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9년 09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누가 친서내용을 외부에 발설했을까?
2. 초청의사 들을 때마다 재회를 기대한다고 응답한 트럼프
3. 평양초청 받고 흥분한 트럼프, 10분 동안 이야기했다
4.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은 평화회담
5.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실현방안
6.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 제의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7. 3중 구도를 예상한다
1. 누가 친서내용을 외부에 발설했을까?
며칠 전, 조미협상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나왔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중앙일보> 2019년 9월 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8월 셋째 주(12~17일)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그를 평양에 초청하였다고 한다. 언론보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하면서 조미협상재개시한을 언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용단을 기다리는 중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평양방문용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국가수반에게서 받은 친서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법인데, 어떻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내용이 한국 언론매체에 유출된 것일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알고 있을 만한 미국 행정부 관리들 중에서 누군가가 한국 외교부 고위관리에게 알려준 친서내용이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한국 언론매체에 유출된 것이 분명하다. <사진 1>
친서내용을 알고 있을 만한 미국 행정부 관리들 중에서 백악관에 친서가 전달된 직후 서울에 나타난 사람이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다. 그는 2019년 8월 18일 워싱턴을 떠나 8월 19일 일본 도꾜에 도착하여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만났고, 8월 20일 서울로 이동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각각 만났다. 당시 비건 특별대표가 서울을 방문한 목적은 조미실무협상이 판문점에서 개최될 것으로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워싱턴을 떠나기 전 조선 외무성에게 판문점에서 실무협상을 개최할 것을 제의하였고, 8월 20일 서울에 도착하여 조선 외무성의 응답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자 8월 23일 워싱턴으로 돌아갔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비건 특별대표는 2019년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서울에 머무는 동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내용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그를 평양에 초청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보도한 2019년 9월 1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여 보도내용과 관련된 국회의원의 질문을 받자,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을 미국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세한 설명이라는 표현이 나온 것을 보면, 비건 특별대표가 친서내용을 귀띔해준 것이 아니라 상세히 설명해준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친서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중대한 정보를 문재인 정부에게 알려주어 그에 대비할 필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비건 특별대표가 친서내용을 문재인 정부에게 알려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한 징후로 된다.
2. 초청의사 들을 때마다 재회를 기대한다고 응답한 트럼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에서 진행된 제1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바 있다.
<중앙일보> 2018년 6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특사로 백악관에 파견하여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친서에서 2018년 7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한 것이 아니라, 2018년 7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친서에서 2018년 7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였고, 2019년 8월 셋째 주에 보낸 친서에서 2019년 12월 안으로 평양을 방문하도록 또 다시 초청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에 받은 첫 번째 초청은 뒤로 미루었지만, 올해 8월에 받은 두 번째 초청은 뒤로 미룰 수 없다. 왜냐하면, 세 번째 초청은 있을 수 없으므로 두 번째 초청이 그에게 마지막 기회로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근거가 거기에 있다.
2019년 6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상봉한 트럼프 대통령을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안내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사상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에 들어선 격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음에 평양에 오신다면 세계정치외교사에 커다란 사변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초청의사를 또 다시 밝혔다. <사진 2>
판문점 상봉 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응답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상봉하고 회담을 진행한 이튿날, 트위터 메시지에 “이번 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은 좋았다. 좋은 만남이었고, 그는 아주 건강하고 좋아보였다. 나는 그와 곧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8월 9일에도 트위터 메시지에 “그리 머지않은 장래(in the not too distant future)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초청을 받고 재회의사를 거듭 밝힌 것은, 평양을 방문하고 싶은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심정을 헤아려 그가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는 친서를 지난 8월 셋째 주에 보낸 것이다.
2018년 5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방문할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It could happen)”고 답변하였다. 사상 처음 평양을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은 욕망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가슴 속에 움트고 있었다. 그 욕망은 미국에서 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20년 11월 3일이 다가올수록 점차 더 강렬해지고 있다.
