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2

핵협상 결렬시킨 트럼프, 텔레미트리 점검하는 전략군

[한호석의 개벽예감](341)
자주시보 2019년 04월 01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망나니본색
2. 협상으로 좁히기 힘든 조미핵협상의 엄청난 간극
3. 조선인민군 전략군, 마침내 텔레미트리 점검하다 


1.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망나니본색

2019년 3월 7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2019년 3월 18일 <자주시보>에 실린 ‘조미협상을 위기에 빠뜨린 세 가지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의 윤곽을 비건 특별대표의 기자회견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고 하였다. 글에서 나는 그 외교문서의 윤곽을 핵분렬물질 제거, 핵탄두 제거, 대륙간탄도미사일 제거, 생화학무기프로그램 영구동결, 기존 핵시설을 민수용 원자력시설로 전환 등 다섯 가지 요구로 요약하였고, 그런 강도적인 요구가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2019년 3월 29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는 독점보도기사에서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이 그 외교문서 전문을 읽어보았다고 밝혔다. 그 외교문서는 우리말과 영어로 각각 작성되었으므로, 그는 영문본을 읽은 것이다.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은 우연한 기회에 그 문서를 읽어본 것이 아니었다. 외국통신사 특파원이 백악관 외교문서를 우연히 읽어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기밀문서보관권한을 가진 백악관 고위관리가 그 외교문서를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에게 슬며시 보여준 것이다. 

백악관 고위관리가 대통령의 외교문서를 외국 언론매체에 공개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괴이한 짓을 저지른 백악관 고위관리는 누구일까?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외교문서를 전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였던 바로 그 백악관 고위관리가 백악관의 문서관리내규를 위반하면서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에게 그 외교문서를 슬며시 보여준 것이다. 2019년 3월 3일 미국 언론매체 세 군데에 연이어 출연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외교문서를 전했다는 사실을 밝혔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바로 그가 지난 3월 29일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에게 그 외교문서를 슬며시 보여주었던 것이다. 볼턴이 그 외교문서를 <로이터즈>에 공개한 것은 여론공작이다. 이 여론공작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백악관 각료회의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서로 긴장된 표정으로 악수하는 장면이다. 그 두 사람은 극우이념과 제국주의사상을 공유하며 정치적으로 공생한다. 두 사람 사이의 차이점은 볼턴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무력침공도 불사하는 극우세력의 대표자라면,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강제외교를 선호하는 극우세력의 대표자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주의국가들과 반미국가들에게 퍼붓는 볼턴의 협박과 공갈을 트럼프식 강제외교의 보조동력으로 이용하고 있고,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사회주의국가들과 반미국가들에게 협박과 공갈을 퍼부으면서 자기가 속한 네코온의 존재감을 내외에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와 볼턴의 정치적 공생관계는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를 <로이터즈> 백악관 특파원에게 슬며시 보여준 볼턴의 행동은 트럼프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트럼프와 볼턴은 그 외교문서를 언론에 공개하여 자기들이 조선에게 제기한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에 대한 지지여론을 확보하려고 어리석게 책동하였다. 

(1)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로이터즈>에 공개한 외교문서에는 그 자신이 2004년부터 제기해온 조선의 핵폐기방안이 담겨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해온 조선의 핵폐기방안이 정당하다고 강변하기 위해 그 외교문서를 <로이터즈>에 공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마익 팜페오 국무장관보다 한 발 앞에 나서서 조선의 비핵화문제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잡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그런 심리가 작용한 행동이었다. 

(2) 요즈음 미국의 안보전문가들과 정세분석가들은 조선이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해놓은 조선의 핵폐기라는 협상목표가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국가정보기관들도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보고를 백악관과 연방의회에 각각 제출하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 팜페오 국무장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런 여론과 정보보고를 외면하면서 자기들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조선에게 핵폐기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입장이 담긴 외교문서를 <로이터즈>에 공개함으로써 자기들이 주장해온 조선의 핵폐기방안에 대한 지지여론이 조성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보여준 외교문서를 읽어본 백악관 특파원이 작성한 <로이터즈> 2019년 3월 29일 독점보도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를 밝혀주었는데, 그 독점보도기사에 서술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문서에 담긴 조선의 핵폐기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은 현존하는 모든 핵활동을 중단하고, 새로운 핵시설 건설도 중단한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핵동결 요구다. 이런 핵동결 요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밝힌 핵동결 선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 선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동결 요구는 상충되지 않는다.

