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보 2013년 02월 09일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반구형 덮개지붕 아래 곧추 서 있는 화성-13
일본의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3년 2월 4일부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일간지 서울지국 특파원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해 쓴 기사다.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나는 <아사히신붕> 온라인 영어판 기사를 읽었다.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sources)’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는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난해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대로, 태양절 100주년에 즈음하여 2012년 4월 14일에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발기와 지도로 건립된 기념비적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현대식 전시관 안에는 12개에 이르는 대형 전시실이 있고, 넓은 야외전시장도 있으며, 3,300평방미터의 면적에 건설된 현대식 전자도서관까지 갖추었다. 관람자들의 견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에서 자립적 국방공업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각종 무기들과 군사장비들이 방대한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맨 끝에는 다른 군사강국들이 생산한 무장장비들까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관람자들이 전해준 현장 해설원의 설명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방력 강화 업적과 국방공업건설 업적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건설공사 중에 60여 차례나 공사현장을 돌아보며 열정적으로 지도하였다고 하니, 관람자들이 경탄할 만큼 전시규모가 방대하고, 전시방식이 현대적이며, 수 천 점을 헤아리는 각종 전시물들이 알차게 진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의 군사문제에 관해 꽤 많은 글을 써오는 나는 무장장비관을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 내가 무장장비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몇몇 해외동포 관람자들이 남긴 짤막한 견문기록을 읽어본 게 전부다. 내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게 된다면, 그 동안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궁금증만 더해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고, 북의 군사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글을 써서 억측과 폄하로 범벅된 ‘쓰레기 정보’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해 아쉬운 심정으로 이 글을 집필하였다. 앞으로 언젠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고 이 글을 보완할 집필기회가 나에게 오리라고 생각한다.
현장사진을 보면, 무장장비관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있는 거대한 반구형 덮개지붕(dome) 전시관에 눈길이 쏠린다. 지붕 전체가 은회색을 띈 것으로 봐서, 수많은 알루미늄판을 조립하는 공법으로 반구형 덮개지붕을 건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의 주제로 등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전시모형은 바로 그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안에 들어 있다. 화성-13 전시모형에 관한 아래와 같은 정보를 위에서 언급한 보도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첫째,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은 동체가 흰색으로 도색되고, 그 동체 위에 ‘화성-13’이라고 쓰인 거대한 미사일 모형(model)이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한 복판에 곧추세워져 전시된 것을 목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전시된 화성-13 주위에는 북이 1980년대부터 개발한 각종 탄도미사일의 실물 또는 모형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둘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거기에 전시된 화성-13을 가리키며 이것은 2012년 4월과 12월에 발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3과 같은 모형이라고 설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셋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화성-13의 지름이 2.4m이고, 길이가 26m라고 설명하면서, 곧추세워 전시한 화성-13 모형의 높이가 반구형 덮개지붕 천장높이보다 더 높아서 화성-13의 최상단(uppermost stage)을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다고 한다.
풀기 어려운 두 가지 수수께끼
위의 보도기사를 읽다보면, 아래와 같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동체도색부터 다르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 실물동체는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도색되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동체는 흰색으로 도색되었다.
또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실물동체에는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적혀있지 않았고, 동체마다 각기 다른 미사일 고유번호들이 흰색 큰 글자로 적혀있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모형동체에는 미사일 고유번호가 아니라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큰 글자로 적혀있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이 실물이 아니라 모형이므로, 실물과 다르게 도색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모형이라 하더라도 실물과 완전히 다르게 도색한 것은 어쩐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장을 둘러본 관람자들이 거기에 전시된 다른 미사일 모형동체들도 화성-13처럼 실물동체와 다르게 도색되었는지를 알아보았더라면 좋았겠는데, 그에 관해 알지 못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 왜 ‘흰옷’으로 갈아입혔을까 하는 의문은 무장장비관 현장에 가서 직접 물어보아야 풀릴 수수께끼다.
