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27

오리무중에 빠진 미국의 전쟁전략, 막판승부만 남은 조미핵대결 

[한호석의 개벽예감](255)
자주시보 2017년 06월 26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공중타격수단 645대 집결시킨 미국의 핵공격위협
2. 미국의 전쟁전략은 실속 없는 허세전략일 뿐이다
3. 다섯 가지 참담한 곤경들과 한 가지 치명적 위험
4. 룡성구역에서 초소형 로켓엔진이 불줄기 뿜은 사연
5. 오늘의 조미핵대결은 55년 전의 미러핵대결과 어떻게 다른가?

▲ <사진 1> 1966년 11월 2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시작된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은 1968년 1월 23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1969년 4월 15일 EC-121 격추사건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위쪽 사진은 푸에블로호 함장과 승조원 82명이 포로신세가 되어 원산항에 도착한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조선인민군 공군 미그-21 추격기 2대의 공격을 받고 동해 상공에서 격추되어 탑승자 31명 전원이 몰살당한 미국 해군 소속 첩보기 EC-12의 비행모습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1. 공중타격수단 645대 집결시킨 미국의 핵공격위협

1966년 11월 2일 조선인민군이 군사분계선 서부전선에서 미국군을 습격하여 6명을 사살하였다. 이 습격은 1960년대 후반 조선인민군이 끊임없이 지속하였던 기습공격의 시작이었다. 만일 지금 조선인민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미국군 6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있었다면, 미국은 조선을 침공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생난리를 치겠지만, 당시에는 미국군 6명이 사살당한 참사가 일어났는데도 미국은 무슨 약점이 잡혔는지 그냥 어물어물 넘어가고 말았다. 미국의 약점을 간파한 조선인민군은 더욱 드센 기습공격을 들이대었다. 군사분계선에서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1967년 한 해 동안 미국군 16명이 사망하였고, 51명이 부상당했다.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은 1968년 1월 23일 조선인민군 해군 소속 어뢰정 3척과 공군 소속 미그-21 추격기 2대가 원산 앞바다에서 조선을 정탐하던 미국 해군 소속 첩보선 푸에블로호(USS Pueblo)를 나포하는 사건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그와 더불어, 조선인민군 특수부대 전투원 31명이 1968년 1월 21일 서부전선 경계망을 뚫고 서울 한 복판까지 침투하여 청와대 습격을 기도하였으며, 같은 해 10월 30일에는 동해 해상경계망을 뚫고 남하한 조선인민군 특수부대 전투원 120명이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에 각각 기습상륙하여 두 달 동안 교전을 벌였다. 1969년 4월 15일에는 조선인민군 공군 소속 미그-21 추격기 2대가 동해 상공에 나타난 미국 해군 소속 EC-121 첩보기를 격추하여 탑승자 31명 전원을 몰살시켰다. <사진 1>

1966년부터 1969년까지 계속된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은 미국군에게 커다란 인명손실을 안겨주었고, 그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그 기간 동안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미국군 75명이 사망하였고, 111명이 부상당했다. 아래의 통계자료는 당시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이 얼마나 격렬하였는지 말해준다.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이 푸에블로호 나포로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미국은 조선을 무력으로 굴복시켜 자기들이 당한 사상 최대의 치욕을 씻어보려고 하였다. 격노한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단일군사작전으로는 가장 방대한 규모의 무력을 한반도에 집결시켰다. 이를테면, 당시 조선침공을 노린 미국 해군의 ‘포메이션 스타 작전 (Operation Formation Star)’에는 엔터프라이즈함(USS Enterprise), 타이컨더로가함(USS Ticonderoga), 코럴씨함(USS Coral Sea), 레인저함(USS Ranger), 요크타운함(USS Yorktown) 등 항공모함 5척과 강습상륙함 키어싸지함(USS Kearsarge)을 주축으로 하여 순양함 10척, 구축함 13척, 보급함 6척 등 총 35척으로 편성된 어마어마한 해상무력이 출동하였다. 항공모함 5척과 강습상륙함 1척에 실린 각종 함재기는 총 445대나 되었다. 동해에 몰려든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공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당시 조선침공을 노린 미국 공군의 ‘컴뱃 팍스 작전 (Operation Combat Fox)’에는 일본 후주(府中)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공군 전투비행대 소속 전폭기 20대, 미국 본토 노스캐롤라이나주 쎄이무어존슨공군기지(Seymour Johnson AFB)에 주둔하는 제4전술비행단 소속 전폭기 72대, 일본 오끼나와 가데나(嘉手納)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18전술비행단 소속 전폭기 36대, 오끼나와 나하(那覇)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64요격기대대와 제82요격기대대 소속 요격기 48대, 미국 본토 워싱턴주 맥코드공군기지(McChord AFB)에 주둔하는 제318요격기대대 소속 요격기 24대가 출동하였다. 이 전폭기들과 요격기들은 오산공군기지, 군산공군기지, 수원공군기지, 김포공군기지, 광주공군기지에 분산배치되어 출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미국은 조선을 침공하기 위해 전폭기 128대, 요격기 72대, 함재기 445대를 포함하여 무려 645대나 되는 어마어마한 공중무력을 집결시켰던 것이다.

