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4

선거, 정당, 변혁의 3자 관계를 보는 시각

변혁과 진보 (46)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선거문제와 관련한 좌우경적 오류

한나라당은 자기들이 5년 더 집권하려는 집권연장의 관점에서 2012년 선거를 바라보고 있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한나라당에게 빼앗긴 정권을 되찾으려는 정권탈환의 관점에서 2012년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그와 달리,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진보적 정권교체를 지향하는 선거전략의 관점에서 2012년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2012년 선거를 바라보는 민주노동당의 관점과 진보신당의 관점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다. 넓은 의미에서 똑같은 진보정당이라 해도,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이 그렇지 않은 진보신당과 똑같은 관점을 갖고 2012년 선거를 바라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강령을 가진 두 정당이 어떻게 똑같은 관점을 가질 수 있겠는가.

2012년 선거를 바라보는 민주노동당의 관점은 진보신당의 관점과 어떻게 다를까? 명백하게도, 민주노동당은 2012년 선거를 민주주의변혁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천하고 대응한다는 점이 다르다. 민주주의변혁의 관점에서 선거라는 객관적 현실을 바라본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이 땅에 존재하는 각양각색 여러 정당들 가운데서 오직 민주노동당만이 가지는 전략적 차별성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이중과업이 무엇이고, 그 이중과업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진보신당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변혁의 관점에서 2012년 선거를 바라보지 못할 수 있다.

△ '통합과 연대, 2012 진보적 정권교체'를 구호로 내걸고  2011년 6월 열렸던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  당대회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담은 새 강령이 채택됐다. 

지금까지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민주주의변혁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은 선거가 아니라 항쟁이다. 선거혁명론을 정치적 환상으로 규정하면서 1987년 6월 민주항쟁 경험을 분석, 검토한 것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혁명론을 부정하면서 선거무용론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오류다.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선거혁명론을 부정하는 까닭은, 항쟁을 선거로 대치해 버리고, 오직 선거만으로 민주주의변혁을 수행하려는 사민주의자들의 우경적 오류를 비판,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혁명론이 사민주의자들의 우경적 오류라면, 선거 자체를 무조건 부정하면서 오직 항쟁만으로 민주주의변혁을 수행하려는 선거무용론은 급진주의자들의 좌경적 오류다. 급진주의자들의 선거무용론에 빠지면, 진보적 대중정당의 선거참여가 무의미한 관습행위로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그런 관습행위나 되풀이하는 진보적 대중정당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로 된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선거문제와 관련한 좌우경적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민주주의변혁 과정에서 선거의 의의와 역할이 무엇인지, 선거와 항쟁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밝힌 올바른 선거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바른 선거관은 선거, 정당, 변혁의 3자 관계를 합리적으로 규정한다.


민주주의변혁을 수행하는 두 유형의 변혁역량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민주주의변혁을 포함하는 모든 유형의 사회변혁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주체역량이 형성되어야 한다. 물질이 운동 에너지를 가져야 운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변혁주체도 역량을 가져야 사회변혁운동을 일으킬 수 있다.

물질의 운동 에너지가 단일유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유형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변혁역량도 단일유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의 발전단계에 따라 복합유형으로 존재한다.

이 글에서 논하는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는 어떠한 유형의 변혁역량이 존재하는가?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는 민주적 대중역량과 진보적 변혁역량이라는 두 가지 변혁역량이 존재한다. 민주적 대중역량은 무엇이며, 진보적 변혁역량은 또 무엇인가?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 따르면, 지금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합당하여 건설하려는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은 민주적 대중역량을 정당형태로 조직한 것이다.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정당형태로 조직된 민주적 대중역량은 민주주의변혁의 주체역량이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민주주의변혁을 수행할 주체역량으로 되는 까닭은,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수행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이 그 새로운 정당에 적극 참여하여 그 정당을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길로 이끌어 가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새로운 정당이 민주주의변혁의 대중적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은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수행하는 단일한 정치세력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진보정치세력들이 모두 참여하는 연합전선 형태의 대중정당으로 건설될 것이다. 연합전선 형태의 대중정당에 참여한 넓은 의미의 진보정치세력들은 각계각층 각당각파의 민주적 대중역량을 그 정당의 자체역량으로 구축하게 되고, 그 정당의 공고한 지지기반으로 확대하게 된다.

이처럼 민주주의변혁은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으로 수행하는 사회변혁이지만, 만일 민주적 대중역량만 존재한다면 민주주의변혁은 완성될 수 없다. 민주주의변혁을 끝까지 완성하려면, 민주적 대중역량과 함께 진보적 변혁역량도 있어야 한다.

