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03

항모강습단 격침하는 ‘불소나기 정대’

<연재> 한호석의 진보담론 (229)
통일뉴스 2012년 10월 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11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람한 함상합창공연
 
 2012년 2월 5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인민군 해군 제790군부대를 시찰하였다. 해군 제790군부대는 함경남도 흥남과 신포 중간쯤에 있는 락원군 삼호항에 있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군 제790군부대 혁명사적 교양실에 들어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6월 15일 그 부대를 시찰하는 중에 “함선에서 진행한 해병들의 대합창공연을 보아주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사진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고 한다. 북에서는 해병대라고 하지 않고 해상륙전대라 하므로, 인민군 해병은 해병대원이 아니라 해군병사다.

위의 인용구절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해병들의 함상합창공연이다. 외부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민군 병영생활을 묘사한 북측 자료에는 화선음악회, 화선공연, 화선예술무대 같은 말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은 인민군 야전부대들에서 일반 병사들이 진행하는 소규모 음악공연을 뜻한다.

그런데 2001년 6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람한 해군 제790군부대의 함상음악공연은 소규모 화선공연이 아니라 대규모 합창공연이었다. 북에서 유명한 인민군 공훈국가합창단은 120명 합창단원으로 구성되었는데, 그들의 합창공연을 대합창공연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북에서는 합창단원이 300명 정도 출연해야 대합창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해병 300여 명이 출연하는 대합창공연을 갑판에서 진행하였다면, 그 군함의 승무병사가 300여 명이라는 말인데, 그 군함은 얼마나 큰 군함일까? 위에서 인용한 짤막한 문장만 읽어봐서는 그 군함이 얼마나 큰지 구체적으로 알 길 없으나, 구축함이라는 점을 직감할 수 있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배수량 1,600t의 호위함(frigate)이 북이 보유한 가장 큰 군함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판단은 미국 군사정보당국의 정보판단에 의존한 것인데, 2007년 미국 해군연구소(U.S. Naval Institute)가 펴낸 책 ‘해군연구소 세계 전투함대 편람(The Naval Institute Guide to Combat Fleets of the World)’에 그에 관련된 정보가 들어있다. 그 정보는 북의 해군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졌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해군연구소가 작성한 것이므로, 누구도 그에 대해 논박할 수 없는 ‘정설’로 굳어졌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작성한 북의 군함에 관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첫째, 북에는 배수량 1,600t의 소호급 호위함(Soho-class frigate)이 한 척밖에 없다. 소호(Soho)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지역명칭인데, 북에서 독자적으로 건조한 군함에 미국 군사정보기관이 왜 ‘소호’라는 이상한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없다.
 
둘째, 북에서 소호급 호위함 다음으로 큰 군함은 배수량 1,200t의 나진급 초계함(Najin-class corvette)인데, 나진급 초계함은 두 척 뿐이다. 미국 군사정보기관이 라진을 나진이라고 쓴 것부터 부정확하다.
 
셋째, 소호급 호위함은 1980년에 취역하였고, 라진급 초계함은 1975년에 취역하였다.

