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02

무엇이 무너졌고, 무엇이 소멸되었는가?

변혁과 진보 (111)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북미전면대결의 승패문제와 세계 사회주의운동의 미래운명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 북과 미국의 대결은 격화에 격화를 거듭하고 있다. 전면전이 정전상태로 전환된 이후 60년이 되도록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적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으므로, 대결이 격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북미적대관계에서 발생한 사상적 대결이 정치적 대결로 격화되었고, 정치적 대결이 더욱 격화되어 군사적 충돌 곧 전쟁으로 근접하였다. 이것이 현재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은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세계 자주화를 지향하는 혁명세력과 세계 예속화를 노리는 반혁명세력의 전면대결이며, 자력갱생과 경제제재의 전면대결이며,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전면대결이다.
 
민족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북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에 의거하여 통일국가를 함께 세울 민족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북은 세계 사회주의운동의 구심으로 보인다.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동일한 사물의 다른 측면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다.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북이 세계 사회주의운동의 구심으로 보이는 까닭은, 북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주의체제를 건설하였기 때문이다. 반북 선동가들의 왜곡선전에 의해 북을 바라보는 초점이 좀 흐려졌지만, 북은 전 세계에서 사회주의체제를 가장 완전한 형태로 유지해온 유일한 사회주의국가다. 사회주의국가로 자인하는 몇몇 다른 나라들의 현실과 북의 현실을 상호비교하면, 북이 얼마나 높은 사회주의발전단계에 진입하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사회주의발전단계의 높낮이를 표시하는 두 가지 요인은 사회주의사상의식과 사회주의계획경제인데, 그 두 가지 요인을 완전한 형태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밖에 없다. 쿠바도 북처럼 사회주의국가이지만, 비사회주의적 요소들이 사회주의사상의식과 사회주의계획경제를 부분적으로 잠식하였기 때문에 완전한 형태로 유지된다고 말하기 힘들다.
 
북은 세계 사회주의세력을 대표하는 사회주의국가이며, 미국은 세계 제국주의세력을 대표하는 제국주의국가이므로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은 세계 사회주의세력과 세계 제국주의세력의 전면대결인 것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세계 사회주의세력과 세계 제국주의세력의 대결이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에서 집중적으로 표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에서 만일 북이 패하면 세계 사회주의세력이 패하는 것이며, 그로써 세계 사회주의운동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며, 세계 사회주의운동이 다시 일어서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에서 만일 미국이 패하면, 세계 제국주의세력이 패하는 것이며, 그로써 세계 제국주의체제는 몰락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을 생각하면,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은 한반도 영역을 뛰어넘어 인류의 진보와 좌절을 좌우할 실로 중대한 세계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무엇이 무너졌고, 무엇이 소멸되었는가?
 
쉽게 말해서, 전면대결이란 힘 대 힘의 충돌이며, 에너지 대 에너지의 격돌이다. 전면대결에서 힘과 에너지가 강한 쪽이 승리하게 되고, 힘과 에너지가 약한 쪽은 패배하게 된다. 여기서 힘이란 국가형태로 조직된 역량을 뜻하고, 에너지란 전쟁수단으로 집약된 물리력을 뜻한다.
 
