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31

국방부는 왜 새해벽두부터 전쟁을 우려하나

[한호석의 개벽예감] (94)
자주민보 2013년 12월 3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2013년 12월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진행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지적하였다. 대통령의 그런 정세인식은 그 자신과 군수뇌부의 최전방부대 연속방문 및 전투준비태세 독려로 이어졌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총파업투쟁과 반정부투쟁의 결합, 그 엄청난 폭발력

다사다난이라는 상투적 표현에는 모두 담을 수 없는 한반도의 2013년. 격동과 긴장 속에 숨 가쁘게 지나온 한 해가 역사 속으로 저물어가고 있다.

이 글은 저무는 2013년을 격동과 긴장이라는 두 개의 개념어로 되짚어보면서 2014년 정세를 전망한다.

한반도의 2013년을 왜 격동의 한 해였다고 말하는가? 군부와 정부기관이 불법선거를 자행한 것이 폭로되어 각계각층 국민들이 “2012년 대선 원천무효”와 “박근혜 사퇴”를 외치는 투쟁이 차츰 열기와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지나온 한 해였기에 격동의 한 해였다. 2013년 12월 28일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군중 10만 명의 성난 함성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정부투쟁이 1960년 4.19 민주항쟁을 재연할 기세로 2014년을 뒤흔들게 될 것임을 예고하였다. 원래 12월 28일에 10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였는데, 그 결의대회는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반정부투쟁집회로 전화되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 집회에서 대회사를 통해 “탄압은 생생했고 타협은 금지됐다. 우리는 독재를 보았다. 박근혜는 실수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면투쟁을 선언한다. 언론은 오늘 12월 28일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외쳤다.

여기서 ‘민영화’라는 언어조작행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공영화라는 말에 대비되는 민영화라는 말은 국민이 운영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공영철도를 국민에게 팔아서 국민이 운영하게 만드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국민이 이용하는 철도를 재벌에게 팔아넘겨 재벌의 사적(私的) 이윤추구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사영화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이 조작해놓은 민영화라는 기만적 용어를 내버리고 사영화라는 말을 써야 한다.

문제의 초점은 지금 박근혜 정권이 마구 밀어붙이는 철도 사영화의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빚 3조원을 국민세금으로 탕감해주었고, 각종 보조금 명목으로 4조5,000억 원을 한국철도공사에 쏟아 부었는데도, 한국철도공사의 적자규모는 17조 원을 넘어섰고, 매일 이자만 13억 원씩 갚아야 하는 파산의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왜 그러한 파산위기에 빠지게 되었을까? 역대 정권들의 연속적인 실정으로 고속철도 건설에 들어간 부채 4조5,000억 원이 한국철도공사에 떠넘겨졌고, 인천공항철도의 적자 1조2,000억 원도 한국철도공사에 떠넘겨져 한국철도공사의 총체적 부실경영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오싹 소름이 끼치는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철도공사만 파산상태에 빠진 게 아니라, 686개에 이르는 공기업들이 무려 565조8,000억 원의 부채에 짓눌려 이자도 갚지 못하는 바람에 빚이 빚을 낳아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은 공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3만 명 노동자를 고용한 한국철도공사를 강도 높게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기업개혁’은 IMF 사태 이후 언제나 그러했듯이 부실경영과 재정파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여 그들을 집단해고로 내몰고, 부실기업을 재벌에게 헐값으로 팔아넘기는 ‘잔인한 종결처분’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철도 사영화는 공기업을 재벌에게 팔아넘기는 전반적 사영화의 첫 공정이다. 세계적 범위에서 일어난 자본주의시장경제의 재정파산위기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서둘러 강행한 이른바 ‘신자유주의정책’의 핵심조치가 바로 그러한 전반적 사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은 앞으로 많은 공기업을 재벌에게 팔아넘길 것이고, 그러지 않아도 중산층의 몰락으로 양극화된 재벌과 국민 사이의 빈부격차는 더욱 극도로 벌어져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재앙을 몰고 올 것으로 예견된다.

만일 박근혜 정권이 공기업을 재벌에게 팔아넘기지 않으면 공기업 연쇄파산이라는 대파국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고, 공기업 연쇄파산이 일어나는 경우 박근혜 정권은 1주일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박근혜 정권은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공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과 공기업 유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물리적으로 짓누르며 무조건 공기업의 전반적 사영화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영화의 비극적 내막은, 자본주의시장경제의 내부모순이 격화된 나머지 박근혜 정권과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관계가 적대적으로 전화되었음을 말해준다. 그 전화방향을 되돌릴 만한 해결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이 생사존망의 위기에 빠져있다고 판단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생사존망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박근혜 정권의 몸부림은 공기업 사영화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투쟁에 돌입한 노동계급과의 전면대결을 촉발하게 되는데, 2013년 12월 22일 박근혜 정권이 투입한 경찰력이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하면서 문을 부수고 민주노총 본부에 난입한 폭력사태는 박근혜 정권이 스스로 퇴로마저 차단해버린 최악의 자충수였다. 전두환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에는 노동계급이 아직 조직되지 못해서, 의식화된 대학생들이 반정부투쟁에 앞장에 섰지만, 2013년 오늘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대학생들이 강의실을 뛰쳐나와 항쟁의 거리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으로 결속된 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을 벌이며 항쟁의 거리를 메우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강의실을 뛰쳐나와 반정부투쟁을 벌일 때는 대학교문만 닫으면 되지만, 노동조합으로 결속된 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과 반정부투쟁을 결합할 때는 사회 전체가 움직임을 멈추게 된다. 노동조합의 총파업투쟁과 각계각층 국민들의 반정부투쟁의 결합은 반정부투쟁의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것을 잘 아는 박근혜 정권은 2013년 12월 28일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군중 10만 명이 경찰저지선을 뚫고 광화문 네거리로 진출하여 도로를 점거하였으나, 이전과 달리 폭력진압을 자제하였다. 폭력진압은 시위군중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자극하여 대규모 항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폭력진압자제전술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전술일 뿐이지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시위군중에 대한 폭력진압을 자제하는 대신, 철도노조 간부들을 마구 체포하여 처벌하는 대량검거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12월 28일 10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각계각층 국민들과 함께 촛불집회를 계속하겠다는 민주노총의 결의와 2014년 1월 9일에 2차 총파업을 예정되었음을 밝히면서,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2월 25일에는 ‘국민총파업’을 벌여 “투쟁의 함성으로 서울을 뒤덮자. 두려워하지 말자. 결국 퇴진하는 것은 박근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민주노총이 총파업투쟁과 결합한 전국민적 반정부투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최후통첩’이었다.

민주노총의 ‘최후통첩’을 듣고 질겁한 박근혜 정권은 민주노조 간부들에 대한 대량검거선풍을 일으켰다. 박근혜 정권은 반정부투쟁이 질적 변화를 일으켜 대규모 민주항쟁이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저지해 보려고 민주노조 간부들을 검거하려는 술수와 폭력을 동원하지만, 그런 수술과 폭력은 성난 노동계급을 더 자극하여 그들을 반정부투쟁으로 떠밀어주고 정권의 퇴로마저 차단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민주노조 탄압으로 더욱 증폭된 노동계급의 분노는 “박근혜 사퇴”를 외치는 시위군중을 10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으로 증가시킬 것이며, 결국 성난 시위군중의 ‘청와대진격투쟁’을 촉발시키게 될 것이다. 2008년 6월 ‘광우병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군중이 ‘이명박 퇴진’과 ‘청와대진격’을 구호로 외치기까지 근 한 달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첫 집회에서부터 ‘박근혜 사퇴’ 구호가 터져 나온 것을 보면, 두 번째 집회에서 ‘청와대진격’ 구호가 터져 나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2013년 격동의 한 해는 ‘박근혜 사퇴’를 외치는 반정부투쟁 속에서 저물어가고, 반정부투쟁의 폭발력은 2014년 1월 9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2차 총파업투쟁을 계기로 급속히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초강력한 폭발에너지가 시시각각 증강되는 중이다.

   
군수뇌부의 전투준비태세 점검과 대통령의 최전방부대 방문

한반도의 2013년을 왜 긴장의 한 해였다고 말하는가? 2012년 12월 12일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범죄행위’로 몰아간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사주하여 대북제재조치를 의결하였는데, 그러한 불법적인 압박에 격노한 북이 2013년 2월 12일 지하핵실험으로 강력하게 대응하자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또 다시 사주하여 대북제재조치를 재의결하였다. 이처럼 미국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북적대행위는 한반도의 군사대치상황을 미증유의 전쟁위험으로 전변시키고 말았으니, 2013년 3월부터 4월까지 두 달 동안 북미관계는 각종 핵타격수단들까지 동원된 초긴장 대결상태로 빠져 들어갔다. 6.25전쟁을 종전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유지해온 정전 60주년의 2013년은 각종 핵타격수단들이 북과 미국의 대치전선에 모습을 드러낼 만큼 심각한 위험을 노정한 한 해였다.

2013년 3월부터 4월까지 두 달 동안 지속된 초긴장 대결상태는 일시적으로 조성되었다가 흐지부지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긴장 대결상태가 해소되지 않았다면, 지금 세밑에 이른 한반도 군사상황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12월 1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향후 북한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불투명하고 도발과 같은 돌발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군과 경찰은 다양한 유형의 도발 등에 대비해, 특히 서해5도를 비롯한 북한과 인접한 지역의 감시 등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치안유지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들도 당분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여러 상황에 대비해 소홀함 없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잇달아 주재하면서는 “현재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고 보고, 정부가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외교안보부서를 중심으로 북한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굳건한 경비태세를 한층 강화하며 공직자들도 근무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라”고 하면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등 한미동맹 차원의 협력체제를 긴밀히 유지하고 아울러 관련국 및 국제사회와도 정보공유와 대북공조 노력을 지속해 나가 달라”고 지시하였다

2013년 12월 17일 오전 김관진 국방장관은 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열고 “북한은 내년 1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도발한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 도발 시 도발세력은 물론 지원세력까지 가차 없이 응징하라”고 지시하였다.

2013년 12월 23일 커티스 스카파로티(Curtis M. Scaparrotti)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최윤희 한국군 합참의장, 권혁순 3군사령관을 비롯한 한국군 고위지휘관 20명과 주한미국군 지휘관 10명을 대동하고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국군 최전방부대 관측소를 찾아가 1시간 30분 동안 작전계획에 따른 전술토의를 진행하면서, 지금 자기들은 한미연합군의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최전방부대들을 방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김관진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강원도 인제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대를 찾아가 훈련병 140명의 각개전투훈련을 군복차림으로 참관하였고, 같은 날 오후에는 강원도 양구군에 있는 최전방부대인 제12사단 을지대대 전망대와 일반전초(GOP)를 찾아가 “알다시피 한반도 정세와 안보상황이 매우 위중하다. 북한 내부상황이 심상치 않고 이에 따라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만약 (북이) 도발을 해 온다면 단호하고 가차 없이 대응해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한다”고 지시하였다.

2013년 12월 24일 이영주 해병대사령관은 백령도에 주둔하는 해병 6여단의 관측소(OP)와 방공진지를 찾아가 “서북도서는 전면전과 국지도발이 따로 없다. 오늘 당장 적이 도발한다면 지휘-지원세력까지 무자비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을 시발로 하여 해병대 전부대의 동계작전 대비태세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위에 열거한 사실을 보면, 2013년 12월에 이르러 주한미국군사령관과 한국군 수뇌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고위관리들도 ‘북의 대남무력침공’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그에 대비해 최전방부대들을 찾아가 전투태세를 독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전쟁전야에나 볼 수 있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국정원장이 베푼 국정원 간부들의 ‘송년결의모임’이었다. 2013년 12월 21일 남재준 국정원장은 자신의 공관에서 국정원 간부 송년회를 열어놓고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통일돼 있을 것이다. 우리 조국을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통일시키기 위해 다 같이 죽자. 한 점도 거리낌 없이 다 죽자”고 하면서 ‘비장한 결의’를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국정원장과 그의 부하들이 송년회에서 술김에 객기를 부린, 만화 같은 장면이 아니다. <동아일보> 2013년 12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 임무는 조국의 새벽을 준비하는 것이며, 이는 곧 다가올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이른바 ‘새벽론’을 국정원 간부들에게 평소에도 자주 강조해 왔다고 하는데, 그는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통일’이 2015년에 실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장과 그 부하들의 그러한 ‘확신’은 술에 취해 객기를 부리며 횡설수설하는 게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어떤 정보판단에 의거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통일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국정원장의 말은, 어떤 엄청난 급변사태가 한반도에서 2014년에 일어날지 모른다는 예상을 전제한 발언이다. 그들이 예상한 급변사태는 그들이 “거리낌 없이 다 죽자”고 결의할 만큼 심각한 사태, 곧 전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국정원장과 그 부하들은 2014년에 전쟁이 일어나고, 그 전쟁에서 북이 패하여 2015년에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체제로 통일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정보를 독점한 국정원이 2014년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하고 ‘비장한 결의’를 하였으므로, 주한미국군사령관과 한국군 수뇌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이 최전방부대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전투태세를 독려하는 것이다.

2014년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국정원의 예견은 엉뚱한 오판인가 아니면 올바른 정보판단인가? <뉴스1> 2013년 12월 20일 보도기사에서 한국 국방부 고위인사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패턴(양상이라는 뜻-옮긴이)은 작은 부대부터 시작해 차츰 규모를 키우면서 훈련의 강도를 높인다. 현재는 훈련 초반시기이고 훈련활동은 늘고 있지만, 특이한 군사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취재기자에게 말하였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 북에서는 특별한 군사동향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2014년에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견하였고, 주한미국군사령관과 한국군 수뇌부, 박근혜 대통령과 고위관리들은 매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작 2013년 3월부터 4월까지 각종 핵타격수단들이 전선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실로 긴박한 전쟁재발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때는 최전방부대들을 찾아다니며 전투태세를 독려하지 않았던 그들은 긴박한 전쟁재발분위기가 조성되지도 않은 오늘에 와서 왜 이례적으로 최전방부대들을 찾아다니며 전투태세를 독려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대북공작과 대북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장이 입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 사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체포된 직파간첩과 장성택 사건   

<조선일보> 2013년 12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남재준 국정원장은 장성택 사건과 관련된 대북정보에 대해 “최근 전 직원을 상대로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취재기자들과 접촉하는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장성택 사건과 관련된 대북정보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 관련 정보는 이를 다루는 소수의 담당자만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대부분은 전혀 내용을 모른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정원장이 국정원 전체 직원들에게 입단속을 지시한 것이야말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배경에 어떤 충격적 사연이 깔려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정원이 입단속을 하고 있는 충격적 사연은 장성택 사건과 직결된 것이다. 장성택 사건과 관련하여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성 유언비어가 한 동안 남측 언론에 난무하였는데, 남재준 국정원장의 ‘정리발언’이 그런 악성 유언비어를 한 방에 잠재워버렸다. 2013년 12월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한 남재준 국정원장은 장성택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에 나돌던 ‘권력투쟁설’을 부인하고 ‘이권개입설’을 새로 꺼냈던 것이다. 그가 꺼내놓은 ‘이권개입설’이라는 것은, 장성택이 당행정부 산하 ‘54부’라는 기관을 틀어쥐고 중국에 석탄을 수출하는 대외수출사업이권을 독점하다가 다른 기관들과 갈등을 빚게 되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권개입을 자제하라고 장성택에게 지시하였는데 장성택이 지시를 거부하자, 명령불복종으로 그가 처형당했다는 참으로 허무맹랑한 가설이다.

장성택 사건이 일어나자 ‘대북소식통’들이 때를 만난 듯이 날조, 유포한 각종 악성 유언비어들이 숱하게 많은데, 국정원장의 그런 가설에 ‘대북소식통’들이 하나 더 추가한 또 다른 가설은, 2013년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54부’ 산하 외화벌이사업소에서 장성택 일당과 인민군 4군단 병력이 이권다툼으로 총격전을 벌여 사상사가 생겼다는 ‘총격전설’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이 장성택 사건의 원인을 ‘권력투쟁설’이나 ‘이권개입설’로 설명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장성택 사건은 ‘권력투쟁’이나 ‘이권개입’ 같은 것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음을 국정원이 자인해버린 꼴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장성택 사건에 얽어놓은 충격적 사연은 무엇일까?

2013년 11월 7일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은 충격적인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였는데, 그 사건의 경위는 이러하다. 국가안전보위부는 “평양에 침입한 정체불명의 대상”을 최근에 체포하였는데, “초보적으로 조사한 데 의하면 대상은 근 6년 간 우리와 린접한 제3국(중국을 뜻함-옮긴이)에서 종교의 탈을 쓰고 반공화국정탐모략책동을 감행하다 못해 직접 우리 경내에서 불순분자들을 규합하여 우리 사회와 제도의 안정을 파괴할 목적으로 수도 평양에까지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2013년 10월 하순 평양에서 있었던 대북간첩 체포사건을 상기하는 까닭은, 그 사건에서 매우 특이한 점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첫째, 대북간첩이 평양에 잠입하였다가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된 것은 6.25전쟁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사건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은 간첩이 침투하여 공작활동을 벌이기가 거의 불가능한 ‘방첩국’이다. 그래서 국정원은 북을 합법적으로 드나드는 중국 조선족을 매수하여 대북간첩으로 이용한다. <아시아경제> 2013년 12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블랙요원’ 또는 ‘그림자요원’이라고 부르는 대북간첩을 북에 침투시키는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는데, 그런 대북간첩은 “한국 국적이 아닌 중국 국적을 가진 현지인으로 국가정보원의 해외정보수집 또는 현지의 활동을 일부 대신하고 있는 요원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매우 특이하게도 2013년 10월 하순 평양에서 체포된 대북간첩은 중국 조선족 출신 매수간첩이 아니라 국정원 소속 직파간첩이었다.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그 직파간첩은 북중 국경지대의 중국 지역에서 근 6년 동안이나 대북비밀공작을 벌였다고 하니 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직파간첩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국경경비망을 뚫고 밀입북한 뒤에 열차편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로 이동하여 열차를 타고 평양역에 도착하여 평양 시내를 돌아다닐 때까지 북측 주민으로부터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은 것은, 그가 북측 주민들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완벽한 위장행동을 하는 고도의 잠입훈련을 받은 간첩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국경지대에 일시적으로 밀입북했다가 곧장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국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평양에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한 것은, 그가 국정원으로부터 매우 중대한 임무를 받고 평양에 직파된 대북간첩이었음을 말해준다.

