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3년 10월 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북이 보유한 2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에 관한 미국 군부의 ‘말바꾸기’
미국군 정보기관들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지만, 면밀히 관찰하면 공개와 비공개의 ‘틈새’가 보인다.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그 ‘틈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2013년 7월 미국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tional Air and Space Intelligence Center)가 펴낸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Ballistic & Cruise Missile Threa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서부지역의 롸잇패터슨공군기지(Wright-Patterson AFB)에 있는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는 1940년에 육군 정보기관으로 창설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공군이 창설되어 편제가 바뀌면서 공군 정보기관으로 전환되었다.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가 미국 국방정보국(DIA), 우주정보센터(SIC), 해군정보실(ONI)로부터 관련정보를 제공받아 그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사실상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충실하게 담은 보고서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군 정보기관들이 북의 핵무력에 관해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지만, 면밀히 관찰하면 공개와 비공개의 ‘틈새’가 보인다.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그 ‘틈새’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를테면, 2013년 7월 미국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tional Air and Space Intelligence Center)가 펴낸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Ballistic & Cruise Missile Threa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서부지역의 롸잇패터슨공군기지(Wright-Patterson AFB)에 있는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는 1940년에 육군 정보기관으로 창설되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공군이 창설되어 편제가 바뀌면서 공군 정보기관으로 전환되었다.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가 미국 국방정보국(DIA), 우주정보센터(SIC), 해군정보실(ONI)로부터 관련정보를 제공받아 그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므로, 사실상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을 충실하게 담은 보고서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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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에 관해 보도할 때마다, 미국 언론매체들은 미국 군부가 제멋대로 부르는 ‘KN-08’이라는 자의적 별칭을 그대로 쓰는데, 위의 보고서에 Hwasong-13이라는 공식명칭 올바르게 표기된 것이 눈길을 끈다.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보고서는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군사행진 중에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한 화성-13호 사진을 표지정면에 크게 실어놓음으로써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 보고서에는 북의 핵무력에 대한 미국 군부의 정보판단이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놀랍게도, 보고서에는 북이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고 기록되었다. 보고서는 북이 화성-13호를 보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국 군부가 대포동(Taepodong)-2호라고 부르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였음을 명시한 것이다.
위의 보고서 발표시점보다 약 두 달 앞선 2013년 5월에 미국 공군 지구타격사령부(Global Strike Command)가 펴낸 해설자료(Briefing)가 있다. 해설자료에서 몇몇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들에 대해 언급한 대목을 보면, 2013년 현재 북이 화성-13호(원문에는 ‘KN-08’로 표기)와 대포동-2호를 보유하였음을 명시하였다.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와 마찬가지로 지구타격사령부도 북이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정보를 자기들의 공식문서에 수록한 것이다.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몇몇 나라의 민간인 군사전문가들이 화성-13호는 ‘가짜미사일’이라는 황당한 헛소문과 아직 소형화되지 못한 북의 핵무기는 너무 크고 무거워 실전에서 쓰지 못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언론매체에 퍼뜨리고 있을 때, 미국 군부는 북이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였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화성-13호는 “도로이동식(road-mobile)”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대포동-2호는 “고정식(fixed)”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도로이동식이라는 말은 자행발사대에서 발사한다는 뜻이고, 고정식이라는 말은 수직갱발사대에서 발사한다는 뜻이다. 또한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 보고서에는 화성-13호의 사거리와 대포동-2호의 사거리가 똑같이 “5,500마일 이상”이라고 쓰여 있다. 5,500마일을 세계표준도량형 단위로 환산하면 8,851km이므로, 미국 군부는 그 두 종류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각각 9,000km 이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보고서에 나타난 이상한 점은, 대포동-2호의 “추진체 수(number of stages)”가 “2단 또는 3단”이라고 표기되었고, 화성-13호의 추진체 수에 대해서도 “미확인(undetermined)”이라고 표기된 것이다. 자기들이 작성한 보고서 표지에 화성-13호 실물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어놓고서도, 화성-13호가 몇 단 추진체로 구성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소리는 한심한 말장난으로 들린다. 화성-13호가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데,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는 그처럼 명백한 사실에 왜 ‘미확인 딱지’를 붙여놓은 것일까? 또한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는 대포동-2호에 대해서도 그 미사일이 2단형인지 3단형인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표기해놓았는데, 이것 역시 ‘미확인’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미사일이 몇 단 추진체로 구성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그 미사일의 성능, 특히 사거리와 직결되는 것이므로, 미국군 정보기관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추진체 수에 대해 ‘미확인’이라고 표기한 것은 그 미사일의 사거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외부에 밝히지 않고 모호하게 놔두어야 하는 미국 군부의 내부사정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 군부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리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자기들끼리만 알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미국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의 오래된 ‘꼼수’를 추적할 필요가 생긴다. 원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는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이라는 똑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몇 해에 한 차례씩 펴내왔는데,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나온 2009년판 보고서에서는 화성-13호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대포동-2호에 대해서만 언급하였다. 북이 화성-13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한 때가 2012년 4월 15일이므로, 2009년판 보고서에서 화성-13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는 일이다.