(2) 조선은 자기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포괄적 선언(comprehensive declaration)”을 한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핵신고 요구다. 핵프로그램에 관한 포괄적 선언은 완전한 핵신고를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핵신고는 조선의 최고국가기밀정보를 미국에게 넘기라는 요구다. 조선은 미국이 제기한 핵신고 요구를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전면 거부하였다. 2018년 7월 7일 조선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측은 싱가포르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저들의 강도적 심리가 반영된 요구조건들까지도 우리가 인내심으로부터 받아들이리라고 여길 정도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조선은 2018년 7월 6일부터 7일까지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진행된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의 핵신고 요구를 전면 거부하였다. 이처럼 조선이 2018년 이후 강도적인 요구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거부해온 핵신고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외교문서에서 또 다시 공식적으로 제기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조선에 대한 모욕이며 외교도발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핵신고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중단된 조미협상은 영영 재개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 조선은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한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핵반출 요구다. 미국은 2004년 리비아를 비핵화하면서 그 나라의 원심분리기와 핵폭탄설계도를 미국 본토 테네시주에 있는 오크리지국립연구소(핵무기연구소)로 반출하였는데, 조선의 비핵화도 그처럼 리비아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싱가폴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초부터 리비아식 핵반출 요구를 조선에게 제기하였다. 일본 언론 <아사히신붕> 2018년 5월 17일 보도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5월 9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하면서 조선의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를 6개월 안에 미국에 넘겨줄 것을 요구를 하였다고 한다. 또한 볼턴은 2018년 5월 9일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된 뒤에 처음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조선의 비핵화 방안에 대해 말하면서 “리비아식 해법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떠들어댔다. 때를 같이하여, 마익 펜스 부통령은 2018년 5월 21일 미국 언론과 회견하면서 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폭언을 늘어놓았다. 볼턴이 말한 리비아식 해법이라는 것은 미국이 감언이설로 가다피 정권을 속여 리비아의 핵무기개발사업을 완전히 파탄시킨 술책을 뜻하고, 펜스가 말한 리비아의 전철이라는 것은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가 화학무기까지 전부 폐기하는 무장해제를 당한 가다피 정권이 미국과 추종국들의 공중폭격, 그리고 미국 중앙정보국의 배후조종을 받은 반란군의 공격으로 붕괴된 사건을 뜻한다. 

조선은 리비아식 핵반출 요구를 맹렬히 비난, 배격하였다. 2018년 5월 16일 조선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은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싸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페기>니 하는 주장들을 꺼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다. 나는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고 하면서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 대해 재고하겠다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2018년 5월 2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담화에서 리비아의 전철을 운운한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여하에 달려있다.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였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리비아식 핵반출 요구는 감히 입에도 올릴 수 없는 극우깡패의 망상에 불과하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04년 어느 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쉬가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핵무기연구소인 오크리지국립연구소를 방문하여 연구소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원심분리기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데 사용되는 핵물질생산장치다. 미국은 2004년 초 당시 리비아의 국가지도자였던 가다피를 속여 4,000개가 넘는 원심분리기와 핵폭탄설계도를 미국 본토로 가져갔다. 미국으로 반출된 4,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나무보관상자에 들어있었다. 이것은 가다피가 핵무기생산을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준다. 가다피가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가 미국에게 넘겨준 핵폭탄설계도는 리비아가 파키스탄 핵개발책임자 압둘 카디르 칸에게 많은 돈을 주고 사온 것이다. 가다피 정권은 1~2억 달러를 들여 핵무기개발사업을 추진하였으나, 미국과 추종국가들의 강력한 저지와 방해에 걸려 진척시키지 못하였다. 미국은 리비아가 핵무기개발사업을 포기하면 제재조치를 해제해주고,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허용하여 경제번영을 이룰 수 있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로 가다피를 속였다. 미국의 기만술에 넘어간 가다피는 핵무기개발사업을 포기하고, 화학무기를 폐기하고, 원심분리기와 핵폭탄설계도까지 넘겨주었으나, 미국은 제재해제와 관계개선을 뒤로 미루면서 내란이 일어날 때까지 시간을 질질 끌다가, 2009년 8월 8일 가다피반대세력이 폭동을 일으키고 2011년 2월 15일 무장반란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리비아군 전략거점들을 공중폭격으로 모조리 파괴하여 가다피 정권을 전복시켰다. 이처럼 가다피 정권은 미국의 비핵화 기만술책에 걸려들어 무장해제를 당하였고, 가다피 자신도 2011년 10월 20일 씨르테전투에서 반란군에게 붙잡혀 비참하게 최후를 마쳤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에서 요구한 것이 리비아식 비핵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바라는 핵협상은 하지 않고, 조선을 리비아처럼 비핵화하려는 망상에서 사로잡혀 망나니짓을 했다.     

