미핵대결 해법에 관한 견해를 담은 글을 <월스트릿저널> 2017년 8월 11일부에 발표했는데, ‘북조선 위기를 해결하는 방도’라는 제목에 붙어 있다. 올해 94세인 키씬저는 심신이 노쇠하여 인식능력이 저하되었을 뿐 아니라, 조미핵대결과 관련된 심층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퇴역관료인데, 그런 주제에 조미핵대결 해법에 관한 글을 언론에 발표한 것 자체가 주책없는 행동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어떤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조미핵대결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 글을 발표하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다. 

첫째, 키씬저는 그 글에서 조선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아직 갖지 못했다고 전제하고 논지를 전개하였는데, 그런 전제는 조선의 핵무력이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심층정보를 알지 못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무지가 만들어낸 잘못된 전제 위에서 전개한 논지가 엉망진창으로 엉클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둘째, 키씬저는 그 글에서 미국과 중국이 조선의 비핵화에 공동의 절실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미국이 중국과 손잡고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으며, 또 비핵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야말로 오늘날 전례 없이 복잡하게 꼬인 조중관계, 조미관계, 미중관계를 알지 못하는 허튼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셋째. 키씬저는 그 글에서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여 조선을 비핵화하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언명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 2017년 7월 29일부가 키씬저의 ‘해법’에 대해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의 정권이 붕괴되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중국에게 약속하고, 중국은 그 약속을 믿고 미국과 서로 협력하여 조선을 비핵화할 수 있다는 것이 키씬저의 ‘해법’이라고 한다.  요컨대, 미국이 중국에게 조선의 비핵화가 실현된 이후 주한미국군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하면, 그 약속을 믿은 중국이 안심하고 미국의 조선정권붕괴책동에 적극 호응할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공조로 조선의 정권을 붕괴시켜 조선의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해법’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여 조선의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호호백발 늙은이가 노망을 부린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에게 주한미국군 철수를 약속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설령 미국이 중국에게 철군을 약속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중국은 국제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는 데서 악명 높은 미국의 철군약속을 믿어줄 만큼 어리석지 않다.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키씬저는 한 마디밖에 말하지 않았는데, 그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대통령님, 나는 이런 기회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 집무실에 들어서는 것은 언제나 대단한 영예로 됩니다. 지금 여기서 나는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는 매우 위대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진보와 평화와 번영에 크게 이바지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6년 12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당선인의 구두친서를 전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온 헨리 키씬저를 접견하는 장면이다. 지난날 요직에 있을 때, 키씬저는 미국의 중국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였는데,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중국통'이라는 자기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초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하기에 앞서, '중국통'인 키씬저를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정책에 관한 조언을 들었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키씬저가 언급한 “건설적이고 평화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하는 매우 위대한 기회”라는 말은 미중관계의 발전을 염두에 둔 말이다. 사실 키씬저의 머릿속은 미중관계로 가득 차 있다. 지난날 요직에 있을 때 그는 미국의 중국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였는데, 40여 년이 지난 오늘도 ‘중국통’이라는 자기의 명성을 잃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4월 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인 2016년 11월 중순 자기 사위 재럿 쿠쉬너(Jared C. Kushner)와 함께 트럼프 타워에서 키씬저를 만났고, 그의 도움을 받아 중국과 소통하는 비공식 연락통로를 개설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 트럼프는 키씬저에게 자신의 구두친서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그를 베이징에 파견하였다. 그 부탁을 받은 키씬저는 2016년 12월 2일 베이징에 도착하여 시진핑 주석을 면담하고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구두친서를 전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초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문기에 앞서, ‘중국통’인 키씬저를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정책에 관한 조언을 들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3.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

지금으로부터 근 석 달 전 미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가 요즈음 뒤늦게 미국 언론매체들의 관심을 끌었다. <CNN> 2017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 있는, ‘탱크(tank)’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보안회의실(secure conference room)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고위급 국가안보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기 전날인 7월 19일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관해 토론한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다.