▲ <사진 2>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이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으로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미국은 선제핵타격으로 조선을 위협하였는데, 그 때 동원된 공중핵타격수단이 F-4D 전폭기다. 이 전폭기에는 전술핵탄 2발을 탑재할 수 있었다. 당시 미국은 F-4D 전폭기 128대를 동원한 선제핵타격으로 조선을 위협하였고, 주한미국군기지 핵무기고에는 각종 전술핵탄 950발이 쌓여 있었다. 위의 사진은 미국 공군이 퇴역시킨 각종 전투기들을 내다버리는 애리조나주 사막의 폐기장에 F-4D 전폭기들이 줄지어 놓여 있는 모습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런데 위에 열거한 미국의 공중무력에서 주목되는 것은, 공중전에 사용되는 요격기(interceptor)보다 공중전과 폭격에 모두 사용되는 전폭기(fighter bomber)가 훨씬 더 많이 출동하였다는 점이다. 당시 미국 공군이 운용하던 F-4D 전폭기는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었는데, 1967년 당시 주한미국군기지 핵무기고에는 각종 전술핵탄 950발이 쌓여 있었다. 만일 전술핵폭탄을 2발씩 탑재한 F-4D 전폭기 128대가 출격하여, 조선의 전략거점들에 전술핵폭탄 256발을 모두 투하하였더라면, 조선은 다시 일어서기 힘든 핵참화를 입었을지 모른다. <사진 2>

당시 미국군의 공중공격을 막아낼 조선인민군의 방공무력은 사거리가 21km인 100mm 견인식 고사포, 사거리가 10km인 85mm 견인식 고사포, 사거리가 8.5km인 37mm 견인식 고사포밖에 없었다. 이 3종의 고사포들은 수동식으로 조작하는 방공무기들이었다. 조선이 사거리가 76km인 지대공미사일 번개-1 시제품을 만든 때는 1968년 10월 28일이었으니, 그 지대공미사일은 1969년 후반에 가서야 실전배치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이 주한미국군 핵무기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B43 전술핵폭탄과 B57 전술핵폭탄은 초음속으로 낙하돌진비행을 하는 핵폭탄들이었으므로, 조선인민군의 수동식 고사포로 미국군의 전술핵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또한 당시 미국은 W25 공중발사핵탄도 실전배치하였는데, 사거리가 9.7km이고 비행속도가 마하 3.3인 그 공중발사핵탄을 조선인민군의 수동식 고사포로 막아내는 것은 더구나 불가능하였다. 당시 조선의 공군력은 645대가 넘는 각종 기종을 총동원한 미국의 공중무력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당시 조선에게는 미국의 공중핵타격을 막아낼 방어수단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대 후반기에 미국은 역량상 대비가 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인 각종 공중핵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조선을 무지막지하게 위협하였다. 미국의 핵위협에 직면한 조선에게 세계 각국의 걱정스러운 눈길이 쏠렸다. 정세는 극도로 긴장되었다.

▲ <사진 3> 이 사진은 조선에서 발행된 우표인데,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전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완성하자!"는 전투적 구호가 들어있다. 군인들만이 아니라 인민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우표에 그런 구호가 들어간 것은, 조선인민군이 자기의 독창적인 전법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말해준다. 비록 무기가 열세이고 수량적으로 부족해도, 강한 정신무장을 갖추고, 자기 전법에 능통하면 아무리 강대한 적이라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특유의 전쟁관을 체험적으로 믿게 되기까지 조선은 험난한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하였다.     © 자주시보