그런데 조선이 그처럼 맹렬히 비난, 배격해오는 리비아식 핵반출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외교문서에서 또 다시 제기하였으니, 이것이야말로 조선에 대한 모욕이며 외교도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반출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중단된 조미협상은 영영 재개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조선은 핵탄두와 핵물질을 미국에게 넘길 뿐만 아니라, 핵기반시설, 탄도미사일, 미사일발사차량, 관련시설들, 생화학무기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fully dismantle)”한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핵폐기 방안이다. 그는 조선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과 함께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는 문제까지 덧씌웠는데, 이것은 조선을 리비아식 비핵화하겠다는 뜻이다. 지난날 미국이 가다피 정권을 무장해제시킬 때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화학무기의 완전폐기였다. 

그러나 핵폐기도 생각하지 않는 조선에게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고 요구하였으니, 조선으로서는 노여움으로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겨냥한 미국의 핵우산을 철거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하지 않고, 미국의 핵공격위협에 맞선 조선의 핵억제력만 폐기하라는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를 제기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2018년 5월 16일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서, 5월 24일 최선희 부상의 담화에서, 12월 13일 논평원의 논평에서, 12월 16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의 담화에서 미국이 제기한 조선의 일방적인 핵폐기를 강도적인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전면 배격하였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서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핵폐기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하노이 조미정상회담 결렬로 중단된 조미협상은 영영 재개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 조선은 미국과 국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찰단에게 핵폐기현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full access)”을 허용한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핵사찰 요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이 이미 폐기하였거나 앞으로 폐기하려는 세 가지 주요시설(지하핵시험장, 서해위성발사장,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현장방문을 허용할 뜻을 밝혔으므로, 이 문제는 조미협상이 재개되는 경우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과 미국은 사찰범위와 사찰방식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 기억을 갖고 있다. 1993년에 시작된 조미핵대결은 양측이 사찰범위와 사찰방식을 놓고 벌인 정면충돌로 촉발되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1993년에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저질렀던 어리석은 핵사찰 요구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에게 역사의 심각한 교훈을 깨달으라는 것은 너무 과도한 요구인가?   

(6) 조선은 모든 핵과학자들과 핵기술자들을 비군사적 직종으로 전직시킨다. 

해설 -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의 핵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거취문제까지 거론한 내정간섭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가장 증오하고 배격하는 것은 주변대국의 내정간섭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한 내정간섭 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로 중단된 조미협상은 재개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협상으로 좁히기 힘든 조미핵협상의 엄청난 간극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9년 3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배석자 없이 일 대 일로 마주앉아 핵담판을 벌이자고 제안하는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는데, 팜페오 국무장관과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그 제안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측근들의 반대의사를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단독회담을 하기는 하였으나, 핵담판은 하지 않고 의례적인 단독회담을 간략하게 진행하였고, 단독회담 직후 확대회담이 시작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할 때까지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느니 뭐니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조선이 강도적인 요구라고 비난, 배격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담은 외교문서를 전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이 미국의 대조선제재를 해제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일으킨 데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제재해제문제는 부차적인 결렬원인이었다. 한반도의 비핵화문제에 대한 조선의 관점과 미국의 관점이 완전히 상반된다는 것, 바로 이것이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근본원인이었던 것이다.  