위의 정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북이 호위함과 초계함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지 않고 모두 자체로 건조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군함건조시기가 1970년대이므로, 지난 40여 년 동안 신형 호위함이나 신형 초계함을 한 척도 건조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군사정보기관이 라진급 초계함 실물사진은 세상에 공개하면서도 유독 소호급 호위함 실물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미국 해군연구소가 펴낸 위의 책에는 북의 소호급 호위함이 선체 두 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것처럼 생긴 쌍둥이 선체(catamaran hull)로 설계되었고,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하는 비행갑판(flight deck)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만일 미국 군사정보당국이 실물을 보지 못했다면, 어떻게 그처럼 묘사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정황은 미국 정찰위성이 촬영한 북의 소호급 호위함 실물사진을 미국 군사정보당국이 오래 전에 확보하였으면서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미국 군사정보당국은 왜 북의 소호급 호위함 실물사진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을 풀어준 것은, 2004년에 어떤 미국인이 미국 상업위성 사진자료를 제공하는 누리집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위성사진이다. 그 사진에는 매우 특이하게 생긴 북의 군함 한 척을 위성에서 공중촬영한 장면이 담겨 있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그 위성사진은 정찰위성이 아니라 상업위성이 촬영한 것이라서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그 위성사진에 나타난 매우 특이하게 생긴 북의 군함은 그 동안 세상에 소문으로만 전해진 바로 그 소호급 군함이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북의 군함은 어느 선착장에 정박하고 있는데, 그 주변에 정박하고 있는 작은 함정 5척도 보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위성사진에 나타난 북의 군함이 배수량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이라는 사실이다. 그 비행갑판은 매우 넓어서 대잠헬기 두 대를 한꺼번에 탑재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1년 6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관람한, 인민군 해병 300여 명이 출연한 함상합창공연은 바로 그 넓다란 비행갑판에서 열렸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이 그 위성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그 헬기탑재 구축함에는 대함미사일 발사관 6기, 대구경 함포 1문, 자동식 대공포 2문, 수동식 대공포 4문, 대잠 수중로켓발사대 4기를 비롯한 강력한 무장장비가 탑재되어 있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북의 헬기탑재 구축함이 쌍둥이 선체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쌍둥이 선체는 고속으로 기동하는 함선의 전형적인 형태인데, 쌍둥이 선체로 건조된 중국의 후베이급(Hubei-class) 미사일고속정(배수량 200t)이 취역한 시기는 2004년이고, 쌍둥이 선체로 건조된 미국의 연안전투함(배수량 3,000t)이 취역한 시기는 2008년이다.

그 위성사진은 북이 배수량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을 건조하는 선진적 군함건조술을 이미 1970년대 후반기에 확보하였음을 말해준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배수량 4,4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이 취역한 때는 2002년인데, 그 구축함의 엔진, 무장장비, 레이더, 통신장비들은 다른 나라에서 전부 수입하여 조립해놓은 것이다. 이제야 미국 군사정보당국이 북의 소호급 군함 실물사진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까닭이 드러난다. 그들은 북이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을 자체로 건조하여 지난 30여 년 동안 운용해왔다는 놀라운 정보를 은폐하고 싶었기 때문에, 정찰위성이 촬영한 실물사진이 있는데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금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이 이러쿵 저러쿵 논하는 북의 해군력에 관한 각종 정보들은 미국 군사정보당국이 저평가한 엉터리 정보이고, 그런 엉터리 정보를 가지고 쓴 언론보도기사들이 세상에 퍼져 북의 해군력이 빈약하다는 고정관념이 굳어지고 말았으니 너무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축함 드나드는 거대한 지하해군기지
 
군사문제에 관심을 가진 ‘구글 어스’ 사용자들이 북의 각 지역을 공중촬영한 위성사진자료를 무료로 사용하게 되자, 미국 군사정보당국의 대북군사정보 독점체제가 흔들리고 있으며, 그에 따라 미국 군사정보당국이 북의 군사력를 터무니없이 저평가해온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북의 해군력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말해주는 위성사진은 2007년에도 ‘구글 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군사전문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문제의 위성사진은 <조선일보> 2007년 11월 7일 보도기사에 실린 ‘구글 어스’ 위성사진이다. 그 위성사진에는 외부세계에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북의 헬기탑재 군함 한 척이 남포항 선착장에 정박한 모습이 나타나 있다. 그 군함은 크기로 보아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이 분명한데, 위에서 논한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과 전혀 다르게 생겼다. 미국과 남측의 군사정보당국은 그 위성사진에 나타난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이 오랜 취역기간 끝에 퇴역판정을 받고 고철로 북에 팔린 러시아산 크라이백급(Krivak-class) 구축함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크라이백급 구축함을 우크라이나에만 수출하였을 뿐 다른 나라에는 전혀 수출하지 않았으며, 고철로도 수출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수출하지 않은 구축함이 북의 남포항에 정박해 있다는 말은 억지로 꾸며낸 궤변으로 들린다. 언제나 그러한 것처럼, 북의 군사력을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 미국과 남측의 군사정보당국은 자기들이 처음 보는 군사장비가 북에 등장하는 경우, 북이 자체로 개발한 군사장비라고 인정하기를 꺼리면서 무조건 러시아산 수입품목으로 규정해버리는 악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위성사진에 나타난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은 이상하게도 무장장비와 레이더를 모두 떼어낸 썰렁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미국과 남측의 군사정보당국은 북이 러시아에서 그 구축함을 고철로 사들인 게 아니냐고 추정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보도기사에서도 인정하였던 것처럼, 그 헬기탑재 구축함을 러시아에서 고철로 수입하였기 때문에 무장장비와 레이더를 떼어낸 게 아니라 남포에 있는 해군정비소에서 무장장비와 레이더를 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떼어낸 것으로 보아야 이치에 맞다. 그 위성사진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북에는 위에서 언급한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 이외에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도 있다는 것이다.
 
