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0

재앙냄새 풍기는 박근혜후보의 대북정책

[한호석의 개벽예감] (36)
자주민보 2012년 11월 10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재앙의 악순환 타고 도는 대북적대정책

2012년 11월 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에 있는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뢰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라는 주제를 내걸고 대북정책기조를 발표하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 이 땅의 수구언론매체들은 그녀가 외교안보통일정책에 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보도했지만, 그것은 대북정책을 외교정책 또는 안보정책 또는 통일정책과 혼동한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그 날 발표한 것은 대북정책기조다.

11.5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불신과 대결을 넘어서 평화와 신뢰의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통일한국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100% 대한민국의 완성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남북한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한반도, 안정되고 풍요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한반도, 인류발전에 기여하며 신뢰 받는 한반도, 이것이 제가 그리는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유권자 대중의 귀에 듣기 좋은 말을 골라서 담아놓은 총론이므로, 그런 총론적 발언내용에서는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사정은 180도로 돌변한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안보부터 확실히 챙기겠”다고 말하였다. 독재자 박정희의 극우수구정치를 충실히 이어받은 독재자의 딸이 “안보부터 확실히 챙기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독재자 박정희가 대통령 재임시절 ‘총력안보’라는 간판을 내걸고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대북적대정책을 연상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선후보가 꺼내놓은 대북정책은 박정희식 대북적대정책의 전면적 계승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아래와 같다.

11.5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는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고, “우리 장병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온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그녀가 생각하는 ‘안보문제’는 ‘북방한계선’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직결된 사안이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이 북의 어뢰피격으로 폭침당했다고 규정하고 그것을 구실로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파탄시키면서 기존 대북적대정책을 더욱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그러나 천안함이 북의 어뢰피격으로 폭침당한 것이 아니라는 과학적 증거들이 속속 나타났고, 그에 따라 그 사건을 북의 어뢰피격에 의한 폭침사건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권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는데도, 박근혜 대선후보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였다. 대선후보가 마치 유령에 홀린 것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고 그에 기초하여 만들어낸 대북정책이라는 것을 꺼내놓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근본원인은 주한미해군사령관이 1961년에 임의로 자기들의 작전지도 위에 이른바 ‘북방한계선’을 그어놓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한미해군사령관이 임의로 그어놓은 선을 마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면서 그 선을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에 대해 북측이 수수방관할 리 없다. 이를테면, 2012년 9월 29일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북방한계선> 고수주장은 우리의 국가주권과 령해에 대한 침범을 정당화하려는 궤변이며 우리의 국방과 안전을 해치려는 로골적인 침략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다. 북이 ‘침범’과 ‘침략’이라는 말을 쓴 것은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 다시 말해서, 남측의 ‘북방한계선’ 고수론은 북측의 전면전 의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북전쟁론인 것이다.

남측이 ‘북방한계선’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수역에서 대북공격연습을 감행하는 한,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고 선언한 북을 더욱 자극하는 것이며 기존 무력충돌위험을 남북의 해상분쟁 수준에서 더욱 격화시켜 북을 일방으로 하고 미국과 남측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그런 무력충돌위험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리 없다. 그녀가 11.5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전면전 위기로 격화되고 있는 무력충돌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의 11.5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방한계선’ 사수론→대북자극 극대화론→한미군사동맹 강화론→전면전 위기 고조로 이어지는 재앙의 악순환이다. 재앙의 악순환을 타고 도는 대북정책기조로 들고 나온 그녀가 집권하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과연 어떻게 급변하게 될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11.5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가 꺼내놓은 재앙의 악순환론은 그녀가 한반도 핵문제에 관해 언급한 대목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녀는 “북핵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강화하겠”고 밝혔다.

