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4

뒤륌이 밀쌈으로 바뀐 사연

진실의 말팔매 <3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패스트 푸드(fast food)를 북측에서는 속성음식이라 한다. 남측에서는 간편식이라는 말을 쓰는데, 간편식은 재빨리 만들어 먹거나 또는 이미 조리되어 있어서 간편하게 먹는 모든 식품을 가리키는 개념이므로 속성음식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따라서 패스트 푸드를 간편식이라는 말보다 속성음식이라는 말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발음하기 힘든 FP로 발음하여 past pood라고 엉터리로 발음하는 한심한 짓은 그만두고, 남측에서도 북측에서 그런 것처럼 속성음식이라는 우리말을 쓰면 말하기도 쉽고 듣기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남측 국민들에게 속성음식이라면 대뜸 햄버거나 핏자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핏자(pizza)를 남측에서는 피자라고 읽고 쓰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낱말 앞에서 된소리(accent)가 나기 때문에 피자가 아니라 핏자라고 읽고 써야 옳다. 북측에서는 삐짜라고 읽고 쓰는데, 그것은 이탈리아 원어음에 가장 가깝게 나는 소리다.

원래 핏자는 이탈리아 음식이므로 그 나라 발음으로 삐짜라고 읽고 써야 옳다. 예컨대, 미국사람들이 우리 민족음식인 김치를 일본식으로 kimuchi라고 읽고 쓰면 잘못이고, 김치라는 발음에 가장 가깝게 kimchi라고 읽고 써야 옳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탈리아 음식이 그 나라에서 남측에 전래된 것이 아니라, 미국사람들이 미국식으로 변조한 사이비 이탈리아 음식을 남측에 전해준 것인데도, 그런 사연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삐짜를 핏자라고도 발음하지 못하고 피자라는 엉터리 발음으로 부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속성음식에는 미국식으로 변조된 햄버거나 핏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식 속성음식만 아는 사람들의 시야가 좁아서 그렇지, 세계 각국의 음식문화를 살펴보면, 제각기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고유한 속성음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 각국의 여러 속성음식들 가운데서 뒤륌(dürüm)이라는 속성음식을 맛본 사람은 남측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햄버거나 핏자와 마찬가지로 뒤륌도 속성음식들 가운데 하나다. 뒤륌은 어느 나라의 전통적 속성음식일까?

뒤륌은 터키 국민들이 즐겨 먹는 속성음식이다. 여기서도 터키라는 나라이름이 눈에 거슬린다. 원래 그 나라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뛰르끼예(Türkiye)라고 부르는데, 무식한 미국사람들이 뛰르끼예라고 발음하기 힘드니까 제멋대로 터키(Turkey)라고 부른다.

원래 터키는 미국의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에 잡아 요리하는 칠면조라는 뜻이다. 남측에서 미국식 엉터리 발음을 따라 터키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이고, 북측에서 현지 나라이름을 따라 뛰르끼예라고 부르는 것은 옳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식인 김치나 비빔밥이 지방에 따라 특색있게 분화, 발전되어온 것과 마찬가지로, 터기의 고유한 속성음식인 뒤륌도 지방적 특색을 지니고 분화, 발전되었다. 터키 수도인 앙카라에서는 소슬루 뒤륌(Soslu dürüm)을 즐겨먹고, 이스탄불에서는 까살리 뒤륌(Kasarli dürüm)을 즐겨먹는다.
 
소슬루 뒤림(Soslu dürüm)

곧추 세워놓은, 길이가 긴 쇠꼬챙이에 양고기 또는 닭고기를 썰지 않고 통째로 끼워 빙빙 돌려가면서 오랜 시간 동안 불에 구워낸 고기가 뒤륌에 들어가는데 그렇게 구운 고기를 되너 케밥(düner kebab)이라 한다.

잘 구워진 되너 케밥을 칼로 잘게 썰어서 토마토, 홍당무, 양파, 다른 채소들과 함께 얇은 빈대떡처럼 생긴 쌈에 말아서 내오면 그게 바로 뒤륌이다. 터키 국민들이 즐겨먹는 뒤륌은 식당에서만 파는 것이 아니라 노점상들도 파는 대중음식이다.