둘째, 남측 언론에서는 위의 <아사히신붕> 보도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북이 화성-13과 은하-3이 똑같다고 인정한 것처럼 기사화하였다.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렇게 해설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보도기사에 나온 ‘해설’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은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그 추종국들이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3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우겨대면서 유엔안보리를 동원하여 대북제재를 결의하여 북미적대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판인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주장을 따라 설명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위성운반로켓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하는 우주강국들은 예외 없이 자국의 기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하여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하였다. 우주강국들이 장거리 미사일 제작기술을 위성운반로켓 개발에 이용한 이중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합법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자기들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했으면서, 유독 북만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들면 안 된다고 우기는 것은 철부지 아이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생억지다. 북은 그런 생억지를 당연히 전면 배격하였는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런 생억지를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자기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관람자들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상부에서 작성한 표준화된 해설내용을 숙지한 다음, 현장에 배치되어 그 내용대로 해설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화성-13과 은하-3은 동체도색도 서로 다르고, 동체크기도 서로 다르고, 동체모양도 서로 다르다. 특히 화성- 13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똑같아서 외형상 1단과 2단을 구분하기 힘든데 비해, 은하-3은 1단 추진체 지름이 2.4m(실측치)이고, 2단 추진체 지름이 1.5m(추정치)여서 얼핏 보기에도 화성-13과 아주 다르게 생겼다. 화성-13과 은하-3에게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다면, 1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같다는 것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과 위성운반로켓 은하-3이 그처럼 서로 다른 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 둘이 똑같다고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오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 추산에 있었다
2012년 4월 23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갱도기지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나는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추산하였다. 서방세계에서 미사일 전문가라고 자처하면서 북의 미사일 개발기술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화성-13의 길이를 20m 이상으로 추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예컨대, 미국의 조지 마셜 앤드 클레어몬트 연구원(George C. Marshall and Claremont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에 실린 자료에서는 화성-13의 길이를 17.5m에서 19.75m 정도로 추산하였고, 1단 추진체 지름을 1.5m에서 2.0m로 추산하였다.
그런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의 길이가 무려 26m나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2.4m나 된다니,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산을 너무 큰 격차로 뛰어넘는 충격적인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self-propelled launcher)에는 길이가 26m나 되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을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도저히 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26m 길이의 화성-13을 싣고 인민군 열병행진에 나왔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었을까? 일반 상식으로는 풀기 힘든 이 수수께끼를 풀려면, 아래의 정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2012년 4월 23일에 발표한 글 ‘갱도기지에서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잘못 추산한 까닭은,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잘못 추산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글을 집필할 때,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가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았다.
2010년 5월 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행진에 등장한 러시아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을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보면, 원통형 발사관(launch canister)이 자행발사대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다. 토폴-M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고유명칭은 MZKT-79221인데, 그 차체의 길이는 21.6m이고, 그 차체 위에 장착된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가 24m, 지름이 2m다. MZKT라는 네 개의 머리글자는 러시아에 인접한 벨로루시 공화국 수도 민스크(Minsk)에 있는 민스크 궤도차량공장의 러시아어 머리글자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타이탄 중앙설계국(Titan Central Design Bureau)이 개발한 MZKT-79221은 그 공장에서 1980년대 중반에 생산한 7축14륜 자행발사대 MAZ-7917을 개량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나의 글을 집필할 때, 나는 러시아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이므로, 인민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차체 길이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보았고, 그런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3의 길이를 20.7m로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추산은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만일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밖에 되지 않는다면, 길이가 26m나 되는 화성-13을 거기에 싣지 못한다. 화성-13의 실제 길이가 26m이므로,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는 26m보다 더 길어야 하는 것이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보도사진들에 나타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와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비교해보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차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8개 바퀴는 앞쪽에서부터 제1바퀴와 제2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제3바퀴와 제4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또 다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나머지 4개 바퀴들이 서로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다. 그와 달리, 인민군 8축 16륜 자행발사대는 8개 바퀴들이 균일한 간격에 따라 서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또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비해 차체 맨 뒷부분이 훨씬 더 길다. 이러한 바퀴간격 차이와 차체 맨 뒷부분 길이의 차이는 인민군 자행발사대 전장(全長)이 러시아군 자행발사대보다 훨씬 더 길다는 점을 말해준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차체 앞부분에서부터 제1바퀴 중심부까지의 거리가 4m이고, 각 바퀴 중심부들 사이의 거리가 3m씩(3m X 7 = 21m)이고, 제8바퀴 중심부에서부터 차체 맨 뒷부분까지의 거리가 3m이므로, 자행발사대 전장은 28m인 것이다.
