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5

갈림길에 선 민주노동당의 고심과 선택

변혁과 진보 (40)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국민노총의 출현과 개별적 노조단위의 생존권투쟁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사회에는 두 개의 사회계급이 존재한다. 노동계급과 자본가계급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두 사회계급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일방적인 지배, 구조적인 억압과 착취가 생겨나며, 사회계급관계가 폐절될 때까지 지속된다. 이처럼 어느 한 계급이 다른 한 계급으로부터 지배, 억압, 착취를 당하는 불상용적인 관계를 계급모순이라 한다.

계급모순이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반드시 투쟁이 일어나지만, 그런 사회에서 일어나는 투쟁이 모두 계급투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계급모순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생존권투쟁도 일어날 수 있고, 계급투쟁도 일어날 수 있다. 개별적 노조단위의 생존권투쟁은 계급모순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그런 생존권투쟁이 노동계급의 계급투쟁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생존권투쟁은 노동계급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사회에서 생존권을 짓밟힌 농민, 도시빈민,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여러 사회계층들도 생존권투쟁에 나선다.

사회계급으로 단결하지 못한 노동계급이 개별적 노조단위에서 벌이는 생존권투쟁은 일상적이지만, 사회계급으로 단결한 노동계급의 계급투쟁은 일상적인 것이 아니다. 노동계급이 일상적 생존권투쟁을 뛰어넘어 계급투쟁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 세 가지 조건이란 계급의식 획득, 계급적 단결, 노동자당 건설이다. 계급의식을 지니고 계급적으로 단결한 노동계급이 자기 정당을 건설하였을 때, 그 때 비로소 계급투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투쟁은 투쟁양상이 아무리 격렬해도 생존권투쟁에 머물게 된다. 

계급모순에 의해 촉발된 개별적 노조단위의 생존권투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노동계급의 비일상적 계급투쟁을 일으킬 세 가지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계급적 현실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계급모순이 격화되었건만, 계급투쟁이 일어날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민노총 출현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존권투쟁은, 오늘 우리 사회에서 계급모순이 격화되었건만, 계급투쟁이 일어날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국민노총 출현은,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노동계급이 자본가계급과 상생하고 반노동 친자본 정권과 협력하는 자기 배반적인 길로 들어설 수 있음을 현실로 보여준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국민노총이 말하는 상생과 협력은 반노동 친자본 지배질서에 대한 자발적 복종이다.

다른 한 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정리해고제 및 비정규직 폐지를 요구하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생존권투쟁은 우리 사회의 계급모순이 얼마나 격화되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지만, 그 생존권투쟁은 다른 생산현장들에서 연대투쟁으로 확대, 발전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었다.

△7월 9일 평화행진을 하던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차벽에 막혀 끝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진입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2011년 7월 10일 보도사진)
 
각계각층 인사들이 '희망의 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존권투쟁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노총에 결집된 노동자들이 각기 자기 생산현장에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존권투쟁과 함께하는 노동조합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철탑 기중기 꼭대기에 올라가 목숨을 건 투쟁을 그처럼 오랫동안 벌여왔고, 그 투쟁이 사회정치적 문제로 부상하였는데도, 민주노총 지도부와 일부 노동자들만 연대투쟁에 나섰을 뿐, 다른 수많은 노동자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국민노총 출현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생존권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계급모순이 격화되었건만 계급투쟁이 일어날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계급투쟁 대 계급연합의 이분법적 사고

모순과 투쟁을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한 것으로 혼동하는 것이 문제다. 계급모순과 계급투쟁을 혼동하는 데서 좌파적 착각이 발생하는 것이다. 계급모순이 격화되었건만, 계급투쟁이 일어날 조건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계급투쟁에 의거한 전략과 전술을 제기하는 것은 착각이 빚어낸 좌경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오류를 좌경모험주의라 부른다.

그 반대의 경우를 우경기회주의라 부른다. 계급모순이 격화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노동조합의 생존권투쟁을 경시하거나 외면하면서 자본가계급과의 상생을 모색하고, 몰계급적 전략과 전술을 제기하는 것이 우경기회주의다.