진보적 변혁역량이 없는데, 민주적 대중역량만으로 민주주의변혁을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착오다.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은 민주주의변혁을 수행하는 변혁역량의 한 구성요소이지만, 그런 연합전선역량만으로는 민주주의변혁을 완성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진보적 변혁역량은 민주적 대중역량처럼 연합전선 형태의 대중정당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다. 진보적 변혁역량은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과 자주적 평화통일 강령을 배타적으로 수용한 독자전선 형태의 변혁정당으로 조직된다.

양자의 양적 부피를 산술적으로 상호비교한다면, 민주적 대중역량은 다수대중정당으로 조직될 것이고 진보적 변혁역량은 소수정예정당으로 조직될 것이다. 진보적 대중정당은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조직한 것이고, 진보적 변혁정당은 변혁적 소수정예역량을 조직한 것이다.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변혁역량의 조직은 민주적 대중역량 확대에서 시작하여 진보적 변혁역량 구축으로 심화된다. 그러므로 지금 진행 중인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건설과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당연히 진보적 변혁정당 건설과업이 제기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을 이른바 ‘종북정당’이라고 비난, 공격하며 와해시키려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한, 진보적 변혁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기간에 진보적 변혁정당을 건설하면, 우파집권세력은 그 정당을 ‘국가보안법’의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사회여론을 조작, 동원하여 집중공격하면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집권해야 진보적 변혁정당을 건설할 수 있다. 진보적 변혁정당은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집권기에 민주주의변혁을 주도적으로 수행하여 그것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집권은 진보적 변혁정당 건설을 강력히 추동할 것이다.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바라본 2012년 선거의 의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은, 다가오는 2012년 선거를 당리당략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당연히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러한 선거관 문제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요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민주적 대중역량과 진보적 변혁역량을 구분하지 못한 까닭에,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으로 조직해야 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진보적 변혁정파들끼리 결집한 ‘운동권 정당’ 또는 유럽식 좌파정당으로 건설하려는 좌경적 오류는 시급히 청산되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민참여당을 배제하는 운동권 정당 건설론은 명백한 좌경적 오류다. 유럽식 좌파정당으로 집권하여 사회변혁을 실현하려는 것은 공상에 가까운 생각인데, 이 땅의 특정정파가 그런 공상에 가까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좌경적 오류를 불러오는 불행이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를 내세웠으나,  여야 후보들에게 밀려 3.0%의 득표율(712,121 표)을 기록하는데 머물고 말았다.


둘째, 민주주의변혁의 발전단계에서 바라보면 진보적 변혁정당과 진보적 대중정당의 지위와 역할이 서로 다르므로, 민주주의변혁 역량편성에서 진보적 변혁정당은 진보적 대중정당과 구분하여 별도로 건설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진보적 변혁정당을 진보적 대중정당과 구분하여 별도로 건설한다고 해서, 양자가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진보적 변혁정당이 독자적으로 건설된다고 해도, 그 정당은 진보적 대중정당과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진보적 변혁정당과 진보적 대중정당이 결합하는 형태는 어떤 기성관념에 따라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장차 진보적 대중정당 집권기의 내외정세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진보적 대중정당과 진보적 변혁정당이 상호결합할 때, 그 때 비로소 민주주의변혁을 실현할 위력적인 변혁역량이 구축된다는 점이다.

셋째,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아직 확정적이지 않은 현 시기에 민주노동당은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하여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그 정당의 자체역량으로 구축하고, 그 정당의 공고한 지지기반으로 확대하는 당 건설사업에 전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나서서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구축, 확대하는 사업을 지금처럼 한나라당이 집권한 조건에서 추진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해도, 만일 201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재집권하는 경우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구축, 확대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변혁의 추진국면을 열어놓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구축, 확대하려면 201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반드시 저지하여야 하며,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반드시 제1야당의 지위에 올라서야 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 24~25일 전국 19세 이상 국민 1500명(유선전화 1200명, 80%+휴대전화 300명, 20%; 일간 750*2일)을 대상으로, 전화번호부 미등재가구 포함 임의걸기( RDD, 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진행한 2012년 대선후보지지 여론조사 결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5%) 한편 <리얼미터>가 8월 22일~ 2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30.3%), 문재인(11.5%), 유시민(6.8%), 손학규 (6.0%), 한명숙(5.4%)의 순으로 집계됐다.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저지하고 제1야당의 지위에 올라선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라야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구축, 확대할 수 있다. ‘운동권 정당’으로 건설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설령 양당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저지하기 힘들며, 제1야당의 지위에 올라서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이 2012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연장을 저지하고, 제1야당으로 등장하는 것은 새로운 진보통합정당 자체의 과업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변혁의 추진국면을 열어놓기 위한 중대한 과업이다.

 새로운 진보통합당 건설에서 국민참여당을 배제하려는 좌경적 오류를 청산하고 각계각층 각당각파 민주적 대중역량을 구축,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이에서 발생한 논쟁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변혁의 추진국면을 열어놓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변혁전략문제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하는 과업을 위해 더욱 분투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2010년 9월 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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