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13

캠프 있는 군대와 캠프 없는 군대

진실의 말팔매 <29>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한국군은 2009년 4월부터 사단급 이상 각 부대별로 '비전캠프(Vision Camp)'와 '그린캠프(Green Camp)'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말 명칭을 쓰지 않고, 영어명칭을 쓴 것부터가 제 정신을 잃은 짓이다.

 '비전캠프'는 병영에서 사고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는 병사들을 바로잡아주는 품행교정기관이고, '그린캠프'는 군복무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들이나 자살이 우려되는 병사들에게 인성교육과 심리치료를 실시하는 심리치료기관이다.

2010년에 '비전캠프'에 입소한 병사는 7,300여 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3,500여 명은 품행교정에 성공하였고, 2,200여 명은 품행이 다소 좋아졌고, 나머지 1,100여 명은 입소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품행교정에 실패한 1,100여 명 병사들 가운데 600여 명은 군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그 가운데 550여 명은 결국 병영에서 퇴출당했다.

또한 '그린캠프'를 운영하기 시작한 2009년 4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그 곳에 입소한 병사는 8,459명인데, '그린캠프'에서 교육과 치료를 받고서도 개선되지 않아 군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고 병영에서 퇴출당한 병사는 871명이다.

2010년 10월 11일 병무청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장수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군복무 부적합 또는 심신장애로 병영에서 퇴출당한 현역병은 2006년 3,099명, 2007년 3,408명, 2008년 3,736명, 2009년 3,880명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육군 5개 사단 병사 9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군복무 부적합자가 10.9%에 이르는 10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복무 부적합자로 판정을 받으면 '보호관심병사'로 분류되어 전문상담관이나 군종장교로부터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보호관심병사'로 분류되는 현역병 수가 약 10%로 늘어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군 지휘부는 인성검사를 더욱 강화하였다. 2009년부터는 하사 이하 병사들만 인성검사를 받았으나, 2011년 11월부터는 전군의 대위, 중위, 소위 등 위관장교들과 중사, 상사도 인성검사를 해마다 두 차례씩 받아야 한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보호관심병사'가 생겨나는 원인이다. 2011년 7월 4일 강화도 선두리에 있는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으로 장병 4명이 피살되고 2명이 부상당했을 때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한국군에서는 기수열외, 구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 하극상, 금품갈취가 일상화되어 있고, 절도, 강도, 성범죄, 군사기밀 유출, 공금횡령, 군납비리가 만연되어 있다.

△한국군에 만연된 구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으로 인해 각종
군기사고가  쉼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병영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극심한 고통을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고통을 참고 견디지 못한 '보호관심병사'들이 선택하는 것은 자살, 총기난사, 탈영이다. 2009년 10월 1일 국방부가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철우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 8월 말까지 군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 사고로 숨진 현역병 1,374명 가운데 55%에 이르는 717명이 이른바 '군기사고'로 죽었다.

 '군기사고'로 죽은 현역병 가운데 자살로 죽은 사람이 717명, 총기사고로 죽은 사람이 13명, 폭행으로 죽은 사람이 7명이었다. 또한 2011년 6월 8일 국방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탈영병은 7,531명이었고, 해마다 평균 1,076명이 탈영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와 폭력과 각종 범죄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군 병영생활에서 부정부패와 폭력과 각종 범죄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면, 군사분계선 건너편에 있는 인민군 병영생활은 어떠할까? 인민군 장교로 복무하다 1999년에 남측으로 넘어간 탈북자가 쓴, 2007년 서울에서 출간된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에는 우리가 모르거나 정반대로 잘못 알고 있는 인민군 병영생활이 담겨있다.

위의 책에 따르면, 인민군 군인들 사이에서는 김 아무개 동무 또는 김 아무개 동지로 부른다고 한다. 자기와 동급이나 자기보다 아랫사람은 동무라 부르고, 자기보다 윗사람은 동지라 부른다. 아무개야 하는 식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군인들 사이에서 고하를 막론하고 상호존중하는 기풍이 세워져야 호칭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민군이 1960년대에 영창제를 폐지하였다는 사실이다. 영창제를 폐지한 것은, 인민군대 안에서 범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민군 군인들 가운데 규율을 위반하거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까?

