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3년 04월 27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서로 다른 두 종류의 3일 전쟁 시나리오
2013년 4월 22일 서울 시내 가판대들에 나온 <주간조선> 제2253호에서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눈길을 끈다. 그 주간지 취재기자가 2013년 4월 15일 충청남도 계룡대 육군본부에 가서 육군본부 전력부장인 황종수 소장과 이야기를 나눈 대담기사다. 전력부장이라는 군직은 전투력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참모급 군지휘관이라고 하니, 그의 대담발언을 무심히 지나치기 힘들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교전쌍방의) 200만 병력이 충돌, 개전 사흘 안에 수백만 이상의 인구가 희생되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게 된다. 남북 양쪽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면전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 당위적 이유가 여기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사흘 안에 남측과 북측에서 수백만 명 이상 사망하는 민족공멸상태에 빠질 것이므로 전쟁을 무조건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그런 예상과 달리,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2190)에서 나는 개전 사흘 만에 전쟁이 북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 시나리오를 서술한 바 있다. 내가 서술한 3일 전쟁 시나리오는 소설적 상상으로 그려낸 허황한 상상도가 아니라, 전면전에서 교전쌍방이 처하게 될 작전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민족공멸로 끝나는 3일 전쟁 시나리오를 언급하였다.
북의 승리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민족공멸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민족공멸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흔히 떠올리지만, 그런 예상은 정보부족에서 오는 착오다.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겠거니와, 실제로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민족공멸로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정보를 잘 아는 육군본부 전력부장이 민족공멸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한국군이 이길 수 없는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대로, 그가 “전면전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 당위적 이유”에 대해 역설한 것이 그런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군사상황과 관련하여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정보를 짚어보면서 3일 전쟁 시나리오를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3일 전쟁 시나리오를 분석할 때,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논할 문제는 어느 쪽이 공격자이고 어느 쪽이 방어자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은데다가, 중무장한 방대한 병력이 밀집대형으로 대치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공격자가 승리하고 방어자가 패배할 가능성은 100%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은 공격자의 입장에서 선제기습타격을 개시할 것이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글에서는 미한연합군이라 부른다)은 방어자의 입장에서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에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공격-방어구도는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군사상황이다. 인민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임의의 시각에 최후공격명령을 내리면 즉각 전면전에 돌입할 공격대형으로 전방에 대거 포진하였고, 미한연합군은 인민군의 전면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249km에 걸쳐 횡렬방어선을 구축해놓았다.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249km 전선에서 불시에 전면적으로 밀어붙일 상상을 초월한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을 미한연합군이 막아내고 반격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민군의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을 막아낼 방어력이 미한연합군에게 없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인민군이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을 위한 전투력을 정전 이후 줄곧 강화시켜왔고,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미한연합군을 압도할 만큼 막강한 수준으로 장성되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대담기사에서 육군본부 전력부장도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력이 위력적이라고 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한 지상군은 102만 명으로 전체 병력의 86%를 차지한다. 북한은 이 중 70%를 평양-원산 이남지역에 배치해 상시 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02만 명의 70%라고 하면 714,000명인데, 전방에 전진배치된 인민군 병력 714,000명은 잘 훈련된 정예병력이므로 당연히 선제기습타격을 위한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었다. 인민군 정예병력 714,000명의 무장력은 어떠할까? 이와 관련하여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두 가지 사실만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갔다.
첫째,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북한 전차는 약 4,200대(우리는 2,400대)”라는 것이다.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나는 최전방에 배치된,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4개 기계화 군단에 전차 4,600대와 장갑차 3,000대가 배치되었다고 서술하였다.
인민군 4개 기계화군단에 배치된 주력전차 4,600대는 어떤 전차일까?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인민군 열병식에 네 종류의 주력전차들이 등장하였다. 그 전차들을 살펴보면, 전차바퀴가 다섯 개 달리고 둥근 포탑을 탑재한 천마 1호, 전차바퀴가 다섯 개 달리고 모난 포탑을 탑재한 천마 2호, 전차바퀴가 여섯 개 달리고 모난 포탑을 탑재한 2002년형 폭풍 1호, 전차바퀴가 여섯 개 달리고 둥근 포탑을 탑재한 2010년형 폭풍 2호다.