그런데 2009년판 보고서에는 대포동-2호가 2단 추진체로 구성되었으며, 사거리는 “3,400마일 이상”이라고 표기되었다. 3,400마일을 환산하면 5,471km이므로, 4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군부는 대포동-2호가 사거리 5,500km 이상의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정보를 공개하였던 것이다. 주목하는 것은, 2009년판 보고서에서 대포동-2호 사거리를 5,500km 이상이라고 표기하였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가 2013년판 보고서에서는 대포동-2호 사거리를 9,000km 이상이라고 표기하였다는 사실이다. 명백한 ‘말바꾸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펴낸 1998년판 보고서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 위협’에는 대포동-2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한 급 낮은 중거리미사일(IRBM)로 분류되었고, 따라서 북은 당시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갖지 못한 것처럼 기록되었다.
주목하는 것은, 1998년판 보고서에서 2단형 중거리미사일로 분류된 대포동-2호의 사거리가 “2,500∼3,700마일 이상”이라고 표기되었다는 점이다. 2,500∼3,700마일을 환산하면 4,023∼5,954km가 되므로, 15년 전 미국 군부는 대포동-2호 사거리를 4,000∼6,000km 이상이라고 밝혔던 것이다.
대포동-2호 사거리에 관한 미국 군부의 말바꾸기식 정보공개행태를 추적해보면, 그들이 15년 전이나 오늘이나 여전히 대포동-2호의 정확한 사거리를 밝히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1998년에는 대포동-2호를 2단형 중거리미사일로 분류했고, 2009년에는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변경했고, 2013년에는 2단형 또는 3단형인지 알 수 없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또 다시 변경함으로써 대포동-2호의 정확한 사거리를 외부에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말바꾸기’는 대포동-2호가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을 미국 군부가 처음부터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난 15년 동안 대포동-2호의 정확한 사거리를 외부에 밝히지 않는 ‘꼼수’를 부린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2호
2012년 4월 14일에 개관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포동-2호가 아니라 화성-13호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호에 관해서는 2013년 7월 30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무장장비관 견문록(5) 내 손 끝에 전해진 화성-13의 짜릿한 금속감촉’에서 논한 바 있다. 나는 그 글에서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제기한 ‘대포동미사일’ 추론을 비판하면서, 대포동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에 배치된 적이 없다고 썼지만, 그런 서술내용은 아래와 같은 수정을 요구한다.
북은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기 전에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먼저 만들었는데,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이름은 목성이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이 펴낸 몇몇 자료들은 대포동이라는 미국의 자의적 별칭과 목성(Moksong)이라는 북의 공식명칭을 병기하였는데, 대포동이라는 이름은 미국 군부가 제멋대로 부르는 비공식별칭이고, 대포동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식명칭은 목성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3호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목성-2호는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포동이라는 미국 군부의 자의적 별칭을 접고, 목성이라는 북의 공식명칭을 쓴다.
