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11

불발탄은 우리의 내일을 죽일 것이다

진실의 말팔매 <48>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1961년 5월 13일 당시 미국 대통령 존 케네디가 미국군 특수전 병력 100명을 남베트남에 파병하고, 12월 11일에는 항공모함 코어호(USS Core)를 주축으로 한 항모강습단을 남베트남 해역에 출동시킨 것으로 시작된 미국의 베트남 무력침공은 제국주의깡패국가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른 수많은 전쟁범죄들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스러운 전쟁범죄였다. 베트남 전쟁은 1975년 4월 29일 미국의 패전으로 끝났으나, 15년 동안 계속된 그 전쟁이 베트남 인민들에게 입힌 상처는 너무 참혹하였다.

전쟁이 끝난 때로부터 35년이 지난 오늘도 그 상처에서 피가 흐른다. 지금 베트남 곳곳에 묻혀있는 불발탄이 터져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975년부터 2000년까지 베트남에서 불발탄 폭발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4만2,000명이 넘고, 부상자는 6만2,000명이 넘는다.

베트남 전쟁 중인 1965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이 베트남 영토에 쏟아부은 집속탄(cluster bomb)이 9,700만t이나 되었으니, 전쟁 후 35년이 지났어도 불발탄 재앙은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영토의 20%에 이르는 지역에 각종 불발탄 35만t이 묻혀있는데, 그 많은 불발탄을 모두 제거하려면 앞으로 300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300년 동안 불발탄 재앙 속에서 살아야 할 베트남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니다. 불발탄 재앙은 이 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 재앙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이 땅의 청소년 학생들이 겪는 학교폭력이다. 흔히 왕따라고도 하고 집단 따돌림이라고도 하는 학교폭력이 날이 갈수록 집단화, 흉포화되고 더욱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 학생이 다른 학생을 집단폭행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물고문을 하거나 개줄로 목을 조르고 지속적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등 잔혹한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 2010년에 이 땅의 청소년 학생 3,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유형은 폭행 39%, 모욕 20%, 금품갈취 12%, 협박 10%, 집단따돌림 7%, 심부름 4%, 성희롱 및 성추행 4%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중고등학교 재학생 청소년 1,1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무려 48%가 지난 1년 동안에 학교폭력을 한 차례 이상 겪었다고 한다. 한, 중, 일 세 나라의 중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땅의 중학생 응답자 가운데 49%가 학교폭력을 겪었다. 중국 중학생 응답자 가운데 학교폭력을 겪은 피해자는 38%, 일본 중학생의 경우는 피해자가 28%로 나타났다.

2010년에 이 땅의 청소년 학생 24만2,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2.8%에 달하는 3만908명이 정신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폭력과 범죄가 난무하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파괴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진학을 포기한 청소년은 초등학교 7만3,000명, 중학교 7만7,000명, 고등학교 15만5,000명으로 총인원이 30만5,000명이나 된다. 누군들 그런 폭력학교에 다니고 싶어하겠는가.


이 땅에서 가출한 청소년에 대한 경찰신고건수는 2010년에 1만9,445건이었다. 청소년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0년에 가출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13.7%였다. 학업중단과 진학포기가 가출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현상이 만연되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가출청소년들이 빠져드는 곳은 타락과 범죄의 함정밖에 없다. 2010년 한 해 동안 청소년 범죄자는 9만4,862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절도범이 39.0%, 폭력범이 25.9%였고, 살인, 강도, 강간, 방화를 저지른 강력범도 3,428명이나 되었다. 강력범은 2008년에 2,322명이었는데, 2년 만에 48%나 증가하였다. 2008년에 464명이었던 청소년 강간범은 2010년에 2,029명으로 폭증하였고, 청소년 살인범은 같은 기간 19명에서 23명으로 늘었다.

푸른 꿈과 따스한 행복을 안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 어쩌다가 이 지경으로 망가지고 말았을까?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런 비극의 근본원인은 이 땅의 패악스러운 자본주의체제에 있다. 사회구성이 1%와 99%로 갈라지는 극도의 불평등과 빈부격차, 사람은 팽개치고 돈만 아는 배금주의의 정신적 황폐화, 사회적 빈곤과 불안정이 자살과 타락과 범죄로 폭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바로 이런 것들이 이 땅의 국민들이 날마다 겪는 자본주의체제의 패악성이 아닌가.

이 땅의 청소년들이 그처럼 패악스러운 세상에서 자라고 있으니 정신건강이 무참히 파괴당하고 인격파탄에 빠져드는 재앙을 겪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사회체제의 피해자들이다. 패악스러운 자본의 세상을 뒤집어 살맛나는 민중의 세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학교폭력예방운동을 아무리 해봐야 100년이 걸려도 학교폭력을 제거할 수 없다.

베트남에서 침략전쟁의 상처로 남은 불발탄은 제거하는 만큼 재앙위험이 줄어들지만, 이 땅의 패악한 사회체제가 청소년의 가슴에 박아넣은 불발탄은 사회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계속적으로 증가, 확산되어 결국에는 우리 모두의 미래와 희망을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온다.

베트남 영토에 박혀있는 35만t의 불발탄보다 이 땅의 청소년들 가슴에 박혀있는 재앙의 불발탄이 더 참혹한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11년 현재 이 땅의 인구 가운데 21.2%를 차지하는 18세 이하 청소년 인구 1,037만9,000명의 가슴에 박힌 재앙의 불발탄을 하루빨리 제거해주어야 한다.

청소년은 장차 이 땅에 건설될 통일조국의 미래와 희망이다. 그처럼 소중한 그들의 가슴에 재앙의 불발탄이 박혀있다면, 이 땅의 내일에 미래와 희망이 깃들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근본을 바꾸는 사회변혁은 그래서 더 절실하다. (2011년 1월 1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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