<조선일보> 2002년 6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차 2002년형 폭풍 1호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러시아군 전차 T-90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한다. 2002년형 폭풍 1호 전차가 그처럼 뛰어난 성능을 지녔으니, 2010년형 폭풍 2호 전차는 T-90의 성능을 능가하는 최첨단 전차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민군 전방부대에 세계 최강 전차가 배치된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인민군 전차와 장갑차가 100% 갱도에 들어가 대기 중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인민군 대대별로 구축된 전차갱도와 장갑차갱도는 입구가 한 군데이고, 입구 반대쪽에 출구는 두 군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일제히 발사하는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 미한연합군의 공군기지와 레이더기지를 파괴한 직후, 미한연합군 전차들을 공습파괴할 인민군 공중무력을 앞세우고, 인민군 전차 4,600대와 장갑차 3,000대가 전방지역 각지에 구축된 전차갱도들과 장갑차갱도들에서 밀물처럼 쏟아져 나와 남진총공세를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에 따르면, “전방지역에 야포 8,600문(우리는 5,300문)과 방사포 4,800문(우리는 200문)을 집중배치해 우리 수도권을 기습적으로 포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나는 인민군 전방부대의 중장거리포가 8,000문(한국군은 5,200문)이고, 인민군 전방부대의 240mm 방사포는 3,400문(한국군 다련장로켓포는 200문)이라고 서술하였고, 개전 직후 30분 동안 240mm 방사포 3,400문이 102,000발을 쏘고, 중장거리포 8,000문이 24,000발을 쏠 것으로 예견하였다.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을 논하면서 전차, 방사포, 중장거리포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은 전차, 방사포, 중장거리포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무장력을 입체적으로 동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 무장력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 사실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력이 그처럼 압도적인데 비해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듣지 않을 것이다. 인민군이 낡은 소련제 무기로 무장하였고, 유류공급도 턱없이 부족해서 평시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심지어 잘 먹지도 못해 배고픈 탈영병들이 속출한다는 헛소문만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력이 압도적이고,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은 자료로 입증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헛소문이 빚어낸 허상을 버리고, 실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 무장력의 여섯 가지 취약성
2012년 2월 20일 <아시아경제>에 실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김종하 교수의 글 ‘보병사단의 6가지 취약점’은 한국군 무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려주었다. 그 글에서 지적한 한국군 무장력의 취약성은 아래와 같다.
첫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동서구간 249km에 걸친 횡렬방어선을 구축한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병사들의 맨 눈에 의존해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야시장비 조준경을 보유한 북한군이 지금 당장 야간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전방 한국군 보병부대는 많은 피해(병력손실)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야간기습전을 개시하는 경우, 한국군 방어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격자인 인민군 전방부대는 야시장비 조준경을 부착한 각종 무기로 무장하였는데 비해, 방어자인 한국군 전방부대는 ‘야맹증 환자’ 같은 신세이니, 야간전투에서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군이 특히 야간전에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아는 인민군은 실전 분위기 속에서 야간기습전을 연습하고 있다.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2013년 2월 21일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의 실탄사격을 배합한 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였는데, 그것은 야간기습전 연습이었다. 전쟁전야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최고사령관이 야간기습전 연습을 직접 지도한 것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앞두고 인민군의 야간기습전 능력을 최종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 대대급 이하 부대들에는 영상정보 통신기반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북한이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 보병부대는 눈과 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한국군 전방부대들이 야간전투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주간전투에서도 “눈과 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 빠져버린다면, 한국군 방어선은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불시에 개시할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셋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을 “육안감시→무선통신전파→구형 견인포 사격”으로 대응해야 하는 한국군 전방부대의 “포병 사거리는 20km인데 감시능력은 병사들의 맨눈(2km)에 의존해 감시, 타격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쌍안경을 사용하는, 탐지거리가 2km밖에 되지 않는 육안감시에 의존하는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 조짐을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군 전방부대가 무선통신전파로 교신하는 것은 인민군의 전파방해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므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한국군은 교신두절로 지휘체계가 마비될 것이다. 또한 신속한 기동력, 장갑방호장비, 갱도진지가 없이 낡은 견인포만 끌고 다니는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인민군의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에 맞서지 못한다.
방사포 3,400문을 보유한 인민군 전방부대 방사포병들이 240mm 대구경 방사포탄 102,000발을 불소나기처럼 퍼붓고, 중장거리포 8,000문을 보유한 인민군 전방부대 곡사포병들이 불시에 대구경 포탄 24,000발을 불소나기처럼 퍼부으면, 낡은 견인포를 보유한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30분 동안 방사포와 중장거리포 126,000발을 발사하면, 세계 전쟁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그러한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의 화력밀도 속에서 살아남을 군대는 세상에 없다.
