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7

7함대가 한반도 해전에서 패하는 이유

[한호석의 개벽예감] (105)
자주민보 2014년 03월 1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5일 김요환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미국 육군 제19원정지원사령부(19th Expeditionary Sustainment Command)를 방문하여 스티븐 파먼(Steven E. Farmen) 사령관(준장)을 만났다. 그 무렵 최윤희 합참의장도 그 사령부를 방문하였다. 지원사령부는 전시에 병참지원, 수송, 의료, 건설, 방제작업을 맡는다. 미국 육군은 현역 지원사령부 3개, 예비역 지원사령부 8개, 방위군 지원사령부 2개를 포함하여 총 13개의 지원사령부를 두었는데, 그 가운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배치된 해외 지원사령부는 대구에 있는 제19원정지원사령부가 유일하다. 이것은 미국군이 언제라도 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지역이 한반도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 자주민보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전쟁연습

‘키 리졸브(Key Resolve)’ 대북전쟁연습을 끝낸 미국군은 지금 ‘독수리(Foal Eagle)’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하는 중이다. ‘키 리졸브-독수리’는 군사훈련이 아니라 전쟁연습이다.  왜냐하면, 군사훈련은 평시에 작전계획에 의거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고, 그와 달리 전쟁연습은 작전계획에 따라 전시에 대비하여 비일상적으로 전개하는 군사행동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맥락을 이해하면,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군사행동이야말로 미국군이 자기의 작전계획에 따라 기획하고, 준비한 다음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전시에 대비하여 실시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미국군은 ‘키 리졸브-독수리’라 부르는 자기들의 군사행동이 방어적 성격의 연례적인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누가 봐도 무력침공을 위한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이라는 것이 명백한데도 군사훈련이라고 우기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군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키 리졸브’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에 따라 미국 본토, 하와이, 알래스카, 괌, 오키나와, 일본, 한국에 있는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이 군사통신위성을 통해 상호연계하여 전시작전지휘를 연습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이고, ‘독수리’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특수전부대를 비롯한 각 군종, 병종이 총출동하여 아군과 대항군으로 편성된 실제 전투상황 속에서 야전기동연습과 실탄사격연습을 벌이는 실전급 대북합동전쟁연습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이처럼 당장이라도 실전에 돌입할 것 같은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기 때문에, 그에 맞선 조선인민군은 특별경계강화태세를 갖추고 방사포발사연습과 미사일발사연습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한반도 주변에 주둔하는 중국인민해방군과 러시아극동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부는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예하 전투부대들에게 지시하였고, 러시아극동군은 ‘키 리졸브’ 대북전쟁연습이 시작된 날 전략핵폭격기 두 대와 공중조기경보기 한 대를 동해에 출격시켰다. 이런 사실들은 미국이 한반도의 위태로운 정전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합동전쟁연습을 주기적으로 강행하여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이 큰 위협을 받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처럼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미국은 지난 60년 동안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 속에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는 중이다. 

미국군이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감행하는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작성한 작전계획(operation plan)이다. 어느 나라 군대든지 작전계획이 없으면 전쟁연습이 불가능하며, 군대는 작전계획에 따라 전쟁을 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군은 어떤 작전계획에 따라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나라나 자기 군대의 작전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므로,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미국군이 수행하고 있는 작전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힘들다. 하지만 요즈음 몇몇 언론보도에 실린 정보들을 눈여겨보면, 그 작전계획의 윤곽을 식별할 수 있다.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빠진 7함대 해군무력

주목하는 것은 미국군이 올해 ‘키 리졸브-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전례 없이 해군무력을 대규모로 동원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이 미국 해군 태평양사령부 예하 7함대(7th Fleet)를 중심으로 수립된 작전계획에 따라 실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구체적인 상황은 아래와 같다.

지난 3월 3일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USS Blue Ridge)가 핵추진 전략잠수함 콜럼버스호(USS Columbus)와 함께 부산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재배수량이 19,609t이며, 씨호크(Seahawk) 해상작전헬기 두 대를 싣고 다니는 대형 지휘함 블루 리지호에는 해전을 지휘할 해군 지휘관 268명이 탑승한다.

그런데 지휘함 블루 리지호는 지난 3월 12일 부산을 떠나 홍콩에 입항하였다. 그 지휘함은 왜 3월 12일에 부산을 떠났을까?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은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6일까지 진행되었는데, 블루 리지호가 3월 3일에 부산에 입항하였다가 3월 12일에 홍콩으로 떠난 것은, 그 지휘함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 마지막 단계인 3월 4일부터 3월 6일까지 기간에 각 지역별 전쟁지휘소들과 연계한 해전지휘연습을 실시하고 떠났음을 의미한다.