2. 미국의 전쟁전략은 실속 없는 허세전략일 뿐이다

그런데 뜻밖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역량대비가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공중핵타격수단을 동원한 미국의 핵전쟁위협 앞에서 조선인민군은 물러서거나 위축되기는커녕 되레 미국군에게 연속공격을 더욱 드세게 들이대었다. “덤빌 테면 덤벼라”는 식이었다. 당시 전투수단이 절대적으로 열세였던 조선인민군은 도대체 무엇을 믿었기에 그토록 격렬한 연속공격으로 미국군에게 엄청난 인명손실을 안겨주며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것일까? 전술핵폭탄을 탑재한 미국 공군 전폭기들의 선제핵타격위험을 조선인민군이 알지 못해서 미국군에게 겁도 없이 연속공격을 들이댄 것일까? 그런 건 아니었다. 당시 조선은 미국 공군 전폭기에 전술핵폭탄이 탑재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주한미국군 핵무기고에 각종 전술핵탄들이 무드기 쌓여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 문제는 조선의 시각에서 이렇게 설명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조선의 전쟁관은 미국의 전쟁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세한 무기만 있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단순무지한 전쟁관이라면, 우세한 정신무장과 우세한 전법을 가지면 비록 무기가 열세라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조선의 유별난 전쟁관이다. 정신무장은 전쟁목적에 대응하는 개념이고, 전법은 전쟁방법에 대응하는 개념이고, 무기는 전쟁수단에 대응하는 개념인데, 조선인민군은 그 세 가지 요인들 가운데 제1요인과 제2요인에서 미국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세하므로 제3요인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비록 무기가 열세이고 수량적으로 부족해도, 강한 정신무장을 갖추고, 자기 전법에 능통하면 아무리 강대한 적이라도 능히 이길 수 있다는 특유의 전쟁관을 체험적으로 믿게 되기까지 조선은 험난한 고비를 수없이 넘어야 하였다. 일제식민지시기 항일전쟁에서, 건국 초기 6.25전쟁에서 그렇게 싸워 두 강적들을 이길 수 있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조선의 특이한 전쟁관을 성립시킨 피어린 체험이었다. <사진 3>

그렇다면 이번에는 정반대쪽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역량대비가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공중핵타격수단들을 동원하여 조선을 침공하려던 미국군은 왜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수치스럽게 물러났을까? 일반상식으로 풀기 힘든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1960년대 후반 국제정세와 그에 연동된 미국의 전쟁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5년 3월 8일 미국군 해병대 3,500명이 베트남에 상륙하였다. 이 상륙은 미국 지상군이 베트남전선에 처음으로 파병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그 날부터 8개월 동안 베트남전쟁에 지상군을 계속 증파하여 1965년 12월말 200,000명으로 대폭 증강되었다. 미국은 200,000명으로 증강된 대병력과 압도적으로 우세한 공중무력으로 1966년 성탄절 이전에 베트남전쟁을 끝낼 수 있으리라고 타산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치명적인 오산이었다. 미국은 1966년 성탄절 이전에 전쟁을 끝내기는커녕 전쟁의 수렁에 더 깊이 빠지고 말았다. 1969년 상반기 6개월 동안만 해도, 베트남전쟁에서 미국군 4,500명이 사망하였다.
 
미국은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1969년 1월 20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갓 임명된, 전쟁광으로 악명 높은 헨리 키씬저(Henry A. Kissinger)가 고안해냈다는 ‘광기전략’이야말로 그런 광기 어린 몸부림이었다. 소련을 압박하면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한 키씬저는 공중핵타격수단을 동원하여 광란적으로 협박하면 소련이 겁을 먹고 베트남전쟁을 끝낼 것으로 어리석게 타산하였다. 전쟁전략에 대해 무지몽매한 리처드 닉슨(Richard M. Nixon) 당시 미국 대통령은 키씬저의 말만 듣고 소련을 위협하는 핵광기를 부렸는데, 1969년 10월 27일부터 ‘자이언트 랜스 작전(Operation Giant Lance)’이라는 작전명으로 감행한 대소핵타격위협이 그것이다. 미국 공군 제92전략항공우주비행단 소속 B-52 장거리전략폭격기 18대가 전략핵폭탄을 가득 싣고 소련군 방공레이더망에 일부러 포착되도록 북극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장시간 비행하는 핵무력시위였다. 하지만 전쟁광의 저급한 지능으로는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방도를 찾지 못했다. 대소핵타격위협이 아무런 실효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닉슨은 작전개시 나흘 만에 ‘자이언트 랜스 작전’을 취소하고 말았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1967년 10월 27일 출격명령을 받은 미국 공군 제92전략항공우주비행단 소속 B-52 장거리전략폭격기가 이륙하는 장면이다. 소련을 압박하면 베트남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한 헨리 키씬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쟁전략에 대해 무지몽매한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소련을 위협하는 '자이언트 랜스 작전'을 감행하도록 건의하였다. 그 작전명령에 따라 전략핵폭탄을 가득 실은 B-52 전략폭격기 18대가 소련군 방공레이더망에 일부러 포착되도록 북극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장시간 비행하는 핵무력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그런 핵타격위협이 아무런 실효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닉슨은 작전개시 나흘 만에 그 작전을 취소하고 말았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이런 사실들을 살펴보면, 미국이 베트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제2전쟁을 일으키기는커녕 베트남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미국에게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은 고사하고 한 개의 전쟁에서도 이길 힘이 없었다. 이것은 미국이 걸핏하면 꺼내들곤 하였던 이른바 ‘두 개의 전쟁전략(two-war strategy)’이 사실은 속이 빈 허세전략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해주었다. 베트남에서 전면전을 벌이면서 동시에 한반도에서도 전면전을 할 수 있다던 미국의 ‘두 개의 전쟁전략’은 애초부터 허세를 부리는 기만술책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기에 있었던 조선인민군의 기습공격과 미국 항모타격단 철수는 미국의 ‘두 개의 전쟁전략’이 허세전략이었음을 세상에 드러내주었다.

