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4년 06월 23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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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타고 전술기동훈련 지도한 김정은 제1위원장
이전에 발표한 나의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요즈음 북의 군사부문에서는 전례 없는 사변들이 연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북에서 방영된 기록영화에서 북의 주력잠수함들과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가 처음 공개되었고, <사진 1>에서 보는 것처럼 이번에는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잠수함부대를 시찰하면서 몸소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사실이 북측 언론에 보도되었다.
오늘날 전 세계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194개 나라들마다 국가수반이 있지만, 군사를 중시하여 군부대를 직접 시찰하고 장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국가수반은 김정은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화인민공화국 주석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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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2012년 11월 15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시진핑 주석은 12월 8일 중국인민해방군 광저우군구(廣州軍區)를 시찰하면서 7,000t급 052C형 구축함에 승선하였다. 또한 그는 2013년 3월 14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으로 선출된 직후인 4월 9일에는 하이난성(海南省) 싼야(三亞)해군기지를 시찰하면서 중국인민해방군 남중국해함대에 배속된 신형 핵추진 잠수함인 11,000t급 094형 잠수함에 탑승하였다. <사진 2>에서 보는 것처럼, 당시 중국 언론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핵추진 잠수함 통제실에서 잠망경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군사지도활동은 군부대 훈련을 현장에서 직접 지도하는 식이 아니라, 군사장비와 군사시설을 둘러보고 장병들을 격려하는 식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은 군사작전지휘를 맡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중국인민해방군에 대한 정치적 영도를 맡고 있으므로, 시진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군부대를 시찰해도 군부대 훈련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군사에 정통하지 못한 국가수반은 군부대 훈련을 지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북의 군사체계는 중국의 군사체계와 다르다. 북의 최고영도자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조선인민군에 대한 정치적 영도를 책임질 뿐 아니라, 조선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서 군사부문 전반을 지도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조선인민군 전군을 직접 지휘통제한다. 따라서 군사에 정통하지 못하면 북의 최고영도자로 추대될 수 없다. 국가수반이 최고사령관으로서 자국 군대를 직접 지휘통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북이 유일하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사장비와 군사시설을 시찰하는 것만이 아니라 군부대 훈련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하고, 군사작전명령을 내리고, 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지시하는 것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2013년 4월 9일 시진핑 주석은 094형 핵추진 잠수함에 탑승하였지만, 그 잠수함을 타고 남중국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것은 아니었고, 싼야해군기지에 정박된 잠수함 내부격실을 돌아보았을 뿐이다. 그와 달리, 2014년 6월 15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을 타고 동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고, 잠수함 작전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과 방도를 지시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 잠수함부대 시찰에서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다른 군부대를 시찰할 때도 언제나 그렇게 한다. 군사에 정통하지 못한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이 따라갈 수 없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사지도활동은 원래 김일성 주석이 마련한 것인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로 계승하여 심화시켰고, 오늘에는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이 변함없이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켜가는 북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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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북측 언론에 보도된 적은 없었으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잠수함에 승함하여 내부격실을 시찰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던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은 <사진 3>에서 보는 것처럼 수중에서 항진하는 잠수함의 통제실에서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두 손으로 잡은 잠망경 손잡이를 다른 군인이 곁에서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은, 잠망경을 해수면 위로 올려놓고 수중에서 전속력으로 잠항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을 타고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직접 지도한 것은 세계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변일 뿐 아니라, 북에서 말하는 ‘혁명무력령도사’에서도 일찍이 없었던 특기할 사변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김정은 제1위원장도 군사부문을 지속적으로, 정력적으로 지도해오고 있다. 조선인민군은 최고영도자들의 정력적인 지도를 그처럼 3대에 걸쳐 65년 동안이나 집중적으로 받아온 세계 유일의 군대인데, 그런 군대가 강군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 북에서 자기 군대를 무적강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특별한 사변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북에 대한 무지와 오해, 착각과 편견에서 벗어난 정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그 뜻이 보일 것이다.
