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미국은 사드기동군을 왜 괌에 긴급배치하였을까?
지난 1월 2일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제2방어선(Second Line of Defense)’에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실렸다.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거점인 괌(Guam)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기동군(THAAD Task Force) 탤런(Talon)의 야전지휘관 클라이드 카취레인(Clyde Cochrane) 중령과 취재기자가 전화통화로 진행한 대담기사다. 사드는 미국 육군이 운용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영어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고유명칭이다. 대담기사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정보를 알려준다.
첫째, 카취레인 중령이 지휘하는 1개 사드기동군의 병력은 약 205명인데,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Fort Bliss)육군기지에서 차출된 사드대대 알파 4(Alpha 4), 하와이주 힉컴(Hickam)공군기지에서 차출된 2개의 이동식 통신부대, 알래스카주 포트 웨인롸잇(Fort Wainwright)육군기지에서 차출된 제42헌병중대로 편성되었다. 사드기동군은 도로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 6대와 요격미사일 48기로 무장하였다.
둘째, 사드기동군은 지상에서 단독작전을 전개하지 않고,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대와 통합작전을 전개한다. 사드기동군과 이지스구축함대의 통합작전을 조절하는 것은 하와이주 힉컴공군기지에 주둔하는, 태평양전구(戰區)의 모든 공군무력과 미사일방어체계를 조절하는 제94육군항공 및 미사일방어사령부(AAMDC)와 제613항공우주작전센터(AOC)다. 이런 정보를 살펴보면, 사드체계는 육군의 사드기동군, 해군의 이지스구축함대, 공군의 미사일조기경보망이 단일작전역량으로 연동되는 육해공 3군통합작전체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사드기동군이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긴급배치된 때는 지난해 4월이다. 여기서 긴급배치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사드기동군을 괌에 배치하는 시간이 불과 두 주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공군협회 태평양지역토론회에 강연자로 출연한 호크 칼라일(Hawk Carlisle)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이전에는 사드기동군을 다른 지역에 배치하는 데 여섯 주나 걸렸지만, 2013년 4월에는 불과 두 주 만에 신속하게 배치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드기동군을 그처럼 긴급하게 해외기지에 배치할 수 있었던 요인은,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장비들은 수송기에 실어 신속하게 운반하였고, 나머지 크고 무거운 장비들은 수송선에 실어 운반한 것이다.
칼라일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사드기동군 긴급배치는 그처럼 장비수송기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드기동군을 이동배치하려는 지역에 대한 군사적, 자연지리적 사전평가를 실시하면서 그 지역의 작전환경에 맞게 설계된 사드기동군과 이지스구축함대의 통합작전에 관한 컴퓨터모의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비수송기간보다 사전평가를 실시하고 컴퓨터모의훈련을 실시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드기동군 이동배치에 관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결정이다. 다시 말해서, 사드기동군을 이동배치하기 위해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결정, 이동배치지역에 대한 사전평가와 컴퓨터모의훈련, 병력차출과 장비수송, 그리고 기지건설, 장비조립 및 설치로 이어지는 길고 복잡한 준비절차를 밟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드기동군을 괌에 이동배치하려면 준비기간이 최소한 4개월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사드기동군을 괌에 배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결정이 지난해 1월에 내려졌음을 알 수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사드기동군을 괌에 배치하는 결정을 왜 2013년 1월에 내렸던 것일까? 그들의 정치적 결정은 북이 2012년 4월 15일 군사행진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road-mobile ICBM) 화성-13호를 처음 공개한 것, 그리고 같은 해 12월 12일 위성운반로켓 은하-3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과 직접 연관된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와 3단형 위성운반로켓 은하-3호는 서로 다른 체계로 개발, 완성된 것인데도, 미국은 자기 적국인 북이 위성운반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우주개발사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미국은 북이 2012년 12월 12일에 위성운반로켓 은하-3호를 쏘아올린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고, 사드기동군을 괌에 배치하는 작업을 서둘렀던 것이다.