<NBC> 2017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 라인스 프리버스(Reinhold R. Priebus)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션 스파이써(Sean M. Spicer) 당시 백악관 대변인, 케이스 쉴러(Keith Shiller) 당시 대통령 집무실장, 스티브 므누친(Steven T. Mnuchin) 재무장관, 스티브 배넌(Steven K. Bannon)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 재럿 쿠쉬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하였고, 군수뇌부 성원들로는 매티스 국방장관, 패트릭 새너헌(Patrick M. Shanahan) 국방차관, 던포드 합참의장, 폴 쎌바(Paul J. Selva) 합참부의장이 참석하였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텍사스주에 머물고 있어서 그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중앙정보국장은 안보토론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콜로라도주 애스픈에 머물고 있었는데, 맥매스터 국가안보좌관 이름이 왜 보도기사에서 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 있는 보안회의실이다. 공식적으로는 미국군 합참본부 회의실이라고 하는데, '탱크'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백악관 상황실과 마찬가지로 이 보안회의실도 핵공격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지하층에 건설되었으며, 고도의 보안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2017년 7월 20일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소집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가 고위급 국가안보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평소에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되는 국가안보회의가 그 날따라 이례적으로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된 것은 미국군 수뇌부로부터 어떤 중대한 군사문제와 관련한 보고를 듣고,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언론보도내용을 분석하면, 그 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 전개상황, 그리고 주한미국군 병력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에 관한 심층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왜 실행할 수 없는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근차근 설명하여 그를 이해시켰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언론매체들이 근 석 달 전에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그 회의 직후 다른 고위관리들과 자리를 함께한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모욕하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파문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7월 20일에 진행된 국가안보회의는 몇 주 전부터 예정된 회의였다고 하는데, 이런 사정을 보면, 그 회의는 조선이 2017년 7월 4일에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선이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충격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몇 주 후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소집한다고 미리 통보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관례적으로 국가안보회의는 백악관 상황실에서 줄곧 진행되어오는데, 지난 7월 20일에는 이례적으로 미국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것은 어떤 중대한 군사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군 수뇌부의 보고를 듣고,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음을 말해준다.  

위에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사령관들에게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계속 들이대는 바람에 회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거의 같은 시점인 지난 7월 중순 이란 핵합의에 관해 토론한 국가안보회의 분위기와 매우 달랐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중순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서 이란 핵합의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고 발언한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다른 고위관리들의 말을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듣고서 “격노하였고(he was incensed)”, “발작을 일으켰다(he threw a fit)”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2017년 10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불인정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는 이미 지난 7월 중순 그 합의를 불인정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던 것이다. <사진 6>  

▲ <사진 6> 위쪽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표(signiture)를 촬영한 것이고, 아래쪽 사진은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람의 정신상태는 필체에 나타나기 마련인데, 매우 특이하게 보이는 그의 수표는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걸핏하면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와 대립 속에 빠뜨리고 있는데, 다혈질이고 경망스러운 그는 때로 화를 참지 못하여 유사발작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그를 미치광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는 아마도 외상후 분노조절장애(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라는 정신질환의 초기단계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므로 백악관 주치의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를 백악관으로 불러 대통령의 정신상태를 정밀검진해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즈음 미국인들이 조선의 수소탄보다 더 무서워하는 공포의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미치광이로 낙인이 찍힌 그가 갑자기 발작증세를 일으키면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 미치광이 대통령에게 핵탄발사통제권을 넘겨주고 날마다 불안과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하는 미국의 비극적 현실은 너무 참담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몇 가지 보도내용들을 종합하면, 지난 7월 중순 이란 핵합의와 관련하여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고, 7월 19일에는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하여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고, 7월 20일에는 어떤 다른 국가안보현안과 관련하여 국가안보회의가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20일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토론된 국가안보현안은 무엇일까? 
위에 인용한 <CNN> 보도에 따르면,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 국방부의 보고초점은 세계 각 지역에 있는 군대 수준에 대한 미국의 조약들을 실행하는 문제들로부터 미국의 국익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었다”고 한다. 이 인용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군 수뇌부가 “세계 각 지역에 있는 군대 수준에 대한 미국의 조약들을 실행하는 문제들(U.S. treaty commitments to troop levels in different parts of the world)”을 국가안보회의에서 보고하였고, 그 문제를 토론하였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군대 수준(troop level)이라는 말은 해외주둔 미국군 병력수라는 뜻이고, 미국의 조약들이라는 말은 미국과 동맹국이 맺은 상호방위조약이라는 뜻이다. <NBC> 2017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에서는 “해외에 주둔하는 미국군 및 군사작전을 집중적으로 검토하였다”고 한다.

