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6년 04월 1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미국전략사령부가 꺼내놓은 아리송한 추론
2. 오전 5시 3분에 미사일폭발이 있었을까?
3. 심리압박전술에 말려든 미국 군부는 공포를 느꼈다
4. ‘태양절’에는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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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전략사령부가 꺼내놓은 아리송한 추론
미국 동부시간으로 2016년 4월 14일 밤, 미국의 주요언론매체들은 조선이 이동식 탄도미사일 한 발을 쏘았으나 실패하였다는 속보를 일제히 전했다. 미국에서 긴급보도형식으로 나온 관련보도들 가운데 가장 자세한 내용을 전해준 것은 미국 텔레비전방송 <ABC>가 내놓은 보도기사였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2016년 4월 15일 오전 미국전략사령부(U.S. Strategic Command) 기자회견실에 나타난 마틴 오다늘(Martin O'Donnell) 대변인은 “미국전략사령부 (미사일감시)체계가 미국 중부시간으로 오후 3시 33분 조선의 미사일발사를 추적하였고, 그것이 실패하였음을 포착하였다. 북미주항공방어사령부에 따르면, 조선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미주에 위협을 주지 않았다”고 간략하게 밝혔다. <사진 1>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미국전략사령부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원래 미국전략사령부의 기본임무는 적국의 전략미사일발사징후를 감시하다가 유사시 전략공격으로 적국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전략사령부가 감시하는 대상은 일반탄두를 탑재하는 전술미사일이 아니라 핵탄두를 탑재하는 전략미사일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이번에 미국전략사령부는 조선인민군이 전략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미국전략사령부 대변인의 발표내용은 아주 짤막한데다가 구체적이지도 않아서 그것만 읽어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미국전략사령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어떤 미사일을, 어느 장소에서 발사하였는지 언급하지 않았고, 어떻게 실패하였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알맹이는 모두 빼놓고, 조선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으나 실패로 추정된다는 자기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부각시킨 것이다. 그처럼 부실한 발표내용을 보완하려면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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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전략사령부는 조선인민군이 발사하였으나 실패하였다는 그 미사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미사일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이 ‘무수단’이라고 부르는 전략미사일이라고 지적하였다. 미국 군부가 ‘무수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전략미사일의 정식명칭은 화성-10호다. <사진 2>
그러나 그런 언론보도내용과 달리, <AP통신> 2016년 4월 15일 보도기사에서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것은 도로이동식 미사일인 것 같았는데, (어떤 종류의 미사일이었는지) 아직 판단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미국 군부는 이번에 조선에서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는 그 미사일이 어떤 종류의 미사일이었는지 파악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다. 미국군 정찰위성은 고성능 전자광학촬영장비를 장착하고 조선 상공을 무시로 드나들며 지상의 감시대상들을 정밀하게 촬영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동차에 붙어있는 차량등록판까지 식별할 수 있다고 이만저만 자랑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조선에서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는 그 미사일이 화성-7호인지 화성-10호인지도 분간하지 못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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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관심의 초점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얼마나 뛰어난 정밀촬영능력을 가졌는가 하는 문제에 맞춰지는 게 아니라, 조선인민군이 미국군 정찰위성을 감쪽같이 따돌리는 공중정찰무력화능력에 맞춰져야 한다. 조선인민군은 위성추적레이저를 우주공간으로 쏘아서 미국군 정찰위성이 조선 상공을 지나는 통과궤도와 통과시간을 알아내었고, 그로써 미국군 정찰위성을 아주 간단히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조선인민군은 미국군 정찰위성이 조선 상공을 지나가는 지대와 시간대를 피하여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군 정찰위성도 조선 상공에서는 그처럼 맥을 추지 못한다. <사진 3>
미국전략사령부는 이번에 조선에서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는 그 미사일이 어떤 종류의 미사일이었는지 분간하지 못하고 아리송한 추론만 꺼내놓았는데, 미국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런 아리송한 추론을 마치 확인된 사실인양 보도해버렸으니, 조선에 관련된 이전의 보도행태들에서 계속 반복되어온 것처럼 이번에도 독자들이 진실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2. 오전 5시 3분에 미사일폭발이 있었을까?
