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8

다섯 가지 괴담유형과 소식통의 정체

진실의 말팔매 <38>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다섯 가지 괴담유형이 떠돌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땅의 언론매체들은 '북한소식'을 쏟아놓기 시작하였는데, 누구나 아는 것처럼, '북한소식'은 악독하고, 고통스럽고, 추악하고, 절망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괴담이다.

그런데 언론매체들이 거의 날마다 쏟아놓는 갖가지 '북한소식'을 뜯어보면 무정형적으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정한 유형에 따라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북한소식'은 다섯 가지 괴담유형으로 반복되는데, 폭압괴담, 기근괴담, 부패괴담, 범죄괴담, 타락괴담이 그것이다. 이 땅의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북한소식'들은 모두 이 다섯 가지 괴담유형 가운데 어느 한 유형에 속한다.

최근 남측 언론에서 나돌았던 것은 타락괴담이다. 이를테면, 북측 여학생들이 값비싼 휴대전화를 사려고 성매매를 한다느니, 또는 북측 여성들이 생활비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다느니 하는 식의 타락괴담이 '북한소식'으로 둔갑하여 언론보도에 나온 것이다.

그러나 2011년 10월 17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국방정보본부 관계자는 위의 괴담보도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사실무근이며, 루머에 불과하다"고 답변하였다.
 
다섯 가지 유형의 괴담보도를 읽어보면, "알려졌다", "파악됐다", "전해졌다", "했다고 한다"는 표현이 계속 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남측 언론매체가 '북한소식'을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괴담을 기사로 써냈음을 말해준다.

언론사 기자가 방북하여 취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언론사 기자가 누군가로부터 괴담을 제공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명백하게도, 그 괴담들은 언론사 기자의 창작물이 아니라, 누군가가 다섯 가지 유형에 맞춰 체계적으로 꾸며내어 언론사 기자에게 정기 제공해오는 것이다.


드러난 괴담 제공자의 정체

괴담 제공자는 누구일까? 괴담 제공자의 정체는 대북소식통, 중간소식통, 내부소식통 세 부류로 나뉜다. 대북소식통이란 남측에 있는 소식통이고, 중간소식통이란 중국에 있는 소식통이고, 내부소식통이란 북측에 있는 소식통이다.

2011년 10월 10일 인터넷매체 <미디어오늘>의 고승우 전문위원이 쓴 폭로기사에 따르면, 대북소식통은 국정원 요원이다. 국정원이 대북정보를 독점한 유일한 기관이므로, 괴담도 거기서 만들어져서 언론사 기자에게 정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국정원 소속 대북소식통은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 청사에 들어박혀 엽기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괴담을 써내는 것이 아니다. 작가적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문인들도 작품 한 편을 구상하기 위해 기초자료를 수집하거나 현장을 답사하는 발품을 파는데, 상상력에서 문인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국정원 소속 대북소식통이 내곡동 청사에 들어박혀 끊임없이 괴담을 써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그래서 그들은 이따금씩 대북정보를 얻기 위해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모험적 첩보활동을 감행하는 곳은 북측에 가까운 중국 국경지대다. 국정원 요원들은 여행객으로 위장하여 중국에 입국한 다음, 중국 공안기관의 눈을 피해 국경지대로 잠입하여 그곳에서 암약하는 중간소식통과 비밀접선을 한다. 중간소식통이란, 국정원에 매수된 중국 장기체류 남측 사람이나 국정원에 매수된 중국 조선족이다.

국경지대에서 암약하는 중간소식통은 북측을 오가는 보따리장수, 방문자, 관광객 등에게 은밀히 접근하여 떠도는 소문을 듣거나, 북측에 불법적으로 밀반입시킨 위성전화 또는 중국 유통 휴대전화를 통해 북측에 심어둔 내부소식통과 불법통화하는 식으로 첩보활동을 벌인다.