둘째, 위성사진에 나타난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은 남포에 있는 해군정비소에서 신형 구축함으로 개조되었다는 것이다. 북이 2007년에 구축함 개조사업을 진행 중이었으므로,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오늘에는 개조가 완료된 3,000t급 신형 구축함을 실전배치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북의 1,600t급 호위함, 3,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 4,000t급 헬기탑재 구축함이 모두 한 척씩만 위성사진에 포착되었다는 점이다. 북은 그 군함들을 각각 한 척씩만 건조한 것일까? 북의 해군력이 빈약하다는 왜곡된 정보만 들은 사람들은 북의 군함건조능력이 저조하니까 겨우 한 척씩밖에 건조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얀마군 대표단의 방북보고서를 읽어보면 그런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08년 늦가을에 방북한, 미얀마군 합동참모본부장 수라 쉐 만(Thura Shwe Mann)을 단장으로 한 미얀마군 대표단의 방북보고서에는 그들이 2008년 11월 24일 평안남도 남포에 있는 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를 돌아보았다고 씌여있다. 서해함대사령부에 도착한 그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해군기지 입구에 커다란 방파제가 있고, 계류장에 크고 작은 군함들이 정박되어 있는 광경이었다. 그들이 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에서 관찰한 것은 북이 건조한 배수량 2,500t급 호위함이다.

방북보고서는 그 호위함이 남포선박설계연구소에서 건조하여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신형 호위함의 존재가 이제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2008년 당시에는 아직 해외에 수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북이 미얀마에 그 호위함을 수출하려고 미얀마군 대표단에게 보여주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2,500t급 호위함을 수출하는 군함건조능력을 가진 북이 호위함과 구축함을 달랑 한 척씩만 건조하였을 리 만무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해군 제790군부대를 시찰한 그 날, 해군 제158군부대도 시찰하였다. 해군 제158군부대는 삼호 바로 아래쪽에 있는 함경남도 락원군 퇴조만에 있다. ‘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위성사진자료를 통해 해군 제158군부대의 위치를 알 수 있는데, 퇴조만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락원항이 보이고, 퇴조만 바깥쪽에 제158군부대 본부청사가 보인다. 퇴조만까지 철로가 놓여있고, 주변에 대공미사일기지가 있는 것도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찬바람이 불어치는 군항에 나오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어뢰정 1307호에 몸소 올라 전술훈련을 지도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군항에 나오셨다”는 표현은 지하해군기지를 시찰한 뒤에 군항으로 나왔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 어스’가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퇴조만에서 바다쪽으로 뻗어나간, 마치 쇠뿔처럼 생긴 지대에 있는 제158군부대 지하해군기지 출입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해군기지 출입구는 모두 세 군데인데, 동해로 직통하는 출입구는 윗쪽에 두 군데 있고, 퇴조만으로 통하는 출입구은 아랫쪽에 한 군데 있다. 그런 식의 출입구 배치는 지하해군기지가 고무래 정(丁)자처럼 건설되었음을 말해준다. 거대한 퇴조만 한 쪽을 지하해군기지로 만들었으니 기지규모가 얼마나 큰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2008년 11월 서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한 미얀마군 대표단이 본 것은 길이 600m, 높이 30m, 폭 30m로 건설한 거대한 지하해군기지다. 그들의 방북보고서에 따르면, 지하해군기지 출입구에는 적군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길이 30m, 높이 30m, 두께 3m의 거대한 콘크리트 방호벽이 설치되었는데, 그 방호벽은 전기장치로 움직인다. 또한 콘크리트 방호벽을 지난 다음에는 두께 3m의 강철문이 하나 더 설치되었는데, 그 강철문도 콘크리트 방호벽처럼 전기장치로 여닫는다. 군함이 지하해군기지 안으로 100m 들어가면, 거기서부터는 철로 위에 끌어올려져 더 깊은 안쪽으로 이동된다. 철로로 이동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얀마군 대표단에게 공개한 지하해군기지에는 초계함, 호위함, 구축함이 아니라 배수량이 500t을 넘지 않는 고속공격정들이 들어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에는 초계함, 호위함, 구축함이 들어가는 또 다른 형태의 지하해군기지들이 있다. 미국 상업위성이 북의 호위함과 구축함을 한 척씩밖에 촬영하지 못한 까닭은, 그런 군함들이 서해안과 동해안에 건설한 지하해군기지들에 들어가 있어서 웬만해서는 촬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외에 수출하는 북의 2,500t급 호위함
 