2020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될 것임을 보여주는 심각한 징후들이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안감을 더해줄수록, 그는 대선이 있는 내년에 경제침체로 동요할 미국을 안정시킬 대응책을 절실히 요구하게 되는데, 그가 고심하는 대응책은 자기의 정적인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상황오판과 우유부단으로 단행하지 못한 극적인 외교활동, 곧 평양방문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정치적 대사변을 일으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엄청난 외교업적을 과시하여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고 싶은 것이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여 재집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망은 그를 평양으로 떠미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2020년 대선은 그에게 마지막 재집권기회이고, 2019년 평양방문은 그에게 마지막 협상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문제는 9월 말에 개최될 조미실무협상에서 주요의제로 논의될 것이다.
3. 평양초청 받고 흥분한 트럼프, 10분 동안 이야기했다
평양방문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자신을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으니, 그가 어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흥분은 다음과 같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익명의 소식통 세 사람으로부터 들은 흥미로운 일화를 전해준 미국 언론매체 <버즈빗뉴스(Buzz Feed News)> 2019년 9월 16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날로부터 약 1주일이 지난 2019년 8월 25일 프랑스 비아리쯔에서 진행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흥미로운 발언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영국 총리,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도이췰란드 총리, 꼰떼 당시 이딸리아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아베 일본 총리 앞에서 약 10분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관계에 관한 일화들을 계속 이야기했는데, 존슨 영국 총리가 도중에 잠깐 끼어들었을 뿐 다른 동맹국 지도자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가(What a great guy he was)”라고 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했다. 당시 상황을 <버즈핏뉴스>에 전해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아주 매혹되었다(He is so fascinated with him)”는 말까지 했다. 미국 대통령이 주요동맹국 지도자들과 만난 공식 석상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약 10분 동안 길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계속한 것이야말로 그가 자신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사진 3>
2019년 9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신을 평양으로 초청했느냐?”는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 발언은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백악관 출입기자가 “당신은 북조선을 방문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그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어느 때에, 나중에 어느 때에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조미실무협상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성급하게 평양방문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 반대파로부터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저지공작이 벌어질 수도 있으므로, 그는 자신의 평양방문의사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평양방문 이전에 사전준비부터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조미실무협상이 끝나면 그는 평양방문준비에 착수할 것이다.
4.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은 평화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올해 안에 평양으로 초청하여 조미정상회담을 진행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변혁적 담판을 벌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교체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적이다.
그런데 친미언론매체들의 저급한 보도행태에 휘둘린 사람들은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을 알지 못하고 있다. 친미언론매체들은 조선의 비핵화가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인 것처럼, 다시 말해서 미국이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것이 조미정상회담의 목적인 것처럼 계속 떠들어대면서, 조선에게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헛된 주장을 앵무새처럼 대변해왔다.
그러나 그런 것은 사이비보도에 불과하다. 조미정상회담은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는 비핵화회담이 아니다. 만일 조미정상회담이 비핵화회담으로 되려면, 조선과 미국이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균등하게 핵무기를 폐기하는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에 배치해놓고 조선을 위협하는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면, 조선도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균등하게 자기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겠지만, 미국이 자기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미국 본토에 배치해놓고 조선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절대로 폐기하지 않는 것처럼,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도 자기의 핵무기를 절대로 폐기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미국은 그 어떤 경우에도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조미관계에서는 핵무기를 폐기시킨다는 뜻을 가진 비핵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
조미관계에서는 핵폐기를 뜻하는 기존 비핵화 개념을 버리고 새로운 비핵화 개념이 통용되어야 한다. 새로운 비핵화 개념은 조선과 미국이 핵무기를 상호폐기하는 게 아니라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비핵화 개념이다.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비핵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사진 4>
(1) 조선이 미국을 위협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는 핵동결을 실행함으로써 미국이 느끼는 핵위협이 제거되는 것이다. 핵동결은 조선이 핵물질, 핵무기, 핵타격수단을 영구히 생산하지도 배치하지도 않고, 기존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하고,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의 공정한 핵사찰을 받는 것이다. 미국이 태평양작전지대와 본토에 있는 핵물질, 핵무기, 핵타격수단을 폐기하지 않으므로,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조선도 이미 생산된 핵물질, 이미 배치된 핵무기와 핵타격수단을 폐기하지 않는다.
