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3

파국이냐 협상이냐,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

[한호석의 개벽예감](322)
자주시보 2018년 11월 12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1. 연기도 아니고 취소도 아니면, 무엇일까?

허위선전으로 소동을 벌이는 정치사기꾼들이 있다. 유엔주재 미국대사 니끼 헤일리(Nimrata Nikki Halely)가 그런 부류에 속한다. 일반사기범은 범행대상을 속여 금품을 가로채지만, 니끼 헤일리 같은 정치사기꾼은 유엔무대에서 정치사기극을 연기하며 인류를 우롱한다. 만일 국제형법에 인류우롱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면, 니끼 헤일리는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될 만하다. 2018년 11월 8일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또 다시 서툰 정치사기극을 연기하였다. 그녀의 거짓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북조선은 그것을 연기(postpone)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연기했다. 나는 어떤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위의 인용문에서 니끼 헤일리가 말한, 조선이 연기하였다는 것은 미국 국무부가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발표하였으나 성사되지 않은 조미고위급회담이다.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그 회담을 연기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이 아니다. 연기라는 말은 다음 개최일정이 정해졌을 때 쓰는 말인데,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연기라는 말은 가당치 않은 소리다.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cancel)하였다고 보도하였는데, 취소라는 말도 가당치 않은 소리다. 취소라는 말은 조선이 미국에게 뉴욕 고위급회담을 취소한다고 통보한 경우에 쓸 수 있는 말인데, 조선은 미국에게 그런 취소통보를 보낸 적이 없다. 

조선은 뉴욕 고위급회담을 연기한 것도 아니고 취소한 것도 아니다. 미국이 뉴욕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게 보냈으나, 조선은 그 제의를 무시하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이것이 감춰진 진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발언하는 장면이다. 그날 그는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설'을 퍼뜨렸다. 그런데 그는 대담 중에 미국이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완화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처럼 자극발언을 늘어놓고 있으니, 조미관계에서 신뢰가 조성되기 힘들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 국무부는 조선과 미국이 고위급회담을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그것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조미관계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황의 내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관행을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확히 분석, 고찰하지 않으면 사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힘들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조선과 미국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예고발언은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에게서 나왔다. 그는 2018년 11월 4일 일요일 하루 동안 두 군데의 텔레비전방송에서 진행하는 대담프로그램에 시차를 두고 각각 출연하여 다음과 같은 예고발언을 늘어놓았다. 

2018년 11월 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BS> 대담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말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대담프로그램 진행자가 완전한 비핵화와 대조선제재 해제의 상호성에 관해 질문하였을 때, 그는 “완전한 비핵화만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는 우리의 능력도 또한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전제조건”이라고 답변하였다. 

같은 날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 일요일 대담에 출연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는 이번 주 뉴욕에서 나의 회담상대인 김영철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우리가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제재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명백한 입장”이라고 발언하였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위와 같은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를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선에게 그런 자극발언을 함부로 탕탕 쏘아대는 판이니, 조미관계에 신뢰가 조성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보다 며칠 앞서 2018년 11월 1일 미국 국무부 기자회견실에서는 로벗 팰러디노(Robert J. Palladino) 국무부 부대변인과 국무부 출입기자들이 열띤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뉴욕 고위급회담설’이 그 자리에서 거론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고위급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날로부터 거의 보름이 지나도록 미국 국무부가 조미고위급회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발표하지 않아 궁금증이 생긴 국무부 출입기자들은 팰러디노에게 조미고위급회담 일정이 취소된 것인지 아니면 연기된 것인지 질문을 들이댔다. 그러자 팰러디노는 조미고위급회담에 관련하여 발표할 것이 없다고 발뺌을 하면서 우물거렸다. 이런 정황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보냈으나,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회담에 대해 아무 것도 발표할 것이 없다는 팰러디노의 답변은 회담제의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 문제를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려면, 1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8년 10월 19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진행한 대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앞으로 일주일 반쯤 뒤에 나 자신과 북조선 상대자가 여기서(미국을 뜻함-옮긴이) 고위급회담을 진행하기 바란다”고 하면서 조미고위급회담을 제의한 바 있었다. 이것은 조미실무회담이 개최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자, 실무회담보다 격이 높은 고위급회담을 제3국이 아닌 미국에서 개최하자는 다급한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보낸 다급한 제의에 대한 조선의 응답은 2018년 10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 정현이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논평에 담겼다. ‘미국은 두 얼굴로 우리를 대하기가 낯뜨겁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논평은 “미국이 평양에 왔을 때 한 말과 워싱톤에 돌아갔을 때 한 말이 다르고, 속에 품은 생각과 겉에 드러내는 말이 다르다면 지금껏 힘겹게 쌓아온 호상신뢰의 탑은 닭알쌓기처럼 맹랑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고, “미국은 자기의 얼치기적인 이중적 사고와 이중적 태도로부터 목표와 수단을 혼돈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을 분간 못하고 있으며 비례감각과 균형감각마저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하였으며, “선의와 아량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받은 것만큼 주어야 하는 초보적인 거래의 원칙에라도 맞게 행동할 것을 (미국에게) 요구”하였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위에 인용된 논평의 영어번역본을 읽어보았다면,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는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두 번째 제의를 조선에 보낸 것을 보면, 상황을 오판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만일 팜페오 국무장관이 조미협상이 중단된 이유를 간파하였다면, 조미고위급회담을 뉴욕에서 개최하자는 두 번째 회담제의를 조선에 보낼 것이 아니라 조선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꿨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전략적 오판에 빠진 팜페오 국무장관은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외면하였고, 조선으로부터 무응답 퇴짜를 받을 것이 뻔한 조미고위급회담을 두 번째로 제의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말았다. 


