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2015년 09월 14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보안조사지시
2. 5년에 걸쳐 작성된 ‘작계 5015’
3. ‘작계 5015’의 핵심내용 세 가지
4. ‘작계 5015’에 들어간 작전지침 다섯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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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보안조사 지시
2015년 9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합참본부 국정감사에서 예기치 않은 말싸움이 벌어졌다. <뉴시스> 2015년 9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당일 그 국정감사에 참가한 김광진 국회의원은 “합참이 작계 5015란 단어조차 거론하지 못하는 신성불가침 단어로 인식하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작계 5015가 특별한 군사작전이면 몰라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전시작전개념을 전환한 것인데 이름조차 거론하지 말라는 것이냐”고 “거칠게 항의”했고, 정미경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보고하지 못하는 국가기밀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어떤 조건이 성취되면 (합참의장이) 그 국가기밀을 국회의원에게 보고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서면으로 답변을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고 한다. <사진 1> 그런 불평이 쏟아져 나온 까닭은, 국감에 출석한 최윤희 합참의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작계 5015’에 관한 국감질의에 답변할 수 없으니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하면서 답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감에서 말싸움을 불러일으킨 ‘작계 5015’는 미국의 대북전쟁계획인 ‘작전계획(OPLAN) 5015’를 뜻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와 합참본부는 옥신각신한 끝에 결국 ‘작계 5015’ 국감보고를 오는 10월 2일에 진행하기로 타협하였다고 한다. 합참의장이 10월 2일에 ‘작계 5015’ 국감보고를 다시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보면, 21일 뒤에 보고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작계 5015’ 국감보고 재개날짜를 왜 그처럼 늦춰 잡았을까? 그 까닭은 ‘작계 5015’ 국감보고에서 군사기밀 공개수위를 조절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군 합참본부가 주한미국군사령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계 5015’ 국감보고문제를 놓고 국회 국방위원회와 합참본부가 한바탕 말싸움을 벌인 현장에서 진성준 국회의원은 <뉴시스> 취재기자에게 “합참 설명으로 작계 5015는 한미연합의 작계인데, 동의를 하고 있지 않아서 기회를 주면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해서 여야간사가 수용했다”고 귀띔을 했는데, 그의 귀띔을 문맥이 매끄럽게 통하게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합참본부의 설명에 따르면, ‘작계 5015’는 미국군의 작전계획이다. 그래서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국군 합참본부가 국정감사에서 미국군 작전계획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군 합참본부가 주한미국군사령관의 허락을 받으면 나중에 국감보고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여야간사가 수용하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작계 5015’가 한국군과 미국군이 대등한 자격으로 마련한 공동작전계획이라고 착각하였고, 그래서 그들은 합참본부가 국정감사에서 당연히 ‘작계 5015’를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한미군사관계의 종속적 본질을 알지 못한 무지의 소산으로 보인다.
원래 전쟁계획은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할 능력과 권한을 가진 전쟁주체가 수립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할 능력과 권한은 조선과 미국이 각각 대척점에서 행사하는데, 한국에게는 그런 능력과 권한이 없다.
전쟁계획을 수립하려면 고급한 정찰능력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군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정찰위성이나 고고도정찰기 같은 정찰수단을 갖지 못한 한국군에게는 저급한 정찰능력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전쟁계획을 수립하려면 전쟁을 지휘할 권한, 곧 전시작전통제권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군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고급한 정찰능력도 없고,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한국군은 전쟁계획을 세우고 싶어도 세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작계 5015’가 한미공동전쟁계획이 아니라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전쟁계획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미국의 견지에서 보면, 자국의 최고국가기밀인 전쟁계획을 다른 나라 군지휘관들이 다른 나라 국회의원들에게 보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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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합참본부 국정감사에서 ‘작계 5015’ 보고문제가 말싸움으로 번진 또 다른 원인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군 고위관계자가 ‘작계 5015’에 관한 정보를 취재기자에게 전달한 언론유출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작계 5015’에 관한 <중앙일보> 2015년 8월 27일부 보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군 고위관계자”가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그 보도기사는 ‘작계 5015’의 위험한 비밀 가운데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세상에 알려주었다.