7함대 공보실이 2014년 3월 8일에 펴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7함대 ‘키 리졸브’ 부기획관인 해군 중위 알렉샌즈 쿠르저(Alexsandrs Kruza)는 올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에서 “통신(communication), 정보공유(information sharing), 동시행동(synchronization)이 굉장히 향상되었다”고 지적하였는데, 이것은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음을 말해준다.
▲ <사진 2>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이 실시되고 있었던 2014년 3월 10일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각각 입항하였다. 이 사진은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가 전라남도 목포항에 들어서는 장면이다. 이 네 척의 전함들에 탑재된 각종 미사일은 모두 404발이나 된다. 이처럼 수많은 미사일로 중무장한 7함대 해군무력이 우리 수역에 들어섬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미국군이 바다 건너 몰려와 강행하는 전쟁연습 때문에 한반도가 자나 깨나 긴장과 불안을 겪어야 하니, 불행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자주민보


‘키 리졸브’ 대북합동전쟁연습이 해전지휘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었다면,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은 해전기동연습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7함대 지휘함 블루 리지호가 부산을 떠나기 이틀 전인 3월 10일 7함대 전함 네 척이 남측 항구들에 각각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전라남도 목포항에는 미사일순양함 레이크 이리호(USS Lake Erie)가 입항하였고, 경기도 평택항에는 미사일구축함들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와 래슨호(USS Lassen)가 함께 입항하였고, 강원도 동해항에는 미사일구축함 하워드호(USS Howard)가 입항하였다. 7함대 전함 네 척이 목포항, 평택항, 동해항에 같은 날 입항한 것은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 중에 벌어질 해전기동연습을 실시하기 위해서였다.

만재배수량이 9,800t인 레이크 이리호에는 사거리가 각각 1,300km, 1,700km, 2,500km이며,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는 토마호크(Tomahawk)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각종 함대공미사일, 사거리가 22km인 애스락(ASROC)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각종 미사일 122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8,900t인 커티스 윌버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85km인 RIM-15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0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래슨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사거리가 167km인 RIM-66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만재배수량이 9,200t인 하워드호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RIM 계열의 함대공미사일, 애스락 함대잠미사일을 포함하여 모두 96발이 탑재된다.

위에 열거한 전함무장상태를 살펴보면,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에 각종 미사일 404발이 탑재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사일순양함 한 척과 미사일구축함 세 척으로 이루어진 함대에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까지 가세하면,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내세우는 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이 편성된다.

이번에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독수리’ 대북합동전쟁연습에 참가시키고 싶었겠지만, 그 항공모함은 25년마다 주기적인 정비를 받고 원자로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본토 버지니아주에 있는 노퍽해군정비소(Norfolk Naval Shipyard)로 떠났다.

항공모함은 참가하지 못했으나, 지휘함 한 척, 전략잠수함 한 척, 미사일순양함 한 척, 미사일구축함 세 척을 포함하여 전함 여섯 척이 한국 해군 전함들과 연합기동함대를 편성하여 올해 대북합동전쟁연습에 나선 것은,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들의 전쟁양상이 해전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해준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날 경우 7함대가 한반도 수역에서 벌일 해전은 함포를 쏘아대는 포격전이 아니라,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사일전이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이 출동할 것이고, 그에 따라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작전기들이 공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사일순양함과 미사일구축함들이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규모 미사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7함대 항모타격단의 그런 무장력에만 관심을 두면 그들이 숨기고 있는 약점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항모타격단의 무장력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자신이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다. 7함대 항모타격단의 약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파악하려면 미국 해군의 실전경험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4,010t과 157,652t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

교전쌍방이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붙었던 세계 해전사 최초의 해전은 1988년 4월 18일 이란혁명수비군과 미국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맞붙은 해전이었다. 미국 해군사에는 그 해전이 ‘프레잉 맨티스 작전(Operation Praying Mantis)’으로 기록되었는데, 이란에서는 그 해전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알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그 해전을 페르시아만 해전이라 부른다.

