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뉴시스.신화통신
왜 비공식 정상회담을 서둘러야 했을까?
아시아대륙과 북미대륙 사이에는 지구 위에서 가장 넓고 큰 바다인 태평양이 가로놓여 있는데, 그 바다의 제해권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장악하였다. 오늘날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미국의 지배력은 그 바다를 배타적으로 장악, 관리하는 제해권 행사에 의해 강화된 것이다.
그런데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신흥강국이 출현하여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에 도전장을 던졌으니, 그 신흥강국이 중국이다. 요즈음 미중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대립은, 태평양 제해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충돌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유럽대륙을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는데, 유럽대륙에 그어진 국경선들이 미소냉전의 갈등과 대립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오늘날 미중관계의 갈등과 대립은 해양경계선이 그어지지 않은 태평양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미소냉전에 비해 억제요인은 적고 충돌위험은 크다.
태평양 제해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일으키는 갈등과 대립이 무력충돌로 악화되지 않게 하는 억제요인은, 무력충돌이 두 나라에게 미증유의 국가적 손실을 안겨주게 된다는 피해의식 뿐이다. 그런 피해의식이 미중관계에서 갈등과 대립의 격화를 서로 피하게 만들고 대화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2013년 6월 7일부터 8일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비공식 정상회담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집권절차를 각각 완료한 오바마와 시진핑은 두 나라의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되는 사태를 피하고, 좀 더 편안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이번 회담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중정상회담 경험을 보면, 시진핑의 선임자인 후진타오는 국가주석에 취임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4월에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에 가서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쉬와 정상회담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은 국가주석에 취임한 때로부터 석 달 만에 오바마를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원래 오바마와 시진핑은 2013년 9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정상회담을 하게 되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석 달을 기다리지 못해 이번에 회담을 서두른 것이다. 이번 회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끝자락에 있는 랜초 미라지(Rancho Mirage)시의 개인 휴양소인 써니랜즈(Sunnylands)에서 진행되었다. 왜 그처럼 서둘러야 했을까?
이번 회담을 서두른 쪽은 미국이다.2013년 6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관리들은 시진핑이 백악관을 국빈방문하는 형식적인 겉치레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그 대신 써니랜즈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담을 하려고 하겠는지를 알아보려고 올해 초에 중국 정부관리들과 접촉하였”는데, 미국의 회담 제의를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주 신속히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회담을 서둘렀고, 중국이 그에 맞장구쳤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서두른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도 발설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노린 목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하자마자 그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보려는 데 있었고,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노린 목표는 미국에게 자기의 태도와 입장을 분명히 전하며 견제하려는 데 있었다.
오바마-시진핑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드넓은 태평양이 중국과 미국 두 대국에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지난해의 미국 방문이란 2012년 2월 14일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자신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 25분 동안 회담한 것을 뜻한다. 그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책임론’을 꺼내들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을 몰아세웠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은 ‘상호존중론’으로 맞선 바 있다. 2012년 2월 14일에 진행된 오바마-시진핑 백악관 회담이 1회전이었다면, 이번에 진행된 오바마-시진핑 써니랜즈 회담은 2회전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유형의 협력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공고한 기초가 되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말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지난 시기 두 나라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였던 대립과 갈등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의 인용문에서 오바마가 말한 ‘새로운 유형의 협력관계’란 중국이 미국과 맞서지 말고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관계를 뜻하며, 시진핑이 말한 ‘대립과 갈등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란 미국과 충돌을 피하면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방도를 뜻한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그처럼 상충적이므로,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의 대립은 불가피하였다. 이번 회담이 시작되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우리 두 나라 사이에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areas of tension)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회담석에 앉자마자 불가피한 긴장이란 말부터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이번 회담이 얼마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가 말한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을 논하면 아래와 같다.