넷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은 “작전지역을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지상 및 공중수송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군 보병사단은 차량화된 기동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하 교수는 인민군이 병력수송차량만 기동수단으로 보유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인민군의 기동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인민군 보병부대가 병력수송차량을 타고 남진하기에 앞서, 3차원 남진공격이 선행될 것이다. 3차원 남진공격은 지상, 공중, 해상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입체적 공격이다. 지상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4개 기계화 군단이 전차 4,600대, 장갑차 3,000대를 몰고 남진할 것이며, 공중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항공륙전대가 대형수송기, 병력수송헬기, 병력수송쌍엽기를 타고 고속으로 남하할 것이며, 해상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해상륙전대가 공기부양정, 잠수정, 고속상륙함을 타고 고속으로 남하할 것이다.
그런데 변변한 기동수단도 없이 두 다리만으로 뛰어다니는 한국군 전방부대는 그처럼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아낼 유일한 방어력은 미한연합군의 전투기와 공격헬기밖에 없는데, 후방에 배치된 그 전투기와 공격헬기는 이미 개전시각에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퍼붓는 지대지 단거리미사일 1,000발의 밀집타격과 무인타격기 수 백 대의 정밀타격으로 무참히 파괴될 것이며, 미한연합군의 공군기지와 레이더기지는 남진갱도와 잠수정을 타고 남측 각지에 사전침투한 인민군 특수전 병력에 의해 점령될 것이므로, 미한연합군 전투기와 공격헬기는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지 못한다.
다섯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 전방부대는) 적 항공기 공격에 대한 방공능력이 전무하다. 발칸(벌컨포를 뜻함-옮긴이)은 사거리가 짧고, 육안관측 및 수동식 추적으로 (쏘는 무기이므로) 적 항공기의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총으로 적 항공기를 요격해야 되는 한 편의 만화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남진총공세가 개시되기 직전, 전방지역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미한연합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공대지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파괴하는 인민군 항공군의 대지공격기(SU-25), 폭격기(IL-28), 공격헬기(MI-24)들을 한국군 전방부대가 소총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종하 교수가 개탄한 것처럼,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의 대지공격기와 폭격기와 공격헬기를 향해 소총을 쏘는 것은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전쟁만화로 보인다.
여섯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은) 감시, 기동, 화력, 방호 등의 제 전장기능이 불균형 상태에 있어 통합전투력 발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애초부터 제 전장기능을 통합하는 전력증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인 것”이라고 하였다. 김종하 교수는 한국군의 감시력, 기동력, 화력, 방호력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였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불균형 상태가 아니라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해야 하며, 정전 이후 60년 동안 인민군은 선제기습타격능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왔지만, 미한연합군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적합하지도 않은 미국산 최신무기 몇 종에만 의존하면서 방어능력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치명적인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전면 대치한 쌍방의 무장력이 비등하다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위에서 언급한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처럼 민족이 공멸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논한 것처럼, 쌍방의 무장력에서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민족이 공멸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이다. 3일 전쟁은 결코 민족공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제적십자 깃발 달고 한반도로 출항할 미국 해군 수송선단
김종하 교수는 위에 인용한 자기의 글에서 “이런 6가지 대비태세 상의 취약점은 현재 전방 한국군 보병사단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처럼 패전을 예고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미한연합군이 벗어날 방도가 있을까? 미한연합군 지휘부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방도를 예상하고 있다.
미한연합군 지휘부가 예상하는 첫째 방도는 한국군 전방부대가 궤멸당할 경우 그 전투력을 긴급히 복원하는 것이다.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의 강력한 선제기습타격을 받아 전투력을 상실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한국군은 전투력복원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중부전선 철원군 최전방에 주둔하는 한국군 3사단이 “적의 기습적인 화학탄 공격을 받아 병력의 상당수가 전투력을 상실하게 됐으며 전차와 화기도 대량파괴되는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을 상정하여 전투력복원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투력복원훈련은 “경상도 지역의 예비사단 소속 동원병력들이 즉각 기차와 버스에 몸을 싣고” 한국군 3사단 주둔지에 도착하고, “후방에 평소 비축해두었던 M48 전차와 화포 등 각종 무기들도 기차와 수송차량에 실려 전투현장으로 속속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예비군이 현지에 도착하면 “현역군인들로부터 병기조작법 등을 익힌 뒤에 전투에 투입”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군사정보를 아는 사람의 시야에는 위에 서술한 전투력복원훈련이 현실과 동떨어진 전쟁만화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군 전방부대가 궤멸되는 경우, 후방에 침투한 인민군 특수부대와 격전을 벌여야 하는 예비군을 기차와 버스에 태워 전방으로 보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고, 인민군의 공격으로 철도와 도로가 파괴되고 피난민 행렬과 차량으로 교통로마저 막혀버릴 텐데 한국군이 후방에 비축해둔 중화기들을 기차와 수송차량에 실어 전방으로 보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고, 더욱이 전방에 도착한 예비군이 불소나기 쏟아지는 격전장 한 구석에 몰려가서 병기조작법 등을 배운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1948년도에 미국에서 생산된 M48 전차는 6.25전쟁 중인 1950년 10월에 미국군이 한국군에게 넘겨준 것인데, 지금은 박물관 전시물이지 실전무기는 아니다. <한국일보> 2009년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양구에 있는 최전방 사단에 배치된 M48 전차는 너무 고물이어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그나마 다행”이며, “보통 표준속도(시속 30km)보다 느린 시속 15∼20km 정도로 운행한다”는 것이다.
