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03

라파주는 왜 평양에 갔을까?

진실의 말팔매 <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하루도 빠지지 않고 혐오스러운 거짓말로 북측 현실을 비방하는 선전기관이 미국에도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 Asia)'이다. 이 '방송'은 읽기도 민망한 대북 비방선전과 왜곡선전으로 자기들의 웹싸이트를 도배질하고 있다.

그들은 2011년 1월 11일에도 사실을 왜곡한 보도를 내보냈다. 그 보도에 따르면, 지금 북측에서는 시멘트 부족으로 "시멘트 대란"이 일어나 평양에서 추진되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북측에서 "시멘트 대란"이 일어났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상하였고, 국가적으로 설립한 상설기구에서 자금과 자재를 타산하고 건설사업 준비를 진행하였으며, 2009년 8월 2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인 건설자들의 궐기대회로 시작되었다. 그 궐기대회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 착공식이었다. 북측의 건축설계사들이 총동원되고, 각종 건자재를 생산하는 북측 각지의 공장과 기업소들이 만가동되고, 건설인력 20만 명이 동원되고, 4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되는 10만 세대 건설공사의 완공 시기는 2012년이다. 7층 아파트부터 25층 아파트까지 다양한 10만 세대 살림집은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구조로, 한 세대 당 평균 140-170㎡의 건평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평양에 새로 들어설 10만 세대가 쓸 막대한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자강도 희천에 2012년까지 대규모 수력발전소도 함께 건설한다.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희천발전소 건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2년 구상'에 따라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거창한 건설사업인 것이다. 40억 달러가 들어가는 거창한 건설공사를 3년에 끝낸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그처럼 방대한 건축공사에 들어가는 시멘트는 어디에서 공급하고 있을까? 평양시 상원군에 있는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가 공급처다. 남측에서는 시멘트라고 표기하고, 북측에서는 세멘트라고 표기하는데, 기업소 고유명칭을 적을 때는 북측 표기법을 따라 세멘트라고 써야 옳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가 시멘트를 공급해주어야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를 추진할 수 있고, 북측에서 밝힌 대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2년 구상에 따라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는 북측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는 국책사업을 떠맡은 것이다. 그러므로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가 시멘트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해 시멘트 대란이 일어났다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왜곡보도는, 단순히 북측의 시멘트 생산능력에 대한 왜곡이 아니라 북측이 추진하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국책사업에 대한 왜곡인 것이다.

평양에서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가 어떻게 추진되는지를 알아보려면,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요구된다.

북측에 매장된 석회석은 1,000억t에 이른다. 한반도 전역의 석회석 매장량 가운데 71.4%가 북측에 있다. 그처럼 풍부한 석회석 부존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북측 각지에 10개 대형 시멘트 생산기지와 50개 중소형 시멘트 공장이 건설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1970년대 후반에 완공된, 평안남도 순천시에 있는 순천세멘트련합기업소와 1984년에 착공하여 1989년 4월에 완공된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는 북측의 대표적인 시멘트 생산기지다. 전자는 '금강'이라는 상표명의 시멘트를, 후자는 '상원'이라는 상표명의 시멘트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해외 각국에 수출하였다. 시멘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은 북측 내부의 시멘트 수요를 충족하고 남을 만큼 넉넉하게 생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2년 구상'을 제시하고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거창한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북측의 시멘트 수요가 폭증하였다. 폭증하는 시멘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취해진 조치는, 시멘트 생산설비를 현대화하고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하는 것이다.

첫째, 대형 석회석 광산을 개발하였다.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는 기업소에서 4km 떨어진 곳에서 대형 석회석 광산인 삼청광산을 개발하고 2005년 4월 6일 조업에 들어갔으며, 2009년 1월에는 그 광산에서 10만산(10만㎥) 대발파에 성공하였다. 

둘째,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설비를 현대화하여 생산능력을 크게 확장하는 것이다. 원래 이 기업소는 178,200㎡의 부지에 연건평 76,165㎡에 이르는 100여 동의 건물로 구성되었는데, 설비를 현대화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었다. 2007년 7월 13일 북측의 국영기업 평양 명당무역회사가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이집트 그룹의 오라스콤 건설기업(Orascom Construction Industries)이 1억1,5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총 2억3,000만 달러의 자금으로 생산설비를 현대화하였다. 

