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9년 10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 결렬되자 북극성-3형 시험발사 단행
2. 조선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
3.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수법인가?
4. 녕변핵시설 폐기에 맞춰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상응조치
5. 연락사무소 개설하려면 평화협정 체결해야 한다
6. 매우 다급해진 트럼프, 마침내 직통전화 걸었다
1.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 결렬되자 북극성-3형 시험발사 단행
2019년 10월 5일 스웨리예 수도 스톡홀름에서 조미실무협상이 진행되었다. 조선측 협상대표는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였고, 미국측 협상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였다.
<동아일보> 2019년 9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조선과 미국은 2019년 9월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하기 위한 사전협의를 평양에서 진행하였다고 한다. 미국 국무부는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를 보좌하는 국장급 관리를 평양에 파견하였는데, 조철수 조선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그를 상대하여 사전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사전협의에 관한 보고를 받은 뒤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한다. 실무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사전협의를 진행한 것은, 조미 양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얼마나 중시하였는지를 말해준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있었다. <연합뉴스> 2019년 9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은 9월 26일 뉴욕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미실무협상을 개최할 날짜와 장소를 조선측과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조미 양측이 평양에서 1박 2일 동안 사전협의를 진행하였는데,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합의하지 못했다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미 양측이 사전협의에서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합의하지 못한 것은 사전협의에서 어떤 다른 중대한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이 벌어지는 바람에 개최날짜와 개최장소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끝났음을 말해준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난 조미사전협의는 그로부터 14일 뒤에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실무협상에서 조미 양측이 또 다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주었다.
조선 외무성은 평양에서 조미사전협의가 진행되기 이전부터 조미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해왔다. 이를테면, 조철수 조선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2019년 9월 16일 담화에서 “나는 가까운 몇주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실무협상이 조미 사이의 좋은 만남으로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고, 김명길 조선외무성 순회대사는 2019년 9월 20일 담화에서 “나는 미국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락관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1>
그러나 평양에서 진행된 조미사전협의가 의견충돌로 결렬되자, 조선은 조미실무협상이 개최되더라도 미국이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견하였다. 그래서 조선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뜻에서 ‘매서운 채찍’을 들어 미국을 세게 후려쳤으니, 그것이 바로 2019년 10월 2일 전격적으로 진행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 시험발사였다.
최선희 조선외무성 제1부상은 북극성-3형 시험발사가 진행되기 몇 시간 전인 2019년 10월 1일 밤 담화를 발표하여 조선과 미국이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지난 9월 20일부터 1박 2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사전협의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그 사이에 합의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조선측이 조미실무협상 개최날짜와 개최장소를 미국측에게 통보하였고, 미국측은 이를 수락한 것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담화에서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조선국방과학원은 미국의 위성감시망을 뚫고 미국 본토에 열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을 동원하여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단행하였다.
그러나 북극성-3형 시험발사라는 ‘매서운 채찍’을 온몸에 맞았으면서도, 미국은 ‘제대로 된 계산법’을 준비하지 않았다.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을 앞두고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서는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2. 조선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
날카로운 신경전 속에 개최된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은 8시간 30분 동안 길게 이어졌다. 협상시간이 이처럼 길게 이어진 것은 양측이 많은 의제들을 놓고 긴 시간 동안 논란을 벌였음을 말해준다. 조미 양측은 실무협상에서 긴 시간 동안 논란을 거듭했으나 결국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사람들은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말하지만, 좀 더 엄밀히 따지면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 조선과 미국이 협상진행과정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협상이 끝난 직후 조선 외무성과 미국 국무부가 각각 발표한 성명 및 담화들, 그리고 미국 언론매체들이 협상과 관련하여 보도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결렬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사정이란 조선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한 것이다. 조선이 협상을 중지한 것으로 하여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인식이다.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련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지적한 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10월 6일 담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협상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조선은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해버린 것이다.