인민군 전방부대는 러시아군이 1995년부터 생산한 3세대 전차 T-90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의 2010년형 폭풍 2호 전차를 몰고 나올 판인데, 그에 맞선 한국군 전방부대는 미국에서 1948년에 생산되어 6.25전쟁 중에 사용되었다가 전쟁박물관에 들어간지 너무 오랜 M48 전차로 막으려 한다니, 전쟁만화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군은 M48 전차를 880대나 운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군은 1987년에 개발하고 2001년에 성능을 향상시킨 K1 전차를 1,500대 운용하고 있지만, 엔진 고장으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포신이 파열되거나 변속기 결함으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한연합군 지휘부가 예상하는 둘째 방도는 미국의 증원군 급파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개전 1일 만에 궤멸상태에 빠진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를 구원하기 위해 미국이 강력한 항모강습단과 대규모 증원병력을 한반도 전선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런 심리적 반응은 예상이라기보다 맹신에 가깝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지 이틀 안에 미국이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려면, 일본 요코스카와 사세보에 전진배치한 7함대 항모강습단 함선들을 긴급출동시켜야 하고, 또한 이틀 안에 증원병력을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려면, 일본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제3해병원정군 병력 17,000명과 상륙함선들을 긴급출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7함대 항모강습단과 제3해병원정군을 한반도 전선에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항모강습단과 해병원정군이 한반도 전선에 출동할 조짐이 나타나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일제히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7함대 항모강습단과 제3해병원정군의 한반도 전선 급파가 미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초토화시킬 멸망의 최후 선택이 되리라는 점을 알 것이므로, 자기들끼리 설왕설래,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포기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이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자국인 생존자를 송환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병력 28,500명 가운데 인민군의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을 받고서도 운 좋게 살아남은 패잔병 포로 몇 명, 그리고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 고립되었다가 인민군 특수부대에게 생포당한 미국인 체류자 150,000명을 미국으로 송환할 미국 해군 수송선단이 국제적십자 깃발을 달고 3일 전쟁이 끝난 한반도를 향해 출항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3일 만에 끝났다고 해서 미국군 패잔병 포로들과 생포된 미국인 체류자들을 미국 마음대로 데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침전쟁연습과 대북적대정책에 집착하다가 어이없게 참패를 당한 미국은 북이 내미는 항복문서에 조인한 뒤에 비로소 송환절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한미동맹’을 포기할 것인데, 그런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것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내던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맹신할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지키자고 약속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믿어야 할 것인데,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의 뿌리가 너무 깊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서 그렇게 전향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전쟁전야는 날로 더 깊어가고 있는지 모른다.(2013년 4월 26일)
2013년 4월 22일 서울 시내 가판대들에 나온 <주간조선> 제2253호에서 흥미로운 기사 한 편이 눈길을 끈다. 그 주간지 취재기자가 2013년 4월 15일 충청남도 계룡대 육군본부에 가서 육군본부 전력부장인 황종수 소장과 이야기를 나눈 대담기사다. 전력부장이라는 군직은 전투력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참모급 군지휘관이라고 하니, 그의 대담발언을 무심히 지나치기 힘들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교전쌍방의) 200만 병력이 충돌, 개전 사흘 안에 수백만 이상의 인구가 희생되는 아비규환이 벌어지게 된다. 남북 양쪽 모두가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고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면전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 당위적 이유가 여기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사흘 안에 남측과 북측에서 수백만 명 이상 사망하는 민족공멸상태에 빠질 것이므로 전쟁을 무조건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그런 예상과 달리,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2190)에서 나는 개전 사흘 만에 전쟁이 북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예상한 시나리오를 서술한 바 있다. 내가 서술한 3일 전쟁 시나리오는 소설적 상상으로 그려낸 허황한 상상도가 아니라, 전면전에서 교전쌍방이 처하게 될 작전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하여 작성한 것이다. 그런데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민족공멸로 끝나는 3일 전쟁 시나리오를 언급하였다.