그런데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M. Scaparrotti)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작계 5015’에 관한 정보가 언론에 공개된 것을 군사기밀누설로 규정하고 발끈하였다. <조선일보> 2015년 9월 2일 보도에 따르면,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작계 5015’에 관한 정보를 누가 언론에 누설했는지를 밝혀내는 보안조사를 실시할 것을 한국군 당국에게 ‘요청’하였다고 한다. <사진 2>
2015년 9월 10일 국방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은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에 대한 보안조사를 요청했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을 받고 “공조조사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변하였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에 대해 한미공조보안조사를 진행할 것을 한국군 당국에게 ‘요청’하였다는 사실이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위의 사실을 보도하면서 ‘요청’과 ‘공조’라는 부정확한 용어를 썼지만,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최고지휘관이므로 그런 최고지휘관이 한국군 당국에게 무엇을 ‘요청’하였다면 그것은 군령체계상 지시한 것이고, 연합군체제로 결합된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의 보안조사는 공조형식이 아니라 합동형식이라고 표현해야 정확하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직접 나서서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에 대한 한미합동보안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으로 매우 난처하게 된 한국 국방부는 2015년 9월 1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작계 5015 관련 보도에 대한 기무사령부의 보안조사는 지난 9월 28일 한민구 국방장관의 지시로 먼저 실시됐다. 이후 연합사령관이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전쟁연습의 영문약자-옮긴이) 사후 검토과정에서 기밀유출에 대한 문제의견을 제시했다”고 회피성 해명을 늘어놓았고, <연합뉴스> 2015년 9월 10일 보도는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과 관련하여 국군기무사령부가 단독으로 국방부와 합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오보하였지만, 위에 인용한 국군기무사령관의 답변에 기초하여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한미합동보안조사가 진행되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상황이 ‘작계 5015’ 언론유출사건으로 복잡해진 판인데, 그런 상황에 둔감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작계 5015’를 왜 자기들에게 보고하지 않느냐고 합참의장에게 성화를 부렸으니 상황은 더욱 꼬이고 말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성화에 떠밀린 합참의장은 10월 2일에 ‘작계 5015’에 대한 국감보고를 재개하겠노라고 약속하였지만, 정작 그 날 진행될 국감보고에서는 ‘작계 5015’의 핵심내용을 빼놓은 채 형식적으로 보고하고 넘어갈 것으로 예견된다. ‘작계 5015’는 최윤희 합참의장이 언급하지 못하는 ‘위험한 비밀’인 것이다.
2. 5년에 걸쳐 작성된 ‘작계 5015’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작계 5015’의 비밀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여 언론유출사건에 대한 한미합동보안조사를 직접 지시할 만큼 예민하게 처신하였지만, 조미군사관계를 중심으로 조성된 적대적 군사상황의 변화추세를 분석하고, ‘작계 5015’에 관한 지난 시기의 보도기사들을 추적하면, ‘작계 5015’의 윤곽을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계 5015’의 윤곽을 포착하기 위한 언론보도분석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년 7월 21일에 진행된 한미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논의한 ‘전략동맹 2015’에 관한 보도기사로부터 시작된다. <연합뉴스> 2010년 7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007년부터 ‘전략적 이행계획(STP)’을 작성해왔는데, 장광일 국방정책실장의 말을 빌리면, ‘전략적 이행계획’은 “전구작전지휘체계, 한미군사협조체계, 신작전계획수립, 전구작전수행체계, 전작권전환기반, 연합연습체계 등 모두 6개 분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이 보도기사에 따르면, ‘작계 5015’ 작성은 2007년부터 추진되었던 ‘전략적 이행계획’의 일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신문> 2010년 7월 23일 보도가 비교적 상세히 알려주었는데, 그 보도기사의 일부를 인용하면 이렇다.
“신작전계획 수립도 전작권 전환이 늦춰진 만큼 기간이 3년여 연기된다. 특히 2012년까지 미국 주도의 ‘작계 5027’을 한국군 주도의 ‘신작계 5015’로 대체할 예정인데, 이 내용도 전환계획의 변화를 반영해 전략동맹 2015에 담을 예정이다. 기존의 작계 5027에는 미군 69만명과 5개 항공모함 전투전단 등이 한반도에 투입돼 미국이 연합작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돼 있었다. 하지만 2015년에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를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양국은 이에 따라 지상전은 한국군이 책임지고 미국은 해공군 위주의 지원을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짜 왔다.”
5년 전에는 미국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올해 2015년 12월 1일에 한국군 합참의장에게 반환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2014년 10월 23일에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무기한 연기하였으므로, 새로운 전쟁계획인 ‘작계 5015’를 반환시점에 맞춰 작성하면서 기존 작전계획들을 대체하려던 추진작업도 무기한 연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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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은 무기한 연기되었지만, ‘작계 5015’ 수립은 애초에 정한 일정에 따라 변함없이 추진되었는데, <중앙일보> 2015년 8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 10월에 결정한 ‘전략기획기침(SPG)’에 따라 ‘작계 5015’ 작성작업을 계속 진척시켜왔다고 한다.