그러나 북에 대한 무지와 오해, 착각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잠수함 전술기동훈련 지도에 관한 소식을 듣고서도 그 뜻을 알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하였다. 예컨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그런 횡설수설의 대표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북이) 잠수함 내부 모습까지 (보도영상으로) 내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아마 북한 잠수함 전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영상을 내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그 잠수함은 오래 전에 건조된 “녹슨 잠수함”이라고 깎아내리는 소리가 남측 언론보도에서 들려오는 판인데, 국방부 대변인은 북이 잠수함 전력을 과시하려 하였다고 말한 것이다. 만일 북이 정말로 잠수함 전력을 내외에 과시하려 하였다면, 오래 전에 건조된 “녹슨 잠수함”이 아니라 지난번 기록영화에 나온 4세대 주력잠수함을 등장시켰어야 마땅한 일이다. 이번에도 국방부 대변인은 앞뒤가 맞지 않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횡설수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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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 잠수함부대가 주둔하는 대잠수함기지를 시찰한 김정은 제1위원장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4년 6월 15일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의 “혁명사적교양실과 연혁실”을 돌아보면서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전 불과 몇 척의 전투함선을 가지고 조직된 군부대가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현명한 령도에 의하여 대잠수함기지로 전변되였다”고 지적하였다고 한다. 동해안 북측 지역에 자리 잡은 북의 잠수함기지들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 해도 넷이나 되는데, 원산 잠수함기지, 락원 잠수함기지, 마양도 잠수함기지, 차호 잠수함기지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차호 잠수함기지가 가장 규모가 큰 잠수함기지로 알려졌다.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시찰하면서 “대잠수함기지로 전변되었다”고 지적한 그 곳은 북의 동해안 잠수함기지 네 곳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차호 잠수함기지인 것으로 생각된다.
차호 잠수함기지는 군항에 적합한 천혜의 자연지리적 환경을 갖춘 함경북도 리원군의 리원만에 있다. 차호 잠수함기지의 각종 시설들은 리원만 일대의 방대한 지역에 건설되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기지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2013년에 촬영된 <사진 4>에 보이는 것이 위성사진에 나타난 차호 잠수함기지다. 그 위성사진에는 부두정박식 잠수함기지가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 출입구도 보이고, 잠수함이 해안동굴식 잠수함기지에서 출항하여 동해로 나가는 물길식 직통로도 보인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제167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수중종합훈련실에서 어뢰돌격훈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실내훈련”을 보았다고 한다. 수중종합훈련실은 잠수함해병들이 각종 수중훈련을 할 수 있는 다종다양한 구조로 건설된 훈련시설임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어뢰공격훈련이라고 하지 않고 어뢰돌격훈련이라는 생소한 말을 썼을까? 어뢰공격훈련은 아군 잠수함에서 적함을 향해 상용어뢰를 쏘는 일반적인 훈련을 뜻하는 말인데, 그와 달리 어뢰돌격훈련은 아군 잠수함에서 적함을 향해 특수어뢰를 쏘는 특별한 훈련인 것으로 생각된다. 북에서 상용어뢰를 쏘는 훈련은 어뢰공격훈련이라 부르고, 핵어뢰를 쏘는 특별한 훈련은 어뢰돌격훈련이라고 구분해서 부르는 것일까?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 748호에 들어가서 내부격실들을 돌아보고 그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실동훈련”을 직접 지도하였다고 한다. 실동훈련이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뜻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출항명령을 내리자, 잠수함해병들이 “번개 같이” 출항준비를 마치고 잠수함 748호를 기동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2월 6일 조선인민군 해군 제158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어뢰정을 타고 바다로 나가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이번에는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가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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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에 나온 잠수함 748호는 미국 군부가 이른바 ‘로미오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르는 잠수함인데, 내가 파악한 정보에 따라 좀 더 정확하게 분류하면 그 잠수함은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이다. 