미국전략사령부가 이번에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transporter erector launcher)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다고 밝힌 시각은 미국 중부시간으로 오후 3시 33분이었는데, 미국 본토와 한반도 사이의 시차를 계산하면 그 시각은 한국 표준시로 2016년 4월 15일 오전 5시 33분이고, 조선 표준시로는 당일 오전 5시 3분이다. 2016년 4월 15일 한반도의 해뜨는 시각은 조선 표준시로 오전 5시 20분 1초였으므로, 미국전략사령부는 그 날 해뜨기 17분 전에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전략사령부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가 어디에서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는지 발사지점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이 호도반도에서 발사되었다고 보도하였다. 호도반도는 함경남도 금야군 남쪽에 있으며, 원산만의 갈마반도와 마주보고 있다.
위에 서술한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미국전략사령부의 발표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재구성하면, 조선 표준시로 2016년 4월 15일 오전 5시 3분 호도반도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그 날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발사되었다는 미사일 한 발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밝혀주는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상하게도 미국전략사령부는 그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그저 실패하였다는 말만 남겼다. 그래서 궁금해진 미국의 <ABC 뉴스(News)> 취재기자가 미국 국방부 관계자에게 조선의 미사일발사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물었더니, 당시 호도반도에서 “폭발이 있었다(there was an explosion)”는 것이고, 미사일이 날아가던 중에 공중에서 폭발하였는지 아니면 미사일이 날아가다가 떨어져 지상에 충돌하면서 폭발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는 아리송한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그 미사일이 발사된 직후 불과 몇 초 정도만 상승비행을 하다가 공중에서 쾅하고 폭발하였다고 제멋대로 각색한 추측보도를 내보내는 바람에 독자들이 진실을 파악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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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주둔하는 미국 해군 제7함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한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TODAY)> 2016년 4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들이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일본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과 함께 동해에서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면밀히(closely)” 감시하고 있었다고 하였으니,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4척,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척, 일본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1척이 출동하였던 것이다. <사진 4>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태평양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 미국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쪽으로 쏘거나 미국의 서태평양 군사전략거점이 있는 괌쪽으로 쏘게 된다. 그래서 미국 해군 제7함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미사일발사징후가 보이면, 미사일이 하와이쪽으로 날아가는 방향에 이지스구축함 2척을 긴급출동시키고, 괌쪽으로 날아가는 방향에 다른 이지스구축함 2척을 긴급출동시키게 된다.
지금 미국 해군 제7함대가 주일미해군기지에 배치한 이지스구축함은 모두 6척인데, 2017년 여름에는 7척으로 늘어나게 된다. <중앙일보> 2006년 6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해군 제7함대는 동해에 ‘미사일방어작전수역(BMD)’을 설정해놓았는데, 미사일방어작전수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조선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려는 미사일요격작전수역이다. 미국 해군 제7함대의 이지스구축함 6척은 일본 중동부의 요꼬스까(橫須賀), 일본 서북부의 오꾸시리(奧尻町), 일본 남서부의 사세보(佐世保)를 잇는 거대한 이동축선을 따라 미사일요격작전수역을 상시적으로 순항하면서 조선의 미사일발사징후를 감시하고 있다.