둘째, 직파간첩이 평양에서 체류하면서 “불순분자들을 규합”하려고 하다가 체포되었다는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대변인 발언을 들어보면, 그의 공작임무는 북의 고위층 인사를 포섭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시아경제> 2013년 12월 21일 보도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국정원 당국자는 “북한 고위층 인사를 포섭해 신뢰할 만한 스파이, 정보원을 길러내야 고급정보 입수가 가능하다”고 말하였다.

위에 인용한 국정원 당국자의 말처럼 북의 고위층 인사를 포섭하여 고정간첩으로 길러내려면, 평양에 잠입한 직파간첩이 북의 고위층 인사들 가운데 어떤 대상을 선발하여 그를 은밀히 접촉하고 포섭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평양에 있는 호텔에 장기투숙해야 한다. 하지만 직파간첩이 자기 신분을 북측 주민으로 위장하였더라도 평양에 있는 호텔에 장기투숙하며 비밀공작을 벌이는 것은 현지 사정 상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평양에 잠입한 직파간첩은 북의 고위층 인사를 포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포섭된 공작대상과 접선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에 잠입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미 포섭된 공작대상과 연계된 연락선이 있었을 텐데, 왜 평양에 들어가 접선하는 위험한 잠입공작을 감행한 것일까? 직파간첩의 위험한 잠입공작은, 이미 포섭된 공작대상과 연계된 기존 연락선이 갑자기 단절되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직파간첩을 평양에 잠입시킨 것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런 정황을 파악하면, 직파간첩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에 잠입하여 만나려던 접선대상은 이미 국정원에 포섭된 공작대상인데, 2013년 10월 하순 이전 어느 시점에 갑자기 연락이 끊겨 더 이상 연락하지 못하게 되자 무리하게 잠입공작을 강행한 것이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국정원에 포섭되어 활동한 공작대상은 누구이며, 그 공작대상과 연계된 기존 연락선은 왜 2013년 10월 하순 이전 어느 시점에 갑자기 끊어진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위에서 언급한 ‘총격전설’에서 발견된다. 장성택 일당과 인민군 4군단 병력이 이권다툼으로 총격전을 벌였다는 소문은 누가 들어봐도 허위사실이지만, 장성택 일당이 2013년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북의 국가안전보위부에게 적발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장성택 일당 가운데 이미 국정원에 포섭되어 활동해온 공작대상이 2013년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경제사범으로 북측 사법당국에 적발되었고, 그로써 그 공작대상과의 연락이 갑자기 끊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그 공작대상이 장성택의 심복들이 중국에 있는 국정원 비밀조직과의 연락에 이용하였던 연락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측 사법당국은 그의 정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사범으로 적발하였는데, 대외무역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가안전에 관한 추가 혐의를 포착하고 국가안전보위부로 이송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측 언론에서 거론된 장성택의 심복은 리룡하와 장수길이다.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었던 당행정부에서 리룡하는 제1부부장이었고, 장수길은 부부장이었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12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리룡하와 장수길은 “해외에서 자금을 빼돌리고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그들이 자금을 빼돌리고 부당이득을 챙긴 ‘해외’는 중국이다. 고위간부들이었던 리룡하와 장수길이 직접 중국을 드나들면서 자금을 빼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자기들 밑에 있는 과장급 간부에게 중국내왕과 자금횡령을 지시하였을 것이다. 그 지시를 받은 과장급 간부는 중국을 드나들면서 자금을 빼돌리고, 자기의 직속상관들인 리룡하와 장수길에게 거액을 상납해온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12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장성택 사건으로 처형된 범범자들 가운데 과장급 간부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 공작활동을 벌이는 국정원 비밀조직은 중국을 드나들면서 자금을 빼돌리고 부당이득을 챙긴 과장급 간부를 중국 현지에서 매수, 포섭하였고, 그를 통해 리룡하, 장수길과 비밀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 리룡하와 장수길과 접선하여 장성택을 포섭하려는 비밀공작을 추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명백하게도, 국정원이 추진한 대북비밀공작의 목표는 장성택 포섭이었고, 최종목표는 장성택을 배후에서 조종하여 북의 정권을 찬탈하려는 것이었다. 장성택 포섭과 정권찬탈, 바로 이것이 북의 ‘정권교체(regime change)’와 ‘급변사태(contingency)’를 노린 충격적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전직 국정원 고위간부의 제보를 인용한 <조선일보> 2013년 12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장성택을 “잘 알고 교류했던” 남측의 재벌기업 임원과 또 다른 기업가를 통해 1996년 말 장성택과 간접접촉을 하였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당시 국정원이 장성택과 간접접촉을 시도하게 된 까닭은 “장성택이 그나마 북한에서 언젠가는 개혁과 개방을 선도할 온건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성택을 포섭하여 그로 하여금 정권을 찬탈하게 만들고, 북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정권을 세우고, 그 정권을 배후에서 조종하여 북을 핵포기와 국가체제해체로 유도하려는 것이 국정원이 추진해온 장성택 포섭공작의 최종목표였던 것이다.

2013년 12월 13일 남측 보도전문 텔레비전방송 <YTN> 대담에 출연한 탈북자 출신 강명도 교수는 “장성택과 연계해서 북한 체제변화를 도모하려고 했다. 몇 달 전부터 장성택과 선을 연결해 우리 쪽으로 끌어오려고 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면서 “장성택이 실권을 잡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연계까지 했었다”고 밝혔는데, 그는 “최근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비밀리에 중국과 동남아 국가를 방문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정권교체’와 ‘급변사태’는 국정원이 단독 추진하는 대북비밀공작이 아니다. ‘정권교체’와 ‘급변사태’라는 비밀공작개념 자체가 미국 중앙정보국이 조작해놓은 것이다. 장성택 포섭→정권교체→핵포기→국가체제해체로 이어질 엄청난 대북비밀공작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기획, 주도하고 국정원이 현지 실무작업을 맡은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주한미국대사관 건물에 입주한 ‘한국지부’를 통해 국정원과 긴밀하게 연락하면서 ‘정권교체’와 ‘급변사태’를 노린 대북비밀공작을 추진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4년 1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

오늘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면, 남과 북에서 각각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위에서 자세히 논한 것처럼, 남측의 각계각층 국민들 속에서는 불법당선이 드러났는데도 공기업 사영화와 종북몰이 폭압정치를 감행하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고, 북측 지도부에서는 장성택 일당을 포섭하여 국가전복비밀공작을 감행한 미국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남측에서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할 시점이 이미 정해졌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이 발표한 대로, 2014년 1월 9일 2차 총파업에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2월 25일 ‘국민총파업’에서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그와 더불어 주목하는 것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WMD> 2013년 4월 7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요즈음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가장 위험한 실행방침(most dangerous course of action)”을 실시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하는데, 그것을 ‘MDCOA’로 약칭한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북의 ‘가장 위험한 실행방침(MDCOA)’은 북이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말한 ‘조국통일대전’인 것이다.

<동아일보> 2013년 8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북이 2012년 9월에 개정한 ‘전시사업세칙’에는 ‘전시선포시기’가 새로운 항목으로 들어갔는데, 그것은 “첫째, 미제와 남조선의 침략전쟁의도가 확정되거나 공화국 북반부에 무력침공을 했을 때, 둘째, 남조선 애국력량의 지원요구가 있거나 국내외에서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경우, 셋째, 미제와 남조선이 국부지역에서 일으킨 군사적 도발행위가 확대될 때”로 규정되었다는 것이다.

북의 그간 일관된 평화통일 방침과 다른 측면이 있어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동아일보에서 보도한 북의 바뀐 규정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월 사이에 총파업투쟁과 반정부투쟁이 결합된 국민적 분노의 대폭발이 일어나 박근혜 정권의 통치력이 완전 마비되는 경우 북은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가장 위험한 실행방침’이라고 우려하는 ‘조국통일대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2013년 12월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이 주요지휘관들에게 2014년 1월 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심각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나, 2013년 12월 21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 간부 송년회에서 2014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

2013년 12월 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지휘부를 찾아가 부대 지휘관들에게 “세계적인 군사초대국의 지위에” 오른 북의 인민군대에게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고 자기 부대의 싸움준비완성에 최대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시하시였다”는 북측 언론보도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오늘 한반도 상황을 바라보면, 격동과 긴장 속에 저무는 2013년이 보이고, 더 큰 격동과 긴장 속에 다가오는 2014년이 보인다. 7천만 겨레는 한반도 역사에서 가장 숨가쁘게 전개되는 격동과 긴장의 대격변기에 들어선 것이다.


추리의 정확성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정부의 핵심 안보관련 기관장도 대통령도 한반도가 전쟁 초긴장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며 특히 남북관계를 대결국면에서 대화와 교류협력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이 절실한 상황이다. 새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혁신만이 이 위기를 극복케 할 것이다.
답은 결국 6.15와 10.4선언 전면 이행 외에 없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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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인민군 잠수함대

[한호석의 개벽예감] (93)
자주민보 2013년 12월 2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2013년 12월 13일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그 연구소에 특별한 과업을 주었다. 2014년부터 지하요새를 증설하기 위한 특수설계과업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군과 한국군이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과 강철차폐문이 겹겹이 설치된 지하해군기지

장성택 사형집행에 관련하여 북을 비난하는 유언비어들이 남측 언론에 난무하던 2013년 12월 14일 북측 언론에 또 다시 놀라운 소식이 보도되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2월 13일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소식이었다. <사진 1>은 그 놀라운 소식에 관련하여 북의 언론이 보도한 사진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소식을 놀라운 소식이라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래의 정보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였던 2013년 12월 13일, 평양체육관에서는 북측 전역에서 모여온 ‘건설부문일군대강습’ 참가자들이 8개 부문으로 나뉘어 실무강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건설부문일군대강습’은 12월 8일부터 12월 14일까지 계속되었는데, 군인과 민간인을 막론하고 건설부문의 모든 간부들과 기술자들이 그 대강습에 참가하였다. 그런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건설부문일군대강습’ 마지막 날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한 것이다. 무슨 뜻인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2014년에 건축설계부문에서 제기될 가장 중대한 임무를 인민군 설계연구소에 몸소 맡겼다는 뜻이다.

인민군 설계연구소는 인민군 공병부대가 건설하는 각종 군사시설을 설계하는 전문기관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군사시설 설계를 민간설계회사에게 용역으로 위탁하지만, 북에서는 군사시설 설계를 전담하는 인민군 설계연구소가 따로 있다. 이것은 군사시설 설계를 전담하는 특수설계기관이 필요할 만큼 북의 군사시설이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고, 또한 군사시설 건설을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인민군 군사시설은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자기 영내에서 자체로 건설하는 중소형 일반군사시설이 아니라, 인민군 공병부대들이 건설하는 대형 주요군사시설을 뜻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인민군 설계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면서 “당의 전국요새화 방침과 사회주의문명국 건설구상을 관철하는 데서 조선인민군 설계연구소가 맡고 있는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일차적 임무는 조선로동당의 ‘전국요새화 방침’을 건축설계부문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북에서 요새라고 불리는 전략군사시설은 지하요새화된 주요군사기지를 뜻한다. 그런데 북의 실정을 잘 알지 못하는 남에서 ‘땅굴’이라는 신조어가 유행되는 바람에 남측 국민들은 지하요새라는 말을 듣는 순간 습기가 차서 눅눅하고 조명도가 낮은 전등 몇 개가 켜진 어두컴컴한 지하대피소를 상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런 상상과 전혀 다르다. 예컨대, 인민군 공군부대에서 근무하다가 1996년 5월 월남한 탈북자의 경험담에 따르면, 북에 건설된 지하공군기지 내부는 물을 수시로 바닥에 뿌려주어야 할 만큼 건조하다고 한다. 또한 북의 전방부대에서 군사복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탈북자가 2010년 11월 28일 <중앙SUNDAY> 취재기자에게 들려준 목격담에 따르면, 전방지대의 인민군 중대가 사용하는 수많은 지하군사시설들에는 중대병력 100명이 1주일 동안 전면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탄약, 무기, 식량, 연료 등이 완비되었다고 한다.

물론 북측 각지에는 인민들이 전시에 대피할 지하대피시설들이 수없이 많지만, 인민군 설계연구소는 단순한 설계와 시공으로 건설하는 지하대피시설 같은 지하시설을 설계하는 곳이 아니다. <사진 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민군 설계연구소에서 설계하는 지하요새는 3차원 컴퓨터기술로 설계하고, 공병부대들이 현대식 건설장비와 자재와 설비를 투입하여 시공하는 첨단군사시설이다. 그러므로 북에 건설된 수많은 지하요새를 삽과 곡괭이로 파낸 땅굴이라고 상상해오던 오랜 착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로동신문> 2013년 8월 11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베트남전쟁 초기에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해 달라는 호치민 베트남 국가주석의 “긴급요청”을 받고 1965년 8월 인민군 공병부대를 북베트남에 급파하였는데, “착암기, 공기압축기, 세멘트와 까벨선(케이블선이라는 뜻-옮긴이), 자동차”는 물론이고 식량과 부식물까지 가지고 베트남전선에 도착한 인민군 공병부대는 미국군의 집요한 공중폭격 속에서 진척시켜야 하는 어려운 공사를 밀고 나가 3년 만에 지하야전지휘소를 완공하였다. 그들의 희생적인 노고와 탁월한 시공능력에 감동한 호치민 국가주석은 김완수 인민군 공병부대 지휘관에게 베트남 최고훈장인 전공훈장 제1급을 직접 달아주면서 치하하였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베트남전쟁 시기에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병사들이 비정규전을 수행하기 위한 구찌갱도(Cu Chi Tunnel)를 삽과 곡괭이로 굴설하고 있을 때, 북베트남에 파견된 인민군 공병부대는 착암기와 공기압축기 같은 굴착장비로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북은 이미 1965년에 다른 나라의 지하야전지휘소를 건설해주는 기술과 역량을 가졌으므로, 그 이후에 북측 각지에 얼마나 많은 지하요새를 건설하였는지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북이 지하요새를 곳곳에 그처럼 많이 건설한 까닭은 지하요새야말로 적의 공중정찰을 무력화하는 엄폐효과,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방호효과, 적에게 불시타격을 가하는 작전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하여 가장 견고하고 위력적인 군사기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만이 아니라, 몇몇 다른 나라들도 지하군사시설을 건설해놓았지만, 다른 나라 지하군사시설은 대체로 일부에 국한되었을 뿐이다. 모든 군종 및 병종의 전략군사시설을 100% 지하요새화한 요새강국은 전 세계에서 오직 북밖에 없다. 중국도 자국의 전략군사시설을 지하요새화한 요새강국이지만, 북처럼 100%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였다.


▲ <사진 2> 스웨덴군이 화강암층 해안암벽을 뚫고 건설한 무스코 지하해군기지의 위용이 대단해 보인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은 이 지하요새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하면서, 핵공격에도 끄덕 없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그런데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출입구에는 강철차폐문도 없고 출입구 앞쪽에는 콘크리트 방호벽도 없다. 화강암층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지형을 가진 북은 위와 같은 지하해군기지를 동서해안 곳곳에 건설하였을 뿐아니라, 3중 강철차폐문을 출입구에 설치하고 두께 3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까지 출입구 바깥쪽에 설치하여 핵공격을 막아내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었으니, 그 분야에서 스웨덴은 북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 건설된 수많은 지하요새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상물을 손꼽는다면, 물론 지하야전지휘소가 첫 손가락에 꼽히고, 지하격납고와 지하활주로를 가진 지하공군기지, 지하저탄시설과 지하발사시설을 가진 지하미사일기지, 그리고 지하수리소와 지하정박소를 가진 지하해군기지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지지도한 인민군 설계연구소에서 그러한 지하야전지휘소, 지하공군기지, 지하미사일기지, 지하해군기지 등 첨단지하군사시설을 설계한다.

2013년 12월 1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여러 설계실들을 돌아보면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설계의 과학화 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이자면 설계방법을 과학화하고 설계수단을 현대화하여야 한다”고 지적하였고, 설계연구소에 필요한 최첨단설계수단들을 자신이 직접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였으며, 설계연구소 앞에 나서는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접 지시와 각별한 배려에 의해 인민군 설계연구소의 기술과 역량이 앞으로 불과 한 달 안에 최첨단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는 뜻이며, 첨단시설을 갖춘 지하야전지휘소, 지하공군기지, 지하미사일기지, 지하해군기지 등 지하요새들이 2014년부터 곳곳에 증설될 것이라는 뜻이며, 그와 더불어 기존 지하요새들도 현대화된다는 뜻이다.