그로부터 세월은 멀리 흘렀다. 미국의 군사력은 ‘두 개의 전쟁전략’을 꺼내들고 허세도 부릴 수 없을 만큼 더 약화되었다. <뉴욕타임스> 2009년 3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이라는 두 개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미국은 ‘두 개의 전쟁전략’을 공식적으로 재고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고 하였으며, <워싱턴자유횃불> 2015년 2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냉전시기부터 견지해온 ‘두 개의 전쟁전략’을 폐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하였다.

미국의 군사력이 ‘두 개의 전쟁전략’을 꺼내들고 허세를 부릴 수 없을 만큼 약화되었다는 말은 미국이 전쟁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미국은 어느 한 지역에서 “대규모 지역전투(major regional conflict)”를 벌이면서,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도전을 “망쳐놓는(spoil)” 전쟁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는데, 그런 믿음에 기초하여 성립된 새로운 전쟁전략이 이른바 ‘원-플러스 전략(one-plus strategy)’이다. 2012년 1월 5일 리언 패네타(Leon E. Panetta)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원-플러스 전략’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이 발표한 ‘원-플러스 전략’에서 전면전이라는 일반개념을 쓰지 않고, 대규모 지역전투라는 좀 생소하게 들리는 특수개념을 쓴 것은, 2003년부터 계속되는 이라크전쟁과 2001년부터 계속되는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염두에 둔 어법이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은 미국의 지상군이 적국의 정규군과 격렬하게 벌이는 고강도 전면전이 아니라, 비정규군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테러집단과 싸우는 저강도 지역전투인 것이다. 또한 미국의 ‘원-플러스 전략’에서 말하는, 다른 지역에서의 도전이란 조선의 핵무력 증강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원-플러스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고전하면서도, 다른 한편 조선이 핵무력을 증강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하는 것이다.

▲ <사진 5> 이 사진은 2006년 이라크 안트바르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부상당한 미국군 병사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이다. 2016년 6월 29일 현재 이라크전쟁에서 미국군 4,424명이 사망하였고, 31,952명이 부상당했으며, 미국 민간인 245명이 사망하였다. 다른 한편, 2016년 10월 18일 현재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미국군 2,386명이 사망하였고, 20,049명이 부상당했으며, 미국 민간인 1,173명이 사망하였다. 또한 미국은 그 두 전쟁에 2조1,311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쏟아 부었는데도 전쟁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 자주시보,


3. 네 가지 참담한 곤경들과 한 가지 치명적 위험

미국 국방장관이 2012년 1월 5일 ‘원-플러스 전략’을 발표한 때로부터 5년 반 세월이 흘렀다. 지난 5년 6개월 동안 미국의 ‘원-플러스 전략’은 제대로 작동되었을까? 오늘 한반도정세와 국제정세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의 ‘원-플러스 전략’이 제대로 작동되기는커녕, 미국은 그 전략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곤경과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2012년 1월 이후 미국이 겪는 네 가지 참담한 곤경들과 한 가지 치명적 위험을 열거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의 깊은 수렁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전문 웹싸이트 <더 밸런스(The Balance)> 2017년 6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이라크전쟁에 쏟아 부은 전쟁비용은 무려 1조609억 달러에 이르고, 2001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쏟아 부은 전쟁비용은 무려 1조70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고강도 전면전도 아닌 대규모 지역전투에 그처럼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쏟아 붓는 통에 미국의 국가재정파탄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미국은 두 개의 깊은 수렁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안에 그 두 전쟁이 끝나는 것은 여전히 난망하니, 이것이야말로 참담한 곤경이 아니면 무엇인가. <사진 5>