(2)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우산을 철거하는 것이다. 핵우산 철거는 미국이 핵타격수단을 한반도와 인근 수역에 전개하여 조선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영구히 중단하는 것이며, 핵타격전초기지인 주한미국군기지들을 모두 폐쇄하는 것이며, 본토에 배치된 전략핵무기로 조선을 위협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채택, 발표된 공동성명에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들어있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조선과 미국이 위와 같이 핵위협을 상호제거하는 것에 따라 한국도 핵무기를 영구히 보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가 한반도에서 실현되는 비핵화의 전부이며 핵심내용이다.
그런데 조미협상에서 그러한 새로운 비핵화 개념을 합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동결, 미국의 핵우산 철거, 한국의 핵무기 불보유로 실현되는 비핵화가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조선이 핵동결을 하지 않고, 미국이 핵우산을 철거하지 않으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가 실행된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자동적으로 수립되는 것은 아니다.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를 실행하는 것과 동시에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각자 성실히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가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으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는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조미정상회담의 최종 목적은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를 실행하여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세우려는데 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동결과 핵우산 철거라는 쌍무적 행동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최종 담판을 조미정상회담에서 벌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미정상회담은 친미보수언론매체들이 말하는 비핵화회담이 아니라 평화회담이다.
5.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실현방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협상전략에 따라 올해 안에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가 토의될 것이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철거에 관한 원칙적인 문제들이 합의되어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원칙적인 문제들도 합의되어야 한다.
평양에서 개최될 조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방안들이 제기될 것인가? 이 중대한 의제는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부터 토의될 것이다. 실무협상에서 잠정합의에 도달하면, 조미정상회담에서 쉽게 최종합의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9월 말에 진행될 조미실무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5>
조미실무협상에 조선측 수석대표로 참석하게 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9월 20일 담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관계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락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낙관적 전망은 조미 쌍방이 실무협상에서 좋은 성과를 내올 것임을 예고한다.
조미실무협상이 열리면, 조선은 미국에게 평화체제수립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것은 정전체제에 묶여 있는 조미적대관계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다.
조선은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수립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일거에 실현될 수 없고, 단계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단계적 평화체제수립방안은 단계적 비핵화실현방안에 완전히 부합된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선과 미국의 상호비핵화(상호핵위협제거)가 단계적으로 실현된다. 다시 말해서, 조선의 핵동결과 미국의 핵우산 제거가 단계적으로 실현되는 것에 상응하여 한반도 평화체제가 단계적으로 수립되는 것이다.
6.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 제의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조미실무협상이 열리면, 미국은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꺼내놓을 것으로 예견된다. 일본 <교도통신>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직전에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불가침선언 및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구상을 외면하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여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독자적인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쌍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구상은 조미정상회담 이전에 조미실무협상에서부터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예견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1) 조선은 미국이 제안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제관계에서 채택되는 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무맥한 약속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협정마저도 위반하거나 파기하기 일쑤인데, 하물며 구속력이 없는 선언을 부정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 국제사회에서 협정위반상습범으로, 협정파기전과범으로 낙인찍힌 미국이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제안하면, 과연 누가 받아주겠는가.