원래 사회변혁운동은 기본적으로 급진적 성향을 지니기 때문에 몰계급적 우경기회주의보다는 맹동적 좌경모험주의에 빠지기가 더 쉽다. 일단 맹동적 좌경모험주의에 빠지면, 계급투쟁에 의거한 맹동적인 전략과 전술이 마치 계급노선을 견지하는 것처럼 보이고, 계급투쟁에 의거하지 않는 전략과 전술은 모조리 우경기회주의의 계급연합으로 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게 된다.
 
계급투쟁 대 계급연합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계급노선만 주장하게 되고, 대중노선을 우경기회주의적 계급연합으로 규정하여 배척하게 된다. 그런 착각에 빠지면, 진보적 대중정당이 아니라 노동자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진보대통합당 건설과정에 계급적 원칙을 잣대로 들이대고 통합의 폭을 좁히기 마련이다.

만일 지금 우리 사회의 노동계급이 계급의식을 획득하고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투쟁을 벌인다면, 민주노동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을 발전적으로 해산하고 노동자당을 건설해야 할 것이며, 두 단계 사회변혁론과 진보적 민주주의강령을 폐기하고 무단계 사회변혁론과 사회주의강령을 채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 사회의 노동계급은 계급의식을 지니지 못했고, 계급적으로 단결하여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땅의 노동계급이 일으키는 투쟁은 개별적 노조단위의 생존권투쟁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계급모순이 우리 사회만큼 격화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그 나라 노동계급이 일으키는 투쟁에 비해 훨씬 미약하다.

△2010년 12월 15일 정부의 재정긴축조치에 맞서 총파업을 벌이며, 
 의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그리스 노동자들
이를테면, 우리의 경우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희망의 버스'를 타고 생존권투쟁이 벌어진 개별 생산단위로 내려가 촛불을 들지만,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는 노총의 지도에 따라 노동계급이 전국적 총파업으로 반노동 친자본 정권과 맞장을 뜨거나 또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수도 중심부에 집결하여 반노동 친자본 정권과 맞장을 뜬다. 촛불집회, 삼보일배, 노상단식농성으로 전개되는 이 땅의 투쟁이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투쟁보다 더 우월하고 더 위력적이라고 아무도 말할 수 없다. 


판단기준은 명백하다

민주노동당이 수행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당면과업은 진보통합당 건설이다. 진보통합당을 제대로 건설해야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투쟁을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그로써 민주주의변혁을 전진시킬 수 있다.

여기서 나서는 문제는, 진보통합당 건설을 좌우경적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올바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진보통합당 건설은 노동자당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므로, 민주노동당은 계급노선이 아니라 대중노선을 견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좌파는 계급투쟁 대 계급연합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그처럼 명백한 사실을 모르거나 또는 알면서도 자기들의 정파적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에 그처럼 명백한 사실을 부정한다. 그렇지만 좌파가 아무리 부정해도, 진보통합당 건설은 대중노선 이외의 그 어떤 다른 노선으로 추진될 수 없다.

진보통합당 건설에서 대중노선을 견지한다는 말은 대중노선에 의거하여 연합전선을 구축한다는 뜻이다. 대중노선에 의거한 연합전선이란 진보성향의 소수정당과 정파들끼리 결합하는 이른바 독자생존과 배치되는 개념이다. 대중노선에 의거한 연합전선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다양한 사회정치세력들이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에 따라 총결집하는 폭넓은 전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에 따라 결집한다는 점이다. 만일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에 따르지 않고,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다양한 사회정치세력들이 결집하면 '묻지마 민주대연합'이라는 우경적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다양한 사회정치세력들 가운데서도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을 받아들인 사회정치세력들이 총결집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이 구축하려는 대중노선에 의거한 연합전선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대중노선을 견지하고,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에 따라 정당형태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을 가리켜 진보통합당 건설이라 한다.