그렇다면 미국 군부가 자기들끼리만 알고 외부에는 알려주지 않는 목성-2호의 실제 사거리는 얼마나 긴가? 미국 군부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사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방도는 정찰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길밖에 없는데, 미국의 언론인 바바라 스타(Barbara Starr)가 1994년 3월 12일 영국의 군사정보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발표한 글 ‘북이 중요하게 부각시킨 대포동-2호(N. Korea Casts a Long Shadow with TD-2)’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2호를 처음 촬영한 때는 1994년 2월 어느 날이다. 바바라 스타의 그 글에 따르면, 미국 정찰위성이 그 날 촬영한 목성-2호 동체길이는 32m인데, 1단 추진체는 길이가 18m이고, 지름이 2.4m이며, 2단 추진체는 길이가 14m이고, 지름이 1.3m라는 것이다.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호의 길이는 22m인데,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2호의 길이는 그보다 10m나 더 긴 32m다.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2호를 처음 촬영하였던 무렵,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목성-2호 위성사진을 가지고 컴퓨터모의실험(simulation)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서울신문> 1995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그 실험결과에 나타난 목성-2호 사거리는 4,300∼6,000km라고 한다.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가 1999년 12월에 펴낸 긴 논문 ‘조선의 탄도미사일개발사(A History of Ballistic Missile Development in the DPRK)’에서 밝힌 목성-2호의 무게와 사거리에 관한 정보도 위성사진에 근거한 추산정보인데, 그는 목성-2호가 64.3t의 무게를 지녔으며, 700∼1,000kg짜리 탄두 한 발을 싣고 6,700km를 날아간다고 추산하였다.
그러나 목성-2호를 중국의 초기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호와 비교하면, 목성-2호의 무게와 사거리에 관한 그런 추산이 저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중국이 1970년대에 만든 길이 28.05m, 지름 2.24m의 둥펑-4호는 무게가 82t이나 나가고, 사거리도 7,000km나 되는데, 길이가 32m이고, 지름이 2.4m인 목성-2호는 무게가 64.3t밖에 나가지 않고 사거리도 6,700km밖에 되지 않는다고 추산한 것은 저평가가 아닐 수 없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목성-2호 사거리를 그처럼 낮게 평가한 까닭은, 목성-2호를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버뮤디즈는 자기의 1999년 12월 논문에서 북이 “새로 설계한 미사일”을 목성-2호의 1단 추진체로 사용하였고, 노동-2호 미사일을 2단 추진체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지만, 그것 역시 빗나간 추정이다. 그가 ‘새로 설계한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 밝히지 못했다는 점만 봐도, 그가 막연한 상상에 의존하여 목성-2호를 2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하였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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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방정책 및 군비통제 선임보좌관 로벗 벨(Robert G. Bell)이 1996년 5월 9일 미국의 <항공우주일보(Aerospace Daily)> 보도기사에서 솔직히 인정한 것처럼,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이 북의 목성-2호에 대해 파악한 정보는 모두 “불충분(incomplete)”하였다. 목성-2호에 관한 그들의 정보는 <사진-2>에서 보는 것처럼 불충분한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목성-2호의 실제 사거리에 관한 미국 군부의 좀 더 정확한 정보판단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워싱턴타임스> 2007년 1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그 날 미국 워싱턴에 있는 조지마샬연구원(George Marshall Institute)이 주최한 토론회에 연사로 참석한 당시 미사일방어국(MDA) 부국장 패트릭 오레일리(Patrick O'Reilly)는 목성-2호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이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만들어졌을 경우 무게 250kg짜리 탄두를 싣고 15,000km를 날아갈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명백하게도,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2호는 사거리 15,000km의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목성-1호 위성사진은 없다