요즈음 북의 건설부문에 널리 도입되는 첨단기술은 전자통신기술, 자동화기술, 친환경기술 등이므로, 지하요새에 전자통신설비를 들여놓고, 지하요새운용체계를 자동화하고, 전력소비를 줄인 친환경적인 내부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네 종류의 지하요새들 가운데 가장 건설하기 어려운 것이 지하해군기지다. <사진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하해군기지는 기지 내부에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설계해야 하고, 수상함이나 잠수함이 곧장 바다로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지하군사시설에 비해 설계와 시공이 그만큼 더 어려운 것이다.
▲ <사진 3> 스웨덴군이 자랑하는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전술잠수함 3척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전술잠수함 전용 지하기지라서 그런지 내부공간 높이가 좀 낮아 보이고 너비도 좀 좁아 보인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민군 지하해군기지 내부공간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내부공간의 높이와 너비가 각각 30m나 된다고 하니 키가 큰 군함들이 두 줄로 줄지어 들어갈 수 있다. 무스코 지하해군기지 내부길이는 350m밖에 되지 않지만, 남포에 있는 인민군 지하해군기지 내부길이는 600m나 된다니 그 규모가 얼마나 장대한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은 스웨덴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지하요새강국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2008년 11월 수라 쉐 만(Thura Shwe Mann) 미야마군 합참의장은 미얀마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북을 방문하여 각종 군사시설을 돌아보던 중 남포에 있는 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 예하 지하해군기지 한 곳을 참관하였는데, 그의 이름으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참관한 인민군 지하해군기지는 높이 30m, 너비 30m, 길이 600m이고, 기지출입구에서 얼마 떨어진 바다 위에 적의 미사일공격을 막기 위한 높이 30m, 두께 3m, 길이 30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이 설치되었고, 기지출입구에는 전기장치로 여닫는 강철차폐문이 3중으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전략연구소(RISS) 국방정책실 부실장 블라디미르 노비코프(Vladimir T. Novikov)는 2013년 2월 13일 <연합뉴스> 취재기자와 대담하면서 북의 지하군사시설은 재래식 무기로 파괴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월 스트릿 저널(WSJ)> 2012년 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3억3,000만 달러를 투입하여 개발한, ‘벙커버스터(Bunker-buster)’라고 부르는 무게 13.6t의 지하관통폭탄을 B-2 스텔스 폭격기에서 투하하는 폭격실험을 실시하였는데, 견고하게 건설된 지하군사시설은 그 폭탄으로 파괴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께 3m의 이동식 콘크리트 방호벽과 3중 강철차폐문이 설치된 인민군 지하해군기지는 세상에 현존하는 그 어떤 무기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완벽한 방호력을 지녔다. 그런 지하해군기지는 북에서만 건설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지하요새들 가운데 하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인민군 설계연구소 현지지도는 그처럼 완벽한 방호력을 지닌 현대식 지하해군기지를 2014년에 증설하게 된다는 뜻이며, 그렇게 건설된 지하해군기지에 들어갈 신형 전투함들과 신형 잠수함들이 지금 대량 건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북의 ‘은아축전지’ 대량생산과 잠수함 건조능력

중국 해관(남측에서는 세관)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3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3년 1월 한 달 동안 7억 2,600만 원(미화 65만3,000 달러)을 주고 중국으로부터 661.7kg의 은을 수입하였다. 한 달에 1만 달러 이상을 들여 보석류와 귀금속류를 수입한 적이 없는 북이 2013년 1월에는 매우 이례적으로 65만 달러나 주고 많은 양의 은을 수입한 것이다.

‘지하자원의 보고’라고 부를 만큼 각종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에는 은도 많이 묻혀있는데, 5,0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북의 은매장량을 국제시세로 환산하면 1조9,124억 원(18억 달러)이고, 북측 각지의 은광산들에서는 내부수요를 충족하기에 넉넉한 은광석을 채굴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북이 2013년 1월에 갑자기 많은 양의 은을 수입한 것은,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어떤 제품을 올해 초부터 대폭 증산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제품들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것은 축전지다.

북이 올해 들어 축전지를 대폭 증산하기 시작한 사연은 무엇일까? 축전지는 산업부문에서 많이 쓰이기도 하지만, 축전지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곳은 역시 군사부문이다. 전투기, 헬기, 전차, 장갑차, 대전차미사일, 무선통신기, 야시경장비, 기뢰탐지기, 잠수함, 어뢰 등 주요군사장비들은 축전지를 반드시 내장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축전지를 가장 많이 내장하는 군사장비가 바로 잠수함이다. 핵동력 잠수함이나 디젤-전동식 잠수함에는 모두 축전지가 들어가는데, 특히 디젤-전동식 잠수함은 축전지에서 나오는 전기로 추진력을 얻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축전지가 들어간다. 예컨대, 2000년에 퇴역한 영국 해군의 오버론급(Oberon-class) 잠수함은 길이가 90m이고, 수중배수량이 2,370t이며, 승조원 70명이 승선하는 중형 디젤-전동식 잠수함이었는데, 그 잠수함 밑창에는 2볼트(V) 축전지 448개가 꽉 들어차 있었다. 중형 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려면 얼마나 많은 은이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은과 아연의 합성물이 들어가는 잠수함 축전지를 북에서 ‘은아축전지’라 부른다. ‘은아축전지’에 들어가는 아연은 북에서 내부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아 다른 나라에 수출도 한다. 이를테면, ‘금골’이라고 부르는 함경남도 단천에 있는, 동아시아 최대 아연광산인 검덕아연광산에는 아연 2억7,000만t이 묻혀있고, 검덕광업련합기업소의 연간 아연생산능력은 2005년을 기준으로 12만4,000t이었는데, 2006년에 생산시설의 종합적인 자동화를 실현하였으므로 지금은 연간 아연생산량이 20만t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북이 ‘은아축전지’를 대폭 증산하기 위해 아연을 수입할 필요는 없고, 은만 수입하면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요즈음 북은 신형 잠수함을 대량으로 건조하고 있는 것일까?

2006년 3월 9일 버월 벨(Burwell B. Bell)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이 “세계 최대의 잠수함대(the world's largest submarine fleet)”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같은 해 6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표한 ‘2006년 세계 군사력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인민군 잠수함은 88척이다. 그러면 2006년에 88척이었던 인민군 잠수함은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오늘 얼마나 더 증강되었을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2010년 이후 북에서는 ‘주체철’ 기술개발로 철강생산이 증가하였고, 기계공업부문에 CNC 공작기계가 널리 보급되어 기계가공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철강생산의 증가와 CNC 공작기계의 보급 확대는 잠수함 건조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잠수함 건조능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데일리 NK> 2011년 2월 15일 보도와 2013년 4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0년 이전에는 전술잠수함을 연간 5척씩 건조해오던 북이 2010년부터 여러 조선소들에서 전술잠수함을 대량건조하기 시작하여, 2013년 현재 북의 전술잠수함 건조능력은 (조선소 당) 6개월에 한 척씩 건조하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으며, 전술잠수함을 연간 15척 이상 건조한다고 한다. 요즈음 북에서 이처럼 대량생산하는 전술잠수함은 길이 34m, 수중배수량 370t, 533mm 중어뢰발사관 4문을 장착한 소형 잠수함이다. 이처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강된 북의 잠수함 건조능력을 생각하면, 오래 운용한 잠수함을 폐기하고 신형 잠수함으로 대체하는 지난 7년 동안의 과정에서 인민군 잠수함은 현재 100척 이상으로 늘었을 것이다.

인민군 잠수함대에 신형 잠수함들이 그처럼 해마다 증강배치되고 있으므로, 신형 잠수함을 운용할 승조원들의 기동훈련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래의 정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9월 19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은 2008년 1∼8월 기간에 인민군 잠수함 훈련은 2회밖에 되지 않았고, 2009년 같은 기간에도 5회에 지나지 않았는데, 2010년 같은 기간에는 28회로 늘었고, 2011년 같은 기간에는 무려 50회로 급증하였다고 밝혔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1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잠수함대는 각급 잠수함 5∼6척 씩 참가하는 기동훈련을 동해와 서해에서 계속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2012년 4월 5일 보도와 <중앙일보> 2012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동해안의 잠수함기지 두 곳에서 인민군 잠수함 3∼4척이 출항한 뒤 미국군 정찰위성 감시망에서 사라졌으며, 인민군 동해함대사령부 휘하 각급 잠수함 8∼9척이 기지에서 출항한 뒤 미국군 정찰위성의 감시망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인민군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잠수함대를 보유한 것이다. 어느 나라나 자국의 군사적 강점을 우선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마련이므로, 북도 당연히 자기의 군사적 강점인 인민군 잠수함대를 우선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있다.


북의 경핵병진노선과 핵동력 잠수함    

인민군 잠수함대가 40여 년 전 소련에서 수입한 낡은 잠수함밖에 보유하지 못했다는 식의 과소평가가 국제사회에 ‘정설’처럼 퍼져 있지만, 그것은 무지와 오판이 빚어낸 심한 착각이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1997년판 미국군 내부자료를 읽어보면, 국제사회에 퍼진 그런 착각은 금방 사라지게 된다. 그 자료에 따르면, 인민군이 운용하는 로미오급(Romeo-class) 잠수함은 “좋은 장비를 갖추었고(well-equipped), 성능이 향상된 수중음파탐지기(an improved sonar)를 가지고 있으며, 어뢰 14기와 기뢰 28기를 탑재하고 있다”고 하였다. 원래 로미오급 잠수함은 1957년부터 1961년 사이에 소련에서 건조된 것인데, 미국군 내부자료가 지적한 것처럼 1990년대 중반 북에서 운용하던 로미오급 잠수함은 최신 장비로 개량된 것이었다. 그런데 인민군의 로미오급 잠수함에 대한 미국 국방정보국의 그런 평가도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나온 것이므로, 오늘 인민군이 운용하는 각급 잠수함들의 성능은 17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대폭 향상되었을 것이다.

이제껏 국제사회에는 북이 소형다함(小型多艦) 형태로 잠수함대를 건설하였다고 알려졌지만, 그것은 북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전략잠수함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착오다. 북은 전략잠수함의 수중정규전과 전술잠수함의 수중유격전을 배합한 세계 유일의 독특한 잠수함전법을 개발하여 잠수함대 전투력을 극대화시킨 잠수함강국이다. 예컨대, 2012년 10월 8일 합참본부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은 북이 2012년도 하계훈련에서 “정규전 잠수함과 침투형 잠수정을 동원해 활발하게 훈련했다”고 답변하였는데, 그가 말한 북의 잠수함훈련을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면 전략잠수함의 수중정규전과 전술잠수함의 수중유격전을 배합한 잠수함훈련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핵강국으로 공인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은 핵동력 잠수함을 자체로 건조하고 운용하는 잠수함강국들이다.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핵강국들은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동시병행적으로 발전시키는 법이고, 따라서 핵강국은 곧 잠수함강국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도 다른 핵강국들과 마찬가지로 핵무력기술과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동시병행적으로 발전시켰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JDW)> 2005년 4월 8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1993년에 러시아로부터 양키급(Yankee-class) 핵동력 잠수함 12척을 수입하였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양키급 잠수함을 개량한 양키 놋취(Yankee Notch) 공격형 잠수함 2척을 수입하였고, 그것을 역설계하는 공정을 거쳐 핵동력 잠수함 건조기술을 자체로 개발하였고, 마침내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건조하였다. 나는 2012년 9월 17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북의 잠수함 건조능력을 분석한 글 ‘제4핵강국의 조용한 등장 알려주는 사진’에서 북이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건조하였음을 자세히 논증한 바 있다.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은 길이 140m, 수중배수량 10,000t, 잠항거리 이론상 무제한, 533mm 중어뢰발사관 8문, 비핵탄두 및 핵탄두를 장착한 순항미사일 32기를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을 운용하는 인민군 전략잠수함대의 존재에 대해 북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고,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 같은 미국 군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운용하는 인민군 전술잠수함대 가운데 일부만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되어 국제사회에 알려졌을 뿐이며, 인민군 전략잠수함은 전혀 노출되지 않아 국제사회가 그 존재 여부조차 알지 못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무장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막강한 타격력은, 2012년 4월 15일 화성-13호가 등장한 인민군 군사행진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인민군 전략잠수함대도 전략로케트군 못지않은 막강한 타격력을 보유하였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인민경제와 핵무력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경핵병진노선에 나오는 핵무력이라는 개념에는 당연히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도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조선형 핵동력 잠수함은 올해부터 경핵병진노선에 의해 그 작전능력이 더욱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사진 4>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파테급 스텔스 전술잠수함이다. 함체표면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여놓은 것이 돋보인다. 이 스텔스 전술잠수함은 페르시아만에 주둔하며 이란을 괴롭혀오는 미국 해군 함대에게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부상하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대잠경계망 뚫고 은밀히 접근할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
   
<사진 4>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파테급(Fateh-class) 잠수함을 촬영한 것이다. 파테급 잠수함은 수중배수량이 600t인 전술잠수함이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눈여겨보면 함체표면에 검은 고무판을 붙여놓은 것이 보인다. 투박하게 생긴 그 검은 고무판이 바로 음파흡수타일(anechoic tile)이다. 음파흡수타일을 함체표면에 붙여놓으면, 적함의 능동적 수중음파탐지기(active sonar)가 발사한 음파를 흡수하여 반사음파를 줄일 뿐 아니라, 잠수함 엔진이 돌아가면서 내는 소음까지 줄임으로써 스텔스 효과를 나타낸다. 예컨대, 러시아가 개발한 음파흡수타일은 두께가 10cm인데, 잠수함 엔진이 돌아갈 때 내는 소음을 10분의 1로 줄인다고 한다. 위의 사진에 나온 파테급 잠수함은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음파흡수타일을 붙인 스텔스 잠수함을 최근에 건조하였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북은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음파흡수타일을 개발하여 스텔스 잠수함을 건조하기 시작하였다. <뉴 데일리> 2010년 4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2010년으로부터 몇 해 전에 음파흡수타일을 만들어 기존 잠수함을 스텔스 잠수함으로 개조하였다.

음파흡수타일을 붙인 스텔스 잠수함은 적의 음파탐지망을 뚫고 은밀히 적진에 들어가 기습타격을 할 수 있다. 예컨대, 2006년 10월 26일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 호위함 10척을 거느리고 항해하던 미국 7함대 항공모함 키티호크호(USS Kitty Hawk)의 전방 9km에서 갑자기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쑹급(song-class) 잠수함 한 척이 불쑥 떠올랐다. 중국 잠수함이 9km까지 접근하였는데도, 미국 7함대 항모전투단은 전혀 탐지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전시상황이었다면, 미국 항공모함은 중국 잠수함의 기습공격을 받고 격침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잠수함 전문가들은 큰 소음을 내는 핵동력 잠수함보다 적은 소음을 내는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더 위력적인 해저무기로 평가한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 자료에 따르면, 각급 디젤-전동식 잠수함들 가운데 소음을 가장 적게 내는 잠수함은 러시아산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이다. 그래서 킬로급 잠수함의 별명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블랙 홀(Black Hole)’이다. 상대적으로 큰 소음을 내는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에도 음파흡수타일을 붙이면 적의 수중음파탐지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판인데, 원래 소음을 가장 적게 내는 킬로급 잠수함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이면 거의 완벽하게 소음을 차단할 수 있다. 게다가 킬로급 잠수함은 사거리 300km의 러시아산 잠대함 또는 잠대지 순항미사일 3M54 클룹(Klub)을 발사하는 매우 위력적인 공격형 잠수함이다. 이처럼 소음을 거의 내지 않고 강한 타격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킬로급 잠수함은 핵동력 잠수함을 능가하는 우수한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핵동력 잠수함을 보유한 러시아 해군이 2016년까지 킬로급 잠수함 6척을 더 보유하기로 한 것도 킬로급 잠수함이 그처럼 우월한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다. 킬로급 잠수함의 우수성을 주목한 중국도 1990년대 말 러시아가 쓰던 킬로급 중고잠수함 4척을 수입하였고,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는 러시아가 새로 건조한 킬로급 잠수함 8척을 더 수입했다. 중국보다 앞서 이란은 1992년부터 1996년 사이에 러시아산 킬로급 잠수함 3척을 수입했다.

그런데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력침공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현대화해야 하였다. 핵전문 웹사이트 <핵위협구상(NTI)>이 2013년 7월 10일에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에 장착된 미사일발사체계의 성능을 개량하고 부품을 교체해달라고 러시아에게 요청하였으나, 러시아는 그 요청을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이란은 자국의 반다르 압바스(Bandar Abbas) 해군기지에서 성능개량작업과 부품교체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였고, 러시아는 이란의 킬로급 잠수함을 러시아 해군기지로 보내야 성능개량과 부품교체를 해주겠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이란은 2003년에 킬로급 잠수함 성능개량을 위한 기술지원을 인도에게 요청했으나, 이란의 잠수함개량사업을 도와주지 말라는 미국의 강한 압력을 받은 인도 역시 이란의 요청을 들어주지 못하였다.