페르시아만 해전 이전에 일어났던 모든 해전에서는 대함미사일이 아니라 함포 또는 어뢰가 사용되었다. 1988년에 있었던 페르시아만 해전을 전환점으로 현대해전에서는 함포나 어뢰보다 대함미사일이 결정적인 타격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던 1988년 4월 18일은 1980년 9월 22일에 시작되어 1988년 8월 20일에 총포성을 멈춘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 끝나기 넉 달 전이다. 이라크 전투기들이 이란 공군기지를 기습한 선제타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은 장기소모전으로 이어졌다. 이란 민중이 1925년부터 54년 동안 장기간 집권하며 악정을 일삼았던 팔라비 왕조(Pahlavi Dynasty)를 타도하고 그 왕조를 지원해준 미국을 축출하였던 이란 혁명은 1979년 2월에 승리하였는데, 이란혁명수비군은 그 때로부터 불과 1년 6개월 만에 가열하고 처절한 장기소모전에 휘말렸다.
 
이란이 이라크를 상대로 싸운 8년 장기소모전에서 지쳐있었던 마지막 시기에 미국 해군의 선제공격으로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났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기의 적국이 약해지고 지치기를 노리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침공수법에 능하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남부 연안에서 선제공격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계속하며 이란을 침공할 준비를 다그쳤다. 미국 해군이 그처럼 침공준비를 다그치며 도발기회를 노린 것과 달리, 이란혁명수비군은 8년 전쟁 마지막 단계에서 이라크군의 무차별적인 화학무기공격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전황이 그처럼 이란혁명수비군에게 불리하게 조성된 때를 놓치지 않은 미국은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페르시아만에 들이밀어 끝내 전쟁을 도발하였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가한 교전쌍방의 무장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미국 해군이 이란 침공에 동원한 항모타격단은 아래와 같이 열 척으로 편성된 강력한 해군무력이었다. 
1. 지휘함으로 사용된 핵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USS Enterprise) - 배수량 94,781t 
2. 해군 특수전병력(SEAL)을 침투시킨 상륙공격함 트렌튼호(USS Trenton) - 배수량 16,590t 
3. 핵추진 미사일순양함 트럭스턴호(USS Truxtun) - 배수량 8,659t 
4. 미사일순양함 웨인롸이트호(USS Wainwright) - 배수량 7,930t
5. 구축함 메릴호(USS Merrill) - 배수량 8,040t
6. 구축함 린드 매코믹호(USS Lynde McCormick) - 배수량 4,526t
7. 구축함 조셉 스트러스호(USS Joseph Strauss) - 배수량 4,526t
8. 프리깃함 씸슨호(USS Simpson) - 배수량 4,200t
9. 프리깃함 배글리호(USS Bagley) - 배수량 4,200t
10. 프리깃함 개리호(USS Gary) - 배수량 4,200t

페르시아만에 들이닥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서 이란혁명수비군이 동원한 소형 함정은 아래와 같이 아홉 척이었다.
1. 프리깃함 사한드(Sahand)호 - 배수량 1,540t
2. 프리깃함 사발란(Sabalan)호 - 배수량 1,540t
3. 경비정 조샨(Joshan)호 - 배수량 275t
4. 쾌속정 보그해머(Boghammer) 여섯 척 - 척당 배수량 110t

미국 해군이 출전시킨 항모타격단의 배수량을 모두 합하면 무려 157,652t인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출전시킨 소형 함정 아홉 척의 배수량을 합하면 겨우 4,010t밖에 되지 않았다. 배수량을 비교하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39배나 더 큰 압도적인 무장력을 동원하였고,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은 교전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무장력에서 열세를 보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은 이란이 설치해놓은 해상석유시설(oil platform)의 경비초소 두 군데를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처럼 압도적인 무장력을 갖추고 ‘세계 최강’이라고 우쭐대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적국을 공격한답시고 조그만 해상경비초소나 파괴하였으니, 이것은 해전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 해상경비초소에는 기관총으로 경무장한 소수의 경비병들밖에 없었다. 원래 겁이 많은 미국군은 강적과의 격전을 피하는 대신에 약한 상대만 골라서 공격하는 습성을 지녔는데, 페르시아만 해전에 출전한 항모타격단도 그런 습성대로 행동하였던 것이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선제공격으로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자, 이란혁명수비군은 그에 대한 보복으로 쾌속정 보그해머 여섯 척을 출동시켜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미국 국적, 영국 국적, 파나마 국적의 유조선들을 공격하였다. 그러나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는 거대한 유조선을 격침시킬 강력한 무기가 없어서 선체 일부를 격상시켰을 뿐이다. 그러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A-6E 인투르더(Intruder) 공격기 두 대를 출격시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들에게 집속탄을 퍼부었다. 그 공중공격으로 이란혁명수비군 쾌속정 한 척이 격침되었고, 격상당한 다른 쾌속정들은 퇴각하였다.