미국이 2010년부터 5년 동안 ‘전략기획지침’에 따라 진척시켜온 ‘작계 5015’ 작성작업은 올해 상반기에 마침내 완료되었고, 2015년 6월 최윤희 합참의장과 스캐퍼로티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작계 5015’에 서명하였다. <사진 3>
<중앙일보> 2015년 8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작계 5015’는 최윤희 합참의장과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서명하는 순간부터 발효되었고, 지난 8월 말에 실시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전쟁연습에 적용되었으며, 각 전투단위들이 ‘작계 5015’에 따라 작성하는 세부작전계획은 오는 2015년 말까지 끝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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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계 5015’의 핵심내용 세 가지
‘작계 5015’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있는 것일까? 한국군 고위관계자들이 전해준 정보를 인용한 <아시아경제> 2015년 2월 11일 보도와 <중앙일보> 2015년 8월 27일 보도를 종합하면, ‘작계 5015’의 비밀이 아래와 같은 윤곽을 드러낸다.
첫째, ‘작계 5015’는 ‘맞춤형 억제전략’에 의거하여 작성된 대북전쟁계획이다.
<연합뉴스> 2013년 9월 8일 보도기사에서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10여 개월간 (미국군과 한국군이) 공동으로 연구한, 북한 핵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최근 완성했다. 완성된 맞춤형 억제전략은 사실상 작전계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내달(2013년 10월을 뜻함-옮긴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SCM) 회의에서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미국방장관들이 2013년 10월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에 서명하기 훨씬 전부터 미국군은 한국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확장억제전략’을 연습해왔다. <연합뉴스> 2011년 11월 4일 보도에 따르면, 2011년 10월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가 결성되었고, 그 위원회가 조직한 확장억제전략 도상훈련(TTX)이 2011년 11월 미전략사령부에서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처럼 ‘확장억제전략’을 연습해오던 미국은 2014년 2~3월에 실시한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전쟁연습과 같은 해 8월에 실시한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전쟁연습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이 실전상황에 적합한지를 연속 검증하였다. <사진 4>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한반도 군사상황의 변화에 맞춰 ‘확장억제전략’을 보완하여 ‘맞춤형 억제전략’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확장억제전략’과 ‘맞춤형 억제전략’의 차이는 ‘맞춤형’이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 군사거점들을 파괴하기 위한 이른바 ‘맞춤형’ 정밀타격능력을 보강하였다는데 있다.
전시에 ‘맞춤형’ 정밀타격임무는 전시증원군이 맡는 것이 아니라 긴급증파부대가 맡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2014년 8월 미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AFGSC) 예하 제509폭격비행단에 소속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를 괌(Guam)으로 이동배치하여 대북공습작전을 연습하는 한편, 전시에 적국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한다는 미국 육군 제20CBRNE사령부(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폭발물사령부) 예하 전투부대를 미국 본토에서 긴급공수하여 2014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연합전쟁연습에 참가시켰으며,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현장에 나타나 새로운 방식의 전쟁연습을 직접 참관하였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14년 말 미국은 조선인민군 군사거점 700여 개소를 선정하고 이를 ‘합동타격지정지점(Joint Designated Point of Impact)’으로 목록화하였으며, 그 대상들을 실제 타격할 수 있는지 검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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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억제전략’은 700여 개로 목록화된 조선인민군 군사거점들을 공습정밀타격으로 파괴하려는 전략인데, 바로 그런 전략이 ‘작계 5015’에 핵심내용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작계 5015’의 작전목표가 핵무력을 중추로 하여 구성된 조선인민군의 전투력을 공습정밀타격으로 신속히 제거하고 평양을 점령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 5>
둘째, ‘작계 5015’에는 ‘작계 5029’가 포함되었다. 원래 ‘작계 5029’는 미국이 조선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미증유의 급변사태에 대처하는 대북전쟁계획이다. <연합뉴스> 2010년 10월 3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예상한 조선의 급변사태는 조선에서 내전이 일어나거나, 정권이 교체되거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주민들이 국경을 넘어 대량이탈하거나, 조선인민군의 ‘대량살상무기’가 외국으로 유출되는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었는데, 새로운 급변사태유형으로 불안정한 권력승계를 하나 더 첨가한다는 것이다. 2009년 7월 22일 티머시 키팅(Timothy J. Keating) 당시 미태평양사령관은 미국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주한미군 등과 함께 북한에서 불확실한 권력승계가 이뤄질 경우 미국 대통령이 명령만 내리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쟁)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기들이 예상한 급변사태가 조선에서 일어나는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대처하여 대규모 전시증원군을 한반도전선에 파병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더라도 조선에 대한 즉시적인 무력침공을 감행한다는 것이 ‘작계 5029’의 핵심내용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작계 5029’에 들어있는 그처럼 위험천만한 북침공격계획이 ‘작계 5015’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셋째, 군사분계선에서 우발적인 총격사건이 격화되어 일어난 평시국지전에 대응한다는 ‘국지도발대비계획’도 ‘작계 5015’에 포함되었다. 평시국지전은 미국의 전시증원군이 한반도전선에 미처 투입될 사이도 없이 일어나는 저강도전쟁이다.
