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9월 08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사진 1> 지금 우리는 전술핵탄과 정밀타격수단이 상호결합한 제3핵시대에 살고 있다. 정밀타격미사일에 장착되는 전술핵탄은 실전에서 얼마든지 사용되는 무기다. 위의 사진은 미국군이 전술핵탄을 장착한 핵포탄을 시험발사하는 장면이다. 지난 60여 년 동안 미국은 그런 전술핵탄을 남측에 무더기로 배치해놓고 북을 끊임없이 위협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북이 그런 전술핵탄을 초정밀타격수단에 장착하고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북미핵대결에서 제3핵시대의 긴박성이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며,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은 제3핵시대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부에서 살아가고 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
북에게 뒤통수 얻어맞은 미국
오늘 우리는 제3핵시대(third nuclear age)에 살고 있다. 현 시대를 제2핵시대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견해는 핵강국들이 핵무기 개발기술을 발전시켜온 시대적 전환계기를 잘못 읽은 것이다.
제1핵시대는 미국이 1945년의 핵독점체제를 유지했던 시대였다. 미국의 핵독점이 불과 4년 만에 무너지면서 도래한 제2핵시대는 미국과 소련이 전략핵탄을 서로 겨누며 대치상태를 이어간 냉전기였다. 제2핵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대기권 핵실험을 경쟁적으로 실시하면서 전략핵탄을 증산, 배비하였고, 그런 증산과 배비가 몰고 온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에 대한 공포가 미국과 소련의 전략핵탄사용을 억제하였던, 그리하여 이른바 ‘핵공포의 균형’이 유지되었던 그런 시대였다.
그에 비하여 제3핵시대는 실전에서 사용하는, 폭발력 1킬로톤(폭약 1,000t) 안팎의 전술핵탄이 개발되고, 적의 특정시설을 선별적으로 타격할 정밀타격수단이 등장하고, 마침내 그 두 부류의 첨단무기들이 상호결합함으로써 핵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현 시대다. <사진 1>
제3핵시대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핵강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이외에 신흥핵강국과 핵보유국들이 세계무대에 연이어 등장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흥핵강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고, 핵보유국들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다.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날까지 제3핵시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3핵시대의 핵강국은 메가톤급 전략핵탄만이 아니라 1킬로톤 안팎의 소형화, 경량화된 전술핵탄까지 보유하고 단거리, 준중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포괄하는 범위를 겨눈 정밀타격망을 구축한 나라들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과 신흥핵강국인 북이 바로 그런 나라들이다.
핵탄제조기술과 미사일제작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제3핵시대의 전쟁양상은 이전 시대의 전쟁양상과 아주 다르게 변모되었다. 전술핵탄을 장착한 정밀타격수단으로 적의 ‘급소’를 선별적, 선제적, 기습적으로 타격하여 전쟁을 급속히 종결짓는 단기속결전 양상으로 변모된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미국이 도발한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제3핵시대에 예상되는 전쟁양상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고전적인 전쟁양상으로 전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그 두 전쟁에 각종 첨단무기를 동원하였노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미국이 보여준 전법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낡은 전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낡은 전법을 썼으니, 미국은 전쟁비용을 하루 평균 750만 달러씩 계속 퍼부었으면서도 그 두 전쟁의 수렁에 두 다리가 모두 빠져 허우적거렸던 것이다.