잠수함 748호는 2011년 8월 4일 원산항에 입항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수상훈련함을 맞이한 환영행사에 나온 조선인민군 해군 훈련용 잠수함과 외형이 똑같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633설계급 계열의 2세대 잠수함인 잠수함 748호는 제167군부대에 배속된 훈련용 잠수함들 가운데 한 척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보도사진에서 보면, 잠수함 748호는 오래 전에 건조되었는데도 내부설비는 아주 말끔히 유지, 관리되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고, ARP라는 상호가 적힌 액정화면이 한 쪽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컴퓨터화된 전자통신장비도 갖추었음을 알 수 있다. 훈련용 잠수함이라지만, 실전에도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조선인민군 해군 제167군부대에 배속된 훈련용 잠수함을 타고 차호 잠수함기지를 출항하여 동해로 나가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하였는데,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 훈련은 아군함 역할을 맡은 잠수함이 가상적함으로 지정된 잠수함을 추적하여 가상어뢰로 격침하는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전술기동훈련이다. 그래서 이번 훈련에 잠수함 두 척이 등장하였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탑승한 잠수함 748호는 아군함 역할을 맡았고, 또 다른 잠수함인 잠수함 730호는 가상적함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처럼 실전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전술기동훈련실태를 요해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 748호 함장에게 침로를 정해주고 “항해술에서 나서는 묘수”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해병들이 사랑하는 조국땅을 멀리 떠나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가서도 당과 혁명을 목숨 바쳐 사수하는 바다의 결사대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게 그들 속에서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야 한다”고 지시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와 같은 지시는 놀라움을 안겨준다. 왜냐하면, 북의 잠수함이 전시가 아닌 평시에 “조국땅을 멀리 떠나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진출하여 대양작전을 수행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군부는 북에는 오래 전에 건조되어 노후하고 조그만 잠수함들밖에 없어서 북의 잠수함부대는 기껏 연안작전만 수행할 뿐이고, 대양작전은 수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였다. 북의 핵추진 잠수함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 작전수역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북의 디젤-전동식 잠수함도 얼마든지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이제껏 세상에 잘못 알려진 왜곡된 사실과 달리, 북의 잠수함부대는 평시연안작전만이 아니라 평시대양작전도 수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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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사진 6>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진은 태평양에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고 중국으로 복귀 중인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디젤-전동식 035형 잠수함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해상초계기가 일본열도 최남단에 있는 오오스미해협 공해상에서 촬영한 것이다. 촬영시각은 2003년 11월 12일 오전 8시다. 원래 035형 잠수함은 중국에서 오래 전에 건조된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인데, 미국 군부는 밍(明)급 잠수함이라는 자의적 별칭으로 부른다. 사진에 나타난 것처럼, 잠수함 함체도색이 전반적으로 벗겨진 모습을 보면 노후한 잠수함임을 직감할 수 있다.
중국이 운용하는 노후한 잠수함인 633설계급 계열의 3세대 잠수함도 그처럼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데, 그보다 성능이 더 좋은, 북이 운용하는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북의 주력잠수함인 633설계급 계열의 4세대 잠수함이 60일 동안 작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잠수함 작전수역이 한반도 인근수역을 넘어 동중국해를 포괄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태평양 군사전략거점들인 괌이나 하와이가 위치한 서태평양 전역을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군부에게는 등골이 오싹하는 무시무시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조선인민군 해군은 핵추진 잠수함과 디젤-전동식 잠수함을 괌 앞바다나 하와이 앞바다까지 진출시켜 은밀히 정찰임무와 경계임무를 수행하게 한 뒤에 북으로 복귀시키는 평시대양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미국의 항모타격단과 맞설 최강의 전투부대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번에 제167군부대의 잠수함 전술기동훈련을 지도한 뒤에 “당중앙은 잠수함련합부대들을 대단히 중시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그러한 언급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최고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지녔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부대라는 일반용어를 쓰지 않고 잠수함련합부대라는 특수용어를 썼다는 점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에 있는 잠수함부대와 구분되는, 오직 북에만 있는 잠수함련합부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그로써 조선인민군 해군에 잠수함련합부대들이 배치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번에 시찰한 제167군부대는 잠수함련합부대들 가운데 한 부대다. 