세상이 다 아는 것처럼, 요즈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참담하고 있다. 그래서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지난 6월 24일 <MSNBC>와 진행한 대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조선에 관해 자신에게 묻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묻는다고 하면서, 조선으로부터 오는 국가안보위협은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그의 머릿속은 언제나 조선 문제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난 7월 20일에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군사문제들이 폭넓게 토론되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미국이 어떻게 하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국가안보현안에 직결된 군사문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토론된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지난 7월 20일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급 국가안보관리들은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를 진행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미국군 수뇌부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 전개상황, 그리고 주한미국군 병력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 이행에 관한 심층정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고, 군사문제에 무지한 그가 미국군 수뇌부에게 단도직입적인 질문들을 계속 들이대는 바람에 회의 분위기가 썰렁해졌던 것이다. 
추측컨대, 그 날 회의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은 선제타격으로 조선의 핵시설들을 파괴할 수는 없을까 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따위의 무식한 질문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무식한 질문이 아니고서야 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질 까닭이 없다. 그 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꾸 물어보는 무식한 질문들에 대해 차근차근 답변하면서 그를 이해시켜야 했었는데, 그러는 바람에 회의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NBC> 2017년 10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7월 20일 국가안보회의는 장시간 진행되었다고 한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들을 고찰하면, 2017년 7월 20일 국방부 보안회의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미국군 수뇌부는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왜 실행할 수 없는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차근차근 설명하여 그를 이해시켰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 회의에 참석하였던 고위급 국가안보관리들 중에 스티브 배넌이 있었다.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그 회의에 참석하였던 그는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이 왜 불가능한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미국군 수뇌부가 설명하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 8월 16일 온라인매체 <미국의 전망(American Prospect)>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사적 해결은 없다. 그런 건 잊어버려라. 서울 인구 1천만 명이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전쟁 개시 30분 만에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방정식을 누군가 풀어주기 전에는 나는 당신(대담자를 지칭함-옮긴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다. 군사적 해결은 없다.”
배넌의 이 발언은 한반도 군사정세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이므로 비밀사항이 아니지만, 미국에게는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이 없다는 사실은 비밀사항으로 될 수 있다. 배넌은 국가안보회의 중에 들은 그런 비밀사항을 미국 언론매체를 통해 세상에 공개한 것으로 하여 한때 기밀누설자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미국의 국가안보관리들이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까지 포함된 모든 선택방안이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놓여있다고 이따금씩 떠들어댄 것은,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은 실행될 수 없는 것이라는 비밀사항을 애써 감추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어떻게 해서든지 안받침하려는 애처로운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2017년 7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실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므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선택방안들만 남게 되었다. 그 때로부터 두 달 20일이 지난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는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이 검토되었다. 위에서 인용한 백악관 대변인 성명에서 “필요하다면, 북조선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몇 가지 선택방안들”이 검토되었다고 언명한 것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이 검토되었음을 그런 문장으로 서술한 것이다.
그런데 10월 10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선택방안을 보고한 것은 국무부가 아니라 국방부였다. 이것은 미국군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문제에 직결된 어떤 외교적 선택방안을 보고하였음을 의미하는데, 군사문제에 직결된 외교적 선택방안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선택방안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17년 10월 10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로부터 한반도 철군문제를 보고받고,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회의에서 철군하기 위한 사전준비, 그리고 철군의 시기, 절차, 방법 등에 대해서도 토론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1977년 1월 지미 카터(Jimmy E. Carter Jr.) 대통령이 취임 직후 한반도 철군문제를 토론한 때로부터 꼭 40년 만에 그 문제를 다시 토론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제39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미 카터가 대통령에 취임한 날로부터 나흘이 되던 1977년 1월 24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생각에 잠긴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주한미국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그는 반대파의 저지공작을 돌파하지 못하고 철군계획을 접었지만, 집권한 직후부터 철군계획을 정력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때로부터 꼭 40년이 지난 2017년 10월 10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진행된 특별한 국가안보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검토하였다. 지난날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전혀 받지 않았던 카터 행정부는 주한미국군을 자율적으로 철수하려고 하였는데, 오늘 조선의 초강력한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받으며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 떠밀린 트럼프 행정부는 주한미국군을 타율적으로 철수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0여 년 전 자율적 철군계획은 국가안보파탄문제와 전혀 무관하였으므로 미국 내부의 반대로 중단될 수 있었지만, 오늘날 타율적 철군계획은 국가안보파탄문제에 직결되었으므로 미국 내부의 반대가 있어도 중단할 수 없게 되었다. 40여 년 전에 제기되었던 철군문제와 오늘날 제기되는 철군문제는 그렇게 다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한반도 철군문제를 토론하였으므로, 그 회의 직후부터 조선에 대한 백악관의 발언방향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전 각각 서로 다른 자리에서 꺼내놓은 대조선발언을 들어보면, 그들의 발언방향이 이전과 상당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7년 10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존 켈리 비서실장은 보도 당일 예고 없이 백악관 기자실에 불쑥 들어섰다고 한다. 그가 비서실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 백악관 기자실에 들어선 것은, 최근 미국 언론매체들이 퍼뜨린 자신의 사임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려는 행동이었는데, 취재기자들은 그런 그에게 조미핵대결에 관한 질문을 들이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조선의 핵위협 때문에 밤잠도 편히 잘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면서, 그 질문에 이렇게 답변하였다고 한다.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위협(조선의 핵위협을 뜻함-옮긴이)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것이 현재 상태 이상으로 커지면...글쎄, 외교가 통하기를 희망해보자(But over time, if it grows beyond where it is today...well, let's hope diplomacy works)” 
켈리 비서실장의 이 발언은 미국이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고 전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외교적 선택방안에 기대감을 표명한 것으로 읽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17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이 그렇게 발언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위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은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우리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전적으로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다. 그럴 만하다면, 나는 협상을 향하게 될 것이다(I would be open to negotiations if plausible).”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선을 파괴하겠다는 극악무도한 폭언을 늘어놓아 전 세계를 경악과 충격에 빠뜨린 발광전략의 장본인이 이제는 자기 입에서 협상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극적인 상황반전을 방불케 하는 이 장면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받으며 국가안보파탄의 벼랑끝에 떠밀린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었음을 자인한 것이며, 그로써 트럼프의 발광전략 뒤에서 마침내 철군징후가 보이기 시작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7년 10월 11일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리용호 조선 외무상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그 통신사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는 미국이 응답할 차례다. 우리 전체 군대와 전체 인민은 말로서가 아니라 오직 불우박(hail of fire)으로 미국인들과 최종 결산하리라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우리는 미국과 실제적인 힘의 균형을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길에서 결승점에 거의 도달하였다. 미국이 대조선압박정책을 단번에, 모조리(once and for all) 근절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은 결코 협상의제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에서 서술한 여러 사실들을 살펴보면, 장장 25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이 마침내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끝나게 되었다는 ‘개벽예감’을 더욱 뚜렷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