북이 목성-2호를 만들어 수직갱발사대에 장착하였으므로, 목성-2호를 만들기에 앞서 목성-1호를 만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2호를 처음 촬영한 때가 1994년 2월이면, 목성-1호는 언제 처음 촬영하였을까? 어떤 자료에도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1호를 촬영하였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부재현상은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1호를 촬영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목성-1호 위성사진은 없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버뮤디즈의 1999년 12월 논문에 따르면, 목성-1호의 제원과 성능에 관해 두 가지 정보가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에게 알려졌다. 한 가지 정보는, 길이 25.5m, 무게 20.7t, 700∼1,000kg짜리 탄두 한 발을 싣고 1,500∼2,500km를 날아간다는 것이고, 다른 정보는, 길이 27m, 무게 22t, 800kg짜리 탄두 한 발을 싣고 2,200km를 날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보는 실측정보가 아니라 추측정보인데, 목성-1호에 대한 추측정보가 그처럼 서로 다르게 나온 까닭은 미국 정찰위성이 목성-1호를 촬영한 위성사진이 없어서 군사전문가들이 순전히 추산에만 의존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성-1호 사거리를 2,200km라고 추산한 버뮤디즈의 논문이 발표되기 1년 2개월 전인 1998년 9월 16일 <워싱턴타임스>에 실린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미국 국방부 대변인 케네스 베이컨(Kenneth Bacon)은 목성-1호 사거리를 당초에 1,600km로 보았지만, 4,000∼6,000km로 재평가하였다고 말했다. 그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미국 군부가 목성-1호 사거리를 당초에 1,600km로 아주 낮게 평가한 까닭은, 북이 화성-7호(미국 군부의 자의적 별칭은 노동-1호)를 목성-1호 1단 추진체로 사용하였고, 화성-6호를 2단 추진체로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측하였기 때문이다. 미국 군부는 화성-7호 사거리(900km)와 화성-6호 사거리(700km)를 합산하여 그 두 미사일을 접합한 목성-1호 사거리가 1,600km일 것이라고 추측하였지만, 그것은 너무 엉터리 같은 추측이었다. 이에 관해 아래의 정확한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은 화성-7호와 화성-6호를 2개의 추진체로 사용하여 서로 접합하는 방식으로 목성-1호를 만든 것이 아니라, 화성-7호와 화성-6호보다 훨씬 더 강력한 추력을 내는 새로운 추진체를 사용하여 목성-1호를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목성-1호의 1단 추진체는 북이 소련의 기술을 도입하여 자체로 만든 R-27급 중거리미사일이다. 원래 중거리미사일 R-27은 도로이동식 미사일과 잠수함발사식 미사일로 구분되는데, 목성-1호의 1단 추진체로 사용된 도로이동식 R-27급 중거리미사일은 사거리가 4,000km다. 북이 R-27급 중거리미사일을 추진체로 사용하여 목성-1호를 만든 뒤에, 독자적으로 설계하여 다시 만든 중거리미사일이 6축12륜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0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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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북은 목성-1호 설계를 변경하여 위성운반로켓 백두산-1호를 만들었다. 북의 첫 위성운반로켓 백두산-1호는 1998년 8월 31일 북의 첫 시험용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북이 그처럼 목성-1호 설계를 변경하여 3단형 위성운반로켓 백두산-1호를 만든 것을 보면, 목성-1호가 2단형이 아니라 백두산-1호와 마찬가지로 3단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미국 군부가 목성-1호를 2단형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억지다.
셋째, 미국 국방부 대변인 케네스 베이컨이 목성-1호 사거리에 대한 미국 군부의 재평가를 언론에 밝히면서 그 사거리가 4,000∼6,000km라고 추산폭을 넓게 잡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최단 사거리가 5,500km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목성-1호 사거리를 최단 사거리 이하로 끌어내리려고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미국 군부는 목성-1호가 사거리 5,500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사거리 5,500km 미만의 중거리미사일이라는 억지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R-27급 중거리미사일을 1단 추진체로 사용하여 3단형으로 설계된 목성-1호 사거리는 4,000∼6,000km를 훨씬 뛰어넘은 8,000km다.