조선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였다는 사실은 김명길 협상대표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협상이 끝난 직후 현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우리는 미국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년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경과, 전망을 위와 같이 압축적으로 설명하였는데, 위의 압축발언 속에 담긴 사정은 다음과 같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은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였지만, 미국측은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방안이란 2019년 9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히꼬 국경지대를 시찰하는 중에 진행된 즉석기자회견에서 조미협상에 대해 “아마도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 모른다”고 말했을 때 언급했던 ‘새로운 방법(new method)’이며, 같은 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에서 언급한 ‘제대로 된 계산법’이다. <사진 2>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건 협상대표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그래서 김명길 협상대표는 협상을 중지한 것인데, 협상을 중지했다는 말은 협상을 완전히 포기했다는 뜻이 아니라 연기했다는 뜻이다. 조선측이 조미실무협상을 연기한 것은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협상을 연기하였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것은 무기한 연기된 것이 아니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김명길 협상대표는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측이 새로운 방안을 숙고해야 한다고 비건 협상대표에게 권고했다.
김명길 협상대표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 경과, 전망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성명을 발표하자,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미국 국무부도 스톡홀름 실무협상과 관련한 대응성명을 발표하였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김명길 협상대표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의 “정신 또는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측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창의적인 구상들(creative ideas)”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good discussions)”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을 제기하였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측은 “싱가폴 공동성명의 네 가지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구상(a number of new initiatives)”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제시하였다고 밝혔다.
김명길 협상대표는 10월 5일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습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이미 미국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는데, 미국 국무부는 몇 시간 뒤에 발표한 대응성명에서 미국측이 싱가폴 조미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였다고 논박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조선 외무성은 이튿날 10월 6일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여 미국 국무부의 논박을 재론박하였다. 조선 외무성의 재론박 담화 중에서 중요한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러나 정작 협상장소에 나타나 보여준 미국측 대표들의 구태의연한 태도는 우리의 기대가 너무도 허황한 희망이였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으며 과연 미국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립장을 가지고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을 증폭시켰다. 미국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립장을 고집하였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련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일정에 조미대화를 도용해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
3.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수법인가?
당시 평양과 워싱턴에서 각각 연속적으로 발표된 성명 및 담화를 읽어보면, 미국 국무부는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에 자기의 새로운 구상을 제시하였다고 주장하였고, 조선 외무성은 그 협상에서 미국측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입장을 고집하였다고 비판하였음을 알 수 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과 관련하여 조선 외무성의 주장과 미국 국무부의 주장은 상충적이다. 이 상충적인 주장 속에 들어있는 진실을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거론해야 한다.
조선 외무성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입장을 고집하였다고 비판하면서도,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파탄시켰던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미국측이 또 다시 꺼내놓고 고집하였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미국측이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에서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이 아닌 어떤 다른 방안을 제시하였던 것이 분명하다. 미국측이 제시한 그 어떤 다른 방안은, 미국 국무부의 성명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싱가폴 공동성명의 네 가지 합의사항을 진전시키기 위한 몇 가지 새로운 구상”인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 국무부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꺼내놓은 “새로운 구상”은 미국의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방안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조선 외무성은 미국이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측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제시한,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낡은 방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2019년 10월 2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봑스>가 조미협상을 아는 소식통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미국측이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에게 제시할 방안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측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검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여 미국은 조선의 섬유 및 석탄수출을 금지시킨 유엔안보리 제재조치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조선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보도내용에 따르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조선측에게 제시한 것은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면, 그에 상응해서 미국은 조선의 섬유 및 석탄수출을 금지시킨 제재조치를 3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진 3>
그러나 누구나 직감하는 것처럼, 위에 서술된 미국측의 방안은 너무 불공평한 것이어서 무슨 방안이라고 인정할 수조차 없다.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을 중단하는 것은 ‘완전한 핵동결’을 실행하는 매우 중대하고 결정적인 조치인데, 그에 상응해서 미국은 대조선제재를 전반적으로 해제하는 것도 아니고 섬유 및 석탄수출에 대한 제재를 부분적으로, 그것도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3년 동안 유예해주겠다니, 이것이야말로 불공평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녕변핵시설 폐기문제를 고의적으로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이다. 조선이 녕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미협상에서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될 것인데, 미국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녕변핵시설단지에는 흑연감속로(5메가와트급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핵연료봉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핵연료봉제조시설을 비롯하여 약 390개의 시설들이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핵시설은 수 십 년 동안 막대한 자금과 기술로 건설한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에게 녕변핵시설은 금은보화를 주고 바꿀 수 없는 가치와 역사와 정성이 깃든 최고의 국가보안시설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생각하는 것이 고작 제재의 부분적 유예조치라니,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은 협상이요 뭐요 하면서 조선에게 감히 말장난이나 걸어보는 수작질을 하는 것인가? 미국이 국가안보문제를 놓고 설마 그런 부질없고 유치한 수작질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대조선제재의 부분적 유예를 생각하는 미국의 협상태도는, 협상 초기에 조선이 받아줄 수 없는 제안을 꺼내놓고 조선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는 상투적인 협상수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것이다.