미국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국지도발대비계획’을 2011년 2월 28일에 시작되어 3월 말까지 지속된 ‘키리졸브/독수리’ 대북전쟁연습에 처음 시험적으로 적용하였고, 2013년 3월 22일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과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 그 대비계획에 서명하였다.
평시국지전에 대응하는 ‘국지도발대비계획’이 전면전에 대응하는 ‘작계 5015’에 들어간 것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평시국지전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은 불가피하게 전면전으로 확전될 것임을 예견하였다는 뜻이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요점을 살펴보면, 미국이 전시증원군을 한반도전선에 투입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해 자기들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해진 전쟁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작성된 새로운 대북전쟁계획이 ‘작계 5015’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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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계 5015’에 들어간 작전지침 다섯 가지
전시에 미국이 대규모 증원군을 한반도전선에 투입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를테면, 2014년 3월 25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유사시 증원병력의 준비태세가 걱정스럽다. 후속전투력(follow-on forces)의 준비태세를 우려한다”고 거듭 말하면서 전시에 증원군이 한반도전선에 투입되지 못할 것임을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
전시증원군을 한반도전선에 투입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국군과 긴급증파부대, 그리고 한국군과 일본해상자위대를 동원하여 전면전을 해야 한다. 긴급증파라는 것은 전시에 미공군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전선에 투입하거나 또는 군수송기와 대한항공 여객기를 긴급히 동원하여 특수병종을 신속하게 한반도전선으로 이동시킨다는 뜻인데, 이를 위해 2004년에 한미상호공수지원협정이 체결되었고, 해마다 두 차례씩 대북전쟁연습을 실시할 때마다 긴급증파훈련을 반복해왔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69만 명 대병력과 5개 항모강습단으로 구성된, 세계전쟁사에서 최대 규모로 편성되는 전시증원군을 한반도전선에 투입하지 못하고, 결국 주한미국군과 긴급증파부대, 그리고 한국군과 일본해상자위대로 구성된 전투력만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전시증원군을 동원하지 못하면 조선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고, 설령 전시증원군을 동원하더라도 이길 수 없다. 이 곤혹스러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작계 5015’에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작전지침을 도입하였다. ‘작계 5015’에 아래와 같은 작전지침이 도입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이 지난 몇 해 동안 한반도와 그 주변의 작전구역에서 보여준 각종 대북전쟁연습행태를 종합, 분석하면 알 수 있다.
첫째, 전시작전임무분담지침이 ‘작계 5015’에 포함되었다. 한국군의 전시작전임무는 지상전투에 집중되고, 미국군의 전시작전임무는 공중해상전투(Air Sea Battle)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2010년 2월 3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로벗 게이츠(Robert M. Gates) 당시 국방장관은 “우리는 거기(한반도전선이라는 뜻-옮긴이)에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거기에 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군과 공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미국 합참본부가 2015년 1월 8일 이후 공중해상전투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공군과 해군에 의존하는 미국의 전쟁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 6>
미국이 지상전투임무를 한국군에게 맡기려는 까닭은, 전면전이 일어나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최전방에서 대치한 한국 육군 20만 명과 조선인민군 육군 70만 명이 격전을 벌이면서 엄청난 화력을 비좁은 작전구역에 집중시킬 것이므로 지상전투에서 혹심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지상전투임무를 한국군에게 맡기려는 것은 지상전투에서 발생할 인명피해를 한국군에게 떠넘기려는 수작임을 알 수 있다. 사정이 그런데도 한국 언론매체들은 위와 같은 미국의 파렴치한 수작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고,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국군이 지원하는 식으로 전시작전임무가 분담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둘째, 전략정찰작전과 비밀첩보전이 ‘작계 5015’에 포함되었다. 조선인민군은 무징후선제기습타격으로 ‘최후결전’에 돌입할 것이므로, 그에 대응하려는 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기 위한 정찰감시능력과 군사첩보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국방비밀국과 지리공간정보사령부를 새로 창설한 것이 그런 강화추세의 일환인 것이다.