세 군데 ‘발화점’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립
중국의 태평양 진출과 그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중시전략(Pivot-to-Asia Strategy) 추진이 오늘날 미중관계에 조성된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 가운데 주된 분야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분쟁 문제, 그리고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놓고 견해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여기서 댜오위다오, 대만, 남중국해 해양영토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과 미국의 아시아중시전략 추진이 충돌하는 세 군데 ‘발화점’들이다.
<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과 날카롭게 대립하였을 때, “화가 난 오바마는 자기 보좌관들에게 중국에 대한 지렛대(leverag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이번 회담을 서두른 의도는, ‘중국에 대한 지렛대’를 틀어쥐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데 있었다.
< NHK >와 <아사히신붕> 2013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유보하자고 일본에게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이 그 문제와 관련한 입장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으며, 주변국들이 중국의 해양진출 강화추세를 우려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전략적인 자제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과 중국은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만 거듭할 뿐이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은 “댜오위다오는 역사적으로 중국 고유의 영토이고, 중국의 영토주권이 걸린 핵심적 이익이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상대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지할 것을 미국에게 촉구하였고, 중국의 영토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자국의 영토주권을 재차 강조하였다.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취할 수 있는 방책은 외교적 타협이 아니라 무력충돌 자제다. 그런 점을 알고 있는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무력충돌을 자제하는 방도를 합의하려고 하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2013년 6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본 문제는 두 나라가 부쉬 정부 때부터 진행해오는 전략 및 경제대화에 더하여 정기적인 군사회담을 갖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정기적인 군사회담을 통해 댜오위다오, 대만,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두 나라가 군사회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실효를 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는 태평양 제해권을 놓고 타협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사활적인 국가이익에 직결된 현안들이기 때문이다. 영토주권이나 해양주권과 관련된 나라들 사이의 충돌을 회담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한 사례는 세계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해도가 없는 바다’에서 벌어진 대립
이번 회담이 열리기 11일 전인 2013년 5월 27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국방부가 준비한 보고서를 인용하여 중국 해커들이 미국 군수기업들이 개발한 첨단무기체계와 미국의 각종 첨단기술을 절취해왔다고 하면서, 해킹피해를 입은 첨단무기체계와 첨단기술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였다. 이러한 폭로행위는 당시 11일 뒤로 예정된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미국의 사전준비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회담 첫째 날 일정을 마친 직후 열린 현지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안보문제(cybersecurity issue)가 “해도가 없는 바다(uncharted waters)”와 같다고 지적하였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은 그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사이버안보문제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제 두 나라 관계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2013년 6월 8일부 보도기사는 “미국에게 있어서 이번 정상회담의 최고 목표는 사이버안보와 관련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었다”고 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안보에 관한 논쟁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오바마와 시진핑 사이에 가장 큰 긴장감이 조성된 듯하였다”고 썼다.
사이버안보문제는 회담 둘째 날에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는데, 시진핑은 중국이 해킹과 사이버공격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하면서, 중국도 사이버공격을 받는 피해자라고 ‘해명’하였고, 오바마는 중국의 대미해킹이 계속되는 경우 두 나라의 경제관계에 매우 힘든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시진핑은 미국이 이란에게 사이버공격을 가해왔다고 ‘폭로’하였고, 오바마는 <워싱턴 포스트> 2013년 5월 27일 보도에서 언급된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를 들고 나와 중국 정부가 해커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처럼 이번 회담에서 쌍방의 해명, 경고, 폭로, 우려가 서로 오갔지만, 사이버안보문제에 관해 미국과 중국은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시진핑은 사이버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인 방도로”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외교적 발언만 남겼을 뿐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2013년 5월 19일 <뉴욕 타임스>가 폭로한 것처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첩보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얼마 전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미국 정부의 사이버첩보활동인 ‘프리즘’을 폭로한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사이버첩보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안보분야에서 일어나는 사활적인 국가이익의 충돌을 회담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북의 핵문제에 관해 무슨 말이 오갔을까?