북의 언론보도에서 그 부대가 ‘오중흡7련대 칭호’를 수여받은 부대라고 소개된 것을 보면, 제167군부대는 잠수함련합부대들 가운데서 최정예 잠수함련합부대임을 직감할 수 있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다른 나라들의 잠수함부대와 어떻게 다른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어떻게 편성되었으며, 얼마나 강한 무장력을 갖추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북에서 고유명칭에 연합이라는 말을 포함시킨 단위들을 생각해보면 잠수함련합부대의 윤곽을 가늠할 수 있다. 북에서 고유명칭에 연합이라는 말을 포함시킨 단위들은 련합회사, 련합기업소, 대련합부대 등이다. 북의 련합회사는 동일업종의 여러 공장과 기업소를 통합하여 자재공급과 판매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거대한 경영단위이고, 북의 련합기업소는 생산과정이 연관된 여러 계열공장들을 통합하여 자재공급과 생산을 공동으로 수행하는 방대한 생산단위이고, 북의 대련합부대는 각 병종부대들을 통합하여 특정구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하는 강력한 전투단위다. 규모를 비교한다면, 북의 대련합부대는 남의 군단급 부대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전과 대잠수함전을 수행하는 각종 전투부대들을 통합하여 특정해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하는 강력한 해군부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배수량 등급별로 대형 잠수함, 중형 잠수함, 소형 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잠수함을 운용하고, 작전양상별로는 전략잠수함, 공격잠수함, 정찰잠수함, 침투잠수함에 이르기까지 각종 잠수함을 운용하고, 위에 열거한 잠수함들을 자체로 수리, 정비하는 시설까지 갖춘 매우 강력한 잠수함부대인 것이다. 다만 북이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무력과 구분되는 핵무력의 일환이므로 잠수함련합부대에 배속되지 않고 전략군에 배속된 것으로 보인다. 북의 강력한 잠수함 전력에 관해서는 2013년 12월 24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사상 최강 수준으로 증강되는 인민군 잠수함대’(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4591)와 2014년 6월 9일 <자주민보>에 발표한 나의 글 ‘북의 잠수함이 진화한 비밀, 마침내 밝혀졌다’(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445)에서 자세히 논하였으므로, 재론하지 않는다.
주목하는 것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각종 잠수함들만 배속된 것이 아니라, 적국 잠수함을 잡는 대잠수함전에 동원되는 무장장비들도 배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잠수함전 능력과 대잠수함전 능력을 단일한 작전단위로 통합하였을 때, 작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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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잠수함전에 동원되는 핵심적인 무장장비는 구잠함(submarine chaser)과 대잠헬기(anti-submarine helicopter)가 손꼽힌다.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구잠함이 배속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 부대에 대잠헬기가 배속된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잠수함에는 대잠헬기를 탑재할 수 없고, <사진 7>에서 보는 것처럼 배수량이 2,000t을 넘는 중형 또는 대형 전투함에 비행갑판을 설치하여야 대잠헬기를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 대잠헬기가 배속되었다면, 그 잠수함련합부대에는 각종 잠수함과 구잠함 이외에 2,000t급 이상의 전투함도 배속되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는, 조선인민군 해군이 2,500t급 호위함, 3,000t급 구축함, 4,000t급 구축함을 운용한다는 말을 처음 듣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군부는 북이 1973년과 1975년에 각각 건조한 라진급 호위함(frigate) 두 척과 1983년에 건조한 서호급 호위함 한 척이 북에서 운용되는 가장 큰 전투함들이라고 밝혔고, 그런 정보가 마치 ‘정설’처럼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라진급 호위함은 배수량이 1,500t이고, 서호급 호위함은 배수량이 1,845t이다. 라진급이니 서호급이니 하는 전투함분류명칭은 미국 군부가 제멋대로 사용하는 자의적 별칭인데, 북이 사용하는 정식명칭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라진급 호위함에는 대잠헬기가 이착륙하는 비행갑판이 없지만, 서호급 호위함에는 대잠헬기 한 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갑판이 있다. 서호급 호위함의 특징은 대잠헬기 비행갑판이 있다는 점만이 아니라, 홀쭉한 선체 두 개를 나란히 붙여놓은 것처럼 생긴 쌍둥이 선체(catamaran hull)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호급 호위함은 선체 길이에 비해 선체 폭이 상당히 넓고, 그래서 위성사진에서는 뭉뚝한 직사각형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 군부가 퍼뜨린 위와 같은 군사정보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해군이 운용하는 가장 큰 전투함은 30여 년 전에 건조된, 대잠헬기 한 대를 탑재하는 서호급 호위함 단 한 척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미국 군부가 퍼뜨린 그런 군사정보는 북의 해군력을 깎아내리기 위해 조작한 허위정보다.