북의 승리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민족공멸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가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일까?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민족공멸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을 흔히 떠올리지만, 그런 예상은 정보부족에서 오는 착오다. 아래에서 자세히 논하겠거니와, 실제로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민족공멸로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정보를 잘 아는 육군본부 전력부장이 민족공멸로 끝날 3일 전쟁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은, 한국군이 이길 수 없는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그렇게 발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대로, 그가 “전면전을 무조건 막아야 하는 당위적 이유”에 대해 역설한 것이 그런 판단을 뒷받침해준다.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군사상황과 관련하여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정보를 짚어보면서 3일 전쟁 시나리오를 다시 고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3일 전쟁 시나리오를 분석할 때,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논할 문제는 어느 쪽이 공격자이고 어느 쪽이 방어자인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전투종심이 매우 짧은데다가, 중무장한 방대한 병력이 밀집대형으로 대치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공격자가 승리하고 방어자가 패배할 가능성은 100%다.
그런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은 공격자의 입장에서 선제기습타격을 개시할 것이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이 글에서는 미한연합군이라 부른다)은 방어자의 입장에서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에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공격-방어구도는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 객관적인 군사상황이다. 인민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임의의 시각에 최후공격명령을 내리면 즉각 전면전에 돌입할 공격대형으로 전방에 대거 포진하였고, 미한연합군은 인민군의 전면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249km에 걸쳐 횡렬방어선을 구축해놓았다.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249km 전선에서 불시에 전면적으로 밀어붙일 상상을 초월한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을 미한연합군이 막아내고 반격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민군의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을 막아낼 방어력이 미한연합군에게 없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인민군이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을 위한 전투력을 정전 이후 줄곧 강화시켜왔고, 6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미한연합군을 압도할 만큼 막강한 수준으로 장성되었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대담기사에서 육군본부 전력부장도 인민군의 선제기습타격력이 위력적이라고 보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북한 지상군은 102만 명으로 전체 병력의 86%를 차지한다. 북한은 이 중 70%를 평양-원산 이남지역에 배치해 상시 기습공격을 감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102만 명의 70%라고 하면 714,000명인데, 전방에 전진배치된 인민군 병력 714,000명은 잘 훈련된 정예병력이므로 당연히 선제기습타격을 위한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었다. 인민군 정예병력 714,000명의 무장력은 어떠할까? 이와 관련하여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두 가지 사실만 간략히 언급하고 넘어갔다.
첫째,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북한 전차는 약 4,200대(우리는 2,400대)”라는 것이다.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나는 최전방에 배치된,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4개 기계화 군단에 전차 4,600대와 장갑차 3,000대가 배치되었다고 서술하였다.
인민군 4개 기계화군단에 배치된 주력전차 4,600대는 어떤 전차일까?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인민군 열병식에 네 종류의 주력전차들이 등장하였다. 그 전차들을 살펴보면, 전차바퀴가 다섯 개 달리고 둥근 포탑을 탑재한 천마 1호, 전차바퀴가 다섯 개 달리고 모난 포탑을 탑재한 천마 2호, 전차바퀴가 여섯 개 달리고 모난 포탑을 탑재한 2002년형 폭풍 1호, 전차바퀴가 여섯 개 달리고 둥근 포탑을 탑재한 2010년형 폭풍 2호다.
<조선일보> 2002년 6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 전차 2002년형 폭풍 1호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러시아군 전차 T-90과 성능이 비슷하다고 한다. 2002년형 폭풍 1호 전차가 그처럼 뛰어난 성능을 지녔으니, 2010년형 폭풍 2호 전차는 T-90의 성능을 능가하는 최첨단 전차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인민군 전방부대에 세계 최강 전차가 배치된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인민군 전차와 장갑차가 100% 갱도에 들어가 대기 중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인민군 대대별로 구축된 전차갱도와 장갑차갱도는 입구가 한 군데이고, 입구 반대쪽에 출구는 두 군데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일제히 발사하는 단거리 지대지미사일이 미한연합군의 공군기지와 레이더기지를 파괴한 직후, 미한연합군 전차들을 공습파괴할 인민군 공중무력을 앞세우고, 인민군 전차 4,600대와 장갑차 3,000대가 전방지역 각지에 구축된 전차갱도들과 장갑차갱도들에서 밀물처럼 쏟아져 나와 남진총공세를 시작하는 것이다.