이처럼 러시아와 인도로부터 잠수함 성능개량을 위한 기술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이란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 나라가 있었으니 그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일본 <산케이신붕> 2008년 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란이 북에게 잠수함 성능개량을 요청하였다고 했는데, 북은 이란의 기술지원요청에 선뜻 응해주었다. <이란이슬람공화국통신(IRBI News Agency)> 2012년 5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란 해군(IRI) 기술진은 160만 인시(person-hour) 이상의 장기간 동안 킬로급 잠수함 부품 18,000개를 제작, 교체하여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발표하였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이란이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개량하는 기술과 그 잠수함의 부품을 제작하는 기술을 5년 만에 자체로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보았지만, 그것은 착오다. 이란이 자국의 킬로급 잠수함의 성능개량기술과 부품제작기술을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의 기술지원이 있었다. 이처럼 북이 이란에게 기술을 지원하여 킬로급 잠수함 성능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게 된 것을 보면, 북이 자력으로 개발한 원천기술로 조선형 킬로급 잠수함을 건조하여 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사진 5> 이란이슬람공화국이 최근에 건조한 카디르급 전술잠수함에 달린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가 일품이다. 별 거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게 생긴 추진기 날개를 깎으려면 고도의 CNC 기계공작기술이 필요하다. 이 잠수함 위쪽에는 원통형에 들어있는 소형 추진기가 하나 더 설치되었다. 이런 소형 추진기를 개발한 원천기술은 북이 갖고 있는데, 연안해류를 타고 소리 없이 잠항할 때 커다란 추진기를 끄고 소형 추진기만 돌려 소음을 거의 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 전술잠수함은 적의 대잠경계망을 뚫고 들어가 타격목표에 아주 은밀히 접근하게 된다.     © 자주민보, 한호석소장 제공


잠수함에서 들리는 여러 가지 소음들 가운데 엔진구동음 다음으로 크게 들리는 것은 추진기 날개(screw)가 물속에서 돌아갈 때 들리는 소음이다. 잠수함 엔진구동음은 함체표면에 음파흡수타일을 붙여 소음을 아주 적게 줄일 수 있지만, 잠수함 추진기 날개에는 음파흡수타일을 붙일 수 없으므로, 추진기 날개를 추진소음이 적게 나는 모양으로 제작하는 수밖에 없다.

클로버풀잎 모양의 굴곡형으로 만든 기존 추진기 날개를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으로 만든 새로운 추진기 날개로 교체하면 추진기 날개가 물을 부드럽게 밀어내게 되는데, 그런 방식으로 추진소음을 줄이는 것이 요즈음 잠수함건조국들의 기술개량추세다. <사진 5>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란이 최근에 건조한 카디르급(Qadir-class) 전술잠수함의 추진기 날개가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으로 제작되었다. 카디르급 전술잠수함은 길이 29m, 수중배수량 120t이며, 533mm 중어뢰발사관 2문을 장착한 소형 잠수함이다.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깎는 기술은 별 것 아닌 것 같이 생각되지만, 고도의 CNC 기계공작기술이 없으면 그런 모양의 추진기 날개를 깎아내지 못한다.

북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초승달 모양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장착한 잠수함을 건조해오고 있다. 1996년 9월 강릉 해안에 좌초한 북의 전술잠수함에 달린 추진기 날개가 그런 모양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이란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잠수함의 특수굴곡형 추진기 날개를 제작하는 기술도 북의 기술지원으로 개발한 것이다.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 원통형에 들어있는 작은 추진기가 함체 상부에 하나 더 설치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 작은 추진기야말로 다른 잠수함강국들이 건조한 잠수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북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장치다. 작은 추진기는 소형 전술잠수함이 해류를 타고 조용히 잠항할 때 쓰이는 것인데, 해류를 타고 잠항하는 잠수함은 작은 추진기만 돌려 추진소음을 아주 적게 내게 되는 것이다. 대형 전략잠수함은 함체가 너무 무거워 해류를 타지 못하므로, 작은 추진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싶어도 설치하지 못한다. 유달리 거센 해류가 흐르는 것으로 하여 세계적으로 소문난 서해 얕은 바다에서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들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연안해류를 타고 바닷물 속에서 소리 없이 남하하면, 한국군의 대잠경계망은 속수무책으로 뚫리게 된다. 한국군 대잠경계망이 뚫리면, 인민군 스텔스 잠수함들은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 목포항, 진해항, 마산항, 부산항까지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2013년 12월 19일 북측 국방위원회는 남측 국가안보실 앞으로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대북적대세력이 북의 최고 존엄을 모욕한 적대행위를 지적하면서 그에 보복하기 위해 예고 없이 타격하겠다고 경고하였다. 인민군 잠수함대가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그 경고를 그저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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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8

‘보물산’으로 가는 북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한호석의 개벽예감] (92)
자주민보 2013년 12월 1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위의 사진은 중국에서 운행하는 고속철을 촬영한 것이다. 북에서 총연장 376km의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신의주에서 평양을 거쳐 개성까지 위와 같은 고속철이 달릴 것이다. 그리고 통일의 그 날이 오면 남과 북의 고속철은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민족의 번영을 안고 더 힘차게 달릴 것이다. 장차 한반도 통일국가가 운행할 국제열차는 유라시아대륙을 거쳐 프랑스 파리로 달릴 것이며, 러시아가 베링해 해저굴길을 완공하는 2030년 이후에는 연해주와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 뉴욕까지 달릴 것이다. 이 민족의 가슴은 통일열차의 꿈으로 설렌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2014년 7월에 개통될 2층 구조의 신압록강대교

2011년 1월 15일 북은 내각 결정으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채택하였다. <조선중앙통신> 2011년 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은 2020년까지 실행되는데, 그 때가서는 북이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다시 말해서, 북은 2020년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목표를 세우고 경제개발을 고속으로 추진하는 중이다. 이런 현상을 북에서는 ‘마식령 속도’라는 구호로 표현한다.

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채택한 때로부터 근 3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전략계획이 어떻게 실행되어 왔는지를 알아보면, 2020년에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겠다는 북의 발언이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제사회는 북의 10개년 전략계획이 지난 3년 동안 어떻게 실행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북을 ‘가난한 나라’로 보는 고정관념이 그런 무지를 낳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의 객관적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 10개년 전략계획을 ‘마식령 속도’로 추진하고 있는 북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된다. 10개년 전략계획을 고속으로 추진하는 북의 모습은 북측 각지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되는데,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관한 서술로 이 글을 시작한다.

2013년 10월 16일 북의 국가경제개발총국이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되었고, 조선경제개발협회가 발족되었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가경제개발위원회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실무적으로 추진하는 정부기관이고, 조선경제개발협회는 북의 특수경제지대개발사업에 협력하는 민간기구다. 10개년 전략계획이 민관합동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실행하는 데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자금문제다. 경제개발자금이 있어야 10개년 전략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은 국가개발은행을 2010년 1월 20일에 설립하였다. 10개년 전략계획에 들어있는 목표들 가운데 하나가 국가개발은행 설립인데, 국가개발은행의 기본임무는 국제금융기구, 국제상업은행과 거래하며 외자유치를 촉진시킴으로써 10개년 전략계획추진에 요구되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한 직후 추진한 첫 번째 국책사업이 신압록강대교 건설이다. 북과 중국은 2010년 2월 25일 ‘신압록강대교 공동건설과 관리 및 보호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였고, 같은 해 12월 31일 착공하였다. 2013년 11월 1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경도시들인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신압록강대교 건설공사가 순조롭게 진척되는 가운데 11월 16일에는 교량구간의 마지막 상판을 설치하여 마침내 교량을 연결하였다. 총연장이 3.26km에 이르는 현수교인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7월에 개통될 예정이다.

주목하는 것은, 신압록강대교 건설비 20억 위안(한화 약 3,500억 원, 미화 약 3억3,000만 달러) 전액을 중국이 자진하여 부담한다는 사실이다. 신압록강대교 건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달러가 압록강을 건너 북으로 이동하고 있다. 북은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중국을 통해 미국의 달러를 가져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은 신압록강대교에서 신의주로 통하는 도로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2014년 7월에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어도, 신압록강대교에서 신의주로 통하는 도로가 없으면 신압록강대교는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는 신압록강대교 예상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상도에 나타난 신압록강대교는 2층 교량인데, 상층은 왕복 6차선 차량도로이고, 하층은 복선철로다. 다시 말해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되어 제구실을 하려면 신의주로 통하는 부속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게 아니라,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건설해야 하는 것이다. 신압록강대교에서 출발하는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함께 건설하는 것은 매우 방대한 공사이므로, 북은 그 공사를 아직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5년 만에 끝낼 총연장 376km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북은 신압록강대교에서 출발하는 고속도로와 복선철로를 건설하는 방대한 공사를 언제 시작하려는 것일까? 2013년 12월 12일 <KBS 뉴스9> 단독보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북의 국가경제위원회와 중국의 국제투자집단이 2013년 12월 8일에 체결한 합의문을 공개한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북과 중국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합의하였다. 북과 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생각하면, 지금 건설되고 있는 신압록강대교는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과 중국이 합의한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북이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므로, 이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과 중국이 합의한 북의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12조 원(142억 달러)을 투입하여 5년 동안에 완공할 대형국책사업이다. 북과 중국이 채택한 합의서에 따르면, 총연장 376km에 이르는 북의 고속철도는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복선철로로 부설되며, 고속철도와 똑같이 총연장 376km에 이르는 고속도로는 복선철로 양쪽으로 30m의 도로폭에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왕복 8차선 도로로 부설되고, 고속도로 바깥쪽에는 전 구간에 도로안전철책이 설치된다. 그것만이 아니라, 총연장 36.4km에 이르는 77개의 교량도 건설하고, 총연장 26.3km에 이르는 18개의 굴길(tunnel)도 건설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12개소, 요금소 19개소, 입체교차로(interchange) 18개소, 교차로 1개소도 건설하는 것이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이 중국에서 입수하여 2012년 4월 16일에 보도한 북의 계획서에 따르면, 원래 북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만 건설하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언론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1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국에 제안하였다. 이러한 정황을 보면, 원래 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토개발구상에 따라 신의주, 평양, 개성을 잇는 현대식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나중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기존 계획이 대폭 확대되어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함께 건설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한꺼번에 건설한다는 것부터가 놀라운 일이고, 그처럼 방대한 건설공사를 불과 5년 만에 끝낼 계획이라니 더욱 놀랍다.  


14경8,754조 원의 세계 최대‘보물산’이 개발된다

북의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관한 <KBS 뉴스9> 2013년 12월 12일 보도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구간을 어떻게 설정하였는가 하는 문제다.

첫째,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구간에 분기점이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경계선을 따라 서해로 흐르는 청천강 하구의 신안주에서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신안주 분기점에서 갈라진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는 동북쪽으로 비스듬히 방향을 틀어 북상하면서 러시아 국경 부근에 있는 함경북도 라선까지 올라가게 된다. 북에 건설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21세기 자원보고’로 알려진 연해주와 동시베리아로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신안주 분기점 인근에 정주역이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고속철도의 다른 구간들은 매우 길지만, 정주-신안주 구간은 매우 짧다. 완행열차 운행과 달리 고속철 운행은 소도시들을 그대로 통과하고 대도시에서만 정차하여 구간이 길어지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북의 고속철은 정주에서 정차하도록 계획되었다. 이것은 평안북도 정주가 북의 국가경제개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평양에서 개성으로 향하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의 구간이 가장 가까운 거리를 택하지 않고 해주로 수직남하하였다가 다시 개성으로 향하도록 설정되었다는 점이다.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구간은 건설비를 절약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거리를 택하여 설정되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북은 해주까지 돌아가는 구간을 택하였다. 이것은 황해남도 해주가 북의 국가경제개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2009년 7월 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함흥반도체재료공장을 시찰하면서 희토류광물생산공장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살펴 보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의 고속철도가 정주-신안주 구간을 바투 설정하고, 해주까지 멀리 돌아가는 구간을 택한 사연을 알아보려면, 2012년 3월 조선합영투자위원회가 펴낸 광물탐사자료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광물탐사자료는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와 황해남도 해주시 인근의 덕달산에 어마어마한 분량의 희토류광물(rare earth minerals)이 묻혀있다는 놀라운 정보를 말해주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2013년 1월에 펴낸 자료에 세계 7대 희토류 매장국 순위가 나왔는데, 중국(5,500만t), 러시아/독립국가연합(4,100만t), 미국(1,300만t), 인도(310만t), 호주(160만t), 브라질(3만6,000t), 말레이시아(3만t)다. 하지만 위의 통계자료는 실수를 범했다.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광물탐사자료에 따르면, 북이 탐사한, 희토류 광물이 들어있는 원광석 매장량은 무려 10억t이나 되고, 그 10억t에서 희토류광물을 분리, 추출할 경우 4,80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은 북이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위에 열거한 세계 굴지의 희토류 매장국들은 모두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들인데, 그에 비하면 아주 좁은 영토를 가진 북이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국이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북의 탐사로 매장량이 밝혀진 희토류광물 4,800만t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매장되지 않고 불과 4개 광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황해남도 해주 인근의 청단군 덕달산에 매장된 희토류광물은 2,000만t이고, 평안북도 정주시 용포리에 매장된 희토류광물은 1,700만t이고, 강원도 평강군과 김화군에 있는 두 지역에 각각 매장된 희토류광물을 합하면 1,100만t이다. 광대한 미국 대륙 곳곳에 매장된 희토류광맥 전체를 합친 것보다 700만t이나 많은 희토류광물이 묻혀있는 덕달산광산은 희토류광물 단일광산으로는 세계에게 가장 크다.

<중국증권망> 2013년 12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호주의 광산기업 SRE 미네럴스(Minerals)가 ‘태평양세기희토류광물(Pacific Century Rare Earth Minerals)’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정주시 용포리에서 2014년부터 희토류광물을 캐내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말로 놀라운 사실은, SRE 미네럴스가 정주시 용포리에 매장된 희토류광물 1,700만t을 국제시세로 환산하였더니 65조 달러(6경8,700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환산법으로 세계 최대의 희토류광산인 덕달산광산의 매장량 2,000만t을 화폐로 환산하면 76조 달러(8경54조 원)다. 화폐단위가 조를 넘어 경에 이르면, 그것이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 체감하기 힘들게 된다. 그런데 141조 달러(14경8,75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가치의 희토류광물이 정주 용포리와 해주 덕달산에 묻혀있으니, 북에는 어마어마한 ‘보물산’이 있는 것이다. 북에서는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으로 시작되는 ‘애국가’를 부르는데, 삼천리 한반도는 “은금에 자원도 가득한 강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희토류광물은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들, 각종 친환경제품들, 자동차 촉매변환기와 축전지, 그리고 순항미사일과 야간투시경 같은 각종 무기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광물이다. 그래서 희토류광물을 ‘첨단산업의 필수비타민’이라고 부른다.

미국지질조사국이 2013년 1월에 펴낸 자료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광물 연간 생산량은 약 11만t인데, 그 가운데서 중국이 9만5,000t, 미국이 7,000t, 호주가 4,000t, 인도가 2,800t을 생산한다. 전 세계 생산량 11만t 가운데 중국이 9만5,000t을 생산하는 것은 중국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석권하였음을 말해준다. 2010년 9월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놓고 외교분쟁을 벌일 때, 중국이 대일압박조치로 한 달 동안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자 세계 시장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석권한 판이므로, 북에서 희토류광물이 생산되는 2014년부터 북과 중국은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그 경합의 전망은 어떠한가? 조선산 희토류광물이 중국산 희토류광물을 누르고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을 재편할 가능성은 희토류광물 함유량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희토류광물 함유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은 1t당 6g밖에 되지 않는데, 조선산은 그보다 네 배나 많은 23g이므로 조선산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질 희토류광물을 생산하게 될 북이 세계 희토류광물시장의 신흥패권국으로 올라설 수 있음을 말해준다.


청천강 유역에는 계단식 발전소, 동해지구에는 대형 경수로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경제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다. 전력에너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므로, 전력공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개발을 성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따르면, 북이 제시한 12대 목표들 가운데 전력 3,000만kw 증산이 들어있다. 2012년 현재 북의 발전능력은 750만kw다. 발전능력을 현재보다 4배나 끌어올리기 위한 어떤 대책이 있을까?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경제개발은 강을 끼고 시작되는 법인데, 북에서도 강을 끼고 국가경제개발이 시작되었다. 자강도 랑림산줄기에서 발원한 청천강은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경계선을 타고 흐르다가 서해의 서조선만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다. 산맥이라는 말은 일제가 만들어낸 말인데, 원래 우리 조상들은 산맥이 아니라 산경(山經)이라 했으니, 북에서는 산경이라는 한자말을 산줄기라는 말로 바꾸어 부른다.

청천강은 위쪽에는 적유령산줄기가 서해로 뻗어나가고, 아래쪽에는 묘향산줄기가 서해로 뻗어나가는 대협곡 지세를 타고 거의 굴곡 없이 흐르는데, 한반도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 고장이 청천강 중상류지역이다. 그래서 청천강 중상류지역은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에 최적지로 손꼽힌다. 북의 국가경제개발사업에 공급할 막대한 전력이 그런 천혜의 조건을 두루 갖춘 청천강 중상류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북이 2009년 3월에 착공하여 2012년 4월에 완공한 희천발전소는 청천강 중상류지역에 방대한 전력생산능력이 조성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제1탄’이다. 발전용량이 30만kw인 희천발전소는 북에서 지난 20년 동안 건설한 수력발전소들 가운데 가장 큰 발전용량을 가졌다.