2019년 3월 20일 서울에서 진행된 비공개 강연에서 미국 중앙정보국 산하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를 지내다가 2018년 12월에 퇴임한 앤드루 김이 말한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싱가폴 정상회담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출동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였을 뿐 아니라, 괌과 하와이를 비롯한 태평양작전구역에 전진배치되어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을 미국 본토로 전부 철수할 것을 요구하였다. 다른 한편,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한 외교문서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핵동결,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전문인력 전직을 포괄하는 리비아식 비핵화를 요구하였다. 

이처럼 조미핵협상의 간극은 완전히 상반되는 방향으로 벌어졌다.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구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구상은 너무도 상충적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하기 전날인 2019년 2월 25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전국주지사협의회 만찬에서 자기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매우,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느니, “우리의 생각은 일치한다”느니 뭐니 하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내막과 실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말을 곧이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2018년 5월 초부터 속에서 타들어가고 있었던 조미핵협상의 심각한 갈등국면을 은폐하려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런 식의 기만발언을 늘어놓으며 세상을 속여오다가, 급기야 하노이 정상회담 중에는 조선에게 리비아식 비핵화를 요구하는 망나니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하노이 정상회담 첫째날 저녁 회담장소로 사용된 호텔에서 진행된 간소한 만찬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에서 혐오대상으로 낙인찍힌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만찬에 참석시키지 않았다. 위의 사진을 보면, 정상회담 첫날 만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우호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는 둘째날 아침부터 돌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을 리비아식으로 비핵화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는 강도적 요구를 꺼내들고 망나니본색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배격하는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전문인력 전직을 요구하여 조미핵협상을 파탄으로 몰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핵협상을 결렬시킨 망나니본색을 드러냈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그런 상황에 맞춰 새로운 대처방안을 찾아야 하였다. 이런 사태가 오게 될 것을 예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2019년 신년사에서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미리 경고하였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하는 자기 약속을 2019년 3월에 지키지 않았고,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조선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리비아식 비핵화를 요구하였고,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의연히 조선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의 자주권과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색하는 새로운 길은 어디로 향하는가?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조선이 자기의 협상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망나니짓 같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로 핵협상을 결렬시킨 트럼프 대통령을 힘으로 굴복시키는 길밖에 없다. 핵무기를 움켜쥔 망나니를 핵협상으로 다시 끌어내 조선의 협상목표를 달성하는 강력한 힘은 오직 핵무력에서 나온다는 것, 이것은 1993년 핵위기 이후 25년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핵대결에서 조선이 수많은 고비와 난관을 헤쳐가며 체득한 대응철칙이다. 

2019년 3월 2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이 흥미로운 보도기사를 실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태풍으로 혹심한 자연재해를 입은 뿌에또리꼬(미국이 점령한 대서양의 섬)를 2017년 10월 3일에 시찰하였는데, 피해현장을 돌아보면서도 줄곧 조선과의 핵대결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며, 수행부관이 항상 들고 다니는 이른바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문득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바로 내가 김(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지칭함-옮긴이) 때문에 가지고 다는 것”이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커다란 검은색 가죽가방처럼 생긴 핵가방에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였을 때 미국 대통령이 미국군 합참의장에게 핵공격명령을 내리는 특수통신장치가 들어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혼잣말이 불쑥 흘러나왔던 2017년은 조미핵대결이 폭발상황에 다가서고 있었던 긴장된 시기였으므로, 그는 핵대결이 격화되어 핵전쟁이 일어날까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8월 14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지휘소에 들러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쏘아 괌을 포위사격하는 징벌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발사준비태세를 검열하면서 “미국놈들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었다. 