2017/10/10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시들어가는 발광전략, 막바지에 이른 조미핵대결

[한호석의 개벽예감](269)
자주시보 2017년 10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1.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능가하는 트럼프의 발광전략

나는 2017년 9월 25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닉슨의 미치광이전략 따라가는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이 40여 년 전에 파산된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의 미치광이전략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94). 나는 그 글에서 언론매체들이 사용하는 미치광이전략(madman strategy)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가 닉슨 대통령의 발작강도와 발작범위를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을 닉슨의 미치광이전략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미치광이전략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래서 발광전략(derangement strateg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쓰기로 했다.    

요즈음 백악관의 소란스러운 행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대외활동을 자기의 발광전략과 결부시키고 있다. 그가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여러 가지 국제현안들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군사현안들은 대조선 핵대결, 대러시아 무력대치, 대중국 해양주도권 갈등, 아프가니스탄전쟁 무력증파 등이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정치현안들은 대이란 핵합의 파기위협, 대쿠바 외교압박, 베네수엘라 내정간섭, 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의 부담금 증액요구 등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들이대는 국제통상현안들은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대중국 무역전쟁, 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이다. 

▲ <사진 1>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착하고 있는 발광전략은 발작강도와 발작범위에서 리처드 닉슨의 미치광이전략을 능가한다.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그가 2017년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의 적대세력들을 향한 난폭한 협박발언을 계속 늘어놓고 있지만,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지도는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국제사회도 그의 발광전략을 위험하게 보면서 외면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은 국제사회를 불안과 공포, 대립과 충돌로 몰아가는 재앙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진 1>  

트럼프 대통령이 발광전략을 밀고 나가는 추진방법은 2017년 10월 1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액시오스(Axios)>에 실린 보도기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났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초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 쏘니 퍼두(George Ervin Sonny Perdue) 농무장관, 로벗 라잇하이저(Robert E. Lighthizer) 무역대표부 통상교섭대표를 참석시킨 가운데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관한 회의를 주재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 사이에 이런 말이 오갔다고 한다. 

트럼프 - (라잇하이저에게) “당신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는데, 만일 당신이 (한국측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면 나는 (미국을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시킬 것이오.”
라잇하이저 - “알았습니다. 우리는 한국측 협상대표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겠습니다.”
트럼프 -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오. 협상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오.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고 말하지 마시오. ‘이 사람이 아주 미쳐버려서 아무 때라도 탈퇴할 수 있다(this guy's so crazy he could pull out any minute)’고 그들에게 말해주시오. 그들에게 아무 때라고 말해주시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난 그렇게 할 수도 있지 뭐. 당신들 모두는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하지만 그들에게 30일 기간이 주어졌다는 건 말하지 마시오. 만일 그들이 30일 기간을 갖게 되면, (협상에서) 그걸 이용할 것이오.” 