둘째,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 시리아를 굴복시켜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켜주려던 미국의 중동전략이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외신을 인용한 <뉴시스> 2016년 1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하싼 로우하니(Hassan Rouhani) 이란이슬람공화국 대통령은 핵추진잠수함에 설치할 소형 가압경수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보고서를 석 달 안에 제출하도록 원자력청장에게 지시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의 핵개발저지선을 정면에서 돌파한 이란이 마침내 핵추진잠수함 개발사업에 착수하였음을 말해준다. 핵추진잠수함에 설치할 가압경수로를 만들려면, 경수로의 연료로 사용될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해야 한다. 2017년 1월 28일 이란원자력청은 IR-8 차세대 원심분리기에 육불화우라늄(UF6)가스를 주입했다고 밝혔다. 원심분리기에 육불화우라늄가스를 주입하면, 우라늄농축공정이 시작되고 고농축 우라늄을 얻어낼 수 있다.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해보려고 온갖 술책을 총동원하였던 미국은 참담한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다른 한편, 시리아전쟁에서는 시리아정부군이 러시아군, 이란군, 헤즈볼라군, 시아파 민병대의 군사지원을 받으며 반란군을 속속 제압하고 있다. 2017년 5월 4일 러시아, 이란, 터키는 시리아평화협상 4차회담에서 시리아 영토에 안전지대를 창설하는 의정서를 채택하였다. 친미반란군을 육성, 지원, 사촉하여 시리아내전을 일으켰고, 그것을 시리아전쟁으로 확전, 격화시켜 시리아정부를 전복하려던 미국은 시리아평화협상에서 제외되는 ‘왕따’를 당하고 있다. 다급해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인 백린탄을 마구 쏘아대고, 시리아군 전투기를 공중에서 격추하고, 공습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공습확대는 오폭에 의한 민간인 사상자만 더 늘어나게 하였다. <아전스 프랑스 프레쓰(Agence France-Presse)> 2017년 6월 2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추종국들의 오폭으로 지난 한 달 동안 민간인 47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만이 아니라 시리아전쟁에서도 참담한 곤경에 빠졌다.

셋째,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2016년 5월 4일 쎄르게이 쇼이구(Sergey K. Shoygu)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미국군과 대치하는 러시아 서부국경지대에 주둔할 2개 사단, 남부국경지대에 주둔할 1개 사단을 새로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 6월 21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러시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현재 서부군관구에 군사기지 약 40개소가 건설되고 있는데, 올해 연말까지 서부군관구에 새로운 군사기지 약 20개소를 더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미 2016년 10월부터 본토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가 장착되는 초정밀타격 전술탄도미사일 아이스캔더(Iskander)-M을 전진배치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SSC-X-8로 무장한 2개 미사일대대를 2016년에 배치하였다. 이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대폭 확장하여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미국에게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러시아의 강력한 도전이며, 그런 도전으로 미국의 유럽전략에 큰 파열구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군사정세변화다. 미국은 중동에서는 물론 유럽에서도 참담한 곤경에 빠졌다. <사진 6>

▲ <사진 6> 미국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본토에서 서쪽으로 멀리 떨어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가 장착되는 초정밀타격 전술탄도미사일 아이스캔더-M을 전전배치하였다. 그로써 러시아는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목에 비수를 겨누게 된 셈이다. 위의 사진은 아이스캔더-M을 4축8륜 자행발사대차에 탑재하는 장면이다. 그 자행발사대차는 아이스캔더-M 2발을 탑재할 수 있다. 그런데 미사일을 기중기로 들어올리는 동안 양쪽에서 병사들이 밧줄로 잡아당기면서 힘들게 탑재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발사준비공정은 아직 자동화되지 못해 수동식으로 작동된다. 저런 식으로 미사일발사를 준비하면 30분이나 소비할 것이다. 그와 달리, 조선이 2017년 5월 29일 원산 인근 갈마호텔 경내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초정밀탄도미사일은 발사준비공정이 고도로 자동화되어 자행발사대차가 사격위치에 도착하면 5분만에 발사준비를 끝낼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넷째, 미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 해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였고,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등 40여 대를 동중국해를 넘어 서태평양까지 출동시켜 대규모 비행훈련을 하였다. 또한 중국은 남중국해의 전략거점으로 떠오른 시사(西沙)군도에 군항, 헬기이착륙장, 헬기격납고, 군용 활주로, 전투기격납고, 지대공미사일 포대 등 전초기지 20개를 건설하였다. 그와 더불어, 중국은 67,000톤급 랴오닝(遼寧)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항모전단을 수시로 그 두 해역에 보내고 있다. 이것은 중국의 대양진출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저지하려던 미국의 서태평양전략에 큰 파열구가 생겼음을 보여주는 군사정세변화다. 미국은 중동과 유럽은 물론이고 서태평양에서도 참담한 곤경에 빠졌다.