2011109<조선중앙텔레비죤>이 방영한 8시 보도시간에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 평양 시민들이 터키 국민들이 즐겨먹는 뒤륌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북측의 인민봉사총국에서 운영하는 이동식 판매대에서 뒤륌과 똑같이 생긴 속성음식을 팔고 있었다. 그 속성음식에 붙인 우리말 이름은 밀쌈이다.

평양 곳곳에 등장한 이동식 밀쌈봉사매대들에서는 얼굴에 흰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하얀 고무장갑을 끼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산뜻한 판매원 복장을 한 봉사원들이 밀쌈을 팔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줄을 지어 밀쌈을 사 먹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평양 창광음식점거리 야외밀쌈매대 봉사원과 밀쌈을 사러 온 시민들
(<조선중앙통신> 2011년 9월 27일 영상보도 장면)

현장에 나간 여성 방송원이 인민봉사총국 관리와도 대담하고, 이동식 밀쌈봉사매대에서 일하는 봉사원과도 대담하고, 밀쌈을 사 먹는 각계층 시민들과도 대담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다. 관리하는 사람이나 봉사하는 사람이나 시민들에게서 즐거움과 만족감이 넘치고 있었다.

북측에서는 어떻게 뒤륌을 밀쌈으로 만드는 기발한 착상을 하였을까? <조선신보> 2011921일 보도에 따르면, 2011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뒤륌을 우리식 밀쌈으로 개발하여 인민들에게 속성음식으로 공급하자고 제안하였고, 그에 따라 뒤륌을 우리식 밀쌈으로 개발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되너 케밥 조리법을 습득하기 위해 터키에서 요리사를 평양으로 초청하여 강의를 받았다고 한다. 북측에서는 양고기 대신 닭고기를 되너 케밥으로 조리한 뒤에, 양배추, 토마토, 홍당무 같은 채소를 넣고 단된장으로 간을 맞춘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식으로 만들어내었으니 그것은 터키식 뒤륌이 아니라, 우리식 밀쌈이다.

원래 밀쌈은 이번에 북측에서 뒤륌을 우리식으로 개발한 새로운 속성음식이 아니라 오래 전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음식이었다. 우리 민족의 풍습을 적은 고서 '동국세시기'에는 음력 66일 유두에 연병(連餠)을 먹는 풍습이 있다고 씌여있는데, 그것이 밀가루로 만든 전병(煎餠)을 부치고 거기에 소를 넣어 만든 밀쌈이다.

밀쌈에는 고기와 각종 채소가 들어가므로, 고기가 귀했던 조선왕조시기에는 대중음식이 아니라 궁중음식이었다. 2011103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조선의 왕, 뉴욕에 가다'라는 제목의 행사에서 미국사람들에게 선보인 조선왕조 궁중음식들 가운데 밀쌈이 들어있다.

지금 북측에서는 그런 밀쌈을 대량생산하여 북측 인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금성식료공장에 첨단설비로 꾸려놓은 현대적인 생산공정에서 대량생산된 밀쌈은 평양 시내 각 식당들과 이동식 봉사매대로 수송되고, 거기서 일하는 봉사원들이 즉석에서 다시 가열하여 북측 인민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밀쌈을 생산하는 금성식료공장 (<조선중앙통신> 2011년 9월 27일 영상보도 장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식 밀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한 때로부터 밀쌈이 생산되기 시작한 815일까지 다섯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98일 금성식료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밀쌈의 생산현황과 공급체계, 밀쌈에 대한 인민들의 평가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맛과 영양이 풍부할 뿐 아니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우리식 밀쌈이 북측 인민들 속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현장 간부들의 보고를 받고 생산증대에 더 많은 힘을 넣도록 독려하였다.

그리하여 올해에 매일 밀쌈 4,000개씩 생산하여 판매봉사시설로 공급하는 것을 내년 4월부터는 매일 10,000개씩 생산하여 공급하게 된다고 한다. 또한 내년부터는 밀쌈에 들어가는 되너 케밥을 닭고기만이 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 오리고기로도 만들게 된다고 한다.

△전용 꼬치구이로 구워지는 분육된 닭고기 덩어리(<조선신보> 2011년 9월 21일 보도사진)

옛날에는 궁궐에서 왕족들이나 맛보던 궁중음식 밀쌈이 이제는 터키식 조리법으로 개량되어 북측 인민들이 즐겨먹는 대중음식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세상이 바뀌었어도 크게 바뀌었다. 2012년을 앞두고 북측 인민들의 식생활이 풍부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201110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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