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4

시장은 인공위성에서 보이지 않는다

진실의 말팔매 <17>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11411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이 흥미로운 보도기사를 내보냈다. 북측의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각지에서 지난 몇 해 동안 시장이 급속히 확장되었다는 보도기사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자기들 보도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상업용 인공위성에서 북측 시장을 찍은 사진 4장도 첨부하였다. 강원도 원산시에 있는 시장, 황해남도 강령군과 옹진군에 각각 위치한 시장들, 그리고 평안남도 순천군에 있는 시장을 공중촬영한 위성사진 등이다.

보도기사에는 2002년 또는 2006년에 시장을 찍은 위성사진과 2009년 또는 2010년에 같은 시장을 다시 찍은 위성사진이 비교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다. 물론 해상도가 떨어지는 상업용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것이라서 시장모습이라고 해야 고작 지붕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이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지난 몇 해 사이에 현대적인 대형건물들이 각 시장마다 새로 들어섰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북측이 텅 빈 시장건물이나 지어놓은 것은 아니므로, 그 위성사진은 북측의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장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입만 열면 "북한은 가난하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그들이 위의 보도기사에는 아무런 논평이나 해석을 달아놓지 않고, 시장이 확장되었다는 객관적 사실만 서술하였다. 어찌된 일일까?

두 말할 나위 없이, 그들의 '북한 빈곤설'이 자가당착에 빠졌기 때문에 위성사진에 대해 아무런 논평이나 해석을 하지 못한 것이다. 만일 그들이 퍼뜨린 '북한 빈곤설'이 유언비어가 아니라 정말로 사실이라면, 북측 시장들이 해마다 축소되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나타나야 한다. 북측에서 시장이 축소되는 것은, 북측의 경공업 생산력이 쇠락하고 그에 따라 북측 인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들이 보도한 위성사진은 북측에서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대로, 북측 각지에서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속히 확대되는 것은, 북측의 경공업 생산력이 해마다 크게 장성하고 그에 따라 인민들의 소비생활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들이 퍼뜨린 '북한 빈곤설'을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세상을 기만하기 위해 날조한 유언비어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도한 위성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북측에서 시장이 대형화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아래와 같은 정보를 읽으면, 그 위성사진에 나타난 시장 대형화 현상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위의 보도기사는 '장마당'이라는 왜곡된 용어를 쓰면서 독자들을 속이려 하였다. 원래 '장마당'이란 농민시장을 일컫는 통속적인 말로 쓰였다. 지난 시기에 농민시장이란 협동농장원들이 자기 텃밭에서 키운 채소나 과일 같은 농산물이나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토산품을 팔았던 곳이다. 협동농장원들이 텃밭에서 키운 농산물이나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토산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보잘 것 없은 것들이어서 농민시장 규모는 당연히 적을 밖에 없었고, 따라서 '장마당'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렀던 것이다.

그러나 위의 위성사진에 나타난 것은 '장마당'이 아니라 대형시장이다. 각종 식료품과 경공업제품, 각종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비롯한 수많은 생활필수품들이 팔리고, 하루에도 수 만 명에서 수 십 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북적이는 곳을 어찌 '장마당'이라 하겠는가. 물론 도시에 있는 시장 규모는 초대형이고, 농촌지역 군 단위에 있는 시장은 그보다 규모가 적지만, 오래 전에 사라진 조그맣고 허술한 '장마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현대적인 건물에서 대형시장이 운영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둘째, 20033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시장을 인민생활에 편리하고 나라의 경제관리에 유리한 경제적 공간으로 리용할 데 대한 방침을 제시하였"는데(조선신보 20031222), 그 방침에 따라 이전의 농민시장을 없애고, 새로운 대형시장을 전국 각지에 건설하는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그런 획기적인 조치에 따라, 2003년 여름부터 도시의 각 구역(서울의 구에 해당) 또는 각 동(서울의 동에 해당)에 시장을 건설했고, 농촌의 각 군에도 시장을 건설했다.