오바마와 시진핑은 회담 첫날 만찬석상에서 북의 핵문제에 관해 오랜 시간 회담하였다. 무슨 말이 오갔을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이 이번 회담일정 중에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오바마와 시진핑이 북의 핵위협에 대해 “공동의 위협분석(shared threat analysis)”을 하였다는 것이다. 세계질서를 좌우한다는 두 대국의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북의 핵무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공동으로 인식하였다니, 북의 핵무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그들 자신이 인정한 셈이다. 또한 톰 도닐런은 취재진에게 “내 생각에 최저선은 두 나라가 북의 핵문제를 잘 조절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함께 취하겠다는 절대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표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목표에 이르지 못한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이 비핵화하여야 한다는 것과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북압박을 통하여 북의 비핵화를 달성하기로 함께 노력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는 것만으로 논의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회담에 배석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뉴욕 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는 “북의 행동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그(김정은 제1위원장을 뜻함-옮긴이)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북이 기존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미국의 태평양 주둔 무력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미국의 견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동의하는 듯 보였다고 미국 정부관리들이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하였다.
남측 언론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이 북의 비핵화 문제에 관해 상당한 의견일치를 본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아전인수격의 추측보도다. 미국과 중국은 북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그 두 나라의 국가이익이 상충적이기 때문에 북의 비핵화 문제에 관한 의견일치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북이 ‘핵 없는 동맹국’으로 남아 한반도의 현재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기 바라는 반면, 미국은 북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핵무장을 해제하려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그 두 나라의 국가이익은 상충적인 것이다.
두 정상의 의도적 연출 뒤에 가려진 대립 분위기
첫째 날 회담을 마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행은 회담장을 빠져나가 인근 호텔에서 숙박하였고, 오바마 대통령과 일행은 써니랜드 휴양소에서 그대로 머물며 숙박하였다. 둘째 날 아침, 오바마와 시진핑은 각자 자기쪽 통역관을 한 사람씩 대동하고 휴양소 경내를 산책하면서 5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바마가 시진핑에게 선물한 야외용 나무의자에 함께 앉아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런 친근한 장면은 이번 회담이 대립적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음을 은폐하려는 의도적인 연출이다.
< 뉴욕 타임스>가 2013년 6월 9일부 보도기사에서 “시진핑이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를 오바마와 시진핑이 실행에 옮길 아무런 담보가 없다”고 지적한 것은 이번 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결실을 보지 못한 게 아니라, 국가이익의 충돌을 재확인하며 대립한 것이다.
이번 회담이 막을 내린 때로부터 불과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6월 10일 미국 태평양 연안의 최남단 해군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인근에서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일본 자위대 육해공군 병력 1,000명과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이지스함을 참가시킨 가운데 가상적국이 점령한 일본의 외딴 섬을 무력으로 탈환하는 전쟁연습을 강행하였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에게 미일동맹군의 섬탈환전 연습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이 열렸던 랜초 미라지로부터 직선거리로 재어보면 남서쪽으로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미일동맹군이 마치 회담종료시각을 기다렸다는 듯이 섬탈환전 연습을 강행한 것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무력으로 저지하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회담장소를 왜 랜초 미라지의 개인 휴양소로 정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 직전에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중국 해킹범죄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하여 중국을 곤경에 몰아넣고, 실제로 회담 중에 사이버안보문제를 들고 나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압박하였으며, 회담 직후에는 미일동맹군의 섬탈환전 연습을 강행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에게는 미중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다.
아시아대륙과 북미대륙 사이에는 지구 위에서 가장 넓고 큰 바다인 태평양이 가로놓여 있는데, 그 바다의 제해권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장악하였다. 오늘날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미국의 지배력은 그 바다를 배타적으로 장악, 관리하는 제해권 행사에 의해 강화된 것이다.