다섯째, 미국은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당하지 못해 국가안보가 통째로 파탄당할 치명적 위험에 빠지고 말았다.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요인들 가운데 첫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의 요인들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파탄시킬 만한 치명적 위험은 아니고 참담한 곤경들이지만, 다섯 번째 요인으로 서술한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통째로 파탄시킬 치명적 위험이다.

위에 열거한 정세변화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원-플러스 전략’이 지난 5년 6개월 동안 차츰 무력화되다 못해 이제는 아예 실종되고 말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미국은 쓸 만한 전쟁전략을 하나도 갖지 못한 암울한 처지에 놓였다. 국방예산자동삭감조치가 해마다 거듭되어 무기 중심의 군사력이 약화되고 있는 판에 전쟁전략마저 오리무중 실종되었으니, 미국군 전투준비태세는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미국군 전투준비태세가 오죽 엉망이었으면, 지난 6월 12일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미국 국방장관이 “나는 우리 군대의 전투준비태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지난 몇 해 동안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개탄하였겠는가!

▲ 북의 소형 엔진시험, 이 화면은 kbs, ytn 등 우리 언론들이 북이 최근 진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2, 3단 추정 엔진시험을 했다는 보도의 자료화면으로 공개한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70일 전투 구호가 붙은 것을 보니 지난해 2016년 했던 시험으로 보이며 엔진 시험 구조물이 대출력 엔진 시험 구조물보다 작고 간단히 만든 것으로 보아 작은 엔진으로 추정된다. 불꽃이 길게 뻗어내리지 않고 뭉툭하게 모아지는 형태인 것으로 보아 특별한 목적을 지닌 엔진으로 보이며 불꽃 색이나 둥그런 붓끝처럼 모아지는 형태 등을 보았을 때 액체연료로켓으로 추정된다.      ©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4. 룡성구역에서 초소형 로켓엔진이 불줄기 뿜은 사연

2017년 6월 24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MSNBC> 대담에 출연한 마이클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북조선에 관해 (내게) 묻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묻는다. 국가안보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의 머릿속은 북조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계속 얻어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근황을 팜페오 국장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선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언제 단행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발사 후 33분 만이면 워싱턴 상공에 도달할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불시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시험발사의 날, 미국의 국가안보가 파탄되고 말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처럼 날마다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팜페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질겁할 충격적인 소식을 가지고 그에게로 달려갔다. 미국 연방정부 관리 두 사람이 전해준 소식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 2017년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조선이 “이전에도 로켓엔진시험을 진행하곤 하였던 윤성시에서(in the city of Yun Song)”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사용될 로켓엔진시험을 진행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은 이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적이 있으므로, 지상분출시험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 질겁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

그런데 조선에는 윤성이라는 도시가 없다. 조선지리를 모르는 미국 연방정부 관리들이 착오로 도시명칭을 잘못 알려준 게 분명한데, 미국에서 용성으로 잘못 발음하는 룡성을 윤성으로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룡성은 도시명칭이 아니라 평양의 행정구역명칭이다.

평양 최북단에 있는 룡성구역에는 각종 신형 무기들을 연구개발하는 약 50개의 연구소들로 이루어진 제2자연과학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에 가끔 나오는 ‘산음동미사일연구소’다. 보안이 철저해서 외부에서는 그 연구소의 공식명칭을 알지 못하므로, ‘산음동미사일연구소’라는 자의적 명칭이 널리 퍼졌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그늘 진 곳이라서 산음동이라는 지명이 생겨났다. <사진 7>