둘째,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에 따르면, “전방지역에 야포 8,600문(우리는 5,300문)과 방사포 4,800문(우리는 200문)을 집중배치해 우리 수도권을 기습적으로 포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2013년 3월 16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3일 만에 끝날 단기속결전’에서 나는 인민군 전방부대의 중장거리포가 8,000문(한국군은 5,200문)이고, 인민군 전방부대의 240mm 방사포는 3,400문(한국군 다련장로켓포는 200문)이라고 서술하였고, 개전 직후 30분 동안 240mm 방사포 3,400문이 102,000발을 쏘고, 중장거리포 8,000문이 24,000발을 쏠 것으로 예견하였다.
육군본부 전력부장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을 논하면서 전차, 방사포, 중장거리포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은 전차, 방사포, 중장거리포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종류의 무장력을 입체적으로 동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 무장력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 사실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력이 그처럼 압도적인데 비해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하면, 그 말을 곧이듣지 않을 것이다. 인민군이 낡은 소련제 무기로 무장하였고, 유류공급도 턱없이 부족해서 평시에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심지어 잘 먹지도 못해 배고픈 탈영병들이 속출한다는 헛소문만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력이 압도적이고, 미한연합군 전방부대의 방어력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은 자료로 입증되는 엄연한 현실이다.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이른 오늘, 한반도 군사상황에 관한 헛소문이 빚어낸 허상을 버리고, 실상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군 무장력의 여섯 가지 취약성
2012년 2월 20일 <아시아경제>에 실린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김종하 교수의 글 ‘보병사단의 6가지 취약점’은 한국군 무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알려주었다. 그 글에서 지적한 한국군 무장력의 취약성은 아래와 같다.
첫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동서구간 249km에 걸친 횡렬방어선을 구축한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병사들의 맨 눈에 의존해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야시장비 조준경을 보유한 북한군이 지금 당장 야간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전방 한국군 보병부대는 많은 피해(병력손실)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이 야간기습전을 개시하는 경우, 한국군 방어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공격자인 인민군 전방부대는 야시장비 조준경을 부착한 각종 무기로 무장하였는데 비해, 방어자인 한국군 전방부대는 ‘야맹증 환자’ 같은 신세이니, 야간전투에서 어느 쪽이 이기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군이 특히 야간전에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아는 인민군은 실전 분위기 속에서 야간기습전을 연습하고 있다. 김정은 인민군 최고사령관은 2013년 2월 21일 “인민군 제526대련합부대 관하 구분대의 실탄사격을 배합한 공격전술연습”을 지도하였는데, 그것은 야간기습전 연습이었다. 전쟁전야처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최고사령관이 야간기습전 연습을 직접 지도한 것은,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을 앞두고 인민군의 야간기습전 능력을 최종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 대대급 이하 부대들에는 영상정보 통신기반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북한이 기습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 보병부대는 눈과 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방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한국군 전방부대들이 야간전투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주간전투에서도 “눈과 귀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에 빠져버린다면, 한국군 방어선은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불시에 개시할 전면적 선제기습타격으로 무너지게 될 것이다.
셋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을 “육안감시→무선통신전파→구형 견인포 사격”으로 대응해야 하는 한국군 전방부대의 “포병 사거리는 20km인데 감시능력은 병사들의 맨눈(2km)에 의존해 감시, 타격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쌍안경을 사용하는, 탐지거리가 2km밖에 되지 않는 육안감시에 의존하는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 전방부대의 선제기습타격 조짐을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군 전방부대가 무선통신전파로 교신하는 것은 인민군의 전파방해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므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한국군은 교신두절로 지휘체계가 마비될 것이다. 또한 신속한 기동력, 장갑방호장비, 갱도진지가 없이 낡은 견인포만 끌고 다니는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인민군의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에 맞서지 못한다.
방사포 3,400문을 보유한 인민군 전방부대 방사포병들이 240mm 대구경 방사포탄 102,000발을 불소나기처럼 퍼붓고, 중장거리포 8,000문을 보유한 인민군 전방부대 곡사포병들이 불시에 대구경 포탄 24,000발을 불소나기처럼 퍼부으면, 낡은 견인포를 보유한 한국군 전방부대들은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전방부대들이 30분 동안 방사포와 중장거리포 126,000발을 발사하면, 세계 전쟁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그러한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의 화력밀도 속에서 살아남을 군대는 세상에 없다.