2. 허위선전은 또 다른 허위선전을 낳고

뉴욕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놓은 회담예정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바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제의한 회담예정날짜를 사흘 앞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작성된 성명을 발표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제멋대로 공식화해버렸다. 그날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팜페오 장관은 11월 8일 김영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스티브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에 갈 것이다. 국무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검증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포함하여 싱가폴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네 가지 중대사안들을 진전시키기 위한 회담을 진행할 것이다.”

위의 성명에서 주목되는 것은, 뉴욕 고위급회담에 나올 미국측 참석자가 팜페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비건(Stephen E. Biegun) 특별대표로 정해졌는데, 조선측 참석자로는 김영철 부위원장 한 사람만 거명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매체들은 뉴욕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면, 조선측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오고 미국측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비건 특별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미국 국무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뉴욕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게 될지 알지 못해서 그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회담을 사흘 앞둔 임박한 시점에 조선측 참석자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조선으로부터 뉴욕 고위급회담과 관련한 응답을 받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2018년 11월 7일 정례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미국 국무부는 2018년 11월 5일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2018년 11월 8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고, 2018년 11월 7일에는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조선과 미국은 뉴욕에서 2018년 11월 8일에 열릴 것이라던 조미고위급회담을 합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그 회담이 연기되었다는 미국 국무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며, 그 회담이 취소되었다는 미국과 한국의 언론보도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미국 국무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8년 11월 7일 예상을 뒤엎는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뉴욕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의 전문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이클 팜페오 국무장관이 이번 주 뉴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료들과 만나려던 일정은 훗날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일정이 허락될 때 다시 만날 것이다. 지속적인 대화는 계속된다. 미국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위의 성명을 아무리 읽어봐도, 뉴욕 고위급회담이 왜 성사되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 미국 국무부는 왜 그렇게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을까? 미국이 조선에게 고위급회담을 두 차례나 거듭 제의하였으나, 조선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조선으로부터 무시당한 미국의 처량한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 ‘제국의 위신’이 망가질 것이므로, 미국 국무부는 그처럼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위에 인용된 미국 국무부의 모호한 성명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바람에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느니 취소되었다느니 횡설수설하였다. 그 회담은 애초에 합의된 적이 없으므로, 연기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취소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를 두 차례나 무시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이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미국 국무부가 은폐한 진실이다. <뉴욕타임스>도 2018년 11월 8일부 기사에서 “미국과 북조선의 외교과정이 싱가폴 정상회담에서 정점에 도달한 이후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언명하였다.   

이런 상황을 인식하면, 밑모를 수렁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꼴이 국제사회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정치사기극을 연출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심정이 이해될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정치사기극에 출연한 주연급 연기자가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다. 그래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회의를 마친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정치사기극 씨나리오를 연기하였던 것이다. 