▲ <사진 7> 이 사진은 미국의 위성사진분석가가 조선의 '산음동미사일연구소'라고 지목한 곳을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그 연구소의 일부만 나타났다.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글로벌 씨큐리티>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미국 국가항공우주국(NASA) 산하 연구단지와 미국 공군 산하 아널드공학개발연구단지에 맞먹는 방대하고 현대적인 시설들이 집결된 연구기관이라고 한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로 그 '산음동미사일연구소'의 로켓엔진시험장에서 지난 6월 21일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로켓엔진은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조종전투부(탄두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액체로켓엔진이다. 완성된 조종전투부를 대륙간탄도미사일 본체에 조립하기 직전에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정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미국의 군사전문 웹싸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나온 자료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연구소’는 마셜우주비행쎈터, 랭리연구소, 글렌연구소, 에이미스연구소 등이 집결된 미국 국가항공우주국(NASA) 연구단지와 미국 공군 산하 아널드공학개발연구단지에 “맞먹는(identical)” 방대하고 현대적인 시설들이 집결된 연구기관이라고 하는데, 각종 시험장들, 각종 연구개발시설들 및 생산시설들이 갖춰져 있다고 한다. 미국 국가항공우주국은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데, 조선의 미사일연구소가 그런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팍스 뉴스(Fox News)> 보도에 따르면, ‘산음동미사일연구소’의 로켓엔진시험장에서 지난 6월 21일 지상분출시험이 진행되었다. 미국 연방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한 <로이터통신> 2017년 6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6월 21일 조선이 지상분출시험에 사용한 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엔진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추진체(the smallest stage for an ICBM rocket engine)”에 들어갈 로켓엔진이라고 한다. 가장 작은 추진체에 들어갈 로켓엔진은 무엇일까? 한국 언론매체들은 <로이터통신>의 보도내용을 전하면서, 조선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제3단 추진체에 들어가는 소형 로켓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들어가는 여러 개 로켓엔진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로켓엔진은 제3단 추진체 로켓엔진이 아니다. 물론 제3단 추진체 로켓엔진도 크기가 작지만, 그보다 더 작은 초소형 로켓엔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조종전투부(탄두부)에 들어있다. 그것은 말기유도추진체(post-boost vehicle)에 들어가는 초소형 로켓엔진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1단, 2단, 3단을 차례로 연소시키며 날아가 추력비행을 끝내는 순간, 조종전투부가 제3단 추진체에서 자동으로 분리되는데, 그 때 조종전투부 안에 있는 초소형 액체로켓엔진이 점화되어 마지막 추력비행을 하게 된다.

지난 6월 21일 조선은 조종전투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액체로켓엔진을 시험하였다. 고도의 미사일공학기술을 가진 조선이 제3단 추진체에 들어가는 소형 로켓엔진을 만드는 것은 누워서 떡먹기처럼 쉽지만, 매우 예민한 전자장비들이 들어찬 조종전투부에 들어가는 초소형 로켓엔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고체로켓엔진설계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액체로켓엔진설계는 매우 복잡한데,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로켓엔진들은 모두 고체로켓엔진들이지만, 유독 그 초소형 로켓엔진만은 액체로켓엔진이다.
두 개의 액체연료통과 한 개의 연소실 및 분사구, 그리고 모세혈관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도관들과 펌프들로 구성된 초소형 로켓엔진은 모의 핵탄두 여러 발이 들어간 각개발사식 재돌입체(MIRV)와 미사일유도장치를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제품들에 연결되는 것이다.

조선이 그런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완성된 조종전투부를 대륙간탄도미사일 본체에 조립하기 직전에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정이다. 그러므로 이 글이 <자주시보>에 실리는 6월 26일에는 조선이 조종전투부를 대륙간탄도미사일 본체에 연결하는 최종조립작업까지 모두 끝마쳤을 것으로 예견된다. 최종조립작업이 끝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8축16륜 자행발사대차에 탑재된 거대한 원통형 발사관에 들어가게 된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진행되는 것은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마침내 발사대기상태에 들어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대기상태에 들어간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백악관에 넌지시 알려주어 그들을 더 큰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 조선은 초소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실내시험장에서 진행할 수 있었는데도, 미국 정찰위성이 내려다보는 야외시험장에서 일부러 진행한 것이다.


5. 오늘의 조미핵대결은 55년 전의 미러핵대결과 어떻게 다른가?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대기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팜페오 국장의 정보보고를 듣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자기 머리 위에서 째깍째깍 울리는 시한폭탄 초침소리를 듣는 것 같은 긴장과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미상불 조선의 전략적 핵압박공세는 미국이 국가안보파탄으로 망하는가 아니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살아남는가 하는 마지막 결정을 내릴 때까지 백악관의 숨통을 사정없이 조이고 있다.