그런데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신흥강국이 출현하여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에 도전장을 던졌으니, 그 신흥강국이 중국이다. 요즈음 미중관계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대립은, 태평양 제해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충돌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유럽대륙을 사이에 두고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킨 것이었는데, 유럽대륙에 그어진 국경선들이 미소냉전의 갈등과 대립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오늘날 미중관계의 갈등과 대립은 해양경계선이 그어지지 않은 태평양에서 일어난다는 점에서 미소냉전에 비해 억제요인은 적고 충돌위험은 크다.
태평양 제해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일으키는 갈등과 대립이 무력충돌로 악화되지 않게 하는 억제요인은, 무력충돌이 두 나라에게 미증유의 국가적 손실을 안겨주게 된다는 피해의식 뿐이다. 그런 피해의식이 미중관계에서 갈등과 대립의 격화를 서로 피하게 만들고 대화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2013년 6월 7일부터 8일까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비공식 정상회담도 그런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집권절차를 각각 완료한 오바마와 시진핑은 두 나라의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되는 사태를 피하고, 좀 더 편안한 관계를 맺기 위해” 이번 회담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중정상회담 경험을 보면, 시진핑의 선임자인 후진타오는 국가주석에 취임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2006년 4월에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에 가서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부쉬와 정상회담을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은 국가주석에 취임한 때로부터 석 달 만에 오바마를 만나 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원래 오바마와 시진핑은 2013년 9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서 정상회담을 하게 되었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석 달을 기다리지 못해 이번에 회담을 서두른 것이다. 이번 회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끝자락에 있는 랜초 미라지(Rancho Mirage)시의 개인 휴양소인 써니랜즈(Sunnylands)에서 진행되었다. 왜 그처럼 서둘러야 했을까?
이번 회담을 서두른 쪽은 미국이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서두른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도 발설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노린 목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하자마자 그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보려는 데 있었고,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노린 목표는 미국에게 자기의 태도와 입장을 분명히 전하며 견제하려는 데 있었다.
오바마-시진핑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나는 드넓은 태평양이 중국과 미국 두 대국에게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지난해의 미국 방문이란 2012년 2월 14일 당시 국가부주석이었던 자신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예정시간을 넘겨 1시간 25분 동안 회담한 것을 뜻한다. 그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책임론’을 꺼내들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을 몰아세웠고,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은 ‘상호존중론’으로 맞선 바 있다. 2012년 2월 14일에 진행된 오바마-시진핑 백악관 회담이 1회전이었다면, 이번에 진행된 오바마-시진핑 써니랜즈 회담은 2회전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앞으로 우리가 새로운 유형의 협력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공고한 기초가 되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말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지난 시기 두 나라 사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였던 대립과 갈등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의 인용문에서 오바마가 말한 ‘새로운 유형의 협력관계’란 중국이 미국과 맞서지 말고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관계를 뜻하며, 시진핑이 말한 ‘대립과 갈등과는 다른 새로운 길’이란 미국과 충돌을 피하면서 중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방도를 뜻한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그처럼 상충적이므로,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의 대립은 불가피하였다. 이번 회담이 시작되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우리 두 나라 사이에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areas of tension)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회담석에 앉자마자 불가피한 긴장이란 말부터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이번 회담이 얼마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가 말한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을 논하면 아래와 같다.
세 군데 ‘발화점’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립
중국의 태평양 진출과 그에 맞선 미국의 아시아중시전략(Pivot-to-Asia Strategy) 추진이 오늘날 미중관계에 조성된 ‘불가피하게 긴장된 분야들’ 가운데 주된 분야다. 아니나 다를까,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분쟁 문제, 그리고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놓고 견해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여기서 댜오위다오, 대만, 남중국해 해양영토는 중국의 태평양 진출과 미국의 아시아중시전략 추진이 충돌하는 세 군데 ‘발화점’들이다.
<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9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날카롭게 대립하고,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필리핀과 날카롭게 대립하였을 때, “화가 난 오바마는 자기 보좌관들에게 중국에 대한 지렛대(leverag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이번 회담을 서두른 의도는, ‘중국에 대한 지렛대’를 틀어쥐고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데 있었다.