미치광이처럼 발광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해버릴 것처럼 한국측 협상대표들을 협박하여 재협상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라는 것, 바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협상방법이다. 
2017년 8월 22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제1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통상교섭대표단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였으나, 한국 통상교섭대표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그 추진방법이 제법 교묘하였다. 이를테면, 그 추진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준 것이다. 2017년 9월 2일 <워싱턴포스트>가 그 ‘정보’를 기사화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으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깨버리겠다는 발광전략공세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0월 4일 한미자유무역협정 제2차 공동위원회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재협상을 시작하자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결국 굴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7년 10월 4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장면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라잇하이저 통상교섭대표에게 가르쳐준 각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게 발광전략을 들이대며 강하게 압박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는 문재인 정부에게 격노하여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해버리겠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미쳐 날뛰었다는 식으로 조작된 '정보'를 미국 언론매체에 흘려주면서 압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방어선은 그런 발광전략 앞에서 불과 며칠밖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에 인용한 대화록을 읽어보면, 오두발광으로 협상상대를 윽박질러 협상목적을 달성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여 돈을 뜯어내는 조직폭력배 두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착하는 발광전략의 실체는 상대에게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조악한 협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며, 지금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악한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가 9월 19일에 진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그의 조악한 협박은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가장 난폭하게 자행되고 있다.  
하지만 방어력이 약한 약소국들에게 통할지 모르는 협박으로 조미핵대결에 대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지와 오판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처해도 패할 수밖에 없는 조미핵대결을 그처럼 무지와 오판으로 대처하고 있으니 미국의 참담한 패배를 앞당기는 것 이외에 다른 결말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말이 예상한 것보다 일찍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주는 사실들을 서술하면 아래와 같다. 


2. 내홍에 빠진 백악관, 심각해진 파벌대립

2017년 9월 30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그가 베이징을 방문한 목적은 오는 11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예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즈음 언론매체들의 관심은 극도로 격화된 조미관계에 집중되었으므로, 취재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나온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캐물었다. 그는 이 민감한 질문을 받고 뜻밖의 답변을 꺼내놓았다.  

“우리는 탐색하는 중이며, 그런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에게) 대화하겠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에게는 평양과 소통하는 연락통로들이 있다. 현 상황은 어둡거나 캄캄하지 않다. 우리는 평양과 직접 소통하는 몇 개의 통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소통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통로를 통하여...” 

원래 취재기자의 질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과 대화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는데,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 술 더 떠서 미국이 조선과의 연락통로를 차단하지 않았으며, 그 연락통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인데, 틸러슨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은 그런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뜻밖의 답변을 들은 취재기자들은 그러면 트럼프 행정부가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려고 하는지를 물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이 이어졌다. 

“우리는 회담을 통하여 이 문제(조미핵대결을 뜻함-옮긴이)를 해결하기 바란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장 시급한 행동은 현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좀 과열되었는데, 나는 우리가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진 3> 이 사진은 2017년 9월 30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조미핵대결의 위험한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비핵화를 위한 '전향적인 태도'를 먼저 보이기 전에는 조선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며,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놓였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틸러슨 국무장관과 취재기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계속되었다. 취재기자가 상황을 진정시킨다는 말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을 향해 쏟아내는 극단적인 발언들을 삼간다는 뜻도 들어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였을 때,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렇게 답변하였다. <사진 3>

“현재 상황은 좀 과열되었다. 나는 모두들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본다. 명백하게도, 북조선이 미사일발사를 중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은 현 상황을 크게 진정시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탁자 위에 군사적 선택방안을 포함한 모든 선택방안들이 놓여있다는 대조선 협박발언을 입버릇처럼 늘어놓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과 배치되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답변,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이 조미핵대결에서 더 이상 통할 수 없음을 인정한 솔직한 답변이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던 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새벽(미국 동부시간), 여느 주말처럼 골프를 즐기려고 뉴저지주 벳민스터(Bedminster)에 있는 골프클럽에 전날 밤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 틸러슨 국무장관의 베이징 기자회견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그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무장관이 자기의 발광전략과 배치되는 발언을 거침없이 꺼내놓았으니 어찌 그렇지 않았겠는가. 화가 치민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하였다. 바로 이것이 그가 당일 오전 7시 30분에 아래와 같은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면박한 트위터 전문은 아래와 같다. 

“나는 우리의 훌륭한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에게 로켓 쏘는 사람(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욕하는 말-옮긴이)과 협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말해주었다. 렉스, 당신의 정력을 좀 아끼시오.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것이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그런 면박을 준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골프를 친 뒤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 또 다시 아래와 같은 문장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지난 25년 동안 로켓 쏘는 사람을 친절하게 대해주었으나 실패하였는데, 이제 왜 그 일을 다시 하려는가? 클린턴도 실패했고, 부쉬도 실패했고, 오바마도 실패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이 조선의 최고영도자를 친절하게 대했다고 착각하는 그의 인식능력은 미국의 고질적인 대조선적대정책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어린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저급한 인식능력밖에 없는 사람이 전임 대통령들은 조미핵대결에서 패했으나 자신은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니, 벳민스터 골프장 옆을 지나는 젖소가 듣고 웃음보를 터뜨릴 노릇이다.   