그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28m로 바로잡은 새로운 정보는, 그 자행발사대를 중국산 수입차량이라고 추정한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튼 소리였는지를 말해준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앞부분이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 차체 앞부분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북이 중국에서 그 초대형 화물차를 수입하여 화성-13 자행발사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다.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민간차량회사가 생산한 8축16륜 화물차는 러시아군의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1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의 MZKT-79221과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MZKT-79221를 모방하여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생산한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북에게 전략무기를 수출하는 경우도 없을 뿐 아니라, 북에서 전략무기를 만들 때는 다른 나라에서 그 어떤 완제품도 수입하여 그대로 배치하지 않고 자체로 만든다. 북이 지켜온 국가적 자존심과 자력갱생 정신과 자립적 국방공업 노선이 그처럼 남에게 의존하는 비굴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북이 러시아군의 MZKT-79221보다 차체를 6.4m 더 길게 독자적으로 설계하여 개발한 것이지, 중국에서 수입한 초대형 화물차가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북이 독자적으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개발한 것은, 철공소에서 노동자들이 쇠망치로 뚝딱거려서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초대형 특수차량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생산시설이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독자적인 8축16륜 자행발사대 설계능력과 생산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북에 26m 길이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없는데, 그것을 싣고 이동할 자행발사대만 생산할 리는 없으므로, 8축16륜 자행발사대 생산시설이 돌아간다는 말은 화성-13 생산시설도 함께 돌아간다는 뜻이다.
화성-13보다 더 최신형인 화성-14가 실전배치되었을까?
전 세계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북,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다른 핵강국들인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신에 잠수함 발사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 그러므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문에서는 북의 화성-13, 러시아의 토폴-M, 중국의 둥펑-41이 삼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은 국제사회에서 제6핵강국으로 인정받을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왜 제6핵강국의 출현에 그토록 긴장하는지 알만하고, 화성-13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궤변을 누가 왜 퍼뜨렸는지 알만하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1997년부터 수직발사갱(silo)에 배치되기 시작하였고, 2006년부터 도로이동식 자행발사대에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실전배치가 그처럼 느린 속도로 진행된 까닭은, 1998년 8월 17일 러시아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는 바람에, 전략무기부문에 배정된 국가재정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2011년 1월 현재 토폴-M을 약 70기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전배치한 토폴-M 70기 가운데 52기는 수직발사갱에 배치되었고, 나머지 18기는 자행발사대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최대 500기의 토폴-M을 실전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에 비해, 중국인민해방군은 2000년대 후반에 가서야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약 30기 실전배치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북은 화성-13을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보다 더 이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화성-13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화성-13이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최신형 전략무기를 군사박물관에 전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를테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군사박물관에는 토폴-M이 전시되지 않았고,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러시아군 전략로켓군 훈련기지 영내에 있는 미사일전시관에 토폴-M보다 한 세대 전에 생산된 토폴이 전시되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는 1960년대에 생산된 둥펑-1만 전시되었고, 둥펑-41은 전시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북이 화성-13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은, 그것이 최신형 전략무기가 아니고 화성-13보다 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가 이미 실전배치되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화성-13이 둥펑-41보다 이른 시기에 생산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2013년 2월 현재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 약 50기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길이가 22.7m이고 지름이 1.9m이며, 중국인민해방군의 둥펑-41은 길이가 21m이고 지름이 2.25m다. 그런데 인민군의 화성-13은 길이가 26m이고 지름이 2.4m다. 이런 비교지표는, 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토폴-M은 고체연료를 쓰는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무게가 1t이며 폭발력이 550킬로톤급인 핵탄두 1기를 싣고 시속 17,400km의 속도로 10,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명중률을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는 200m다.