< NHK >와 <아사히신붕> 2013년 6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이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유보하자고 일본에게 요구하고 있으나, 일본이 그 문제와 관련한 입장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으며, 주변국들이 중국의 해양진출 강화추세를 우려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전략적인 자제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과 중국은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만 거듭할 뿐이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은 “댜오위다오는 역사적으로 중국 고유의 영토이고, 중국의 영토주권이 걸린 핵심적 이익이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 상대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뉴욕 타임스> 2013년 6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지할 것을 미국에게 촉구하였고, 중국의 영토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자국의 영토주권을 재차 강조하였다.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 중국이 서로 취할 수 있는 방책은 외교적 타협이 아니라 무력충돌 자제다. 그런 점을 알고 있는 오바마와 시진핑은 이번 회담에서 무력충돌을 자제하는 방도를 합의하려고 하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2013년 6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본 문제는 두 나라가 부쉬 정부 때부터 진행해오는 전략 및 경제대화에 더하여 정기적인 군사회담을 갖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정기적인 군사회담을 통해 댜오위다오, 대만,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무력충돌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두 나라가 군사회담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실효를 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댜오위다오 문제, 대만 문제, 남중국해 해양영토 문제는 태평양 제해권을 놓고 타협할 수 없는 미국과 중국의 사활적인 국가이익에 직결된 현안들이기 때문이다. 영토주권이나 해양주권과 관련된 나라들 사이의 충돌을 회담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한 사례는 세계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해도가 없는 바다’에서 벌어진 대립
이번 회담이 열리기 11일 전인 2013년 5월 27일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국방부가 준비한 보고서를 인용하여 중국 해커들이 미국 군수기업들이 개발한 첨단무기체계와 미국의 각종 첨단기술을 절취해왔다고 하면서, 해킹피해를 입은 첨단무기체계와 첨단기술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였다. 이러한 폭로행위는 당시 11일 뒤로 예정된 이번 회담에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미국의 사전준비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회담 첫째 날 일정을 마친 직후 열린 현지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이버안보문제(cybersecurity issue)가 “해도가 없는 바다(uncharted waters)”와 같다고 지적하였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은 그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사이버안보문제는 “부차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제 두 나라 관계의 중심부에 자리 잡았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 2013년 6월 8일부 보도기사는 “미국에게 있어서 이번 정상회담의 최고 목표는 사이버안보와 관련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었다”고 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사이버안보에 관한 논쟁적인 문제를 둘러싸고 오바마와 시진핑 사이에 가장 큰 긴장감이 조성된 듯하였다”고 썼다.
사이버안보문제는 회담 둘째 날에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는데, 시진핑은 중국이 해킹과 사이버공격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하면서, 중국도 사이버공격을 받는 피해자라고 ‘해명’하였고, 오바마는 중국의 대미해킹이 계속되는 경우 두 나라의 경제관계에 매우 힘든 문제가 생겨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시진핑은 미국이 이란에게 사이버공격을 가해왔다고 ‘폭로’하였고, 오바마는 <워싱턴 포스트> 2013년 5월 27일 보도에서 언급된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를 들고 나와 중국 정부가 해커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처럼 이번 회담에서 쌍방의 해명, 경고, 폭로, 우려가 서로 오갔지만, 사이버안보문제에 관해 미국과 중국은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시진핑은 사이버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적인 방도로”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외교적 발언만 남겼을 뿐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2013년 5월 19일 <뉴욕 타임스>가 폭로한 것처럼, 미국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첩보활동이 계속되고 있으며, 얼마 전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미국 정부의 사이버첩보활동인 ‘프리즘’을 폭로한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사이버첩보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안보분야에서 일어나는 사활적인 국가이익의 충돌을 회담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북의 핵문제에 관해 무슨 말이 오갔을까?