그런데 2007년 12월 프랑스 그룹의 건설자재기업 라파주(Lafage SA)가 오라스콤 건설기업을 130억 달러에 인수하였다. 유럽의 주요국가들 가운데 북측과 국교를 아직 맺지 않은 유일한 미수교국인 프랑스가 이집트 기업의 대북 투자분을 인수함으로써 대북 투자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라파주는 시멘트 생산부문에서 세계 1위, 골재 및 콘크리트 생산부문에서 세계 2위, 석고보드 생산부문에서 세계 3위에 오른 세계적인 건설자재기업이다.

라파주는 2000년에 남측의 한라시멘트를 2억 달러에 인수하여 지분 71.5%를 장악하고, 회사명을 라파즈한라시멘트로 바꾸었다. 이로써 라파주는 남북 동시 투자를 성사시킨 기업이 되었다. 라파즈한라시멘트를 장악한 라파주는 남측 노동자들을 착취하지만,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에 투자한 라파주는 북측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못한다. 북측 정부당국이 라파주의 착취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라파주는 북측에서 시멘트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상원세멘트공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하면서, 공장설비를 최신형으로 바꾸고 기계와 시설에 투자를 확대해 201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300만t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광산과 전력부문에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9일 북측 건설건재공업성 박영수 부국장은 북측 언론을 통해 2008년 1월부터 9월까지 북측의 시멘트 생산량이 2007년 해당기간의 생산량보다 30%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1년 1월 11일 북측 언론매체들은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종업원들이 2010년 12월 31일에 올린 결의문을 받아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 결의문에 친필서명을 하여 내려보냈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하였다. 결의문에서 종업원들은 자기들이 조선로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은 2010년 10월까지 연간 생산계획을 두 달이나 앞당겨 끝냈고, 연말에는 시멘트 생산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돌파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연간 생산량이 400만t에 이른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북측의 '시멘트 대란설'을 왜곡보도한 2011년 1월 11일은, 북측 언론매체들이 상원세멘트련합기업소 종업원들의 결의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친필서명을 하였다는 보도를 내보낸 바로 그 날이었다. 평양과 워싱턴의 시차를 계산하면, '자유아시아방송'은 평양에서 보도가 나온 것을 보고 그것을 왜곡하는 허위기사를 급히 써서 자기들의 웹싸이트에 발표한 것이다. 너절하고 좀스러운 왜곡행위가 아닐 수 없다.

2011년 1월 22일 <조선중앙통신>은 기상수문국 중앙기상연구소 실장의 말을 인용하여 "구랍 24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평균 낮 최고기온은 영하 4.9도,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5.6도로 각각 평년보다 3.2도 낮았다. 이 같이 거의 한 달 동안 낮 최고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것은 1945년 이래 처음"이라고 보도하였다. 평양에서 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한이 한 달 동안 계속된 것이다. 올겨울 혹한은 10만 세대 살림집 건축공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이 섞여 단단하게 굳는 수화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인데, 수화반응은 주변 온도에 민감하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기에 가장 좋은 온도는 영상 5도에서 20도 사이의 기온이다.  그런데 기온이 영상 5도 아래로 내려가면 콘크리트가 잘 굳지 않으며,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콘크리트 내부에 작은 얼음조각들이 생겨나게 되고, 날씨가 따뜻해질 때 그 얼음조각들이 녹으면서 공간을 만들어 내어 결국 콘크리트에 균열이 일어나게 된다. 콘크리트 내구연한이 40-50%나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영상 5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경우,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서 열풍기를 돌려 공사현장의 온도를 영상 5도 이상으로 유지하는 비상대책을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평양에서 건설되는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현장에 어마어마하게 큰 천막을 치고 수많은 열풍기를 가동하여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강추위를 영상 5도로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계속되는 강추위가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를 지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땅에 봄이 오면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공사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강성대국 건설을 향하여 초고속으로 추진될 것이며, 북측의 적대세력들이 쏟아내는 헛소문과 사실왜곡과 비방선전은 물거품으로 사라질 것이다. (2011년 2월 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