북측에서 시장 규모는 지역별 인구에 따라 정해졌는데, 3-4만명이 사는 지역의 시장에는 판매대가 600, 4-6만명이 사는 지역의 시장에는 판매대가 900, 5-7만명이 사는 지역의 시장에는 판매대가 1,200, 7만명 이상이 사는 지역의 시장에는 판매대가 2,000개 들어가는 각급 시장들이 건설되었다. 시장 이름도 지역 이름을 따서 지었다. 예컨대 평양시 동대원구역에 있는 시장은 동대원시장, 강원도 원산시 동명동에 있는 시장은 동명시장, 평안남도 순천군에 있는 시장은 순천시장이다.

셋째,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은 국가에서 정한 생산계획량을 초과한 '잉여제품'들을 자기 지역에 있는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다. 특히 공장과 기업소는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생활필수품을 만들고, 그 생활필수품 가운데 70%를 국가에 납부하고 나머지 30%를 시장에 내다 팔아서 자체 유지비로 충당한다. 공장과 기업소가 생산하는 30%의 각종 생활필수품들이 각지에 건설된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장과 기업소의 생산능력이 계속 장성하는 것에 따라 30%의 생활필수품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고, 시장에는 더 많은 생활필수품이 채워질 것이다. 지난 7년 동안 북측의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급속히 확대될 수 있었던 요인이 거기에 있다.

넷째, <로동신문> 2011328일 보도에 따르면, '8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이 올해들어 더욱 활발히 전개되어 지난 3개월 동안만 해도 북측 전역에서 640여 개의 가내작업반과 수 백 개의 생산기지들이 새로 생겼고, 매달 소비품생산계획이 150% 이상 넘쳐 수행되었다. '83일 인민소비품생산운동'이란 "국가의 큰 투자없이 온갖 예비와 가능성을 동원리용하고 광범한 대중의 지혜와 창발성에 의거하여 인민소비품생산을 빨리 늘일 수 있게 하는 전군중적인 생산투쟁"이다. (로동신문 2011224)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생활필수품 생산단위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각지에 있는 경공업공장들만이 아니라 리, , ()에 있는 가내작업반, 부업반, 직매점 리용생산반 등에서 저마다 인민소비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것은 북측이 인민소비품 생산을 거대한 대중운동역량으로 증대시키고 있음을 말해준다. 해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북측 각지에서 '83일 인민소비품전시회'가 열리는데, 20107월 말 평양에서 열린 그 전시회에는 1,400여 종에 58,300점의 각종 제품이 출품되었다. 이처럼 소비품생산을 대중운동으로 전개하고 있으니, 소비품생산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또한 위의 인용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예비와 가능성을 동원리용한다"는 표현이다. 이것은 공장과 기업소가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폐기물, 유휴자재 등을 이용하여 소비품을 생산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신의주신발공장은 신발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유휴자재를 이용하여 아동신발을 만들어내고, 신의주법랑철기공장은 자투리 철판으로 각종 그릇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다섯째, 북측에서 시장 운영자는 개인이 아니라 국영기업소다. 국영기업소인 시장도 공장과 기업소에서 생산한 생활필수품을 파는 도매반을 시장에 설치하였다. 다른 한 편, 공장과 기업소는 자기들이 생산한 생활필수품을 파는 직매점을 시장에 설치하였다.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은 자기들이 생산한 생활필수품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시장에서는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은 물론 개인판매자들도 판매대를 설치할 수 있다.

국영기업소인 시장은 시장의 모든 판매자들로부터 시장사용료를 징수한다. 또한 시장의 모든 판매자들은 자기 소득에 따라 국가납부금을 별도로 낸다. 국영기업소인 시장도 자기 소득에 따라 국가납부금을 낸다.

매주 한 차례씩 각 시의 인민위원회 또는 각 군의 인민위원회가 주관하는 시장책임자 회의가 진행되는데, 그 회의에서 시장에서 판매하는 중요한 상품의 한도가격을 정한다. 한도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10일에 한 차례씩 산출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북측의 시장이 자본주의사회의 자유시장이 아니라 사회주의사회에 고유한 상품유통체계임을 말해준다.

어떻게 해서든지 북측을 무조건 헐뜯으려는 대북혐오감을 지닌 사람들이 위성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북측의 시장 건물 지붕밖에 없지만, 북측 현실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저들이 볼 수 없는 시장의 실상을 볼 수 있다. (2011414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