미얀마군 방북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에 북이 미얀마군 대표단에게 보여준 배수량 2,500t급 호위함의 분류명칭은 “코스트 가드(Coast Guard)”다. 북에서 코스트 가드를 우리말로 어떻게 부르는지 알 수 없으나, 원래 코스트 가드는 해양경찰이라는 뜻이다. 다른 나라에는 해양경찰이 있는데, 북에는 해양경찰이 없으므로 해군 경비정이 해경임무까지 맡아본다. 예컨대, 인민군 경비정은 2012년 5월 8일 새벽 서해에서 조업하던 중 북측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하였다가 21일에 송환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북이 미얀마군 대표단에게 보여준 군함을 해경급 호위함이라고 부를 수 있다. 미얀마군 방북보고서에 따르면, 해경급 호위함은 길이 108m, 폭 13.3m다. 무장장비로는 대함미사일(anti-ship missile), 76mm 자동식 함포 1문, 30mm 6렬 자동식 대공포 1문, 14.5mm 6렬 대공포 1문, 533mm 어뢰, 252mm 폭뢰로켓발사기, 대형 폭뢰 및 기뢰, 82mm 레이더 교란물체 발사기 등이 탑재되었다.

그런데 미얀마군 방북대표단은 보고서에서 그 해경급 호위함의 다른 무장장비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대함미사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미얀마군 대표단은 방북 직후 귀국길에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이 운용하는 배수량 1,960t의 장후급(Jianghu-class) 호위함(Type 053)을 관찰하였는데, 그 호위함에 사거리 120km의 대함미사일(YJ-82)이 탑재되었다고 하면서, 무기체계가 더욱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중국인민해방군 호위함에 탑재된 대함미사일에 대해 그처럼 구체적으로 서술한 그들이 왜 인민군 호위함에 탑재된 대함미사일에 대해서는 그저 대함미사일이라고만 써넣었을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북의 2,500t급 호위함에 탑재된 대함미사일에 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해상전 승패는 함포보다는 대함미사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제껏 서방세계에 떠도는 북의 대함미사일에 관한 정보에 따르면, 북은 오래 전에 소련에서 생산한 사거리 80km의 스틱스(Styx) 대함미사일과 그것을 중국에서 개량한 사거리 150km의 실크웜(Silkworm) 대함미사일밖에 갖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이 북의 대함미사일에 관한 정보를 논할 때마다 스틱스 대함미사일과 실크웜 대함미사일을 습관처럼 언급하지만, 그러한 언급은 북의 대함미사일 생산능력을 터무니없이 저평가하는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군사정보회사 ‘제인스 정보 집단(Jane's Information Group)’이 밝힌 바에 따르면, 1970년대 초 북은 중국으로부터 대함미사일들인 HY-1과 NY-2의 부품을 수입하여 조립생산하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에는 모방생산하였고, 1993년 2월에는 실크웜 대함미사일을 자체 기술로 개량한 자국산 대함미사일로 발사실험을 실시하였다. 미국 군사정보기관이 AG-1이라고 한때 부르다가, 나중에는 KN-01이라고 고쳐 부른 대함미사일이 1993년 2월에 시험발사하였던 바로 그 자국산 대함미사일이다.