미국이 시험발사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미국 내 반대파들의 저항까지 받으면서도 미사일방어체계를 확장, 구축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까닭은, 전술핵탄을 장착한 적의 정밀타격미사일을 막지 못하면 자기의 국가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제3핵시대의 전쟁에 대처할만한 군사준비태세를 아직 갖추지 못하였다. 미국은 아마도 그런 군사준비태세를 영구히 완성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지금 미국이 적의 전술핵탄공격을 막아내려는 유일한 대비책으로 구축 중인 미사일방어체계라는 것도 사실은 실전에서 검증되지 못한, 부실한 무력수단이기 때문이다. 설령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완료하더라도 그 무력수단이 과연 제3핵시대의 변모된 전쟁양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는 미국 자신도 모른다. 그들에게 미사일방어체계는 실전용 무력수단이라기보다는 한낱 심리적 위안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은 그래서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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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제3핵시대의 진정한 군사강국은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전술핵탄을 가지고, 단거리-준중거리-중거리-장거리를 포괄하는 4중 정밀타격망을 구축한 나라인데, 북이 그런 능력을 두루 갖추었다. 이를테면, 북은 이미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핵탄을 가졌다고 공언한 바 있고, 기존 정밀미사일보다 한 급 높은 초정밀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전술핵탄을 발사하는 4중 초정밀타격망 구축에 성공하였음을 입증하였다. <사진 2>
북이 보유한 전술핵탄과 북이 구축한 4중 정밀타격망은 기존 핵강국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세계 및 역내 군사정세를 경쟁적으로 주도하던 시대가 바야흐로 막을 내리고, 신흥핵강국으로 부상한 북이 미국을 향한 ‘최후의 핵타격’을 앞두고 있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새로운 군사정세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군사정세의 급격한 전환은 북이 세계전쟁사에서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전술핵탄을 사용하여 거대한 아메리카제국을 굴복시키려는 ‘최후의 핵타격’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북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보려고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며 애간장을 태웠지만, 북은 5대 핵강국들만 배타적으로 보유하였다는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을 마침내 손에 움켜쥠으로써 북의 핵무기 개발을 극력 저지하려던 미국의 뒤통수를 후려친 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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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화성-7호 막지 못한다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을 두려워하는 상대는 당연히 미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이 겨냥한 ‘최후의 핵타격 대상’이 다름 아닌 미국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기들이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면서 내색을 하지 않지만, 최근에 미국이 서두르는 긴급행동들에서 그들에게 파고든 두려움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북의 전술핵탄과 4중 초정밀타격망에 대한 미국의 은폐된 두려움은 두 가지 긴급행동에서 노출되었는데, 그것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전진배치하려는 것과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려는 것을 말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전진배치하려는 미국의 긴급행동부터 먼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지금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eater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을 한반도에 전진배치하려고 서두르는 중이다. 원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준중거리미사일(MRBM)을 외기권에서 직격, 파괴한다는 탄도미사일요격체계다.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포트 블리스(Fort Bliss) 육군기지에 가장 먼저 배치하였고, 곧이어 하와이와 괌에도 배치하였는데, 이제는 주한미국군기지에도 배치하려는 것이다. <사진 3>
지금 미국이 세계적 범위에서 구축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는 4중 체계다. 미국은 북의 단거리미사일(SRBM)을 대기권 상층에서, 그리고 북의 준중거리미사일(MRBM), 중거리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각각 외기권에서 쏘아 맞춘다는 4중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국력을 기울여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은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춘다는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을 주한미국군기지에 추가로 배치하려는 것이다.
원래 북이 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추는 요격임무는 전시에 동해에 출동할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이 수행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미국 육군도 거기에 가세하여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하는 자기들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으로 북이 발사한 준중거리미사일을 쏘아 맞춰보겠다는 것이다.
준중거리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3,000km에 이르는 미사일이다. 북에서 괌까지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400km이므로, 미국 육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괌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이 아니라 일본열도에 산재하는 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날아갈 북의 준중거리미사일을 요격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전시에 북이 주일미국군기지들을 향해 발사할, 5축10륜 자행발사대에 탑재된 준중거리미사일 화성-7호를 고고도미사일방어망으로 쏘아 맞추겠다는 것이다.
전시에 동해에 출동할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에서 미국 해군의 요격미사일 SM-31A를 쏘는 것으로는 도저히 안심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한 미국 육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에서도 요격미사일을 추가로 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미국의 그런 요격준비태세를 헛수고로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북은 전시에 우선 주한미국군기지들부터 불시기동-기습타격으로 파괴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고, 그와 동시에 동해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부터 불시기동-기습타격으로 격침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이 배치될 주한미국군기지들이 빠짐없이 북의 선별-선제-집중타격대상으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다. 북에서 말하는 선별-선제-집중타격전법은 군사분계선 전반에 걸친 총공격으로 적을 후퇴시켰던 6.25전쟁 시기의 고전적인 전법과는 전혀 다르게, 전후방에 있는 적의 ‘급소’를 먼저 선별적, 선제적 집중타격으로 강타하고, 적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돌파한 주력부대가 ‘급소’를 맞고 비틀거리는 적을 포위망에 가두어 놓고 전후방에서 동시협공하여 짧은 시간에 섬멸한다는 새로운 전법이다. 이 새로운 전법에서는 전선에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있을 리 없고, 오직 선별적, 선제적 집중타격과 돌파공격, 포위공격만 있을 뿐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특수군, 포병부대와 전차부대, 항공군부대와 해군전투함대와 잠수함대가 바로 그런 전법을 지속적으로 연마해온 것이다.