국무장관은 조선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으나, 대통령은 그런 그를 노골적으로 면박하면서 그의 대화의지를 완전히 부정해버린 괴이한 장면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 괴이한 장면의 뒤에 과연 어떤 내막이 깔려있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언론계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들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이를테면, 트럼프와 틸러슨의 불화가 격화되었다는 불화격화설, 트럼프가 틸러슨을 곧 쫓아낼 것이라는 경질임박설, 틸러슨을 마익 팜페오(Mike R. Pompeo) 중앙정보국장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국무장관 교체설 등이다.  
그런데 2017년 10월 3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뜻밖의 사건이 또 한 차례 벌어졌다.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국 국방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지속적인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명한 것이다. 이 발언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런 발언을 꺼내놓은 다음날, 그가 틸러슨 국무장관과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반기를 든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 정말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나왔다. 백악관 고위관리 세 사람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7년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과 관련한 고위관리들의 회의가 진행된 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부르며 그를 비난하였고,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소년단(Boy Scout) 전국대회 연설에서 자기 정적들인 미국 언론,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를 싸잡아 조롱하는 막말을 쏟아냈을 때 그의 한심한 작태에 절망한 나머지 국무장관직을 내놓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폭로기사로 사태가 일파만파 번져가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각각 수습발언을 꺼내놓으며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런 수습발언으로는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백악관의 내부균열을 덮을 수 없었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미국 언론매체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7월 하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해 오판하여 무력증파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다고 한다. 어떤 다른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우라질놈의 멍청이"라고 부르며 비난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도하였다. 미국 언론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백악관 3인방인 틸러슨, 매티스, 그리고 대통령 비서실장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되고,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와 중앙정보국장 팜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된다고 한다. 지금 내홍에 빠진 백악관은 발광전략을 둘러싸고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서 심각한 파벌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 폭로기사는 백악관의 내부균열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아래와 같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주었다. 폭로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에 실망하여 국무장관직을 사임하려던 틸러슨을 설득하여 다시 눌러앉게 만든 사람은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John F. Kelly) 대통령 비서실장인데, 그 두 사람은 틸러슨을 지지하는 “가장 강력한 동맹자들(strongest allies)”이라고 한다. 이것은 사태가 트럼프와 틸러슨의 개인적 불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파벌대립으로 확대, 심화되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백악관의 내부균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와 그것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갈라진 파벌대립으로 번진 것이다. 백악관의 파벌대립과 관련한 미국 언론보도내용을 살펴보면,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은 발광전략을 따르는 지지파로 분류되고, 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 켈리 비서실장은 발광전략을 따르지 않는 반대파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하는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팜페오 중앙정보국장을 늘 끼고돌면서 발광전략에 계속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 트럼프가 말한 ‘폭풍 전의 정적’은 무슨 뜻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5일에도 적국들을 향해 조악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이번에는 미국군 수뇌부와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만찬을 베풀면서 조선과 이란을 상대로 상투적인 협박발언을 또 다시 늘어놓았다. 만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제1부인 멜라니아를 대동하고 취재진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아내를 동반한 군수뇌부 성원들과 함께 취재기자들에게 사진촬영을 하라고 하면서 아래와 같이 알쏭달쏭한 소리를 꺼내놓았다. 

트럼프 - “여러분은 폭풍 전의 정적(calm before the storm)이 뭔지 아시오?”  
취재기자 - “폭풍이라니 그건 무슨 뜻입니까?”
트럼프 - “그건...정적일 거요, 폭풍 전의 정적 말이요.”
취재기자 - “대통령님, 폭풍이라면 이란입니까? 이슬람국가(ISIS)입니까?”
트럼프 - “내가 당신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군인들이 지금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이오. 그리고 우리는 멋들어진 저녁시간을 보낼 것이오. 참석해준 분들에게 감사하오.”
취재기자 - “대통령님, 무슨 폭풍입니까?”
트럼프 - “곧 알게 될 거요.”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뜻인지 모를 알쏭달쏭한 말을 취재진에게 던져놓고 만찬장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는데, 이 장면은 협박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놓고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7년 10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군 수뇌부 성원들과 그 아내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성대한 만찬을 베풀기 직전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풍 전의 정적'이 뭔지 아느냐고 취재기자들에게 묻는 알쏭달쏭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것은 발광전략의 창끝이 누구를 겨냥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들어 협박효과를 증폭시켜보려는 즉흥적인 정치촌극을 직접 연출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도 그는 역대 미국 행정부들은 대조선정책에서 실패하였으나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글을 트위터로 날려보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만찬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 성원들만 데리고 각료실로 자리를 옮겼다. <로이터통신> 2017년 10월 5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북조선에게 있어서 우리의 목표는 비핵화다. 우리는 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들을 상상을 초월한 인명손실로 위협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만일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니, 나를 믿어라”고 군수뇌부에게 말했다고 한다. 수다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은 군수뇌부를 자기 앞에 앉혀놓고 그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만 떠들어댔는데,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낸 수많은 말들 중에서 유독 조선에 대한 협박발언만 채집하여 미국 언론에 흘려준 것은 전형적인 발광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0월 7일에도 트위터에서 조선을 향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는데, 그 전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전임 대통령들과 역대 행정부들은 지난 25년 동안 북조선과 대화하였고, 합의에 도달하였으며, 많은 돈을 지불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선은)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위반하여, 미국측 협상대표들을 우롱하였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Sorry, but only one thing will work!)”