쉽게 말하면, 중간소식통은 중국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이고, 내부소식통은 북측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이다. 이 두 부류의 고정간첩이 암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위성전화와 휴대전화의 보급이다. 그들에게 위성전화나 휴대전화는 유력한 간첩활동장비인 것이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사례가 눈길을 끈다. 2011년 7월 20일 남측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0년 8월 국정원 4급 간부 2명이 중국 선양에서 조선족들을 매수해 북측 지도부의 정보를 수집하려다가 중국 국가안전부에 검거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에서 검거된 국정원 파견요원들을 남측으로 추방하는 식으로 석방해달라고 중국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중국은 그 요청을 거부하였다. 다급해진 국정원은 해외담당 1차장 전재만 씨를 중국에 급파해 중국 국가안전부 차장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추방형식으로 석방해달라고 간청하였어도, 중국 정부는 국정원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검거된 국정원 파견요원들은 간첩죄로 중국 창춘 감옥에 수감되었다.

또한 2010년 9월에도 중국에 잠입하여 간첩활동을 벌이던 한국군 정보기관 소속 현역장교가 검거되어, 1년 넘게 수감되었다가 범인 인도 형식으로 추방되어 남측에 돌아갔다. <도쿄신문> 2011년 10월 6일 보도에 따르면, 2011년 6월 국정원 요원 3명이 관광객으로 위장해 중국에 들어가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에서 대북첩보공작을 벌이다가 검거되어 간첩죄로 수감되었다.

원래 국정원이나 군첩보기관에 소속된 요원은 첩보공작을 훈련받고 중국에 잠입하므로, 중국 공안당국에 검거되는 경우보다 검거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국정원과 군첩보기관이 얼마나 많은 요원을 중국에 잠입시키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위의 정보를 종합하면, 내부소식통→중간소식통→국정원 파견요원→국정원 소속 대북소식통→언론사 기자→언론매체→남측 국민들로 이어지는 괴담조작유포경로가 드러난다.


괴담유포와 그 종말

위와 같은 조작유포경로를 통해 남측 사회에 퍼지는 괴담은 국민들에게 과연 먹혀들어가는 것일까? 황당무계하게 날조, 왜곡한 엽기적 유언비어이므로, 남측 국민들에게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남측 국민들은 국정원이 조작유포하는 괴담에 기만당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첫째, 옛말에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한 것처럼, 아무리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들려주면 이성적 판단력이 차츰 잠식당해 어느 순간에 거짓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찌 독일의 패망과 함께 가족동반자살로 생을 마친 극악한 전범자 조셉 괴벨스(Joseph Goebbels)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히틀러 밑에서 선전상을 지내는 동안 독일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괴담을 유포하여 그들을 파시즘체제에 순응하게 만들었던 끔찍한 과거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북소식통은 괴벨스식 선전수법을 모방하여 대북괴담을 지속적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유포하면 남측 국민대중의 두뇌 속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둘째, 편견을 가진 사람은 자기의 편견과 반대되는 정보를 들어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기존 편견을 여전히 고수하면서, 편견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편견이 사람의 두뇌 속에 고착되어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국정원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러한 편견고착에 따른 바보 만들기다.

국정원의 괴담선전에 기만당한 사람은 괴담과 반대되는 객관적 사실을 물증으로 보여주어도 믿으려 하지 않으며, 심지어 북측에 가서 직접 자기 눈으로 괴담과 반대되는 현실을 목격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평소에 국정원 대북소식통으로부터 괴담을 제공받아 기사를 써온 남측 언론사 기자들이 평양을 다녀온 뒤에 쓴 기사를 읽어보면, 대북편견 고착현상이 사람을 어떻게 바보로 만들어 버렸는지 알 수 있다.

남측에서 민생경제파탄과 빈부격차 극대화가 국민대중을 고통과 불행으로 끌고 갈수록, 국정원은 내부소식통, 중간소식통, 대북소식통을 총동원하여 대북괴담을 더욱 광란적으로 조작유포할 것이다. 왜냐하면 민생경제파탄과 빈부격차 극대화로 고통과 불행을 겪는 남측 국민대중이 북측의 사회주의체제를 동경하지 않을까 하는 국정원의 걱정이 자꾸만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담은 괴담일 뿐 현실이 아니다. 국정원의 괴담이 세상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나찌 선전상 괴벨스의 괴담유포가 결국 비참하게 종말을 고한 것처럼, 국정원의 괴담유포도 파멸될 것이다. (2011년 10월 1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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