그런데 미사일발사감시에 능하다는 이지스구축함 6척이 동해에 출동하여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호도반도 일대를 면밀히 감시했는데도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는지 아니면 해변 또는 해수면에 추락하여 폭발했는지를 분간하지 못했다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실제로 호도반도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줄 중요한 단서는 <세계일보> 2016년 4월 15일 보도기사에 들어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동해에서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감시하고 있었던 이지스구축함들이 자기들의 감시레이더로 어떤 폭발현상을 포착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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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현상을 포착하지도 않았는데, 미국 군부는 어째서 조선의 미사일이 발사 직후 폭발하였다고 주장한 것일까? 위의 보도기사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조선 내부의 무선교신내용을 감청한 “특수정보(Special Intelligence)”에 근거하여 폭발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호도반도에서 어떤 폭발이 있었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 없었지만, 조선인민군의 무선교신을 감청하여 폭발이 있었음을 추론하였다는 뜻이다. 폭발설은 한낱 추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진 5>
감청정보를 가지고 추론한 폭발설은 과연 믿을 만한가? 무선교신감청이라고 하면 무선통신수단을 사용하여 주고받는 대화를 제3자가 그대로 엿듣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군용무선교신은 제3자가 감청해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암호로 교신하고, 매우 복잡하게 변조된 주파수로 교신하는 것이다. 그처럼 난해한 군용무선교신을 감청하는 전문부대가 한국에 있으니, 그것이 제777부대다. 한미연합부대인 이 감청전문부대는 조선 내부에서 오가는 수많은 무선교신전파를 포착해서 주파수를 알아낸 뒤에 그 특정주파수를 타고 오간 암호를 찾아내고, 그 암호가 무슨 뜻인지 해독하여 교신내용을 ‘복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제777부대에서 작성한 감청정보에 대해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권한은 미국군에게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인민군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사용하는 암호를 제777부대가 얼마나 정확하게, 재빨리 해독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군사부문의 암호해독은 결코 간단치 않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제777부대가 당시 조선 내부에서 오간 수많은 무선교신전파들 가운데 어떤 무선교신전파를 잡아내고, 그 무선교신암호를 해독하여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된 직후 폭발하였음을 알아냈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이 무선교신전파를 통해 기만정보를 흘려 제777부대의 정보판단을 교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뿐 아니라, 제777부대가 암호해독과정에서 주관적 해석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감청정보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런 감청정보에만 의존하여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된 직후 폭발하였을 것이라고 해석한 미국 군부의 추론은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어설픈 속단으로 보인다.
명백한 것은, 공중에서 폭발하였는지 아니면 해변 또는 해수면에 충돌하여 폭발하였는지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한 감청정보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폭발설’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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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심리압박전술에 말려든 미국 군부는 공포에 시달렸다
한국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기사에서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 1~2대가 호도반도에 전개되었다고 하였고,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보도기사에서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 2~3대가 호도반도에 전개되었다고 하였다.
원래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 한 대에는 발전기차량 한 대와 통신차량 한 대가 각각 따라붙게 되므로, 차량 3대가 한 조가 되어 작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선에서 미사일자행발사대 2~3대가 한꺼번에 출동하면, 6~9대의 차량들이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사진 6>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보도기사들에서는 미사일자행발사대 1~3대만 현장에 나타났다고 하였으니, 미사일을 발사할 때 반드시 있어야 할 발전기차량과 통신차량이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정황은 조선인민군이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움직인 것이 아니라 미사일발사징후를 일부러 노출함으로써 미국 군부를 극도의 긴장 속에 몰아놓는 심리압박전술을 전개하였음을 말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가 호도반도에 모두 몇 대 출동하였는지 서로 엇갈리게 보도하였는데, 그것은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가 2016년 4월 15일에만 호도반도에 출동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장기간 동안 그곳에 출동하였기 때문에 그런 엇갈린 보도가 나온 것이다. 장기간이라면 얼마나 오랜 시일을 말하는 것일까?
한국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한 <연합뉴스> 2016년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20여 일 전부터 호도반도에 나타났다고 하였고,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6년 4월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지난 4월 초부터 호도반도에 잇달아 전개되었다고 하였다.