넷째, 목성-1호의 최장 사거리를 6,000km로 가정하는 경우, 북은 사거리 900km의 화성-7호를 개발하고 나서 중거리미사일 개발단계를 뛰어넘어 사거리 6,000km의 목성-1호를 만들었다는 말인데, 1990년대에 북의 미사일개발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미사일 사거리가 단번에 5,100km나 늘어나는 기술공학적 비약은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목성-1호의 최장 사거리를 6,000km로 가정하는 경우, 북은 사거리 6,000km의 목성-1호를 개발하고 나서 사거리 15,000km의 목성-2호를 만들었다는 말인데, 1990년대에 북의 미사일개발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미사일 사거리가 단번에 9,000km나 늘어나는 기술공학적 비약은 불가능해 보인다.
사거리 4,000km의 R-27급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하고 나서,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사거리 8,000km의 목성-1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고, 목성-1호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켜 사거리 15,000km의 목성-2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다고 보아야 이치에 맞는다.
목성-1호는 사거리 8,000km의 1세대 경량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고, 목성-2호는 사거리 15,000km의 2세대 중량급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10년 전 미림비행장에 나타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
미국 군부는 목성-1호와 2호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왜 목성-3호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일까? 그들은 목성-3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목성-3호라 하지 않고 ‘대포동-X’라고 언급하는 것이다. 그들이 말한 ‘대포동-X’는 목성-3호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미국 군부는 그들이 ‘대포동-X’라고 부르는 목성-3호의 존재를 언제, 어떻게 파악한 것일까? 미국의 인민군연구가 조셉 버뮤디즈가 2004년 8월 4일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에 발표한 글 ‘북, 새로운 미사일을 배치하다(North Korea Deploys New Missiles)’에 따르면, 2003년 9월 9일 공화국 창건 55주년 군사행진을 며칠 앞두고 미국 정찰위성이 평양 외곽에 있는 미림비행장을 촬영하였는데, 미사일 10기와 자행발사대 5대가 위성사진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양에서 진행되는 군사행진에 참가하는 병력과 장비가 미림비행장에 집결하여 일정기간 동안 행진을 연습하는 것은 인민군 군사행진대오의 오랜 관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당시 미림비행장에 나타난 미사일은 10기나 되었는데, 자행발사대는 5대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미림비행장에 나타난 미사일 10기 가운데서 5기가 자행발사대에 실려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나머지 미사일 5기는 어디에 실렸던 것일까? 그 미사일 5기는 미림비행장 활주로에 놓여있었던 게 아니라, 대형트럭에 연결된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려 있었다.
그렇다면 자행발사대에 실린 미사일 5기는 어떤 미사일이고,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린 미사일 5기는 또 어떤 미사일인가? 2003년 10월 1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펴낸, 군사전문가 앤드류 페이커트(Andrew Feickert)의 긴 논문 ‘미국에 대한 북의 탄도미사일 위협(North Korean Ballistic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북이 2003년 9월 9일 군사행진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거리미사일”과 더불어 ‘대포동-X’라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개하려고 하였다가 군사행진 시작 직전에 갑자기 공개방침을 철회하였다고 한다. 이 논문에 나온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거리미사일’이란 화성-10호이므로, 2003년 9월 초 미림비행장에서 행진을 연습하고 있었던 6축12륜 자행발사대 5대에는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 5기가 실려 있었고, 차량견인운반대 5대에는 미국 군부가 ‘대포동-X’라고 부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가 실려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화성-10호 동체길이는 12m이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동체길이는 그보다 세 배 정도 더 길어서 그 두 미사일은 위성사진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그 위성사진에 나타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가 바로 목성-3호다.