뿌에또리꼬 재해지역 시찰에서 드러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미사일위협발사를 가장 두려워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망나니짓 같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로 핵협상을 결렬시킨 트럼프 대통령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힘으로 굴복시켜 조선의 협상목표를 달성하는 길은 미사일위협발사를 단행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조선인민군 전략군, 마침내 텔레미트리 점검하다

최근 조선의 몇몇 지역들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미사일위협발사징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현상은 다음과 같다. 한국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9년 3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 인근 상공에 나타나 통신신호감청활동을 벌이던 미국군 소속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마침내 지난 3월 25일부터 조선에서 미사일활동과 관련된 무선통신이 간헐적으로 오가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청활동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미국군은 전자정보수집기가 감청한 통신신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한국군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군 지휘부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미국군이 감청한 통신신호는 텔레미트리 신호(telemetry signal)인 것이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미사일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신되는 무선통신신호가 바로 텔레미트리 신호다. 텔레미트리는 미사일이 발사된 뒤 목표를 향해 탄도비행을 하는 동안 비행속도, 비행방향, 비행거리, 비행고도 등을 계측하여 지상통제소에 실시간으로 계속 보내주는 계측정보발신장치다. 지상통제소는 텔레미트리 신호를 수신하여 미사일의 비행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데, 대체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 전에 텔레미트리를 점검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므로 미국군 전자정보수집기가 조선에서 발신된 텔레미트리 신호를 지난 3월 25일부터 몇 차례 감청한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사일위협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뚜렷한 징후로 된다.  