북의 핵전력과 미사일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이른바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도 북의 핵전력과 미사일전력을 무력화해보려고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도전과 도발을 거듭하였다가 그때마다 굴욕스럽게 전술적 패배를 당하곤 하였는데, 군사부문에서 미국에게 완전히 예속된 남측이 북의 핵전력과 미사일전력을 무력화할 억지력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발언은 북을 겨냥한 군비증강과 전쟁준비에 힘을 집중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북을 겨냥한 군비증강과 전쟁준비야말로 북을 극도로 자극하여 기어이 전쟁을 하겠다는 식의 매우 도발적인 발언이 아닌가.

그녀는 대북억지력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간의 실질적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하나마나한 소리다. 왜냐하면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대북적대정책을 언급하면서 북과 ‘실질적 협의’를 하겠다는 것은 궤변이며, 한반도 핵문제가 북미관계에서 발생하였고 따라서 북미협상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도 그런 문제를 엉뚱하게 남북관계로 끌어당기려는 것도 논리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모략의 악순환 타고 도는 대북모욕정책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이 극도로 악화시킨 현 남북관계를 개선, 정상화하려면, 북을 자극하는 발언부터 중지해야 마땅하거늘, 위에서 지적한 대로 북이 들으면 격분할 자극발언만 골라서 잔뜩 늘어놓고 나서, 무슨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말을 입에 올리다니, 박근혜 대선후보가 과연 제 정신으로 기자회견을 하였는지 그녀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상태를 함부로 의심하는 것은 그녀에 인격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제 정신을 잃고 횡설수설한 게 아니라, 북을 모략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녀의 대북정책기조는 재앙의 악순환에서 모략의 악순환으로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모략의 악순환이란 북에 대한 허위사실을 날조하고 그것에 기초하여 대북정책기조를 세움으로써 북을 모략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녀는 11.5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도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 하고, “핵개발이 아니라 경제개발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녀의 이런 발언은, 북을 ‘도발자’로, 국제규범을 따르지 않는 ‘일탈자’로 규정하였을 뿐 아니라,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훈계’한 것이다.

그녀가 북을 ‘도발자’로, ‘일탈자’로 규정한 것은, 북에 대해 ‘악의 축’이니 ‘폭정의 전초기지’니 ‘깡패국가’니 하는 악담을 퍼붓는 미국 ‘네오콘’의 모략범죄를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모방행위로 보인다.

또한 지금 북은 인민생활향상을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면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북에게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훈계’한 것은 북의 시각에서 보면 주제넘은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북정책이 재앙의 악순환을 타고 돌면 대북적대정책으로 되고, 그녀의 대북정책이 모략의 악순환을 타고 돌면 대북모욕정책으로 된다.

이를테면, 그녀의 대북모욕정책은 북측 인민들이 ‘인간 이하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고, 북측 경제가 자생력이 없는 ‘불구화된 경제’이고, 북측 인민들이 ‘인권유린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는 발언에서 절정에 이른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북한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대북지원을 투명하게 추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개선을 위해 보건, 의료 협력과 농업, 조림, 기후변화 등 녹색경제 협력을 체계화하”고, “북한의 경제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전력, 교통, 통신 등 인프라 확충과 주요 국제금융기구 및 국제투자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북을 대화상대가 아닌 구제대상으로 바라보는 모욕 위에 정책이라는 미명을 뒤집어씌운 것이다. 특히 그녀가 “우리와 더불어 통일시대를 열어갈 북한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인도주의와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국제사회에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이야말로 대북모욕정책의 극치다.

박근혜 대선후보의 대북모욕정책은 남북관계를 파탄시키는 반북사업들만 골라서 열거하였다. 이를테면,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송환하겠다”는 것이다. 11.5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는 동시에 “전면적 생사확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녀가 말하는 ‘전면적 생사확인’이란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생사를 확인하고 그들을 ‘송환’하겠다는 뜻이다.