4. 녕변핵시설 폐기에 맞춰 미국이 취해야 할 등가적 상응조치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이 녕변핵시설을 전부 폐기하는 대가로 미국측에 요구한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는 실제적인 조치”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튿날인 2019년 10월 6일 조선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단언했다.
위의 인용문이 말해주는 것처럼, 조선의 녕변핵시설 폐기에 대한 미국의 등가적 상응조치는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하는 것이다. 조선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처음으로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매우 오래 전부터 조선은 미국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다.
조선이 미국에게 폐기를 요구한 대조선적대정책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위에 인용된 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그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대정책이며,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정책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적대정책은 미국이 자기가 주도하는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끊임없이 감행하고, 선제핵타격을 노리는 거대한 핵우산으로 상시적인 협박을 가하고, 주한미국군을 북침돌격대로 배치한 일련의 군사행동으로 나타난다.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이 조선의 국가안전을 위협하는 3대 요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미국의 적대정책은 대조선제재를 끊임없이 감행하는 일련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미국이 6.25전쟁을 계기로 발동한 대조선제재는 장장 69년 동안 계속되는데, 2017년 9월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만 보더라도 미국의 제재를 받은 조선의 기업체는 80개에 이르렀고, 제재를 받은 조선의 인사는 67명에 이르렀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이 2006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유엔안보리를 사촉하여 발동시킨 대조선제재조치는 11건이나 된다.
미국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정영수 로동상을 비롯한 조선의 고위급 핵심인사들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고, 심지어는 조선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 <사진 4>
2019년 1월 5일 미국 연방상원 전체회의에서는 이른바 ‘아시아안심구상법안(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라는 것이 채택되었는데, 그 법안 제210조항은 조선이 유엔안보리 대조선제재를 위반하는 행동을 포함하여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명시된 ‘불법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대조선제재를 계속 추가하는 것이 미국의 대조선정책이라고 명시하였다. 미국과 유엔안보리의 대조선제재로 조선의 대외무역과 대외금융거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대조선제재는 조선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악랄한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이 미국측에게 대조선적대정책을 철회, 폐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은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을 중단하는 것과 더불어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는 포괄적인 해결방안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이 북침전쟁연습 감행, 핵우산 설치, 주한미국군 주둔을 중단하는 선행방도는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북침전쟁연습을 중단할 수 있고, 핵우산을 철거할 수 있으며,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하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올바른 길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 이외에 어떤 다른 조치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철회, 폐기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평화협정체결이야말로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로 되는 것이다.
5. 연락사무소 개설하려면 평화협정 체결해야 한다
위에서 서술한 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조선측은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으나, 미국측은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을 제시하는 행동을 되풀이하였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되풀이하였던,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은 조미종전선언을 채택하는 방안과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이다.