위에 인용된 보도에 따르면, RC-135W 전자정보수집기가 지난 3월 25일부터 몇 차례 감청한 텔레미트리 신호가 발신된 곳은 함경남도 신흥 일대라고 한다. 신흥은 어디인가? 조선지도를 펼치면, 동쪽으로 덕성군, 서쪽으로 영광군, 남쪽으로 흥원군, 북쪽으로 부전군과 장진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 신흥군이다. 신흥군 중심지인 신흥읍은 영광군에 가까운 곳에 있다. 텔레미트리 신호가 발신된 신흥읍 일대에는 무엇이 있을까? 위에 인용된 보도기사에 따르면, 신흥읍 일대에는 고체연료미사일공장과 미사일보관시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3월 25일부터 함경남도 신흥군 신흥읍 부근에 있는 미사일보관시설에서 고체연료미사일에 내장된 텔레미트리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4> 위쪽 사진은 201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4축8륜 신형 발사대차가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싣고 행진하는 장면이다. 아래쪽 사진은 로씨야군이 2006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이스칸데르-M 고체연료미사일이다. 조선의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의 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로씨야군이 운용하는 이스칸데르-M 고체연료미사일과 모든 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이스칸데르-M 미사일은 유럽전선에 전진배치된 미국군이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조선의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은 사거리가 280~500km, 최고비행고도가 50km이며 비행궤적이 특이한 편심탄도비행을 하면서 한미연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데, 전투부에는 전술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7년 8월 26일 강원도 깃대령에서 이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에 실전배치하였다. 로씨야와 미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던 2015년 봄, 로씨야군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서유럽에 가까운 칼리닌그라드에 전진배치하였고, 미국군은 RC-135W 전자정보수집기를 로씨야 인근 상공으로 출동시켰다. 그러한 로씨야와 미국의 군사적 긴장과 매우 유사하게, 최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위협발사를 준비하는 징후를 노출하였고, 미국군은 RC-135W 전자정보수집기를 한반도 상공에 출동시켰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텔레미트리를 점검한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 알 수 없지만, 201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던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위협발사를 단행하는 경우 고체연료미사일 중에서도 성능이 가장 뛰어난, 그래서 미국에게 심각한 위협을 안겨줄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의 이름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2월 8일 당시 남측 언론매체들은 4축8륜 발사대차 한 대마다 두 발씩 실려 열병식장에 등장했던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의 사거리가 280~500km에 이른다고 보도하였었다. 특히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은 최고비행고도가 80~90km에 이르는 다른 탄도미사일들과 달리 최고비행고도가 50km밖에 되지 않는다. 탄도비행고도가 그처럼 낮은 것은 비행시간이 매우 짧다는 뜻이고, 따라서 적군이 요격미사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타격정밀도도 매우 높고, 신속발사능력도 갖췄다. 그러므로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은 비행궤적이 특이한 편심탄도비행을 하면서 미사일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경기도 평택미국군기지와 경상북도 성주의 사드미사일포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에 전술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다는 사실이다. 타격정밀도가 높은 한 방으로 피해를 줄이고 전쟁을 순식간에 끝낼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17년 8월 26일 오전 6시 49분 강원도 깃대령에서 함경북도 연안 쪽으로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하였다. 당시 한미연합군이 ‘을지프리덤가디언’이라는 작전명칭을 내걸고 대규모 전쟁연습을 감행하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것으로 대응하였다. 그 미사일 탄두는 250km를 날아가 함경북도 김책시 앞바다에 떨어졌다. 그 미사일은 최고비행고도가 50km밖에 되지 않았고, 비행궤적도 탄도미사일과 달라서, 당시 한미연합군은 조선인민군이 미사일을 쏘았는지 방사포를 쏘았는지 알지 못해 헷갈렸었다. 방사포는 조선인민군 육군 포병부대가 쏘는 무기이고, 미사일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부대가 쏘는 무기다. 특이한 비행궤적을 보인 그 미사일이 방사포인지 미사일인지 헷갈렸던 한미연합군은 이듬해 2018년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처음 보는 고체연료미사일이 등장한 것을 보면서 조선인민군이 2017년 8월 26일에 방사포가 아니라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먼저 기습발사하여 평택미국군기지와 사드포대부터 파괴할 것으로 예견된다.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두 발씩 실은 발사대차가 지하기지 차폐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지정된 발사지점으로 신속히 이동하면, 3~4분 만에 기습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 한미연합군이 대응할 시간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위협발사를 단행하는 경우, 전쟁교리에 따라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먼저 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나중에 쏘는 순서로 위협발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견된다.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은 2017년 8월에 시험발사를 거쳐 성능판정을 끝내고 실전배치되었으므로, 오늘 텔레미트리를 점검할 필요가 없다. 2017년 8월에 그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을 시험발사를 할 때도 미국군의 무선통신감청을 피하기 위해 텔레미트리를 점검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발사하였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군 관계자는 <연합뉴스> 2014년 7월 13일 보도기사에서 “예전에는 통신감청을 통해서도 발사징후를 포착할 수 있었지만, (조선인민군은) 올해 들어 시험발사 전에 일절 통신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찰기와 위성 등 한국과 미국의 감시장비가 지켜보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새벽 등 가장 취약한 시간대에 시험발사를 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군 관계자도 “(조선인민군이 택한) 발사장소와 시간이 불규칙하고, 감시장비를 회피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사전발사징후를 포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발사징후를 전혀 노출하지 않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2019년 3월 25일부터 며칠 동안 신흥읍 일대에서 텔레미트리 신호를 발신하였으니, 이것은 최신형 고체연료미사일 위협발사를 앞두고 발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군에게 의도적으로 알려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려워하는 위협발사징후가 마침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위협발사징후에 관한 정보보고를 받았다면, 2017년 한 해 동안 긴박하게 전개되었던 조미핵대결상황을 기억하며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아마도 지금쯤 부관이 들고 다니는 핵가방에 자주 시선을 보내면서 불안감을 진정시키려고 애쓸지 모른다. 지능지수가 낮은 산짐승도 한 번 걸린 올무에는 다시 걸리지 않는다는데, 하물며 미국의 국가안보를 책임졌다는 대통령이 2017년에 빠졌던 공포의 올무에 또 다시 걸려들 만큼 아둔한 것일까. 아무리 아둔한 사람이라도 공포의 올무는 피해야 살 수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자구책은 핵신고, 핵반출, 핵폐기, 핵사찰, 핵전문인력 전직 같은 리비아식 비핵화 요구를 전부 철회하고, 협상상대를 존중하는 올바른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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