원래 김영삼 정부 시기에 국정원 주도로 시작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빼내가는 비밀공작은, 북에 침투하여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려는 ‘기획탈북공작’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선후보는 ‘기획탈북공작’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보였다. 그녀는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난 탈북민의 보호와 지원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착지원 인프라와 맟춤형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강제북송을 막기 위해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박근혜 대선후보가 집권하는 겨우 이명박 정권보다 ‘기획탈북공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발표한,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겠다”는 사업구상도 반북사업에 속한다. 남북합의로 시작된 개성공단 건설사업을 ‘국제화’하려는 것은 남북 사이의 민족경제협력사업을 무한정한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국제자본시장에로 떠미는 ‘기획약탈공작’이다.

이처럼 북이 들으면 격분할 ‘기획탈북’과 ‘기획약탈’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언급한 박근혜 대선후보의 입에서 북의 지하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느니, 북의 ‘경제특구’에 진출하겠다느니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북의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변질시켜 자본주의시장경제로 교체하려는 ‘유인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녀는 2012년 11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국제사회가 협력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3성, 남북한을 포괄하는 남북러, 남북중 3각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북과 중국 동북지방의 경제협력은 북중관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북과 러시아 연해주의 경제협력도 역시 북러관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한 북중경제협력과 북러경제협력에 남측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선후보가 무슨 ‘3각 협력’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반도-중국 동북지방-러시아 연해주를 연결하는 국제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려는 게 아니라, 북을 이용해 이윤이나 빼어 먹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니, 북으로부터 배격을 받을 게 뻔하다.

박근혜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구상과 남북정상회담 추진의향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남북한 경제협력 및 사회, 문화 교류의 지속적 발전과 제도화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녀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구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을 연상케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4월 당시 방미일정 중에 <워싱턴 포스트>와 회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에 돌아가면 북측에 서울과 평양에 상주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남북의 상시적인 대화통로를 구축하자고 제안하겠다”고 하면서 “연락사무소장은 남북의 최고책임자의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박근혜 대선후보의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구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과 조금 다르다. 전자는 교류협력을 위한 통로이고, 후자는 정치접촉을 위한 통로다.

그러나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파기하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킨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을 미국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에 대해 북은 거부감을 넘어 혐오감을 보였다. 이를테면, 북은 <로동신문>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논평은 이명박 대통령의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을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라고 규정하면서, 그를 ‘일자무식쟁이’, ‘ 정치몽유병환자’, ‘얼뜨기’라고 비난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상주연락사무소’ 설치구상을 꺼냈다가 그처럼 북으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것이 불과 4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건망증 때문인지 무지몽매 때문인지 아니면 건망증과 무지몽매의 합병증 때문인지 몰라도 박근혜 대선후보는 4년 전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였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그녀는 11.5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에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화채널이 열려 있어야” 하므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지도자와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8일 서울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도 그녀는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와도 만날 것”이라고 하면서 “만남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대선후보는 대북정보에 너무 무지하여 북이 자기에 대해 욕설까지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남북정상회담 추진의향을 꺼내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2012년 9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은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괴뢰대통령후보로 나선 박근혜 X까지 주제넘게 <북방한계선> 고수립장을 입에 올리고 있다”고 맹비난하였고, 북측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도 자신의 답변에서 그녀를 ‘박근혜 X’이라고 부르며 욕했다. 이것은 그녀에 대한 북의 혐오감과 증오심이 얼마나 심한지를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사례다.

대북적대감에 사로잡혀 대북정보에 대해 너무 무지한 박근혜 대선후보는 북이 자기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자기가 집권하면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으니, 그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의향은 쓴웃음을 자아내는 한낱 우스갯소리로 들릴 뿐이다.

박근혜의 해괴한 ‘2단계 통일방안’

11.5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선후보는 통일방안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그녀가 발표한 ‘통일방안’은 대북적대정책과 대북모욕정책에 의거한 것이므로 당연히 평화통일방안이 아니라 흡수통합방안이다. 남북이 정치적 합의에 의해 나라의 통일을 평화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북을 흡수통합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통일방안’은 통일방안이 아니라 명백하게도 반통일방안이다.