분노한 이란혁명수비군은 경비정 조샨호를 출전시켜 항모타격단을 향해 하푼 대함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그러나 배수량이 275t밖에 되지 않는 그 소형 경비정은 항모타격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경비정 조샨호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집중응사한 대함미사일을 맞고 격침되었다.

쾌속정 한 척과 경비정 한 척을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한드호를 출전시켰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은 사거리가 25km이고, 해수면을 스치듯이 비행하는 이탈리아산 대함미사일 씨 킬러(Sea Killer) 다섯 발로 무장하였다. 따라서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과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서로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는 해전을 벌였더라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항공모함에서 또 다시 공격기를 출격시켰다. 그런데 사한드호에는 공격기를 격추할 함대공미사일이 없었다. 이란혁명수비군 프리깃함에 함대공미사일이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던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A-6E 공격기를 출격시킨 것이다.

사한드호가 A-6E 공격기에 맞설 무기는 20mm 방공포 3문이었다. 그런데 그 방공포는 사거리가 1.5km밖에 되지 않아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밖에 공격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A-6E 공격기는 사거리가 120km 이상인 공대지미사일, 사거리가 8km인 127mm 로켓포, 사거리가 4km인 70mm 로켓포, 사거리가 14km인 레이저유도폭탄, 사거리가 19km인 집속탄 등으로 중무장하였으므로 무장력에서 사한드호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 <사진 3> 1988년 4월 18일 이란과 미국이 충돌한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의 프리깃함 사한드호가 미국 해군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서 발진한 A-6E 공격기의 공중폭격으로 격침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압도적인 무장력에 밀려 그 해전에서 완패하였다.     © 자주민보


사한드호는 A-6E 공격기를 향해 20mm 방공포를 발사하였으나 사거리가 짧아 무력하였고, A-6E 공격기가 발사한 미사일과 레이저유도폭탄, 그리고 미국 구축함이 발사한 대함미사일에 맞아 격침되었다. <사진 3>은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침몰하고 있는 사한드호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사한드호를 잃은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사발란호를 출전시켰으나, 이번에도 A-6E 공격기가 발사한 레이저유도폭탄을 맞고 격상당하여 황급히 퇴각하였다.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에게는 항모타격단을 상대할 대응무기가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이란혁명수비군은 해안에 배치한 실크웜(Silkworm) 계열의 대함순항미사일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향해 발사하였으나 맞추지 못했다.  

페르시아만 해전에서 이란혁명수비군은 프리깃함 한 척, 경비정 한 척, 쾌속정 세 척을 격침당했고, 프리깃함 한 척을 격상당했으며, 해상경비초소 두 군데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반면에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해상작전헬기 한 대가 격추되는 가벼운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페르시아만 해전에 참전한 미국 해군 지휘관이 남긴 전투기록에 따르면, 그 해전이 일어나기 열 달 전부터 이란 침공을 상정한 해전연습을 실시해온 미국 해군이 우려하였던 문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는 소형 고속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을 동원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기습공격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당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이란혁명수비군을 압도하는 무장력을 동원하였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전술적 약점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전술적 약점은 고속으로 기동하는 함정, 저고도로 접근하는 항공기, 해안에서 발사하는 대함미사일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만일 이란혁명수비군이 다수의 고속정과 저고도 침투기와 대함미사일을 동시다발로 투입한 기습공격-고속입체전으로 맞섰다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커다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란혁명수비군은 기습공격전술에 사용할 타격수단들은 어느 정도 준비하였지만, 그런 타격수단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전술은 준비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 <사진 4>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막대한 경비와 인원을 투입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 2002'를 실시하였다. 이 사진은 당시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는 합동군사령부 지휘소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대항군으로 출전한 이란혁명수비군의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에 걸려 궤멸되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완패를 당한 이란-미국 해전 이후 14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 자주민보


12년 전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궤멸당한 항모타격단

페르시아만 해전 이후 오늘까지 26년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미국군과 이스라엘군의 침공위협에 맞설 군력증강에 힘써왔다.

그런데 그 기간에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이 있었다. 미국 해군이 자기들이 실시한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에게 참패를 당한 사건이다. <사진 4>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2002년 7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2억5,000만 달러의 경비를 투입하고, 연인원 13,500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모의전쟁연습인 ‘밀레니엄 챌린지(Millennium Challenge) 2002’를 실시하였다. 그 모의전쟁연습에서 이란혁명수비군 역할을 맡은 대항군은 방사포고속정, 미사일고속정, 해안포, 대함공격기를 동시다발로 대거 투입한 군집전술(swarming tactics)과 자폭전술(self-blasting tactics)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기습공격하여 항공모함 한 척, 상륙공격함 두 척, 미사일순양함과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하여 모두 16척을 격침하고 해군 병력 20,000여 명을 몰살시켰다.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대승을 거둔 것이다.