그것만이 아니라, 2013년 1월 30일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건설공사 착공식이 성대하게 진행되었고, 희천발전소에 이어 여러 개의 대형 수력발전소를 청천강 중상류에 계단식으로 줄지어 건설하는 전력생산능력 확장사업이 지금 ‘마식령 속도’로 추진되는 중이다.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의 부속문서인 ‘북의 경제개발 중점분야(2010∼2010)’에 따르면, 북은 60만kw급 화력발전소를 북창에 4기, 평양, 청진, 안주에 각각 2기씩, 김책과 라선에 각각 1기씩 모두 10기를 건설하여 총 600만kw의 전력을 증산하게 된다. 이를 위해 5년에 걸쳐 50억 달러를 투입하는 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그런데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에서 제시한 전력 3,000만kw를 증산하는 목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경수로 건설이다. 녕변핵시설단지에서 2013년 8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해본 경험을 가지고 북은 10개년 전략계획 실행기간 중에 대형 경수로를 건설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녕변핵시설단지에 10만kw급 경수로를 새로 건설하고, 함경북도, 함경남도,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지구에 50만kw급 경수로와 100만kw급 경수로를 여러 기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런 전력증산계획을 실행하면, 전력 3,000만kw 생산이라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남측의 발전용량은 8,466만kw이고, 북측의 발전용량은 950만kw다. 북이 전력 3,000만kw를 증산하면 발전용량은 약 4,000만kw로 늘어나게 되므로, 인구비례로 보면 남과 북의 전력수급이 상호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포성 들리는 최전방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 건설한다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유치해야 할 투자는 얼마일까? <통일뉴스> 2011년 10월 6일 보도에 따르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유지할 투자총액은 1,000억 달러인데, 북은 산업개발은행을 통해 1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산업은행을 통해 54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초에너지 및 전력분야를 통해 35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한다. 2010년 3월 10일 북의 국방위원회 결정에 의하여 국가개발은행이 설립되었는데, 국가개발은행의 재정조달목표는 초기등록자본금 100억 달러를 장차 1,250억 달러까지 증자하는 것이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미국의 소리>가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 ‘오픈 소스 센터(Open Source Center)’의 자료를 인용하여 2012년 7월 11일에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북에 합작형태로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351개인데, 그 가운데 국적이 확인된 269개 기업들 중 중국기업이 205개(75%)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북에 합작형태로 투자한 351개 외국기업들 가운데 88개 기업(25%)만 투자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들 기업의 투자액은 23억2,000만 달러다. 이런 정황을 보면 351개 외국기업 전체의 총투자액은 약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0억 달러는 투자유치목표액 1,000억 달러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투자유치대책이 있을까?

북이 10개년 전략계획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1,0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여러 방법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방법은 북에 무진장으로 묻혀있는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각지에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북에게 있어서 광물자원개발과 경제특구설치는 투자유치의 양대 축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의 광물자원개발에 관련하여 위에서 희토류광산개발에 대해 논하였으므로, 이제는 경제특구설치에 대해 논할 차례다.

2013년 5월 29일 북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였다. ‘경제개발구법’ 제정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의 추진을 법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경제개발균형을 맞추기 위해 두 방향에서 국가경제개발을 추진하는데, 중앙급 경제개발특구는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관리하고,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각 지방마다 설치될 경제개발국이 관리하게 된다.

5개의 중앙급 경제개발특구는 라선경제무역지대, 신의주특수경제지대,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 황해남도 강령군경제특구, 금강산관광특구 등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또한 북이 앞으로 개발하려는 13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열거하면, 평안북도 압록강경제개발구, 자강도 만포경제개발지구, 자강도 위원공업개발구, 황해북도 송림수출가공구, 황해북도 신평관광개발구, 강원도 현동공업개발구, 함경남도 흥남공업개발구, 함경남도 북청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청진경제개발구, 함경북도 어랑농업개발구, 함경북도 온성섬관광개발구, 량강도 혜산경제개발구, 남포시 와우도수출가공구 등이다.

위의 경제개발구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강령군경제특구다. 개성고도과학기술개발구는 2013년 11월 11일부터 건설이 시작되었고, 아직 건설이 시작되지 않은 강령군경제특구에는 총 500억 달러(52조6,675억 원)의 개발자금이 투입되어 ‘국제록색모범기지’가 건설된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군사분계선에서 약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개성은 북에서 서울로 향하는 개성-문산 공격축선에 있는 최전방 도시다. 2003년 6월 개성공단 조성사업이 시작되면서 개성 일대에 주둔하던 인민군 64사단, 6사단, 62포병려단이 송악산 북쪽과 개풍군으로 각각 이동하여 재배치되었지만, 개성 일대의 최전선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쌍방의 화력밀도가 가장 높은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개성만 그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은 지역이 아니라, 강령군도 인민군 4군단 33사단이 주둔하는 최전방 군사지역인데,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 강령군 쌍교리 구월봉 일대의 개머리에 배치된 인민군 방사포와 그 앞바다에 있는 무도의 인민군 해안포가 연평도를 타격하였다. 또한 2013년 1월 16일 미국의 위성사진 분석가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북은 강령군 식여리에 군사시설 4개소와 해안포진지 5개소를 신설하였고, 강령군 하부포에도 해안포진지 3개소를 신설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화력밀도가 가장 높고 남북이 수시로 실시하는 포사격훈련의 포성이 들리는 개성과 강령군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를 각각 건설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3년 3월 31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경핵병진노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북이 경제개발과 핵무력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없을 것으로 섣불리 예단하지만, 경핵병진노선을 떠나서는 개성과 강령군을 첨단산업지구로 개발하려는 북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북은 미국의 핵무력을 억제할 강력한 핵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성이 들리는 최전방에 고도과학기술개발구와 국제록색모범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지만, 북에서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이 인민군 핵무력의 안전담보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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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역모사건에 배후는 없었을까?

자주민보 2013년 12월 1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12월 12일에 열린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역모사건의 주범 장성택에게 사형을 언도하였고, 즉시 사형을 집행하였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편승공작

2013년 12월 8일에 발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와 12월 13일에 발표된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진행’에 관한 보도내용을 비교하면, 놀라운 사실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래의 정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장성택 역모사건 재판을 최고재판소가 아니라 국가안전보위부가 담당하였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국가안전보위부는 보안기관이지 사법기관이 아니다.

북의 현행 헌법에 따르면, 중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최고검찰소가 기소하고 최고재판소가 판결하게 되어 있다. 물론 북의 현행 헌법에는 특별검찰소가 기소하고 특별재판소가 판결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장성택 역모사건에 대한 사법절차는 북측 외부에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국가안전보위부가 담당하였다.
북의 보도에 따르면, 국가안전보위부가 특별군사재판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장성택 역모사건에 대한 사법처리는 북의 건국 이래 전례가 없는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전개된 것이다.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주목하는 것은, 2013년 12월 8일에 발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장성택의 또 다른 범죄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12월 12일 보도에서 언급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보도에서 언급된 장성택의 또 다른 범죄는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린 역모죄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우리 당과 국가의 지도부와 사회주의제도를 전복할 목적 밑에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조국을 반역한 천하의 만고역적”이라는 것이다.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린 장성택의 역모죄가 12월 8일에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미처 드러나지 않았지만, 12월 12일에 진행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서 처음으로 드러났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의 여러 범죄들 가운데 가장 엄중한 역모죄부터 집중적으로 폭로, 규탄되었을 텐데, 왜 그 때는 언론에 역모죄를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에 관한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였을까?

북측 언론에 보도된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다. “장성택은 비렬한 방법으로 권력을 탈취한 후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제놈의 추악한 몰골을 리용하여 짧은 기간에 <신정권>이 외국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어리석게 망상하였다.” 이 인용구에 나오는, 장성택이 정권을 찬탈하는 경우 자기의 ‘개혁정권’을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한 외국은 어느 나라인가? 판결문 문맥의 흐름을 보면, 장성택이 정권을 찬탈하는 경우 자기의 ‘개혁정권’을 승인해줄 것으로 예상한 외국은 미국이다.

장성택이 평소에 대외관계에서 드러내 보인 친중성향을 지적하면서, 그가 자기의 ‘개혁정권’을 인정해줄 것으로 예상한 나라가 중국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판단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위의 인용구가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문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은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패당의 <전략적 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고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장악하려고 오래 전부터 가장 교활하고 음흉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면서 악랄하게 책동하여온 천하에 둘도 없는 만고역적, 매국노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위의 인용구에 나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오바마 정부 1기와 2기의 대북정책이고 ‘기다리는 전략’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미국이 말하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은 북이 망할 때까지 인내한다는 뜻이 아니라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도 북이 망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린다는 뜻이 아니라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종하여 만들어낸 것이므로,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교체를 획책하는 대북정책의 주동자는 명백하게도 미국이다.

위의 인용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장성택이 ‘편승’하였다고 지적하였는데, 타자의 행동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긴다는 뜻을 지닌 편승이라는 말은 원래 비밀공작에 쓰이는 개념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붙들고 있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는 대북정권교체공작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켜 정권을 교체하는 비밀공작을 전담하는 부서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다. 사회주의국가 또는 반미국가에 침투하여 정권을 와해붕괴시키고 ‘개혁정권’으로 교체하려는 정권교체공작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문분야’다.
이를테면,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정권교체공작에 성공한 미국 중앙정보국은 곧 이어 시리아에서 정권교체공작을 감행하여 시리아를 피비린내 나는 내전상태에 몰아넣었고, 지금은 북과 이란에 대한 정권교체공작을 감행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장성택은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하면서 정권찬탈과 제도전복을 노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북에서 장성택을 ‘만고역적’으로 저주하며 이례적으로 판결 직후에 곧 사형을 집행한 까닭은, 그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한, 그야말로 ‘대역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문제는, 장성택이 미국 중앙정보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하였다는 사실을 미국 중앙정보국이 과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비밀공작세계에서 흔히 거론되는 편승공작에는 어떤 편승자가 타자의 공작에 타자 모르게 슬쩍 편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공작담당자가 어떤 대상자와 접촉하여 그를 편승자로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참으로 충격적인 것은, 장성택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북을 내부로부터 와해붕괴시키려는 미국 중앙정보국이 자기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야심가이며 음모가이며 타락자인 장성택을 끌어들여 편승시키려고 책동한 것이다.


장성택 역모사건으로 더욱 격화된 북미적대관계

미국 중앙정보국은 자기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장성택 일당을 얼마나 깊숙이 끌어들인 것일까?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은 이 물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지만, 미국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 제3국에서 장성택의 심복과 비밀리에 접촉하던 초기단계에 국가안전보위부에게 적발된 것으로 생각된다.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에게 검거되자 남측 언론에 장성택의 심복이 중국에서 망명을 대기하고 있다는 식의 미확인 보도기사가 나온 것은 바로 그런 정황을 강하게 암시한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대북정권교체공작에서 노리는 목표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의 핵무기를 탈취하는 ‘북한의 비핵화’다. 미국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배후에서 지원, 조종하여 정권을 찬탈하게 만든 뒤에 ‘장성택 개혁정권’을 인정해주고 북의 핵무기를 무혈탈취한다는 식의 경악스러운 시나리오를 구상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이용하여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를 노린 것이다.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가 결국 제도전복으로 귀결되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2013년 12월 13일 남측 언론매체에 모습을 드러낸 어떤 탈북자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성택 일당을 이용하여 북의 정권교체와 핵무장 해제를 노린 비밀공작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장성택이 실권을 잡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관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장성택의 심복과) 연계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이 탈북자는 “최근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비밀리에 중국과 동남아국가를 방문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해외에 나가 북측 인사와 접촉하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대북정권교체공작의 전형적인 양태다. 이 탈북자가 가담한 대북비밀공작이 미국 중앙정보국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에 의해 추진된 것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장성택 일당과 접촉한 대북정권교체공작이 최근에 추진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북이 이번에 장성택과 그 일당을 조기에 적발하여 엄중처벌한 것은, 장성택과 그 일당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북측 국가안전보위부와 미국 중앙정보국의 첨예한 비밀공작대결이 결국 국가안전보위부의 완승과 미국 중앙정보국의 완패로 끝났음을 말해준다.
장성택 사형집행소식이 긴급보도로 미국 워싱턴에 전해진 때로부터 약 1시간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대변인 패트릭 벤트렐(Patrick Ventrell)과 국무부 부대변인 마리 하프(Marie Harf)는 각각 발표한 긴급논평에서 “극단적인 잔인성(extreme brutality)”이라는 격한 용어를 써가며 장성택 사형집행을 맹비난하였다.
미국의 관영방송인 <자유아시아방송> 2013년 1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장성택 처형소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되었으며, “극단적인 잔인성”이라는 용어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직접 선택한 용어라고 한다.

2013년 12월 8일 장성택 검거소식이 보도되었을 때는 “별로 논평할 게 없다”고 하면서 잠자코 있었던 미국은 장성택 처형소식을 듣고 왜 갑자기 흥분하여 그처럼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일까?
미국 중앙정보국이 추진하던 대북정권교체공작이 북측 국가안전보위부의 장성택 일당 일망타진으로 조기에 파탄되자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장성택 역모사건은 그러지 않아도 물리적 충돌위험이 고조된 북미관계의 적대상황을 더욱 격화시키고 말았다.
장성택과 그 일당을 대북정권교체공작에 편승시키려고 책동한 미국에게 격노한 북의 적대감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미국의 대북정권교체공작에 격노한 북이 물리적으로 보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현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한 청와대 관계자의 우려 섞인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읽힌다. 청와대가 두려워하고 있다면, 백악관 분위기는 지금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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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1

박근혜정부, 일본의 영공침해에는 왜 침묵하나

[한호석의 개벽예감] (91)
자주민보 2013년 12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박정희정권이 1978년에 제정한 영해법에 따라, 남해와 서해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외곽섬들을 연결하여 그어진 파란 선이 직선기선이고, 그 파란색 직선기선 외곽에 그어진 붉은 선이 영해선이다.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제공


62년 전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방공식별구역 설정한 미국

2013년 11월 23일 오전 10시부터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이 효력을 발생한다는 중국 외교부의 발표가 나왔을 때, 이어도공역이 중국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된 한국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중국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이어도공역을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집어넣었던 것에 비해, 일본은 한국의 남해영공 일부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집어넣은 것이다. 배타적경제수역상공과 달리, 영공은 국가주권을 행사하는 불가침영역이므로 배타적경제수역상공침범과 영공침범은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 한국의 남해영공 일부를 침범하였다는 사실은 그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중국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계기로 드러났다. 너무 충격적인 것은, 일본방공식별구역이 이어도공역을 침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사실이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일본방공식별구역의 한국영공침범은 일본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본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자행된 주권침해의 범죄적 내막을 파헤치면 아래와 같다.

6.25전쟁 중인 1950년 12월 미국은 미국 본토와 알래스카주 영공을 방어한다고 하면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공식별구역(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설정하였다. 미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은 미국 영공만이 아니라 캐나다 영공까지 포함하는 ‘북미방공식별구역’이었다.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므로, 북미대륙상공만이 아니라 해외작전지역상공도 방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필요에 따라 미국 극동공군사령부는 6.25전쟁 중인 1951년 3월 22일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각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자의적으로 설정하였다. 여기서 자의적 설정이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미국 극동공군사령부가 한국의 영공주권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의 방공작전만 고려하여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제멋대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 일본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전통보도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한반도와 일본열도에 각각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한 주권침해였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은 그런 주권침해행위에 반발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미국에게 완전히 종속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6.25전쟁 시기에 한국과 일본은 자국 영공을 침범한 항공기를 식별할 방공레이더망을 구축하지 못했고, 정찰기나 조기경보기의 보유문제는 생각하지도 못했으며, 요격기를 긴급발진시켜 미식별 항공기의 영공침범을 차단할 독자적인 작전능력도 없었다. 그래서 미국은 식별능력, 정찰능력, 요격능력이 없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방공식별구역 설정문제를 협의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았고, 방공식별구역을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나서도 그에 관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미국은 1969년 9월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일본에 넘겨주었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일본이 1969년에 독자적으로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것은 오보다. 미국이 1969년 9월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일본에 넘겨준 것은, 일본이 미국의 지원과 비호를 받으며 해군력 및 공군력 증강에 초점을 맞춘 일본의 군국주의재무장을 추진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으로부터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넘겨받은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 행정권을 1972년에 환수할 때 기존 방공식별구역을 서쪽으로 더 확장하였고, 2010년 6월 25일에는 또 다시 대만해역 쪽으로 26km나 더 확장하였다. 그래서 동중국해에 설정된 일본방공식별구역은 중국 쪽으로 바짝 접근하게 된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에서 식별이라는 말은 곧 정찰을 뜻하므로, 일본방공식별구역이 그처럼 중국 쪽으로 바짝 다가선 것은, 중국을 상대로 하는 미일동맹군의 정찰활동이 2010년 6월부터 부쩍 강화되었다는 뜻이다. 자기에 대한 군사정찰을 전례 없이 강화하는 미일동맹군의 행동을 방관할 수 없었던 중국이 이번에 자기의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미일동맹군의 군사정찰을 차단하려는 대응조치인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미국 극동공군사령부가 1951년 3월 22일에 설정한 일본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이 한국의 남해영공 일부를 침범하였다는 사실이다. 미국 극동공군사령부가 한국의 남해영공을 침범하도록 일본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을 획정한 것은, 일본에게 한국의 영공주권을 침해하도록 길을 열어준 ‘교사범’이 미국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어느 나라의 방공식별구역 경계선이 인접국의 남해영공을 침범한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주권침해다.