전시에 북이 동해에 접근할 항모타격단을 불시기동-기습타격방식으로 공격할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지난 7월 4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륙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의 섬상륙전투훈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투브>에 실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인민군대사업을 현지에서 지도 주체103(2014) 7’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보면, 지난 7월 4일에 진행된 섬상륙전투훈련의 중심내용은 집중타격목표로 정해진 어느 작은 무인도를 향해 육해공군 협동작전으로 강력한 화력타격을 가하는 것인데, 그 작전양상은 항모타격단을 입체적으로 공격하는 연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징후를 노출하지 않은 채 불시기동-기습타격을 개시하는 순간, 동해에 접근하는 항모타격단의 이지스구축함이나 주한미국군기지에 구축된 고고도미사일방어망은 요격미사일 한 발도 쏘지 못한 채 전술핵탄의 거대한 화염과 폭음 속에 사라질 것으로 예견된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그런 전술핵탄공격은 공상이 아니다. 미국신안보센터(CNAS)가 지난 3월 17일에 펴낸 ‘대북억제가 실패한다면: 한반도 분쟁 재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남측은 북측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고,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의 핵공격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은 소규모 핵공격이라면 미국이 핵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계산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보고서에서 지적한 북의 소규모 핵공격은 전술핵탄 발사를 뜻한다. 또한 그 보고서에 지적한 대로, 미국이 북의 전술핵공격을 받고서도 핵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미국이 자국 본토에 대한 북의 전략핵공격과 그에 따른 미국의 멸망이 두려워 북에게 감히 핵보복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전술핵탄으로 항모타격단과 주한미국군기지를 공격할 것으로 보는 예견은 결코 섣부른 공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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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하는 것은,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포병부대들과 함께 협동작전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인민군 포병부대들이 불시기동-기습타격방식으로 쏜 대구경방사포, 대구경장거리포, 로켓무기, 전술미사일 등 초탄 10,000여 발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오는 불폭풍 속에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쏜, 전술핵탄을 장착한 초정밀미사일들도 섞여 있을 텐데, 미국군이 무슨 수로 그 거대한 불폭풍을 막을 수 있을까. <사진 4>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포병부대들이 협동작전으로 펼칠 엄청난 화력타격의 불폭풍 앞에서 미국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허망하게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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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멸위험 무릅쓰고 ‘인계철선’에 집착하는 미국
미국 군부는 자기의 한반도 군사전략을 거론할 때 ‘인계철선’이라는 개념을 중시한다. ‘인계철선(tripwire)’이란 미국군을 남측에 무기한 배치해두었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자동적으로 한반도 전쟁에 개입하게 만드는 기능을 나타내는 비유어다. 미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주한미국군은 미국을 전면전으로 끌어당기는 유력한 ‘인계철선’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그 ‘인계철선’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 군부에 반환하는 것과 함께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겠노라고 공약하였으면서도, 그런 공약은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22년 전에 없어진 한미연합야전부대를 다시 창설하려는 것이야말로 바로 그런 병적인 집착의 일면이다.