그렇다면 진보통합당 건설 방침이라고 할 수 있는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을 담아놓은 것이 2011년 5월 31일에 채택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이다.

대중노선에 의거하여 진보통합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연석회의 합의문을 판단기준으로, 행동지침으로 중시해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진보통합당 건설에 동참하는 자격은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을 받아들이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으로 규정되며, 따라서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하는 문제가 동참 여부를 판별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된다.

널리 알려진 대로,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 합의문을 공식 승인하였으나, 민주당은 야4당이 참가하는 야권통합당 건설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건설하려는 것은 진보통합당이지 야권통합당이 아니다. 진보통합당 건설은 야권통합당 건설과 다르다. 야권통합당 건설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야4당이 '묻지마 민주대연합'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이지만, 진보통합당 건설은 연석회의 합의문에 담긴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을 승인한 정당들이 통합하는 것이다.

판단기준은 명백하다.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한 국민참여당과는 진보통합당을 건설할 수 있으나, 그 합의문에 대해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야4당이 참가하는 야권통합당을 건설하자고 제안한 민주당과는 진보통합당을 건설할 수 없다. 민주당과는 야권통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정치연대를 모색하여야 한다.

국민참여당은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한 것에 그치지 않고, 유시민 대표가 전농 사무실에 찾아가 노무현 정부 시기에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한 것에 대해 사과하였고,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와의 대담을 통해 노무현 정부 시기에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한 것에 대해 반성하였다. 또한 그는 <중앙일보>와의 대담을 통해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대선 불출마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공당의 대표로서 그런 태도를 보여준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7월 13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단식농성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 ( 민주노총 <노동과 세계> 7월 13일 보도사진)

좀 어색한 비교가 되겠지만, 손학규 대표에게 위의 세 가지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인다. 그런데도 참여당이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우기면서 참여당의 진보통합당 건설 참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신당과 좌파가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참여당은 노선전환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과 함께 과거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직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이는 몇 마디 말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과거와 다른 정치활동을 통해 행동으로 검증되어야 함에 따라 그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 동안 실천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종북주의 소동을 불러일으키며 분당사태를 몰고온 진보신당과 진보통합당 건설을 논의하면서 노선전환을 분명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종북주의 소동에 대해 조직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 동안 실천적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은 진보신당이 연석회의 합의문을 승인한 국민참여당에 대해 노선전환 표명, 조직적 성찰, 실천적 검증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자격심사조건을 들이댄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당 건설 참가를 반대하기 전에 연석회의 합의문부터 승인해야 한다. 

다른 한 편, 계급투쟁 대 계급연합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좌파도 국민참여당을 배척하고 있다. 그런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으면, 연석회의 합의문으로 채택한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이 객관적 판단기준으로 보이지 않고, 계급노선 관철이라는 자기들의 주관주의적 판단기준만 눈에 보이는 법이다. 그런 이분법적 사고로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 강화한 폭넓은 진보통합당을 건설하지 못하며, 기껏해야 당의 명칭만 바꾼 '운동권 정당'에서 맴돌 것이다.

이처럼 진보신당과 좌파가 국민참여당의 진보통합당 건설 참가를 반대하는 것은 진보통합당 건설에 큼지막한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설치한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경우,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을 것인지를 예견하려면,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의 좌파정당들이 근래에 겪은 실패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좌파정당들의 실패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 유럽연합 경제권이 무너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 경제권의 붕괴는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 땅에서도 그러하지만, 그처럼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진 그 나라들에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게 '긴축재정'이라는 이름의 빈궁화가 강요되며, 그에 맞선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격렬한 투쟁이 전개된다. 

그런데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의 좌파정당들은 정작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반노동 친자본 정권에 정면대결을 선포하고 격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그들의 투쟁을 영도하기는커녕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습을 찾을 길 없다.

대중적 지지기반이 없는 소수정파들끼리 옹기종기 모인 좌파정당이 거대한 대중투쟁의 분출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며 아무런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의 좌파정당들이 노출한 정치적 무기력증은, 정파적 분열과 정치적 고립이라는 그들 자신의 질곡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예비해온 것이다.