2012년 4월 15일과 2013년 7월 27일에 각각 진행된 인민군 군사행진에서 화성-13호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실려 등장하였는데, 2003년 9월 초 미림비행장에 나타난 목성-3호는 왜 자행발사대가 아니라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렸던 것일까? 그 까닭은, 목성-3호가 목성계열의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들처럼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수직갱발사대에 장착되는 목성-3호는 자행발사대에 장착되는 화성-13호보다 훨씬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자행발사대에 싣지 못하고 대형트럭이 끄는 차량견인운반대에 실려 미림비행장에 나갔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관리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AP통신> 2003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북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가 9,400마일(15,127km)로 추산되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였고, 그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2003년 9월 9일 군사행진에 참가시키기 위해 미림비행장에 동원하였다가 군사행진 시작 직전에 갑자기 참가방침이 철회되어 군사행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 보도에 따르면, 북이 사거리 15,000km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러시아 정부관리들에게 알려주었더니 그들은 “깜짝 놀라며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였다”고 한다. 대북군사정보부문에서 러시아는 미국보다 한참 뒤쳐졌으니,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북이 중거리미사일 화성-10호와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를 2003년 9월 9일 군사행진에서 모두 공개하려고 하면서 미국에게 초강경한 압박을 가한 까닭은, 북미대결상황이 2003년에 이르러 폭발 직전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2003년에 조성된 북미대결상황에 관해서는 2011년 2월 2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2003년의 위기, 재발할까?’에서 논한 바 있다.
북이 화성-13호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운 목성-3호를 2003년 이전에 이미 실전배치하였다는 정보를 알지 못한 미국 언론매체들은 2003년 9월 초 미림비행장에서 군사행진을 연습하던 미사일 10기가 모두 화성-10호인 것처럼 오보하였고, 목성-3호에 관해서는 보도하지 못하였다.
2003년 9월 초 미림비행장에서 목성-3호 5기가 화성-10호 5기와 함께 군사행진을 연습하였다는 정보를 알지 못한 민간 군사전문가들은 북이 목성-3호를 아직 개발하는 중일 것이라고 착오하였다. 이를테면, 미국과 유럽의 민간 군사전문가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요미우리신붕> 2006년 6월 26일부 기사는 북이 목성-2호(원문에는 대포동-2호로 표기)보다 파괴력이 훨씬 더 강한, 사거리가 10,000km가 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목성-3호(원문에는 대포동-X로 표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 그런 보도는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이 목성-3호의 실전배치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미국 군부가 ‘대포동-X’라고 부른 목성-3호는 사거리 15,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며, 2003년 이전에 실전배치된 북의 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크기와 중량을 따져보면, 목성-3호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싣지 못할 만큼 크고 무거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남측 정부 소식통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4월 3일 보도에 따르면, 그 무렵 미국 정찰위성이 북에서 목성-2호보다 훨씬 더 큰 길이 40m의 초대형 미사일을 포착하였다는데, 그 초대형 미사일이 목성-3호인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가 15,000km로 똑같은 수직갱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목성-2호와 목성-3호의 차이는 단일탄두 장착인가 아니면 다발탄두 장착인가 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목성-2호는 단일탄두 장착형이고, 목성-3호는 다발탄두 장착형인 것이다.
미국 군부가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대포동-1호, 대포동-2호, 대포동-X가 북에 실존하는 것은, 북의 목성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목성-1호, 목성-2호, 목성-3호에 이르는 3대에 걸쳐 기술공학적 진보를 거듭해왔음을 말해준다. 거기에 더하여, 2012년에 화성-13호까지 등장한 것은 목성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과는 다른 기술공학적 경로로 진보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실전배치되었음을 말해준다. 화성-13호는 3대에 걸쳐 기술공학적 진보를 거듭해온 목성계열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한 급 더 진보한 4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인 것이다.
화성-13호보다 한 급 더 진보한 5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지금 북에 있는데도, 북이 군사기밀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외부에서 실물로 확인한 것은 북이 긴 세월 동안 단계적으로 개발해온 대륙간탄도미사일 4종이다. 북의 핵무력에 관련하여 무지와 편견에 사로잡힌 언론매체들이 쏟아내는 왜곡보도를 물리고, 북이 보유한 핵무력의 놀라운 실상을 접할 때 한반도 군사정세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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