넷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은 “작전지역을 신속하게 기동할 수 있는 지상 및 공중수송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군 보병사단은 차량화된 기동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종하 교수는 인민군이 병력수송차량만 기동수단으로 보유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것은 인민군의 기동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인민군 보병부대가 병력수송차량을 타고 남진하기에 앞서, 3차원 남진공격이 선행될 것이다. 3차원 남진공격은 지상, 공중, 해상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입체적 공격이다. 지상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4개 기계화 군단이 전차 4,600대, 장갑차 3,000대를 몰고 남진할 것이며, 공중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항공륙전대가 대형수송기, 병력수송헬기, 병력수송쌍엽기를 타고 고속으로 남하할 것이며, 해상에서는 인민군 최강부대로 알려진 해상륙전대가 공기부양정, 잠수정, 고속상륙함을 타고 고속으로 남하할 것이다.
그런데 변변한 기동수단도 없이 두 다리만으로 뛰어다니는 한국군 전방부대는 그처럼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아낼 유일한 방어력은 미한연합군의 전투기와 공격헬기밖에 없는데, 후방에 배치된 그 전투기와 공격헬기는 이미 개전시각에 인민군 미사일부대들이 퍼붓는 지대지 단거리미사일 1,000발의 밀집타격과 무인타격기 수 백 대의 정밀타격으로 무참히 파괴될 것이며, 미한연합군의 공군기지와 레이더기지는 남진갱도와 잠수정을 타고 남측 각지에 사전침투한 인민군 특수전 병력에 의해 점령될 것이므로, 미한연합군 전투기와 공격헬기는 고속기동화된 인민군 정예부대의 3차원 남진총공세를 막지 못한다.
다섯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 전방부대는) 적 항공기 공격에 대한 방공능력이 전무하다. 발칸(벌컨포를 뜻함-옮긴이)은 사거리가 짧고, 육안관측 및 수동식 추적으로 (쏘는 무기이므로) 적 항공기의 요격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총으로 적 항공기를 요격해야 되는 한 편의 만화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민군 정예부대들의 남진총공세가 개시되기 직전, 전방지역에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미한연합군의 전차와 장갑차를 공대지미사일과 유도폭탄으로 파괴하는 인민군 항공군의 대지공격기(SU-25), 폭격기(IL-28), 공격헬기(MI-24)들을 한국군 전방부대가 소총으로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종하 교수가 개탄한 것처럼,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의 대지공격기와 폭격기와 공격헬기를 향해 소총을 쏘는 것은 차마 웃을 수도 없는 전쟁만화로 보인다.
여섯째, 김종하 교수의 글에 따르면, “(한국군은) 감시, 기동, 화력, 방호 등의 제 전장기능이 불균형 상태에 있어 통합전투력 발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애초부터 제 전장기능을 통합하는 전력증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나타난 결과인 것”이라고 하였다. 김종하 교수는 한국군의 감시력, 기동력, 화력, 방호력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였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불균형 상태가 아니라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해야 하며, 정전 이후 60년 동안 인민군은 선제기습타격능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왔지만, 미한연합군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적합하지도 않은 미국산 최신무기 몇 종에만 의존하면서 방어능력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난 치명적인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전면 대치한 쌍방의 무장력이 비등하다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위에서 언급한 육군본부 전력부장의 말처럼 민족이 공멸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논한 것처럼, 쌍방의 무장력에서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민족이 공멸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공상이다. 3일 전쟁은 결코 민족공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제적십자 깃발 달고 한반도로 출항할 미국 해군 수송선단
김종하 교수는 위에 인용한 자기의 글에서 “이런 6가지 대비태세 상의 취약점은 현재 전방 한국군 보병사단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는데, 그처럼 패전을 예고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미한연합군이 벗어날 방도가 있을까? 미한연합군 지휘부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방도를 예상하고 있다.