사드기동군이 괌에 배치되자, 미국 언론매체들은 괌의 지리적 위치로 봐서 그 섬에 배치된 사드기동군의 작전임무가 중국의 미사일공격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지만,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오보였다. 괌에 배치된 사드기동군의 야전지휘관 카취레인 중령은 괌에 배치된 자기 부대의 작전임무가 북의 미사일공격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위에 인용한 대담기사에서 명백히 지적하였다.
미국은 지난 9월 15일부터 23일까지 괌과 마리아나제도 일대에서 미국의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가 참가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라는 작전명의 대규모 실전연습을 미국군 단독으로 실시하였는데, 괌에 배치된 사드기동군 작전연습도 거기에 포함되었다. 괌의 사드기동군은 그 섬에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실전연습에 동원된 것이다.
미국의 사드기동군 대북전진배치로 남북미중 4각관계 요동친다
위에 서술한 정보들을 살펴보면, 미국이 왜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지, 그리고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한 사드기동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다. 이 문제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윤곽이 드러난다.
사드기동군을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한 것에 이어서 주한미군기지에도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드러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전략적 목표는 미국이 자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의 미사일공격위험에 대처하려는 것이다.
물론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될 사드기동군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현실을 배반한 공상이다. 명백하게도, 중국과 미국의 전면전 가능성은 영에 가깝고, 북과 미국의 전면전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따라서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될 사드기동군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가상적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수위에 이른 북미적대관계가 전면전으로 폭발하는 경우 북이 미국 본토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는 현실적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두 가지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지금 중국은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사드기동군을 배치하려는 것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것은, 사드기동군 배치로 중국을 자극, 위협하려고 하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자기와 적대관계에 있지 않은 중국을 자극, 위협하는 것은 중미관계를 해치게 되어 결국 미국에게 손해만 안겨줄 것이다. 중국과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는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사드기동군을 기어이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것은 북과 미국의 전쟁위험이 그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둘째, 중국은 미국의 사드기동군이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면, 한중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경고발언을 박근혜 정부에게 계속 보내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함으로써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위험에 대처하는 한편, 박근혜 정부의 친중(親中) 행보도 견제할 수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사드기동군의 대북전진배치로 북측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현실적 위험에 대비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국은 위성운반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실상 같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북이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리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동일하게 대응한다. 그래서 미국은 북이 1998년 8월 31일 동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운반로켓을 쏘아올리자 큰 충격을 받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2년에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관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1998년 8월과 2009년 4월에 북이 동해위성발사장에서 각각 발사한 위성운반로켓들은 모두 북극상공궤도를 타고 지구궤도에 진입하였다. 그런 까닭에 미국은 북극상공궤도를 타고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게 될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알래스카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각각 지상배치요격체(Ground-based Interceptors)를 배치했고, 2009년 6월에는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주에 사드기동군을 배치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지상배치요격체의 작전성능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작전배치하였겠는가.
미국의 작전구상은, 북이 미국 본토를 향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극상공궤도를 통과할 때 알래스카주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가 1차로 요격하고, 그것이 실패할 경우 캘리포니아주에 배치된 미사일방어체계가 2차로 요격한다는 2중요격구상인 것이다.