그렇다면 북의 수상함 전력에 관한 진실은 무엇일까? 미국의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ez, Jr.)가 2014년 5월 15일 미국 웹사이트 <38 노스(North)>에 발표한 글 ‘발견된 북의 신형 헬기 탑재 호위함들(New North Korean Helicopter Frigates Spotted)’에 따르면, 북은 1990년대 말 각종 신형 전투함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군사정보에 따르면, 1990년대 말에 북은 최첨단 선박건조기술인 스텔스 설계기술(stealth design technology)과 파도관통식 설계기술(wave-piercing trimaran design technology)을 자체로 개발하여, 쌍둥이 선체 고속경비정, 스텔스 고속침투상륙정, 시속 110km 이상의 속도로 파도를 뚫고 고속항진하는 파도관통식 미사일고속정,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등을 건조하였다고 한다. 북의 각종 최첨단 전투함들이 엄혹한 고난과 시련이 몰아치던 ‘고난의 행군’ 시기에 건조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세상이 잘 알지 못하는 북의 저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1월 24일 남포에 있는 조선인민군 서해함대사령부를 방문한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작성한 내부보고서에 따르면, 그 군사대표단은 남포선박설계연구소가 해외수출용으로 건조한 2,500t급 호위함을 돌아보았는데, 바로 그 호위함이 버뮤디즈가 위의 자료에서 언급한, 북이 1990년대 말부터 건조하기 시작한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이다. 당시 북이 2,500t급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을 미얀마에 수출하려고 한 것은, 2000년대 말 북의 신형 호위함 건조능력이 상당하였음을 말해준다.
북이 건조한 대잠헬기 탑재 전투함에 관한 이야기는 버뮤디즈의 글과 미얀마 군사대표단의 내부보고서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 2007년 11월 7일 보도기사에는 북의 3,000t급 구축함을 촬영한 위성사진이 실렸으며, 그보다 앞서 2004년에 ‘구글 어스(Google Earth)’에 나온 위성사진에는 쌍둥이 선체로 설계되고, 대잠헬기 두 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대형 비행갑판을 갖춘 북의 4,000t급 구축함이 등장한 바 있다.
위에 열거한 군사정보들은 조선인민군 해군이 대잠헬기를 탑재하는 2,500t급 신형 호위함, 3,000t급 신형 구축함, 4,000t급 신형 구축함을 운용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언급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잠수함을 주축으로 하여 구잠함,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대잠헬기 탑재 구축함이 배속된 수중-해상합동타격단으로 편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여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운용하지만, 조선인민군 해군은 각종 잠수함들을 주축으로 하여 구잠함, 대잠헬기 탑재 호위함, 대잠헬기 탑재 구축함으로 편성된 잠수함련합부대를 운용하는 것이다.
북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이 일어나면 북과 미국이 해전으로 맞붙을 기회조차 없이 사흘 안에 종전되겠지만, 북과 미국의 해전상황을 가정하면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를 결코 당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북의 잠수함련합부대가 항공모함, 순양함, 구축함을 격침할 최강 무기로 전 세계가 공인하는 각종 잠수함들로 편성된 막강한 수중무력을 대미해전에 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미국의 항모타격단에 배속된 핵추진 잠수함을 격침할 강력한 대잠무력도 함께 대미해전에 출전시킨다는 데 있다. 물론 그것만이 아니라 북의 잠수함련합부대는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포에 떨게 하는 치명적인 핵어뢰까지 준비할 터이니, 어느 측면을 견주어 봐도 미국의 항모타격단이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최강의 무적함대’로 자처하며 다른 나라들을 위협해온 미국의 항모타격단은 이제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에게 그 별칭을 넘겨주고 뒤로 물러서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북측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잠수함련합부대인 제167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우리 조국의 바다에 기여드는 적함선들의 등허리를 무자비하게 분질러놓으라”고 명령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전시가 아니라 평시에 한반도 인근수역에 접근하는 적함대를 “무자비하게” 격침하라는 명령이다. 북에서 말하는 적함대는 미국의 항모타격단을 뜻하므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 해군 7함대 항모타격단이 평시에 대북전쟁연습에 동원되어 한반도 인근수역에 나타나면 즉각 격침하라는 명령을 잠수함련합부대들에게 내린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잠수함련합부대에 내린 명령은 미국에게 보낸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추상같은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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