첫째, 북은 사회주의혁명역량을 국가형태로 조직하였고, 미국은 제국주의반혁명역량을 국가형태로 조직하였다. 통합력과 결합력, 수행력과 동원력을 서로 비교하면, 국가형태로 조직된 북의 사회주의혁명역량이 국가형태로 조직된 미국의 제국주의반혁명역량보다 훨씬 더 강해 보인다. 미국은 국가적 통합력과 결합력, 수행력과 동원력에서 북을 따라가지 못한다. 원래 사회주의는 통합과 결합, 수행과 동원을 통해 생성되고 강화되고 발전되는 본질적 특성을 가졌으므로, 국가역량의 조직화 수준에서 사회주의국가가 제국주의국가보다 앞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둘째, 전쟁수단으로 집약된 물리력은 핵무장력이다. 현존 인류의 물리력 발전수준을 살펴보면, 핵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핵무기보다 더 강한 전쟁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강력한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5대 핵강국으로 국한된 세계 핵독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토록 혈안이 되어 날뛰었던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를 물리적 에너지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핵독점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핵에너지와 핵무기는 제국주의의 독점물처럼 공인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처럼 공인된 현실은 북의 제3차 핵실험 성공으로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 미국은 쉬쉬하면서 변화의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은폐하기에 급급하지만, 북의 제3차 핵실험에서 나타난 핵폭발위력은 4563킬로톤이었다. 이것은 북이 증폭분열탄과 열핵탄(수소탄)을 모두 보유하였음을 물리적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제국주의지배체제를 안받침해주는 미국의 핵독점은 북의 제3차 핵실험으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북은 미국의 핵공격 위험을 막아낼 자위적 핵억지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여 미국을 멸망시킬 강력한 핵타격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핵강국들끼리는 핵전쟁을 피하는 법이다. 핵공격에 의한 공멸위험이 핵강국들의 핵교전을 회피하게 만든다. 따라서 북의 제3차 핵실험으로 북과 미국이 핵전쟁을 벌이지 못하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것은 이제껏 60년 동안 끊임없이 한반도를 핵전쟁 위험으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핵공갈이 이 땅에서 소멸되었음을 뜻한다. 그리하여 이제부터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은 비핵전쟁으로 한정되게 되었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아직 실현하지 못하였지만, 한반도 전쟁위험의 비핵화는 실현한 셈이다. 한반도 군사정세의 현 주소는 바로 거기에 위치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는 현상유지와 현상타파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과 미국 사이에서 비핵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어느 쪽이 이길 수 있을까? 비핵전면전을 수행할 국가역량을 탄탄하게 조직해놓은 쪽이 이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비핵전면전을 수행할 국가역량의 조직화 수준을 비교하면, 북이 미국보다 월등히 더 높아 보인다.
 
첫째, 인민군은 최고사령관의 단일한 명령체계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데 비해, 미국군의 명령체계는 미국 대통령이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연방의회 지도부의 타협과정을 통과해야 하는 복잡성을 띄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연방의회 지도부의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경우, 미국은 전쟁을 결심하지 못한다. 이처럼 전쟁수행의 직접적 담당자인 군대를 지휘하는 명령체계만 놓고 보더라도, 북은 미국보다 훨씬 더 우월해 보인다.
 
둘째, 전면적은 총력전이다. 다시 말해서, 전면전은 전선에 나선 군대만 수행하는 게 아니라 후방에 있는 인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뒷받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인민들은 전선에 나선 미국군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뒷받침해줄 의지와 능력이 매우 부족한 반면, 북측 인민들은 전선에 나선 인민군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뒷받침해줄 의지와 능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북측 인민들은 인민군대의 후방가족이라는 자의식을 가지고 평시에도 전사회적 범위의 원군사업에 열심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두 가지 요인을 생각하면, 북과 미국의 비핵전면전이 일어나는 경우 북이 이길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그처럼 승산이 확실하기에 요즈음 북은 미국과 최후 결전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기존 제국주의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도는 북의 최후 결전을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는 현상유지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과 아베 정권이 동맹강화라는 명목을 내걸고 미국의 그런 현상유지를 적극 추종하는 수구집권세력들이다.
 
북은 현상을 타파하고 진보하려는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미국은 사회역사발전을 현상유지에 결박하려는 수구적 책동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의 수구적 책동을 반대하면서 현상타파와 진보를 추구하는 세력은 우리 사회에도 존재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친미수구정권에 맞서 싸우며 현상타파와 진보를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투쟁역량이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되지 못한 탓에 분산형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것은 남측 내부의 사회계급관계에서 어떤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아직 현실화될 수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현 시기 한반도 정세는 남측 내부의 사회계급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북과 미국의 적대관계의 변화에 의해 근본적으로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결집한 이 땅의 진보적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이지만,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민족적 과업을 전면에 제기하고 그것을 위해 투쟁한다면 이 땅의 진보정치세력이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로 조성된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의 전쟁책동을 폭로, 규탄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대중운동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된 까닭이 거기에 있다.
 
우려한 대로, 미국은 201331일부터 독수리 훈련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북침전쟁연습을 개시하였다. 지난 시기와 달리, 북이 미국에게 최후 결전을 선포하고 실전연습을 벌이는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침전쟁연습을 또 다시 벌이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2013년에 이르러 이 땅의 정세는 북과 미국의 전면대결이 비핵전면전으로 폭발하느냐 아니면 미국이 북에게 항복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다가서고 있다. 그 갈림길에 다가선 이 땅의 진보정치세력에게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전심전력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 (20133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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