이처럼 일본방공식별구역의 남해영공침범으로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박근혜정권은 일본에게 항변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갔다. 그러나 한국 국민들은 영공주권을 침해하도록 길을 열어준 교사범 미국과 영공주권을 침해하는 현행범 일본을 심판하고 응징해야 마땅하며, 영공주권을 침해당하면서도 이를 묵인하는 박근혜정권에게 주권침해묵인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 한려수도를 점점이 수놓은 섬들이 모두 그러하듯, 통영 홍도도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우리의 고유한 영토다. 지금은 무심한 낚시배들이 그 섬 앞바다에 가끔 떠다니지만, 홍도 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 있어서 일본자위대의 항공통제를 받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참을 수 없는 굴욕적 주권침해가 아닌가.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제공



한국 영공을 침범한 일본방공식별구역

영토 및 영해의 상공을 영공이라 하므로, 영해범위를 살펴보면 해상영공범위도 자연히 알 수 있다. 영해를 획정하는 두 가지 기준선은 통상기선과 직선기선인데, 통상기선은 썰물 때 육지에 나타나는 해안선을 뜻하며, 직선기선은 해안선 굴곡이 심하고 섬이 많은 다도해에서 영해범위를 정할 때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들을 직선으로 연결하여 그은 선을 뜻한다. 해안선이 단순하고 섬이 없는 한반도 동해의 영해선은 통상기선으로부터 12해리(22.2km) 떨어진 해상에 설정되었으며, 해안선 굴곡이 심하고 섬이 많은 한반도 서해와 남해의 영해선은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들을 연결한 직선기선으로부터 12해리 떨어진 해상에 설정되었다. 이러한 획정기준에 따른 영해법은 박정희정권 시기인 1978년 9월 20일에 제정되었다.

그런데 남해에서 동진하여 서해로 북상하는 긴 직선기선을 연결한 여러 섬들 가운데 일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섬이 하나 있으니, 그 섬이 바로 홍도다. 한반도에는 홍도라고 불리는 섬이 둘 있는데, 경상남도의 통영 홍도와 전라남도의 신안 홍도다. 이 글에서 거론하는 홍도는 경상남도 거제도 해안에서 일본 쓰시마 쪽으로 23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홍도의 행정구역은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산 54번지이며, 홍도의 좌표는 북위 34도 32분, 동경 128도 44분이다. 홍도 정상에는 1906년 3월에 점등한 등대가 아직도 야간항로에 불을 밝히고 있는데, 1996년 10월 홍도등대가 무인화되자 그 섬에서 살던 등대지기들도 육지로 떠났고, 그 이후에는 괭이갈매기 울음소리만 무심히 들리는 무인도로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해군 1개 중대가 홍도에 상륙하여 포진지를 구축하고 주둔하였는데, 이것은 그 섬이 대한해협의 요충지였음을 말해준다.

직선기선으로부터 12해리 떨어진 해상에 설정된 남해의 영해선 중에서 유독 대한해협의 영해선만은 1.5m암, 생도, 홍도를 연결한 직선기선으로부터 3해리(5.6km) 떨어진 해상에 그어졌다. 2013년 11월 28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982년에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CLOS)’을 체결하면서 한국 영해가 기존 3해리(5.6km)에서 12해리(22.2km)로 확장되었기 때문에, 1982년 이전에는 일본방공식별구역이 홍도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나 1982년의 영해확장으로 침범하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거짓발언이다.

1978년 9월 20일 박정희정권이 제정한 해양법은 폭이 5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좁은 바다인 대한해협의 영해선을 직선기선을 기준으로 3해리(5.6km) 떨어진 해상에 설정하였으므로, 홍도의 영해선은 1978년 해양법 제정 이전이나 이후에나 변함없이 3해리 떨어진 해상에 그어져 있는 것이다. (동해는 박정희 정부 때인 1978년부터 12해리를 적용)

또한 영해선 외곽에는 배타적어업수역이 설정되었는데, 배타적어업수역은 통상기선 또는 직선기선으로부터 35해리(65km) 떨어진 해상까지의 범위다. 대한해협에서는 한국의 배타적어업수역과 일본의 배타적어업수역이 겹치게 되므로, 중간선을 기준으로 각각 배타적어업수역이 설정되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일본방공식별구역 남해경계선이 홍도의 배타적어업수역을 침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홍도 영공까지 침범하였다는 점이다. 2013년 11월 28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홍도 영공에는 일본방공식별구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거짓발언이다. 한국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국민일보> 2013년 11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홍도 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 항공기들이 (홍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 국적기가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있는 홍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말은, 일본에 사전통보를 하지 않고서는 통과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3년 11월 28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 영공인데도 일본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된 곳이 이어도와 홍도 이외에 더 있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현재 확인된 바로는 더 이상 없다”고 답변했지만, 그것도 거짓답변이다. 일본방공식별구역은 홍도 영공만 침범한 것이 아니라 마라도 영공도 침범하였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손에 잡힐 듯이 바라다 보이는 섬이 가파도와 마라도다. 한반도 최남단 섬 마라도의 좌표는 북위 33도 07분, 동경 126도 18분이다. 홍도 영공과 마찬가지로 마라도 영공도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 있다.

주목하는 것은, 1978년 9월 20일에 제정된 영해법에 따라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확장되기 이전인 1951년 3월 22일에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이 설정되었으므로, 마라도 영해가 12해리로 확장된 1978년 9월 20일부터는 일본방공식별구역의 마라도 영공침범범위가 종전보다 더욱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제주도 해안으로부터 마라도 해안까지 직선거리가 11km밖에 되지 않고, 제주도 영공이 제주도 해안으로부터 22.2km 떨어진 바다상공까지 포괄하였음을 생각하면, 일본방공식별구역이 제주도 남부영공 일부도 침범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지도에 그려진 도상공간이 아니라 민항기 통과비행과 군용기 공중작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제구역이다. 예컨대, 외국 국적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려면 24시간 전에 한국에 비행계획을 통보해야 한다. 만일 비행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미식별 항공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 외곽 18km까지 접근하면 한국군은 무선경고신호를 보내게 되고, 한국방공식별구역 외곽 9km까지 더 접근하면 침범경고신호를 보내고, 전투기를 현장에 출동시켜 미식별 항공기를 통제 또는 요격하게 된다. 이처럼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외곽에 설정된 준영공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외국 국적기의 방공식별구역 통과문제보다 외국 국적기의 영공 통과문제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공 통과는 방공식별구역 통과와 차원이 다른 문제이므로, 외국 국적기가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할 때는 비행계획만 제출해도 되지만, 영공을 통과할 때는 비행계획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만일 일본 국적기가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을 통과하려면 당연히 한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고, 만일 남해영공 외곽에 설정된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려면 한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정상이지만, 현실은 완전히 거꾸로 뒤집혀졌다.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 그리고 한국방공식별구역의 남해구역을 통과하기 위해 한국의 사전허가를 받거나 한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일본 국적기들은 아무 제약 없이 그 공역을 제멋대로 지나다니는 반면, 그 공역에서 일본자위대와 일본 항공사들로부터 비행계획이나 통과허가요청을 받아 영공주권을 행사해야 할 한국군과 한국 항공사들은 되레 일본에 비행계획을 제출하거나 사전통보를 하는 해괴망측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해괴망측한 사태는 일본방공식별구역이 남해영공 일부를 침범한 것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데, 특히 한국 공군은 일본자위대와 상호교환한 편지 한 장 때문에 남해상공에서 굴욕을 당하고 있다. 한국군이 겪는 대일굴욕의 내막은 아래와 같다.

한국이 1995년 6월 5일 일본과 상호교환한 ‘대한민국 군용기와 일본자위대 항공기 간 우발사고 방지에 관한 서한’은 한국 군용기나 일본 군용기가 상대방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기 30분 전 상대방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런 규정에 따르면, 한국 군용기는 일본방공식별구역 남해구역에 포함된 한국 영공을 통과할 때마다 30분 전에 일본에 통보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군용기의 사전통보의무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군용기와 일본국 자위대 항공기 간 우발사고방지에 관한 서한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용통신회선 설치운용에 관한 서한’을 1999년에 일본과 상호교환함으로써 전용통신회선을 이용하여 30분 전에 사전통보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한국남방공중항로의 안전문제는 사실상 일본에게 내맡기고 있는 꼴이다. 한국의 원유수입량 가운데 99%, 한국의 곡물수입량 및 원자재수입량 100%가 남방공중항로와 남방해상항로를 통과하고, 한반도의 남방항로를 오가는 한국 민항기는 하루 평균 310대나 되는데, 그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남방공중항로의 안전을 일본에게 내맡겼으니 굴욕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44년 동안 계속되는 대일굴욕

한국은 일본방공식별구역이 남해영공을 침범한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일본의 주권침해를 즉각 중지시켜야 하고, 남해공역에서 일본방공식별구역을 국제법적 요구에 맞게 축소하라고 압박을 가했어야 정상이고, 그런 항의와 압박이 일본에게 통하지 않는 경우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고 일본에 대한 민항기의 비행계획 제출과 군용기의 사전통보를 중지함으로써 영공주권을 확립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 역대정권들은 그런 정상적인 행동을 취하기는커녕 대일굴욕행위를 끝없이 반복해왔다. 일본의 영공주권침해를 사실상 방치한 한국 역대정권들의 대일굴욕행위는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넘겨받은 1969년부터 오늘까지 무려 44년 동안이나 계속되어오는 것이다. 5년, 10년도 아니고 44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은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1969년 9월 일본에 넘겨주었지만, 한국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은 한국에 넘겨주지 않았다. 6.25전쟁 때부터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장악해온 미국이 공중작전을 통제할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한국에게 넘겨줄 리 만무하였다. 지금 한국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은 미7공군사령관이며 공군 중장인 잔막 조아스(Jan-Marc Jouas) 주한미공군사령관이 행사하고 있다.

한국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그처럼 주한미공군사령관이 장악하였으니, 한국 역대정권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하려던 한국 역대정권들이 미국과 일본에게 확장요구를 몇 차례 제기하였으나, 그 때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모와 멸시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요구를 제기할 때마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모와 멸시를 당해온 굴욕사는 아래와 같이 흘러왔다.


한국 정부 외교소식통들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연합뉴스> 2013년 12월 1일 보도에 따르면, 박정희정권은 1963년부터 1979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주한미공군사령관에게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당시 주한미공군사령관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해줄 것처럼 말을 꺼내놓았지만, 1969년 9월 일본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일본에 넘겨주고 나서부터 박정희정권의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요구에 대해 묵살로 일관하였다. 전두환정권은 1986년에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그것도 묵살당했다.

이처럼 주한미공군사령관과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계속 묵살당하자 김영삼정권 때부터는 방향을 틀어 대일협상을 시도하였다. 김영삼정권은 1992년, 1994년, 1995년 세 차례에 걸쳐 한일공군방공실무회의를 진행하면서 한국 영공을 침범한 일본방공식별구역을 조절하는 문제를 제기하였지만, 일본은 그 문제에 대한 협상 자체를 거부하였다. 김대중정권은 1999년 7월 한일안보정책협의회에서 일본방공식별구역 재조정문제를 협상하자고 제안하였지만, 일본은 협상 자체를 또 다시 거부하였다.

<국민일보> 2013년 11월 28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관계자는 “2003년 우리 공군과 일본항공자위대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이같은 사실(홍도 및 마라도 영공이 일본방공식별구역에 들어있다는 사실-옮긴이)을 알았다. 이후 우리 영공이므로 자디즈(JADIZ, 일본방공식별구역의 영어약칭-옮긴이)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일본에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일본은 협의조차 거부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군사령관에게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상납하고 미국을 맹신, 추종하며 일본의 눈치를 살펴온 한국 역대정권들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그처럼 수모와 멸시를 당해온 모습은 참담할 지경이다. 자주권을 상실한 한국에게는 한국 국적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할 때마다 일본에게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사전통보를 해야 하는 굴욕과 굴종밖에 돌아온 것이 없었다.


메데이로스의 비공개 서울 방문

주권침해사태가 그처럼 심각한데도 박근혜정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여전히 미국을 맹신, 추종하고 일본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에 중국방공식별구역이 발표되자 박근혜정권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하였고,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이어도공역, 마라도 영공, 홍도 영공까지 확장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대로, 한국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주한미공군사령관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에 관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의 결정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상신할 ‘건의사항’을 정한 것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의 건의를 받아주느냐 묵살하느냐 하는 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미국의 국익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방공식별구역이 설정되자 미국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에반 메데이로스(Evan S. Medeiros)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서울과 도쿄에 급파되었는데, 그는 2013년 11월 26일 언론의 눈길을 따돌리고 서울을 비공개로 방문하여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뒤에 도쿄로 떠났다.

중국방공식별구역 설정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침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부통령의 공개방문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그 보다 앞서 에반 메데이로스 선임보좌관의 비공개방문에서 이미 결정된 것이다. 어떤 중대한 외교문제를 수습할 때 추종국을 비공개로 방문하여 추종국이 미국의 방침을 따르도록 만든 다음에 미국 고위관리가 이미 정해진 수습방침을 들고 추종국에 나타나 미국과 추종국이 수습방침을 상호합의한 것처럼 연출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외교관행이다. 메데이로스 선임보좌관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한 미국의 수습방침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서울에서 꺼내놓은 발언을 들어보면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충돌하지 말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임을 알 수 있다. 2013년 12월 6일 박근혜-바이든 청와대회담 직후 윤병세 외무장관이 회담결과에 관해 취재진에게 설명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문제와 관련하여 “긴밀히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것은 그런 사정을 반영한 외교적 발언이었다.

2013년 12월 8일 한국 국방부는 홍도 영공, 마라도 영공, 이어도공역을 포함시킨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한국방공식별구역 확장문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단독 결정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아베정권과 먼저 상의하여 일본부터 설득하고, 박근혜정권에게 발표하게 한 것이다.

지도 위에 확장선만 그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미국으로부터 한국방공식별구역 통제권을 환수해야 하며,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을 통과하는 일본 군용기들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해야 하며, 확장된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일본 민항기들의 비행계획을 받아내야 한다. 또한 한국 군용기들이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을 통과하기 30분 전에 일본자위대에 사전통보를 해온 굴욕행위를 중지해야 하며, 확장된 한국방공식별구역과 일본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는 공역을 통과하는 한국 민항기들은 일본에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정권이 확장된 한국방공식별구역을 발표했다고 해서 일본이 한국영공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한국이 자기의 영공주권을 행사하는 한일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3년 11월 29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대표는 한반도 재침구상을 만지작거리는 아베신조(安倍晉三) 일본총리 앞에서 ‘각하’라는 존칭을 쓰며 노골적으로 아부하고, 12월 5일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일왕생일축하연에 한국의 정계, 관계, 재계인사들이 우르르 몰려가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경축인사를 올릴 정도로 한일관계는 이미 갈 데까지 다 갔으므로, 확장된 한국방공식별구역이 발표된들 한일관계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는가. 그래서 <연합뉴스> 2013년 12월 8일 보도기사에서 일본 정부 고위관리는 한국방공식별구역이 확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걱정은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한국 군용기들이 홍도 영공과 마라도 영공을 통과하기 30분 전, 한국군의 전용통신전화기가 일본자위대에 사전통보를 위한 발신음을 보내고, 한국 민항기들이 남해항로를 통과하기 위한 비행계획을 일본에 제출하는 비열한 대일굴욕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불법당선으로 국민적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박근혜정권의 이런 대미, 대일 굴욕 외교는 또 다른 퇴진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영토주권 수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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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

[한호석의 개벽예감](90)
자주민보 2013년 12월 0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2013년 10월 2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직접 주재한 가운데 서울 용산 미국군기지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 이취임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는 마틴 뎀프시 미국군 합참의장, 새뮤얼 락클리어 태평양사령관,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였다.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군데서만 일어나는 이런 이상한 광경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 이창기 기자, 한호석 소장 제공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 느낀 한국 군부
 
2012년 12월 21일에 결성된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에는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신연합방위추진단 단장과 주한미국군사령부 기획참모부장을 각각 대표로 하는 20여 명의 영관급 장교들이 망라되었다.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에게 주어진 임무는 미국의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이후 전작권으로 약칭) 반환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된 뒤에 새로운 지휘구조를 내오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3년 1월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출된 국방부의 국방현안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은 전작권 반환 이후 새로운 지휘구조를 내오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협의를 2013년 1월 셋째 주부터 시작하여 2013년 2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 계획대로 한다면,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이 마련한 새로운 지휘구조 방안이 적어도 2013년 3월 중에는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예정된 때로부터 11개월이 지난 오늘에도 새로운 지휘구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미래지휘구조 연합실무단’이 제구실을 전혀 하지 못한 게 아니냐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군부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 언론보도를 되짚어보면, 그러한 의문은 더 커진다.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거부감을 느끼는 한국 군부의 속내는 아래와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를 전작권 반환 이후에도 해체하지 않고 존치시키면서 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이 맡는 방안을 한국 군부에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2년 6월 27일 <조선일보>는 관련기사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위와 같은 비공식 제안에 관한 자기들의 보도가 완전히 오보였음을 인정하면서, 서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그런 비공식 제안을 한 적이 없는데 그가 하지도 않은 제안을 한국 군부 관계자들이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주는 바람에 서먼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화가 많이 나 있고 매우 난처한 처지에 있다”고 보도하였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하지도 않은 제안을 한국 군부 관계자들이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준 충격적인 사건은, 한국 군부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계획에 대해 얼마나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 군부는 미국의 한국군 전작권 반환→한미연합사령부 해체→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으로 이어지게 될 일련의 급격한 정세변화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급격한 정세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견한 한국 군부가 오죽 다급했으면,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하지도 않은 제안을 날조하여 언론에 흘려주었다가 불과 며칠 뒤에 날조사실이 들통나는 만화 같은 사건까지 벌어졌겠는가.