올바른 대북관에서 올바른 대북정책이 나오고, 올바른 대북정책에 의거하여 올바른 통일방안이 나오는 법인데, 박근혜 대선후보는 대북관부터 심하게 뒤틀려버렸으니 대북적대정책과 대북모욕정책을 꺼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대북정책들에 의거하였으니 흡수통합을 추구하려는 반통일방안 이외에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자신의 반통일방안을 통일방안으로 위장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 흔적은 ‘2단계 방안’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11.5 기자회견에서 “작은 통일에서 시작하여 큰 통일을 지향하겠”다고 하였다. 통일방안을 3단계 방안으로 설명하는 것은 남측 대중에게 익숙한 설명방식이지만, 통일방안을 ‘작은 통일’과 ‘큰 통일’로 구분하는 해괴한 2단계 방안은 듣던 중 처음이다.

그녀가 말하는 ‘작은 통일’이란 “실질적인 평화를 기초로 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경제공동체를 건설하여 작은 통일을 먼저 이루”겠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평화 정착, 군사긴장 완화, 경제공동체 건설을 뜻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선후보는 통일과 평화를 구분하지 못하고, 통일과 경제통합도 구분하지 못하여 평화와 경제통합을 ‘작은 통일’이라고 착각하는 무지몽매에 빠져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군사적 대결구도를 해소하고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세우는 정치과업에 직결되지만, 통일과 평화를 혼동하는 것은 오류다. 통일은 통일국가를 세우는 정치과업이고, 평화는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과업이다. 분단체제에서는 평화가 실현될 수 없고,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과정에서만 평화가 실현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는 오직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으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군을 말하지 않은 각양각색의 한반도 평화론은 모조리 가짜다.

또한 통일과 남북경제통합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지만, 남북경제통합은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단계에서 통일정부가 추진할 정치과업이다. 분단체제에서는 남북경제통합이 절대로 실현될 수 없으며, 개성공단사업처럼 남북경제협력만 실현될 수 있다. 남과 북이 합의하여 분단체제를 제거하고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통일정부를 세우지 않는 한, 남북이 상호경제협력을 아무리 심화시켜도 그것이 남북경제통합으로 전화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정보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선후보가 말한 ‘작은 통일’은 궤변이다. 그녀는 ‘작은 통일’이라는 궤변을 들고 나옴으로써 평화통일을 열망하는 이 땅의 유권자 대중을 사실상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작은 통일’을 이룬 뒤에 “궁극적으로 정치통합을 통한 큰 통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말하는 ‘큰 통일’은 ‘정치통합’이라는 뜻이다. 그녀가 말하는 ‘정치통합’은 남과 북의 상이하고 적대적인 정치체제를 단일한 정치체제로 통합한다는 뜻이다. 남측의 자본주의정치체제와 북측의 사회주의정치체제를 하나의 정치체제로 통합하겠다니, 지구의 자전방향을 바꿔놓겠다는 말보다 더 황당무계한 소리를 꺼내놓은 그녀는 제 정신인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평화통일을 위한 남과 북의 정치협상과 정치적 합의는 있어도, 그녀가 말하는 ‘정치통합’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하는 ‘정치통합’은 북측의 사회주의정치체제를 남측의 자본주의정치체제로 교체하겠다는 체제통합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11.5 기자회견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계승, 발전시켜 통일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아주 거리낌 없이 말했는데,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기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바로 그러한 체제통합의 별칭인 것이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언급한 남북의 체제통합이 대결과 전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체제통합은 대통합이 아니라 대재앙이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11.5 기자회견에서 “분단과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평화와 화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하였지만, 대결과 전쟁을 불러올 ‘체제통합’을 공언한 그녀의 입에서 평화와 화합이라는 말이 흘러나온 것은 그녀가 평화와 평화통일을 열망하는 이 땅의 유권자 대중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를 말해 줄 뿐이다. 독재자의 딸이 꺼내놓은 대북적대정책, 대북모욕정책, 체제통합방안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전면전을 불러오는 재앙냄새를 짙게 풍기고 있다.(2012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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