하지만 북과의 적대적 군사상황이 미국의 구상대로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북극상공궤도를 향해 2중요격망을 구축하였음을 간파한 북은 임의의 시각에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면서 북극상공궤도와는 정반대 방향에 있는 남극상공궤도를 향해 쏠 수 있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를 개발하여 작전배치하였다. 2012년 12월 12일 북이 쏘아올린 위성운반로켓 은하-3호가 바로 그 남극상공궤도를 타고 지구궤도에 진입하였는데, 그러한 상승비행궤적은 북이 전시에 발사하는 화성-13호가 남극상공궤도를 타고 미국 본토 상공으로 날아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제껏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극상공궤도를 타고 미국 본토에 날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고 있었던 미국은 북이 2012년에 화성-13호를 공개하고 은하-3호를 남극상공궤도로 쏘아올린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왜냐하면, 미국은 남극상공궤도를 타고 미국 본토로 날아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2013년 초에 부랴부랴 사드기동군을 괌에 긴급배치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괌은 북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남극상공궤도를 향해 날아가는 도중에 요격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둘째, 미국은 사드기동군을 괌에 배치한 것만으로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았다. 왜냐하면, 북의 전략군이 화성-13호를 임의의 지점에서,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방향으로 쏘는 경우 괌에 배치된 사드기동군이 그것을 요격할 시간이 매우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새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 태평양사령관은 지난 9월 25일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 뉴스(Bloomberg News)>와 진행한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이) 도로이동식 체계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우리가 그에 대처할 시간은 단축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우, 매우 조심스럽게 (화성-13호를) 감시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우려를 안겨주는 북의 미사일의 상승궤도(upward trajectory)를 감시하는 것이다.”
위의 발언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화성-13호가 솟구쳐오를 상승궤도를 집중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시에 북의 전략군이 화성-13호를 남극상공궤도를 향해 발사하면, 그 미사일은 한반도 상공에서 상승궤도를 타고 빠른 속도로 솟구치면서 필리핀해 상공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미국이 화성-13호를 1차로 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위치는 괌이 아니라 한반도다. 바로 그런 까닭에, 미국은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사드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사드기동군이 고고도미사일을 방어한다는 말만 듣고, 사드기동군이 낮은 고도에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할 것으로 추측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이지스구축함의 미사일요격고도는 250~500km이고, 지상배치요격체(GBI)의 미사일요격고도는 200km인데 비해, 사드기동군의 미사일요격고도는 40~150km다. 사드기동군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중에서 가장 낮은 요격고도를 노리는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의 작전구상은, 북의 전략군이 전시에 남극궤도상공을 향해 발사한 화성-13호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사드기동군이 상승궤도를 타고 올라가는 그 미사일을 1차로 요격하고, 이미 앤더슨공군기지에 배치해놓은 사드기동군이 지구궤도에 진입하기 직전의 그 미사일을 2차로 요격하는 2중요격구상인 것이다.
셋째, 앤더슨공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를 위성통신망으로 상호연계하는 사드기동군의 2중요격작전은 일본 요코스카해군기지에 배치한 이지스구축함대의 해상요격작전과 통합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은 이미 지난 2월 23일부터 닷새 동안 하와이주 오하우섬에서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통합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실전급 컴퓨터모의훈련을 실시하였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사드기동군은 미일 미사일방어통합체계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17일 미국 해군당국은 미사일방어작전에 동원되는 이지스구축함 두 척을 2017년 여름에 추가로 일본 가나가와(新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해군기지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해군기지에는 미사일방어작전에 동원되는 이지스구축함들이 이미 다섯 척이나 배치되어 대북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미사일조기경계작전에 동원되는 엑스밴드(X-Band)레이더(YPY-2 Radar)를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쓰가루(舞鶴)시에 있는 샤리키(車力)통신기지에 2006년에 이미 설치한 바 있는데, 지난 10월 21일 두 번째 엑스밴드레이더를 교토부(京都府) 교탄고(京丹後)시에 있는 주일미군 교가미사키(經ケ岬)통신기지에 설치한 것이다. 교가미사키통신기지는 샤리키통신기지로부터 서남쪽으로 737km 떨어진 곳에 있다. 두 통신기지의 방위각을 살펴보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의 감시공간이 북극상공궤도로 향하는 공역만이 아니라 남극상공궤도로 향하는 공역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드기동군 대북전진배치는 미국의 위험한 폭주
미국은 이미 2011년부터 사드기동군 대북전진배치를 위한 사전연습을 실시해오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0월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본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철수 육군미사일방어사령관의 답변을 통해 확인된다. 그는 미국군 미사일방어사령관이 지난 2011년에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 대북전쟁연습에 참가하여 사드기동군의 대북전진배치를 상정한 컴퓨터모의훈련을 실시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이미 2012년 4월, 6월, 12월에 미사일방어체계 다국적 훈련인 ‘님블 타이튼(Nimble Titan)’에 한국군을 비공개로 참가시켰다.