첫째, 독자생존을 모색한 좌파정당들이 정파적 분열과 정치적 고립의 질곡에 빠진 통에, 거대한 대중투쟁이 일어났어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는 서글픈 모습을 그리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에는 좌파정당이 6개나 있다. 그 가운데서 그리스공산당과 급진좌파연합(Coalition of the Radical Left)만 원내진출에 성공하였고, 나머지 4개 좌파정당은 원내진출도 하지 못한 존재감 없는 군소정당들이다.

2009년 10월 4일에 실시된 의회선거에서 그리스공산당은 7.5%의 득표율로 300석 중 21석을 차지했고, 급진좌파연합은 4.6%의 득표율로 9석을 차지했다. 그리스 반자본주의 좌파전선(Front of the Greek Anticapitalist Left), 맑스-레닌주의노선을 따르는 그리스공산당, 마오주의노선을 따르는 그리스공산당, 트로츠키노선을 따르는 노동자혁명당, 그리스공산당 재건조직은 의회에서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존재감 없는 좌파정당들이다. 가뜩이나 대중적 지지기반이 허약한 좌파군소정당들이 그처럼 무슨 노선이요, 무슨 노선이요 하면서 서로 갈라졌으니 그리스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만일 민주노동당이 진보통합당 건설에 실패하는 경우, 의회선거 득표율이 10%를 밑도는 그리스공산당처럼 '만년 소수당'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1918년에 창당된 이후 92년이 지난 그리스공산당이 아직도 7.5%의 득표율밖에 얻지 못한 것은, 집권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년 소수당'의 명맥이나 이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정치연합을 실현하였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난 경우가 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 그런 실패경험을 찾아볼 수 있다. 포르투갈공산당은 녹색생태주의당(Ecologist Party "the Greens"),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민주개입(Democratic Intervention)과 3당 정치연합을 실현하여 민주단결연합(Democratic Unity Coalition)을 결성하고, 2011년 6월 5일에 실시된 총선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단결연합은 7.9%의 득표율로 230석 중 16석밖에 차지하지 못하였다. 실패로 끝난 것이다.

그런 실패경험은 이탈리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공산주의재건당(Communist Refoundation Party), 이탈리아공산주의자당(Party of Italian Communists), 민주좌파(Democratic Left), 녹색연합(Federation of the Greens)이 2007년 12월 8일에 좌파무지개(The Left-The Rainbow)라는 4당 연합체를 결성하였다.

 2008년 4월 13일과 14일에 실시된 총선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좌파무지개는 총선에서 대패하여 3.1%의 득표율밖에 얻지 못하였다. 그 네 당이 제각기 총선에 나섰던 2006년의 득표율을 모두 합하면 10.2%였는데, 4당이 연합하여 총선에 나섰더니 득표율이 오르기는커녕 되레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좌파무지개는 총선 대패 직후인 2008년 5월 자진해산하였다.

포르투갈의 3당 연합이나 이탈리아의 4당 연합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존재감 없는 소수정당들끼리 결집해 폭좁은 정당연합체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정당연합체를 건설한다고 하면서 소수정당들끼리만 결집하면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대, 강화할 수 없다.

만일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을 배제하고 진보신당과 결집한 '운동권 정당'을 건설해놓고 진보통합당이라는 간판을 달아놓는다면, 포르투갈의 3당 연합이나 이탈리아의 4당 연합이 실패한 전철을 밟을 것이고, 결국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대패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야권통합당 건설에 기웃거리는 우경적 오류에 빠져서도 아니되고, 진보통합당 건설에 동참하려는 국민참여당을 배척하는 진보신당과 좌파의 좌경적 오류에 빠져서도 아니된다. 민주노동당은 두 단계 사회변혁의 길을 가리키는 대중노선을 견지하고, 야권공동의 정치강령에 찬동하는 정당과 사회단체들이 총결집한 폭넓은 진보통합당을 건설해야 한다. (2011년 7월 1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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