2014년 9월 4일 남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은 주한미국군 제2사단과 한국군 1개 기갑여단을 단일지휘체계로 통합시킨 연합사단을 “2015년 초까지” 창설하기로 한국군과 합의하였다고 한다. 그 연합사단 지휘권은 미국군 육군 소장이 행사하게 된다. 평시에 한미연합사단은 미국군 소장이 사단장을 맡고 한국군 준장이 부사단장을 맡는 식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참모부로 운영되다가, 전시에는 한국군 기갑여단이 주한미국군 제2사단에 배속되게 된다. 이것은 주한미국군 제2사단이 한국군 기갑여단을 하위에 끌어들여 종속시키는 것이니, 동서고금 그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군사종속이다. <사진 5>
한국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뉴스1> 2014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서 추진하기 아주 오래 전부터 미8군과 (한국) 육군 간(에) 연합사단 창설을 계속 논의해온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고, 특히 “이번 연합사단 편성은 미국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보도기사는 한미연합사단이 미국의 한반도 군사전략에 따라 창설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원래 미국은 1971년부터 21년 동안 한미연합군단을 운영해오다가 1992년에 해체하였는데,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오늘 미국은 한미연합사단을 다시 창설하려는 것이다. 편성규모를 군단에서 사단으로 줄이기는 했지만, 양측의 핵심기갑전력을 통합하여 전투력을 더 증강시켰을 뿐 아니라, 22년 전에 사라진 한미연합야전군을 사실상 더욱 증강된 전투단위로 재창설하는 것이다. 미국의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그들이 ‘인계철선’에 얼마나 병적으로 집착하는지를 말해주는 증좌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과 정반대인 북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미국이 남측에 설치해놓은 ‘인계철선’은 전시에 북의 전술핵탄공격을 받고 끊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평택에 건설 중인 방대한 규모의 종합군사기지는 201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는데, 요즈음 전술핵탄공격연습을 계속 실시하는 북의 이례적인 행동을 보면, 북은 평택기지가 완공되기도 전에 그것을 파괴하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시에 한미연합사단을 비롯한 주한미국군 전체부대들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술핵탄공격으로 궤멸될 위험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 미국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주한미국군을 ‘인계철선’으로 언제까지나 남겨두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전술핵탄공격 위험을 아직 감지하지 못해서 ‘인계철선’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첨단성능을 지닌 각종 정찰수단을 동원하여 북을 집중감시한다는 미국이 북의 전술핵탄과 초정밀타격능력 보유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게는 ‘인계철선’의 궤멸위험을 무릅쓰면서도 그것에 어쩔 수 없이 집착하는 어떤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품고 있는 말 못할 사연은 아래와 같은 극비문서에서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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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2월 28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펴낸, ‘1949년 봄 주한미국군 철군의 결과(Consequences of US Troop Withdrawal from Korea in Spring, 1949)’라는 제목의 극비문서가 있다. <사진 6> 오래 전에 기밀해제된 이 극비문서는 미국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자원부, 국무부, 국방부, 육군부, 해군부, 공군부, 3군조정위원회, 합동참모본부, 원자력위원회, 조사개발부에 각각 제출된 것이다.
극비문서에서 중앙정보국은 주한미국군을 철군하는 경우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한민국이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대한민국의 붕괴는 “미국의 국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극동에서 미국의 안보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또한 극비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극동지역 안보이익에 불리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말은, 일본공산당의 역량강화, 소련 군사기지의 한반도 남하배치, 한반도-만주-연해주를 통합한 새로운 경제공동체 수립 등을 뜻하는 것이다.
극비문서는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경우 “미국이 동해, 서해, 보하이만을 지배하고, 소련의 해군력과 남만주를 지상공격으로 위협하고, 일본과 주변 해역을 공중과 공수 및 수륙양용공격으로 위협하고, 소련과 중국 영토 깊숙한 곳에 있는 목표들을 장거리공중공격으로 위협할 유리한 위치를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극비문서는 “미국에게 남코리아의 전략적 중요성은, 미국이 소련과 전쟁을 벌이는 경우 소련군이 일본과 류구열도에 있는 미국군기지들을 곧바로 위협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전진기지를 갖지 못하도록 사전에 예방하는데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런데 그 극비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 육군 정보국은 미국 중앙정보국의 위와 같은 판단에 대해 반대견해를 꺼내놓았다고 한다. 미국 육군 정보국은 “주한미국군 철군이 대한민국 붕괴의 주된 요인으로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철군이 남코리아에 대한 소련의 즉각적인 지배를 허용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육군 정보국은 “북코리아 인민군의 남코리아 침공은 아마도 틀림없이 일어날 일이라기보다는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보았다.
이처럼 중앙정보국의 판단과 육군 정보국의 판단이 서로 엇갈린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육군 정보국의 판단을 인정하였다. 그에 따라 미국은 주한미국군을 철군하였는데,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 6.25전쟁이 일어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대한 무력을 전선에 출동시켰으나 결국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험을 겪은 미국은 정전협정을 체결하자마자 주한미국군의 무기한 주둔을 보장하는 ‘한미상호방위협정’을 서둘러 체결하였던 것이다.