그런데 북은 2000년대에 들어와 KN-01보다 한 급 높은 신형 대함미사일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이스라엘 군사전문가 우지 루빈(Uzi Rubin)이 2006년 6월 20일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북의 신형 대함미사일 설계기술이 이란으로 수출되었는데, 이란혁명수비군이 2006년 6월에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 등장한 라드(Raad) 대함미사일이 북의 설계기술로 생산한 것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작전배치한 라드 대함미사일 사거리는 360km다. 2008년 11월 미얀마군 대표단이 서해함대사령부에서 관찰한 2,500t급 호위함에 탑재된 대함미사일이 바로 사거리 360km의 신형 대함미사일이다. 북이 미얀마군 대표단에게 보여준 2,500t급 호위함에는 사거리 360km의 신형 대함미사일이 탑재되었는데, 중국이 그들에게 보여준 배수량 1,960t급 호위함에는 사거리 120km의 대함미사일이 탑재되었으니, 미얀마군 대표단은 자기 보고서에서 중국의 호위함이 더 현대화될 필요가 있다고 비교평가를 하였던 것이다.

북에는 세계 최강의 ‘불소나기 정대’가 있다
 
북의 초계함, 호위함, 구축함이 들어가는 지하해군기지가 그리 많지 않으니 호위함이나 구축함도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하해군기지에는 수상함만이 아니라 잠수함도 들어가야 하므로 정박공간은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이것은 북의 해군이 중대형 군함을 위주로 편성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명백하게도, 인민군 해군력의 중심역량은 잠수함과 소형함정이다.

<블러퍼 편람: 2007년도 북코리아 해군력 (Bluffer's Guide: North Korean Naval Power 2007)>에는 북이 운용하고 있는 다섯 종류의 고속공격정에 관한 정보가 실려 있다. 배수량이 약 500t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고속정, 배수량이 약 200t으로 추정되는 두 종류의 미사일고속정, 배수량이 약 150t으로 추정된는 스텔스 어뢰고속정, 배수량이 약 80t으로 추정되는 스텔스 어뢰고속정이다. 이 신형 고속공격정들은 ‘구글 어스’ 위성사진에서 찾아낸, 이제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미얀마군 대표단의 방북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이 돌아본 남포선박수리소에는 고속공격정들이 수리를 받기 위해 정박되어 있었다고 한다. 고속공격정이란 배수량이 500t을 넘지 않는 함정을 말하는데, 북에서는 미사일고속정, 방사포고속정, 어뢰고속정 등으로 분류된다. 북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속공격정를 보유한 나라인데, 각종 고속공격정만 300척이 넘는다.

창군한지 2년 4개월만에 일어난 6.25 전쟁 시기에 ‘세계 최강’을 자처한 미국군과 전면전을 벌인 인민군은 해군력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6.25 전쟁 이후 북에서 해군력 강화에 특별히 힘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은 해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력으로 무기를 개발하여 해군무기체계 현대화에 힘쓰면서, 독자적인 해군전술 개발에도 힘썼다.