러시아가 토폴-M을 자국의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여기는 까닭은 1단 추진체가 강력한 추력을 내기 때문이다. 토폴-M 1단 추진체에는 소유즈 이중용도기술 연방센터(Soyuz Federal Center for Dual-Use Technologies)가 개발한 강력한 로켓엔진 2기가 장착되어 있다. 10,000km까지 평연궤도(flatter trajectory)를 타고 초속 7.3km로 비행하는 1단 추진체의 엄청난 추력이 바로 그 강력한 로켓엔진에서 분출된다. 상승곡선궤도가 아니라 평연궤도(平延軌道)를 타고 초고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어버린다. 토폴-M이 발휘하는 그런 첨단성능을 보면, 러시아가 그 미사일을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면 북의 화성-13도 토폴-M만큼 강력한 전략무기인가? 북이 화성-13의 성능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더욱이 북의 미사일 개발능력에 관한 왜곡선전이 너무 심해서 국제사회에서 화성-13의 성능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화성-13이 토폴-M보다 길이가 3.3m 더 길고, 1단 추진체 지름이 0.5m 더 길다는 점이다. 화성-13은 1단과 2단 추진체가 액체연료를 쓰고 3단 추진체만 고체연료를 쓰는 데 비해, 토폴-M은 3단 모두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양자의 추력을 단순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화성-13의 동체가 크고 길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추력을 낸다는 뜻이다.
화성-13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는 위성운반로켓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와 다른 보관용 액체연료(storable liquid fuel)다. 보관용 액체연료는 미사일 동체에 주입한 상태로 5년 동안 대기시켜놓을 수 있다. 그래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에 보관용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24시간 대기 중이다. 그들은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불과 몇 분 만에 즉각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할 수 있다.
만일 북이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하면 미국 본토가 거대한 핵폭풍으로 날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가 깨지고 말 것이다. 2013년 1월 1일 0시에 막이 오른 모란봉악단 신년경축공연 중에 은하-3 발사장면이 초대형 배경화면에 비춰지다가, 지구가 화염폭풍 속에 깨져나가며 완전히 사라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시작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은, 지구를 깨뜨릴 만한 강대한 힘을 비축한 북이 ‘최후 결전’을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즈음 북에서는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가 널리 제창된다는데, 미국이 그 구호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떨 만도 하다.(2013년 2월 8일)
일본의 일간지 <아사히신붕> 2013년 2월 4일부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일간지 서울지국 특파원 마키노 요시히로(牧野愛博)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해 쓴 기사다. 일본어를 알지 못하는 나는 <아사히신붕> 온라인 영어판 기사를 읽었다. 평양에 있는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sources)’이 전해준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는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3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지난해 북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대로, 태양절 100주년에 즈음하여 2012년 4월 14일에 개관한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발기와 지도로 건립된 기념비적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거대한 현대식 전시관 안에는 12개에 이르는 대형 전시실이 있고, 넓은 야외전시장도 있으며, 3,300평방미터의 면적에 건설된 현대식 전자도서관까지 갖추었다. 관람자들의 견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에서 자립적 국방공업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각종 무기들과 군사장비들이 방대한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맨 끝에는 다른 군사강국들이 생산한 무장장비들까지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관람자들이 전해준 현장 해설원의 설명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방력 강화 업적과 국방공업건설 업적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건설공사 중에 60여 차례나 공사현장을 돌아보며 열정적으로 지도하였다고 하니, 관람자들이 경탄할 만큼 전시규모가 방대하고, 전시방식이 현대적이며, 수 천 점을 헤아리는 각종 전시물들이 알차게 진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의 군사문제에 관해 꽤 많은 글을 써오는 나는 무장장비관을 아직 관람하지 못했다. 내가 무장장비관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몇몇 해외동포 관람자들이 남긴 짤막한 견문기록을 읽어본 게 전부다. 내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게 된다면, 그 동안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궁금증만 더해온 여러 수수께끼들을 풀고, 북의 군사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담은 글을 써서 억측과 폄하로 범벅된 ‘쓰레기 정보’를 말끔히 청소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해 아쉬운 심정으로 이 글을 집필하였다. 앞으로 언젠가 무장장비관을 관람하고 이 글을 보완할 집필기회가 나에게 오리라고 생각한다.