미한연합군 지휘부가 예상하는 첫째 방도는 한국군 전방부대가 궤멸당할 경우 그 전투력을 긴급히 복원하는 것이다. 한국군 전방부대가 인민군의 강력한 선제기습타격을 받아 전투력을 상실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한국군은 전투력복원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중부전선 철원군 최전방에 주둔하는 한국군 3사단이 “적의 기습적인 화학탄 공격을 받아 병력의 상당수가 전투력을 상실하게 됐으며 전차와 화기도 대량파괴되는 긴급상황이 발생”한 것을 상정하여 전투력복원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전투력복원훈련은 “경상도 지역의 예비사단 소속 동원병력들이 즉각 기차와 버스에 몸을 싣고” 한국군 3사단 주둔지에 도착하고, “후방에 평소 비축해두었던 M48 전차와 화포 등 각종 무기들도 기차와 수송차량에 실려 전투현장으로 속속 투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예비군이 현지에 도착하면 “현역군인들로부터 병기조작법 등을 익힌 뒤에 전투에 투입”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군사정보를 아는 사람의 시야에는 위에 서술한 전투력복원훈련이 현실과 동떨어진 전쟁만화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군 전방부대가 궤멸되는 경우, 후방에 침투한 인민군 특수부대와 격전을 벌여야 하는 예비군을 기차와 버스에 태워 전방으로 보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고, 인민군의 공격으로 철도와 도로가 파괴되고 피난민 행렬과 차량으로 교통로마저 막혀버릴 텐데 한국군이 후방에 비축해둔 중화기들을 기차와 수송차량에 실어 전방으로 보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고, 더욱이 전방에 도착한 예비군이 불소나기 쏟아지는 격전장 한 구석에 몰려가서 병기조작법 등을 배운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1948년도에 미국에서 생산된 M48 전차는 6.25전쟁 중인 1950년 10월에 미국군이 한국군에게 넘겨준 것인데, 지금은 박물관 전시물이지 실전무기는 아니다. <한국일보> 2009년 10월 4일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양구에 있는 최전방 사단에 배치된 M48 전차는 너무 고물이어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그나마 다행”이며, “보통 표준속도(시속 30km)보다 느린 시속 15∼20km 정도로 운행한다”는 것이다.
인민군 전방부대는 러시아군이 1995년부터 생산한 3세대 전차 T-90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의 2010년형 폭풍 2호 전차를 몰고 나올 판인데, 그에 맞선 한국군 전방부대는 미국에서 1948년에 생산되어 6.25전쟁 중에 사용되었다가 전쟁박물관에 들어간지 너무 오랜 M48 전차로 막으려 한다니, 전쟁만화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군은 M48 전차를 880대나 운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군은 1987년에 개발하고 2001년에 성능을 향상시킨 K1 전차를 1,500대 운용하고 있지만, 엔진 고장으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포신이 파열되거나 변속기 결함으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한연합군 지휘부가 예상하는 둘째 방도는 미국의 증원군 급파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개전 1일 만에 궤멸상태에 빠진 주한미국군과 한국군 전방부대를 구원하기 위해 미국이 강력한 항모강습단과 대규모 증원병력을 한반도 전선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런 심리적 반응은 예상이라기보다 맹신에 가깝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지 이틀 안에 미국이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려면, 일본 요코스카와 사세보에 전진배치한 7함대 항모강습단 함선들을 긴급출동시켜야 하고, 또한 이틀 안에 증원병력을 한반도 전선에 급파하려면, 일본 오키나와에 전진배치한 제3해병원정군 병력 17,000명과 상륙함선들을 긴급출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7함대 항모강습단과 제3해병원정군을 한반도 전선에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항모강습단과 해병원정군이 한반도 전선에 출동할 조짐이 나타나면,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일제히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초토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7함대 항모강습단과 제3해병원정군의 한반도 전선 급파가 미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초토화시킬 멸망의 최후 선택이 되리라는 점을 알 것이므로, 자기들끼리 설왕설래,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포기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국이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자국인 생존자를 송환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 병력 28,500명 가운데 인민군의 불시타격, 연속타격, 밀집타격, 섬멸타격을 받고서도 운 좋게 살아남은 패잔병 포로 몇 명, 그리고 서울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 고립되었다가 인민군 특수부대에게 생포당한 미국인 체류자 150,000명을 미국으로 송환할 미국 해군 수송선단이 국제적십자 깃발을 달고 3일 전쟁이 끝난 한반도를 향해 출항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3일 만에 끝났다고 해서 미국군 패잔병 포로들과 생포된 미국인 체류자들을 미국 마음대로 데려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침전쟁연습과 대북적대정책에 집착하다가 어이없게 참패를 당한 미국은 북이 내미는 항복문서에 조인한 뒤에 비로소 송환절차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본토, 하와이, 괌의 군사전략거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에 ‘한미동맹’을 포기할 것인데, 그런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것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내던질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맹신할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지키자고 약속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믿어야 할 것인데,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의 뿌리가 너무 깊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서 그렇게 전향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전쟁전야는 날로 더 깊어가고 있는지 모른다.(2013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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