미국의 한국군 전작권 반환이 불러올 일련의 정세변화에 거부감을 느낀 한국 군부는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을 만류하기 위한 대책을 세웠는데, 한미연합사단 창설이 바로 그러한 대책들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군 고위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2년 6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 육군과 미국 육군은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문제를 협의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방식은 한국군 1개 여단을 주한미2사단에 배속시켜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고, 그 연합사단의 사단장은 미국군 소장이 맡고 부사단장은 한국군 준장이 맡는 것이며, 개편된 한미연합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시키지 않고 전방지대에 그대로 남아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 군부가 한국군 1개 여단을 주한미2사단에 배속시켜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려는 까닭은 주한미2사단의 평택이전을 만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원래 한국 군부와 미국 군부는 2009년 4월 두 차례 고위급회담을 진행하면서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면 주한미2사단을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전작권 반환시점이 다가오자 한국 군부는 그 합의를 백지화시켜 주한미2사단을 어떻게 해서든지 전방지대에 남아있게 하려는 궁여지책을 거론하였던 것이다.

만일 위의 보도내용대로 한미연합사단이 창설되는 경우에는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이 철회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 방침을 철회하였을까? <동아일보> 2012년 8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문제를 놓고 진행하던 한미 군당국의 협의가 2012년 7월에 중단되었다. 그 협의를 중단한 쪽은 미국 군부였다. 이것은 미국에게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미국의 그러한 의사는 2013년 10월 2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확인되었다.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은 “사업상의 제반 도전요인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사업이 계획된 일정대로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고 밝힘으로써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에 변동이 없음을 재확인하였다.

그런데 2013년 11월 25일 커티스 스카파로티(Curtis M. Scaparrotti) 주한미국군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2012년 7월에 중지되었던, 주한미2사단을 한미연합사단으로 개편하는 협의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2사단 평택이전방침을 철회하고,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꺼내놓은 한미연합사단 창설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줄 가능성은 영에 가깝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미국이 예정된 일정대로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군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앉혀놓겠다는 한국 군부의 헛소리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로 진행된 제37차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정승조 당시 한국군 합참의장과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장차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할 때, 사령관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은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맡기로 합의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보였다. 2013년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에서는 미래지휘구조 개념을 협의하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만 합의하였을 뿐이고,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자고 합의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군부는 4월 18일 원격화상회의 직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게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를 합의하였다는 거짓정보를 전해주면서 2013년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그 문제에 관한 최종 합의가 나올 때까지 보도유예를 요청하였다. 그렇다면 2013년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관한 최종 합의가 나왔던 것일까?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2013년 6월 1일 한미 군당국이 미국의 전작권 반환에 대비하여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의 그런 발표내용도 허위사실이었다. 그런 허위사실이 발표된 내막은 아래와 같다.
한미 군당국이 미국의 전작권 반환에 대비하여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는 한국 국방부의 발표내용에 나오는 2013년 6월 1일의 회담이란,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이 2013년 6월 1일 오전에 진행한 한미국방장관회담을 뜻한다. 그런데 한미국방장관회담 직후 취재기자들 앞에 나타난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연합뉴스> 2013년 6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2013년 6월 1일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지휘구조에 합의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에 관한) 승인시점을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SCM(한미안보협의회를 뜻함-옮긴이)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였지만, 이것도 오보였다. 왜냐하면 2013년 10월 2일에 발표된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은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고, “전작권 전환 이후 동맹의 군사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래연합지휘구조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고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측 언론매체들은 2013년 10월 2일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여 사령관을 한국군 합참의장이 맡고 부사령관을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맡는 방안을 합의하였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하지만 이 보도는 엉터리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미국군사령관이 외국군사령관 밑에 들어가 부사령관을 맡는 경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전통제권문제와 관련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지휘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작전통제권은, 1951년 4월 2일 드와잇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당시 미국 육군사령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제1대 유럽동맹최고사령관(SACEUR)에 취임한 이후 2013년 현재 필립 브리들러브(Philip M. Breedlove) 미국 공군사령관이 그 직책을 맡기까지 17대에 걸쳐 4성급 미국군지휘관들이 완전히 독점하였다. 이처럼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국들의 군사령관들도 미국군사령관 밑에 들어가 있는 판에, 한국군사령관이 전작권을 환수하자마자 자기 밑에 미국군사령관을 부사령관으로 앉혀두겠다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연합전구사령부 창설문제에 관련하여 왜 이러한 오보가 나온 것일까? 그 까닭은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연합전구사령부로 대체되리라고 착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합전구사령부를 한미연합사령부의 대체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연합전구사령부 창설작업에 시동을 건 미국
 
눈여겨보는 것은,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이지 않고 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인다는 사실이다. 만일 연합전구사령부가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하게 된다면, 당연히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여야 정상인데, 왜 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이 쓰이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이 구상하는 연합전구사령부는 한반도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군사지휘조직이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 군부가 사용하는 전구(theater)라는 개념은 어느 특정국가의 범위를 넘어 대륙과 대양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이를테면, 미국 군부의 6대 전구는 북미전구, 중앙전구, 유럽전구, 태평양전구, 남부전구, 아프리카전구 등이다. 미국 군부의 전구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미전구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포괄하고, 중앙전구는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포괄하고, 유럽전구는 유럽, 러시아, 이스라엘을 포괄하고, 태평양전구는 태평양, 인도양, 중국, 몽골, 한반도, 일본,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를 포괄하고, 남부전구는 중남미와 카리브해를 포괄하고, 아프리카전구는 이집트를 제외한 아프리카대륙 전체를 포괄한다. 미국 군부의 이러한 전구개념만 살펴봐도, 미국이 지구 표면을 6개의 전구로 분할하여 군사패권을 휘두르며 전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국가라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그러므로 미국 군부가 사용하는 전구개념을 생각하면, 한미연합전구사령부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전 세계 6개 전구들 가운데 미국의 국익추구에 가장 긴요한 양대 전구는 유럽전구와 태평양전구다. 미국은 유럽전구에 유럽연합전구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을 맡은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설치해놓았는데, 태평양전구에는 태평양전구사령부가 아직 없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태평양전구에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Pacific Unified Theater Command)를 창설하려고 서두르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이 꺼내놓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라는 대외전략은 미국의 강력한 도전자로 등장한 중화인민공화국과 미국의 제1적대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무력으로 맞설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11일 미국 국방부는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을 중장(3성급)에서 대장(4성급)으로 격상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공군사령관과 해군사령관은 대장이었는데, 육군사령관은 그보다 한 급 낮은 중장이었다. 미국 군부는 왜 2013년에 들어와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의 직위를 대장급으로 격상시켰을까?

미국이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는 경우, 그 사령부를 지휘할 총사령관은 태평양사령부의 육군사령관, 해군사령관, 공군사령관 가운데서 어느 한 사람을 임명해야 하므로,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을 중장급에서 대장급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미국이 구상한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가 창설되면, 미국 동맹국들의 군사령관들이 부사령관들로 임명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은 태평양사령관을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총사령관으로 내세우고, 그 밑에 일본자위대 통합막료장, 호주방위군 총참모장, 한국군 합참의장을 부사령관들로 앉힌 새로운 연합지휘체계를 수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국군과 일본자위대를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휘하에 끌어들이려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군대’의 지위를 확보해야 하고, 일본자위대도 교전권을 행사하는 ‘정상적인 군대’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자위대의 집단적 교전권을 획득하려는 아베 정권에 대한 미국의 노골적인 지지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는 일정, 아베 정권이 일본자위대의 집단적 교전권을 획득하는 일정, 그리고 미국군, 일본자위대, 호주군, 한국군을 포함한 4자연합전쟁연습을 실시하는 일정과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는 일정은 순차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2013년 2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감장수 국가안보실장,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내정자를 대동하고 서울 용산 미국군기지를 방문하였다. 앞으로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대통령 당선인이 외국군기지에 의례적으로 찾아가야 하는 굴욕행위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한국일보 보도사진)   ©이창기 기자 , 한호석 소장 제공
 



그리피스의 예상은 적중할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 이후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2013년 11월 17일 <연합뉴스> 취재기자가 로널드 그리피스(Ronald H. Griffith) 전 미국 육군참모차장과 진행한 대담을 수록한 기사를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피스 전 미국 육군참모차장은 대담기사에 이런 말을 남겼다.

“주한미군철수의 가장 첫 번째 수순이 바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현재 미군기지를 전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미국 본토의 기지를 폐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으며 해외주둔 미군의 철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인들은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문제보다 지역주민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본토 내의 기지를 지켜내는데 신경 쓰고 있다. 앞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압력이 미국 의회로부터 더욱 증강될 것이다. 과거 유럽에서 미군병력을 철수시킬 때에도 이 같은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 정치인들이 전체 국가안보의 맥락에서 전략적 사고를 하고 국제적 책임을 충족하기보다는 돈을 절약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가면 미군의 병력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그리피스의 발언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하는 것과 함께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국가재정파산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미국 연방의회는 재정적자감축방안의 일환으로 해외미국군기지를 축소할 것인데, 그 축소과정에서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될 것이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군 전작권을 반환한 이후 주한미국군을 일부 잔여병력만 남겨두고 대폭 감축하는 경우, 가장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되는 쪽은 박근혜정부다. 미국을 믿고 따르는 친미정권에게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은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독재자 박정희가 대통령 재임시절에 ‘닉슨독트린(Nixon Doctrine)’으로 받았던 치명적 타격을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오바마의 ‘아시아중시정책’으로 또 다시 받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으로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낀 박정희정권에게 미국이 자국산 전투기를 팔아먹었던 것처럼, 지금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을 예상하면서 불안과 우려에 사로잡힌 박근혜정권에게 미국은 또 다시 자국산 전투기를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권을 쥔 아버지와 딸이 각각 미국과 맺은 길고 복잡한 인연은 40여 년의 시간격차를 뛰어넘어 기이할 정도로 똑같이 복제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 주둔 미국군을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닉슨독트린’이 1969년 7월 25일에 발표되었을 때, 그것은 남베트남과 대만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고, 필리핀, 태국,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군을 대폭 감축한다는 예고였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1968년 1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일어난 북베트남과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강력한 군사공격(Tet Offensive)을 받고 패색이 짙어진 미국이 남베트남을 포기하고 베트남에서 떠난다는 예고였으며, 1967년 6월 17일 수소탄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핵강국으로 등장한 중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한다는 예고였다.
박근혜정권은 미국의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감축만 예상하고 불안과 우려에 사로잡혀 있지만, 44년 전의 닉슨독트린과 오늘의 ‘아시아중시정책’을 비교하면 유사한 측면보다는 상이한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이를테면, 미국은 ‘닉슨독트린’을 시행하는 과정에 남베트남과 대만에서 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했고, 주한미국군을 대폭 감축했던 것과 달리, 오늘 미국이 아시아 주둔 미국군 가운데 완전히 철수하려는 대상은 없으며 오직 주한미국군만 대폭 감축하려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은 ‘닉슨독트린’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였지만, 오늘 ‘아시아중시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는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는 바람에 중국을 심하게 자극하여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둘러싸고 북과 전면전을 불사할 만큼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44년 전의 ‘닉슨독트린’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일정정도 완화시킨 분위기를 조성하였던 것과 정반대로, 오늘 ‘아시아중시정책’은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격화시키는 가운데,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주한미국군이 대폭 감축되면, 박근혜정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정부기관의 조직적 대선개입, 통합진보당 해산기도, 무차별적인 ‘종북몰이식’ 진보세력 탄압, 그리고 대북적대정책 집착 등으로 내외에서 강력한 저항과 비난을 받는 박근혜정권이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라는 치명적 타격을 받는 날, 정권붕괴위험에 내몰리게 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명백하다.

물론 박근혜정권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할 리 없다. 그래서 박근혜정권이 정권붕괴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전작권 반환 재연기라는 궁여지책이다. 박근혜정권의 궁여지책은 아래와 같이 전개되었다.

<조선일보> 2013년 7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5월 7일(워싱턴 현지 시간)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직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나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강력히 주문”하였고, 그에 따라 한국 국방부가 미국 국방부에게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는데, 미국 국무부는 재연기 검토요청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미국 국방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정황을 살펴보면, 2013년 3월 23일에 설치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작권 반환시기를 또 다시 연기한다는 방침을 국가안보실 설치 직후에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전작권 반환 재연기를 미국에게 요청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해놓고서도, 외부적으로는 연합전구사령부를 창설하게 된다는 소문을 언론을 통해 퍼뜨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촌극을 연출해온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박근혜정권이 출범하기 1년 전부터 박근혜대선진영 안에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라는 궁여지책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13년 9월 6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초부터 박근혜대선진영 안에서는 전작권 환수문제를 놓고 두 가지 견해가 대두되었는데, 군부 출신 인사들은 전작권 환수시점을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계인사들은 전작권 환수시점을 연기하면 대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대선진영의 정계인사들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재연기문제를 대선국면에서 공표하는 경우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황을 인식하면, 박근혜정권이 출범한 이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를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급속히 추진할 수 있었던 까닭을 알 수 있다.

2007년 2월 23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군 전작권 반환시점을 2012년 4월로 결정하였던 미국은 2010년 6월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재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그 반환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였다. 그런데 2013년 5월 7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연기 요청을 들었으면서도 그에 대해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그러한 불투명한 반응은, 미국이 박근혜정권의 전작권 반환 재연기 요청을 받아주지 않고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처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문제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다급해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직접 워싱턴을 방문하여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열어보려고 시도하였다. <조선일보> 2013년 10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수전 라이스(Susan E. Rice)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을 통해 “한국 국가안보실과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간 상시소통협의체제(핫라인)를 구축”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과 시기에 대해 양국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정권은 정권안보라는 비좁은 시야를 통해 전작권 환수문제를 인식하는데 비해, 미국은 태평양연합전구사령부 창설이라는 넓은 시야를 통해 전작권 반환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과 박근혜정권 사이에서 발생한 이러한 이해관계 불일치는, 한미연합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국군 대폭 감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박근혜정권이 붕괴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감을 안겨준다. 박근혜정권은 그런 예감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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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8

갱도진지 차폐문들이 모두 열릴 때

[한호석의 개벽예감] (89)
자주민보 2013년 11월 25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전쟁승패를 결정할 초탄사격능력

“지난 달(2013년 10월을 뜻함-옮긴이)에는 (인민군이) 동부전선에서 장사정포진지를 상당기간 개방해 우리군(한국군을 뜻함-옮긴이)이 긴급대비태세를 갖춘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조선일보> 2013년 11월 20일 보도기사의 한 구절이다. 비록 한 줄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문장이지만, 이 구절은 2013년 10월 7일에 발표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에서 인민군이 “임의의 시각에 즉시 작전에 진입할 수 있는 동원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었는지를 말해준다.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2013년 10월 중에 장사정포진지를 상당기간 동안 개방해놓고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사격태세를 취한 까닭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를 주축으로 편성된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aircraft carrier strike group)이 동해에서 감행하고 있었던, 전속항진과 야간기습을 결합시킨 대북선제핵타격연습에 대응하여야 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해군 제7함대 항모타격단은 2013년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동해에서 북을 겨냥한 선제핵타격연습을 감행하였다.

원래 장사정포란 사거리가 40km 이상인 야포, 방사포, 자행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위의 인용구에서 장사정포진지를 개방하였다는 표현은 인민군이 방사포나 자행포가 아니라 야포를 임의의 시각에 즉시 사격할 수 있도록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어놓고 사격명령을 대기 중이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당시 인민군 야전부대들에서는 장사정 야포들만이 아니라 당연히 방사포들과 자행포들까지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방에 배치된 인민군 지상화력구성에서 기본요소는 야포가 아니라 방사포와 자행포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포무력은 방사포를 중심으로 하면서 자행포와 야포로 더욱 보강된 형태로 구성된 것이다.

이처럼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제7함대 항모타격단의 대북선제핵타격연습에 대응하여 장사정포 사격태세를 취하였다면, 그와 더불어 동부전선의 인민군 미사일부대들도 당연히 발사태세에 돌입하였을 텐데, 위의 인용구에는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장사정포보다 미사일이 더 사거리가 길므로 당시 미국군 및 한국군 정찰부대들은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감시하였을 것인데, 왜 그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군 및 한국군 정찰부대들이 지하기지에 배치된 인민군 미사일의 움직임을 식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사진 1> 인민군 포병들이 130mm 해안포 사격태세를 취하는 장면이다. 이 포를 쏘면 27km밖에 있는 타격목표를 소멸할 수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위의 인용구에 서술된 것처럼, 동부전선의 인민군 야전부대들이 장사정포진지를 개방한 것은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사격태세를 취했다는 뜻이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장사정포는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포좌로 나가 긴 포신을 쳐들고 사격태세를 취하는데 비해, 3축6륜 차량에 탑재된 방사포나 무한궤도차량에 탑재된 자행포는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나와 사격위치로 재빨리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사격태세를 취한 다음 제1탄을 사격하기까지 걸리는 초탄사격시간이다. 명백하게도,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의 초탄사격능력은 인민군의 다종다양한 선제타격력 중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만일 초탄사격시간이 오래 걸려 사격임박징후가 적에게 노출되면 선제타격은커녕 적의 포병부대로부터 역습을 받게 된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은 한반도에서 선제타격이 사실상 전쟁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초탄사격능력이야말로 전쟁수행에서 사활적인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민군 야전부대 포병들의 초탄사격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들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의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여는 시간 20초, 장사정포를 포좌로 끌어내어 정치하는 시간 10초, 사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7초, 포탄을 장전하는 시간 3초로 연속 진행되는 것이다.