한국군의 경우 규율위반이나 명령불이행을 저지른 군인에게는 욕설과 구타, 가혹행위와 얼차려가 가해진다. 그와 달리 인민군의 경우 잘못을 저지르거나 군사규율을 위반한 군인은 경무부에서 잠시 잡아두거나 부대 내에 적당한 곳에 사각형 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정보행진을 하는 벌을 준다고 한다. 정보행진은 인민군이 군사행진을 할 때 걷는 걸음이다. 또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병사에게는 추궁과 설득, 그리고 총화시간에 상호비판을 한다. 폭력적인 처벌행위가 아니라 설득과 비판으로 바로잡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군 병영생활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인민군 병영생활에서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위의 책에서 지적한 바에 따르면 두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첫째, 신병훈련을 마친 인민군 병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총을 들고 '미국놈들'과 싸우는 군인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당간부 자녀들이나 정부 고위층 자녀들도 마찬가지여서 병역을 기피하기는커녕 "전반적으로 로비를 해서라도 군에 보내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미국놈들'과 싸우는 영예로운 임무를 수행하려는 전투정신을 지닌 군인들이 기수열외, 구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 하극상, 금품갈취를 저지를 수 없고, 절도, 강도, 성범죄, 군사기밀 유출, 공금횡령, 군납비리를 저지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희천발전소 건설에 참여한 조선인민군 청년돌격대원들이 여흥을
즐기는 모습. (<로동신문> 2011년 3월 13일 보도 사진)
 둘째, 인민군은 입대한 뒤에 3년 동안 초급병사에서 중급병사로 진급하고, 10년 동안의 군복무를 마치기 전에 분대장급인 중사 또는 상사로 진급한다는 것이다. 인민군 장교는 반드시 사병에서부터 하사관까지 거쳐야 하는데, 군복무생활이 우수한 하사관을 군관학교에 보내 장교로 양성한다. 이것은 사병생활을 오랫 동안 거치면서 군복무생활에서 모범을 보인 군인이라야 인민군 장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 장교들이 이끄는 부대에서 기수열외, 구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 하극상, 금품갈취를 저지를 수 없고, 절도, 강도, 성범죄, 군사기밀 유출, 공금횡령, 군납비리를 저지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위의 책에서 지적하지 않은 한 가지 중요한 요인이 또 있다. 그것은 사회와 군대의 연관관계다. 북측 사회의 모습이 인민군대에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측 사회에서도 범죄가 발생하지만, 북측의 범죄발생율은 남측의 범죄발생율에 비하면 매우 낮다.

젊은 여성들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며 범죄피해의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북측의 범죄발생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곳곳에서는 경찰서, 파출소, 방범초소, 방범폐쇄녹화기들이 수없이 눈에 띄지만, 평양에서 인민보안부 산하 기관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방북인사들이 찍어온 각종 현장사진들이 많지만, 인민보안부 산하 기관이 찍힌 사진은 없다. 이것은 북측의 범죄발생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말해준다. 북측에서 각종 범죄가 만연한 것처럼 묘사하는 남측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북측 사회의 범죄발생율이 그처럼 매우 낮으므로, 인민군 병영생활에서 기수열외, 구타, 가혹행위, 집단따돌림, 하극상, 금품갈취 같은 현상이 생길 리 없고, 절도, 강도, 성범죄, 군사기밀 유출, 공금횡령, 군납비리 같은 범죄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금 한국군은 병영생활에서 온갖 부정적인 현상들과 범죄를 없애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남측 사회가 서로 돕고 신뢰하는 공정한 사회로 변혁되어야 한국군 병영생활도 개선될 것이다. (2011년 7월 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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