원래 미사일자행발사대는 적국의 정찰위성 감시망을 피해 발사위치로 은밀히 출동하여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다른 곳으로 재빨리 이동하는 법인데, 이번에 호도반도에 나타난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은 이상하게도 10~20일 동안 같은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출몰하였다. 이런 이상한 정황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국 군부에게 일부러 자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드러내 보였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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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호도반도에서 반복적으로 출몰하고 있다는 정보를 감춰오다가 4월 14일에 가서야 뒤늦게 언론에 알려주었는데, 그 동안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에서 미사일이 갑자기 발사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며 가슴을 무척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AP통신> 2016년 4월 15일 보도기사에서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조선의) 미사일발사는 실패했지만, 그것은 격렬하고 재앙적인 기도(fiery, catastrophic attempt)였다”고 실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인민군의 심리압박전술에 말려든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호도반도에 반복적으로 출몰한 10~20일 동안 줄곧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사진 7>
미국 군부의 주장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이번에 미사일을 발사하였다면 미국군기지를 직격하기 위해 실탄을 발사한 것이 아니라 태평양 공해상에 탄착시킬 모의탄을 발사한 것이었을 터인데,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모의탄을 장착하고 호도반도에 출동한 것을 왜 그처럼 두려워한 것일까? 그 까닭은 미국 해군이 이지스구축함 4척을 동해의 미사일요격작전수역으로 출동시키고,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1척과 일본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1척으로 작전역량을 보강하였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동해의 미사일요격작전수역으로 출동한 미국, 한국, 일본의 이지스구축함 6척은 당시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는데, 그 6척 중에서 미국 해군 구축함 4척은 조선인민군 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 그것이 비록 모의탄이라고 해도 그 미사일을 공중에서 격추하기 위한 요격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한국 구축함이나 일본 구축함은 미사일감시능력만 있고 미사일요격능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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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열도 상공을 지나가는 경우, 동해의 미사일요격작전수역에 출동한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들은 그 미사일을 요격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제7함대의 작전수칙이다. 이번에 미국 군부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호도반도에서 태평양쪽으로 모의탄을 장착한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 4척은 요격태세를 갖추고 미사일요격작전수역에 긴급출동하여 상부의 요격명령을 대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USA 투데이> 2016년 4월 15일 보도기사에서 미국 해군 제7함대 대변인은 “작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할 수 없지만, 우리의 이지스함선들은 그 지역에서 확고한 미사일방어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던 것이다. <사진 8>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동해의 미사일요격작전수역에 출동한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들이 조선인민군 자행발사대에서 발사된, 모의탄을 장착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경우, 조선인민군이 즉각 보복공격에 돌입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조선인민군의 보복공격은 미사일요격에 참가한 이지스구축함들을 격침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구축함들이 출항한 주일미해군기지들까지 파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발진기지로 돌아갈 항공연료 대신 고폭탄을 가득 싣고 결사대로 출격한 조선인민군 추격기들이 해수면을 스치는 듯한 무전파초저공비행으로 제7함대의 방공레이더망을 뚫고 들어가, 미사일방어작전수역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한 구축함들을 격침시키고, 그 뒤에 있는 주일미해군기지들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자의적인 상상이 아니라, 조선인민군 항공군 전투비행사들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연습해온 기습공격씨나리오의 핵심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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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런 씨나리오를 연습만 해온 것이 아니라 실제로 출격한 적도 있다. 이를테면, 조선의 인공위성 광명성-2호가 우주로 솟구쳐오른 2009년 4월 5일 김정은 당시 반타격사령관의 출격명령을 받은 항공군 제447군부대 소속 추격기 비행사 14명은 결사의 각오를 담은 결의편지를 각자 남기고, 자기의 아내들과 아이들이 써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편지를 가슴에 품고 미그-23 추격기를 몰고 출격하여 동해 상공의 공중매복구역에서 무전파초저공비행을 하며 매복하고 있었고,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들이 광명성-2호를 동해 상공에서 요격하는 순간 그 구축함들과 주일미해군기지들을 육탄자폭공격으로 파괴하려는 기습작전에 돌입할 태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 김정은 당시 반타격사령관은 “적들이 요격으로 나오면 진짜 전쟁을 하자고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조선인민군 육탄자폭비행결사대가 실제로 어떻게 훈련하고 출격하는지에 관해서는 2015년 4월 6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붉은 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사진 9>