2019년 10월 2일 미국의 온라인 언론매체 <봑스>가 조미협상에 관해 아는 소식통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을 채택하려는 자신의 약속을 “반복하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채택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으므로, 판문점 조미정상회담에서 그 약속을 또 다시 반복한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시하였고,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반복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기존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낡은 방안을 제시하는 행동을 되풀이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거부한 종전선언채택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조선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그 낡은 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그처럼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반성하기는커녕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자기들이 창의적인 구상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성명을 발표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대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채택방안을 거부한 까닭은, 종전선언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키지 못하고, 마치 적대관계가 해소된 것처럼 보이게 하여 결국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에 정치적 면죄부를 안겨주는 기만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전선언을 채택하느냐 마느냐 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략구상은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완전히 폐기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해도, 국제협정이나 국제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상습적으로 위반해오는 미국이 조미평화협정도 파기 또는 위반할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조미평화협정에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킬 중대한 조치가 포함될 것이므로 미국은 조미평화협정을 파기 또는 위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미평화협정에 포함될 중대한 조치는 한미연합군의 북침전쟁연습을 영구히 중단하고, 한반도와 그 주변에 설치된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하고, 북침돌격대인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사진 5>
북침전쟁연습 중단, 핵우산 철거, 주한미국군 철수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시키는 결정적인 조치들이므로, 조미평화협정에 그 조치들이 포함되면,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은 완전히 폐기되는 것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은 채택하려고 하면서도 평화협정을 한사코 체결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까닭은, 평화협정에 북침전쟁연습을 중단하고, 핵우산을 철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조치가 포함되면 한미동맹이 자동적으로 파기되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붕> 2019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채택방안과 함께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각각 개설하는 방안도 제시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거부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았으니, 조선측이 이를 거부한 것은 당연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하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그 낡은 방안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야말로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 외무성이 그처럼 뻔뻔스럽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하자, 반성하기는커녕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자기들이 창의적인 구상을 제시하고 좋은 토의를 진행하였다는 반론성명을 발표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검은 것을 희다고 우겨대는 궤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연락사무소개설방안을 거부한 까닭은, 조선과 미국이 두 나라 수도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해도 미국의 대조선적대정책이 폐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락사무소가 아니라 그보다 격이 더 높은 대사관을 개설해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미국은 대조선적대정책을 부분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것일 뿐, 그것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조선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는 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은 대조선적대정책을 약간 완화해주는 척하면서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기회를 노리는 기만적인 외교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미국측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문제를 외면하면서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을 때, 조선측이 미국의 저의를 의심하면서 그 방안에 퇴짜를 놓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려면, 조미평화협정부터 체결해야 한다.
6. 매우 다급해진 트럼프, 마침내 직통전화 걸었다
위에서 길게 설명한 것처럼, 미국이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부등가 상응조치를 제시하고, 대조선적대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이미 거부당한 낡은 방안을 꺼내놓은 것으로 하여 조선측은 스톡홀름 조미실무협상을 일방적으로 중지하였는데,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2019년 10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놀라운 사실을 언급하였다. 그는 그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자기가 국가수반들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말하는 도중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도 전화통화를 하였다고 밝힌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에서 진행된 조미정상회담에서 직통전화번호를 서로 교환한 바 있다. 그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통전화번호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받아적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직통전화번호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받아적었다.
이번에 직통전화가 사용된 날짜를 따져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7일부터 9일 사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통전화를 걸어 통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통전화를 걸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화한 것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결렬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당황하였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우크라이나 사건으로 탄핵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에서도 실패하는 경우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 6>
트럼프 대통령은 직통전화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무슨 말을 하였을까? 보나마나 변명조로 발언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비건 협상대표가 제시한 방안들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지시로 작성된 방안이므로, 자신이 생각하는 방안들과 다르다는 것, 그러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해서 협상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았다는 것, 그래서 오는 11월 중에 조미실무협상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는 것 등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말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미실무협상은 중단된 것이 아니라 연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미실무협상이 연기된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국무부는 2019년 10월 5일에 발표한 성명에서 스톡홀름 실무협상 말미에 앞으로 두 주 안에 조미실무협상을 스톡홀름에서 재개하기 위한 스웨리예 외무부의 초청을 자기들이 수락하였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조선측의 일방적인 중지로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하여 당황한 미국 국무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이른 시일 안에 조미실무협상을 재개하려는 다급한 처지에 빠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 외무성은 이튿날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량측이 두 주일 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는데 판문점 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 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고 말하면서 미국 국무부를 더 심한 곤경에 몰아넣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통전화로 대화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가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방안’을 미국 국무부에게 내려보내면, 그가 바라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조미실무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조선 외무성은 10월 6일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단언하였다. 이것은 미국 국무부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자신에게 직통전화를 걸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