정치사기극에 주연으로 출연한 그녀는 뉴욕 고위급회담이 조선의 준비부족으로 연기되었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조미관계에서 어떤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허위선전까지 덧붙였다. 아무리 거짓말이라고 해도 이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을까!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조선이 미국의 고위급회담 제의에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준비부족으로 연기를 요청하였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회담을 제의해왔으나,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회담제의를 무시하여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는데도, 니끼 헤일리는 조미관계에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허위선전을 늘어놓았다.


3. 미국은 “엿이나 먹어라”, 조선은 “병진로선 재고할 수 있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2018년 11월 4일 두 편의 대담프로그램에 각각 출연하여 ‘뉴욕 고위급회담’을 예고하기 이틀 전인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에 특별한 논평을 발표하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언제면 어리석은 과욕과 망상에서 깨여나겠는가’라는 제목의 그 논평은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권정근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것이다. 제목만 읽어봐도,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집필형식을 보면, 그 논평은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이 쓴 글이지만, 글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 논평은 미국연구소 소장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조선 외무성의 견해를 표명한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에서는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가 자기 견해를 공식문건으로 발표하지 않고 개별인사의 논평형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미국에게 퍼붓는 신랄한 비판이 가득한 그 논평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고 미국이 그것을 검증하기 전에는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생떼질하는 미국의 태도를 “체질화된 강박증세”이고, “탈선”이며, “기가 막힌 일”이고, “본말을 전도하는 여론오도책동”이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의 고집불통에 우리의 중학생들마저 너무나 어이없어 <엿이나 먹어라>한다”고 조롱하였다. 2018년 6월 12일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이 미국을 그처럼 직설적인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논평에서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에게 보내는 심각한 경고다. 그 논평 중에서 미국에게 경고한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주동적이고 선의적인 조치로서 미국에게 과분할 정도로 줄 것은 다 준 조건에서 이제는 미국이 상응한 화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산을 옮기면 옮겼지 우리의 움직임은 1mm도 없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지난 4월 우리 국가가 채택한 경제건설총집중로선에 다른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여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여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로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우리 내부에서는 이러한 민심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생략) 오늘의 과도한 욕심과 편견된 시각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만 미국은 자신도 해치고 세상도 망쳐놓는 참담한 미래와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보고하는 장면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보고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이 실현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런데 2018년 11월 2일 조선 외무성 미국연구소 소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평은 대조선적대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미국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오만하게 행동하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병진’이라는 말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로선을 뜻하므로, ‘병진로선’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도 있다는 말은 대미협상을 완전히 중단하고 핵무력건설을 심중하게 재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조선에서 자취를 감췄던 ‘병진로선’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한 것은 미국이 상상하기조차 싫은 국가재앙씨나리오가 재연될 조짐을 드러낸 것이다. 만일 최악의 경우 조선이 대미협상을 중단하고 ‘병진로선’으로 돌아서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완전히 파탄될 것이며,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국가안보위기 속으로 다시 휘말려 들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이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평에 ‘병진’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다시 등장시킨 것 자체가 미국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위에 인용된 논평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한,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설령 조선이 상상을 초월한 아량을 베풀어 미국의 고위급회담 요구를 받아주고, 그에 따라 뉴욕에서 조미고위급회담이 열렸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회담은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다가 막을 내렸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부질없는 말싸움이나 하려고 멀리 평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뉴욕까지 행차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조선은 대조선제재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고위급회담 개최를 졸라대는 미국의 허튼 수작을 무시해버리고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4. 분노한 조선이 징벌의 채찍을 쳐들었다 