그런데 만일 조선인민군 육탄자폭비행결사대가 미국, 한국, 일본의 구축함 6척을 격침시키고 주일미해군기지들을 파괴하면, 미국군은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파괴하기 위한 전략공습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긴급전략공습을 전담하는 미국전략사령부가 이번에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줄곧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일 미국전략사령부가 출동시킨 전략폭격기들이 조선의 군사전략거점들을 전략공습으로 파괴하기 위해 한반도 남부상공에 나타나는 순간, 조선인민군은 주저 없이 전전선에 걸쳐 선제총공격을 개시할 것이며, 그로써 전면전이 폭발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쉽게 예견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발사된 미사일 한 발이 걷잡을 수 없이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미국 군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호도반도에 반복적으로 출몰하여 미사일발사징후를 드러내 보이는 동안 전쟁공포에 시달리며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빌리면,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의 호도반도 출동은 미국에게 “격렬하고 재앙적인 기도”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마따나 조선과 미국이 격돌하는 전쟁이 미국에게는 재앙으로 된다고 해도,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최후결전’을 기다려온 조선에게는 그 전쟁이 조국통일대전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4. ‘태양절’에는 미사일을 쏘지 않는다
만일 이번에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모의탄을 장착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면, 그 미사일은 호도반도에서 일본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졌을 것인데, 그렇게 멀리 쏘려면 탄도미사일의 최장사거리에 도달하기 위해 발사각을 45도로 유지해야 하고, 발사방향을 하와이쪽 공해 상공이나 괌쪽 공해 상공으로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것은 미국군에게 발사원점, 발사각, 발사방향을 미리 노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발사원점, 발사각, 발사방향이 모두 미국군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제7함대 이지스구축함들이 요격미사일로 그 미사일을 쏘아맞출 확률이 결정적으로 높아진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그처럼 요격당할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을 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10~20일 동안 호도반도에 계속 출동한 진짜 목적은, 모의탄 미사일을 실제로 쏘려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미사일발사징후를 일부러 노출하여 미국을 심리적 압박과 공포로 몰아넣으려는 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모의탄 미사일을 실제로 쏘려고 하였다면, 미사일자행발사대를 호도반도에 반복적으로 출동시키지 않고, 미사일자행발사대를 어느 날 불시에 호도반도가 아닌 다른 곳에 출동시켜 기습적으로 쏘았을 것이다.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불시에 미사일을 쏘지 않고,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을 호도반도에 반복적으로 출동시킨 사실은, 2016년 4월 15일 오전 5시 3분에 미사일이 발사되었으나 폭발하였다는 미국 군부의 주장이 허구임을 말해준다. 미사일은 발사되지 않았고, 폭발도 없었다. 미국전략사령부의 발표문에 나온 오전 5시 3분이라는 시점은 미사일이 발사된 시각이 아니라 제777부대가 조선인민군 무선교신을 감청한 시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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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부의 허구적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논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으나 폭발하였다고 주장한 2016년 4월 15일은 조선에서 김일성 주석의 탄생일로 경축하는 ‘태양절’이었다. 해마다 4월 15일이 되면, 조선의 최고영도자는 조선인민군 고위급 지휘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며, 평양을 비롯한 각지에서는 성대한 경축행사들이 진행된다. <사진 10>
그런데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그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로 경축하는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절’에 미사일을 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조선의 과거경험을 살펴보면, 국가적 명절을 며칠 앞두고 지하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기는 하였지만, 국가적 명절 당일에 미사일을 쏜 적은 없었다. 더욱이 단거리전술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고,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될 위험을 무릅쓰고 중거리전략미사일을 ‘태양절’에 발사하는 것은 아무리 모의탄을 발사하는 것이라고 해도 조선의 국가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태양절’에 조선인민군 미사일자행발사대에서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으나 실패하였다는 미국전략사령부의 발표내용은 조선의 내부사정을 모르는 그들이 자의적으로 꾸며낸 허구가 아닐 수 없다. 미국 군부는 전략미사일을 실은 미사일자행발사대들이 호도반도 일대에 계속 출동하는 현상을 보면서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를 오랫동안 느꼈을 터이니, 허구를 사실로 믿어버리는 착각에 빠질 만하지 않은가.
주목하는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사일자행발사대를 2~3대만 출동시켜 미사일발사징후를 노출해도, 미국 해군 제7함대, 미국태평양사령부, 미국전략사령부, 미국 국방부와 합참본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화들짝 놀라게 되고, 나중에는 유엔안보리까지 뒤숭숭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미사일발사징후를 일부러 노출하여 미국 군부를 공포에 떨게 하는 심리압박전술은 이번에 한 차례로 끝난 게 아니다. 미국 군부에게 공포를 주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심리압박전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한국 언론매체들이 꺼내놓은 추측보도대로,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0호를 실은 6축12륜 자행발사대를 출동시켜 미사일발사징후를 노출하는 심리압박전술을 전개했을 때, 미국이 그처럼 화들짝 놀라며 공포를 느꼈는데, 앞으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4발만 쏴도 미국 본토 전체를 잿가루로 만들 수 있다는 각개발사식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호를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출동시켜 미사일발사징후를 노출하는 고도의 심리압박전술을 전개하는 경우, 겁먹은 미국이 어떻게 행동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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