현장사진을 보면, 무장장비관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 있는 거대한 반구형 덮개지붕(dome) 전시관에 눈길이 쏠린다. 지붕 전체가 은회색을 띈 것으로 봐서, 수많은 알루미늄판을 조립하는 공법으로 반구형 덮개지붕을 건설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의 주제로 등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 전시모형은 바로 그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안에 들어 있다. 화성-13 전시모형에 관한 아래와 같은 정보를 위에서 언급한 보도기사에서 읽을 수 있다.
첫째, 무장장비관을 관람한 ‘소식통들’은 동체가 흰색으로 도색되고, 그 동체 위에 ‘화성-13’이라고 쓰인 거대한 미사일 모형(model)이 반구형 덮개지붕 전시관 한 복판에 곧추세워져 전시된 것을 목격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전시된 화성-13 주위에는 북이 1980년대부터 개발한 각종 탄도미사일의 실물 또는 모형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둘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거기에 전시된 화성-13을 가리키며 이것은 2012년 4월과 12월에 발사한 위성운반로켓 은하-3과 같은 모형이라고 설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셋째,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화성-13의 지름이 2.4m이고, 길이가 26m라고 설명하면서, 곧추세워 전시한 화성-13 모형의 높이가 반구형 덮개지붕 천장높이보다 더 높아서 화성-13의 최상단(uppermost stage)을 떼어내고 동체만 전시하였다고 한다.
풀기 어려운 두 가지 수수께끼
위의 보도기사를 읽다보면, 아래와 같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를 발견하게 된다.
첫째,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경축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동체도색부터 다르다.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화성-13 실물동체는 얼룩덜룩한 위장무늬로 도색되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 모형동체는 흰색으로 도색되었다.
또한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실물동체에는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적혀있지 않았고, 동체마다 각기 다른 미사일 고유번호들이 흰색 큰 글자로 적혀있었는데, 그와 달리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모형동체에는 미사일 고유번호가 아니라 화성-13이라는 미사일 명칭이 큰 글자로 적혀있다.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이 실물이 아니라 모형이므로, 실물과 다르게 도색하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의문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모형이라 하더라도 실물과 완전히 다르게 도색한 것은 어쩐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장을 둘러본 관람자들이 거기에 전시된 다른 미사일 모형동체들도 화성-13처럼 실물동체와 다르게 도색되었는지를 알아보았더라면 좋았겠는데, 그에 관해 알지 못해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화성-13 모형을 전시할 때 왜 ‘흰옷’으로 갈아입혔을까 하는 의문은 무장장비관 현장에 가서 직접 물어보아야 풀릴 수수께끼다.
둘째, 남측 언론에서는 위의 <아사히신붕> 보도기사를 인용보도하면서, 북이 화성-13과 은하-3이 똑같다고 인정한 것처럼 기사화하였다.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렇게 해설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보도기사에 나온 ‘해설’을 믿을 수 없는 까닭은 두 가지다.