<연합뉴스> 2012년 4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아시아지역에 집중되는 비밀첩보전에 투입할 국방비밀국(DCS)을 곧 창설할 것인데, 이 새로운 군사첩보조직은 중앙정보국(CIA)과 공조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2014년 10월 7일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관계자는 “한미는 북한지역의 핵심표적지형과 영상자료를 표준화해 상호공유하는 등 24시간 핵과 미사일 감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영상지형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지리공간정보(GEOINT)사령부 창설을 추진 중”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정찰감시능력과 군사첩보능력이 대폭 강화되는 추세에 따라, 미국군은 대북전쟁연습 중에는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고고도유인정찰기, 고고도무인정찰기, 이지스구축함 감시레이더 등을 총동원하는 대북정찰감시망을 24시간 가동하는 것이다.
셋째, 동시반타격전이 ‘작계 5015’에 포함되었다. 동시반타격전이라는 것은, 조선인민군이 무징후선제기습타격으로 ‘최후결전’에 돌입하는 순간, 한국군도 지대지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대북공격을 개시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미국은 이른바 4D작전개념을 도입하거나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하는 등 일련의 상응조치를 취했다.
2013년 11월 스캐퍼로티 군사령관이 언급한 4D작전개념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공격에 맞서기 위한 탐지(Detect), 방어(Defense), 교란(Disrupt), 파괴(Destroy)를 포괄하는 반격작전개념이다. 또한 미국은 탄두중량을 종전대로 500kg으로 제한하지만 사거리를 300km에서 800km로 늘린 지대지탄도미사일을 한국군이 개발, 보유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고, 청와대는 2012년 10월 7일 그와 같이 개정된 한미미사일지침을 전격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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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군에게 사거리 800km의 지대지탄도미사일을 보유하도록 허락한 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화력타격을 받은 한국군이 미사일을 동원하여 조선의 후방지대를 타격하는 동시반타격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한겨레> 2014년 10월 24일 보도에 따르면, 2014년 10월 2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제46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는 조선인민군의 공격징후가 포착되는 경우 한국군이 단독으로 사거리 500km, 800km급 지대지탄도미사일을 동원하는 반타격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진 7>
넷째, 미사일방어전이 ‘작계 5015’에 포함되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한국군은 탄도유도탄작전통제소(AMD-Cell)을 창설하였고, 미국은 한국군에게 페이트리엇 방공미사일(PAC-2)을 판매하였으며, 최신형 PAC-3도 판매하려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사드(THAAD)’라고 부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려고 적기를 노리는 중이다.
다섯째, 장거리전략공습이 ‘작계 5015’에 포함하였다. 장거리전략공습이라는 것은 전술핵탄을 사용하는 공습정밀타격을 뜻한다. 미국은 2007년부터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 이동배치해놓고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에 출동시키는 장거리폭격연습을 감행해왔다. 2013년 초 조미관계가 충돌 직전으로 치달았을 때 미국은 미국 본토에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를 한반도 중부지역 상공으로 출동시켜 폭탄을 투하하는 연습을 감행하였으며, 2015년 8월위기사태 중에도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3대를 괌에 이동배치하였다.
방공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는 적진의 방공망을 뚫고 작전종심 깊숙이 들어가 전술핵탄으로 공습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미국이 그런 전략폭격기를 대북무력위협에 반복적으로 동원하는 것은, 전시에 전술핵탄을 사용하는 공습정밀타격을 감행할 ‘작계 5015’에 따른 대북장거리전략공습의 예행연습인 것이다.
위에 열거한 것처럼 ‘작계 5015’에 포함된 다섯 가지 전시작전지침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북전쟁준비가 얼마나 위험천만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다. 2015년 9월 1일 애쉬튼 카터(Ashton B. Carter)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군 병사들과의 동영상대화 중에 “한반도는 아마도 아차하는 찰나에(at the snap of finger) 전쟁이 일어날, 지구상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작계 5015’의 위험한 비밀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이 대북전쟁준비를 갖추고 전술핵탄을 사용하는 위험천만한 대북전쟁연습을 감행하면서 조선을 계속 자극하고 있으니 조미전쟁이 아차하는 찰나에 일어날 위험이 날로 확대되는 것이다. 미국 국방장관의 말마따나, 조미전쟁은 아차하는 찰나에 폭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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