모의전쟁연습 중에 뜻하지 않게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하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모의전쟁연습을 지휘하던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모의전쟁연습을 즉각 중지시키고, 가상작전에서 격침된 항공모함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긴급구조명령을 내리는 등 갈팡질팡하였다.

1988년의 페르시아만 해전에서는 이란혁명수비군이 전술 부재로 완패하였으나, 그로부터 14년 뒤에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은 페르시아만 해전이 또 다시 벌어지는 경우 이란혁명수비군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키고 대승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 관해서는 2009년 2월 9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패전을 경고 받은 모의전쟁 MC02’에서 논한 바 있다.

이란혁명수비군이 2002년의 모의전쟁연습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킨 때로부터 오늘까지 12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 기간 동안 이란혁명수비군은 자기 군력을 한 층 더 증강시켰다. 그리하여 이란은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나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재래식 무기를 자체로 만드는 군사과학기술과 군수공업체계를 보유하였다.
 
그런데 이란혁명수비군이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한 군력을 갖추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에 맞설 전술은 여전히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이다. 이란혁명수비군이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들에게 전략무기와 최첨단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전략잠수함 같은 전략무기, 장거리 지대공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같은 최첨단 무기를 가졌다면,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모타격단을 상대로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는다

한반도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조선인민군 해군은 군집전술과 자폭전술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은 아군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주는 전술이므로, 조선인민군 해군은 자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작전은 피한다. 조선인민군에게 있어서 자폭정신으로 평시에 정신무장을 하는 것과 자폭전술을 실전에서 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왜냐하면 자폭정신으로 정신무장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폭전술을 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작전능력을 준비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자기들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줄 자폭전술을 굳이 택하겠는가.

▲ <사진 5> 이 시잔은 핵어뢰를 시험적으로 폭발시킨 순간 엄청난 핵폭발력으로 바다 전체가 뒤집히는 충격적인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항공모함을 비롯한 10여 척의 미사일순양함, 미사일구축함, 전략잠수함으로 편성된 7함대 항모타격단 전체를 핵어뢰 한 발로 흔적도 없이 날려보낼 타격준비를 갖추었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행동이야말로 위험천만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 자주민보


오늘 조선인민군에게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초정밀기습타격으로 공격할 무인폭격기가 있고,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한 공격기가 있고, 명중률이 높은 정밀타격 지대함미사일이 있고, 초공동로켓어뢰를 탑재한 고속어뢰정이 있고, <사진 5>에서 보는 것처럼 핵어뢰 한 발로 항모타격단 전체를 수장시킬 전략잠수함이 있다. 조선인민군이 이처럼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 시기 여러 차례에 걸쳐 남측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자기들보다 물량적으로 39배나 더 작은 이란혁명수비군을 상대로 벌인 해전에서 이겼다고 하지만, 오늘 한반도 해전이 일어나면 7함대 항모타격단은 이란혁명수비군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장력을 갖춘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해야 한다. 7함대 항모타격단은 조선인민군 해군을 상대로 해전을 벌일 수 있을까?

이 물음과 관련하여 한반도 전쟁을 지휘할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군사전문지 <해군력(Sea Power)> 2014년 1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사령관 쌔뮤얼 락클리어(Samuel J. Locklear)는 당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해군협회 전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북이 미국에게 가장 큰 국가안보위협”을 주고 있다고 매우 우려하면서 “미국은 앞으로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조선인민군 해군의 무장력이 얼마나 강하면, 한반도 해전에서 항모타격단을 지휘해야 할 태평양사령관이 그처럼 겁먹은 소리를 공식석상에서 꺼내놓고 있겠는가.

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미국 태평양사령관의 말은, 한반도 해전에서 7함대가 조선인민군 해군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합동군사령부가 2002년에 이란혁명수비군을 대항군으로 삼고 실시했다가 항모타격단이 궤멸당한 모의전쟁연습을 오늘 한반도 상황에서 재연한다면, 한반도 모의전쟁연습에서 조선인민군 해군은 이란혁명수비군과 달리 군집전술과 자폭전술을 쓰지 않고 순식간에 7함대 항모타격단을 궤멸시킬 것이다. 미국이 7함대를 한반도 수역에 들이밀어 북을 자극하는 위험천만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당장 중지해야 할 까닭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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