우선, 미국과 그 추종국들이 북의 위성운반로켓 은하-3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우겨대면서 유엔안보리를 동원하여 대북제재를 결의하여 북미적대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판인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미국과 그 추종국들의 주장을 따라 설명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위성운반로켓을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하는 우주강국들은 예외 없이 자국의 기존 미사일 기술을 이용하여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하였다. 우주강국들이 장거리 미사일 제작기술을 위성운반로켓 개발에 이용한 이중용도 기술(dual-use technology)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합법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자기들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개발했으면서, 유독 북만은 이중용도 기술로 위성운반로켓을 만들면 안 된다고 우기는 것은 철부지 아이들에게도 통하지 않을 생억지다. 북은 그런 생억지를 당연히 전면 배격하였는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런 생억지를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무장장비관 해설원은 자기 개인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관람자들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 상부에서 작성한 표준화된 해설내용을 숙지한 다음, 현장에 배치되어 그 내용대로 해설한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화성-13과 은하-3은 동체도색도 서로 다르고, 동체크기도 서로 다르고, 동체모양도 서로 다르다. 특히 화성- 13은 1단 추진체 지름과 2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똑같아서 외형상 1단과 2단을 구분하기 힘든데 비해, 은하-3은 1단 추진체 지름이 2.4m(실측치)이고, 2단 추진체 지름이 1.5m(추정치)여서 얼핏 보기에도 화성-13과 아주 다르게 생겼다. 화성-13과 은하-3에게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다면, 1단 추진체 지름이 각각 2.4m로 같다는 것뿐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3과 위성운반로켓 은하-3이 그처럼 서로 다른 데, 무장장비관 해설원이 그 둘이 똑같다고 해설하였다는 보도기사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오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 추산에 있었다
2012년 4월 23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갱도기지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나는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추산하였다. 서방세계에서 미사일 전문가라고 자처하면서 북의 미사일 개발기술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가운데 화성-13의 길이를 20m 이상으로 추산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예컨대, 미국의 조지 마셜 앤드 클레어몬트 연구원(George C. Marshall and Claremont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미사일 위협(Missile Threat)’에 실린 자료에서는 화성-13의 길이를 17.5m에서 19.75m 정도로 추산하였고, 1단 추진체 지름을 1.5m에서 2.0m로 추산하였다.
그런데 무장장비관에 전시된 화성-13의 길이가 무려 26m나 되고, 1단 추진체 지름이 2.4m나 된다니,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의 추산을 너무 큰 격차로 뛰어넘는 충격적인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까닭은,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self-propelled launcher)에는 길이가 26m나 되는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을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15일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도저히 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26m 길이의 화성-13을 싣고 인민군 열병행진에 나왔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이었을까? 일반 상식으로는 풀기 힘든 이 수수께끼를 풀려면, 아래의 정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가 2012년 4월 23일에 발표한 글 ‘갱도기지에서 밖으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화성-13의 길이를 20.7m라고 잘못 추산한 까닭은,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잘못 추산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 글을 집필할 때,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가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길이와 거의 같은 것으로 보았다.
2010년 5월 9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열병행진에 등장한 러시아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Topol)-M을 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보면, 원통형 발사관(launch canister)이 자행발사대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모습이다. 토폴-M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고유명칭은 MZKT-79221인데, 그 차체의 길이는 21.6m이고, 그 차체 위에 장착된 원통형 발사관은 길이가 24m, 지름이 2m다. MZKT라는 네 개의 머리글자는 러시아에 인접한 벨로루시 공화국 수도 민스크(Minsk)에 있는 민스크 궤도차량공장의 러시아어 머리글자를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타이탄 중앙설계국(Titan Central Design Bureau)이 개발한 MZKT-79221은 그 공장에서 1980년대 중반에 생산한 7축14륜 자행발사대 MAZ-7917을 개량한 것이다.
위에 언급한 나의 글을 집필할 때, 나는 러시아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이므로, 인민군의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차체 길이도 그와 비슷한 것으로 보았고, 그런 자행발사대에 실린 화성-13의 길이를 20.7m로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나의 추산은 크게 빗나간 것이었다. 만일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가 21.6m밖에 되지 않는다면, 길이가 26m나 되는 화성-13을 거기에 싣지 못한다. 화성-13의 실제 길이가 26m이므로,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길이는 26m보다 더 길어야 하는 것이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보도사진들에 나타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와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비교해보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차이가 시야에 들어온다.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의 8개 바퀴는 앞쪽에서부터 제1바퀴와 제2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제3바퀴와 제4바퀴가 서로 바짝 붙어있고, 거기서 또 다시 간격을 조금 띄워놓고 나머지 4개 바퀴들이 서로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다. 그와 달리, 인민군 8축 16륜 자행발사대는 8개 바퀴들이 균일한 간격에 따라 서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또한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비해 차체 맨 뒷부분이 훨씬 더 길다. 이러한 바퀴간격 차이와 차체 맨 뒷부분 길이의 차이는 인민군 자행발사대 전장(全長)이 러시아군 자행발사대보다 훨씬 더 길다는 점을 말해준다.