미국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던 2018년 11월 7일 로씨야(러시아)는 이튿날 유엔안보리 비공개회의를 긴급히 소집할 것을 유엔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요구하였다. 그 요구에 따라 2018년 11월 8일 유엔안보리 비공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회의에서 세르게이 키슬략(Sergey I. Kislyak) 유엔주재 로씨야대사는 조선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대조선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문제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니끼 헤일리는 세르게이 키슬략의 견해를 반대하였다. 만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키슬략 유엔주재 로씨야대사의 견해를 반대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정치사기극은 연출되지 않을 수 있었겠으나, 니끼 헤일리는 유엔안보리 회의 직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푼수 없이 가벼운 입을 놀리며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고 다음과 같은 거짓말 연기를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조선에게) 많은 당근을 주었다. 우리는 (조선에 대한)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미관계를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라는 비유로 묘사한 것부터 조선을 모독하는 허위선전이다. 당근과 채찍으로 말을 부려먹는 마차운전수는 미국이고, 그에게서 혹사당하는 말은 조선이라는 뜻이니, 조선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니끼 헤일리는 유엔무대에서 외교활동은 제쳐두고, 어설픈 사기극에 출연하여 다른 나라를 모독하는 악담패설의 주인공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8년 9월 18일 니끼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대조선제재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속이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허위선전을 늘어놓는 장면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그녀는 2018년 11월 8일에도 유엔출입기자들 앞에서 1인 정치사기극을 벌여놓았다. 그녀는 기자회견 중에 당근과 채찍의 비유를 들면서 조선을 모독하였고, 미국이 조선에게 많은 보상을 주었으며, 조선에 대한 징벌을 계속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상황은 그런 악담패설, 허위선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녀는 미국이 지금까지 조선에 ‘많은 보상’을 주었다고 떠들어댔지만, 미국이 조선에게 준 것은 ‘많은 보상’이 아니라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밖에 없다. 2012년 10월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미국이 공화국북반부에 끼친 피해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정전 이후 2012년까지 60년 동안 미국이 조선에게 입힌 인적, 물적 피해는 총 64조9,598억5,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녀는 미국이 조선을 계속 ‘징벌’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이것 또한 생판으로 우겨댄 거짓말이다. 미국이 6.25전쟁 시기부터 감행한 대조선제재는 470여 건이나 되기 때문에, 자기들도 무슨 제재를 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는데, 그 가운데서 트럼프 행정부가 감행한 대조선독자제재는 240건이나 된다. 이런 수량지표만 놓고 보면, 지금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면서 조선을 ‘징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수량지표와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례 없는 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의 국가경제는 대폭 위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조선제재를 감행하였다고 발표한 이후, 조선의 국가경제는 위축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10월 14일 조선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연구사가 일본 <교도통신>과 대담하면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조선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전년 대비 3.7%였다. 조선의 2016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전년 대비 3.9%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2017년도 국내총생산성장률은 2.7%였고, 일본 1.2%, 로씨야 1.4%, 도이췰란드 1.6%, 영국 2.0%, 미국 2.3%, 중국 6.6%였다. 이런 사실은 조선의 국가경제가 고속성장기에 들어섰음을 말해준다. 조선은 국가경제를 자본주의세계시장과 완전히 단절시키고, 자립경제의 자력갱생-자급자족 수준을 사상 최고로 높였다. 최근 조선의 언론보도들을 읽어보면, 조선의 국가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제조기술, 원료, 자재, 설비, 부품을 95% 이상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과 더불어 자력갱생-자급자족을 완성한 것은 미국의 대조선제재를 물거품처럼 만들어버리는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된다.  