지난 5월 28일 <월스트릿저널>은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미국이 이미 부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지난 8월 21일 서울을 방문한 로벗 워크(Robert O. Work)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사드기동군의 대북전진배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지난 8월 31일 미국의 외교군사소식통은 <문화일보> 취재기자에게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우선적으로 배치할 지역으로 한국을 선정하였고, 사드기동군에게 필요한 엑스밴드레이더를 비롯한 핵심장비들을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 미국의 외교군사소식통은 <문화일보> 취재기자에게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우선적으로 배치할 지역으로 한국을 선정하였고, 사드기동군에게 필요한 엑스밴드레이더를 비롯한 핵심장비들을 미국에서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4일 미국 국방부 고위소식통은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전화통화로 대담하면서 미국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에 사드기동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30일 로벗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외교관계협의회(CFR)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사드기동군) 1개 포대가 북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괌에 배치돼 있다. 세계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문제에 관해 박근혜 정부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의 그런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10월 초 미국 국방부 고위소식통은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전화통화로 대담하면서 미국이 지난 2년 동안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문제를 다양한 급에서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집중검토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7일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가용수단이 제한되는데,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사드는 굉장히 방어범위가 넓어서 만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된다면 주한미군 자산 뿐 아니라 한국 방어에도 크게 기여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장관의 그런 발언은 허구다.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려는 목적은 한국을 북의 미사일공격으로부터 방어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상공을 넘어 남극상공궤도를 타고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사드기동군이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것이 한국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사드기동군 배치와 관련된 토지제공과 경비부담만 억지로 떠안게 될 것이며, 사드기동군 배치가 북미적대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바람에 안보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다.
8.15 해방 이후 근 70년에 이르는 한미관계사를 보면, 미국이 무슨 일을 하자고 한국에 요구하면 한국은 무조건 그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것이 한미관계의 불행한 현주소다.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겠다고 통보하면, 박근혜 정부는 그 통보를 수용해야 한다. 지난 10월 초 미국 국방부 고위소식통은 <동아일보> 취재기자와 전화통화로 대담하면서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논의가 거의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고 정치적 결정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정치적 결정이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사드기동군의 대북전진배치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문제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시각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이 글을 집필하고 있는 동안에 최종결정이 내려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이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한다고 해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이 구축한 미사일방어체계는 그 동안 요격실험에서 여러 차례 실패하여 요격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는 바람에 미국에서 무용론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예측할 수 없는 실전상황에서 미사일방어체계가 요격능력을 과연 얼마나 발휘될 것인지는 당사자인 미국도 어렴풋이 짐작할 뿐 확실하게 예견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사드기동군을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기 위해 약 2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경비를 지출하는 것이야말로 재정낭비가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올 수 있다.
사드기동군이 주한미군기지에 배치되는 경우, 그에 자극을 받은 북은 사드기동군을 지상에서 기습타격하는 새로운 작전을 연구하여 실전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북만 그런 대책을 세우는 게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정면으로 대치한 러시아도 핵폭격기 편대를 동원하여 미국의 사드기동군을 격파하는 공중타격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도 그렇게 하는 판인데, 북이 사드기동군 공격연습에 무관심할 리 만무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전투종심이 매우 짧은 한반도에 사드기동군을 배치하는 것은 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려다가 되레 북의 지상기습공격을 받는 위험을 자초할 위험이 커 보인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사드기동군 대북전진배치가 이미 위험수위에 이른 북미적대관계를 더욱 자극하여 전쟁위험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끝내 외면하고 끝없는 무력대결로 치닫는 미국의 위험한 폭주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하게 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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