백악관이 숨통이 조이는 것 같은 위협을 받으며 불안과 공포에 떨었던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1962년 10월 16일부터 28일까지 쿠바미사일위기가 일어났을 때, 백악관은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쿠바미사일위기라고 부르고, 조선과 러시아에서는 까리브해위기라고 부른다. 쿠바미사일위기는 20세기 최대의 핵전쟁위기로 세계사에 기록되었다. 백악관이 생겨난 이래 처음으로 치명적인 위협을 받았던 55년 전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렇다.

1961년 4월 쿠바혁명정부를 무력으로 전복시키기 위해 미국 중앙정보국이 쿠바에 상륙시킨 ‘2506여단’은 제압당했지만, 쿠바는 미국의 무력침공이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있었다. 출범한지 3년밖에 되지 않는 쿠바혁명정부가 미국의 무력침공을 막아낼 방도는 소련의 핵억제력에 의지하는 것뿐이었다. 쿠바혁명의 영원한 별로 추앙받는 에르네스또 체 게바라(Ernesto Che Guevara)는 “혁명전쟁이 일어나면, 승리하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다. 제국주의침략에서 쿠바 같은 약소국을 해방시키려면 핵전쟁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8>

▲ <사진 8> 이 사진은 1962년 10월 23일 미국의 고고도정찰기가 쿠바의 싼 크리스또발에 있는 소련의 미사일기지를 촬영한 정찰사진이다. 미사일발사대 옆에 미사일을 임시로 보관하는 천막이 보이고, 그 주변에 미사일연료주입차량, 산화제주입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20세기 최대의 핵전쟁위험으로 세계사에 남은 쿠바미사일위기 당시 소련이 쿠바에 배치한 핵탄미사일은 모두 9발이었는데,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3대 도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국가안보가 치명적인 핵위협으로 파탄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55년 전 소련은 미국과의 핵전쟁을 두려워해서 쿠바에 배치한 핵탄미사일 9발을 불과 18일 만에 철수하고 말았지만, 미국과 핵전쟁도 불사한다고 선포한 조선은 미국과의 핵대결에서 이길 때까지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조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대기상태에 놓고, 백악관이 굴복할 때까지 그 숨통을 계속 조이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최대의 핵대결로 세계사에 남을 조미핵대결은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조기에 종식될 것이고, 그로써 21세기 최대 사변으로 세계사에 남을 한반도의 통일이 실현될 것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그리하여 1962년 9월 8일과 16일 소련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R-12 6발과 중거리탄도미사일 R-14 3발이 쿠바에 반입되었다. 2.3메가톤급 열핵탄두를 장착한 R-12의 사거리는 2,000km였고, 2메가톤급 열핵탄두를 장착한 R-14의 사거리는 4,500km였다. 당시 소련의 핵탄미사일 지하발사거점들이 있었던 쿠바 중북부에서 워싱턴까지 거리는 약 2,000km, 뉴욕까지 거리는 약 2,100km, 시카고까지 거리는 약 2,200km, 로스앤젤레스까지 거리는 약 3,800km이므로,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핵탄미사일 9발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과 3대 도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되었다. 이것은 미국의 국가안보가 치명적인 핵위협으로 파탄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소련의 핵탄미사일 9발이 쿠바에 배치되자, 백악관은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혀 전율하였고, 미국은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벼랑끝에 떠밀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55년이 지난 오늘 조선은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능력을 완성하였다. 55년 전 쿠바에 배치된 소련의 핵무기들은 미국의 쿠바침공을 저지하는 전쟁억제수단이었지만, 오늘 조선이 보유한 핵무기들은 미국 본토를 초토화할 전략타격수단이다. 55년 전 소련의 핵탄미사일 9발은 백악관의 숨통을 불과 18일밖에 조이지 못하고 곧바로 철수되었지만, 오늘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은 백악관이 굴복할 때까지 그 숨통을 계속 조이고 있다. 55년 전에는 미국과의 핵전쟁을 두려워한 소련이 쿠바에 배치한 핵탄미사일을 불과 18일 만에 철수하고 말았지만, 오늘 조선은 미국과의 핵대결에서 이길 때까지 전략적 핵압박공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금 미국은 조선의 비핵화를 말하고,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말하지만, 조선에게는 죄다 헛소리로 들린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은 55년 전 소련과의 핵대결보다 오늘 조선과의 핵대결에서 훨씬 더 심각한 국가안보파탄위험을 겪고 있으며, 훨씬 더 강도 높은 핵압박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미핵대결은 이제 막판승부만 남았다. 21세기의 최대 핵대결로 세계사에 남을 조미핵대결은 조선의 승리와 미국의 패배로 조기에 종식될 것이고, 그로써 21세기 최대 사변으로 세계사에 남을 한반도의 통일이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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