위의 인용문에 나온 “한 가지만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문장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들이 미국 언론보도에 나돌았지만, 그가 그런 알쏭달쏭한 협박발언을 너무 자주 꺼내놓는 바람에 이제 사람들은 “저 늙은이가 입만 열면 또 저런 소리를 하네”라고 하면서 시큰둥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자기들 입맛에 맞춰 정보를 가공처리하는 한국의 친미언론매체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조선 협박발언이 유통기간을 넘긴 폐기처분대상이라는 사실을 은폐하면서 크게 보도해주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심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협박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군 수뇌부를 앞에 앉혀놓고 “이란은 강대국들이 그 나라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합의정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협박발언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보도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합의를 깨버리는 파기결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백악관 고위관리의 발언을 인용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위반이라는 생트집을 잡아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면, 미국과 이란의 적대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될 것이고, 그에 따라 무력충돌위험이 극도로 고조될 것이다. ‘폭풍 전의 정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알쏭달쏭한 어법은 그가 이란 핵합의를 깨버리고 중동정세를 고의적으로 격화시켜 이란을 공격하려는 흉심을 품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발광전략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몇 가지 움직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 등장한 이란의 코람샤흐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주석단 앞을 지나는 장면이다. 만일 이란이 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중동지역에 전진배치된 미국의 군사전략거점들과 이스라엘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타격할 수 있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작전계획을 이미 만들어놓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려고 한다. 이란에 대한 공격위험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이란은 사거리가 2,000km이며,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s)를 장착할 수 있는 코람샤흐르(호람샤르, Khoramshahr) 중거리탄도미사일을 2017년 9월 22일 테헤란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공개하였고, 그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을 텔레비전방송을 통해 세상에 공개하였다. 이것은 바레인(Bahrain)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중부사령부와 미국 해군 제5함대는 말할 것도 없고, 터키 남부지역 인씨를릭공군기지(Incirlik AFB)에 주둔하는 미국 제3공군 산하 제39공군기지비행단, 그리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Tel Aviv)와 이스라엘군 전략기지들이 모조리 코람샤흐르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만일 이란이 그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할 핵탄두까지 만들어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억제력에 걸려 더 이상 이란을 공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핵강국인 미국과 비공인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격위험에 처한 이란은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핵억제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다.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저지하려고 온갖 술책과 협박을 동원해온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개발사업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공격으로 파괴할 것으로 예견된다. 서방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핵시설들을 공습으로 파괴할 기습타격계획을 이미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에너(Vienna)에서 채택된 ‘통합적 포괄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이라는 이름의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타격시각을 뒤로 늦춰놓았을 뿐, 공격위험을 해소시킨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란이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하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버리고 미국-이스라엘 합동작전으로 이란의 핵시설들을 기습타격하려고 할 것으로 예견된다. 위에 인용한 <로이터통신>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실에서 군수뇌부 성원들과 담화하는 중에 그들에게 이렇게 당부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폭넓은 군사적 선택방안들이 요구될 때, 아주 신속하게 그것을 나에게 제출해주기를 나는 바라고 있소. 나는 정부기구의 관료체제가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런 관료체제의 장애를 넘어서는 문제는 귀관들에게 달려 있소.”

익명의 백악관 고위관리가 <로이터통신> 취재기자에게 전해준 위의 인용문에서는 생략되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담화 중에 군수뇌부에게 이란을 공격하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임의의 시각에 사용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놓으라고 지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위험에 대비하여 핵억제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나, 아직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이란에게 전쟁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4.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