인민군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차체 앞부분에서부터 제1바퀴 중심부까지의 거리가 4m이고, 각 바퀴 중심부들 사이의 거리가 3m씩(3m X 7 = 21m)이고, 제8바퀴 중심부에서부터 차체 맨 뒷부분까지의 거리가 3m이므로, 자행발사대 전장은 28m인 것이다.
그들은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의 길이를 28m로 바로잡은 새로운 정보는, 그 자행발사대를 중국산 수입차량이라고 추정한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튼 소리였는지를 말해준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화성-13을 싣고 열병행진에 등장한 8축16륜 자행발사대 차체 앞부분이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 차체 앞부분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북이 중국에서 그 초대형 화물차를 수입하여 화성-13 자행발사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허튼 소리를 늘어놓았다.
중국산 8축16륜 화물차 WS51200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민간차량회사가 생산한 8축16륜 화물차는 러시아군의 MZKT-79221을 역설계하여 모방생산한 것이지만, 중국인민해방군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東風)-41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러시아군의 MZKT-79221과 완전히 다르게 생겼다. 이것은 중국인민해방군이 MZKT-79221를 모방하여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생산한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개발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북에게 전략무기를 수출하는 경우도 없을 뿐 아니라, 북에서 전략무기를 만들 때는 다른 나라에서 그 어떤 완제품도 수입하여 그대로 배치하지 않고 자체로 만든다. 북이 지켜온 국가적 자존심과 자력갱생 정신과 자립적 국방공업 노선이 그처럼 남에게 의존하는 비굴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8축16륜 자행발사대는 북이 러시아군의 MZKT-79221보다 차체를 6.4m 더 길게 독자적으로 설계하여 개발한 것이지, 중국에서 수입한 초대형 화물차가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북이 독자적으로 8축16륜 자행발사대를 개발한 것은, 철공소에서 노동자들이 쇠망치로 뚝딱거려서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초대형 특수차량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생산시설이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북은 독자적인 8축16륜 자행발사대 설계능력과 생산체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북에 26m 길이의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없는데, 그것을 싣고 이동할 자행발사대만 생산할 리는 없으므로, 8축16륜 자행발사대 생산시설이 돌아간다는 말은 화성-13 생산시설도 함께 돌아간다는 뜻이다.
화성-13보다 더 최신형인 화성-14가 실전배치되었을까?
전 세계에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북,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다른 핵강국들인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신에 잠수함 발사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다. 그러므로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문에서는 북의 화성-13, 러시아의 토폴-M, 중국의 둥펑-41이 삼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은 국제사회에서 제6핵강국으로 인정받을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기존 5대 핵강국들이 왜 제6핵강국의 출현에 그토록 긴장하는지 알만하고, 화성-13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궤변을 누가 왜 퍼뜨렸는지 알만하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1997년부터 수직발사갱(silo)에 배치되기 시작하였고, 2006년부터 도로이동식 자행발사대에 배치되기 시작하였다. 실전배치가 그처럼 느린 속도로 진행된 까닭은, 1998년 8월 17일 러시아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는 바람에, 전략무기부문에 배정된 국가재정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2011년 1월 현재 토폴-M을 약 70기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전배치한 토폴-M 70기 가운데 52기는 수직발사갱에 배치되었고, 나머지 18기는 자행발사대에 배치되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최대 500기의 토폴-M을 실전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군에 비해, 중국인민해방군은 2000년대 후반에 가서야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는데, 서방세계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약 30기 실전배치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북은 화성-13을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인민해방군이 둥펑-41을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보다 더 이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화성-13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화성-13이 무장장비관에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최신형 전략무기를 군사박물관에 전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를테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중앙군사박물관에는 토폴-M이 전시되지 않았고,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러시아군 전략로켓군 훈련기지 영내에 있는 미사일전시관에 토폴-M보다 한 세대 전에 생산된 토폴이 전시되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는 1960년대에 생산된 둥펑-1만 전시되었고, 둥펑-41은 전시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북이 화성-13을 무장장비관에 전시한 것은, 그것이 최신형 전략무기가 아니고 화성-13보다 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가 이미 실전배치되었음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화성-13이 둥펑-41보다 이른 시기에 생산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2013년 2월 현재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 약 50기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러시아군의 토폴-M은 길이가 22.7m이고 지름이 1.9m이며, 중국인민해방군의 둥펑-41은 길이가 21m이고 지름이 2.25m다. 그런데 인민군의 화성-13은 길이가 26m이고 지름이 2.4m다. 이런 비교지표는, 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도로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였음을 말해준다.