그러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리며 그 무슨 ‘최대압박’이니 ‘채찍’이니 떠들어대는 것은 조선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고도성장 앞에서 저 혼자 헛소리를 내지르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을 늘어놓는 데서 니끼 헤일리에 뒤지지 않는 마익 펜스(Michael R. Pence) 부통령은 2018년 11월 9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글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전례 없는 압박”을 계속 들이대고 있다고 떠들었지만, 조선이 압박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제국의 위신’을 차리기 위한 허위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은 미국의 허위선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미관계에서 ‘징벌의 채찍’을 틀어쥔 쪽은 미국이 아니라 조선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국의 위신’을 내려놓고 거듭 구걸해오는 조미협상을 일절 거부하고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은 트럼프 행정부를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다. 더욱이 조선은 미국이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싶으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는 선행조치부터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징벌의 채찍’을 가하는 중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조선이 미국에게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고 압박하는 까닭은 그 제재가 조선의 국가경제발전을 가로막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제재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한 조미관계개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명백하게도,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다. 미국의 대조선제재는 대조선전쟁연습과 더불어 대조선적대정책을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적대행위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조선과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조미정상회담에서 공약해놓고, 대조선제재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조금도 변경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치졸한 위약행위이다. 만일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조미관계개선을 외면하는 와중에 조미관계개선을 실현하기 위한 조미협상이 진행된다면, 그것은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이다. 그래서 조선은 미국에게 우선 대조선제재 완화조치부터 실행하여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면서,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적대정책에 여전히 매달리는 판이므로, 조미정상회담을 열 번 이고 스무 번이고 거듭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조선이 제재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댄 니끼 헤일리의 발언도 치졸한 허위선전이다. 조선은 이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완전히 중단했고,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폭파하여 폐기하였으며, 폐기현장에 대한 사찰을 허용할 용의를 표명하였고, 서해위성발사장에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엔진분사시험장도 폐쇄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만일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조선은 녕변핵시설단지를 폐기하고, 현장사찰을 허용할 용의까지 표명하였다. 조선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한 핵동결조치들을 연속 취해왔는데, 니끼 헤일리는 조선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떠들어댔으니 그처럼 새빨간 거짓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미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의 제보를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11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은 미국이 대조선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는데, “조선의 입장은 조선이 다음 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5.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우고 싶은가?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는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진행한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우리는 북조선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2019년 초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은 그의 개인적 희망을 말한 것이지 어떤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말할 것은 아니다. 그가 종전선언 발표와 대조선제재 완화를 실행하라는 대통령 행정명령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나는 (조미협상을)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를 게 전혀 없다”는 말을 무려 일곱 차례나 연신 늘어놓으며 짐짓 태연자약한 척했지만, 그것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건져내려는 수작이었다. 그렇게 판단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2018년 10월 31일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은 워싱턴에 있는 미국평화연구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중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가라고 물은 진행자의 물음에 답변하면서 “긴급성으로 보자면(in terms of urgency)” 조선의 핵프로그램과 미사일프로그램이 미국과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이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매티스 국방장관은 긴급하다고 말했으므로, 두 사람 중에 누가 허위사실을 말한 것이 분명하다. 누가 허위사실을 말했는지를 판별하려면,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기간에 조미관계에서 일어났던 긴박한 상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7일 백악관출입기자들과 회견하는 장면이다. 그는 기자회견 중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이 다시 정해져 2019년 초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 조미관계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한다고 말하면서, 조미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기 위해 짐짓 태연자약한 척하는 수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꼴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조선이 수소탄기폭시험에 성공하고, 곧이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마침내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던 2017년 하반기에 미국은 사상 최악의 국가안보파탄위기에 빠져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2017년 12월 말 스웨리예(스웨덴)이나 노르웨이에서 조건 없는 조미협상을 시작하자고 조선에게 다급히 제의하였다. 하지만 조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하자 조바심에 사로잡힌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다급한 김에 각료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단독으로 조미정상회담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2018년 1월 8일 팜페오-서훈-김영철로 이어지는 비공개연락선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미정상회담을 긴급히 제의하였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악관이 조선의 국가핵무력 완성을 보고 기절초풍할 정도로 안보충격을 받았으므로, 머지않아 정상회담을 황급히 제의해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그처럼 긴급히 제의해온 정상회담을 수락하였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폴공화국에서 역사적인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미정상회담 이후 백악관은 오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동시적-등가적-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원칙을 외면하고 대조선제재에 집요하게 매달린 것이다. 그래서 조선은 ‘징벌의 채찍’을 들고 미국의 조미협상제의를 계속 거부해오면서 급기야 ‘병진로선’을 재고할 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언사까지 꺼내든 것이다. 이것은 ‘징벌의 채찍’을 쳐든 조선이 생떼질을 하는 미국을 밑모를 수렁 속에 깊이 빠뜨렸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졌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서두를 게 없다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수렁에 빠진 ‘제국의 위신’을 세워보고 싶으면, 수렁에 빠진 모습을 감추면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게 아니라, 백악관의 오판으로 중단된 조미협상을 되살릴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조선에 대한 악담패설에 능한 존 볼턴(John R.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 있는 알렉산더 해밀턴 협회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지금 미국은 북조선과 까다로운 과정에 진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의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고,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 끝장을 보기로 단단히 결심했다면 다행한 일이지만, 조선이 ‘병진로선’을 재고하기 전에 미국이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 파국이냐 협상이냐 하는 밑모를 수렁에 깊이 빠져버린 것도 모르고, 여전히 대조선적대정책에 매달려 기회를 놓쳐버리는 전략적 오판에서 한시바삐 벗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래야 중단된 조미협상을 진전궤도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 백악관이 파국과 협상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간은 촉박하다. 조미관계의 시간은 백악관의 편에서 흘러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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