<유투브(You Tube)>에 게시된, 인민군 실탄사격훈련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포병들이 초탄사격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훈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라톤선수가 자기 기록을 0.1초라도 더 단축하기 위해 체력한계를 넘나드는 질주훈련을 반복하는 것처럼, 인민군 포병들도 군사복무기간 7년 동안 초탄사격시간 단축훈련을 반복한다. 초탄사격시간 단축이야말로 전쟁승패를 결정할 문제인데, 초탄사격능력 강화훈련을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7년 동안이나 초탄사격시간 단축훈련을 끊임없이 반복, 숙달하고 있으므로 실전상황에서 초탄사격시간은 1∼2초 더 짧아질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인민군이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배치하지 않고 야포견인차량에 끌려 다니는 견인포를 배치하였더라면, 초탄사격시간은 훨씬 길어져 약 20분 정도 걸리게 된다. 견인포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포를 무기고에서 끌어내고, 야포견인차량을 차고에서 끌어내어 서로 연결하는 시간 약 7분, 포탄을 탄약고에서 꺼내어 야포견인차량에 적재하는 시간 4분, 야포견인차량이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정렬하는 시간 5분, 사격위치에서 야포견인차량과 포를 분리하고 포를 정치하는 시간 4분, 타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7초, 포탄을 장전하는 시간 3초로 진행되므로 총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볼 수 있다.


갱도진지를 건설하려면 시간, 노력, 경비가 많이 들지만, 실전상황에서는 갱도진지 장사정포가 견인포에 비해 월등히 우세한 선제타격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단 1초 사이에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급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실전상황에서 초탄사격시간이 40초 걸리느냐 아니면 20분 걸리느냐 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한국군 포무력이 견인포 71%, 자주포(자행포) 26%, 다련장로켓포(방사포) 3%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한국군이 견인포로 인민군의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첫 문장으로 인용한 구절에서 2013년 10월 동부전선에서 인민군 야전부대들의 갱도진지 장사정포가 사격태세를 취하였을 때, 한국군이 긴급대비태세를 취하였다고 하였는데, 그들의 긴급대비태세는 견인포로 응사할 사격태세를 취하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초탄사격시간이 20분 걸리는 한국군의 견인포가 초탄사격시간이 40초 걸리는 인민군의 갱도진지 장사정포를 상대하는 실전상황에서 인민군 포병들은 장사정포 초탄을 발사한 뒤에 한국군 포병들이 견인포 초탄으로 응사하기까지 19분 20초 동안 50발 이상 더 사격할 수 있다.

다른 한 편, 인민군 야전부대의 방사포와 자행포가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나와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27초다. 방사포와 자행포의 초탄사격시간을 세분하면, 갱도진지 차폐문을 여는 시간 약 20초,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정렬하는 시간 약 5분, 타격구역 또는 타격목표를 조준하는 시간 약 7초로 연속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 자주포는 방호시설에서 나와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초탄을 발사하기까지 13분이나 걸리는 바람에 늑장대응이라는 여론의 화살을 맞은 바 있다. 인민군 자행포의 초탄사격시간은 5분 27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한국군 자주포의 초탄사격시간은 13분이 걸린다니 격차가 너무 심하다. 이러한 격차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본 충격적인 사실들

초탄사격능력을 측정하는 데서 아직 계산에 넣지 않은 시간이 더 있다. 그것은 적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한 정찰보고가 군수뇌부에 전달되는 시간, 군수뇌부가 상황을 판단하고 응사여부를 결정하는 시간, 사격명령이 포병부대에 하달되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연평도 포격전 상황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은 ‘호국훈련’ 중이었고, 그에 맞서 특별경계근무 2호 태세를 취한 인민군도 대응훈련 중이었으므로, 쌍방이 모두 긴장된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연평도 포격전은 한국군이 방심한 사이에 인민군이 기습포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그처럼 긴장된 전투태세를 취한 상태에서 일어났는데도, 주한미국군사령부와 한국군 합참본부는 응사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가 포격전이 끝나버렸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전투상황을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연합뉴스> 2010년 11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한민구 당시 한국군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Walter L. Sharp)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6분이 지난 뒤에 긴급통화를 하였다. 인민군 포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는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 두 사람의 통화에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므로 한미연합군 수뇌부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한국일보> 2010년 12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군 수뇌부는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38분이 지난 뒤에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는데, 그 회의는 무려 3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대응작전문제를 긴급히 결정해야 할 군수뇌부가 회의를 3시간 이상 계속했다면, 그것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설왕설래하는 난상토론을 벌였다는 뜻이다. 정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인민군으로부터 포격을 당한 위급한 상황에서 작전회의 난상토론을 3시간 넘게 계속하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한국일보> 2010년 12월 10일 보도기사를 읽어보면, 연평도 포격전 당일 3시간 이상 계속된 긴급회의를 마친 주한미국군사령부가 인민군의 포격개시로부터 무려 6시간 2분이 지난 뒤에 태평양사령부에게 대북정찰작전을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연평도 포격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고 가정하면, 한미연합군 야전부대들은 수뇌부의 결정을 6시간 동안 기다리다가 인민군의 집중공격을 받고 궤멸되었을지 모른다.

연평도 포격전이 한미연합군에게 안겨준 정신적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겨레>가 2012년 12월 13일에 입수한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보는 충격적인 사실은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하기 약 3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 한국군 수뇌부에 상신된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의 해안포 전개상황을 식별하였으므로, 접적해역 일대에서 화력도발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군의 장비를 추가로 전개하고 인민군 해안포의 사격임박징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보고내용을 읽어보면, 연평도 포격전 당시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해안포의 사격임박징후만 식별하였고,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는 식별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연평도 포격전 직전에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해안갱도진지 14개소의 차폐문을 열어놓고 장사정포 14문을 사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고, 그와 더불어 122mm 방사포 4문도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원래 방사포는 해안갱도진지에 배치된 것이 아니므로, 내륙갱도진지에서 해안으로 이동한 다음 연평도를 향해 사격태세를 취하고 사격명령을 대기하던 중이었다. 

그런데도 한국군 정찰부대는 인민군 방사포 4문이 사격위치로 이동하여 사격태세를 취하고 있는 정황을 식별하지 못했다. 왜 식별하지 못하였을까? 그 까닭은 인민군 방사포가 한국군 정찰부대의 시야를 벗어난 위치에서 보이지 않게 사격태세를 취하였기 때문이다. 한국군 지휘부는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 방사포 4문이 발사된 사격위치가 어디였는지 3년이 지난 지금도 특정하지 못한다. 그 사격위치가 해안의 개머리진지 부근이라는 설도 있고, 개머리진지 인근의 산 너머에 있는 ‘가는골’ 마을이라는 설도 있으나, 모두 추정일 뿐이다. 따라서 인민군 야전부대가 연평도 포격전에 122mm 방사포 4문을 동원하였다는 한국군 당국의 발표도 대상식별에 따른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연평도에 남겨진 탄착흔적을 헤아려보고 아마도 4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일 뿐, 인민군 야전부대가 방사포 몇 문을 동원하였는지 알지 못한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민군 지상화력은 방사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시 ‘호국훈련’ 중에 긴장된 상황에서 대북정찰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임박징후를 식별하지 못한 것은 정찰능력한계를 노출한 심각한 사건이다. 한국군의 정찰능력한계가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의 선제타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치명적인 사태를 불러왔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만일 전면전 개전상황에서 한국군이 그런 치명적 한계에 묶여 있다면, 그 이후에 전개될 전황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인민군의 선제타격을 받은 한국군은 또 다시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인민군의 사격원점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방사포의 사격위치를 식별하지 못하는데, 표적정보도 없이 어떻게 사격원점을 타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국군 정찰부대는 인민군의 장사정포가 배치된 갱도진지의 위치를 식별할 수 있으므로, 연평도 포격전 같은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면 한국군이 인민군의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한국군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3년 11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은 2013년 8월에 실시한 ‘을지연습’에서 인민군 장사정포를 제압하기 위한 선제타격훈련을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작전방식으로 실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민군의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타격하겠다는 한국군의 공언도 엄밀히 따져보면 빗나간 발언으로 들린다. 왜냐하면, 위에서 논한 것처럼, 인민군 야전부대들에 배치된 강력한 포무력은 실전상황에서 사격임박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채 초탄을 무더기로 기습발사하여 한국군 야전부대들의 응사능력을 제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아니라, <조선일보> 2010년 1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야전부대들은 한미연합군의 대북정찰을 교란하기 위해 실물과 똑같이 생긴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와 가짜 장사정포를 곳곳에 만들어놓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만전술은 어느 것이 진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이고 어느 것이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인지 식별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실전상황의 ‘불소나기’ 속에서 살아남은 한국군이 응사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인민군이 만들어놓은 가짜 장사정포 갱도진지를 향해 사격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미그-23기 보유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늘어나는 현상

한국군 정보참모부의 ‘수시첩보보고’에서 엿보이는 특이점은 인민군 전투기에 관한 서술이다. 인민군이 연평도를 향해 포격을 개시하기 약 3시간 전인 오전 11시 30분에 한국군 수뇌부에 상신된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한국군 정찰부대가 인민군 ‘신예기’들의 전방전개상황을 식별하였으므로, 접적해역 일대에서 화력도발가능성이 있어 한국군의 장비를 추가로 전개하고 인민군의 무력사용임박징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신예기란 새로 생산한 기종이라는 뜻이다. 한국군 정찰부대는 왜 구체적인 기종을 적시하지 않고 신예기라고 기록했을까?

‘수시첩보보고’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전 당일 오전 9시 40분께 인민군 미그-23기 5대가 전방지역 상공에 전개되고 있는 것을 식별하였다고 한다. 옛 소련이 1970년에 실전배치한 미그-23기는 40년이 넘은 기종이지 신예기가 아니다. 그런데 한국군 정찰부대는 미그-23을 가리켜 왜 신예기라고 하였을까? 이 의문을 풀어줄 단서는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자료에는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05년까지는 45대로 변동이 없었는데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56대로 늘었다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 게시된 조선인민군 전력현황자료는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를 66대로 적시하였으므로,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56대에서 66대로 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는 초계비행 중인 쿠바 공군의 미그-23기 편대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 <사진 2> 쿠바 공군의 미그-23기 편대가 쿠바 영공을 초계비행하는 장면이다. 북은 2000년대 중반부터 외형이 미그-23기와 흡사하게 생긴 신형 전투기를 자체로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 신형 전투기가 북의 최남단 공군기지에서 출격하여 서울 상공에 이르기까지 2분 30초 걸린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노후기종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유대수가 줄어들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인민군 항공군의 경우는 정반대로 노후기종 보유대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이후에 북이 미그-23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였기 때문에 그 기종의 보유대수가 늘어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이 다른 나라에서 미그-23기를 수입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북에 전투기를 수출할 나라도 없고, 북도 다른 나라에서 전투기를 수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민군 항공군의 미그-23기 보유대수가 2005년 이후 21대나 늘어난 불가사의한 현상은 북이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다시 말해서, 북은 한국군 정찰부대가 보기에 외형이 미그-23기와 흡사한 신예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 서북쪽에 있는 황해남도 봉천군의 누천리 공군기지에서 서울까지 직선거리는 약 100km밖에 되지 않는다. 그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미그-23기와 흡사하게 생긴 신예기가 전속력으로 남하비행하여 서울 상공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분 30초다.

그에 대응하는 한국군 공군의 방어제공작전(DCA)을 알아보면, 인민군 전투기의 내습을 저지하기 위해 수원공군기지의 제10전투비행단에는 F-5E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F-5E가 비상출격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F-5E는 한국군 공군조종사들이 ‘곤로’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저성능 노후기종이다. 전기곤로는 가열속도가 늦고 발열량도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노후기중 F-5E에 ‘곤로’라는 별칭을 달아놓은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F-5E는 엔진출력이 약하여 공중전에서 격추당할 위험이 크고, 전자장비가 허술하여 적기가 쏜 미사일이나 적지상군의 방공망에 격추당할 위험이 매우 크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F-5E는 2000년 이후에만 11대가 기체고장으로 추락했다.

서울 상공을 방어하기 위해 그처럼 낡은 전투기를 배치한 것은 누가 봐도 위태롭다. 서울 상공을 제대로 방어하려면 F-16이나 F-15K가 출격해야 하는데, 그런 전투기들은 인민군의 미사일공격을 피해 충청남도 서산 인근의 서산공군기지와 경상북도 대구 인근의 대구공군기지 같은 후방에 멀찌감치 배치되었다.

서산공군기지와 대구공군기지에 배치된 전투기들이 완전무장하고 적진을 향해 출격하려면, 한미연합군 수뇌부 작전회의에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연평도 포격전이 일어났을 때, 한미연합군 수뇌부는 인민군이 포격을 개시한 시각으로부터 38분이나 지난 뒤에 긴급회의를 시작하였다. 전면전 개전상황에서 38분이라는 시간은 한미연합군 수뇌부가 작전회의를 진행하는 서울 용산기지가 인민군의 맹폭격으로 초토화되고도 남을 긴 시간이다. 전투종심이 너무 짧은 한반도에서는 긴급작전회의를 진행할 몇 분의 시간적 여유마저 없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에서는 강력한 선제공격능력을 확보한 쪽이 무조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누가 왜 우려와 불안을 느끼고 있는가?

2013년 11월 5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현역 중장)은 “남과 북이 전쟁하면 누가 이깁니까?”라고 물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력 비(比)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평가한다”고 답변하였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이 “미국 없이 한국 단독으로 북한과 싸우면 진다고 했는데 사실이냐”하고 되묻자, 그는 “진다고 하지는 않았다. 군사력 비에서는 우리가 열세”라고 답변하였다.

한국군과 인민군의 군사력을 비교하면 한국군이 열세이고, 따라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군이 불리해진다는 국방정보본부장의 답변이 언론에 보도되자 충격을 받은 남측 국민들 속에서 여론이 들끓었다. 원래 국정감사는 정치적 의도에 따라 가공된 발언들이 오가는 자리이므로, 그런 자리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열세라고 말한 것은 사실상 패배를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남측 국민들로서는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군 열패설의 여파를 직감한 남측 언론계는 군사전문가의 수습발언을 인용하여 개전 초기에 인민군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타격할 때는 한국군이 좀 불리하지만, 미국이 증원군을 파병하여 한미연합군 전투력이 월등히 강화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꺼내놓았다.

그러나 군사지식을 가진 사람의 눈에는 그런 식의 주장이 현실과 거리를 둔 주관적 상념으로 보일 뿐 객관적 현실을 반영한 견해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은 미국 정보분석가들의 판단이다. 북미전쟁위험이 극도로 고조되었던 2013년 4월 7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WND>가 미국 정보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워싱턴발로 보도한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주한미국군) 28,500명은 (인민군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한) 과속방지턱(speed bump)으로, 그리고 전쟁의 방아쇠로 최전방에 배치되었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은 죽을 것이다. 모든 주한미국군기지들과 한국군기지들은 인민군의 타격좌표로 사전입력되었다(pre-programmed).”

이 인용구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전방지역에 배치된 한미연합군이 인민군의 선제공격으로 전멸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인데, 미국의 정보분석가들은 인민군의 재래식 지상화력만을 고려하여 그렇게 예견한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이 재래식 지상화력만 동원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도 오산이고, 인민군이 전방지역의 한미연합군만 공격할 것으로 예견하는 것도 오산이다. 이 짧은 글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열거하며 자세히 서술할 수 없지만, 인민군의 ‘반미대결전’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을 몇 마디로 축약하면, 전방지역과 후방지역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는 전후방동시공격전이며, 지상과 지하, 해상과 해저, 고공과 저공에서 한꺼번에 작전하는 입체공격전이며, 적의 ‘급소’를 정밀타격수단으로 연속 강타하여 반격능력을 초기에 제거하는 급소연속강타전으로 전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주시하는 것은, 태평양작전구역 곳곳에 산재한 31개에 이르는 미국군기지들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의 타격좌표를 사전입력해놓은 핵타격대상목록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이 이미 몇 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북의 그러한 언급이 엄포가 아니라는 점은 미국군 수뇌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군 수뇌부는 인민군의 ‘반미대결전’ 준비태세에 관한 북의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우려와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2011년 1월 11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이던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북이 미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려와 불안을 감추지 못하였다.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WSJ)> 2013년 1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그 일간지가 보도일과 같은 날 워싱턴에서 주최한 최고경영인 연례행사에 연사로 출연한 마틴 뎀프시(Martin E. Dempsey) 미국군 합참의장도 “나는 내가 매일 다루고 있는 어떤 다른 문제들보다도 북의 고조되는 도발을 실제로 더 우려한다”고 하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나 미국군 수뇌부가 자기들의 우려와 불안을 드러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북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수시로 강행하는 위험천만한 대북전쟁연습을 즉각 중지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자진하여 철군함으로써 전쟁재발요인을 제거하는 전향적인 선택만이 태평양작전구역 미국군의 궤멸위험을 미리 피하는 길이다. 전선 너머에서 갱도진지 차폐문들이 모두 열릴 때는 너무 늦을 것이다.

특히 갈수록 막강해져가는 북에 군사력 대응한 한미연합군훈련도 갈수록 더 강력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또 다시 북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고 지금보다 더 강력한 대규모 무력을 한미연합군이 대북압박군사훈련에 동원하게 되며 그것을 북이 공격의사로 간주하고 선제타격을 감행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상대가 공격진지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선제타격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은 북에서 우리의 귀가 닳도록 강조해온 말이다. 물론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 예방전쟁 차원의 선제타격 대상국에 부시정부시절부터 북의 이름을 떡 올려놓고 있다는 것도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군비경쟁은 우리민족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전면적 무력충돌이라는 치명적인 상황으로 민족 전체를 몰고 가는 악수 중에 악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결국 해법은 대화뿐이라는 것이다. 북미평화협정과 남북의 공동선언 이행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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