2017년 9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을 발표하였다. 조선의 최고영도자가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건국 이래 처음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면서 그의 발광전략을 격멸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하였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력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다.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고 제할 소리만 하는 늙다리에게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되는 내용은,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확언한 문장이다.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즉흥적인 답변이 아니라, 그런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견하고 준비한 답변이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2017년 9월 25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었던 리용호 조선 외무상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성명에서 언급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물어본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첫째, 2017년 9월 3일 조선은 열핵탄두기폭시험에 성공하였다. 그러므로 조선은 앞으로 핵탄두기폭시험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열핵탄두기폭시험만 하면 된다. 리용호 외무상은 답변에서 그런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둘째, 지난 9월 3일 조선의 열핵탄두기폭시험의 폭발위력은 1메가톤에 이르렀는데, 이에 대해 나는 2017년 9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글 ‘해발고 2,205m 화강암산 통째로 뒤흔든 거대한 폭발진동(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583)’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여기서 재론하지 않는다. 그런데 리용호 외무상이 언급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라는 말은 폭발위력이 역사상 가장 큰 수소탄을 기폭시키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폭발위력이 가장 큰 수소탄은 1961년 10월 30일 소련이 기폭시킨 ‘짜르 밤바(Tsar Bomba)’라고 부르는 수소탄이었는데, 그 폭발위력은 50메가톤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그 수소탄이 터졌을 때 하늘로 솟구쳐 오른 거대한 버섯구름은 56km 고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리용호 외무상이 조선이 50메가톤급 수소탄보다 폭발위력이 더 강한 수소탄을 시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하였다는 점이다. 수소탄을 소형화, 경량화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조선이 수소탄 폭발위력을 50배 이상 증폭시키는 것은 핵공학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2일 조선핵무기연구소의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분렬 및 열핵장약을 비롯한 수소탄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100% 국산화되고 무기급 핵물질생산공정으로부터 부분품정밀가공 및 조립에 이르기까지 핵무기제작에 필요한 모든 공정들이 주체화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 먹은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폭발위력이 50메가톤 이상인 초강력 수소탄을 터뜨리는 기폭시험은 조선 영토 안에서 진행할 수 없다. 엄청난 인공지진으로 조선의 북부지대와 중국의 동북지역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초강력 수소탄은 태평양 한복판에서만 할 수 있다.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하였던 리용호 외무상의 답변은 그런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셋째,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하려면, 대륙간탄도미사일에 그것을 장착하여 태평양 상공으로 날려보낼 수 없다. 비행 중 안전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조선이 사상 최강의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에서 할 수 있는 방도는 수소탄을 실은 전략잠수함을 태평양으로 보내는 것이다. 선박들이 오가는 북태평양 해상교통로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외딴 해상으로 나간 조선의 전략잠수함이 수소탄을 해수면에 띄워놓고 안전수역으로 빠져나온 뒤에 원격조종으로 기폭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은 장거리작전능력을 가진 3,000톤급 전략잠수함들을 보유하였으므로, 운반수단도 이미 준비된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언명하였는데, 위에 서술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 발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구상하는 대미보복조치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 앞바다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러시아 통신사 <리아 노보스찌(RIA Novosti)> 2017년 10월 6일부에 주목할 만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연방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소속 성원인 안똔 모로조브(Anton Morozov)의 발언이 실린 러시아와 미국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그가 전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2017년 10월 2일부터 6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단을 촬영한 것이다. 왼쪽부터 알렉싼드르 마쩨고라 주조러시아대사, 한성렬 조선 외무성 부상, 안똔 모로조브 자유민주당 조선방문대표단 단장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방문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돌아간 모로조브는 러시아와 미국 언론에 조선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2,000km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위협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며, 곧 발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광전략을 격멸하고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에 따른 전략적 핵압박공세의 종결판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들(러시아 자유민주당 고위급 대표담이 평양에서 만난 조선의 고위인사들-옮긴이)은 우리들에게 그들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더욱 강력한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는 말하지 않았으나, 곧 발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과의) 대결을 진지하게 준비하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하였다. 조선의 관리들은 그 미사일의 사거리가 12,000km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 미사일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학적 계산까지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그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려면,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게 될 것인데, 만일 미국이 그 미사일을 요격하면 러시아에 위험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지금 조선에는 전반적으로 호전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들은 단호한 결의와 호전적인 언사를 보여주었다.” 

한국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7년 9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은 9월 14일 오전부터 평양 인근과 평안북도 어느 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실은 발사대차와 군용차량이 이동을 준비하는 모습을 포착하였다고 한다. 이런 정황은, 2017년 9월 19일 유엔총회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에 조선을 전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극악한 폭언을 토해내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기 며칠 전부터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위협발사준비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다발로 쏘는 대미위협발사를 단행하려는 것일까? 

트럼프의 발광전략을 파탄시켜 조미핵대결을 끝내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은 확고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는 조선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어법을 빌리면, “곧 알게 될 것”이다.  


[알림]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한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와 모바일 뷰


위의 <변혁과 진보> 큐알코드(QR Code )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세요.

스마트폰 사용자는 웹버전과 같은 주소 www.changesk.blogspot.com 에서 자동으로 모바일 뷰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