토폴-M은 고체연료를 쓰는 3단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인데, 무게가 1t이며 폭발력이 550킬로톤급인 핵탄두 1기를 싣고 시속 17,400km의 속도로 10,500km를 날아갈 수 있다. 명중률을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는 200m다.
러시아가 토폴-M을 자국의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여기는 까닭은 1단 추진체가 강력한 추력을 내기 때문이다. 토폴-M 1단 추진체에는 소유즈 이중용도기술 연방센터(Soyuz Federal Center for Dual-Use Technologies)가 개발한 강력한 로켓엔진 2기가 장착되어 있다. 10,000km까지 평연궤도(flatter trajectory)를 타고 초속 7.3km로 비행하는 1단 추진체의 엄청난 추력이 바로 그 강력한 로켓엔진에서 분출된다. 상승곡선궤도가 아니라 평연궤도(平延軌道)를 타고 초고속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뚫어버린다. 토폴-M이 발휘하는 그런 첨단성능을 보면, 러시아가 그 미사일을 세계 최강이라고 자랑할 만도 하다.
그러면 북의 화성-13도 토폴-M만큼 강력한 전략무기인가? 북이 화성-13의 성능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 더욱이 북의 미사일 개발능력에 관한 왜곡선전이 너무 심해서 국제사회에서 화성-13의 성능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화성-13이 토폴-M보다 길이가 3.3m 더 길고, 1단 추진체 지름이 0.5m 더 길다는 점이다. 화성-13은 1단과 2단 추진체가 액체연료를 쓰고 3단 추진체만 고체연료를 쓰는 데 비해, 토폴-M은 3단 모두 고체연료를 쓰기 때문에 양자의 추력을 단순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화성-13의 동체가 크고 길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추력을 낸다는 뜻이다.
화성-13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는 위성운반로켓 추진체에 들어가는 액체연료와 다른 보관용 액체연료(storable liquid fuel)다. 보관용 액체연료는 미사일 동체에 주입한 상태로 5년 동안 대기시켜놓을 수 있다. 그래서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은 화성-13에 보관용 액체연료를 주입하고 24시간 대기 중이다. 그들은 최고사령관의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불과 몇 분 만에 즉각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할 수 있다.
만일 북이 화성-13을 무더기로 발사하면 미국 본토가 거대한 핵폭풍으로 날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구가 깨지고 말 것이다. 2013년 1월 1일 0시에 막이 오른 모란봉악단 신년경축공연 중에 은하-3 발사장면이 초대형 배경화면에 비춰지다가, 지구가 화염폭풍 속에 깨져나가며 완전히 사라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로부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민군 전략로케트군이 8축16륜 자행발사대에 화성-13을 싣고 이동하는 대규모 실전연습을 시작하였다. 그러한 일련의 행동은, 지구를 깨뜨릴 만한 강대한 힘을 비축한 북이 ‘최후 결전’을 결심하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요즈음 북에서는 “조선은 결심하면 한다”는 구호가 널리 제창된다는데, 미국이 그 구호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떨 만도 하다.(2013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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