(2)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으로 전쟁 또는 정전상태를 종식시킨 사례는 세계사에서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한반도에서, 그 협정을 선언 따위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협정은 반드시 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세계사적 견지에서 보아도 명백하고 보편적이며, 국제법적 견지에서 보아도 정당하고 합리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조선은 미국이 제안할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3) <교도통신> 2019년 2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한국과 중국을 배제하고 조선과 불가침선언 및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원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은 남북미중이 종전선언을 채택하는 4자 구도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4자 구도를 외면하고 조선과 미국이 불가침선언과 평화선언을 채택하는 2자 구도를 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쌍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올해 미국은 중국에게 경제전쟁을 도발하고, 중국의 남중국해 관리권을 침해하려는 군사작전을 벌이고, 대만문제 및 홍콩폭동사태에 개입하면서 노골적인 반중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평화회담에 중국이 참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할 2자 구도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을 시진핑 국가주석과 이미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방안을 합의하였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보도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진 6>
시진핑 주석은 평양에서 조중정상회담이 개최되기 하루 전인 2019년 6월 19일 <로동신문>에 발표한 자기의 글에서 “중국측은 조선 동지들과 함께 손잡고 노력하여 지역의 항구적인 안정을 실현하기 위한 원대한 계획을 함께 작성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계획이 토의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신화통신> 2019년 6월 21일 기사에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련락부장은 시진핑 주석의 평양방문이 안겨준 성과와 의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데서 핵심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조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방안이 합의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배제하고 제시하는 조미 2자 구도 방안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미중 4자 구도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4자 구도는 거론하지 않고, 중국을 참여시킬 것인가 아니면 배제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를 토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조선을 지원하였고, 조선, 미국과 함께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다. 지금 중국에게는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이 없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을 배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조선과 미국의 2자 구도 위에 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평화회담에서 소외당하는 쪽은 한국이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이승만은 6.25전쟁 초기에 한국군의 작전지휘권(군령권과 군정권을 포함하는 최고군사주권)을 맥아더에게 상납하였으므로 한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권한과 지위를 갖지 못했고, 그래서 조중미 3자 정전회담을 끝까지 반대하고 방해하였을 뿐 아니라, 정전 이후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권한과 책임을 미국에게 전적으로 내맡기고 미국의 보호관리체계(한미동맹체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므로 한국에게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참가할 자격과 권리가 없다. 자주권을 갖지 못한 비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조선, 미국,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을 배제하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 합리적인 방안을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7. 3중 구도를 예상한다
평양에서 조미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미중 4자가 지닌 서로 다른 지위와 역할에 따르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평화체제수립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그런 평화체제수립방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다음과 같은 3중 구도를 예상할 수 있다.
(1) 한반도 평화체제가 세워지는 2자 기본구도
조선과 미국이 2자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정전체제를 유지, 관리해온 국제법적인 당사자는 조선과 미국이므로, 그 두 나라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것은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또한 평화협정은 주한미국군철수문제와 직결되는 협정이므로 철군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한국이 협정체결과정에 참여하면 평화협정 자체가 체결되기 힘들 것이므로, 평화협정은 조선과 미국이 체결하는 것이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평화선언을 제안하는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설득하여 그것을 조미평화협정으로 격상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2) 2자 기본구도를 뒷받침하는 3자 보강구도
남북미 3자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정전체제에서 조선인민군과 한미연합군이 대치하고 있으므로, 남북미 3자가 불가침선언을 채택하는 것이 응당하고 합리적이다. 불가침조약이 아니라 불가침선언을 채택해야 하는 까닭은,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가 아니라 분단국가 내부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이다. 조약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제관계에서 채택되는 것이다.
남북미 3자에게 불가침선언은 낯선 의제가 아니다. 2018년 4월 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공약하였다. 또한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4차 6자회담 제2단계 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은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함으로써 미국의 불가침의사를 공식화하였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조미불가침선언을 제안하는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를 설득하여 그것을 남북미불가침선언으로 전환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3) 평화협정 및 불가침선언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4자 구도
남북미중 4자가 평화보장협약을 채택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을 포함하여 남북미중 4자가 조미평화협정의 이행과 남북미불가침선언의 이행을 보장하는 협약을 채택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보장협약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항구적으로,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디딤돌로 될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중요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의지를 가졌는가 아니면 갖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실행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번듯한 협정문 또는 선언문을 합의했어도 쓸모없는 종이장으로 될 것이다.
당사자들의 이행의지는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달렸다. 2자 평화협정, 3자 불가침선언, 4자 평화보장협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천행동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데서 필수불가결한 3대 실천행동이 있다. <사진 7>
첫째, 비핵화합의에 따라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이행하는 조선의 실천행동이다.
둘째, 평화협정에 따라 주한미국군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미국의 실천행동이다.
셋째, 남북합의에 따라 군비를 상호감축하는 남과 북의 실천행동이다.
만약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조선은 핵동결, 핵신고, 핵사찰을 이행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만약 남과 북이 군비를 상호감축하지 않으면,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비핵화합의 이행, 미국의 단계적 철군, 남북의 상호군비감축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남북미 3자가 그런 3대 과제를 실천행동에 옮길 때, 평화정착과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위대한 역사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하여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원대한 목적이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