지난 시기 미국이 겪은 위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보면, 지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65년 전에 미국 중앙정보국이 지녔던 정세인식에 여전히 잠겨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된 북미대결과정에서 미국이 북으로부터 온갖 압박과 위협을 받으면서도 북이 요구한 철군담판을 끝내 거부하며 버텼던 까닭이 거기에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과 ‘절단형 억제전략’의 마지막 대결
군사부문에서 흔히 쓰이는 억제(deterrence)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적의 공격력을 제거하고 적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는 작전능력을 가졌을 때 비로소 억제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억제는 적과 힘을 겨루는 균형상태가 아니라, 적을 힘으로 압도하는 우위상태를 뜻한다.
군사부문에서 흔히 쓰이는 억제(deterrence)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적의 공격력을 제거하고 적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리는 작전능력을 가졌을 때 비로소 억제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억제는 적과 힘을 겨루는 균형상태가 아니라, 적을 힘으로 압도하는 우위상태를 뜻한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정전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첨예하게 서로 대치하고 있는 북과 미국은 각자 상대를 압도하는 억제력을 가졌노라고 공언한다. 북은 미국에 대해서, 미국은 북에 대해서 각각 상대의 군사력을 압도하는 우위상태에 있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북과 미국이 각자 상대를 겨누고 있는 억제력을 군사전략개념으로 표현하면, 미국군은 북의 핵무기와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하려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가졌고, 조선인민군은 미국의 ‘인계철선’을 제거하려는 ‘절단형 억제전략’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맞춤형 억제전략’부터 먼저 논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2013년 10월 2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45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Chuck Hagel) 미국 국방장관이 합의문에 서명함으로써 공식화된 미국의 대북전쟁전략이다. 그 전쟁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위기국면을 북의 핵위협단계, 핵사용임박단계, 핵사용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에 맞춰 억제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미국군과 한국군이 북의 핵사용임박단계에서 북의 공격징후를 포착하면 대북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반도 군사정세가 미국의 그런 요구대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개시할 것이므로 미국군과 한국군은 아무런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채 되레 선제공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시작하는 초단기 속결전이므로,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말은, 공격징후가 드러나지 않는 공격준비를 완료하였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은 북이 미국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물리적으로 압도할 ‘절단형 억제전략’을 완성하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북에서는 ‘절단형 억제전략’이라는 말을 쓰지 않지만, 그 동안 북에서 진행된 ‘조국통일대전’ 준비태세에 관한 언론보도내용을 종합, 분석하면 북의 전쟁전략을 ‘절단형 억제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절단형 억제전략’이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미국의 ‘인계철선’을 순식간에 절단함으로써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억제하는 전쟁전략을 뜻한다. 조선인민군이 ‘조국통일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은 공격징후를 노출하지 않고 ‘인계철선’을 순식간에 절단함으로써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억제하는 길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단형 억제전략’이 바로 그런 전쟁수행방식을 밝혀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일 북이 공격징후를 노출하거나 ‘인계철선’을 단숨에 절단하지 못하여 미국의 핵보복과 증원군 전개를 허용하게 되면, 다시 말해서 ‘절단형 억제전략’이 실패하게 되면, 한반도와 미국 본토는 각각 상상을 초월한 핵교전 피해를 입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전시에 북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단형 억제전략’을 단숨에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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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전승절’을 하루 앞둔 지난 7월 2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 밑에 진행된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력타격연습이 바로 그러한 ‘절단형 억제전략’을 연습한 것이었다. <사진 7> 당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화력타격연습에 참가한 조선인민군 전략군부대는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 타격임무를 맡고 있는” 부대였다고 한다. 이처럼 주한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가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배속되었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주한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 이외에 주일미국군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고, 괌, 알래스카, 하와이의 군사기지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고, 미국 본토 타격임무를 맡은 부대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시에 각종 핵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쏘는 군사단위이므로, 위에 인용한 보도기사에서 언급된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 타격임무”는 전술핵탄으로 주한미국군기지를 타격하는 임무라는 뜻이다.
당시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날 화력타격연습현장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남조선주둔 미제침략군기지들의 현 배치상태와 그를 타격소멸할 수 있게 가상하여 세운 발사계획을 보아주신 다음 로케트발사훈련을 지도”하면서 “남조선강점 미제침략군과 그 추종무리들을 하루빨리 이 땅에서 쓸어버리고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와 같은 강력한 의지표명은 주한미국군기지들을 초정밀전술핵탄으로 소멸하려는 ‘절단형 억제전략’이 이미 준비되었음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지난 9월 6일에도 그들은 신형 전술미사일 세 발을 발사하였다. ‘절단형 억제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신형 전술미사일 발사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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