300척이 넘는 각종 고속공격정으로 무장한 북의 해군체계를 보면, 북의 해군전술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북은 수많은 미사일고속정, 방사포고속정, 어뢰고속정을 다양한 공격대형으로 해상전에 투입하여 미국군 제7함대를 집중공격하는 전술을 연마해오고 있다. 그런 전술을 북에서는 무엇이라 부르는지 알 수 없으나, 미국군은 ‘군집전술(sworming tactics)’이라 부른다. 다양한 공격대형으로 편성된 고속공격정대가 사방에서 고속으로 돌진해 들어가면서 대함미사일, 함포, 방사포, 어뢰, 수중로켓포 등을 ‘적함선집단’을 향해 소나기처럼 집중발사하는 가공할 공격전술이므로 ‘불소나기 전술(flame-showering tactics)’이라 부를 만하다. 북에서 말하는 ‘적함선집단’이란, 핵추진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강습단을 뜻한다.

핵추진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고 순양함과 구축함 등으로 편성된 미국군 항모강습단이 인민군 고속공격정대의 ‘불소나기 전술’에 걸리면 대패할 것이라는 사실이 미국군의 실전급 해상전연습에서 입증되어 미국 군부가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이를테면,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미국 군부는 2억5,000만 달러의 경비를 지출하여 ‘밀레니엄 챌린지 2002 (Millennium Challenge 2002)’라는 작전명을 내걸고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전급 해상전연습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가상적군의 고속공격정대가 퍼부은 ‘불소나기 전술’에 걸려든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1척, 순양함 10척, 대형 상륙함 5척이 격침되고, 20,000명 이상의 해군병력이 몰살되는 충격의 참패를 당했다.

당시 실전급 해상전연습에 나선 가상적군의 고속공격정대가 미국군 항모강습단을 격침할 때 퍼부은 ‘불소나기’가 바로 대함미사일인데,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민군 고속공격정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함미사일로 무장하였다. ‘밀레니엄 챌린지 2002’는 인민군 ‘불소나기 정대’가 잠수함대와 합동작전을 하지 않고서도 그처럼 막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한 놀라운 사변이었다. 실전급 해상전연습에서 인민군 고속공격정대 역할을 맡은 가상적국 해군이 미국 해군 항모강습단을 거의 전멸시킨 것은, 그 동안 미국 해군이 차지하고 있었던 세계 최강 해군력 지위가 사실상 인민군 해군에게 넘어갔음을 뜻한다.

2002년에 있었던 실전급 해상전연습에서 충격의 참패를 당한 미국 군부는 인민군 ‘불소나기 정대’에 맞서기 위해 황급히 반수상전 교리(anti-surface warfare doctrine)를 새로 만든다느니, 연안전투함(littoral cambat ship)을 새로 건조한다느니 하면서 야단법석을 쳤다.

하지만 2012년 10월 현재 미국은 연안전투함을 3척밖에 건조하지 못하였다. 첫 번째로 건조한 연안전투함 프리덤호(USS Freedom)는 2008년 9월 18일에 취역하였고, 두 번째로 건조한 연안전투함 인디펜던스호(USS Independence)는 2010년 1월 16일에 취역하였고, 세 번째로 건조한 연안전투함 포트 워스호(USS Fort Worth)는 2012년 9월 22일에 취역하였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건조해서 그런지, 연안전투함은 선체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엔진이 자주 고장나는 바람에 작전기일보다 수리기일이 더 길어졌다. 미국 해군 공보당국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연안전투함 사진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런 공보사진 유포행위는 자기들의 치명적 약점을 감추려는 허장성세일 뿐이다. 미국 해군이 자기의 항모강습단마저 ‘불소나기 전술’에 격침당할 판인데 설계결함으로 파행하는 연안전투함을 내세워, 세계 최강의 인민군 ‘불소나기 정대’를 상대하겠다면 아마 인민군 해병들의 비웃음을 살지 모른다.

다급해진 미국 군부는 앞으로 30년 동안 연안전투함 55척을 건조할 계획이 있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미국의 국가재정파탄이 그 야심찬 건조계획을 그대로 집행하게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그처럼 불안정한 계획에 따르더라도 앞으로 30년 뒤 미국 해군은 태평양 제해권을 잃어버리고, 미국 본토 연안방어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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