오바마와 시진핑은 회담 첫날 만찬석상에서 북의 핵문제에 관해 오랜 시간 회담하였다. 무슨 말이 오갔을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톰 도닐런이 이번 회담일정 중에 취재진에게 밝힌 바에 따르면, 오바마와 시진핑이 북의 핵위협에 대해 “공동의 위협분석(shared threat analysis)”을 하였다는 것이다. 세계질서를 좌우한다는 두 대국의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북의 핵무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공동으로 인식하였다니, 북의 핵무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그들 자신이 인정한 셈이다. 또한 톰 도닐런은 취재진에게 “내 생각에 최저선은 두 나라가 북의 핵문제를 잘 조절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함께 취하겠다는 절대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표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목표에 이르지 못한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이 비핵화하여야 한다는 것과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북압박을 통하여 북의 비핵화를 달성하기로 함께 노력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는 것만으로 논의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 회담에 배석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미국 정부 고위관리는 <뉴욕 타임스> 취재기자에게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는 “북의 행동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그(김정은 제1위원장을 뜻함-옮긴이)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북이 기존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미국의 태평양 주둔 무력이 더욱 증대될 것이라는 미국의 견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동의하는 듯 보였다고 미국 정부관리들이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하였다.
남측 언론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오바마와 시진핑이 북의 비핵화 문제에 관해 상당한 의견일치를 본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아전인수격의 추측보도다. 미국과 중국은 북의 핵보유를 반대한다는 점에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그 두 나라의 국가이익이 상충적이기 때문에 북의 비핵화 문제에 관한 의견일치는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중국은 북이 ‘핵 없는 동맹국’으로 남아 한반도의 현재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주기 바라는 반면, 미국은 북의 체제를 붕괴시키고 핵무장을 해제하려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그 두 나라의 국가이익은 상충적인 것이다.
두 정상의 의도적 연출 뒤에 가려진 대립 분위기
첫째 날 회담을 마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행은 회담장을 빠져나가 인근 호텔에서 숙박하였고, 오바마 대통령과 일행은 써니랜드 휴양소에서 그대로 머물며 숙박하였다. 둘째 날 아침, 오바마와 시진핑은 각자 자기쪽 통역관을 한 사람씩 대동하고 휴양소 경내를 산책하면서 5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바마가 시진핑에게 선물한 야외용 나무의자에 함께 앉아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런 친근한 장면은 이번 회담이 대립적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음을 은폐하려는 의도적인 연출이다.
< 뉴욕 타임스>가 2013년 6월 9일부 보도기사에서 “시진핑이 언급한 ‘새로운 형태의 대국관계’를 오바마와 시진핑이 실행에 옮길 아무런 담보가 없다”고 지적한 것은 이번 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했음을 말해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결실을 보지 못한 게 아니라, 국가이익의 충돌을 재확인하며 대립한 것이다.
이번 회담이 막을 내린 때로부터 불과 48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6월 10일 미국 태평양 연안의 최남단 해군기지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인근에서 미국 해군과 해병대가 일본 자위대 육해공군 병력 1,000명과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이지스함을 참가시킨 가운데 가상적국이 점령한 일본의 외딴 섬을 무력으로 탈환하는 전쟁연습을 강행하였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에게 미일동맹군의 섬탈환전 연습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이 열렸던 랜초 미라지로부터 직선거리로 재어보면 남서쪽으로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미일동맹군이 마치 회담종료시각을 기다렸다는 듯이 섬탈환전 연습을 강행한 것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무력으로 저지하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회담장소를 왜 랜초 미라지의 개인 휴양소로 정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 직전에 미국 국방부가 작성한 중국 해킹범죄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하여 중국을 곤경에 몰아넣고, 실제로 회담 중에 사이버안보문제를 들고 나와 시진핑 국가주석을 압박하였으며, 회담 직후에는 미일동맹군의 섬탈환전 연습을 강행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에게는 미중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하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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